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적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
“북은 평화 통일을 위한 대화·협력의 주체임과 동시에 대남 적화 노선을 고집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대법원과 헌법재판소가 북을 해석하는 개념이다. 반국가단체라는 개념은 어디서 왔을까?
우리나라 헌법 제3조에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 2조에는 “‘반국가단체’라 함은 정부를 참칭하거나 국가를 변란 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집단으로서 지휘통솔체제를 갖춘 단체를 말한다”라고 되어 있다.
헌법과 국가보안법에 따라 북은 대한민국 영토를 불법적으로 점령하고 있으며, 정부라고 스스로 칭하는 세력이며,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어지럽히는 세력, 적이 된다.
헌법과 국가보안법에 따라 우리는 북과 대화를 해서도 안 되며, 우리 영토에서 북을 몰아내야 한다.
또한, 국가보안법 7조 1항에는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3항에는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다.
국가보안법 7조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은 북과 비슷한 주장을 하거나 ‘북이 살기 좋다’라고 말하면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했기에 처벌을 받게 된다.
국가보안법은 1948년 12월 1일 제정되어 지금까지 70년이 넘게 존속됐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전까지 우리 국민은 북에 대해 잘 알 수가 없었고 오히려 왜곡된 인식을 하고 있었다. 거기에 국민은 국가보안법에 의해 조작된 ‘간첩 사건’ 등을 접하며 북은 역시 ‘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다보니 국민은 남북관계가 좋아질 때도 ‘북을 믿을 수 있나’라는 의심을 쉽게 버릴 수 없었다.
결국 국가보안법은 북에 대한 인식을 왜곡시켰다. 여기에 공안 세력은 왜곡된 인식의 틈을 이용해 국가보안법을 악용하며 남북관계 발전에 제동을 걸어왔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에게 ‘북은 적’이라는 생각을 내재적으로 갖게 했을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과 단체를 탄압하는 데 도구로 사용되었다.
2018년 8월 9일 IT 사업가 김호 씨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
김 씨의 회사에서 만든 ‘얼굴 인식 프로그램’은 2014년과 2017년 미국 국립기술표준원, NIST의 테스트에서도 내로라하는 전 세계 기업 제품들과 경쟁해 각각 2위와 6위를 기록하며 많은 나라에 수출까지 했다.
그런데 서울지방경찰청은 잘 나가던 사업가 김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간첩 혐의를 적용해 하루아침에 구속했다. 당시 김 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는 북 프로그램 개발팀에 개발을 위해 논문 등의 자료를 준 ‘이적혐의’, 개발팀에 개발비를 준 ‘편의제공’ 등 이었다.
김 씨는 10여 년 넘게 중국을 통해 북에 하청을 주었는데, 이를 국가정보원을 비롯한 공안 세력은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안 세력은 갑자기 김 씨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했다. (김 씨는 2019년 2월 1일 보석으로 석방되었으며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2018년 8월이면 남북 정상회담이 2차례나 열렸기에 남북 사이에 교류·협력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하던 시기였다. 일부에서는 이 사건을 남북 교류협력 사업 등에 제동을 걸기 위해 공안세력이 만든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공안 세력은 이 사건으로 북과의 협력 사업은 언제든지 문제 삼을 수 있으니 함부로 나서지 말라, 대한민국에는 여전히 북을 ‘적’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이 살아 있다는 의미를 주려고 한 것은 아니었을까.
2017년 2월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청년 모임 소풍’이 이적단체로 규정되었다. 법원은 소풍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이유로 북의 대남혁명노선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하며 북의 주장에 동조하는 활동을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에서 이적단체로 규정된 단체는 매우 많다. 사법부에서는 북과 비슷한 주장을 하면 북의 대남혁명노선을 따른다며 이적단체로 규정하고 있다.
2014년 12월 19일 대한민국 원내 3당이었던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었다.
당시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정당 해산을 인용한 판결문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통합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는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과 거의 모든 점에서 전체적으로 같거나 매우 유사하다.”
그리고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주요 구성원들이 과거 이적단체 구성원이었거나 국가보안법 위반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역시 당 해산의 중요한 논거로 삼았다.
사상 초유의 결정이 내려진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은 이른바 ‘이석기 내란 선동 사건’에서 비롯됐다. 국정원은 이 의원을 내란음모 혐의로 고발했다. 국정원은 지하 혁명조직(RO)이 대한민국 체제전복을 목적으로 합법·비합법, 폭력·비폭력적인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른바 ‘남한 공산주의 혁명’을 도모했다며 이 의원 등에 혐의를 씌웠다.
하지만 ‘이석기의 혁명조직이 북과 연계해 내란을 음모했다’는 설은 검찰의 공소장과 법원 판결에서 분명하게 부정되었다. 재판 과정에서 RO의 실체도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국정원이 프락치를 이용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취했고 왜곡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석기 의원은 내란선동죄로 9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통합진보당은 해산되었다. 원내 3당인 통합진보당의 해산, 그 이면에는 국가보안법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무수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존재한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정권이 들어서면 국가보안법 사건은 그나마 적게 발생하고, 남북관계에 의지가 없는 보수정권일 경우에는 국가보안법 사건이 마구잡이로 등장한다. 하지만 2000년, 2007년, 2018년 세 차례 등 다섯 차례에 걸쳐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북을 적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남북관계가 신뢰에 기초해 발전하기 위해서는 법. 제도적인 부분이 정비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는 북을 적으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은 국민에게 북을 적으로 인식하도록 세뇌를 시키고 있으며, 북의 동포들을 같은 민족, 동포로 인식하는 데 제약을 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이 있는 한 공안 세력은 끊임없이 사건을 만들어내며 남북관계 발전을 가로막으려 획책하려 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 번영, 통일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을 폐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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