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9일 일요일

한국이 전세계 1위, 대한민국 바다에 관한 숨은 상식들

 [함께 사는 길] 5.31 바다의 날 특집 ①

류종성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위원장  |  기사입력 2022.05.30. 09:14:36 최종수정 2022.05.30. 09:15:50


바다는 파랗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는 파란 바다색으로 물들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지구 표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지구에서 살아있는 생명체가 처음으로 탄생한 곳으로 생태계의 어머니와 같은 존재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바다를 좋아하고, 탁 트인 바다를 보면서 어머니의 품과 같은 안식을 느끼는 것 같다.

바다 생태계가 제공하는 가치

바다에서 생명의 싹이 트고 이후 수억 년이 흐르면서 단세포 해양식물로부터 고래 크기만 한 고등동물까지 다양한 해양생물이 진화해왔다. 이러한 진화의 흐름 속에서 해양생물 중 일부가 육상으로 진출하였고 습지, 숲, 초원과 같은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보고 접할 수 있는 육상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진화라는 열차의 마지막 승객이었던 우리 인류는 지구생태계 먹이사슬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해 있고 해양생태계와 육상생태계가 제공해주는 다양한 혜택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다. 

해양생태계가 사람에게 제공해주는 혜택을 우리는 해양생태계서비스라고 부른다. 2007년에 국제 생태경제학회지에 발표된 논문에서는 전 세계 가까운 바다 생태계가 제공하는 서비스 가치가 연간 2000조 원이 넘으며 전 세계 GDP의 약 46%를 차지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바다가 주는 생태계서비스가 학문의 대상이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필자가 대학에서 해양생태계를 배우기 시작한 90년대 초만 해도 생태계서비스라는 용어는 강의 시간에도 거의 들어보지 못했던 아주 생소한 개념이었다. 해양생태계서비스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수산물을 공급하고(공급), 오염정화와 온실가스 흡수로 환경을 조절하며(조절), 해수욕과 휴양의 문화적 혜택을 주고(문화), 일차생산과 산란지 제공을 통해 바다 전체를 지원 또는 지지한다(지원). 지원서비스는 영어로 'supporting service'를 번역한 것인데, 최근에는 지지서비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 바다에서 쉬고 있는 백령도 점박이물범. ⓒ국립수산과학원

육상과 다른 바다 환경

우리나라 바다는 한반도 남한 면적보다 4배 정도 넓으며 1만3000종이 넘는 해양생물이 살아가고 있다. 면적당 생물종수로 하면 우리 바다의 생물다양성이 전 세계에서 1등이다. 이렇게 우리 바다에 많은 생물종이 살고 있는 이유는 서해에는 갯벌, 남해에는 아름다운 섬, 동해와 독도에는 깊은 바다, 제주도에는 아열대 생태계가 있어 환경과 서식지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생물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만들어 내는 생태계 기능이 바로 우리가 바다로부터 누리고 있는 풍요로운 혜택의 원동력이다. 

우리의 출발은 바다였으나 너무나 오랫동안 육상에서 살아오면서 육상 환경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인지 바다라는 환경은 어색하고, 두렵고, 접근하기 어려운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의 특성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다를 채우고 있는 물이 주는 독특한 환경을 먼저 알면 된다. 바다에서 처음 생명이 탄생한 이유는 물이 가져다주는 안정적인 환경 때문일 것이다.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생물학적 현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학문이 생물해양학인데 생물해양학 교과서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내용이 육상 환경과 바다 환경의 차이이다. 바다를 이루고 있는 물은 공기에 비해 밀도가 높다. 밀도가 높은 물에 살고 있는 생물은 높은 부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중력에 의한 영향을 덜 받고 수중에 떠 있기가 수월하다. 우리가 수영장에 들어가면 편하게 떠 있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 물에서는 쉽게 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해양생물은 육상생물에 비해 부드러운 조직을 가질 수 있도록 진화해 왔다. 해파리와 같은 흐물흐물한 동물이 바다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이다. 

물에 뜨기 쉽다는 것은 식물플랑크톤에서 고래까지 다양한 해양생물이 바다의 3차원 공간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육상에서는 중력 때문에 공중에 떠서 살기가 어렵다. 곤충이나 새와 같은 날개가 달린 동물이나 솜털이 달려서 바람에 날릴 수 있는 씨앗 정도가 공중에서 살 수 있으나 평생을 쉬지 않고 떠서 사는 육상생물은 지구상에 없다. 그러나 바다에서는 평생을 물에 떠서 생활하는 해양생물이 아주 많다. 이러한 특징을 염두에 두면 바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생물 현상을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이러한 환경에서 비롯되는 해양생태계와 육상생태계의 가장 큰 차이점은 먹이사슬의 복잡성을 들 수 있다. 먹이사슬은 원숭이로 시작해서 백두산으로 끝나는 말 잇기 동요의 원리와 같다. 광합성을 통해 식물이 자라고, 식물을 초식동물이 먹고, 초식동물을 육식동물이 먹고, 동물 사체를 미생물이 분해하여 영양염을 만들고, 영양염을 이용하여 식물이 다시 광합성을 하는 것이 생태계 먹이사슬의 기본적인 모습이다.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이 긴 이유는 식물-초식동물-육식동물의 단계를 구성하고 있는 해양생물이 몸의 크기에 따라서 더 많은 단계로 나누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크로미터에서 밀리미터 크기의 소형생물인 피코(pico), 나노(nano), 마이크로(micro) 플랑크톤들이 피식-포식 관계로 얽혀서 복잡한 먹이사슬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미생물먹이망을 영어로 'microbial loop'라고 부르는데, 육상생태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해양생태계의 가장 독특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식물 플랑크톤을 이보다 조금 더 큰 동물 플랑크톤이 잡아먹고, 이를 조금 더 큰 동물 플랑크톤이 잡아먹는 식으로 미생물먹이망이 촘촘하게 구성되어 있다.

리질리언스란 

그렇다면 해양생태계의 먹이사슬이 복잡하고 길다는 것이 어떤 장점이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스템의 리질리언스(resilience)를 높여준다. 리질리언스란 생태계의 특징을 기술하기 위해 생태학 분야에서 사용하던 용어인데 최근에는 사회-생태시스템의 특징을 설명하는 분야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1992년 리우회의에서 지속가능발전이 전 세계적인 화두로 제시되면서 지속가능한 자연과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인지를 많은 학자들이 연구를 했고, 그 결과로 2000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한 용어라고 이해하면 된다. 

리질리언스는 외부 충격을 견디는 능력과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시키는 능력을 함께 고려하는 개념이다. 리질리언스를 우리말로 번역하기 위해 여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를 해보았지만 적절한 용어가 없어서 일단 리질리언스라고 부르기로 하고 있어 세종대왕님께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리질리언스의 복잡한 개념을 좀 더 이해하기 쉽게 하기 위해 어떤 시스템이 리질리언스가 높은 것인지를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첫째 생물다양성이 높은 생태계는 다양한 기능을 하는 생물들의 시스템이 쉽게 무너지지 않도록 하고 빠른 회복을 돕는다. 둘째 중복성이 높은 생태계는 비슷한 기능을 하는 생물의 종류가 많아서 한 종이 멸종을 하면 다른 종이 그 기능을 대체하여 시스템 붕괴를 막는다. 셋째 소생태계(전체 시스템을 이루는 여러 개의 작은 시스템으로 보면 된다)의 기능이 잘 작동하게 되면 전체 시스템의 리질리언스가 높아진다. 예를 들면 소모임이나 커뮤니티가 잘 작동하는 사회가 재난 극복에 강하고 위기에 잘 대처한다. 이 세 가지가 시스템의 리질리언스를 진단하는 항목인데 이를 다양성 또는 이질성(heterogeneity), 중복성(redundancy), 모듈성(modularity)이라는 전문용어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중복을 낭비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리질리언스 관점에서 보면 중복은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 생물종이 다양한 전북 고창갯벌은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이다. ⓒ함께사는길(이성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일 

지금까지 해양생물학의 이론을 가지고 해양생태계가 갖고 있는 특징을 설명해 보았다. 찬찬히 살펴보면 우리가 왜 해양생물 다양성을 보존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결국 그 이유는 해양생태계가 우리에게 제공하는 생태계서비스를 잘 즐기고, 후손들에게 고스란히 물려주기 위함이다. 

생물다양성을 보존하는 것은 생태계의 리질리언스를 높이는 행위이다. 리질리언스가 높은 생태계는 외부의 충격에 잘 견디고, 만에 하나 시스템이 무너졌을 경우라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다. 개발 이론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가 자연을 보존하고 환경을 깨끗하게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한 과학적인 이론을 찾기 위해 오늘도 많은 과학자들이 수고하고 있다. 5월 31일 바다의 날을 맞이하여 건강한 바다를 위해 노력하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소통령 한동훈' 막을 '유승민의 제동장치'

 [取중眞담] 반복되는 '시행령 정치'... 인사정보관리단 설치 개정령과 '국회법 98조 2'의 역설

22.05.30 07:20l최종 업데이트 22.05.30 07:20l
[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큰사진보기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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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정말 반복되는 것일까.

6.1지방선거다, 추가경정예산안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여야가 또 시끄럽다. 지난 24일 입법예고된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일부개정령안' 때문이다. 해당 대통령령은 법무부 장관이 인사혁신처장에게 공직후보자 등에 관한 인사정보 수집·관리 사무를 위탁받고, 업무 수행을 위해 법무부 산하에 검사 또는 고위공무원단 1명, 검사 3명 등 20명 규모로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세부 사항을 정리한 법무부령 개정안도 함께 입법예고됐다.

그런데 두 개의 안 모두 바로 다음날인 5월 25일까지만 의견 수렴을 한다고 공지됐다. 보통 '40일'인 입법예고 기간과 비교하면 20분의 1 수준이다. 물론 긴급히 처리해야 하는 법령의 입법예고 기간은 법제처장과 협의하여 예고를 생략하거나 그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과 법률 어디에도 법무부가 인사정보 수집·관리 사무를 관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문제의 행정입법안들이 과연 '긴급'한지 의문스럽다. 야당도 반발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마다 선택했던 일 어쩐지 익숙한 풍경이다. 법률 개정이 난망할 때, 역대 대통령들은 늘 '시행령 정치'를 택했다. 헌법재판소가 종합편성채널 설치 근거 등을 명시한 방송법 개정안의 절차상 하자를 지적했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2010년 1월 국무회의에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2015년 5월 11일 박근혜 대통령은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시행령을 공포하면서 조사 인력과 규모를 법률보다 대폭 축소해버리기도 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시행령 정치는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초기 여당인 민주당의 의석은 과반을 넘지 못했다. '범여권'으로 계산해도 180석에 못 미쳤다. 결국 문 대통령도 '시행령 정치'의 길을 걸었다. 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고쳐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 수에 주휴시간을 포함했고,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국가회계관리시스템) 사용을 의무화하는 '유치원3법'이 통과되기 전 유아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먼저 시행했다.  정부가 공포하는 대통령령 숫자 역시 매년 수십 건씩 꾸준히 늘었다.

시행령 정치를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대통령은 5년이란 임기 동안 대선 공약을 실천, 국민에게 약속한 나라를 실현할 의무가 있다. 국정운영의 성과를 도출하는 데에 시행령 정치는 때때로 효과적인 수단이다. 사회가 점점 빠르고 복잡하게 변해가지만 그 속도를 현행 법이 따라가지 못할 때, 새로운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행정입법을 손보는 것 역시 때때로 필요하다.
 
큰사진보기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주요현안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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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행령 정치는 태생적으로 '반쪽짜리 정치'다. 시행령 정치는 국회 논의가 지지부진하거나 행정부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이뤄지는 상황을 전제한다. 거칠게 말하면,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상황에서 시행령 정치는 강하게 작동한다. '여소야대' 국회를 타개할 묘수가 없는 윤석열 대통령은 이번 대통령령 개정으로 그 '시행령 정치의 귀환'을 예고한 셈이다.

국회 나름대로 자구책은 마련해뒀다. 국회법 98조의 2다. 이에 따르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행정부가 대통령령 등을 제·개정 또는 폐지할 때 법률 위반 여부 등을 검토해야 하고, 그 결과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을 경우 검토결과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해야 하며 국회의장이 이 보고서를 본회의 보고하면 국회는 의결해 정부에 송부한다. 또 정부는 국회 보고서를 받으면 그 처리 여부를 검토하고 결과를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 시행령이 상위 법률을 위반했다고 국회가 공식적으로 지적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든 것이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7일 국회 본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법무부 인사검증단 설치를 두고 "법무부를 과거 안기부 수준의 '상왕'부처로 만들고, '소통령 한동훈'에게 부처관할을 하게 하는 시도"라며 "향후 5년간 검찰독재를 하겠다는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계속 대통령령을 밀어붙인다면 국회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며 "2020년 법 개정 후 시행하게 되는 첫 사례가 이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사연 있는 유승민, 그가 남긴 것
 
큰사진보기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 의원이 4월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유승민 전 의원이 4월 1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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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국회법 98조의 2에는 사연이 있다. '배신자 유승민' 사태다. 2015년 5월 29일 여야는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구권을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처리했다. 하지만 6월 25일 박근혜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여당의 원내사령탑도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며 "배신의 정치는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께서 심판해주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곧바로 '축출작전'이 개시됐고, 유승민 의원은 쫓겨나다시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재상정됐던 국회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재의결되지 못했다. 다음해인 2016년 20대 총선에서 유승민계는 '학살'이라고 표현될 정도로 대거 낙천됐고, 유 의원은 결국 탈당 후 무소속으로 대구 동구을에 출마, 당선됐다. 

반면, '친박 감별사'가 활약한 새누리당은 원내 1당의 지위를 민주당에 빼앗기는 아이러니를 맞았다. 국회 구성이 달라지면서 유승민의 국회법 98조의 2도 2018년, 2020년 개정돼 좀더 모양새를 갖췄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경선에 패배한 유승민 전 의원은 2022년 6.1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경선에 도전하며 재기를 노렸지만, 김은혜 후보를 출마시킨 윤석열 대통령의 '자객공천'에 고배를 마셨다. 유 전 의원은 또다시 '대통령의 뒤끝'에 당한 셈이다. 

하지만 법무부에 인사검증을 맡기는 윤 대통령의 시행령 정치는 국회법 98조의 2에 의해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 아이러니는 반복될 것인가. 

[관련기사]
[2015년 5월 29일] 바람 잘날 없는 당·청...'시행령 수정권' 정면충돌 http://omn.kr/dv84
[2015년 6월 25일] 박 대통령, 유승민에 직격탄 "정치권은 정부 책임만 묻는다" http://omn.kr/e9a7
[2015년 7월 8일] '배신의 정치'를 '헌법 1조 1항'으로 돌려주다 http://omn.kr/efni
[2016년 3월 23일] "당의 모습 민주주의 아니다... 시대착오적인 정치 보복" http://omn.kr/i480
[2022년 4월 22일] 경선 패배 유승민 "여기가 멈출 곳" 정계 은퇴 고민하나 http://omn.kr/1yi0u
[2022년 5월 24일]
한동훈은 소통령? 인사검증 맡기려 입법예고 이틀로 단축
 http://omn.kr/1z2e9

윤 대통령 평가…중앙 "낡은 시대와 결별" 경향 "철학의 빈곤"

 

  • 윤유경 기자 
  •  

  •  입력 2022.05.30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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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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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한겨레 “선거 코앞 추경 합의, ‘예스맨’식 재정운용”
    경향 “윤 대통령 인사 방향성·철학 안보여, 철학의 빈곤”
    온라인 추모소 ‘애도’ 마련한 한겨레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손실보상을 위한 39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이 지난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정부가 13일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한 지 2주 만이다. 다만 손실보상 소급적용 문제는 여야가 추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30일 아침신문들은 일제히 ‘코로나 추경안’ 국회 통과 소식을 1면에서 다뤘다. 

    ▲ 3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3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는 사설 ‘선거 코앞 추경 합의, 예스맨식 재정 이번으로 그쳐야’에서 “거대 양당이 대선 전부터 약속했던 사안을 지방선거 유불리를 따지며 옥신각신하다가 서로 통과 지연 책임을 지지않으려 이제야 합의했다”며 “소상공인 등이 코로나 방역에 협조한 대가로 당연히 받아야 할 손실보전금을 정치권이 선거용으로 이용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때는 과도하게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이번 정부 들어서는 대통령과 여당의 요구를 100% 들어주는 식으로 돌변했다”며 “정치권의 무리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도 경계해야 할 일이다. 정치인 출신 추경호 부총리의 ‘예스맨’식 재정운용은 이번으로 그쳐야 한다”고 했다.  

    ▲ 한겨레 사설 갈무리.
    ▲ 한겨레 사설 갈무리.

    조선일보도 사설 ‘표 계산 꼼수, 재원 조달 편법, 정치 추경 더는 없어야’에서 “양측 모두 온갖 정략과 꼼수를 동원하고 공치사에 열을 올렸다”며 “예산 원칙과 국가 재정 건전성은 뒷전인 채 오로지 지방선거에서 어떻게 표를 더 얻느냐는 생각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정부는 곧바로 보상금을 지급하겠다지만 그 근거인 추가 예상 세수는 아직 국고로 들어오기 전이다. 그래서 일단 한국은행에서 단기 차입금 행태로 급전을 빌려 지급한 뒤 실제 돈이 들어오면 갚겠다고 한다. 국채 발행으로 금리가 급등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며 “선거에서 이기기만 하면 나라 경제는 망가져도 된다는 것인가. 이런 비정상적인 정치 추경과 선거용 돈 풀기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 조선일보 사설 갈무리.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추경은 규모만 큰 게 아니라 아직 5월밖에 안 됐는데 두 번째로 편성됐다는 점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상황이 충분히 예견됐던 작년에 3월, 7월 등 2차례 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사상 최대 본예산을 짜둔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그런데도 여당은 선거 전에 추경안에 합의해 돈을 나눠주게 됐다며 흡족해하고, 제동을 걸었어야 할 야당은 증액에 성공했다며 자랑하고 있다”며 “여야가 국민 세금으로 퍼주기에 나서는 게 일상화되는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소급적용 입법을 서둘러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사설은 “(여야는) 한발씩 물러선 절충으로 코로나19로 손해를 입은 소상공인들이 일부나마 보상받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며 “추경이 막판에 겨우 매듭된 데는 손실보상을 지난해 7월 법 제정 이전까지 소급적용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우선 2차 추경이 소상공인들에게 신속하게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영업자들이 2년 넘게 겪은 코로나19 상처에 비해 정부 지원금은 여전히 부족하다”며 “여야는 정부의 행정명령 피해는 구제받도록 한 헌법 취지에 맞게 손실보상법을 재정비하고, 8조원 규모로 추산된 소급적용을 매듭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 “윤석열다운 통 큰 정치” 동아 “정치초년尹, 대통령상 바꾸나”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를 칭찬하는 칼럼이 실렸다. 중앙일보는 오피니언면에 이하경 주필·부사장의 칼럼 ‘여기가 윤석열의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를 실었다. 칼럼은 “윤석열 대통령의 언행은 일치하고 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다. 칼럼은 “워싱턴포스트 기자가 남성 위주 각료인선을 지적한 뒤 여성 장·차관 네 사람을 연속으로 지명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이 젠더 갈등을 거론하자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서 그랬던 것 같은데,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했고, 약속을 바로 이행했다”며 “정치 고수인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순발력이 보통은 아니다’고 놀라워할 정도”라고 했다. 

    ▲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칼럼 갈무리.
    ▲ 중앙일보 오피니언면 칼럼 갈무리.

    뒤이어 “어느 날 갑자기 정치 세계에 툭 튀어나온 새 대통령 윤석열이 하루하루 전력질주하는 장면이 펼쳐지고 있다”며 “현실을 부정하고 철 지난 이념의 노예가 된 지도자가 소득주도 성장, 탈원전의 허상을 향해 몸을 던졌던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낡은 시대와 결별하려는 새 대통령의 결의는 단호하고 진심으로 넘쳐난다. 그러나 입법 권력은 여전히 세계관이 다른 야당의 손에 쥐어져 있다”며 “자기 혁신을 다짐한 윤석열다운 통 큰 정치고 진정한 협치의 시작이다. 경제와 안보를 지키고 연금·노동·교육을 개혁하자면서 야당을 무시할 수는 없다. 내키지 않겠지만, 여기가 윤석열의 로도스다 여기서 뛰어라”라고 했다. 

    동아일보도 오피니언면에서 박제균 논설주간의 ‘정치초년尹, 대통령像 바꾸나’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보냈다. 칼럼은 “윤석열 대통령은 좀 다르다”며 “당선인 때도 여기저기 맛집 순례를 하더니, 대통령이 돼서도 냉면 빈대떡 잔치국수 따로국밥을 사먹고, 순대 떡볶이 만두 소보로빵 등을 사갔다. 경호 문제로 시민들을 불편하게 한다고? 대통령 경호에 빈틈이 있어서야 안 되겠지만, 대통령과 국민을 괴리시키는 경호는 경호라고 할 수도 없다”고 했다. 

    ▲ 동아일보 오피니언면 칼럼 갈무리.
    ▲ 동아일보 오피니언면 칼럼 갈무리.

    이어 “윤 대통령의 먹방 행보는 청와대에서 나온 것과 관계가 깊다. 권력자가 높다란 대에서 내려오니 세상과 어울리는 게 수월해지는 것”이라며 “그가 정치 초년생이라는 점도 선입견 없이 변화를 수용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을 수 있다. 과거 대통령과 다른 윤석열 스타일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탈피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변화”라고 했다. 

    “그럼에도 더 중요한 건 내용의 변화다. 실제로 제왕적 권력을 내려놓느냐가 관건”이라며 “대통령이 마음먹기 따라 충분히 분점과 권한 이양이 가능하다. 그러려면 인사권의 과감한 하방과 검찰권 독립이 필수다. 역대 대통령 누구도 못 한 일, 윤석열은 해낼 수 있을까”라고도 덧붙였다. 

    반면, 경향신문은 오피니언면에서 윤 대통령의 인사, 국정기조에는 ‘방향성과 철학이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주영 정책사회부장은 ‘윤 대통령의 순발력과 철학의 빈곤’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미국 대통령이 앞에 서 있는 정상외교 무대에서 민망하긴 했나 보다.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미국 측 기자로부터 내각의 성비 불균형을 지적하는 질문을 받았으니 말이다”라며 “윤 대통령은 이틀 뒤 세 명의 장차관급 인사를 단행하며 모두 여성을 발탁했다. 오판을 인정하고 즉각조치에 나선 점에는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 경향신문 오피니언면 갈무리.
    ▲ 경향신문 오피니언면 갈무리.

    하지만 “문제는 인사에서도, 국정기조에서도 개혁의 방향성과 철학이 안 보인다는 점”이라며 “국정과제 자료집을 보면 수십년간 교육의 영역에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분야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를 새 교육수장 후보로 내세운 것은 단지 교육분야를 비효율성을 제거할 행정 영역의 하나로 본 것이거나 여성이니까 지명한 것으로밖에 해명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내정자 발탁에 대해서도 “상대진영을 향해 막말과 억지주장을 서슴지 않고 정치적 편향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사람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설득하고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합의를 도출하는 일을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여전히 한국은 세계적인 장시간 노동 국가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를 통해 주52시간제의 취지를 허물려한다. 시행한 지 4개월밖에 안 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선 규제이고 국가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경영계 의견에 동의한다며 개정을 예고했다”며 “매일 현장에선 노동자가 일하다가 깔려 죽고 떨어져 죽고 끼어 죽는데도 자본·경영의 논리를 앞세운다”고 비판했다.  

    칼럼은 “개혁이 요구되는 장기 미해결 현안들을 철학도 없이 순발력만으로 풀 순 없다. 성차별 해소 역시 보여주기식으로만 접근해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 사회적 장례식 ‘애도’ 홈페이지 마련

    한겨레는 창간기획 ‘코로나로 빼앗긴 삶 24158’의 일환으로 온라인 추모소 ‘애도’(www.hani.co.kr/interactive/mourning)를 열었다.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이버 공간이다. 30일부터 누구든지 방문해 헌화하고 추모편지를 읽고 방명록에 글을 남길 수 있다. 

    ▲ 애도 홈페이지 갈무리.
    ▲ 애도 홈페이지 갈무리.

    추모편지는 6월 내내 접수한다. 고인의 삶을 돌아보고 그리운 마음을 담은 글과 사진을 이메일(missyou@hani.co.kr)로 보내면 온라인 추모소에 추모공간을 마련한다. 온라인 추모소에는 코로나19 데이터와 관련 기사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격리 내내 고열 호소한 아버지, 이식수술한 병원에만 갔어도…

     등록 :2022-05-30 05:00수정 :2022-05-30 08:35

    [코로나로 빼앗긴 삶 24158]
    ③ 관리받지 못한 집중관리군
    장기이식을 받은 60대 아버지를 코로나19로 떠나보낸 아들 최윤호(가명·42)씨가 49재를 일주일여 앞둔 23일 오후 산소를 찾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다. 경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장기이식을 받은 60대 아버지를 코로나19로 떠나보낸 아들 최윤호(가명·42)씨가 49재를 일주일여 앞둔 23일 오후 산소를 찾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다. 경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한겨레>는 창간기획 ‘코로나로 빼앗긴 삶 24158’의 하나로 온라인 추모소 ‘애도’(www.hani.co.kr/interactive/mourning)를 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세상을 떠난 이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이버 공간입니다. 30일부터 누구든지 방문해 헌화하고 추모편지를 읽고 방명록에 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

     대구 사람 최규식(가명·67)씨는 평소 연락을 자주 하는 살가운 아버지가 아니었다. 3월4일 코로나19에 확진된 뒤에도 자식들에게 시시콜콜 건강상태를 알리지 않았다. 그런 아버지가 지난 3월10일 가쁜 숨을 쉬며 아들 최윤호(가명·42)씨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 쉬진다. 산소포화도 기기가 고장 났다. 폰으로 측정하는 방법 좀 갈치도….” 확진자 격리 의무가 해제되는 7일째 낮 12시께였다. 윤호씨는 그날 혼자 집에서 재택치료 중이었던 아버지한테 전화를 받자마자, 감염 위험도 방역수칙도 잊고 아버지 집으로 내달렸다.

    격리 마지막 날 “숨 안 쉬어진다”…수백통 통화 뒤 보건소 연결

    “아버지가 장기이식을 받은 코로나19 확진자예요. 격리 해제 마지막 날인데 산소포화도가 안 잡힙니다.” 윤호씨는 곧장 119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출동할 수 없다”였다. 코로나19 확진자 이송은 보건소의 요청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설명이었다.


    첫 관문이었던 보건소 문턱은 높았다. 윤호씨는 500통을 걸고서야 담당자와 첫 전화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기억했다. “기다려보세요. 저희도 긴급 공문을 올리고 빨리 조치하겠습니다.” 1시간 만에 연결된 보건소에선 또 기다리라고 했다. 보건소의 출동 요청에 따라 119 구급차가 도착한 건 오후 3시30분께였다. 그때 측정한 아버지의 산소포화도는 정상 범위인 95% 이상을 크게 벗어난 65%였다. 심각한 저산소증이었지만, 병상 배정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또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대구시 병상배정반은 출동한 119로부터 아버지의 상태를 확인했다. 산소마스크를 쓰고도 산소포화도는 88%로, 호흡곤란 상태였다. 배정반은 아버지를 중증 환자로 분류했고, 중환자가 입원할 수 있는 병상을 수소문했다. 아버지는 구급차에서 2시간30분가량 더 기다린 뒤인 오후 6시께야 병원에 도착했다.


    신장이식 60대 ‘재택치료 원칙’…주치의 병원은 ‘병상 포화’

    “꼭 경북대병원으로 부탁합니다. 아버지가 그 병원에서 신장이식을 받으셔서, 아버지 진료기록이 그 병원에 다 있어요.” 윤호씨는 보건소 등에 병상 배정을 요청하며 여러차례 부탁했다. 하지만 어렵사리 배정된 병상은 경북대병원이 아닌 ㄱ대학병원 중환자실이었다.


    “걸으실 수 있으니 괜찮을 거다.” 아버지를 이송할 때 구급대원의 말과 달리 상태는 심각했다. 자가호흡이 어려울 때 시행되는 ‘기관 삽관’이 이뤄졌고, 곧바로 중환자실에 입원했다. 폐렴 증상에 따라 중환자실과 일반실을 두차례 옮겨다닌 아버지는 4월11일 염증 수치가 치솟았다. 윤호씨 눈에는 치료 과정이 내내 미흡해 보였다. 경북대병원에 비해 장기이식 수술 경험이 많지 않아서인 것만 같았다. 장기이식 면역저하자인데다 중증 코로나19 환자였지만 단순 폐렴 치료 수준에 그쳤고, 신장이나 이식 전문의와의 협진은 볼 수 없었다. 아버지의 상태를 살핀 ㄱ병원 의사조차 “아이고 어르신, 빨리 경북대병원에 가셔야 할 텐데” 하고 말했다고 한다.


    아버지가 주치의와 진료기록이 있는 경북대병원으로 이송됐다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너무도 답답했던 윤호씨는 대구시 병상배정반에 경북대병원이 아닌 ㄱ병원으로 배정한 이유를 물었다. 병상배정반은 “환자 중증도에 따라 배정하되, 이전 진료 이력이 있는 병원에 코로나19 병상이 있는 경우 우선 협의하는 게 병상 배정 원칙”이라며 “경북대병원에 문의했으나, 당일 중증 병상이 포화 상태라 수용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답했다. 3월10일 오후 5시 기준 대구 지역에는 32개의 코로나19 중환자 전담치료병상이 있었지만, 아버지가 이식 수술을 받았던 경북대병원엔 병상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로 숨진 최규식(가명·67)씨의 묘 앞에 생전에 좋아했던 과자가 놓여 있다. 경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코로나19로 숨진 최규식(가명·67)씨의 묘 앞에 생전에 좋아했던 과자가 놓여 있다. 경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의료진 모니터링…산소포화도기 고장, 증세악화 놓쳐


    4월11일 새벽,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연락이 왔다. 7년간의 투석과 신장이식 수술도 견뎌낸 아버지였지만, 코로나19는 확진 5주 만에 목숨을 앗아갔다. ‘㈎직접 사인: 폐렴, ㈎의 원인: COVID-19(코로나19 영문 명칭)’. 이 사망 진단을 검토한 질병관리청은 29일 <한겨레>에 “의료진 판단에 따라 신고 시 코로나 사망으로 집계가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당시 보건소에서는 코로나19 사망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병원 쪽이 신고를 누락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질병청은 “사례 조사 전에는 답변이 어렵다”고 답했다. 4월12일 0시 기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발표한 사망자는 171명. 이날 방역당국은 신규 사망자가 27일 만에 100명대로 내려왔다고 발표했다.


    “원격 진료라고 해도 (관리 의료기관이) 환자 상태가 나빠지는 걸 포착하지도 못하고, 장기이식 환자인데 세심하게 보지 않았다는 데 화가 많이 납니다.” 윤호씨는 10년 전 신장이식을 받은 60대 확진자가 단 한차례도 입원 권유를 받지 않았다는 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모든 확진자는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다. 확진 판정 즉시 의료기관에 입원하려면 △의식장애나 호흡곤란 △해열제 복용에도 3일 이상 38도 이상 발열이 지속 △약물로 조절되지 않는 당뇨 등 위험 요인이 있어야 했다. 60대이면서 장기이식 이후 면역억제제를 먹고 있던 아버지는 재택치료자 가운데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떨어진 채 의료진의 손길 밖에 있었던 아버지를 빠르게 무너뜨렸다. 체온계와 산소포화도 측정기(측정기)가 포함된 재택치료키트가 지급되고, 하루 2회 의료기관 모니터링이 이뤄졌지만, 아버지의 건강이 나빠지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측정기가 고장 나 산소포화도 입력이 중단됐지만, 이를 챙기는 이도 없었다. 아버지가 측정기 교체를 요구하자 보건소는 “구청에 문의하라”고 했고, 구청은 “물량이 없으니 기다려달라”고 했다. 밤마다 열이 오른 아버지가 병원에 전화로 1시간 넘게 고통을 호소했지만, 하루 3알 해열제 처방이 전부였다. 재택치료 관리 주체는 제각각이었고 비대면 진료는 충분하지 못했다. 윤호씨는 “측정기는 구청에서 하고, 확진자 관리는 보건소에서 하고, 병상 배정은 시청에서 하고 업무가 다 따로따로였다”며 “코로나19에 걸려서 아프다는 사람한테 감기약만 처방하는 건, 그냥 약국을 갔어도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아버지 떠나보내고 외상후 스트레스


    상실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 윤호씨는 장례를 치른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진단을 받았다. 신경안정제를 먹지 않으면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엔 잠자리에 누웠다가 그리움이 사무쳤다. 대구 집에서 아버지를 모신 경주의 한 봉안당까지 1시간 거리를 찾아가, 늦은 밤 닫힌 출입문 밖에서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고 왔다. 윤호씨는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히 얼굴 보던 가족이 다음날 갑자기 입원을 하거나 아예 딴 세상 사람이 되는 건 견디기 힘든 충격”이라며 “코로나19 유가족에 대한 상담치료 등 사후 관리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49재가 다가오지만 윤호씨의 시간은 아버지가 쓰러진 3월10일에 멈춰 있다. 그날, 아버지는 숨조차 제대로 못 쉬는 와중에도 아들이 앱으로 산소포화도를 재주려 할 때마다 스마트폰을 낚아채 소독 티슈로 닦았다고 한다. 행여 아들이 감염될까 봐. 엄하고 애정 표현을 아끼던 전형적인 ‘경상도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애틋한 사랑의 기억이다. 지난 23일 윤호씨는 생전에 아버지가 좋아했던 ‘롯데샌드’를 사들고 봉안당 앞에 섰다. “아빠 괜찮나? 아빠가 이식 수술 하고 못 먹던 과자다, 이제 아프지 말고, 우리 걱정 하지 말고….”


    대구 경주/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종미항중전략은 완벽한 자멸지옥도

     

    [개벽예감 493] 종미항중전략은 완벽한 자멸지옥도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2/05/30 [08:00]

    <차례>

    1.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인태전략과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

    2. 한미련합군의 작전범위확대와 바이든의 무력개입의지표명

    3. 인태사령부가 수립하고 있는 새로운 작전계획

    4. 윤석열 정권의 종미항중전략은 자멸지옥도

     

     

    1.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인태전략과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

     

    2022년 5월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이 서울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명칭은 공동성명이지만, 실제로는 바이든 대통령의 단독성명이다. 왜냐하면, 그 성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바이든 행정부의 인디아양-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으로 일관되었기 때문이다. 백악관의 대통령연설문작성 담당관 비네이 레디(Vinay Reddy)가 영어로 쓴 성명을 그냥 우리말로 번역해놓고 제목만 공동성명으로 달아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5월 21일에 발표된 한미정상공동성명에 차고 넘치는 종미우익사상은 그 폭과 깊이가 넓고 깊어서, 정상인이 읽어보면 경악하지 않을 수 없는데, 특히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은 그 공동성명에 들어있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다. 

     

    “두 대통령은 인디아양-태평양을 번영하고 평화로우며 자유롭고 개방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이 영역에서 상호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측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인디아양-태평양전략구도를 정식화하려는 윤 대통령의 구상을 지지했다. 또한 윤 대통령도 미국의 인디아양-태평양전략을 환영했다. (Two Presidents recognize the importance of maintaining a free and open Indo-Pacific that is prosperous and peaceful, and agree to strengthen mutual cooperation across the region. In this regard, President Biden shares his support for President Yoon's initiative to fomulate ROK's own Indo-Pacific strategy framework. President Yoon also welcomed the U.S. Indo-Pacific Strategy.)”

     

    위의 인용문을 읽어보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의 인태전략을 모방한 자신의 인태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의 인태전략을 그냥 추종하는 것도 성에 차지 않아, 우리말 용어만 몇 개 바꿔놓은 짝퉁인태전략을 내놓겠다는 뜻이다. 종미우익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의 요구와 주장을 따라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종미우익사상에도 분수가 있지, 이건 너무하다. 정신의학적 견지에서 보면, 종미우익사상은 편집증(paranoid)의 일종이다. 종미우익사상의 편집증에 걸린 윤석열 대통령이 구상하고 있다는 짝퉁인태전략이 어떤 것인지 예상하려면, 미국의 원조인태전략을 알아야 한다. 

     

    2019년 6월 1일 트럼프 행정부는 ‘인디아양-태평양 전략보고: 준비태세, 협조관계, 그리고 지역련계망의 증진(Indo-Pacific Strategy Report: Preparedness, Partnerships, and Promoting a Networked Region)'이라는 제목의 국가전략문서를 발표했다. 2022년 2월 11일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의 인디아양-태평양전략(Indo-Pacific Strategy of the United States)’이라는 제목의 국가전략문서를 발표했다. 국가전략이 정권교체에 따라 변경될 수 있으므로, 미국의 인태전략이 그렇게 바뀐 것인데, 주목되는 것은 두 개의 인태전략에 나타난 공통점과 차이점이다.  

     

    2019년판 인태전략과 2022년판 인태전략에 일관되는 내용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태평양과 인디아양을 “자유롭고 개방적인 영역(free and open region)"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미국이 말하는 자유와 개방은 자기의 제국주의적 지배와 통제를 무제한으로, 무기한으로 보장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미국의 인태전략은 태평양과 인디아양에 대한 제국주의적 지배와 통제를 무제한으로, 무기한으로 보장해주는 전략이다.  

     

    2019년판 인태전략과 2022년판 인태전략에서 나타난 차이점은 전자가 미국 국방부 명의로 발표되었고, 후자가 백악관 명의로 발표된 것이다. 발표주체가 국방부에서 백악관으로 바뀐 것은, 2019년판 인태전략이 군사부문을 중심으로 수립되었던 것과 달리, 2022년판 인태전략은 군사부문에서 정치외교부문, 경제통상부문으로 확대된 포괄적 국가전략으로 수립되었음을 말해준다. 

     

    결정적으로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2019년판 인태전략은 로씨야, 중국, 조선에 대해 길게 서술하였는데, 2022년판 인태전략은 로씨야에 대해서는 전혀 서술하지 않았고, 조선에 대해서는 단 한 차례만 서술했고, 중국에 대해서는 여러 항목에 걸쳐 길게 서술했다. 이런 현상은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포위하고 고립시키며, 중국에 공격을 집중하는 반중국적대행동을 중심으로 기존 인태전략을 대폭 수정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2022년판 인태전략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특징은 미국이 동맹국들(allies), 협조국들(partners)과의 연계와 협력을 강화, 확대하는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는 데 있다. 이런 사정은 미국이 자기를 추종하고 중국에 저항하는 종미항중(從美抗中)의 길로 동맹국과 협조국을 내몰거나 끌어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종미항중에도 서렬이 있는데, 가담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이 분류된다.

     

    종미항중 제1집단은 역내 친미동맹국들이다. 전략적 중요성에 따라 열거하면 일본, 한국, 대만, 오스트레일리아다. 미국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과 대만은 동맹국으로 보이지만, 조선의 시각과 중국의 시각에서 보면, 한국과 대만은 독립국가가 아니라 미국의 점령지에 불과하므로 미국의 동맹국이 아니다. 종미항중 제1집단은 조선봉건왕조가 중국에 공물을 바치듯 미국에 군사기지를 상납하고, 미국군사령관의 지휘통제 밑에서 전쟁연습과 군사훈련을 하고, 미국산 무기를 다량수입하면서 종미항중 돌격대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종미항중 제2집단은 지리적으로 아시아와 대양주에 속하지 않았으면서도 종미항중에 앞장서는 유럽나라들인데, 영국과 프랑스가 여기에 속한다. 영국은 미국이 만든 반중동맹체인 오커스(AUKUS)에 들어갔고, 프랑스도 그에 뒤질세라 종미항중정책을 펼치고 있다.  

     

    종미항중 제3집단은 역내 친미협조국들인데, 필리핀, 타이, 싱가폴이 여기에 속한다. 이 나라들은 자기의 군사기지를 미국군의 보급기지와 훈련기지로 개방한다. 

    종미항중 제4집단은 역내 친미우호국들인데, 인디아, 인도네시아, 윁남, 말레이시아, 뉴질랜드가 여기에 속한다.  

     

    지금 미국은 위에 열거한 4개 집단을 종미항중의 길로 내몰거나 끌어들이는 인태전략을 맹렬히 추진하는 중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 20일부터 24일까지 한국과 일본을 순방한 것은 위에 열거한 4개 집단을 종미항중의 길로 내몰거나 끌어들이려는 공세적 행동이었다. 그는 이번 순방 중에 윤석열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디아 총리, 앤서니 알바니즈(Anthony N. Albanese) 오스트레일리아 총리를 대면회담으로 각각 만났다. 

     

     

    2. 한미련합군의 작전범위확대와 바이든의 무력개입의지표명

     

    위에서 서술한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가 대폭 수정한 새로운 인태전략은 중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포위하고 고립시키며, 중국에 공격을 집중하는 반중국적대행동을 전략적 중심에 두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인태전략을 수립하는 것과 더불어 한미동맹의 성격도 전환시켜야 할 필요가 느꼈다. 그들이 생각한 한미동맹의 성격전환은 활동범위를 반조선적대행동에 한정시키지 않고 반중국적대행동으로 확대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서울에서 발표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한미동맹의 활동범위를 확장하려는 전략방침을 다음과 같은 문장에 담았다. “역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인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성장했다. (The linchpin for peace and prosperity in the region, the Alliance has grown far beyond the Korean Peninsula.)

     

    한미동맹은 전쟁이 끝나지 않은 정전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체결한 군사동맹인데, 말로만 군사동맹이고, 실제로는 미국군에 대한 한국군의 군사종속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인태전략에 따라 한미동맹의 활동범위가 한반도 밖으로 확장되면, 그에 따라 한미련합군의 전쟁연습과 군사훈련의 범위도 한반도 밖으로 확장되는 것이 당연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 21일 서울에서 발표한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한미련합군의 전쟁연습과 군사훈련의 범위를 확장하려는 새로운 전략방침을 다음과 같은 문장에 담았다. “두 지도자는 연합군사연습 및 훈련의 범위와 규모를 한반도 안에서와 그 주변에서 확대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하였다. (Both leaders agree to initiate discussions to expand the scope and scale of combined military exercises and training on and around the Korean Peninsula.)” 

     

    위에 인용한 두 문장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주한미국군사령관은 한미련합군의 작전범위를 한반도를 둘러싼 동해, 서해, 남해로 한정했지만, 앞으로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인태전략에 따라 작전범위를 동해, 서해, 남해 밖으로 확대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한미국군사령관이 한미련합군의 작전범위를 한반도 밖으로 확대하는 것은 작전범위가 동중국해로 확대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주한미국군사령관은 한국군을 대만 인근 해역까지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제와 관련한 미국의 견해와 입장을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두 대통령은 인디아양-태평양영역에서 안보와 번영의 핵심적인 요소인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The two Presidents reiterate the importance of preserving peace and stability in the Taiwan Strait as an essential element in security and prosperity in the Indo-Pacific region.)”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인태전략에 ‘폭탄뇌관’처럼 매우 위태롭게 들어박힌 것은 대만문제를 놓고 날로 격화되는 중국과 미국의 대립이다. 여기서 말하는 대만문제라는 것은 대만해방전쟁을 수행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의미한다. 지난해 나는 중국이 올해 상반기에 대만해방전쟁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었는데, 지난 2월 24일 로씨야가 노보로씨야해방전쟁을 시작하는 바람에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시기가 뒤로 늦춰진 것으로 보인다. 만일 미국이 로씨야의 노보로씨야해방전쟁에 무력개입을 감행하여 로미전쟁이 일어났다면, 중국은 100년에 한 번 올까말까 하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대만해방전쟁을 즉각 단행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보로씨야해방전쟁이 로미전쟁으로 확전되는 것을 바라지 않은 로씨야는 고강도 전면전을 피하고, 작전력량의 10분의 1만 사용하는 저강도 제한전을 벌였다. 그렇게 되자 미국의 군사력이 유럽과 동아시아로 분산되지 않았고, 따라서 중국은 대만해방전쟁시기를 뒤로 연기했다. 한 마디로 말하면, 노보로씨야해방전쟁이 임박한 대만해방전쟁을 연기시킨 것이다. 

     

    이런 내막을 간파한 미국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의지를 억제하려는 행동에 나섰다. 미국의 그런 억제속셈은 2022년 5월 23일 일본 도꾜에서 진행된 미일정상회담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일본-미국 지도자들의 공동성명: 자유롭고 개방적인 국제질서를 강화하여’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는데, 대만문제에 대한 미국의 반중국적대전략과 그것을 추종하는 일본의 견해가 공동성명에 다음과 같이 서술되었다.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이 바뀌지 않는 것에 대한 자기들의 기본견해를 표명했으며, 국제사회의 안전과 번영에 긴요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양안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권장했다. (Prime Minister Kishida and President Biden stated that their basic positions on Taiwan remain unchanged, and reiterated the importance of peace and stability across the Taiwan Strait as an indispensable element in security and prosperity in the international community. They encouraged the peaceful resolution of cross-Strait issues.) 

     

    대만이 바뀌지 않고 현재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를 바라고, 대만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바란다는 그들의 견해는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의지를 억제하겠다는 의사를 외교용어에 담아 나렬한 것에 불과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미일정상회담 직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만문제와 관련하여 취재기자와 질의응답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외교용어를 나렬하던 관행을 접더니 직설적인 언어로 무력개입의지를 드러냈다. 그로써 중국은 크게 자극을 받았고, 전 세계는 경악했다. 중국을 자극하고, 전 세계를 경악시킨 바이든 대통령의 무력개입의지표명을 원문대로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취재기자 -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해야 할 때가 오면, 그렇게 하려는가?”

    바이든 - “그렇다.” 

    취재기자 - “당신은...”

    바이든 - “우리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찬동한다. 우리는 그 정책으로부터 나온 모든 후속합의들에 서명했다. 그러나 힘으로 어째보려는 (중국의) 생각은 적절치 않다. 그것은 (인태)영역 전체를 뒤죽박죽으로 만들 것이고,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것과 유사한 또 다른 행동으로 될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심한 부담으로 된다.”

     

     

    3. 인태사령부가 수립하고 있는 새로운 작전계획

     

    2021년 4월 16일 바이든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당시 일본 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공동성명을 발표하였는데, 거기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이 문구는 미국이 일본과 함께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의지를 억제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로써 당시 미일정상회담이 중국을 크게 자극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2021년 12월 23일 일본 <교도통신>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사실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4월 미일정상회담에서 대만문제를 논의한 것을 계기로 미일동맹군의 새로운 작전계획이 수립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새로운 작전계획은 중국이 대만해방전쟁을 시작하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미국군이 일본자위대와 함께 중국인민해방군을 협공하는 작전계획을 의미한다. 위에 인용한 <교도통신> 보도를 통해 드러난 더욱 놀라운 사실은, 2021년 12월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가 새로운 작전계획초안에 의거한 합동군사훈련을 일본에서 진행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 보도기사만 읽어봐서는 구체적인 정황을 알 수 없으므로, 좀 더 정확하게 살펴보자.

     

    1) 2021년 1월 20일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했다. 

    2) 2021년 4월 16일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당시 일본 총리가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문구를 넣었다.

    3) 2021년 6월 1일부터 3일까지 미국군 인태사령관 존 아퀼리노(John C. Aquilino)가 도꾜와 서울을 차례로 순방했다. 

    4) 2021년 11월 인태사령부가 미일동맹군이 사용할 새로운 작전계획초안을 완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5) 2021년 11월 일본자위대 통합막료장 야마자끼 꼬지(山崎幸二)가 새로운 작전계획초안에 서명한 것으로 추정된다.

    6) 2021년 12월 주일미국군사령관 케빈 슈나이더(Kevin B. Schneider)의 지휘통제 밑에 미일동맹군이 새로운 작전계획초안에 의거한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스가 요시히데 당시 일본 총리를 백악관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진행하면서 미일동맹군의 반중국무력행사를 거론한 직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불러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2021년 5월 19일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는 문구를 넣었다. 

     

    2021년 4월 16일 바이든-스가 정상회담에서 미일동맹군의 반중국무력행사를 거론한 이후 미국군 인태사령부가 중국과의 전쟁을 상정한 새로운 작전계획초안을 작성하였으므로, 2021년 5월 19일 바이든-문재인 정상회담에서도 한미련합군의 반중국무력행사를 거론한 것으로 생각되고, 그 이후 미국군 인태사령부가 중국과의 전쟁을 상정한 새로운 작전계획초안을 작성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 진행상황을 추적해보자.   

     

    2021년 12월 2일 로이드 오스틴(Lloyd J. Austin) 미국 국방장관과 서욱 당시 한국 국방장관이 참석한 제53차 안보협의회(SCM)에서 서욱 국방장관은 오스틴 국방장관 명의로 작성된 새로운 전략기획지침(SPG)문서에 서명했다. 절차에 따르면, 미국 국방장관은 새로운 작전계획을 작성하는데 필요한 지침을 인태사령관에게 내려보내는데, 그것이 바로 전략기획지침이다. 전략기획지침에는 새로운 작전계획을 몇 년 몇 월까지 수립해야 한다는 작성완료기한이 명시된다. 

     

    관례에 따르면, 미국 국방장관의 전략기획지침을 받은 인태사령관은 그 지침을 의거하여 전략기획지시(SPD)문서를 작성한다. 미국군 인태사령관 존 아퀼리노는 전략기획지침에 의거하여 한미련합군의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전략기획지시문서를 작성했다. 2022년 3월 3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마크 밀리(Mark A. Milley) 미국군 합참의장은 원인철 한국군 합참의장과 야마자끼 꼬지 일본자위대 통합막료장을 하와이에 있는 인태사령부로 불러 3자 군사회담을 진행하였는데, 그 기회에 원인철 합참의장은 전략기획지시문서에 서명했다고 한다. 

     

    2022년 3월 31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군 합참본부 관계자는 “(원인철 합참의장이 전략기획지시문서에 서명한 이후에도) 작계작성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부터 분야별로 작성돼 단시간에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의 부정확한 발언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하면, 2022년 3월 31일 원인철 합참의장이 인태사령관 명의로 작성된 전략기획지시문서에 서명한 이후, 인태사령부가 각 분야별로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중인데, 그들의 새로운 작전계획 수립은 짧은 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므로, 한국군 합참본부는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한국군 합참본부는 독자적인 작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군 인태사령부와 함께 공동작전계획을 수립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인태사령부가 작전계획을 수립해주기까지 멍하니 기다렸다가 한국군 합참의장이 인태사령부를 찾아가 작전계획문서에 서명해야 한다. 작전계획을 수립하지 못하는 한국군 합참본부는 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싶어도 행사할 수 없다. 이런 내막을 살펴보면, 한국군은 미국군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미국군에 완전히 종속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처럼 군사주권을 상실하고 완전히 종속된 군대가 한국군 이외에 이 세상에 더 있을까! 

     

    인태사령관 명의로 작성되었고, 한국군 합참의장이 서명한 전략기획지시문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인태전략에 따라 인태사령부가 중국과의 전쟁을 상정한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군사전략문서다. 지금 인태사령부는 인태사령관의 전략기획지시에 의거하여 한미련합군이 사용할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중이다. 

     

    새로운 작전계획은 한미련합군의 작전범위가 동중국해와 대만 인근 해역까지 확대된 작전계획이며,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의지를 억제하는 작전계획이며, 만일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시작되는 경우 한미련합군이 미일동맹군과 함께 중국인민해방군을 협공하여 대만을 ‘방어’해주는 전쟁계획이다. 

     

     

    4. 윤석열 정권의 종미항중전략은 자멸지옥도

     

    2021년 12월 2일 서욱 당시 국방장관은 미국 국방장관 명의로 작성된 전략기획지침문서에 서명한 직후, 한국 국방부 관계자는 취재기자에게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작전계획을 수정, 보완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작전계획을 수정, 보완할 것인지는 인태사령부가 결정하는 것이므로, 한국 국방부는 그 문제에 관해 알지 못한다. 

     

    그런데 인태사령부가 미일동맹군이 사용해오던 기존 작전계획을 폐기하고, 새로운 작전계획을 수립한 것을 보면, 한미련합군이 사용해오던 기존 작전계획도 폐기되고, 새로운 작전계획이 수립될 것으로 보인다. 원래 미일동맹군의 기존 작전계획과 한미련합군의 기존 작전계획은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일어나는 급변사태에 대비하여 수립된 것이 아니므로, 중국의 대만해방전쟁이 임박하였음을 보여주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는 오늘, 인태사령부는 기존 작전계획들을 폐기하고 새로운 작전계획을 서둘러 수립하고 있는 것이다. 머지않아 인태사령부가 새로운 작전계획을 완성하면, 그때부터 한미련합군의 작전범위는 한반도 밖으로 확대될 것이며, 조선인민군을 공격하는 전쟁연습과 군사훈련만이 아니라, 중국인민해방군을 공격하는 전쟁연습과 군사훈련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정세가 극도로 악화되면서 다음과 같은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1)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인태전략에 의거하여 미국은 중국을 주적으로 규정하고, 중국을 포위하고 고립시키며, 중국에 공격을 집중하는 반중국적대행위를 더욱 증대시키면서 중국을 극도로 자극할 것이다. 

     

    2) 미국의 새로운 작전계획에 의거하여 미일동맹군은 중국인민해방군을 공격하는 전쟁연습과 군사훈련을 더욱 강화하면서 동아시아정세를 전쟁위험으로 끌어갈 것이다. 기시다 정권은 일본자위대가 전수방위원칙을 내던지고 이른바 ‘적 기지 타격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떠들어대면서, 전쟁도발의지를 고취하고 있다. 

     

    3) 그런 긴박한 상황에서 중국인민해방군의 대만해방전쟁의지는 최고조에 이를 것이다. 미일동맹군 및 한미련합군과 중국인민해방군 사이에서 무력충돌위험이 고조되면, 그에 따라 조선인민군의 ‘남조선해방전쟁의지’도 고조될 것이다. 

     

    4) 동아시아정세가 어떻게 바뀌든 무조건 종미항중의 길로 나아가는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의 새로운 인태전략을 모방한 짝퉁인태전략을 발표하여 중국을 자극할 것이다.    

     

    5) 인태사령부가 새로운 작전계획을 완성하여 한미련합군의 작전범위를 한반도 밖으로 확대하면, 한미련합군은 중국인민해방군을 공격하는 전쟁연습과 군사훈련을 실시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한국을 중립화시키려던 노력을 포기할 것이며, 극도로 자극을 받은 중국인민해방군은 한미련합군에 대한 보복군사행동에 나서게 될 것이다. 

     

    2019년 5월 미국 국방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민해방군은 한미련합군과 미일동맹군을 조준한 단거리탄도미사일 750발, 준중거리탄도미사일 450발, 지상발사순항미사일 540발을 실전배치하였다고 한다. 한미련합군과 미일동맹군은 총 1,740발에 이르는 중국인민해방군 미사일의 사정권 안에 갇혀 있는 것이다. 전시에 그 중에서 절반인 870발이 한미련합군을 향해 날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거기에 더하여 전시에 조선인민군은 각종 미사일, 대구경 조종방사포, 대구경 장거리포 수 천 발을 한미련합군을 향해 발사할 것이다. 하늘을 새까맣게 뒤덮은 불우박 집중타격을 1시간 동안 받으면, 한미련합군은 살아남지 못한다. 지금 노보로씨야해방전쟁에서 작전력량의 10분의 1만 사용하는 로씨야군의 저강도 공격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이 바라보는 한미련합군이 전시에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의 공격도 그와 비슷할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다.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은 로시야의 노보로씨야해방전쟁에서 교훈을 얻은 것으로 생각된다. 노보로씨야해방전쟁이 저강도 제한전으로 지속되어 전쟁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그에 따라 전쟁피해가 예상보다 커졌는데, 저강도 제한전으로 미국에 무력개입명분을 주지 않는 것보다 적의 급소에 순간충격을 가하는 초강도 찰나전쟁으로 신속하게 전쟁을 결속하여 미국이 무력개입을 감행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것이 몇 백 배 더 유리하다는 교훈이다. 

     

    조선인민군과 중국인민해방군은 개전시각에 적의 급소에 순간충격을 가하는 초강도 찰나전쟁을 수행할 작전계획과 타격수단을 준비했다. 어떤 작전계획과 타격수단을 준비했는지는 외부에서 구체적으로 알 수 없지만, 이를테면 고출력-고주파폭탄(High-Powered Microwave Bomb)도 있고, 저위력 전술핵탄두(Low-yield Tactical Nuclear Warhead)도 있으며,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병기들도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남조선해방전쟁’을 1시간 안에 신속하게 결속하여 전쟁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술핵탄두를 사용하는 외과절제수술식 초정밀타격이 준비되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전시에 대만해방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시에 전술핵탄두를 사용하는 외과절제수술식 초정밀타격으로 1시간 안에 신속하게 전쟁을 결속할 것이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윤석열 정권이 미국이 말하는 확장억제력만 믿고, 종미항중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자멸을 불러올 것으로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