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9일 일요일

101세 철학자의 끝 모를 흑백논리

 [손석춘 칼럼] 김형석, 문재인정부가 사회주의 경제관 절대시? 유럽은 극좌인가?

박정희 전두환 시절 흑백논리 땐 침묵하고 지금 흑백논리로 소리쳐
  •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media@mediatoday.co.kr 
  • 승인 2021.09.20 09:20



  • 도무지 지나침을 모른다. 101세 철학자는 한가위 연휴인 일요일에도 MBN과의 인터뷰에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편 가르기 없애기”라며 영어 문화권에 사는 사람들을 보면 흑백논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언론과 기회 닿을 때마다 흑백논리를 비판하는 김형석 전 철학교수다.

하지만 이상하다. 흑백논리를 비판하는 철학자 자신이 흑백논리에 흠뻑 사로잡혀 있다. 더구나 다가오는 대통령선거에 편향적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기실 바로 그래서 조중동 신방복합체가 부쩍 그를 부각하고 있다.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딱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 MBN 시사스페셜-김형석 명예교수 직격 인터뷰 “제일먼저 해야 할 일은 편 가르기 없애기” 유튜브 갈무리
▲ MBN 시사스페셜-김형석 명예교수 직격 인터뷰 “제일먼저 해야 할 일은 편 가르기 없애기” 유튜브 갈무리

조선일보가 101세 철학자를 우려먹는 풍경은 안쓰럽기조차 하다. 조선닷컴은 그가 문재인 정부 들어 “나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개탄했다는 발언을 대대적으로 부각했다. 그 인터뷰를 대서특필한 날, 조선일보는 “늑대가 자기들은 안 잡아먹을 줄 아나” 제목으로 류근일 전 주필의 칼럼을 실었다. 83세의 그는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최후의 결전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유주의 진영과 좌파 파시즘 세력의 싸움이 그것”이란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냐 반(反)대한민국이냐의 사생결단”이란다.

참으로 궁금하다. 대체 그는 누구를 염두에 둔 걸까. 그가 말하는 “온건 진보를 수정주의로 매도하는” 이들은, 한국에 있다는 “좌파 탈레반”은, “좌파 파시즘”은 누구를 지칭하는 걸까.

우리 시대의 철학자라라면, 더구나 ‘원로’라면 바로 조선일보가 노상 펴나가는 흑백논리를 바로 잡아주어야 옳다. 논리학의 상식에 ‘허수아비 때리기 오류’가 있다. ‘상대의 주장을 반박하기 쉽도록 왜곡한 후 그것을 반박하는 오류’를 83세 언론인과 101세 철학자가 난형난제로 펴간다. 대한민국 언론의 수치요, 철학의 희화화다.

101세 철학자는 숱한 인터뷰나 기고문에서 조중동의 오래된 흑백논리를 전혀 비판하지 않는다. 아니, 문제의식조차 없어 보인다. 인터뷰를 보자. 조선일보 기자가 “흑백논리와 편 가르기가 고질적인 문제”라고 묻는다. 김 교수가 답한다. “영국이나 미국 사람을 만나보면 흑백논리가 없다. 우리는 조선왕조부터 원수 갚느라 다 죽이고 은혜 갚느라 끼리끼리 뭉쳤다… 세계는 다원사회로 가고 있다.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는 낡은 생각이다.”

▲ 조선일보 “北서 살 때 경험해보니 언론통제는 자유통제 신호… 文 대통령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기사 갈무리.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 조선일보 “北서 살 때 경험해보니 언론통제는 자유통제 신호… 文 대통령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기사 갈무리. 사진=조선일보 홈페이지

질문한 기자와 답한 철학자 공히 허수아비 때리기, 유체이탈의 오류에 갇혀있다심지어 식민사관 인식마저 묻어난다.

김 교수는 문재인 정부를 “사회주의적 경제관을 절대시하는 과오”를 범한다거나 “150년 전 계급투쟁의 폐습을 계승”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조선일보의 내로라하는 전‧현직 주필들이 문재인을 좌파정권으로 몰아치는 수법과 똑같다.

하지만 냉철히 짚어보자. 바로 그것이 흑백논리의 전형 아닌가. 한국의 부익부빈익빈 경제 질서에 대해 조금이라도 개혁 정책을 펼라치면 ‘좌파’로 훌닦고 있지 않은가. 대체 문재인 정부의 어떤 정책에서 ‘사회주의적 경제관의 절대화’를 읽을 수 있단 말인가.

사대주의 사고가 또렷한 그의 발언도 짚어보자. 유럽 정치가 그의 말처럼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이유는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정권을 주고받는 틀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사회주의 경제관을 절대시하는 정권이라는 김 교수의 잣대로 본다면, 그가 칭송하는 영국‧프랑스‧독일에서 사회민주당 계열의 정부가 집권해 복지정책을 편 사실은 뭐라 할 것인가. 그들은 극좌란 말인가. 우리는 진보정당이 국회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가진 ‘경험’도 없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시절 흑백논리가 대한민국을 지배했다. 철학자 김형석은 그 시대의 흑백논리에 침묵했다. 그리고 지금 나라가 무너진다며 흑백논리로 소리친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금도 젊은 세대를 오도할까 우려스럽다. 나라가 무너지는 상황 아니니 편안히 노후를 보내시길 충정으로 권해드린다.

이재명, 대장동 논란 정면돌파 “부당 이익 취했으면 후보·공직 다 사퇴”

 추미애 “대장동 사건 이재명 비리로 끌고 가려는 야당·언론·이낙연 한심”...이낙연 “그럼 덕담하나”

19일 오후 광주 MBC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 리허설에서 이재명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21.09.19.ⓒ뉴시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2010년 성남시장 취임 뒤 추진한 대장동 공영 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제가 부정을 하거나 정말 단 1원이라도 부당한 이익을 취했으면 후보 사퇴하고 공직 다 사퇴하고 그만두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광주 MBC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 광주·전남·전북 지역 TV 토론회에서 “그 당시 정책 진행 책임자였던 성남시장으로서 국민에게 사과할 의향이 없냐”는 박용진 의원의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이 지사는 대장동 개발 사업의 특성에 대해 “토건 세력과 결합한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게이트가 숨어 있다가 제게 태클을 당했고, 결국은 기도했던 이익의 극히 일부밖에 취득하지 못해 제가 공공 환수로 5천 503억 원 이상을 성남시로 환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장동 관련 사건은 토건 비리 세력과 국민의힘이 추진한 불로소득 추진 사업이 저 때문에 반쯤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과거 토건 세력들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이 땅을 이미 다 샀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 개발을 하고 있는데 신영수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로비해 (LH가) 공공 개발을 포기하도록 하고, 민영 개발을 하도록 확정됐다”며 “제가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 민간 개발을 통해 너무 많은 이익이 민간에 구속되기 때문에 공공 개발을 하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대장동 사업에 얽힌 부정한 유착을 “몰랐냐”며 이 지사에게 여러 차례 책임을 추궁했다. 이 전 대표는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특혜를 받았단 의혹이 제기된 자산관리 회사 ‘화천대유’를 거론, “소수의 민간업자가 1천 1백 배의 이익을 얻은 건 (사업) 설계가 잘못된 건가, 아니면 원래 설계에 포함된 건가”라며 “역대급 일확천금 사건”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전 대표는 “(대장동 논란과 관련해) 수사가 빨리 이뤄지길 바라면 이재명 후보와 가까운 분들이 국회 국정조사에 증인 출석, 자료 제출을 원활하게 하길 바라나”고 물었고, 이 지사는 “당연하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시장이 가진 조그마한 권한으로 그걸(불로소득) 막으려고 정말 총력을 다해 노력했고 성과를 냈는데 ‘왜 더 빼앗지 못했냐’, ‘왜 더 환수하지 못했냐’는 건 방화범들이 소방관들 불 끄러 가서 열심히 불 껐는데 ‘왜 3초 일찍 도착하지 못해서 더 피해를 키웠냐’고 하는 거랑 똑같다”며 “이낙연 후보, 불 끄려고 노력은 해봤는지 묻고 싶다”고 날을 세웠다.

19일 오후 광주 MBC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 리허설에서 추미애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21.09.19.ⓒ사진 = 뉴시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대장동 논란으로 이 지사를 몰아세우는 이 전 대표에게 “야당, 언론 심지어 이낙연 후보는 대장동 사건을 이재명 후보의 개인 비리 문제로 자꾸 끌고 가려 하고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참 한심하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국기 문란 사건을 덮으려는 야당의 꼼수에 넘어가는 거 아닌가 걱정이다. 이슈를 이슈로 덮겠단 야당의 선거 전략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장동 사업에 대해서도 “민간 개발로 개발 이익이 전부 몽땅 민간에 넘어갈 뻔한 사업을 (이 지사가) 개발 방식을 바꿔 그나마 민간과 공공이 반반씩 개발 이익을 나눈 게 사실 아닌가”라며 “2010년 당시엔 여러 여건 상 공공 개발이 상당히 어려울 때였다. 그래서 지혜로운 개발 방법이라고 평가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 전 대표는 “절대 다수 언론과 절대 다수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 그에 대해서 민주당이 그 짐을 덜어야 할 거 아니냐”며 “이재명 후보가 본인은 관계없고 오히려 잘한 일이라고 하니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고 추 전 장관의 말을 맞받았다.

또 “설명을 요구하고, 매우 절제된 방법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그것마저 하지 말고 덕담할까. 그건 옳지 않다”며 “지금 추미애 후보만큼 제가 네거티브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오후 광주 MBC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 토론회 리허설에서 이낙연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2021.09.19.ⓒ뉴시스

북, 美 핵잠수함 이전에 촉각..'상응조치 취해질 것'

 

  • 기자명 이승현 기자 
  •  

  •  입력 2021.09.20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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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최근 미국이 오스트레일리아에 핵추진 잠수함 건조기술을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상응 조치가 취해질 수 있음을 경고했다.

    북한 외무성 보도국 대외보도실장은 20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 문답에서 "최근 미국이 영국, 오스트랄리아와 3자 안보협력체를 수립하고 오스트랄리아에 핵추진잠수함 건조기술을 이전하기로 한 것은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파괴하고 련쇄적인 핵군비경쟁을 유발시키는 매우 재미없고 위험천만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 "우리는 미국이 이러한 결정을 내린 배경과 전망에 대하여 엄밀히 분석하고 있으며 우리 국가의 안전에 조금이라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경우 반드시 상응한 대응을 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조성된 정세는 변천하는 국제안보환경에 대처하자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사업을 잠시도 늦추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다시금 확증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외보도실장은 '인도 태평양지역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한 백악관 대변인의 발언을 거론하면서 "그 어떤 나라든 자국의 이해관계에만 부합된다면 핵기술을 전파해도 무방하다는 주장으로서 국제적인 핵전파방지제도를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다름아닌 미국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 행정부의 집권 후 더욱 농후하게 나타나고 있는 미국의 이중기준행위는 보편적인 국제규범과 질서를 파괴하고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엄중히 위협하고 있다"고 거듭 비판했다.

    한편,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 15일(현지시각) 3국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창설을 발표하면서 구 소련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미·영간에만 공유해 오던 핵추진 잠수함 보유를 예외적으로 오스트레일리아에도 허용하기로 해 주목을 끌고 있다. 

    중국 견제용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류펑위 미국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이 즉시 "국가 간 협력이 특정국가를 표적으로 한 배타적 체제를 구축하거나, 제3국의 이해를 해치는 쪽으로 이뤄져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최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성공한 한국의 핵잠수함 개발구상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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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에 가족들과 싸우지 않는 비결, 엄청 간단합니다

     '우리는 더 사랑하기 위해 모였다' 이 한 가지만 기억하세

    21.09.19 19:46l최종 업데이트 21.09.19 20:16l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다 같이 모여 추수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다 같이 모여 추수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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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있으면 민족 대명절인 '한가위'가 다가온다. 한가위는 추석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매년 음력 8월 15일이다.

    한가위에 대해서는 여러 유래가 있지만, 우선 의미적으로는 크다는 뜻의 '한'과 가운데란 뜻의 '가위'가 합쳐져 일 년 중 가장 크고 중요한 날이라고 해석한다.

    예로부터 추석이 되면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다 같이 모여 추수한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이러한 연유로 "1년 열두 달 365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생겨났다고 한다.

    인심과 정을 나누는 추석을 앞두고, 몇 해가 지났지만 그날의 추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잔소리 폭격을 맞던 그날, 조카의 한마디 

    "어휴~! 쟤랑 어디 한 번 나가려면 속 터져. 쟤 놔두고 우리끼리 나가자!"
    "11시까지 준비하면 된다면서, 아직 11시가 안 됐는데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그날도 성격 급한 아버지는 화장대 앞에서 느긋하게 준비하는 나를 향해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과거에는 가족과 한 번 어디를 가려면 루틴처럼 이렇게 꼭 한 번씩 입씨름했던 기억이 난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 가족은 다 같이 여행을 자주 다녔는데, 그때마다 서로 얼마나 다른 사람인지 잘 알 수 있었다. 예컨대, 아버지는 출국 4시간 전부터 공항에 도착해서 밥을 먹어야 안심하는 부류였고, 나머지 가족은 그런 아버지를 따라나서기만 하면 되기에 몇 시 비행인지 공항에 도착해서 확인하는 그런 부류였다.


    가족 여행을 떠나는 과정에서 적잖이 받는 스트레스를 외부인은 알 리 없다. 수십 년의 세월을 같이 산 지금이야 내공이 쌓여서 괜찮지만, 서로가 마음의 평온을 찾는 과정은 제법 힘들었다.

    오죽하면 기타노 다케시 작가는 "가족이란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라고까지 표현했을까. 화목한 가정이라는 보기 좋은 타이틀은 담 넘어 이웃집 타인이 부여하는 훈장이라는 것쯤은 굳이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잘 알고 있다.

    그날도 가족과 외출 전 기분이 조금 상한 상태에서 마지막까지 혼자 방에 남아 단장을 하고 있었다. 다들 현관문을 열고 나갈 때, 누군가가 내 방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온다.

    "고모 정도라면 기다려줄 수 있는데..."

    내 허리보다도 키가 작은, 친오빠 아들인 조카 진욱이었다. 작고 조그만 아이는 혼잣말인 듯 툭 던지고는, 내 옆을 스쳐지나 그대로 침대 위에 올라가 누웠다. 순간 내 두 귀를 의심하며, 거울 보는 일을 멈추고 아이에게 다가가 되물었다.

    "진욱아~ 고모 정도라면 기다려줄 수 있다는 말이 무슨 뜻이야?"

    크고 동그란 두 눈동자를 빛내며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음~ 그건 말이죠. 고모를 아주 많이 좋아한다는 뜻이에요!"

    생각지도 못한 아이의 말 한마디에 불쾌했던 감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진욱이는 방금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의식하지 않은 채 아무렇지 않은 듯 침대 위에 누워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런 모습이 더욱더 사랑스러워 아이를 꼭 끌어안자 옥시토신이 분비되며 감동의 눈물이 글썽거렸다.

    '화목한 가족'으로 사는 법
     
     가족과 있으면 마냥 행복하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사랑하기 위해 우린 함께 하는 것이다.
    ▲  가족과 있으면 마냥 행복하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사랑하기 위해 우린 함께 하는 것이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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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진욱이는 그때보다 더욱더 예상치 못한 순간에 예상치 못한 멘트를 날리며 가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사실 우리 아버지는 자상한 성격으로 다정다감한 행동만큼은 로맨티시스트다. 단지, 안타깝게도 말로 천 냥 빚을 지는 그런 스타일이다. (웃음)

    이렇듯 가족이란 울타리 안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주고받는 상처와 아픔, 화해와 위로의 순간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얽히고설켜 있다. 살아온 세월의 크기만큼 커지는 공동 작품을 우리는 '화목'이라고 부르며, 가족이 함께 따뜻하게 지어 입고 있는 것은 아닐까.

    멋 부리지 않고 쉽게 말하자면, '화목한 가정'이란 징그럽게도 지지고 볶으면서도 끝끝내 서로의 손을 놓지 않은 결과 그뿐인 것 같다.

    추석 명절, 좋은 가족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비밀을 순수한 아이들은 동화 곰돌이 푸우의 이야기를 통해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랑해서 함께한 게 아니야.
    더 사랑하려고 함께 하는 거야.

    -곰돌이 푸우

    가족과 있으면 마냥 행복하기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사랑하기 위해 우린 함께 하는 것이다. 진정으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좋은 순간만을 기대하는 어리석음은 버려야 한다.

    지지고 볶고 싸우고 화가 나는 순간에도 부지런히 서로 사랑하면서 이해하는 가운데 행복이 무엇인지 배우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가까운 가족을 통해 인간관계를 깨달으면서, 올바로 화해하는 방법까지 자연스럽게 터득해 나가게 된다.

    이실직고하자면, 그날이 추석인지 평일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 대가족(사촌 식구 오 남매가 어릴 때부터 한동네에 살고 있다)은 수시로 만나 놀러 다니기 때문이다.

    그날도 가족끼리 모여서 느꼈던 분위기의 스토리만 추억 속에 남아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날, 어디에 가서, 무엇을 먹었는가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내 삶에 있어서는 그런 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그저 더 사랑하기 위해 다 같이 모여 충만했다는 느낌이 든다면, 나에겐 그날이 일 년 중에 가장 크고 중요한 한가위다.

    이번 추석에는 아버지 칠순을 맞아 오빠네 가족이 온다고 연락 왔다(원래 추석에는 오지 않고 새언니 친정이나 여행을 간다). 다행히 가정 내 8인까지는 모임이 가능하다고 하니, 아무래도 집에서 파티를 해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부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는 동욱이와, 자신은 부회장 선거에서 떨어져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진욱이 모두의 삶을 축하하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야겠다.

    덧붙이는 글 | 이은영 기자 브런치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https://brunch.co.kr/@yoconiso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