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1일 금요일

의사인 내게 핵 없는 삶이 가능하냐 묻는다면…

의사인 내게 핵 없는 삶이 가능하냐 묻는다면…

[민들레]핵‧① 핵에 둔감한 사람들




미생물학과 면역학을 전공한 의사인 내가 탈핵운동가가 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이 된 후, 경주에 건설 중인 중저준위 방폐장의 안전성을 살펴보니 당국의 설명과 달리 문제가 너무 많았다. 일 년 동안 자료 조사를 해보니 방폐장에서 방사능 오염 물질이 누출될 확률은 100퍼센트(%)였다.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 의뢰해봤지만, 결론은 같았다. 이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 2년 동안 사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사람들이 핵 문제에 그렇게 둔감한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던 중 2011년 후쿠시마에서 전대미문의 핵사고가 발생했다. 그 사고를 보면서 '방폐장만 막는다고 될 일이 아니라 핵발전소가 없어져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탈핵 강의를 시작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사람들이 우리는 안전하냐고 물었다. 정부는 우리 원자로는 일본 것과 다르다고 안심하라고 말했지만, 나는 이 얘기를 듣고 헛웃음을 지었다. 

후쿠시마 사고로, 일본 국토의 약 70%가 방사능 물질로 오염되었으며 북태평양 오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국토의 오염은 곧, 밥상의 오염을 뜻한다. 일본에서는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식재료를 찾기 어려울 정도가 됐으며, 일본인의 방사능 피폭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앞으로 일본에서 암, 유전병, 심장병의 증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런 사태를 겪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달라지고는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핵사고 확률을 제로로 줄이는 방법인 '탈핵(脫核)' 즉, 사고 나기 전에 원전을 모두 닫는 것의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원전 없이 사는 것이 가능하냐?"고 반문한다. 나는 가능하다고 단언한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를 짧은 글로나마 설명하려 한다. 

▲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2012년 3월 10일 서울광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 시민문화행사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을 열고 반핵, 탈원전을 촉구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벌였다. ⓒ프레시안(최형락)
▲ '핵 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2012년 3월 10일 서울광장에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 1주기 시민문화행사 '아이들에게 핵없는 세상을'을 열고 반핵, 탈원전을 촉구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를 벌였다. ⓒ프레시안(최형락)
거꾸로 가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        
 
많은 이들이 '원전이 없으면 지금처럼 싸고 편리하게 전기를 못 쓰는데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 또한 원전을 '필요악'으로 인식해 '우리나라는 탈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세계 에너지 시장의 흐름을 살펴보면, 지난 30여 년간 선진국은 원전을 꾸준히 줄이면서 필요한 전기를 재생에너지에서 얻어왔다. 이미 많은 나라가 태양광, 풍력, 지열, 수력 같은 자연에너지를 이용해 엄청난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 지구 상 전기의 약 20%를 이런 재생가능에너지에서 얻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원전이 생산하는 전기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전기 생산량은 지금도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독일과 덴마크의 경우, 2050년까지 핵발전소뿐 아니라 화력발전소까지 모두 없애고 모든 전기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 70%의 전기를 화력발전에서 생산하고 약 30%는 핵발전으로 생산하고 있다.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전기는 0.4% 정도로 세계 꼴찌 수준이다. 재생에너지 사용 세계 평균이 20%인데 우리나라는 0.4%라니, 놀라운 차이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게 된 이유는 정부의 '원자력과 화력 중심' 에너지 정책 때문이었다. 매년 원자력 예산은 늘고 있지만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예산은 줄고 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또한 원자력에 대해서는 "경제적이다, 안전하다"고 긍정적으로 선전하면서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해서는 개발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비싸다, 고장이 잦다, 전기가 별로 안 나온다, 우리 현실에 맞지 않다" 등 부정적인 선전을 해왔다. 전 세계 흐름과 정반대 길을 걸어온 것이다. 재생가능에너지는 세 가지 장점을 갖는다. △ 환경오염이 없는 청정에너지라는 점, △ 공짜라는 점, △ 국산 에너지라는 점 등이다. 한국 정부는 이런 좋은 에너지를 무시하고 있다. 

▲ 세계 연도별 신설 발전시설 현황. 수풍력 발전은 매년 20%이상, 태양광은 매년 50%이상 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핵발전은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다. ⓒGreen Peace, 2012
▲ 세계 연도별 신설 발전시설 현황. 수풍력 발전은 매년 20%이상, 태양광은 매년 50%이상 성장하고 있다. 반면에 핵발전은 전혀 늘어나지 않고 있다. ⓒGreen Peace, 2012
위 그래프를 보면 전 세계에서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가능 에너지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속도로 증가하지만 핵발전소 신설은 거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세계의 원전 개수는 서서히 줄어들고 있고, 앞으로 20년 안에 전 세계 원전의 절반 이상인 250여 개가 폐쇄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발도상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20년 내에 250개의 원전을 짓지는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원전은 머지않아 그 숫자가 줄어들고, 결국은 지구 상에서 사라질 것이라 추측해볼 수 있다. 세계적인 동향이 탈원전으로 향하는 것은 단순히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 못지않게 '수요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진국 대부분은 전기 사용이 거의 증가하지 않고 있다. 오래전부터 수요 관리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기 사용이 증가하지 않았던 것은 전기 절약에 앞장선 국민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사회적으로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적극 투자했기 때문이다. 건물의 열효율을 높이고, LED 전구로 교체하고, 산업체의 대형 모터 효율을 높여서 전기 수요를 줄이는 여러 노력을 기울인 덕이다. 

이런 에너지 효율화 산업에 정부와 기업 투자가 더해져 전기 수요가 줄어들면서도, 국가총생산(GDP)의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전기 수요가 늘지 않거나, 혹은 줄어들면 더 이상 발전소나 송전탑을 지을 필요도 없어진다. 선진국 어디에서도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밀양 송전탑과 같은 갈등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지난 수십 년간 이런 노력을 등한시해왔다. 선진국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지 않으면서도 전기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 결과, 선진국보다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하는 나라가 됐다. 이 추세라면, 앞으로 15년 후 우리나라 전기 수요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 수준에 비해서 많은 전기를 쓰고 있는 한국이 이 같은 전기 수요를 지속할 수 있을까? 지금처럼 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 송전탑을 증설하면서 건강한 삶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 주요국들의 일인당 전기사용량. 우리나라는 급격한 전기사용량 증가로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더 많은 전기 사용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전기사용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국제부흥개발은행
▲ 주요국들의 일인당 전기사용량. 우리나라는 급격한 전기사용량 증가로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보다 더 많은 전기 사용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선진국들은 오래전부터 전기사용량이 증가하지 않고 있다. ⓒ국제부흥개발은행

그래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전기 수요가 꾸준히 늘어난 데는 '값싼 전기 요금'이라는 요인도 크게 작용했다. 중국보다 30~40% 낮은 산업용 전기 요금은 기업의 에너지 효율화 사업 투자를 방해했고, 또한 다른 에너지의 전기화를 촉진했다. 생산 과정에서 다른 에너지를 이용해야 하니 원칙적으로 보면 전기가 가장 비싸야 하지만, 오히려 값이 싸 기업들은 전기  사용을 늘리고 다른 에너지는 덜 쓰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 값싼 전기 요금 때문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외국 설비 산업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전기 소비의 급증과 한국전력의 막대한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이 적자는 결국 한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세계 원전 현황과 사고의 현주소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계속 원전을 늘려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측된다. 그래서 우리 국민 대부분은 다른 나라들도 원전을 늘리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세계 원전은 1954년부터 지속적으로 늘어나다가 1990년에 450개 정도가 되었다. 그러나 이후 원전 개수는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 즉, 25년 동안은 그 개수를 유지만 해왔던 것이다. 그동안 한국, 중국, 인도 등 개도국이 원전을 지속적으로 건설했지만 세계의 원전 총개수는 제자리다. 이유가 뭘까.

바로 유럽 같은 선진국들이 원전을 꾸준히 줄여왔기 때문이다. 유럽 여러 나라는 지난 25년간 약 50개의 원전을 줄였다. 매년 두 개씩 줄인 셈이다. 유럽의 원전이 모두 노후됐음(수명을 다 했음)을 뜻한다. 다시 말해, 앞으로 20년 이내에 선진국의 원전 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세계 원전 산업은 25년 전부터 답보 상태며, 의식 있는 선진국들이 서서히 발을 빼는 사이 줄어드는 유럽 원전의 빈자리를 개발도상국이 메운 것이다. 이는 원전 산업이 세계적으로 쇠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원자력은 사양 산업인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한국 정부는 안심하라고 큰소리쳤지만 실상을 알면 탈핵을 주장할 수밖에 없다. 핵 사고를 살펴보면, 미국·소련·일본처럼 핵발전소 개수가 많은 나라에서만 많은 순서대로 발생했다. 개수가 많을수록 발생 확률이 높은 건 당연한데, 그 외 사고 확률을 높인 것은 바로 핵발전소의 나이다. 30년 동안 굴린 차와 지금 막 출고한 차 중에 어떤 게 고장이 잘 날까? 당연히 노후 차량이다. 후쿠시마에서도 마찬가지로 10개의 핵발전소 중 1~4호기가 터졌는데, 발전소의 나이 순서대로 폭발했다. 사고가 난 4개 모두 30년이 넘은 노후시설이었으며, 사고가 나지 않은 5~10호기는 모두 30년이 안 된 것이었다. 30년 넘은 원전만 정확히 골라서 폭발했다는 것은 노후 원전일수록 핵 사고 확률이 높다는 것을 뜻한다. 

▲ 전국에서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지난 15일 부산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 촉구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 전국에서 핵발전소를 반대하는 1000여 명의 시민들은 지난 15일 부산에서 고리원전 1호기 폐쇄 촉구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에도 수명을 연장한 핵발전소가 있다.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는 30년 넘은 시설이다. 바로 옆 일본에서 사고가 났는데도 안전성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폐쇄는커녕 수명 연장을 강행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안전불감증이 도를 넘은 것 아닐까? 

우리나라 핵발전소에서는 지금껏 약 700건에 이르는 크고 작은 사고가 났다. 사고의 위험은 늘 있지만, 정말 큰 사고는 사실을 숨기고 왜곡하는 데서 온다. 법에서는 핵발전소 고장이나 사고가 나면 24시간 이내 국민에게 알리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동안 사고를 은폐하다가 나중에 들통 난 사건이 열몇 건 있었는데, 성공적으로 덮어버린 사고는 얼마나 더 있을지 궁금하다. 은폐야말로 위험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이렇게 위험하고도, 세계적으로 사양 산업인 핵발전소를 우리 정부는 왜 고집하는 것일까. 선진국처럼 원전을 줄일 수는 없는 것일까.

탈핵의 길 

탈핵을 주장하는 사람도 지금 당장 모든 것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방향을 바꿔 원전 증설을 막고, 수명 연장을 금지하면서 차츰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에 나서자는 말이다. 그러려면, 가장 먼저 전기 요금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효율화 사업에 투자해야 한다. 일단 전기 수요가 잡히면, 원전과 화력 발전을 서서히 줄여가는 동시에 태양광
과 풍력, 지열과 수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개발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한다. 

막막한 이야기 같지만, 우리나라도 탈핵이 충분히 가능하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 스웨덴,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이 이미 그 길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못 갈 이유가 없다. 핵 사고는 한 번 터지면 그 어떤 노력으로 되돌릴 수 없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지금까지 별다른 사고가 없었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건 착각이다. 이 땅에서 살아갈 미래 세대를 생각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예방'뿐이다. 그게 바로 '탈핵 운동'이다.

*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격월간 교육전문지 <민들레>와 함께 대안적인 삶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민들레>는 1999년 창간 이래, '스스로 서서 서로를 살리는 교육'을 구현하고자 출판 및 교육 연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은 곧 학교 교육'이라는 통념을 깨고, 어른과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다양한 배움'의 길을 열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민들레> 바로 가기)


세월호 기억 공간 서울도서관으로.. “잊지않겠습니다”

세월호 기억 공간 서울도서관으로.. “잊지않겠습니다”박원순 시장 “정부 주도 추모시설 없다면 서울시라도 나설 것”
강주희 기자  |  balnews21@gmail.com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신고하기
승인 2014.11.21  18:22:25
수정 2014.11.21  18:52:31
트위터페이스북미투데이요즘네이버구글msn

  
▲ ©강주희
지난 4월 27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 분향소가 서울 도서관 3층에 있는 서울기록문화관으로 이전한다. 분향소가 세워진 지 209일만이다.
서울광장 세월호 합동 분향소의 철거가 확정된 21일 오후, 세월호 유가족들과 박원순 서울시장, 임종석 정무부시장 등이 분향소를 찾아 마지막 분향식을 가졌다. 분향대에 국화꽃을 올린 유가족들은 “아이들을 잊지 않고 분향소를 찾아준 서울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일부 유가족들은 ‘마지막 분향’이라는 말에 울먹이며 눈물을 닦았다.
분향 후 유가족들과 박 시장은 서울도서관 3층에 조성된 ‘4.16 세월호 참사 기억공간 별이 되다(이하 세월호 기억공간)’ 개장식에 참여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서울시가 1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상설 추모시설이다. 85㎡ 규모로 조성돼 시민들이 남긴 추모 자료와 노란리본, 노란 종이배 등을 그대로 옮겼다.
박 시장은 “세월호 참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추모의 공간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며 추모 공간 조성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안산에 제대로 된 세월호 추모 박물관을 만들 때 (그 쪽으로) 인계 하겠다”며 “만약 정부가 이를 설치하지 않는다면 서울시라도 제대로 된 추모 기념관이나 박물관을 만들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 ©강주희
박 시장은 이날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을 인용하며 세월호 참사를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을 우리가 되새기고 기억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는 희망이 없을 것”이라며 “온 국민들이 유가족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 달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이후 조영삼 서울시 정보공개정책관의 설명에 따라 박 시장과 유가족들은 전시 시설을 관람했다. 기억·추모·참여·치유 등 총 4가지의 주제로 꾸며진 기억공간은 사진, 일러스트, 모형 등이 설치됐다.
공간 한 켠에는 단원고 학생들과 교사들이 세월호 탑승을 위해 이동하는 장면과 배가 침몰하는 모습을 그린 일러스트가 전시됐다. 시민들이 접은 노란 종이배 500장을 담은 유리 상자와 8000여장의 추모글, 노란 추모 리본 1만5000여개가 공간 곳곳에 전시됐다.
  
▲ ©강주희
  
▲ ©강주희
시설을 둘러본 유가족들과 박 시장은 마지막으로 ‘추모의 벽’에 서서 소감을 전했다. 전명선 세월호 가족대책위 위원장은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시민들이 세월호 사고를 영원히 잊지 않는 것”이라며 “희생된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4월 16일 이전과 이후는 반드시 달라져야하고 안전에 대한 새로운 정책들이 제대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서울시가 기억 공간을 만들었지만 유가족들의 슬픔은 가시지 않을 것”이라며 “이 기억공간을 잘 보존해 세월호 사고와 같은 불행한 참사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개장식을 마친 유가족들은 이날 ‘추모의 벽’에 아이들에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메모지를 붙였다. 메모지에는 ‘보고싶다’, ‘사랑한다’,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 라는 말들이 가장 많았다. 박 시장은 ‘잊지 않겠습니다’ 라고 적었다.
고 김동혁군의 어머니 김성실씨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죽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지어 사진 앞에 놔주고 싶은데 정부가 그럴 시간이 없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왜 유가족이 울며불며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 ©강주희
김씨는 “이런 모습을 하늘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보면 부모들을 얼마나 불쌍하게 여기겠냐. ‘우리 엄마, 아빠가 저러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 않겠냐”며 “애들이 원했던 것은 이게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는 이날 오후 9시에 철거된다. 시는 분향소 철거에 앞서 제를 올릴 예정이다.

[관련기사]

강주희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왜 종편은 아줌마의 '이북여행담'을 물고 뜯었나


자원외교실패, 무상급식 파탄 등 여론악화..'색깔론 돌파?'
정찬희 기자 
기사입력: 2014/11/22 [01:22]  최종편집: ⓒ 자주민보

통일운동단체가 주최한 방북 여성들의 통일이야기에 대해 보수 언론이 악의적 왜곡보도를 일삼고, 이에 발을 맞춰 경찰이 국보법 위반혐의를 내세워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하자 통일시민운동단체가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6.15공동선언 이행과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이하 6.15서울본부)는 21일 재미교포로 방북 연재기와 강연으로 폭발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 신은미 음대교수와 1990년대 말과 2000년 초 방북한 경험이 있는 라디오 반민특위 진행자인 황선씨의 방북담을 듣는 '평양에 다녀온 그녀들의 통일 이야기'를 주최한 것을 두고 보수언론이 악의적 왜곡보도를 하고있으며, 경찰 당국은 이에 보조를 맞춰 수사하겠다는 기미를 보인것을 단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 이북여행기 토크콘서트를 가진 재미동포 신은미 씨     © 정찬희 기자

그런데 과연 그 여성들의 '이북 여행기'가 그렇게 종북이라는 중대한 정치적 색깔이 덧씌워질만한 것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제기된다. 직접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기존의 한국 언론의 카더라 통신과는 다른 신선한 다른 나라의 이야기' 정도로 느낄 정도였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 2014년 4월 신촌에서 개최된 재미동포 신은미 씨의 여행담은 꽤나 흥미로웠다. '한국돈으로 약500원 정도하는 대동강 맥주가 무척이나 맛이 있었고, 아이들이 미국 유명 캐릭터 가방을 메고 다니고 아가씨들은 하이힐을 신고 다닌다'는 다만 기존에 언론을 통해 알려진 북의 모습과는 다르며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더라 하는 것이 강연 내용의 대부분이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위해 신은미 씨가 강연에서 공개했던 북한 여행기 사진을 일부 게재한다. 

▲ 재미동포 신은미 씨가 찍은 북의 하이힐 신은 아가씨들     © 정찬희 기자


▲ 미국 유명 캐릭터가 들어간 가방을 맨 아이들     © 정찬희 기자

▲ 북의 거리에서 한가로움을 즐기는 재미동포 신은미 씨     © 정찬희 기자

▲ 거리의 사람들     © 정찬희 기자

▲ 이북의 복권 가게     © 정찬희 기자

자신의 여행담과 그곳에서 찍은 사진들을 공개한 신은미 씨는 "나는 매우 보수적인 경상도 가정에서 태어나 자라 나또한 북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남편을 따라 여행을 가보고 그곳 또한 사람사는 곳이고, 정많은 사람들을 보며 역시 같은 민족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반목만 할 것이 아니라 원래 한민족이었으니 통일을 해야겠다는 것을 느끼고 내가 보고 들은 것을 알리게 되었다" 며 자신의 여행담을 공개하는 취지를 밝혔다.

실상 박근혜 정부가 '통일 대박'을 내세우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그녀의 '통일에 대한 바램'이 정부의 기조와 다르지 않은 것임에도 왜 종편은 그녀의 여행담을 그토록 물고 뜯어야 했을까?
  
▲ 대북삐라를 날리는 단체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     © 정찬희 기자

이는 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통일정책에서 그 이유를 일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통일대박' 이라며 통일지향적인 자세를 보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북 삐라를 살포하여 전쟁분위기를 조성하는 단체들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세월호정국으로 무능함을 전국민에게 여실히 증명하였고 지난 정권이 벌여놓은 4대강 사업-자원외교-방위산업 실패와 비리가 연일 뉴스로 터져나오면서 수세에 몰리자 으레 써먹던 '색깔카드'를 또다시 꺼낼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발맞추어 정권 편향적 논조를 가진 종편들이 '재미동포 아줌마의 북한 여행기'를 그 이슈로 다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인천시 발간 관보의 표지 중 일부     © 정찬희 기자

무능한 정부의 정국 돌리기 물타기 '색깔론'으로 종편의 희생양이 된 '재미동포 아줌마의 통일 지향 북한 여행기 콘서트' 의 이후가 주목된다.

"황우여 교육부총리의 체면, 말이 아니게 됐다"


14.11.21 19:40l최종 업데이트 14.11.21 19:40l



기사 관련 사진
▲ 누리과정 예산 관련 답변하는 황우여 장관 황우여 교육부 장관이 지난 10월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교육부와 소속기관 등에 대한 종합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9일 정부조직법 공포에 따라 '사회부총리'로 승격한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하루 만에 추락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 수석부대표에 의해 "월권"을 저지른 장본인으로 찍히는 등 공개 수모를 당한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황 장관이 지난 20일 오전 누리과정 예산의 국고 지원 합의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교문위) 간사 사이에 이끌어낸 직후 벌어진 일이다.   

교육부 "저쪽에서 아니라고 하니까 안타깝다"

21일 수모를 당한 황 장관을 수장으로 둔 교육부 분위기를 나타내는 말은 한마디로 "안타깝다"는 것이다. 

한 중견관리는 "그래도 누리과정 파국은 막아보겠다고 황 부총리께서 적극 해결하려고 하다가 결국 다른 쪽(새누리당 원내지도부)에서 아니라고 하니까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문제가 커질 텐데 우리도 고민이 깊다"고 털어놨다.

황 장관은 이날 오후까지 전날 합의 파기 사태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 시도교육감협의회에 참석했던 한 시도교육감 보좌관도 "당대표까지 맡았던 교육부총리가 이끌어낸 합의안이 여당 지도부에 의해 무참히 깨지는 걸 보니 기가 막히다"면서 "앞으로 시도교육감들은 교육문제가 터질 때마다 교육부장관이 아닌 새누리당 지도부나 청와대와 상의해야 하는 것인지 심각한 의구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교육감협의회는 결의문에서 "교육부장관과 교문위 양당 간사 간에 합의했던 사항은 관철되어야 한다"면서 "우리의 이러한 절박한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우리는 시·도교육청에서 편성했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의 집행을 유보할 예정"이라고 압박했다. 사실상 교육감협의회가 황 장관에게 힘을 실어준 셈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말은 한마디로 '황당하다'는 것이다. 

이날 비상대책위에서 문재인 비대위원은 "교육을 비롯한 사회 분야 예산을 총괄하는 교육부총리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면서 "부총리 위에 원내부대표가 있을 리 없으니 그 배후에 청와대가 있을 것이라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라고 청와대 개입설을 제기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당대표를 역임했던 주무장관인 (황우여) 부총리에게까지 호통을 쳤다니, 세상에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라고 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도 "교육을 담당하는 정부의 최고책임자와 교문위 여야 간사가 오랫동안 숙의한 누리과정 예산 합의를 소위 실세라는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일언지하에 걷어차는 여당이 과연 제대로 된 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50개 교육시민단체 "누리과정 대란 책임 청와대가 져라"

이날 어린이집 원장들과 관련 단체들은 '합의안 파기'와 관련 새누리당에 항의전화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또한 황 장관의 국고 지원 중재안을 지지하며 새누리당 지도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참여연대, 전교조, 참교육학부모회, 평등교육학부모회 등 50여 개 교육시민단체가 모인 교육재정파탄위기극복과교육재정확보를위한국민운동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어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이번 합의안 파기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합의 내용 관철에 나서거나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국민운동본부의 김재석 집행위원장은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의 일부 세력이 교육부장관도, 국회 교문위원장도, 여야 간사도, 17개 시도교육감도 동의한 누리과정 국고 지원 합의안을 걷어찼다"면서 "앞으로 누리과정 대란의 책임은 파국의 장본인들인 새누리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