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식량계획(WFP)이 13일, 태풍과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 14만명을 대상으로 긴급구호에 착수했다고 평양발로 발표했다.
WFP는 지금 이재민들에게 시급한 것은 쉼터와 오염되지 않은 물, 보건 서비스, 식량과 영양 지원이라고 밝혔다. 4만 4천명을 대상으로 7일치의 영양비스켓, 30일치의 콩을 즉시 배급했다. 9만 6천명에 대한 구호도 추가로 실시했다고 알렸다.
달린 타이모(Darlene Tymo) WFP 평양사무소장은 “모든 마을이 홍수에 휩쓸렸다”고 전했다. 북한 주민들은 부엌과 생활도구, 가축 등을 모두 잃었다. 농작물 수확기 직전에 홍수가 덮쳤다는 점도 지적했다.
“북한 북부는 조만간 온도가 영하 25도까지 떨어지는 겨울이 닥친다”며 “주민들이 가장 혹독한 겨울을 헤쳐나갈 수 있게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WFP는 취약계층인 어린이와 여성 구호를 위해 당장 12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년 8월까지 계속 지원하려면 2,100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CNN>은 13일, 1945년 이후 북부 지역에 가장 큰 비가 내렸다는 북한 측 보도를 전했다. 브래들리 윌리엄스 홍콩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북한 정부가 공개적으로 지원을 호소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논평했다.
국제적십자사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6~9일 함경북도 현지를 방문한 크리스 스테인스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홍수가 모든 것을 쓸고 갔음을 목격했다며, 시급한 것은 쉼터 건설이라고 지적했다.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10월말 이전까지 이재민들이 거주할 쉼터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8월 29일부터 9월 2일까지 태풍 ‘라이언록’이 몰고온 폭우로 두만강이 범람하면서 함경북도 무산, 회령 등에서 133명이 사망하고 395명이 실종됐다. 가옥 3만 5,500세대가 파손됐으며, 14만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리용호 북한 외무상도 유엔 인도지원기구 관계자들과 만나 구호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워싱턴포스트>는 “지난주 핵실험으로 국제적 규탄에 직면한 때, 북한이 국제사회에 도와달라고 하기에는 불편한 입장에 처했다”고 평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2000년 김대중·김정일 남북 정상회담,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 정상회담에 특별수행원으로 모두 참여했다. 한국 국제정치학의 권위자인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도 통일준비위원회(외교·안보 분야 민간위원)에 참여해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통일준비위원회는 개점휴업’ 상태에 가깝다.
문정인 교수가 보는, 사드 배치를 주도한 세력은 누굴까? 한·미 양국 정부는 그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을까? 양국 정부 안팎에 폭넓은 인맥을 가지고 있는 문정인 교수를 만났다.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려고 하는 이유와 관련해 전문가 시각이 나뉘는 것 같다.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벌 MD(미사일 방어체계)의 일환 또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미국 본토를 방어하기 위한 것, 그리고 록히드마틴 등 미국 군산복합체의 재고 무기 처리라는 시각 등이 대표적이다.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군산복합체와 태평양 사령부 산하 현지 미군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것이 일차적이라고 본다. 록히드마틴이 사드를, 레이시온이 X밴드 레이더를 만들었다. 문제는 상당히 고가라는 점이다. 미국의 MD 예산 자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F35처럼 수요가 많아져야 생산단가가 떨어져 군산복합체가 먹고살 수 있다. 그쪽(군산복합체 세력)에서 체계적으로 ‘푸시’했을 가능성이 크다. 주한 미군 사령부와 태평양 사령부는 북한의 도발로부터 주한 미군을 보호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서로의 필요가 잘 맞아떨어진 것이다.
ⓒ시사IN 조남진
문정인 교수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한반도평화포럼 공동대표. 영문 계간지 <글로벌 아시아(Global Asia)> 편집인. 전 동북아시대 위원회 위원장. 전 외교통상부 국제안보 대사. 1, 2차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전 미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평화학회 회장
미국 정부도 MD의 일환으로 사드 배치에 적극적이지 않았나? 사드 문제가 처음 나왔을 때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이 방한했을 때도 사드 문제가 전면에 놓이지는 않았다. MD가 필요하지만 한국더러 꼭 참여하라는 건 아니었다. 미국과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간 호환성을 높이자는 얘기를 주로 했다. 미사일 방어체계 간 호환성을 높이자는 얘기가 곧 사드의 한국 배치를 의미한 것은 아닌가? 그건 다른 얘기다. 이 문제는 김대중 정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1년 미국 국방부 미사일방어청장이 한국을 방문해 MD에 참여해달라고 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한국에서는 MD 시스템이 기술적으로 적실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과 외환위기로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말은 안 했지만 남북 관계나 한·중 관계 개선에 MD가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대신 우리는 한국형 MD(KMD)로 가겠다고 했다. 당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우리 입장을 수용해줬다. 한국에서는 MD 시스템으로 북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다고 분명히 이야기했다. 그래서 미국은 미국형 MD로 가고, 한국은 한국대로 가서 상호 호환성을 논의하자고 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패트리엇 미사일, 공중조기경계관제시스템(AWACS), 차세대 전투기, 이지스 구축함 등 미국 무기를 구매하려 한 것도 유사시 호환성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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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미 연합사령부를 방문해 연합방위 태세 현황 보고를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2014년 3월 헤이그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MD에 대해 언급하고, 그해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시작전권 반환 연기와 미사일 방어체계(MD)의 상호 운용성을 개선하자고 한 것이 사드 도입의 실질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는데? 미국의 MD 구상 안에 사드가 들어 있는 것은 분명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한국에 적실성이 있는가, 그리고 미국 대통령이나 국방장관, 국무장관이 이야기할 정도의 사안인가는 다른 문제다. 미국이 사드 문제를 대전략 차원에서 생각했다면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이야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무기체계 하나 가져다 놓는 것에 대통령이 나선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 오바마 대통령이나 미국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이 고도의 전략적 사고를 가지고 아시아 전략 일환으로 사드 배치를 추진했다고 보지 않는다.
군산복합체의 로비가 작용할 수도 있지 않나? 아무리 군산복합체라 해도 장관급쯤 되면 좌지우지하지 못한다. 그동안 사드의 한국 배치를 적극 주장한 사람들을 보면 미국 정부의 차관보나 부차관보급이다. 그들은 나중에 방위산업체 사장이나 부사장으로 많이 간다. 그래서 그들 수준에서 사드가 이야기됐지 최고위 수준에서 논의된 건 아니라고 본다. 오바마 대통령도 MD에 대해서는 얘기했지만 사드는 거론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지난해 10월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갔을 때도 사드 얘기가 나온다고 했는데 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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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24일 김천시와 가까운 곳이 사드 배치 후보지로 거론되자 김천 시민들이 강력히 반발했다.
2014년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MD의 상호 운용성을 개선하자고 한 것도 일반론을 환기한 것으로 보아야 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2014년 12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취임할 때도 ‘우리는 한국형 MD( KMD)로 간다. 대신 호환성은 생각할 수 있다’라는 정도로 얘기했다. 2014년으로 돌아가면 미국 측 최고위급에서 사드 얘기는 거의 안 나왔다. 척 헤이글 당시 미국 국방장관이 왔을 때 한 번도 거론하지 않았다. 제일 중요한 것은 2015년 4월에 애시턴 카터 신임 국방장관이 와서 한 말이다. 당시 그는 미국에서도 사드 생산 체계가 본궤도에 오른 게 아니기 때문에 사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애시턴 카터는 핵물리학자 출신으로 국방부에서 무기 획득을 담당했다. 기술적인 면을 잘 아는 사람의 발언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결국 내가 볼 때는 군산복합체와 자기 영내 미군 보호 필요성을 앞세운 주한 미군 사령관 및 태평양 사령관의 요구가 일치하면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게 되었다. 그다음 이른바 싱크탱크들이 사드 도입에 관여했다.
싱크탱크들은 어떤 방식으로 작용했나? 미국은 하나의 큰 전략을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다. 국방부, 태평양 사령부, 그리고 싱크탱크들이 각각의 전략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상황이 벌어지면 국가안보회의(NSC)에서 토의하고 대통령이 그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미국 시스템이다. 싱크탱크 소속 전문가들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주로 많이 되었다.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 전략의 핵심은 중국 견제인데, 중국 견제 핵심이 MD이다. MD가 미국과 일본만 되어 있고 한국은 빠져버리면 한·미·일 3국 공조에 구멍이 생긴다. 한국을 어떻게든 포함시켜 나가자. 한·미 양국에 공통으로 도움 되는 사드 같은 것이 필요하다.’ 이 논리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원한 점도 작용했다.
사드 배치 결정에 우리 정부 뜻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것인가? 지난해 하반기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 태도가 분명하지 않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정부는 ‘미국이 사드 배치를 요청한 적도 없고 한·미가 협의한 적도 없고 결정도 내리지 않았다’는 3노(NO)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1월6일 북한이 핵실험을 하자 1월13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익과 안보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사드 배치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2월2일 주한 미군 사령관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건의하고 북한이 2월7일 다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니까 한·미 간 사드 배치 협의를 시작한다. 7월8일 사드 배치 결정을 내렸다. 즉 2014년, 2015년은 미국이 사드 배치를 선호했지만 한국이 부정적 태도를 보이니까 쟁점화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1월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고 박근혜 대통령 수준에서 사드 배치 발언이 있자, 미국이 수동적으로 응하는 것처럼 나왔다. 이것이 내가 보는 큰 그림이다. 한국 정부 입장이 바뀌는 과정에 미국 측 영향은 없었나?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나 랜드연구소 등 싱크탱크가 우리한테 계속 사드 도입을 권고했다. 미국 싱크탱크들은 우리가 MD 시스템에 참여해 중국 견제가 완벽해지기를 원했다. 이런 권고가 청와대 국가안보실(NSC)에 직접 전달되었을 것이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 배치 선언 이틀 전인 7월6일에도 올해 말에나 배치 문제가 결정될 거라고 했다. 이 발언을 보더라도 결정 과정에서 한민구 장관은 제외되었을 것이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중심이 되어 결정을 한 것이다. 한국 정부가 강력히 원하지 않았다면 사드 배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주도적으로 배치를 원한 결과였다면 앞으로 비용 문제가 불거질 텐데? 당연하다. 재작년으로 기억되는데 미국 국방부 고위급 관리가 한국에 와서 매우 핵심적인 발언을 했다.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잠정적으로 괌에 있는 사드를 우선 가져다 놓고 한국 정부가 획득 능력이 될 때 3포대를 공식 구매하라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사드를 전 세계 미국 동맹 국가들의 보편적 무기체계로 삼고자 하는 록히드마틴의 의중을 그대로 보여준 발언이다.
괌에 있는 사드가 주민들 저항 때문에 영구 배치된 것이 아니어서 그것이 성주로 올 수도 있다는 얘기가 있다. 미국 논리대로라면 성주 사드도 한국이 3개 포대를 살 때까지만 임시로 갖다 놓겠다는 얘기 아닌가? 앞으로 협상을 통해 윤곽이 나오겠지만 성주에 영구 배치하겠다는 얘기는 아직 없었다. 미국이 2년 전에 한 얘기는 앞으로 한국더러 3개 포대를 사라는 얘기다. 언론이 왜 그 점에 주목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사드 한 포대가 1조5000억원에서 2조원인데, 차세대 전투기 사업 예산이 8조원이다. 우리 공군 전체 예산하고 맞먹는데 그걸 어떻게 감당하나.
중국은 사드 레이더로 인해 미국과의 전략 균형이 무너진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데?
사드로 인해 전략 균형이 무너진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은 전진 배치된 핵무기가 500개가 넘는 데 비해 중국은 전체 해봐야 300개, 그것도 실전 배치도 안 되어 있다. 핵능력은 미국이 압도적으로 우위이다. 미국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주한 미군과 한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타깃을 정한 건데, 중국의 저항이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직면했다. 정치학 용어로 ‘시그널 문제’라고 하는 것이 발생한 셈이다. 미국이 아무리 MD가 아니라고 시그널을 보내봐야 중국은 믿지 않는다. MD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처음부터 설명을 잘하든지, 아시아 회귀 같은 정책을 펴지 말고 중국과 같이 갈 거라고 했으면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 처음부터 참여했는데 통일준비위 정책과 사드 배치는 서로 안 맞는 것 아닌가?
지난해 7월 초 통일준비위원회 회의를 청와대에서 했는데 대통령이 그때 이런 취지로 말했다. 첫째, 고위급 탈북자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북한 체제에 동요가 있는 것 같다고 확신을 갖고 이야기했다. 둘째, 통일이 내년에 올 수도 있기 때문에 통일 준비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모두 북한 붕괴론을 전제로 한 얘기다. 그 이후로 박 대통령 인식에 변화가 없는 것 같다.
박 대통령의 그런 발언은 왜 나왔다고 보는가?
지난해 5월에 북한에서 정찰국 대좌가 탈북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 결국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거라고 본다. 북한이 계속 도발하면 방어해야 하지 않느냐는 식이다. 박 대통령이 북한 군사력이 진화한다고 했는데 북한 군사력이 자체 메커니즘을 가지고 진화하는 게 아니다. 한국과 미국에 대응하다 보니까 진화가 되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이 만들어준 진화이다.
중국의 반대에다, 배치 후보지로 꼽히는 성주군과 김천 시민들 반대까지 겹쳐 있는데 내년에 배치가 가능할까? 내가 볼 때 중국 반대는 큰 변수가 아니다. 중국의 반대가 거세지면 국민들이 단합해 오히려 중국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다. 문제는 제3후보지가 검토되면서 발생했다. 김천 시민들이 그것을 수용해도 새로 부지를 사려면 돈이 많이 든다. 예비비로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국회가 개입할 여지가 생겨버렸다. 국방위원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즉 대통령 임기 내에 배치가 어려워진다는 의미다. 사드 배치를 비공개로 했다면 모를까 공개했을 때는 모든 것을 투명하게 했어야 한다. 군사적 유용성의 문제, 비용의 문제, 북한과 중국의 반응 등을 복합적으로 토론하는 공론의 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없었다. 새 정부가 들어오면 그런 과정을 밟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내년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정권을 잡아도 그냥 밀어붙이지는 못한다.
사드 배치가 연기되거나 불발로 그칠 경우 미국은 어떻게 할까? 사드는 우리가 필요 없다고 하면 그만이다. 미국이 함부로 가져다 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한·미 동맹이 깨지는 것도 아니다.
녹취 도움·김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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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것은 사서들의 무수한 기록이 증언한다. <조선왕조실록>에는 2.000건이 넘는 지진 기록이 있다. 또한 지진 기록은 <삼국사기>, <고려사> 등에서도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신라 혜공왕 15년(779년), “3월에 경도(경주)에 지진이 나서, 백성들의 집이 무너지고 죽은 사람이 100명이 넘었다.”라는 기록이 있다. 이것은 오늘날 지진 규모 6.5 이상의 강도라고 한다.
1659년 현종실록, 즉위년 12월 26일 자 기사에는, “금산군(金山郡)에 지진이 일어, 서쪽으로부터 소리가 들려왔는데 마치 1만 대의 수레가 달리는 것 같았고 집들이 흔들리고 산 위에서는 꿩떼들이 울어댔다.”라고 되어 있다. 1만 대의 수레가 달리는 것 같은 굉음이 났다니 실로 무서운 수준의 지진이었음이 틀림없다.
중종 13년(1518년)에는 “소리가 성난 우레 소리처럼 크고 담장과 성벽이 무너졌으며 도성 안 사람들이 밤새 노숙하며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라고 되어 있다. 숙종 7년(1681년) 5월에는 “강원도 양양에서는 바닷물이 요동쳤는데, 마치 소리가 물이 끓는 것 같았고“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지진과 함께 바닷물이 육지를 뒤덮은 이른바 쓰나미 현상도 있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지진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나는 노자가 말한 ‘천지불인(天地不仁)’에 답이 있다고 본다. 천지, 즉 자연은 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니 지진 같은 자연재해는 언제 어디서라도 발생할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조선인들이 지진의 원인을 인간의 잘못으로 보면서 지진에서 교훈을 찾으려고 한 자세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윽이 살펴보건대, 근년에 재앙과 변괴가 자주 나타나 지진이 일고 햇무리가 있으며 겨울에 뇌성이 나고 여름에 눈이 오며, 흰 기운이 하늘에 가로지르고 금성(金星)이 낮에 보이며 변방 백성들이 염병에 걸려 거의 다 죽어가니, 재앙과 변괴의 일어남이 비록 춘추(春秋) 때의 쇠퇴한 세상일지라도 오늘 같이 심한 적은 없었습니다. 이것이 어찌 원인이 없이 그렇겠습니까. 전하께서는 아직도 두려워하실 줄을 모르고 옛날에도 있었다고 하여, 별로 몸을 근신하고 행동을 반성하는 마음이 없으시니, 신 등이 통분한 마음 이길 수 없습니다.”(연산군일기, 연산 3년 6월 5일, 1497년)
이것은 당시 예문관 봉교 강덕유 등이 군주 연산군에게 올린 상소문이다. 지진을 이용하여 폭정을 일삼는 국정 최고 책임자의 근신과 반성을 촉구한 것이다. 이 상소문은 연산 말고도 오늘날 박근혜에게 올리면 아주 제격이 아닌가?
또 다른 기록을 살펴보자.
“이번 지진의 변괴는 음이 성하고 양이 쇠해서 그런 것인데, 음은 소인(小人)이요 양은 군자(君子)인 것이다… 지금도 소인이 있어 군자를 눌러서 그런 것이 아니냐?... 군자를 불러들이고 소인을 물리치는 것은 관계가 매우 큰 것이다.” (중종실록 33권, 중종 13년 5월 16일, 1518년)
이것은 당시의 군주 중종이 한 말이다. 중중은 지진의 원인을 ‘소인이 군자를 누르고 득세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면서 정치에 소인을 물리치고 군자를 등용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소인이 판을 치는 현상은 오늘날이 당시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마침 문재인이 트윗에다 지진 소감을 날린 것이 문제가 되고 있나 보다. 그는 ‘양산 집에 있는데 지진이 세게 일어난다. 계속되면 집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건지 겁이 난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소인의 발언이 아닌가? 그가 보통사람이라면 이런 발언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득세하고 있는 정치인이다. 중종에 따르면 지진은 바로 문재인 같은 사람이 득세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고려 고종은 재위 15년(1228년)에 큰 지진이 일어나자 직접 대궐의 뜰에 내려가 정좌하여 지진이 가라앉기를 빌었으며, 공민왕 6년(1357년)에는 지진이 나자 중죄인을 제외한 사면령을 내렸다고 한다.
조선 세종 때에는 지진을 외적이 침입한다는 경고로 받아들인 기록이 있다. 이것은 마침 북의 핵실험이 있었고 미군 핵폭격기가 우리 영토의 상공에 출현하는 오늘의 현실에서 아주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이다.
천지불인, 이 말은 ‘천지는 언제나 불인하다’는 것도 아니다. 이 말을 정확히 해석하자면 천지는 ‘인할 수도 있고 불인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나는 지진이 인재라는 식의 ‘재이설(災異說)’을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에 담긴 지혜와 정신만큼은 받아들여도 좋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원인은 세 가지, 즉 ‘군주의 폭정’, ‘소인의 득세’, ‘외세의 침탈’ 에 있다.
4대강 사업, 그 뒤 5년. 멀쩡했던 강이 죽고 있습니다. 1000만 명 식수원인 낙동강 죽은 물고기 뱃속에 기생충이 가득합니다. 비단결 금강 썩은 펄 속에 시궁창 깔따구와 실지렁이가 드글거립니다. 혈세 22조원을 들인 사업의 기막힌 진실. '4대강 청문회'가 열리도록 '좋은기사 원고료 주기'와 '서명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바랍니다. 이번 탐사보도는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불교환경연대,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이 공동 주최합니다. 4대강 특별취재팀의 활동은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말]
▲ 23일 오후 충남 부여 금강 백제보 상류 2km 지점에 마름과 엉켜 녹조가 확산 되고 있다. ⓒ 이희훈
"낙동강 녹조물을 2리터 먹을 경우 사람도 동물도 사망한다."
일본 녹조 전문가 박호동 일본 국립 신슈대 교수의 말이다. 지난해 그는 우리나라 4대강의 녹조를 분석한 결과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이유가 있었다. 남조류(녹조)는 '마이크로시스틴'이란 독성물질을 분비하는데, 4대강에서 최대 182ppb(ug/L)이 나타났다는 것.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는 1ppb(ug/L)이다. '독조라떼'란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세계 선진국에서도 녹조독의 독소를 100% 제거하지 못한다. 고도처리에서도 미세조류로 불리는 남조류세포가 정수처리 과정을 빠져나와 정수된 물에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내세운 '남조류 독성은 정수하면 마실 수 있다'는 논리를 반박하는 내용이다. 정수처리를 해도 1%의 독성이 마시는 물에 들어있다는 말이다. 쉽게 말해 최대 녹조 농도가 182ppb(ug/L)인 4대강 물을 정수처리하면, 1%에 해당하는 1.82ppb(ug/L)의 독성물질은 아무리 애를 써도 들어있다는 거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 세금 22조 원을 들여 만든 게 '독극물'이란 소리다. 아래는 현재 일본에 머무는 박호동 교수와 세 차례에 걸쳐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 일본에서 하는 연구는? "1980년대 일본과 한국, 중국 등 동아시아의 호소 부영양화에 따른 독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본에선 녹조독의 생산원인과 생물축적과분해, 생태계에서의 태동, 생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 한국 4대강 녹조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1992~1995년 사이 한일공동연구의 일환으로 한국 4대강의 주요 댐 부영양화에 따른 녹조와 녹조의 독을 연구했다. 이후에도 한국의 연구자와 공동연구로 유독조류를 조사해왔다. 4대강 사업이 끝난 후 한국에서 녹조 문제가 보도되면서 한국과 일본의 동료 연구자의 권유가 있었다. 또 한국에서 녹조독의 연구를 처음 시작했다는 책임감을 느껴 4대강을 방문했다."
세금 22조 원 들여 만든 '독극물'
▲ 지난해 8월 박호동 일본 국립신슈대 교수가 4대강에서 채취한 녹조의 마이크로시스틴의 농도를 분석한 결과 ⓒ 박호동 제공
- 지난해 한국 4대강에서 녹조를 채취해 분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결과는 어떤가? "지난해 8월 한국의 4대강을 방문하고 남조류 샘플을 채취해 대학 연구실에서 분석했다. 남조류 마이크로시스틴의 생물량이 생각했던 것보다 많았고, 독소의 함유량도 많았다. 분석 결과를 보고 놀랐다.
4대강 주요 지점별로 살펴보면, 낙동강 대동선착장에서 채취한 남조류의 총마이크로시스틴량은 215ppb(ug/L)이다. WHO 기준으로 환산하면 94ppb(ug/L)이다. 달성선착장에서 채취한 녹조에선 무려 456ppb(Oug/L)의 총 마이크로시스틴량이 검출됐다. WHO 기준으로 환산해도 182ppb(ug/L)이나 된다. 영산강의 영산교 선착장에서 채취한 녹조는 204ppb(ug/L), 금강 웅포대표 324ppb(ug/L), 한강 가양대교 410ppb(ug/L) 등이다. 분석결과 자료를 보내니 참고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낙동강이 문제다. 1300만 명 시민의 식수원이라고 하는데, 걱정이다. 지금 한국의 4대강 상황은 세계적으로 비교해봐도 심각하다. 상수원인 강에 이처럼 높은 농도의 녹조가 나타나는 나라는 지금까지 보고된 예가 적다. 댐이나 하구둑의 녹조집적 현상이 4대강에서 나타나고 있다."
- 한국 정부는 '남조류 독성이 정수처리를 거치면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의 설명대로 남조류 독성은 정수장에서 고도정수처리, 특히 활성탄 처리를 하기 때문에 99%가 제거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도 녹조독의 독소를 100% 제거하지는 못한다. 이유는 고도 처리에서도 미세조류로 불리는 남조류세포가 정수 처리 과정을 빠져나와 정수된 물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수의 녹조독 농도가 높을 경우에는 고도처리가 어렵다. 99% 제거한 후의 정수라도 녹조독의 농도가 WHO의 음료수 기준치를 넘을 때는 음료수로 쓰기 부적절하다. 한국의 4대강 녹조는 1%가 남더라도 WHO의 기준치를 초과한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정부가 되려면, 정수처리의 안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녹조독 농도를 원수의 조체시료, 원수여액, 정수시료로 나누어서 공표하는 것이 필수다."
- WHO의 기준 1ppb(ug/L)은 어떤 의미인가? "먹는 물 기준을 말한다. 동물실험 결과를 인간에 적용한 기준으로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음료수의 양 2리터를 음용할 경우, 마이크로시스틴은 독성 당량으로 1ppb 이상이면 건강에 유해하다고 정하고 있다. 4대강의 녹조는 WHO의 기준을 훨씬 초과한다. 낙동강 녹조를 분석한 결과 최대 182ppb(ug/L)로 나타나는데, 이 물을 2리터 음용할 경우, 사람도 동물도 사망한다. 동물이 녹조로 오염된 물을 먹고 사망한 사례는 많다."
-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4대강에서 분석한 녹조의 독소 농도로 추정해보면 동물성 플랑크톤, 수서곤충, 각종 어패류, 새들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예전에는 남조 독소의 급성독성이 주로 문제가 되었으나 요즘의 연구동향은 남조 독소의 만성 독성이다. 즉, 독성의 장기영향으로 동물의 포란수 감소, 간장질환 등의 조직 이상 등이 일어난다. 이로 인한 개체 수 감소가 심각하다. 개체수 감소는 생태계에서 종수의 감소로 이어져 다양성 감소,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이것은 결국 생태계의 불균형을 불러일으켜 파괴를 초래할 수 있다."
- 4대강 녹조물에 직접 들어갔다 나왔는데, 몸 이곳저곳이 가려웠다. "녹조에는 간장 신경독소 이외에도 피부 독소를 생산하는 녹조 종이 있다. 또한, 녹조 발생 시 수중에는 pH(수소이온농도)가 10 이상으로 피부를 보호하는 지방 성분이 씻겨나가면서 가려울 수도 있다. 화분 알레르기가 있는 제자들 중에는 녹조 물에 손을 담갔다가 가려움으로 고생하고 난 후부터 고무장갑을 착용한 경우도 있다."
- 일본에도 녹조 피해가 있었나? "녹조현상이 발생하면 농업용수의 수질이 악화된다. pH(수소이온농도)가 일본의 농업용수기준치의 수십에서 수백배 이상 초과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또한 독소 자체와 녹조가 농작물의 성장에 피해를 주어 이파리의 탈색, 뿌리성장 저하, 씨의 발아 저하 등이 생겨난 사례도 보고됐다. 특히 녹조를 함유한 물로 키운 농작물에 미량의 독소가 축적된다는 보고가 있어 농작물의 독소 농도 측정과 기준 설정이 필요하다."
- 한국 영산강은 농업용수로서 기능이 큰데, 조사결과에 따르면 영산강 승촌보 인근 pH 7.7~8.0, 죽산보 인근 PH 8.0~8.4로 조사됐다. "한국의 농업용수로서 하천수질 중 수소이온 농도 pH(6.0~8.5)의 환경 기준과 일본의 농업용수기준치 pH(6.0~7.5)를 비교하면 상한 값에서 pH가 10배 차이 난다. 한국 기준대로라면, 승촌보와 죽산보의 pH는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본 기준치를 따르면, 약 10배가 초과된다. 같은 벼농사에 기준치가 다른 이유는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녹조가 발생해 집적되면 pH는 10 이상으로 높아지는 경우가 많아 주의 깊게 모니터링해야 한다. 농업용수기준으로 생물학적 산소요구량(BOD), 부유물질량(SS)도 녹조가 발생하면 농업용수 기준치를 초과하게 된다.
WHO 기준 훨씬 넘어서는 녹조... "단시간에 해결되지 않아"
-4대강 강바닥이 시커먼 펄이 됐다. 공기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오기도 한다. 녹조와 연관성이 있나? "녹조는 강의 일차 생산량이 급속히 증가했을 때 생겨난다. 강바닥 퇴적물의 탄소량 증가를 초래해 녹조 등의 유기물 증가로 이어진다. 강바닥의 산소 소비도 퇴적물의 저산소 혐기성 조건을 불러와 결국 메탄가스를 발생시킨다. 공기 방울이 올라오는 이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한국 정부는 시급하게 4대강 녹조 발생원인 규명과 녹조 발생 제어 대책 강구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녹조 발생 원인의 제어책으로 인과 질소 부하 감소 대책, 체류시간 조정, 녹조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본에서 일어나는 녹조 피해는 정수 과정의 어려움과 비용 증가다. 일본 정수장 관계자들은 원수에 녹조가 발생하면 자발적인 독소 측정과 그 측정치의 신속한 공표를 꺼리지 않는다. 녹조 발생 시의 새, 수서생물의 독서 측정과 어패류의 모니터링도 실시한다. 녹조 문제는 단시간에 해결되는 않는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환경운동연합, 불교환경연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4대강 청문회를 열자' 탐사보도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좋은 기사 원고료주기'로 응원을 해주시길 바란다. 목표액 3000만 원이 달성되면 지난 10년간 1000개의 댐을 허문 미국으로 날아가 4대강의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4대강 청문회 서명운동에도 참여해주시기 바란다. 국회에 청원해서 강을 망친 사람들을 심판하기 위한 청문회가 개최되도록 촉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