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1일 금요일

[연재] 한홍구TV, 거짓과 진실, 그리고 헛소리 6

 

한 교수의 ‘닭론’
강진욱  | 등록:2020-12-11 14:12:39 | 최종:2020-12-11 14:17:05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한홍구TV, 거짓과 진실, 그리고 헛소리 6
- 11월 26일 방송 ‘KAL 858기 폭파사건’에 대하여

강진욱 <1983 버마> 저자

6. 한 교수의 ‘닭론’

한 교수가 사건 전후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으면서 KAL 858기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그가 오만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어떤 분야든 연구자가 한 번 편견에 사로잡히면 그 연구는 주관적 오류의 늪을 헤매게 된다. 그 연구자가 권위와 명성을 얻어 오만해지기까지 하면 그의 연구는 사회에 해악을 끼치게 된다. 한 교수가 그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먼저 그의 편견. 그는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부터 북을 의심했단다. 왜 그랬는지는 얘기하지 않는다.

[87년부터 제가 이렇게 .. 사건을 들여다봤을 때 ... 안기부보다는 저는 북한을 의심했어요. 안기부 수사 결과를 ... 어 ... 수사결과가 허점이 많았지만 ... 큰 틀에서는 맞는 게 아닌가 ... 개인적으로는 그런 판단을 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대표적인 ‘친북.종북 역사학자’.. 소리를 많이 듣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게.. KAL 사건은 북에서 한 게 아닌가 ... 그렇게 생각했어요. 진보 진영 내에서도 북한에 굉장히 비판적인 친구들 ... 사노맹이나 옛날 CA그룹들[CA=제헌의회. PD계열 운동권]은 ... 제가 조직 활동으로 어디 끼어들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분류될 때 .. (저를) 친 NL .. 그렇게들 많이 분류를 했던 것 같아요 ... 그래서 친북이다.. 제가 김일성을 전공을 했으니까 ... 이때는 아직 아니었지만 김일성으로 박사 논문을 쓰고 그랬으니까 ... 그래서 북한에 대해서 제가 좀 ... 긍정적 ... 긍정적이랄까 ... 북한을 들(덜) 비난하는 편이었는데 ... 그래도 이 사건에 대해서는 ‘북한이 한 것 맞는 것 같애’ ...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어요 .. 저는 천안함 사건에 대해서는 지금도 북이 했다고는 .. 잘 믿어지지가 않아요. 그런데 KAL 사건 만큼은 .. ‘아 이거 북이 했어’ .. 아웅산 사건은 ... ‘아 이거 북이 했어’ ... ]

1987년 11월 29일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자신의 견해를 표시하는 이들은 크게 둘로 갈렸다. 전두환 정권의 자작극이라고 의심하는 축과 북한의 소행이라고 이를 가는 축으로. 사건에 대한 조사는커녕 사건의 정황조차 알려지기 전이었으니 누구를 의심하든 근거는 없었다. 광주에서의 학살 만행에 치를 떠는 사람들은 당연히 전두환네를 의심했고, 평소에 ‘북괴’ ‘빨갱이’ 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의례 ‘북괴의 만행’을 상상했을 뿐이다. KAL 사건이 나던 때 대학원생이었을 한 교수가 지레 이북을 의심한 근거 역시 없었다. 단지 편견이 있었을 뿐이다. 그의 다음 말을 보자. 

[제 대학동장 ... 친한 친구죠 ... CA그룹의 대장이었죠 ... 최OO라고 ... 그 친구하고 얘길하다가 .. KAL858 사건 얘기가 나와서, ... 나는 ‘그거 북이 한 거 같다’고 했더니 그 친구는 깜짝 놀라서 ... ‘북이 했을 리가 없다’ .. 얘기도 하면서 .. ‘너는 평소 북에 대해서 많이 옹호하면서 왜 이러냐’ 하면서 ... 그렇게 좀 저를 비판한다고나 할까요 ... ‘북이 이런 일을 할 리가 없지 않느냐, 노동자들을 ... ’ ... 제가 농담으로 ... 친구니까 농담으로 ... “야 북한은 닭 안 키우냐? 북한 관료집단에도 닭같은 놈들이 있어서 한국 선거 망쳐먹을려고 그렇게 개입할 수 있어 .. 국가는 다 그런거야!” 저는 그렇게 주장을 했었습니다.]

흔히 쓰는 ‘개같은’이란 말 대신 ‘닭같은’이란 표현을 쓴 것은 ‘친북(?) 역사학자’ 나름의 예의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이 나라 분단의 역사에 큰 생채기를 남긴 사건이 일어나자마자 북한의 소행을 의심했다면 왜 그랬는지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나. 궁금해 하는 사람 앞에 놓고 ‘아, 그런 게 있어 ... 있다니까아~’ 하는 태도다. 
  

( 한홍구tv)

말은 ‘농담조’였지만 ‘이북에도 닭같은 놈들이 있어’라는 그의 말은 진담이었다. 그는 막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조사를 해 보니 그랬다고 말하지만, ‘이북에도 닭같은 놈들이 있다’는 맹신이 결론보다 앞서 있었다.

[아... 이게 저도 조사가 끝난 다음에 깨달았습니다. 이 공작이 성공한 공작이구나. 그러니까, 지금처럼 남북대화가 이루어지고 남북 간에 새로운 신뢰를 쌓을려고 할 때가 아니고, ... 지금도 그 ... 북한에서도 닭을 많이 키운다. 닭대가리 가진 놈들이 .. 정부에 있게 마련이고 ... 그런 놈들이 의사 결정을 해서 남북관계나 남쪽의 선거를 망쳐버렸다. 물론 우리의 힘이 컸다면, 우리가 단결돼 있었다면 북한이 저런 닭-짓을 해도 우리 민주정권이 들어설 수 있었겠죠.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는 또 유튜브 시청자가 자신의 ‘닭같은 ... ’ 이라는 표현에 동의한데 대해 고맙다며 매우 흡족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안OO 씨 ... 조금씩 이해가 된다고 하시니까 인제 ... 고맙구요 ... “남북한의 닭대가리들이 공히 민족의 공적이네∼”(댓글) ... 에에 .. (만족스러운듯 웃으면서) ... 닭이 들으면 억울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의 ‘닭론’은 그의 ‘친북’이 지극히 제한적이고 선택적임을 웅변한다. 김일성 주석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박정희 시절 어떤 덜떨어진 인사가 상상해 낸 ‘가짜 김일성론’을 정면으로 부정한 그의 용기가 그의 ‘친북’ 이미지를 과대포장했을 것이다. 

그의 뜬금없는 ‘닭론’의 연원을 추리했다. ‘이북에는 닭같은 놈들이 있다!’는 그의 주장은 아마도 소위 맹동주의자 처벌 및 김 주석의 사과 ‘설’(說)에 이북의 일본인 납치 ‘사실’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한 맹동주의자 처벌’이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김현희가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난 이야기는 했다), 이 둘 말고는 달리 그의 ‘닭론’의 연원으로 추리할 만한 것이 없다. 

그는 어떤 ‘설’과 어떤 ‘사실’을 결합해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설’은 근거 없는 낭설일 뿐이고, 일본인 몇 명을 납치했다는 사실만으로 115명을 공중 폭살한 KAL 858 사건의 극악무도함을 설명할 수 없다. 한 교수의 ‘닭론’은 이북에 대한 선입견과 그로 인한 판단의 오류가 빚은 잘못된 결론이다.

우선 ‘납치’ 건. 북측은 1977.8년 일본인 몇 명을 납치해 간 것은 사실이다.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일 위원장이 이를 시인했고 정식으로 사과했다. 납치의 이유가 무엇이었건 그 자체만으로도 영원이 오점으로 남을 국가범죄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납치자들을 데려가 무슨 생체실험 따위를 한 게 아니고 이미 들어와 살고 있는 일본인들과 결혼도 시켰고(결코 행복한 삶을 살 수는 없었겠지만), 2004년 생존자들을 돌려보냈다.

한 교수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 교수가 이 ‘납치’ 건만으로는 자신의 ‘닭론’을 도출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 ‘닭론’의 원천은 결국 ‘맹동주의자 처벌론’으로 귀결된다.

1968년 1월 21일 소위 ‘김신조 부대’가 청와대를 기습하고 박 대통령을 암살하려했다고들 이야기한다. 이 해괴한 사건이 있고 4년 여 만인 1972년 남북이 7.4 남북공동성명에 합의할 때 밀사(密使)로 평양에 갔던 이후락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김일성 수상에게서 직접, 1.21 사건에 대한 사과의 말과 함께 그 사건을 벌인 ‘좌경 맹동주의자들을 철직(撤職.사직)시켰다’는 말을 들.었.다.더.라.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이 김일성 수상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1972년 5월 2일.)

한 교수가 말하는 ‘닭같은 X들’은 ‘맹동주의자들’이란 표현에서 추출됐을 것이다. 그러나 ‘맹동주의자 처벌 및 김 주석의 사과’는 지금까지 그 누구도 - ‘학자연’하는 이들까지 포함해 - 이 ‘설’의 진위를 확인한 이가 없다. 그냥 ‘그랬대∼’. 항설이 반세기가 넘도록 유령처럼 나라 안팎을 떠돌다 ‘정설’을 넘어 ‘학설’이 됐다.

그러니 한 교수만 나무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대한민국의 역사 연구가 엉터리라는 사실이 역사학자의 무책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도 없다.(*이 항설의 진위를 논해 보고자 하는 이가 나타나 주기 바란다. 반세기 넘게 ‘닭짓’을 했어도, 이제라도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 기쁜 일 아닌가.)

또한 필자는 해괴망측한 ‘김신조 이야기’를 믿지 않는다. ‘김현희 이야기’가 전두환네 안기부가 조작한 각본이듯, ‘김신조 이야기’는 모두 박정희네 육군방첩대와 중앙정보부가 조작한 각본이라고 본다. 김신조는 사건 당시 자신과 “한 조가 돼 ‘간첩 퇴로 차단 작전’(?)을 벌였다”는 이진삼 씨(당시 육군방첩대 특공대장. 중위. 훗날 육군참모총장, 국회의원(자유선진당) 지냄)와 지금까지도 ‘형님’ ‘아우님’ 하고 지낸다.

(이진삼 전 의원과 김신조 씨 인터뷰 / 신동아 2016년 8월호)

김현희가 세계적이 베스트셀러를 내고(안기부가 대필작가를 동원해 쓰레기같은 책을 내고 국민 세금을 들여 각국 언어로 번역해 뿌리고) 전국 공안검사(님)들을 주욱 앉혀 놓고 ‘안보강연’을 하시는(하셨다는) 웃기는 현실이나, ‘박정희 모가지를 떼러’ 왔다던 김신조가 ‘나, 38선을 넘어가 인민군 33명을 살해했어’라고 자랑질하는 ‘북파공작의 전설’과 호형호제하는 현실이나 ... 이런 ‘그로테스크한’ 현실은 한 교수와 그 아류들의 역사 연구에는 포함되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 해괴한 현실을 역사 연구의 소재로 삼아 그 내막 또는 그런 현상의 본질을 드러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역사연구 아닌가. 역사학자랍시고 행세하는 자들이 이 일을 하지 않으니 김신조나 김현희 따위가 마구 내뱉는 말이 ‘대한민국의 역사’가 돼 버렸잖나!

백보를 양보해, 한 교수가 철석같이 믿고 있듯이(그렇게 믿고 있을 것을 전제했다) 김신조 이야기도 사실이고 그 맹동주의자 처벌 및 사과설이 사실이라 해도, 한 교수가 ‘닭론’을 주장하려면 긴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북측이 1968년 사건을 저지른 맹동주의자들을 처벌했고 1972년에 김일성 주석이 직접 이후락 부장에게 사과의 말을 했는데, 이후 ‘닭같은 X들’이 또 생겨 1987년에 또 남측을 상대로 테러를 저질렀(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해야 한다.

1.21 사건 이후에도 ‘박정희의 목’을 노렸다고 널리 회자되는 사건이 여러 건 있다. 1974년 육영수 살해 사건(속칭 ‘문세광 사건’)이 대표적이고, 1970년 6월 22일 서울 현충문 폭파 사건도 있다. 후자는 6.25 기념식에 오는 박 대통령이 현충문을 통과할 때 현충문을 폭파시키려다 폭약을 설치하던 ‘무장공비’(?) 한 명이 폭사하고 두 명이 도망쳤다는 사건이다. 박정희네 영용한 군.경은 곧바로 김포 일대를 이 잡듯 뒤져 그 두 명도 사살했다는 드라마틱한 각본이 돋보였다.

( 1970.6.22 경향신문)

이북에는 맹동주의자들만 있나? 왜 없애도 없애도 또 생기지? 1972년 김일성 주석이 뭘 사과했다면 2년 전 일어난 현충문 사건도 얘기했어야지! 그렇게 사과해 놓고 2년 뒤에 또 박정희 목을 노리고 총도 제대로 못 쏘는 ‘얼빵한 자객’(문세광)을 보냈을까? 또 나중에는 전두환 대통령의 목을 노려? 한 교수는 이렇게 믿고 있음에 틀림없다. 실제로 한 교수는 학생들과의 현장학습을 나가 현충문 앞에서 묵념을 올린단다. 이것도 무장공비의 박정희 살해 기도로 믿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닭론’을 들먹이지!  

정말 그렇다면 한 교수는 ‘북괴는 남한을 적화통일하기 위해 호시탐탐 남침 기회를 노리고 있다’더라는, 박정희와 전두환, 그리고 그 패거리들이 연일 떠벌렸던 그 말의 감옥에 여전히 갇혀 있는 것이다. 각성 좀 하시라! (7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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