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일 일요일

권영국 '기후정의', 이재명 '기후산업', 김문수·이준석 '기후빌런'

 [내란, 그 다음의 세상-기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부터 실종된 대선… 노동자·시민·약자 관점, 민주노동당만


8년 전, 광장은 승리했다. 시민들은 엄동설한 속에 촛불을 밝혔고, 비선실세에 휘둘리던 무능하고 타락한 정권을 몰아냈다. 그야말로 '촛불혁명'이었다. 그러나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정권은 촛불의 열망을 제대로 실현해 내지 못했다. 노동자와 소수자·약자들의 삶은 그대로였다. 시민들은 학습했다. 정권 교체만으로 나의 삶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8년 만에 다시 기회가 왔다. 또 한 번의 조기 대선을 앞두고 시민들은 새 정부가 과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러한 바람을 담아 시민들은 겨우내 광장에서 '윤석열 퇴진'과 더불어 사회 대개혁 구호들을 목이 터지도록 외쳤다.

시민들이 바라는 새로운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 윤석열 퇴진 집회를 주도했던 '내란청산·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지난 2월 10일부터 3월 6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시민들이 바라는 사회대개혁 과제들을 분석했다. 그 결과, '차별금지와 인권보장' 31%, '민주주의와 정치개혁' 23%, '돌봄과 사회안전망' 8%, '노동권과 일자리' 7%, '평화와 통일' 7%, '기후위기 대응' 7%, '경제와 민생 안정' 6%, '교육' 5%, '생명존중’ 4%' 순으로 나타났다.

<프레시안>은 6.3 조기 대선을 앞두고 위 순서에 따라 분야별 개혁 과제들을 짚어본다. 새 정부가 가야 할 방향을 일러주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마지막편에서는 기후 과제를 살펴본다.

① 기후 망친 부유층… "오염자가 책임져" 말하는 후보는?

기후재앙을 막는 마지노선이라 불렸던 1.5도(℃)는 깨졌다. 1.5도는 국제사회가 2015년 파리협약으로 산업화(1850~1900년)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이 선은 넘지 말자'고 약속한 기준이다. 과학계는 1.5도를 넘으면 빙하가 급속히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등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변화한 기후를 되돌릴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세계기상기구는 지난 3월, 2024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5도 올랐다고 밝혔다.

대선 후보들은 기후 재난 상황에서 어떤 대응을 마련하고 있을까. <프레시안>은 지난 3월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발표한 10대 개혁 과제 중 기후정의·재생에너지 관련 내용을 기준으로 주요 후보 4명의 공약을 비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기후 공약이 없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비교 대상이 될 굵직한 공약은 없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산업 중심의 기후 적응',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공공성 중심의 기후 정의'로 요약할 수 있었다.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이 발표한 10대 개혁 과제의 기후 분야 중 '기후위기 책임 묻는 누진세 강화와 과감한 재정 투자로 주택·교통·식량·에너지 생태공공성 강화' 분야 과제. ⓒ프레시안

지난 7일 <네이처 클라이밋 체인지(Nature Climate Change)>에 '1990~2020년 지구 온난화의 65%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10% 계층에 책임이 있다'는 논문(바로가기)이 발표됐다. 이 중에서도 상위 1%는 20%의 책임을, 전 세계 80만 명밖에 되지 않는 상위 0.1% 계층은 8%의 책임이 있다고 분석됐다. 상위 10%는 연 소득 4만 2980유로(6700여만 원), 상위 1%는 14만7200유로(2억 3000여만 원), 상위 0.1%는 53만 7770유로(8억 3800여만 원) 이상을 버는 계층이다.

연구진은 "모두가 연 소득 하위 50% 수준으로 탄소를 배출했다면, 1990년 이후의 지구 온난화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전 세계 인구가 상위 10%, 1%, 그리고 0.1%처럼 배출했다면, 지구 기온 상승은 각각 2.9도, 6.7도, 생물이 생존할 수 없는 수준인 12.2도에 달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정의는 기후위기를 일으킨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진단하고, 책임을 오염자에게 정확히 묻자는 관점이다. 부유층과 부유국에 전적인 책임이 있지만, 피해는 저소득층과 빈곤국에 전가되기 때문이다. 남반구 국가들은 부유국과 다국적 화석연료 회사들의 탄소 배출량에 세율을 매겨 '기후손해배상세'를 걷은 뒤 UN 기후지원 자금에 적립하자고 주장한다. 한국에서도 '기후정의세'(2013), '탄소세'(2021, 2024) 등의 법안이 국회에 발의돼 왔다. 탄소를 과다 배출하는 화석연료 기업에 세금을 매겨, 탄소 배출량도 줄이고 기후 불평등 대응 재원을 마련하자는 안이다.

기후정의를 전제한 후보는 네 후보 가운데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밖에 없다. 권 후보는 "상속세 및 소득세, 법인세 등 최고세율 인상으로 기후정의세를 도입하고 국책은행 녹색공공투자은행을 설립해 재원을 조달하자"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배출량거래제 보완에 그쳤다. 기업마다 탄소 배출량의 한 해 상한을 두고, '폰 데이터사용량 거래'처럼 기업끼리 배출량을 거래할 수 있도록 정한 제도다. 이 후보는 21대 대선에선 탄소세를 공약했으나 이번 대선에선 제외했다. 증세 공약을 배제하며 탄소세까지 제외한 '우클릭' 결과로 보인다.

▲'2035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대폭 강화와 ‘탄소중립녹색성장법’을 ‘기후정의법’으로 전면 개정' 과제 관련 비교 표. ⓒ프레시안

② 온실가스 감축 목표, 권영국만 밝혔다

한국은 올해 UN에 2035년까지 감축할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UN 산하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23년 6차 보고서를 내고 '1.5도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지구적으로 온실가스를 2035년까지 60%(2019년 대비)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설정에 소극적이었다. 정부는 2021년, 2030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40%로 UN에 보고했는데,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최소 수준인 50%에 못 미쳐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2050년 탄소 순배출 '0'을 달성하겠단 정부 계획에도 한참 부족했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도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제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정부가 2030년까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를 2018년 대비 35% 이상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그 비율을 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헌재는 2031~2049년까지의 감축목표를 세우지 않은 데 대해 "미래에 과중한 부담을 이전한다"며 "위험상황에 상응하는 보호조치로써 필요 최소한의 성격을 못 갖췄다"고 밝혔다.

2035년 감축 목표치를 밝힌 후보도 권영국 후보 단 한 명이다. 권 후보는 70%를 목표치로 제시했고 정부의 기존 계획인 '제1차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계획'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후보는 "과학적 근거에 따른 2035년 이후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며 "헌재 결정을 감안해 책임있는 중간목표를 담은 탄소중립기본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이상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밖에 '기후에너지부'를 신설해 기후 위기 대응 문제를 푸는 컨트롤타워를 강화하고 탄소중립 산업을 육성한다고 밝혔다.

▲'석탄발전소 조기 폐쇄와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및 발전노동자 고용 보장' 과제 관련 비교 분석 표. ⓒ프레시안

③ 대규모 해고 위기, 노동자·주민 대변 진보정당만

화석연료 감축은 탄소중립의 핵심이다. 2023년 전 세계 탄소 배출량 374억 톤 중 절반이 넘는 200억 톤을 36개 화석연료 기업이 배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 중 41.4%가 석탄으로 인한 배출량이다. 한국도 전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중 76%(2022년 기준)가 에너지 소비 과정에서 발생한다.

정부는 지난 5월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38년까지 노후 화력발전소 40기(총 5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한다고 밝혔다. 당장 올해 말 태안화력 1기가 폐쇄된다. 그러나 현장 노동자들은 폐쇄 과정과 그 이후의 계획을 아직도 전달받지 못했다. 2026년엔 3기, 2027년엔 5기가 차례로 폐쇄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화력발전소 폐쇄로 2030년 약 1만 6000명(2019년 대비)의 인력이 감축된다고 추산했다. 산업부의 2021년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충남도는 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라 27조 원의 경제적 피해를 볼 것으로 분석됐다. 화석연료 발전 중단 과정에 주민과 노동자의 동등한 참여가 필수적인 이유다. 이른바 '정의로운 전환'이다.

정의로운 전환을 공약한 후보도 권영국 후보에 그친다. 정의로운 전환을 주장하는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는 지난 22일 "주요 후보들의 탈석탄 정책은 안일하기만 하다"며 "이재명 후보는 2040년 탈석탄이라는 미진한 목표를 제시했고, 김문수 후보는 그러한 언급조차 없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권영국 후보만이 2035년 탈석탄을 공약했고 공공 재생에너지를 통해 에너지 전환 역량을 강화한다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기후 변화에 따른 노동자의 타격과 관련해 권 후보는 "정의로운 탈석탄법을 제정해 발전노동자의 총고용을 보장하고, 내연기관 산업 노동자들의 정의로운 전환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며 "단체 교섭 범위 확대를 위한 법제도 개선"을 공약했다. 이재명 후보는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및 고용 전환과 신산업 역량 개발 지원"을 약속했다.

▲'기후생태 위기에 대응하는 헌법 개정' 관련 비교 표. ⓒ프레시안

④ 김문수·이준석 '핵발전', 이재명 '민영화', 권영국 '공공화'

화석연료 감축과 동시에 재생에너지를 확충해야 한다. 한국은 전체 발전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10.5%(2023년)로 OECD 38개국 중 가장 낮다. 이마저 90%가량은 해외자본과 민간기업의 투자로 이뤄졌다. 발전사업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단지는 92.8%가 국내 대기업과 해외 다국적 기업의 투자다.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핵발전 확대 공약만 있다. 이재명 후보의 주요 공약은 '에너지 고속도로' 건립과 '햇빛·바람 연금' 정책이다. 호남 해안 풍력단지 등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와 수도권을 잇는 전력망(에너지 고속도로)을 만들고, 주민 참여형 재생에너지를 활성화해 주민에게 돌아가는 발전 이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산업단지에 에너지 저장 장치(ESS)를 확충해 RE100(100% 재생에너지로 생산)을 실현하고, 재생에너지 발전소와 산업단지를 연결하는 전력망을 확충한다고도 밝혔다.

이 후보는 재생에너지에 대한 공적 개입은 언급하지 않았다. 현재 민영화된 구조를 상수로 둔다. 주민 참여형 에너지사업 경우, 표면적으로는 이익이 공유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론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에 상당한 자금이 들어가 전력 구매자(한국전력 등)가 이를 부담하고, 이는 시민들의 더 비싼 요금 납부로 이어진다는 위험도 있다.

에너지 고속도로도 지역 간 불평등과 주민 수용성 문제를 피하지 못한다. 밀양은 울산 신고리 핵발전소의 전력을 수도권으로 올리는 데 필요한 송전탑을 세우려다 격렬한 주민 반발을 야기한 지역이다. 현재 에너지 고속도로가 관통할 정읍, 완주, 무주, 진안, 부안, 장수 등의 주민들도 지역마다 대책위원회를 꾸려 "송전선로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권 후보는 "기후·에너지·산업을 총괄하는 '기후경제부'를 신설하고, 국회 기후특위에 입법권과 예산심사권을 부여하며, 재생에너지 전문 국책 연구 기관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또 "발전공기업 5개사의 석탄발전소를 2035년까지 조기 폐쇄하고 공공 재생에너지로 신속히 전환해 재생에너지 비율을 60%까지 달성하겠다"며 "해외 자본에 의한 해상풍력 추진을 규제해 국부 유출을 막고, 막대한 민영화 비용을 줄이겠다"고 제안했다.(끝)

손가영

[정욱식 칼럼] 주한미군 딜레마? ‘더 큰 대한민국’으로 풀어야

 방위비 분담금부터 역할 변경까지, 차기 정부의 난제로 떠오를 주한미군

수동적인 입장에서 동아시아의 평화를 주도할 수 있는 능동적 자세 가져야

일방적 두려움은 적대감을 낳지만, 공유된 두려움은 공감을 만들 수 있어

수정 2025-06-02 07:05등록 2025-06-02 07:05

6월 4일 취임할 한국의 차기 정부가 마주할 가장 큰 딜레마 가운데 하나는 주한미군이 될 것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요구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방위비 분담금을 비롯한 미국의 한국 방어 비용 증액이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지론이다. 둘째는 주한미군 감축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한미군 28,500명 가운데 4,500명을 괌을 비롯해 인도 태평양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셋째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2000년대 초반 이래 미국이 꾸준히 추구해온 것인데, 최근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을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 혹은 고정된 항공모함”이라고 부르면서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주한미군 감축과 역할 변경은 어울리는 짝은 아니다. 이는 미국 내부의 이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엘브릿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을 비롯한 일부 인사들은 중국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을 감축해 괌 등으로 이전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브런슨은 대중 견제에 있어서도 중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주한미군의 전력을 유지·강화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전방에 배치되어 있음으로써, 사실상 적의 접근거부·지역거부(A2/AD) 영역 안에서, 그리고 그들의 심리적 공간 안에서 작전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주한미군 사령관으로서 감축 논의를 무마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대중 견제 역할을 강조한 셈이다.

이러한 미국 내부의 이견이 어떻게 조율될지는 콜비 주도로 작성 중인 ‘국방전략지침’이 나와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방식은 다르지만 미국 내에선 이구동성으로 미국의 핵심 전략이 중국, 특히 양안 분쟁 대비에 맞춰져야 한다는 데에 모이지고 있고, 감축이든 유지·강화든 주한미군의 변화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뤄질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차기 한국 정부를 상대로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는 물론이고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과 감축 카드를 동시에 꺼내들면서 양자택일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는 우리에게 큰 딜레마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전략적 유연성을 수용하면 원하지 않는 전쟁에 휘말릴 우려도 커지고 윤석열 정부 때 악화일로를 걸어온 한중관계 회복에도 큰 걸림돌이 되고 만다. 반대로 미국이 감축을 추진하면, ‘안보 공백론’과 더불어 보수 진영에선 그 책임을 우리 정부에 돌리면서 정쟁의 수단으로 삼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익 중심의 판단이 중요하다. 주한미군의 규모·역할·분담금을 현 상태로 유지하는 게 그나마 낫다고 여길 순 있지만, 현실적으론 가능해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감축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게 낫다고 본다. 감축을 막기 위해 분담금을 올려주고 미군의 역할 변경도 수용하는 게 막대한 국익 손실에 해당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의 사고와 시야는 ‘더 큰 한국’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미국발 의제에 갇혀 있었다. 21세기 이래 모든 미국 행정부들이 전략적 유연성을 추구한 데에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 투입 옵션을 갖겠다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한국은 이를 인정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놓고 고심해왔다. 이렇게 ‘미국의 범위’에 갇힐수록 딜레마를 풀 수 있는 길은 더더욱 좁아지고 만다. 그래서 우리는 두 가지를 깨달아야 한다. 첫째는 주한미군의 역할 변경 시도는 미국의 대중 봉쇄 전략의 일부라는 것이다. 둘째는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투입 여부와 그 수준에 영향을 받겠지만 한국 역시 중대한 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 큰 한국’은 대만 해협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증진하기 위해서 어떤 방식이 더 나은지를 놓고 ‘큰 틀’에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진지하고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함께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추구하려는 방향은 군비증강과 동맹 강화를 통한 ‘대중 억제 일변도’이다. 억제의 취지는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 통일을 시도할 경우 중국이 치르게 될 대가의 크기를 깨닫게 해 이를 저지하겠다는 데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더 크다. 중국은 이를 대만의 독립을 부추기는 의도로 보고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곤 한다. 대만을 향해서 무력시위를 일상화하는 한편, 외부세력을 향해서도 개입의 대가가 매우 클 것이라고 위협한다. 그 결과 군비경쟁과 군사적 긴장이 격화되면서 대만 해협의 위기지수도 계속 높아져왔다. 이는 한편으론 민생과 기후변화 대응에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다른 한편으론 우발적 충돌과 확전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이제는 이러한 ‘악순환의 늪’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정부와 민간을 막론하고 한국도 역할을 찾아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만 해협의 미래에 대해서 경고와 우려와 목소리는 높지만, 정작 대안적인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기에 더욱 그러하다.

우리가 동아시아의 일원으로 국제사회에 논의를 제안할 수 있는 의제는 다양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주문하고 싶은 것은 ‘두려움의 공유’이다. 대만 해협의 위기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현상은 ‘일방적 두려움’의 산물이다. 일방적 두려움은 상대를 위협으로 인식해 적대적 언사와 군사 태세를 강화하는 사유로 작용한다. 그런데 두려움 역시 상대가 있는 게임이다. 어느 일방의 공포가 상대에 대한 적대감으로 표출되면 그 상대 역시 적대적 언행으로 응수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공유된 두려움’은 공감과 연대를 낳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 나도 두렵지만 상대도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자제의 미덕과 의사소통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두려움의 공유를 ‘동맹의 체인’의 대항적인 담론으로 승화시킬 필요가 있다. 어떤 사유로든 양안 전쟁이 발생해 미국이 개입하면, 1차 세계대전과 유사하게 관련국들이 동맹의 사슬에 엮여 전화(戰火)가 ‘동맹의 바람’을 타고 동아시아 전체로 번질 수 있다. 미국의 동맹인 한국·일본·호주·필리핀이, 중국의 동맹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조선)과 조선의 동맹인 러시아가 개입·연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끔찍한 시나리오는 두려움의 방정식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냉전 시대에서도 그 함의를 찾을 수 있다. 적대적 경쟁심에 도취되어 군비경쟁에 몰두했던 미국과 소련이 각종 군비통제·군축 조약에 합의하고 냉전 종식에 합의할 수 있었던 데에는 ‘핵전쟁이 모두를 절멸시킬 수 있다’는 두려움의 공유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양안 관계의 제3자이니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은 미국의 동맹이니 미국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위험천만하다. 양안 전쟁 발생시 조선의 도발 가능성에만 집중하는 시각은, 정작 조선이 느끼는 두려움을 외면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대만 문제를 둘러싼 ‘적대적이고 불안한 현상유지’를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현상유지’로 바꾸자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 군비통제와 신뢰구축을 통해 군사적·전략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제안해야 한다. 두려움의 자각과 공유는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장 겸 평화네트워크 대표 wooki나@gmail.com

'리박스쿨-국민의힘-교육부' 연결고리 드러나…'여론조작, 사이버 내란' 비판

 


  • 기자명 김준 기자
  •  
  •  승인 2025.06.0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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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조작 의혹 수사, 사건 배당
리박스쿨, 국민의힘의 하청?
김문수, 이주호와도 인연 깊어
“교육부, 방조 정황 조사 필요”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 부단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 조작팀을 만들어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 단체 리박스쿨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신속대응단 부단장을 비롯한 의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자손군(댓글로 나라를 구하는 자유손가락 군대)'이라는 댓글 조작팀을 만들어 여론 조작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보수 단체 리박스쿨을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국민의힘이 대선 앞두고 극우 성향 단체와 손잡고 여론조작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있다는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극우 성향의 역사교육 단체 ‘리박스쿨’을 앞세워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에 조직원을 침투시키고, ‘자손군’이라는 온라인 댓글 부대를 활용해 특정 후보에 대한 여론을 조작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 국민의힘 현역 의원들과 교육부 자문 시스템까지 얽혀 있다는 점에서, ‘국가기관과 공교육을 총동원한 ‘선거판 기획통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리박스쿨 사태에 국민의힘은 공개적으로 거리를 두고 있지만, 리박스쿨과 김문수 후보 사이의 접점이 너무 많다. 2018년 강연, 2019년 선거교육 협력, 2025년 지지선언까지 이어지는 인연은 단순한 우연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경찰청은 서울경찰청 산하에 전담 수사팀을 구성해 해당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야3당 소속 국회 행정안전위원들은 이날 오전 경찰청을 방문해 “사이버 여론조작과 교육현장 침투를 연계한 정치공작”이라며 전면적 수사를 촉구했고, 경찰은 “강력하고 신속한 수사”를 약속했다. 경찰은 현재 고발인 조사와 증거 채집을 진행 중이며, 관련자 소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박스쿨, 국민의힘 하청?

최근 뉴스타파 보도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리박스쿨은 ‘자손군’이라는 명칭의 댓글 조직을 운영해 특정 후보를 비방하는 여론 조작 활동을 벌였고, 그 참여 인원 다수를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 프로그램에 강사로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정신 계승’을 내세운 민간 교육단체로, ‘창의체험활동지도사’라는 이름의 민간 자격증을 자체 발급하며 강사 인력을 조직적으로 모집했다. 뉴스타파의 잠입 취재 결과, 이 자격증을 발급받은 일부 인원이 실제로 서울 시내 10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진행한 정황이 확인됐다. 해당 수업은 ‘한국늘봄교육연합회’ 명의로 운영됐으며, 서울교육대학교와의 협약을 통해 정식 프로그램으로 편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에 참여한 강사들이 ‘자손군’ 조직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여론조작과 공교육 침투가 연계된 정치공작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자손군은 ‘자유손가락군대’의 줄임말로, 온라인 포털 뉴스 기사에 특정 정치인에 대한 비방·지지 댓글을 집단적으로 작성하고 공감 수를 조작해 노출 순위를 조작했다는 주장이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을 통해 제기됐다. 이들이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 대한 비방과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에 대한 지지 댓글 활동을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5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학부모 단체’ 명의로 이재명 후보의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인데, 자리를 주선한 인물은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이었다. 이 자리의 발언자 중 상당수는 리박스쿨 산하 자손군 조직원으로 확인됐고, 일부는 방과후 강사로도 활동 중이었다. 기자회견에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함께했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해당 기자회견은 조작된 여론을 기반으로 한 정치 활동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김문수, 이주호와도 인연 깊어

김문수 후보와 리박스쿨의 과거 관계도 확인되고 있다. 2018년과 2019년 사이, 리박스쿨의 전신인 프리덤칼리지장학회가 주최한 교육 행사에서 김 후보는 강사로 초청됐고, 장학회에 기고문을 남긴 바 있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리박스쿨이 진행한 ‘자유필승선거학교’ 교육 프로그램에는 김문수TV가 협력기관으로 참여했으며, 최근에는 리박스쿨 대표 손효숙 씨가 포함된 보수단체가 김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발표하기도 했다. 해당 지지선언은 국민의힘 이인선 의원 주선으로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김문수 후보 측은 현재까지 리박스쿨과의 연계성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며, 국민의힘 또한 해당 단체와의 조직적 관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리박스쿨 대표 손효숙 씨가 현직 교육부장관 이주호 씨의 정책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사태는 교육부와의 제도적 연결 고리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정책자문위원회는 장관 직속 기구로, 교육정책 전반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자리이다. 손 씨는 교육계 경력이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자문위원에 위촉됐으며, 그 인선 과정에서 교육부 내 특정 인사가 개입했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교육부 방조·협조한 정황 조사 필요”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6월 1일 선대위 회의에서 “손효숙 대표를 추천한 인사는 이주호 장관의 최측근 정책자문관 중 한 명으로, 뉴라이트 성향을 가진 인물로 알려져 있다”며 “교육부가 방조 또는 협조한 정황이 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뉴스타파 취재 영상에서는 리박스쿨 측이 “늘봄학교 시스템을 활용해 뉴라이트 역사관을 전국 교육현장에 확산시키겠다”는 발언을 했고, 방과후 교사 채용을 위한 자격증 발급이 이 목적과 연결된 구조였음이 확인된다.

이번 사건은 사이버 여론조작이 교육정책과 맞물려 정치적으로 활용된 최초의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민간자격증 관리 체계, 방과후 위탁교육 제도, 교육부 자문위원 선정 시스템 등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준 기자 

북의 경제발전, 한반도 평화로 가는 관문이 될 수 있을까?

 

[기고] 원산 갈마관광 개장과 특구법 제정의 의미 / 정성희

  • 기자명 정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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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6.0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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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희 / 소통과혁신연구소 소장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광경 . 북한은 6월 갈마해안관광지구의 본격적인 개장을 예고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 광경 . 북한은 6월 갈마해안관광지구의 본격적인 개장을 예고했다. [사진-노동신문 갈무리]

2025년 6월 북한이 원산 갈마해안관광지구의 본격적인 개장을 예고했다. 동시에 이 지역을 대상으로 한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법」이라는 특구법이 5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35차 전원회의에서 심의·채택되었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의 시설규모는 호텔 12개, 콘도 27개 동, 펜션과 민박 등 총 2만 개에 가까운 객실이 마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단순한 관광 인프라의 조성이 아니라, 북한의 경제전략 전환, 외교·군사 정세 변화, 한반도 평화 체제 재편과도 밀접히 연관된 중대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관광지 개발을 넘어선 ‘경제전략의 제도화’

북한은 원산 갈마 지역을 금강산 관광지구, 마식령 스키장과 연계된 복합 관광지로 개발해 왔다. 2014년 6월 개발 계획 발표 후 같은 해 7월 착공했다. 그러나 미국 주도 유엔의 대북 제재와 코로나19의 이중 압박으로 완공이 지연되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이 이 지역을 직접 시찰하며 “지방 진흥과 나라의 경제 장성을 추동하는 전략적 지대”라고 밝힌 것은 단지 관광 사업 차원을 넘어 국가 전략으로 격상시켰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번에 새로 제정된 「원산갈마해안관광특별구법」은 외자 유치, 투자기업 운영, 조세·행정 특례 조항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기존의 일반 경제개발구법과는 별도로 설계되었다. 이는 북한이 경제특구를 보다 정밀하게 제도화하여, 외국인 투자자와 협력국을 대상으로 예측 가능성과 제도적 안정성을 보장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전략국가화와 ‘경제적 다극화’ 실험

북한은 2023년 12월 23일부터 27일까지 개최된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전략국가 건설의 두 축은 강력한 국방력과 자립적 경제”라고 천명했다. 원산 갈마 관광지구는 바로 이 자립경제의 상징적 실험장이다. 특구법을 통해 법적 안정성을 부여하고, 관광·물류·교통 인프라를 집중 배치하는 방식은 기존의 군사 우선 전략을 보완하는 ‘경제적 다극화’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의 전략국가 구상이 단지 핵무력 고도화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제도적 개방과 통제된 시장화, 지역 특화 개발로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북한과 러시아는 경제·군사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시키고 있다. 연해주 관광객의 전세기 방북 추진, 북러 교통망 복원 등이 논의되고 있으며, 원산 갈마 지역은 이 새로운 관광 루트의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중국 역시 단둥·혜산·훈춘 등 국경 지역에서 관광특구 개발을 추진해 왔고, 북한의 특구법 제정은 이러한 지역 기반 협력 확대의 제도적 토대가 된다. 북은 자력갱생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북러·북중 협력 속에서 제한적 개방과 외화 확보를 꾀하는 전략을 제도화하고 있다.

중국 및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라선(나진·선봉) 경제특구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개방이 이루어졌다. 2025년 2월 말 서방 단체관광객을 받아들였는데, 약 3주 만에 외부 정보 유입, 내부 실상 노출 등 악영향 우려로 관광을 중단한 바 있다. 5월 평양에서 열린 국제상품전람회에 외국인 관광객이 초청되었으며, 묘향산의 국제친선전람관 방문도 일정에 포함되었다. 이는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비(非)러시아 관광객에게 허용된 사례이다.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시도 3월 1일부터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공식 개방되었다. 개인 자유여행은 허용되지 않고 하루 입국자 수는 300명으로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대화재개 요청과 ‘경제 카드’의 시그널

트럼프는 3월 13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며, 김정은 위원장을 "그와 매우 잘 지냈다.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와의 관계를 재개할 의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4월 1일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김정은과의 소통이 있다" "언젠가 그와 관련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미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훌륭한 해변을 가지고 있다. 포탄을 바다로 쏘는 장면을 보면 정말 멋진 전망이다. ‘저기에 콘도를 지으면 좋겠군’이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발언을 통해 북한의 해안 지역이 관광지로서의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한 바 있다.

북한이 원산 갈마 관광지구를 개장하고, 특구법까지 제정한 시점은 이러한 대화 재개 가능성에 대한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 트럼프가 북에 경제 인센티브를 제시하려 할 경우, 북한은 이미 준비된 특구법과 관광지구라는 실물 기반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경제 카드’를 복원하려는 북한의 의도를 반영한다.

과거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남북 화해·협력의 결정적 경로였다. 원산 갈마 관광지구가 제도화된 특구로서 개방된다면, 장기적으로 남북 경협 복원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윤석열 내란세력의 대북 적대로 단절되어 있으나, 6.3대선으로 등장하는 새 정부가 미국의 간섭을 극복하고 남북합의 실행의지를 확고히 갖출 경우, 이 관광특구는 남북 협력의 실질적 교두보로 작용할 수 있다. 나아가, 한반도 평화경제 구상을 다시 실현 가능한 논의로 되살릴 가능성을 품고 있다.

남북 경협 복원과 한반도 평화체제에 주는 함의

원산 갈마 관광지구 개장과 특구법 제정은 북한 내부에서 경제개발과 외교 전략의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는 단지 관광지 하나의 문제를 넘어, 북한의 ‘전략국가화’ 구상 속에서 경제 개방의 제도화, 북러·북중 협력의 확장, 미국과의 협상 기반 조성, 남북 협력의 재건 가능성이라는 다층적 함의를 가진다.

향후 이 지역이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을 맞이하고, 외자를 유치하며, 남북 공동 프로젝트로 확대될 수 있을지 여부는 북한의 내부 변화와 더불어, 남측과 국제사회의 대응에 달려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원산 갈마 관광지구가 이제 북한 경제전략의 실험장이자, 향후 한반도 평화체제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바로미터가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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