2021년 11월 9일 화요일

감경, 감경, 감경…성범죄 ‘깃털같은 처벌’ 계속되는 이유

 

등록 :2021-11-10 04:59수정 :2021-11-10 08:07


10건중 4건이 감형 받아
반성문 썼다고, 합의했다고…
‘감형 컨설팅’ 시장도 성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성범죄 사건의 41.8%가 법정형보다 가벼운 형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벌불원 등이 재판부에서 받아들여진 결과로, 가해자의 ‘진지한 반성’ 등이 추가되면 형량은 더 준다. 이 과정에서 법률시장이 적극 개입해 있다. 막상 법정형보다 더 무거운 선고는 4.3%에 불과했다. 성범죄 가해자에 대한 처벌 수위는 높아졌지만 실제 양형은 오히려 약해졌다는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았는데, 그간 지적이 일정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이러한 실태는 지난 8일 대법원 양형위원회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공동주최한 ‘젠더폭력 범죄와 양형’ 심포지엄에서 처음 알려졌다. 이날 소개된 ‘2019 대법원 양형위원회 연간보고서’를 보면, 대법원 양형기준이 적용된 한해 전체 성범죄 4824건 가운데, ‘감경영역’ 안에서 형이 선고된 사건만 2016건(41.8%)에 달했다. 반면 가중영역은 207건(4.3%), 나머지 2601건(53.9%)이 기본영역으로 구분됐다. 대법원 양형위는 성범죄 행위별로 기본형량 범위(기본영역)를 정하고, 양형에 참작할만한 별도 사유가 있을 때는 형을 감경 또는 가중하도록 한다. 이때 △처벌불원(피해자와 합의) △피고인의 자수 △피해 정도 경미 등의 ‘특별양형인자’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으면 기본형량보다 가벼운 ‘감경영역’ 범위 안에서 형이 결정된다. △진지한 반성 △형사처벌 전력 없음 등의 ‘일반양형인자’에 해당하는 요인이 추가되면 선고형량은 더 낮아진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피해자 지원단체 등 여성계에서는 여러 양형기준 가운데 특히 ‘처벌불원’과 ‘진지한 반성’은 성범죄 사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문제적 요소라고 꾸준히 지적해왔다. 이날 심포지엄 토론자로 양형위 보고서를 분석한 김재남 여성가족부 법률자문관(의정부지검 부부장검사)은 “경제적 문제 때문에, 혹은 처벌이 경미할 경우 피해자가 다시 가해자에 노출될 위험성 때문에 할 수 없이 합의하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처벌불원의 배경을 충분히 심리해 양형사유로 반영할 것인지 신중히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지한 반성’ 역시 무분별하게 감경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9 성폭력 범죄 감경 사유’에 따르면, 전체 성범죄 사건 가운데 3420건(70.9%)이 감경사유로 ‘진지한 반성’을 채택했다.


법정에서 ‘진지한 반성’ 등이 통하도록, 각종 감형 팁을 구상해 매뉴얼화하고 컨설팅하는 성범죄 전담 변호시장도 크고 있다. ‘반성용’으로 여성단체 기부를 하거나, 심리상담 내역을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맞춤 법률상품’을 제공하는 것이다. 또다른 양형인자인 ‘사회적 유대관계 원만’은 실형과 집행유예를 가르는 기준으로 작동하며 마찬가지로 재판부에 ‘승인’될 수 있는 다양한 팁이 양산, 활용되는 중이다. 이에 최근 성범죄 전담 법인들은 가해자의 ‘정상성’을 입증하기 위해 초·중·고교 생활기록부, 대학 성적표, 헌혈증, 장기기증 서약, 심지어는 군 사격 포상까지 동원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젠더 이해나 기준이 부족한 사법체제와 모호한 양형기준, 가해자 카르텔, 그리고 잇속 밝은 변호업계가 맞물려 성장한 성범죄자 지원 산업의 현주소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18656.html?_fr=mt1#csidx101547880caf4ddad85460726c92a23 

오세훈 서울시, 마을미디어 공든 탑 무너뜨리나

 

  • 기자명 금준경 정민경 기자
  •  입력 2021.11.10 07:52
  •  댓글 2
    

마을미디어 예산 절반 삭감, 연 50여곳 마을미디어 공모 지원 예산 증발
“시민 커뮤니케이션 권리 외면, 전임 시장 사업이라고 일방적 삭감” 반발


서울시의 ‘박원순 지우기’는 10년차를 맞는 서울 마을미디어 사업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2022년 마을 미디어 예산이 올해 대비 절반 규모로 줄었고, 특히 단체지원(공모) 예산 항목 자체가 사라지면서 일선 마을미디어들은 사업을 전면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을미디어 공모 지원 예산, 통째로 사라져

서울시의 2022년 예산안에 따르면 마을미디어 관련 예산을 2021년 10억464만 원에서 2022년 5억3763만 원으로 절반 가량 삭감했다.

세부 예산을 보면 2021년 마을미디어 활동단체 지원 명목의 예산이 5억6500만 원 규모로 편성됐으나 2022년에는 해당 항목 자체가 사라졌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직원 인건비를 7명에서 6명으로 줄였다. 활동단체 교육 및 컨설팅 지원 예산을 5850만 원 규모에서 2억346만 원 규모로 늘렸는데, 사실상 5억 원대 ‘단체 지원’ 예산이 사라지고 통합한 점을 고려해야 한다.

▲ 마을미디어 사업 관련 서울시 예산안 내역
▲ 마을미디어 사업 관련 서울시 예산안 내역

서울시의 마을미디어 정책은 민간기구인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위탁 받아 사업 전반을 운영하며 단체지원(공모) 사업을 통해 개별 마을미디어에 예산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번 예산안이 현실화되면 단체 지원 예산 항목이 사라져 일선 마을미디어들은 사업 자체를 수행하기 어려워진다.

이번 예산 삭감은 오세훈 시장이 지난 9월 ‘서울시 바로세우기’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곳간이 시민단체 전용 ATM기로 전락했다”고 발언할 때 예견됐다. 당시 오세훈 시장은 시민사회와 연관된 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혔는데, 마을미디어 역시 시민사회 협력 사업의 한 축이었기에 같은 기준의 삭감이 이뤄진 것이다.

서울시 예산안은 민주당이 다수를 점한 시 의회에서 조정될 수 있다. 다만 시 의회에서 예산을 복원시켜도, 서울시가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 식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서울시청에 입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노컷뉴스
▲ 서울시청에 입장하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노컷뉴스

마을미디어, 사업 전면 조정 불가피

서울시 예산안이 통과되면 일선 마을미디어들은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가 11월2일부터 5일까지 지난 3년 간 마을미디어 사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단체 운영담당자를 대상으로 긴급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공모 사업이 사라질 경우 31%가 ‘콘텐츠 제작 약화’를 우려했다. 이어 ‘인력 문제’ 18.3%, ‘단체 운영 문제’ 15.5%, ‘교육 축소’와 ‘지역 네트워크 약화’가 각각 12.7%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설문에서 한 응답자는 “한 경로당은 2015년부터 마을미디어 콘텐츠 제작 지원으로 미디어교육과 콘텐츠 제작으로 어르신들이 삶이 질을 향상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등의 일을 했다. 만일 이를 중단한다면 인력, 장소, 기기, 교실 모든 것이 중단되고 우선 어르신들의 삶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성북 마을미디어 와보숑TV(wabosyongTV)의 경우 공모 사업이 예산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와보숑TV의 제작자 A씨는 “예산 삭감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발표를 보고 너무 황당했다”고 했다. 2년 간 마을 미디어 제작자로 활동한 60대 여성 B씨는 “최근 마을 미디어 관련 예산이 삭감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제작자들 사이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며 “마을 미디어 제작을 하는 이들은 제작 활동을 지속하고 싶은 마음이 강하다”고 밝혔다. 

▲ 마을미디어는 서울 내 여러 지역의 각계각층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홍보 영상 갈무리
▲ 마을미디어는 서울 내 여러 지역의 각계각층이 참여하고 있다.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홍보 영상 갈무리

B씨는 “갑자기 예산을 없앨 것이 아니라, 마을 미디어 제작자들의 이야기도 들어보고 시민 여론조사 등 절차를 거쳐야 하지 않나”라며 “이전 시장의 정책이라고 해서 지워버릴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이 활동을 원하고 있는지, 공동체에 필요한지, 제작자로 활동하는 시민들의 생각은 어떤지 등을 살피고, 가능하면 예산을 다시 살리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마을미디어공동체지원사업 설계 과정부터 참여했던 허경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이사는 “2011년 하반기부터 서울시 담당부서, 지역미디어단체 등과 많은 논의를 통해 함께 결정하며 시작됐고 이후 매년 시, 민간, 의회가 함께 토론하면서 진행해온 사업”이라며 “오세훈 시장은 10년 간 사업을 함께 하며 행정과 민간이 쌓은 신뢰를 처참히 깨부수고 있다. 시간을 쪼개 사업에 참여한 시민들의 정성과 노력은 안중에도 없는 시정운영방식을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을미디어 단체들은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지난 4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들 단체는 △시민참여와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합리적 근거와 명분없이 왜곡하고 폄훼하는 행위를 중지할 것 △풀뿌리 주민단체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자발적 공익활동 지원예산의 일방적 삭감을 중단할 것 등을 촉구했다.

박영주 서울시동부권 NPO지원센터장은 “마을 미디어는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기록해나간다. 지역 공동체와 소통해가면서 미디어 경험을 만들어가고 있다. 마을미디어 예산을 삭감하는 것은 주민 참여 시대를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마을미디어 사업 10년의 가치

올해 10년차를 맞는 서울 마을미디어사업은 다양한 부문에서 가치를 보여왔다. 마을미디어는 각 지역의 마을신문, 공동체 라디오 등을 통해 소외계층을 비롯해 다양한 주민들이 직접 콘텐츠를 만들며 마을 자치는 물론 시민의 ‘커뮤니케이션 권리’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2012년 서울에 공동체라디오 및 마을신문은 5곳에 불과했으나 서울시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 이후 꾸준히 증가했다. 2021년 기준 55곳의 마을미디어가 서울시 사업 지원을 받아 활동할 정도다.

▲ ‘와보숑’TV의 ‘성북마을뉴스’ 77화 ‘성북동 가로수 관련 주민 토론회’ 영상 갈무리
▲ ‘와보숑’TV의 ‘성북마을뉴스’ 77화 ‘성북동 가로수 관련 주민 토론회’ 영상 갈무리

와보숑TV 제작자 A씨는 “마을미디어는 공공방송의 틈새적 역할을 할 수 있다. 공공방송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하는 동네에서만 일어나는 일을 마을미디어가 기록하며 공동체에 기여한다”고 했다. 일례로 성북구는 구청에서 도로 면적을 늘리기 위해 50년이 된 나무를 자르려 했는데, 와보숑TV에 방영된 ‘주민 토론회’를 통해 반대 의견이 나왔고 관련 시도는 중단됐다. 

성북구 마을미디어 잡지 성북동천은 서울시가 성북구에 ‘대표보행거리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행권이 개선되는지 여부를 조명했다. 이후 주민들이 ‘보행권을 고민하는 성북동 사람들의 독서모임’을 열고 ‘성북동 개발계획검토 워크숍’ ‘환경 부정의투어’ 등을 진행했다. 사양산업이 된 봉제업 중심 지역인 서울 창신동의 창신동라디오는 봉제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고 ‘봉제마을 살 길 찾기’ 간담회를 열었다. 박원순 시장이 출연했을 때 봉제 사업자들을 위한 세무업무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 마을미디어의 역할을 소개하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 마을미디어의 역할을 소개하는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홈페이지 갈무리.

이 외에도 마을미디어는 지역별 커뮤니티 형성과 소외계층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콘텐츠 제작 지원 등을 곳곳에서 이어오고 있다.

장은경 미디액트 사무국장은 “오늘날 유튜브가 보편화됐지만 소외된 곳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는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우리의 이야기를 미디어를 통해 전하고, 소통하는 ‘커뮤니케이션 권리’ 측면에서 봐야 한다. 다양한 시민들이 마을미디어를 통해 마을에 참여하는 통로로 활용해오고 있다. 미디어 복지 시대 진입 과정에서 마을미디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발한 이재명, 그래도 공학이 철학 이길 수는 없다

 

[전강수의 경세제민] 부동산 불로소득 해소 방안

21.11.10 06:58l최종 업데이트 21.11.10 06:58l전강수(gsjun)

부동산 정책 전문가이자 토지정의 운동가인 대구가톨릭대학교 경제금융부동산학과 전강수 교수가 경제정의와 부동산 문제에 관해 정론을 피력하고 그때그때 부각하는 경제 이슈를 해설하는 '전강수의 경세제민'을 연재합니다. '경세제민'은 세상을 잘 경영해 국민을 편안히 한다는 뜻으로 썼으며 이 말을 줄인 것이 '경제'이기도 합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해방 후 농지개혁으로 잠시 실현했던 '평등지권 사회'를 회복하기를 꿈꿉니다.[편집자말]

지난 11월 3일 <오마이뉴스> 칼럼(다시 생각해도... 문재인 정부 참 순진했다 http://omn.kr/1vufq)에서 필자는 최신 통계자료를 활용해 한국 부동산 불평등의 실상을 밝혔다. GDP 대비 땅값의 배율은 이미 OECD 국가 최고 수준이고, 토지 소유의 불평등도는 개인과 법인을 막론하고 엄청나게 높은 수준임이 드러났다.

최근의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막대한 부동산 불로소득이 발생했는데, 이 소득은 소수의 부동산 과다 보유자와 투기꾼의 수중에 들어가고 있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했어야 함에도, '핀셋 대책'으로 일관하다가 역대 정부 최고의 부동산값 폭등, 최다의 풍선효과 유발이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오마이뉴스> 지면을 통해 여러 차례 지적했으므로, 여기서 재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한민국이 '부동산 투기 공화국'이고 문재인 정부는 이를 혁파하려는 의지가 없었음을 확인해 두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다.

중요한 점은 앞으로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어떻게 혁파할 것인가이다. 이를 그대로 두고는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될 수 없고 지속적 경제성장이 불가능하니, 투기 공화국 혁파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절체절명의 과제다.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부동산 투기 공화국 혁파는 정책 철학을 올바로 수립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선 국면이니만큼 많은 이들이 기발한 정책 공약을 발굴하느라 애를 쓰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정책 철학이다. 철학 없이 정책을 펼치는 것은 마치 어디를 가는지 모르는 채로 열심히 노를 젓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서 실패한 것도 철학 없이 마구잡이로 정책을 펼쳤기 때문이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대한민국이 채택해야 할 부동산 정책 철학으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주창해왔다. 토지·자연자원·환경은 인류에게 거저 주어진 자원으로서 모든 사람의 공공재산이라는 성격을 갖는 만큼, 그것을 차지하고 사용하는 사람은 그 가치에 비례해 사용료를 공공에 납부하도록 하고 그 수입은 사회 구성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지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혹자는 토지공개념을 주장하는 것을 보고 이념적 정체성을 의심하지만,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적 토지이념과는 궤를 달리한다. 사회주의적 토지공유제는 토지의 사용권·처분권·수익권을 모두 공공이 갖고서 토지 관련 활동을 계획으로 통제하는 반면,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은 시장원리를 존중하면서 토지이용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중시한다. 따라서 이를 두고 사회주의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다. 
 

큰사진보기싱가포르 공공아파트(HDB) 단지. 싱가포르 국민의 80%가 HDB에 산다.
▲  싱가포르 공공아파트(HDB) 단지. 싱가포르 국민의 80%가 HDB에 산다.
ⓒ 이봉렬

관련사진보기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불로소득을 부정하고, 땀과 노력, 그리고 모험심을 중시하기 마련이다. 한 마디로 이 철학은 불로소득 경제 시스템을 타파하여 자본주의를 자본주의답게, 시장경제를 시장경제답게 만든다. 싱가포르, 핀란드, 헬싱키, 그리고 미국 뉴욕시 배터리 파크(Battery Park)의 사례는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대만 등의 국가는 아예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규정해 두고 있다. 

대한민국도 헌법에 토지공개념 조항이 있는 나라다. 다만 그 내용이 추상적이고 애매해서 관련 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위헌 논란이 발생하기 때문에 헌법의 토지공개념 조항을 좀 더 구체적인 내용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낙연 후보와 추미애 후보가 토지공개념을 좀 더 분명히 규정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한국 부동산 정책의 근본 방향을 좌우할 중대 공약이므로, 두 후보가 경선에서 패배했다고 해서 그냥 사장시켜서는 안 된다. 

부동산 불로소득 차단 장치

한국 정치권을 뒤흔든 LH 사태와 대장동 게이트는 공기업 직원들과 부동산 부패 카르텔의 부정과 비리 때문에 발생했지만, 그 배후에 부동산 불로소득이라는 근본 원인이 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투기가 빈발하고 부동산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는 것은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할 제도적 장치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데 기인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을 차단·환수하려면 수요와 공급 양면에서의 대책이 필요하다. 수요 면에서는 토지보유세를 강화해 부동산 불로소득의 발생을 막는 동시에, 양도소득세를 정상화하되(주택 수 기준의 차등 과세를 폐지한다는 뜻이다)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더 높은 최고세율을 적용해 부동산 불로소득을 지금보다 더 많이 환수해야 한다. 전자가 부동산 불로소득을 사전적으로 차단하는 조치라면, 후자는 이미 발생한 불로소득을 사후적으로 환수하는 조치다. 토지보유세 강화에 수반하는 조세저항은 세수 순증분을 국민 주권에 상응하는 배당으로 지급함으로써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 

물론 토지보유세와 양도소득세로 부동산 불로소득을 완전히 차단·환수할 수는 없다. 두 조세가 강화되더라도 국지적으로 불로소득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유명무실해진 개발이익 환수제도를 원상 복구하고, 1990년대 말에 폐지된 토지초과이득세를 수정·보완하여 재도입하는 것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토지초과이득세를 재도입하는 경우, 과거에 이 세금이 유휴토지만을 대상으로 삼는 바람에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점을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토지보유세 강화, 양도소득세 정상화 및 강화, 국지적 불로소득 대책 마련, 이 세 가지는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혁파할 '삼중 장치'다. 여기에다 공기업 직원이나 공무원, 부동산 부패 카르텔이 불법과 비리로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때는 당사자를 확실히 처벌하고 부당이득을 철저히 환수하는 제도가 더해지면 금상첨화이다.
 

큰사진보기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토지거래 조사 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에 최근 사회단체가 던진 계란 자국이 남아있다. 2021.3.11
▲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한 국토교통부와 LH 직원 토지거래 조사 결과를 발표한 11일 오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LH 본사에 최근 사회단체가 던진 계란 자국이 남아있다. 2021.3.11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공급 면에서는 종래의 부동산 개발 방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해 국가의 주택 공급역량을 장기 공공임대주택과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에 집중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 간 한국의 토지·주택 관련 공기업은 민간의 사유지를 강제로 수용한 다음 땅을 매각하거나 아파트를 지어서 땅과 건물을 매각하는 일에 몰두해 왔다. 공공이 분양주택을 공급해야만 하는 이유는 제대로 설명되지 않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났다. 땅장사·집장사를 해서 벌어들인 돈으로 공공임대주택을 건설한다는 교차보조의 논리가 전부였다. 

하지만 2019년 현재 4.4%에 불과한 장기 공공임대주택 재고 비율은 교차보조의 논리에 근거가 없음을 방증한다. 또 토지·주택 관련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은 땅장사·집장사의 목적이 서민 주거복지 향상이 아닌 공기업 구성원 이익의 극대화에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자아낸다. 

국가가 땅장사·집장사를 벌이는 것은 토지 강제수용이 전제하는 높은 공공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공공 분양주택 공급은 가능한 한 줄이고 분양주택 공급을 민간 건설업체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강제수용으로 조성하는 공공택지에서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장기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얼마 안 되는 기존의 국공유지와 용적률 상향으로 확보되는 공중 공간에서도 두 유형을 위주로 해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옳다. 단, 토지임대부 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하는 경우에는 환매 조건을 붙여야 한다. 5년·10년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허울뿐인 공공임대주택은 더 이상 공급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정책 수립 시에 국토 균형발전의 시각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해 두고 싶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내 국토 균형발전 정책을 사실상 방기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시작도 못 해 보고 임기가 끝나간다. 사실 문재인 정부가 이 정책을 착실히 추진했더라면 수도권 부동산 문제가 이렇게까지 악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투기 수요가 기승을 부리는 시장에 집을 더 지어서 공급하는 것은 한창 타오르는 불더미에 땔감을 더 갖다 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해법은 수도권에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우선 투기수요를 잠재우고 실수요를 지방으로 분산하는 데서 찾았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부동산 수요를 분산하는 효과가 클 뿐 아니라 급속히 쇠퇴하고 있는 지방을 되살리는 효과도 있으므로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김두관 후보와 양승조 후보가 지역 균형발전 정책으로 수도권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했다. 두 후보의 공약은 제대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근본 대책을 국민 앞에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경고

두 거대 정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재명·윤석열 두 사람은 수도권에 대대적으로 주택 공급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불로소득 환수와 투기 억제를 강조하고 기본주택 공급을 약속한다는 점에서 윤석열 후보와 차별성을 보이지만,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며 청년층을 우선 공급 대상으로 삼으려고 한다는 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두 후보의 주택 공급 공약은 부동산 시장만능주의자와 토건족이 오랫동안 주창해온 공급 확대론에 영향을 받은 바가 크다고 짐작된다. 수요 분산론이 자취를 감추고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론이 득세하는 것을 지켜보자니 걱정과 염려를 금할 길이 없다. 사실 두 사람 외에도 공급 확대론에 인지 포획된 정치인들은 여야에 골고루 포진하고 있다. 그들에게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경고가 죽비소리 같이 들리기를 바란다. 
 
과도한 대출금을 짊어진 가구들과 필요 이상의 부동산 공급은 … 앞으로 여러 해 동안 지속되면서 실업과 막대한 자원 낭비를 조장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 산업 거품은 꺼진 뒤에라도 그나마 유용한 것을 남겼다. 그러나 주택시장 거품이 가라앉은 뒤에 남은 것은 … 적절하지 않은 장소에 조악하게 건설된 주택들이었다.<br />- 조지프 스티글리츠, <불평등의 대가>, 열린책들, 198쪽.
 
큰사진보기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왼쪽부터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윤석열 후보의 부동산 공약은 한마디로 규제와 세제의 전방위적 완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자세히 평가할 생각이라서, 여기서는 윤 후보의 공약이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혁파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는 점만 지적해둔다. 

대장동 게이트가 터진 후 의혹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는 개발이익 환수를 무척 강조한다. 최근에는 부동산 개발이익 공유를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선명한 정책과 기발한 발상으로 발등의 불을 끄려고 노력한다는 점은 알겠으나, 그 와중에 그가 오랫동안 주창해온 국토보유세와 기본소득을 언급하는 빈도가 급격히 줄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득표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슬쩍 뒤로 물리자는 심리가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염려스럽다. 

사실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초반에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브랜드 공약을 뒤로 물리는 어설픈 행보를 보이다가, 다른 예비후보들로부터 맹렬한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그 후 이 후보는 자신의 원래 스탠스를 회복하며 안정을 되찾았고 마침내 경선에서 승리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본선이 시작되면서 이재명 후보는 경선 초기 때와 유사한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근본 정책은 말하지 않고 특정 계층에게 직접 이익이 될 정책만 발표한다. 

그때도 지금도 명분은 중도 확장이라는 정치 공학이다. 공학이 철학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인데도 이재명 후보는 자꾸 공학에 집착하는 것 같다. 지지율이 뒤처지니 초조한 것일까. 하지만 그런 모습으로는 대선에서 승리할 수 없다. 이미 우리 국민은 달콤한 말이나 약속에 속아서 표를 줄 정도로 어리석지는 않으니 하는 말이다. 정도(正道)를 걷는 것이 최선의 정치 공학이다.  

"국방예산 삭감하고, 민생예산 확충하라!"

 

6.15대전본부, 정부의 군비증강 규탄

  • 기자명 대전=임재근 객원기자 
  •  
  •  입력 2021.11.09 15:11
  •  
  •  댓글 0
 

SNS 기사보내기

문재인 정부가 2022년 국방예산을 55조 2,277억원 규모로 국회에 제출한 가운데, 대전지역 60여개 단체로 구성된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전본부(상임대표 김용우, 이하 6.15대전본부)가 9일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비증강 중단과 국방예산 삭감을 요구했다.

6.15대전본부는  11월 9일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당 앞에서 '군비증강 규탄! 국방예산 삭감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15대전본부는  11월 9일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대전광역시당 앞에서 '군비증강 규탄! 국방예산 삭감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이날 기자회견 취지 발언에 나선 6.15대전본부 이영복 공동대표는 "(국방예산 증액은)9.19평양공동선언의 군사합의를 비롯한 남북합의들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문재인표 종전선언 추진에도 앞뒤가 안 맞는 자기부정, 자기 분열 정책"이라 꼬집으며, "미국을 위한 기만적인 자주국방 정책들로 국민혈세 낭비하며 군비증강을 시도하는 국방예산증액안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규탄 발언에 나선 대전민중의힘 김율현 상임대표(민주노총대전본부장)도 "문재인 정부는 노동자, 서민의 복지, 차별 해소 예산은 정부 재정이 없어서 확대할 수 없다고 하면서 2022년 국방비 예산은 55조 이상으로 책정했다"며, "국민의 혈세인 정부 예산은 노동자, 서민의 삶을 지키는 예산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전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허연 목사도 규탄 발언에 나서 "국방예산을 늘리면서 종전선언을 이야기한다면, 누가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어주겠냐?"며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연습을 위한 국방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문재인 정부에 요구했다.

김성남 민주노점상전국연합충청지역연합회장이 "혈세낭비 군비증강 중단과 국방예산 삭감하고 민생예산을 확충하라!"는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김성남 민주노점상전국연합충청지역연합회장이 "혈세낭비 군비증강 중단과 국방예산 삭감하고 민생예산을 확충하라!"는 내용이 담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임재근 객원기자]

6.15대전본부는 마지막으로 기자회견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는 혈세낭비 미국산 무기증강,  국방예산을 삭감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일자리를 잃고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를 비롯한 영세 자영업자 등 국민들의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한 민생예산을 확충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와 군비증강은 양립할 수 없다"며, "지금은 국민혈세로 군비증강을 해야 할 때가 아니라, 남북 간 신뢰회복을 위해, 남북대결정책을 중단하고, 남북합의를 실천적으로 이행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국회는 예산심의권을 제대로 발휘하여, 한반도 평화를 가로막고, 군사적 긴장과 대결을 높이는 국방예산을 과감히 삭감하고, 진정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자주국방 예산을 편성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국회를 향한 목소리를 덧붙였다.관련기사

저작권자 © 통일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 방문’ 하루 앞두고 긴장감 도는 광주 “망월동 영령 참배 허용 못 해”

 광주 시민사회단체들 “광주의 분노 표현할 것”, 대학교 곳곳에 ‘윤석열 거부’ 대자보도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50여 개 시민단체가 9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5·18민주광장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광주 방문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09.ⓒ뉴시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방문을 하루 앞둔 9일, 광주 곳곳이 분노로 들끓고 있는 모습이다.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전두환 망언'과 '개 사과' 사진으로 파문을 일으킨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단호히 반대하며, 정치적인 의도로 5월 영령에게 참배하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태세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등 50여개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정성 없는 사과 방문으로 5.18과 광주를 더럽히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 단체들은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은 진정성 있는 사과를 위한 것이 아닌 5.18과 광주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고도로 기획된 정치 이벤트"라며 "윤 후보가 진정한 사과와 용서를 구하려고 한다면 5.18의 헌법 전문 포함, 당내 5.18 왜곡 세력 청산, 전두환 등 헌정질서 파괴자의 국가장과 국립묘지 안장 배제,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약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5.18민주유공자유족회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구속부상자회 등 '5월 단체'와 5.18 기념재단도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규탄하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에 대한 우리의 분노는 현재 진행형"이라며, 윤 후보를 향해 "무엇을 사과하겠다는 건가. 어떻게 사과하겠다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들은 "윤석열 후보에게 명확하고 분명한 답변을 요청한다"며 "사죄의 진정성을 구체적으로 보여달라.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서 5.18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5.18 희생자를 기리려는 윤 후보의 참배나 방문을 반대하진 않겠다면서도 "5.18을 능멸하고 모욕하는 사람들에게는 단호하게 맞서 과감하게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당 광주시당도 윤 후보의 광주 방문을 "정치 쇼"라고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진보당 광주시당 김주업 위원장은 같은 날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다시 5.18과 광주를 지지율 회복 도구로 활용하려는 윤 후보는 광주에 올 자격이 없다"며 "윤 후보가 지금 할 일은 '광주 방문 쇼'가 아니라 광화문 앞에서 아픈 현대사를 간직하고 있는 온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전날 광주를 찾았던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도 페이스북 글을 통해 "망언 이후 1일 1사과를 했어도 모자란데 제대로 된 사과도 없이 도대체 무슨 염치로 광주를 찾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꼬집었다.

5.18자유공원, 5.18 민주묘지 방문하는 윤석열
세부 일정 조율 과정서 어려움 겪은 것으로 전해져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자료사진.ⓒ뉴시스 / 공동취재사진

윤 후보는 10일 오후 2시 전라남도 화순군 도곡면에 위치한 고 홍남순 변호사 생가를 방문하고 유족과 만난 뒤 광주로 이동한다. 이후 5.18자유공원을 방문한 다음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할 예정이다. 전두환 비석이 깔린 구묘역을 들릴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11일에는 전남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기념관을 찾고, 경남 김해시에 있는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는 것을 끝으로 1박 2일 일정을 마무리한다.

윤 후보는 세부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윤 후보 측에서는 오월 어머니를 만나는 일정과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윤상원 열사와 관련된 일정을 타진했지만 끝내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시민사회단체들은 윤 후보가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는 것만큼은 최대한 저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리적인 충돌은 피하되, 광주 시민들의 분노는 충분히 전달하겠다는 것이다.

홍성칠 광주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9일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정식으로 사과도 없고, 재발방지책도 없고, 또다시 정치적 필요에 의해 광주와 5.18을 농락하는 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며 "다른 일정은 후보 본인이 알아서 하더라도 (현재와 같은) 이런 태도로 국립묘지 영령을 참배하는 건 허용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홍 위원장은 "시민들과 함께 윤 후보가 망월동 영령에 참배하는 건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시위를 할 것"이라며 "물리적 마찰은 하지 않겠지만, (참배에 대한) 판단은 후보가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지역에 위치한 대학교 곳곳에는 윤 후보의 방문을 거부하는 내용의 대자보가 다수 게시된 것으로 전해진다. 광주전남대학생진보연합 등 일부 학생 단체들은 9일 밤부터 광주 망월묘역 앞에서 1박 2일간 철야 농성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