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지도부였던 홍영표·우원식, 관성대로 갈 가능성 높아…송영길이 변화의 시작”
4.7 재보선 패배 이후 열리는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는 당의 성찰과 쇄신을 가늠할 첫 시험대다. 당권 주자인 홍영표·송영길·우원식(기호순) 의원 모두 당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민주당이 왜 지금과 같은 위기에 처했는지,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조금씩 엇갈린다. 이 차이는 곧 자신이 왜 지금 민주당의 대표가 돼야 하는지와도 연결되는 문제다. 민중의소리는 연쇄 인터뷰를 통해 각 후보가 진단한 위기 원인과 쇄신책을 들어봤다. 첫 순서는 송영길 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이번이 세 번째 당권 도전이다. 19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만난 송 의원은 지난 2016년부터 당 대표 선거를 준비했던 경험을 내세워 "긴 시간 준비한 만큼 더 잘할 수 있다"며 자신이 당의 '유능한 개혁'을 이끌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송 의원이 분석한 이번 선거 참패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무능한 개혁'과 '내로남불'. 특히 그는 이전 정권에서 해결되지 못했던 과제들이 문재인 정부 이후에도 지지부진했던 점을 가장 답답해했다.
송 의원은 "(정권교체) 되자마자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를 합법화시켰어야 했다. 대법원 판결이 남아있다는 이유로 계속 늦추다가 최근에야 되지 않았나"라며 "세월호 (진상규명) 같은 문제도 특별수사본부를 만들어서 바로 했으면 안 됐을까"라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왜 정권 분위기가) 가장 좋을 때, 가장 힘이 있을 때 그런 문제를 전광석화처럼 팍팍 풀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짚었다.
정부여당은 왜 적기를 놓쳤을까. 송 의원은 자신의 인천시장 시절 사례를 언급하면서 '관료주의'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관료들은 무엇을 안 되게 하려면, 안 될 이유를 100가지 들 수 있다"며 "다만 그게 극복해야 할 장애로 보느냐, 하지 말아야 할 핑계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 개혁 의지가 있는 장관이라면 극복해야 할 과제로 보지만, 의지가 없는 장관이라면 다 하지 말아야 할 이유로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관료주의에 의해 개혁 의지가 꺾이지 않기 위해서는 민주당이 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 174명이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해 개혁 과제들을 점검하고, 개혁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리, 부정부패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송 의원은 정부여당에 큰 타격을 준 'LH 사태'를 예로 들었다. 그는 "1, 2기 신도시도 부동산 투기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면 3기 신도시도 당연히 유사한 일이 발생할 것으로 추측할 수가 있었다"며 "3기 신도시 (계획)를 발표할 때부터 국토교통부가 LH 사장을 불러 미연에 방지하도록 점검했으면 국민들도 훨씬 더 배신감을 안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나 또한 나태했고, 둔감했다. 이처럼 의원들이 자기 분야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공부하고 연구하도록 당 대표가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자정 능력 상실한 채 민심과 유리" 진단
송영길이 제시한 쇄신 방안은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

민주당 위기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다양한 목소리를 허용하지 않는 폐쇄적인 당 분위기를 꼽는 사람들이 많다. '원 보이스', '원팀'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당 주류와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목소리는 점차 줄어들고 이 때문에 당심과 민심 사이 괴리가 점차 커졌다는 것이다. 송 의원도 그동안 당내 분위기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데에 수긍했다.
그는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니까 시정할 기회가 없이 결국 4.7 민심에서 한 대 두들겨 맞아야 시정이 되는, 즉 자정 능력을 상실한 채 민심과 유리됐었다"며 "(당이) 민심과 멀어질 때마다 자체 내부 비판과 토론을 통해서 진로가 수정돼야 민심과 멀리 안 떨어졌을 텐데 수정을 못 하고 (선거 패배라는) 암초에 부딪힌 것"이라고 해석했다.
송 의원이 제시한 당 쇄신 방안도 "당내 민주주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당내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의견들은 치열한 토론과 민주적 절차를 통해 당을 건전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며 "자신의 의견과 다르다는 이유로 공격하고 입을 닫게 만다는 행위는 당의 건강성을 해칠 것"이라고 단언했다.
당 안팎에서는 민주당이 기득권 정당이 됐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이나 이해충돌방지법 등 개혁 법안에서 민주당이 보인 소극적인 태도 탓이다. 송 의원은 이러한 비판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그 반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여야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었다고 본다"며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는 중소기업의 불만도 엄청 많았고, 이해충돌방지법은 200만명 가까운 공무원들이 관련된 사안인데 이걸 한꺼번에 다 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현실론을 펼쳤다.
부동산 대출 규제 대폭 완화 주장한 송영길
"주택 공급해도 대출 규제 안 풀면 그림의 떡"

이번에 선출되는 대표는 부동산 정책 보완과 코로나19로 인한 피해 보전,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등 산적한 민생, 외교 현안들을 해결해야 한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송 의원의 구상은 ▲실소유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 ▲'누구나 집 프로젝트'로 요약된다. 그는 여러 인터뷰를 통해 "무주택자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규제는 60~80%까지 상향하고, 장기 주택모기지에 한해서는 그 기준을 70~90%까지 올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다만 이러한 대책이 부동산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당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송 의원은 자신의 구상이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는 "2.4 부동산 대책은 80만호 주택 공급이 핵심인데, 주택이 공급돼도 은행에서 LTV, DTI를 안 풀어주면 서민들에게, 청년들에게 (주택 구입은) 그림의 떡"이라며 "40년 동안 900만호의 주택이 우리나라에 공급됐는데 무주택자의 비율은 49%에서 45%로 5%p밖에 안 줄었다. 아무리 주택을 공급해도 서민들에게 금융지원을 안 풀어주면 어떻게 주택을 사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는 "집값이 오를 것 같으니 (대출 규제를) 풀어주지 말자고 하면, 마치 물가가 오르니까 임금 인상을 하지 말라는 논리와 똑같은 것 아니냐"라며 "집값 오르니까 (대출 규제를 완화하면 안 된다는 논리는) 집 없는 사람은 영원히 집 없이 살라는 것이냐. 그건 기득권의 논리"라고 항변했다.
송 의원이 제안한 또 다른 대책은 '누구나 집' 프로젝트다. 이는 협동조합이 주택을 소유하고 조합원인 시민이 입주가 가능한 주거권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정책이다. 그는 "입주민은 분양가의 10%를 계약금으로 내고 나머지 90%의 은행 대출 금리는 입주하는 동안 임대료 형식으로 매달 지불하는 방식"이라며 "입주 후 10년을 거주하면 최초 분양가로 소유권을 가질 수 있는 매수청구권이 생기고, 만약 자금의 여유가 없어 분양 전환이 어려우면 계속 거주만 해도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피해 지원책과 관련해서는 "네 번의 재난지원금 대책 중 한 번은 보편지급을 더 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영업 정지, 영업 제한으로 손실을 본 자영업자들에 대한 임대료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임대료 50%를 감액해 주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를 포함한 영업손실 보상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송 의원은 최근 논란이 거센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에 대해서는 자신의 외교 역량을 발휘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일본의 결정은) 지독한 자국이기주의요, 전 인류에게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짓겠다는 것이다. 명확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외교적 경험이 풍부하다. 국제공조를 형성해 일본의 잘못된 행위를 규탄하고 잘못된 행위를 중단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함께 당권 경쟁을 벌이는 홍영표·우원식 후보에 대해서는 날선 견제구를 던졌다. 송 의원은 "두 분은 원내대표를 했던 분으로 기존 지도부를 구성했던 분이라 관성대로 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변화를 시도하겠지만, 그 변화가 이번 국민들의 심판에 걸맞은 변화로 될지는 의문"이라며 "저는 지도부에 처음으로 들어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송영길은 변화의 시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셋 다 학생운동, 노동운동,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지만 저는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전문적 능력을 쌓아왔다. 거기다 인천광역시장이라는 행정적 경험을 갖췄다"며 "나이는 젊고 국정 경험도 풍부하기 때문에 더 경쟁력이 있는 게 아니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