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월 9일 화요일

쪽파 한단에 2만6800원... 계속 이러면 더 비싸집니다

 [슬기로운 코로나 명절] 기후 위기로 인한 고물가 시대, '냉장고 파먹기'로 맞섭니다

21.02.10 07:33l최종 업데이트 21.02.10 07:33l
'가족이라도 주민등록상 거주지가 다르면 5인 이상 집합 금지', 2021년 설의 특징입니다. 감염의 위험을 줄이려면 덜 모이고 적게 모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따라 명절 문화에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성묘를 하고, 영상통화로 안부를 묻고, 온라인으로 새뱃돈을 준다는데요. 전통적인 명절의 변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시민기자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편집자말]

3850원. 대파가 너무 비쌌다. 심했다. 파 끝이 시들었는데도 저렇게 비싸다니. 다행히 쪽파는 쌌다. 한 단에 2700원 즈음했다. 아쉽지만 대파든 쪽파든 괜찮았다. 한 푼이라도 아낄 수 있다면 그 정도는 대수롭지 않다. 문제는 계산대에서 생겼다.

'2만6800원' 포스기에 엉뚱한 돈이 찍혔다. 계산대 직원에게 물었다. 

"어? 쪽파 가격이 잘못 찍혔어요. 확인 부탁드릴게요."
"2만6800원. 맞아요. 쪽파, 2만6800원."

 

 판매자의 실수가 아니고서야 쪽파가 2만6800원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건데, 그 가격은 진짜였다.
▲  판매자의 실수가 아니고서야 쪽파가 2만6800원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건데, 그 가격은 진짜였다.
ⓒ elements.enva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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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은 쪽파에 붙은 가격표를 눈앞에서 보여주셨다. 판매자의 실수가 아니고서야 쪽파가 2만6800원일 수는 없다고 생각한 건데, 그 가격은 진짜였다. 쪽파에 비하면 대파는 비싼 것도 아니었다. 나는 다시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대파를 집어들 수밖에 없었다.  

깜깜한 저녁, 집으로 돌아가는데 절약 의욕이 솟았다. 대파 한 단도 귀하게 여겨 알뜰하게 잘해 먹고 싶어졌다. 단지 돈을 아끼려는 게 아니었다. 기후 위기가 비로소 우리에게서 먹을 것을 앗아가기 시작했음을 직감했기 때문이었다.

이 가격, 기후 위기의 징후라면

2월 2일, 통계청은 소비자 물가 동향을 발표했다. 여기에 팟값의 정체가 있었다. 파는 작년 1월 대비 값이 76.9% 뛴 품목이다. 파뿐만 아니다. 양파는 60.3%, 사과는 45.5% 올랐다. 축산물은 11.5% 뛰었다.

사과 같은 저장 과일은 태풍과 장마 때문에, 쪽파나 양파처럼 생산 직후 출하하는 채소는 북극 한파와 폭설 때문에 농사가 잘 안 됐다. 기후 변화 때문에 농산물 값이 오른 것이다. 축산물은? 공장식 축산으로 AI가 순식간에 퍼졌기 때문이다. 결국 건강한 닭들마저 예방 차원에서 도살당했으니 공급이 줄어 값이 올랐다.  올 겨울이 지나면 2000원대 대파를 살 수 있을까? 대파 값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바로 기후 위기와 공장식 축산 관행은 단숨에 해결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리가 많이 먹고 많이 버리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한 말이다.


농축산물의 과잉 생산은 기후 위기의 원인 중 하나다. 특히 2014년 유엔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가축이 대기 중 온난화 가스에 미치는 비율은 최대 51%까지 추정되기도 한다. 우리는 그동안 먹거리를 차고 넘치게 재배했다. 얼마만큼 과잉 생산 했냐 하면, 먹다 남아 쓰레기로 버릴 만큼이다.

농담 같은 쪽파 가격에 적응해야 하는 건 나였다. 동시에 기후 위기 해결에 힘을 보탤 수 있는 것 또한 나였다. 방법은 간단하다. 냉장고 파먹기다. 냉장고 파먹기란, 냉장고 속 식재료를 다 먹기 전까지, 다음 식재료를 구매하지 않는 일을 말한다.

양파 한 알, 달걀 한 알, 허투루 낭비하지 않는 냉장고 파먹기 훈련이야말로, 기후 위기에 적응하고 해결하기 위한 방식이다. 값비싼 식재료를 아껴 먹으니 절약도 되고, 과잉 생산에 일조하지 않을 수 있다. 먹을 만큼 먹기. 이것은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작은 일 중 하나다.

쓰레기통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쓰레기가 아니다
 
 가족이 모이면 밥상이 넉넉해진다.
▲  가족이 모이면 밥상이 넉넉해진다.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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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설날이다. 적당히 먹고 덜 버리려면, 애초에 음식을 적당히 준비해야 한다. 하지만 설날은 그게 잘 안 된다. 명절 음식을 대하는 가족의 마음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먼저 먹고 싶은 음식만 준비할 수가 없다. 손이 잘 가지 않더라도 제사상에 올릴 하얀 생선찜은 삼 단으로 올려야 하는 의무감과 치킨에 맥주면 어떠냐는 입장이 상충한다. 먹을 만큼 준비하기도 어렵다. 오랜만의 명절이니 모자라지 않게 푸짐하게 준비하자는 마음과 적게 먹어야 건강에도 좋으니 조금만 준비하자는 마음이 다르다.

여기에 틀린 마음은 없다. 결국, 명절에는 음식이 자주 남게 됐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기로 했다. '냉장고 파먹기'다. 우리집 냉장고에 있는 한, 우리집 귀한 식재료로 대접해주면 된다. 아무리 남은 음식이라 할지라도 쓰레기통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쓰레기가 아니다.

명절 전, 냉장고 지도부터 그렸다. 냉장고 지도란, 종이 한 장에 냉장고와 찬장 속 식재료를 모두 적은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식재료로 할 수 있는 메뉴까지 적으면 냉장고 속 식재료를 살뜰하게 먹기 쉽다.
 
 냉장고를 다 비운 후(좌) 필요한 식재료를 들였다(우). 모자 쓰고 모자 사러 가지 않기, 냉장고 버전이다.
▲  냉장고를 다 비운 후(좌) 필요한 식재료를 들였다(우). 모자 쓰고 모자 사러 가지 않기, 냉장고 버전이다.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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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후, 한결 널찍해진 냉장고에 명절 후 남은 음식들을 채워 넣는다. 그리고 명절 음식들을 소진하기 전까지는 새 음식을 탐내지 않는다. 동그랑땡이 있으면 만두 사러 가지 않으면 되는 일이다. 식비를 절약할 수 있을 뿐더러, 음식 쓰레기도 줄일 수 있다.
 
중요한 살림 기술은 전날 먹고 남은 것으로 다음 날 근사하고 풍요로운 식탁을 만드는 것이다. -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 중, 헬렌 니어링 지음
 
20세기, 헬렌 니어링은 경제 대공황에 맞서 소박한 밥상으로 경제적 자립을 일군 인물이다. 그녀는 밥 짓는 시간을 줄이고, 남는 시간에 책을 읽고 시를 썼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시까지 쓸 수 있던 비결은 간단했다. 물가가 두 배로 올랐다면? 두 배로 절약하면 된다. 그녀는 우아하고 용감하게 절약했다.

헬렌 니어링이 100년 전 경제 대공황으로 인한 물가 상승에 절약으로 맞섰다면, 우리도 기후 위기로 인한 2만6800원짜리 쪽파에 절약으로 맞서면 된다. 우리의 냉장고 문에 냉장고 지도가 붙어 있고, 낭비하는 음식 없이 살뜰하다면, 기후 위기와 우리 지갑의 위기에 우리 몫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냉장고 지도
▲  냉장고 지도
ⓒ 최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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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 사장 “국민 초청 숙의민주주의로 수신료 설득”

 수신료 비판 여론에 “자구 노력 확실히 하라는 외침”… 5년 만의 대하드라마 등 “시청자에게 공적 책무 다할 것”




 


KBS 이사회는 지난달 27일 ‘수신료 조정안’을 상정했다. 현재 월 2500원 수신료를 3840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이다. 안건 상정 후 KBS의 고임금 문제와 보도 공정성 논란 등 이슈가 불거지며 여론이 악화했다. KBS가 공적 책무를 제대로 하고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8일 오후 양승동 KBS 사장을 만났다.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90분여 진행된 인터뷰에서 양 사장은 “수신료 조정안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보다 현재 KBS 재정 상황과 그동안의 자구 노력을 소상히 밝히고,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국민들에게 제시해 합의를 이끄는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설득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수신료 조정안 상정 후 최근 논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KBS가 자구 노력을 확실히 마련해야 한다는 시청자들의 회초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사회에서도 말씀드렸지만, 국민 여러분께 굉장히 송구하다는 말씀을 거듭 드리고 싶다. 코로나19로 누가 봐도 어려운 시기다. 우리가 수신료 인상을 밀어붙이려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앞으로 수신료 조정안 심의 과정 등 굉장히 긴 여정이 될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논의를 시작한다는 의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도 수신료 여론조사를 하면, 국민 저항에 부닥치곤 한다. 수신료는 준조세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국은 사회적 합의를 계속해왔고 국민 동의를 얻어 수신료를 현실화해왔다. KBS 수신료는 현재 40년 동안 동결돼 있다. KBS도 BBC와 같은 과정을 거치겠다는 의미로 이번 안건을 상정했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다.”

▲ 양승동 KBS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사장이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양승동 KBS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사장이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여전히 자구 노력이 부족하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 10여년, 짧게는 제 취임 후 KBS는 여러 효율화 조치를 단행했다. 덜 알려진 면도 있지만 국민 눈높이에 충분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1분기 내 직무재설계 문제를 포함해 경영 효율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한 뒤 이사회 심의 과정을 거칠 것이다. 이 과정에서 KBS가 어떻게 효율화할지 자세히 설명하려 한다.

또 KBS 평균 연봉이 높다는 비판이 정치적 논란으로 확대되고 있다. 내부에선 그런 공세에 대응하지 말자는 여론도 있었지만 내가 대응하자고 했다. KBS 직원 가운데 억대 연봉자 비율은 46%로 줄었고, 앞으로 이 비율은 크게 줄어들 것이다. 현 KBS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18년인데, 88올림픽 당시 채용된 인력이 대거 나갈 것이고 추가 명예퇴직도 시행할 예정이다. 반면 신규 채용은 최대한 늘려 KBS를 더 젊게 만들 것이다. 평균 연봉도 크게 줄어들 것이다. 작년부터 직무재설계를 추진하는 등 KBS를 ‘리모델링’하고 있다. 직무재설계안에 아직 내부 반발이 있는데 곧 접점을 찾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앞으로도 계속 설명드리도록 하겠다.”

- 그럼에도 인위적 구조조정이나 인력 축소가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직무재설계를 통해 조직을 슬림화하고, BBC 구조조정에 버금가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를 위해 내부 합의를 이끌어야 한다. 마땅히 해야 할 공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영역도 많고, 코로나19 시대 새롭게 부여된 공적 책무도 막중하다. 우리에게 부여된 공적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선 상당한 정도의 인력이 유지돼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방만하거나 비효율이 있는 부분은 최대한 효율화할 것이다. KBS는 감사원의 감사, 국회의 결산 심사 등을 통해 재정과 인력이 투명하게 밝혀져 있다. 모자란 부분을 찾아 개선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 양승동 KBS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사장이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양승동 KBS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사장이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시청자들은 KBS보다 새 플랫폼, 특히 넷플릭스나 유튜브 콘텐츠 소비를 선호한다. 시청자들은 ‘공영방송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 것인가’를 KBS에 묻고 있다.

“이와 관련 전 세계 공영방송들이 공통적으로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과제를 함께 풀기 위해 작년 유럽, 캐나다 등 공영방송 수장들과 화상회의로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넷플릭스에 이어 디즈니플러스, 애플에서 만든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 미디어 생태계를 주도하면서 각국 공영방송들이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해외의 거대 상업 자본에 미디어 생태계를 맡겨둘 수는 없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공영방송의 공적재원 확충이 필요하다.

공영방송은 상업방송이나 민영방송처럼 광고 영업을 치열하게 다투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은 공적재원을 중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수신료가 재원의 최소 50~60%는 돼야 한다. 그래야 광고주나 상업 자본에 흔들리지 않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KBS 콘텐츠는 지상파뿐 아니라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에서 소비되고 있다는 점이다. TV를 통해서만 KBS 콘텐츠가 소비되는 것은 아니다. 넷플릭스나 웨이브 등 OTT에도 KBS 콘텐츠들이 들어가 있다. 해외의 경우 TV가 아닌 디바이스에도 수신료를 부과한다. 현재 우리는 법으로 TV를 소지할 때만 수신료를 내고 있는데 언젠가는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오늘(8일) 임원회의에서 KBS 콘텐츠가 각 플랫폼에서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KBS의 무료 보편서비스 활용 실태를 조사해보자고 했다. 자료가 확보되면 이 부분에 대해 상세한 답을 내놓을 예정이다.”

- 코로나19 국면에서 KBS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미국에선 뉴욕타임스가 코로나19 국면에서 뛰어난 보도를 했다고 평가받는다. 우리도 코로나19 관련 최고의 첨단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지난해 1월 국내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후 1년 넘게 코로나19 재난방송을 해왔다. 지난해 2월 말 감염병 확산이 본격화하면서 ‘코로나19 통합뉴스룸’으로 상시 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9개 지역총국도 수시로 특보를 전했다. 앞으로 24시간 뉴스 스트리밍 채널을 재난 대응형으로 내실화할 것이다. 이는 수신료 조정안 가운데 중요한 대목이다. 설사 수신료 조정이 되지 않더라도 올해 예산을 확보해 이 부분을 강화할 것이다.

이 밖에도 상생과 연대 차원에서 ‘함께 이겨냅시다’와 같은 ‘착한 소비’ 캠페인을 펼쳤고, 지난 1월 연속 방영된 ‘코로노믹스 3부작’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에 발 맞춰 KBS는 재난방송 주관방송사로서 ‘공론장’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작비와 연구비가 한계에 와있는 게 사실이다. (수신료 인상 시기를) 더 넘기면 안 된다.”

▲지난해 KBS 추석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KBS.
▲지난해 KBS 추석특집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사진=KBS.

- 제2의 나훈아쇼, 대하드라마 등 대형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시청자와 학계 전문가들에게 공영성 강화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물었다. 그에 대한 답으로 대형 프로젝트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가깝게는 이번 설 특집 ‘조선팝 어게인’을 선보인다. 대하드라마도 제작할 것이다. 명품 다큐멘터리도 상당수 준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우주체험 다큐멘터리쇼 ‘키스더유니버스’는 2년 전부터 준비했다. 올 10월 방영 예정이다. 3월에는 KBS 환경 다큐 ‘환경스페셜’이 부활한다. ‘역사저널 그날’은 4월까지 하고 정통 역사 다큐멘터리로 강화한다. 그중 하나로 ‘정조의 리더십’에 관한 역사 다큐를 5부작으로 기획 중이다.

또 도쿄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도 있다. 사실 타 방송사들은 올림픽이나 월드컵 중계에 곤혹스러워한다. 과거 올림픽 중계 때 1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보곤 했는데 그럼에도 KBS는 중계해야 할 책임이 있다. KBS는 소외되는 비인기 종목의 경기를 외면할 수 없다.”

- 대하사극이 지금 시대 유효한 전략인지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2018년 4월 사장이 된 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 중 하나가 ‘KBS가 대하드라마 사극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수요가 많다. 퓨전 사극이나 역사 다큐멘터리도 있지만 이들이 채울 수 없는 ‘정통 역사물’이라는 영역이 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말이 있듯 우리 민족 정체성을 깨닫고, 국민적 사기를 고취하는 것도 공영방송의 역할이다. ‘용의 눈물’, ‘정도전’과 같은 정통 역사물이 필요한 이유다. 수백억 원이 들어가는 대하사극을 5년 만에 부활하려다 보니 제작단가가 굉장히 높았다. 올 1월 작가를 섭외한 상태다. 현재 아이템 두세 개를 놓고 고민 중이다. 조만간 시놉시스가 나온다.”

- 대하드라마 주인공에 대한 힌트를 준다면?

“태종 이방원, 조선시대 임금 정조, 고려시대 현종 등이 후보다. 시대적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인물을 고르려 한다. 제작비 문제로 올해 연말부터 내년 초에 걸친 2년 동안의 예산으로 제작비를 나눠 잡았다. 올 연말이면 인사를 드리지 않을까 기대한다.”

- 대형 프로젝트를 위한 재원 마련 상황은?

“2020년 결산을 통해 수지 상황이 정리됐다. 오는 2월 마지막 주 정기 이사회에서 결산을 승인받으면 (결산안이) 국회로 가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불황형 흑자’다. 애초 지난해 사업손익은 759억원 적자를 예상했지만 140억원으로 그 폭이 줄었다. 지난해 제작비 절감 노력과 유휴자산 매각, 간부 임금 20% 삭감과 직원 임금 동결 등 긴축 예산을 펼쳤다. 긴축을 통해 당기손익 300억원 흑자를 봤지만, 올해 방송을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다시 적자가 나는 구조다. 긴축 예산으로 생긴 이익은 올해 콘텐츠에 집중 투자한다. KBS가 자구노력을 통해 긴축 재정을 펼쳤고, 이를 시청자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데 사용하겠다고 약속드린다.”

▲양승동 KBS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사장이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양승동 KBS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양 사장이 사진 촬영을 위해 잠시 마스크를 벗은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 내부적으로는 자구 노력을 하고 있지만, 외부에서 외면하는 시청자들을 설득할 방안은?

“우리 노력을 어떻게 알릴지 TF를 구성한 상태다. 수신료 조정을 설득하기 위해선 ‘숙의 민주주의’(투표를 넘어 숙의를 통해 의사를 결정하는 민주주의) 방식이 필요하다는 한 이사님 제안이 있었는데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수신료 조정안 이사회 심의 과정에서 두 이사님이 조정안 상정에 반대했다. 그러나 이사장께서 이들을 설득해 합의를 끌어내셨다. 단순 표결이 아니라 서로 논의하고 토론해 합의를 만들었다. 수신료 조정에 대해서도 시청자들께 KBS가 하는 일, 하려고 하는 일을 투명하게 밝혀 공영방송 미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긴 호흡으로 가져가면서 설득하겠다.”

-숙의 민주주의 방식이라면?

“제가 사장에 선임되는 과정에서도 시민 자문단 제도가 있었다. 국민 200~300명을 표본으로 해서 그분들에게 직접 KBS 재정 문제와 수신료 인상 필요성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콘텐츠 차별화를 위해 얼마가 필요한지 설득하는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투명하게 밝히고 시민들 의견을 모으면 국민의 상식 수준에서 판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시민 의견을 토대로 방통위와 국회를 설득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KBS 출신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포함한 다수 민주당 의원들도 야당과 같이 ‘수신료 인상 반대’에 의견을 냈다.

“다양한 반응을 확인했다. ‘여권도 반대하는 수신료 인상’이라는 기사들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KBS 수신료 인상이 여당과 짜고 하는 일은 아니다’라는 걸 입증한다고도 생각한다. 숙의 민주주의 방식으로 공론장을 열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할 것이다. 묵묵히 설득하면 국민께서 상식적 판단을 해주실 것이라고 본다. 우리는 여론을 존중한다. 비판을 받으면 그때그때 대응하고 답도 드릴 것이다. 그러나 근거 없이 왜곡하거나 정치적 공세를 펼친다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과거 KBS 경영진은 간부는 물론 기자들까지 수신료 인상을 위한 국회 로비에 동원해 물의를 빚었다.

“KBS 기자들을 동원해서 로비하는 방식, 나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런다고 될 사안이 아니다. 사장과 경영진이 직접 국민 앞에 나서서 진정성 있게 설명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을 가질 것이다.”

▲ ‘코로나19 통합뉴스룸’ 체제로 전환 KBS 뉴스9.
▲ ‘코로나19 통합뉴스룸’ 체제로 전환 KBS 뉴스9.

-KBS 보도에 여전히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고 있다.

“KBS는 공정성 보장을 위해 다양하고 중층적 제도 장치를 갖고 있다. 편성규약, 방송제작가이드라인, 취재 보도준칙을 통해 규범과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부문별 편성위원회, TV위원회, 공정방송위원회, 심의실, 시청자위원회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일부 공정성 논란이 제기되는 이슈들을 보면 실수로 빚어진 것이 대다수다. 그런 사고들이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고 공정성 논란으로 비화되는 게 안타깝다.

과거 KBS에는 제작 거부에 이은 파업이 있었다. 방송 제작이나 취재에 경영진이 간섭하고 개입해 벌어진 일이었다. 제가 사장에 취임하고서 그런 일은 없었다. 한편으로 공정성은 주관적 평가 영역이기도 하다. 본인이 어떤 정치적 입장을 갖느냐에 따라 편향적으로, 또는 불공정하게 보이는 면도 있다.”

-KBS 보도와 시사는 어때야 한다고 보나?

“‘신뢰의 기준’이 돼야 한다. 콘텐츠가 쏟아지면서 허위조작정보가 많아지는 콘텐츠의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 이럴 때 신뢰 기준은 매우 중요하다. 정치적으로는 중립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KBS 뉴스가 그렇다고 본다. 이와 함께 인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민생 문제는 더 깊이 들어가야 한다. 창의적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현장에 밀착해 진실을 추구하고 깊은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

-KBS 내부 구성원인 KBS 노동조합(소수노조)에서도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수신료 인상은 KBS 노동조합도 원칙적으로 동의하는 사안이다. 접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계속 소통하면서 관계를 만들어갈 것이다.”

-EBS는 KBS가 내놓은 수신료안(3%에서 5%로 조정)에 더 높은 배분 비율을 요구하고 있다.

“EBS와 상정 전 두 차례 정도 논의했다. EBS에 수신료 3%를 배분하고 있다고 하지만, 송신 지원까지 포함하면 7% 정도다. 수신료를 조정하면 3%에서 5%로 올린다는 것인데, 실제적으로는 대략 10% 정도라 추산한다. EBS도 교육방송으로서 공적 책무를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BS와의 협의는 계속 열어놓고 갈 것이다.”

▲ 양승동 KBS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양승동 KBS 사장이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본관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양 사장의 임기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지난 3년여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아쉬운지?

“취임 후 논란이 증폭된 방송사고들이 있었다. 산불 관련 재난방송, 정당 로고가 잘못 나간 실수, 독도 헬기 추락 영상 논란 등 해서는 안 되는 실수였다. KBS 신뢰도가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있지만 이런 일이 없었다면, 더 높은 신뢰를 받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수신료 조정안 상정이 너무 늦어진 것이다. 공영방송의 공적재원이 절반도 안 되는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지 않고서는 미래로 갈 수 없다. 2019년 6월부터 수신료 조정안을 준비했다. 작년 1월 최종 보고서가 나왔고 수신료 조정을 추진해보려 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계획 연기가 거듭됐다. 코로나 상황이 좋지 않아 여론도 좋지 않다. ‘코로나가 없었다면’이라는 생각에 여러모로 아쉽다. 그러나 역사에 가정이란 없기 때문에 현실을 딛고 나아갈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KBS 미래, 공영방송 미래는 시청자와 KBS 구성원들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공론화 과정을 거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 국민을 설득하려면 KBS 내부가 변해야 한다. 수신료 조정 과정을 내부 혁신 동력으로 삼을 생각이다. 시대가 변하며 공영방송이 계속 위축되고 있다. 단순히 한 방송사의 재정위기가 아니다. 공영성의 위기이자 공적 서비스 위축이다. 이번 수신료 조정안에 코로나19 시대 KBS가 해야 할 공적책무가 무엇인지 그 고민을 담았다. KBS가 제대로 된 공영방송이기 위한 설계도다.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인상액을 포함했다는 말씀도 드리고 싶다.”

38노스, 북한 붕괴설이라는 착각

 

잘못된 북한 이해 오히려 해결 어렵게 해
뉴스프로 | 2021-02-09 15:08:25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38노스, 북한 붕괴설이라는 착각
– 북한 경제 붕괴할 가능성 거의 없어
– 중국에서 백신 이미 구입, 코로나도 극복 가능
– 김정은 체제는 반시장 정책 도입 안할 것
– 비핵화 의지, 협상 가능성 여전히 열어 놔
– 잘못된 북한 이해 오히려 해결 어렵게 해

38노스는 지난 1일 The Fallacy of North Korean Collapse(북한 붕괴설은 착각이다)이라는 논설을 통해 전략국제문제 연구소의 북한문제전문가 빅터 차의 1월15일자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 반박하는 글을 실었다. 빅터 차는 이 기고문에서 미국이 북한문제로 군사력을 동원해야 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북한 경제는 코로나 봉쇄조치에 더해져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북한 정권이 군사력과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을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이에, 38노스는 차 선임고문의 명망에 비해 이번 주장은 소설에 가깝다고 말하면서 북한 상황에 대한 정확하지 못한 분석은 그 자체가 위기를 만들어 내며 북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고 오히려 군사적 선택을 촉구하는 오판을 낳는 원인을 제공한다며 차 선임고문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사를 싣는 이유를 밝혔다.

먼저, 기사는 경제 분석자체의 결함을 말하면서 북한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못 박는다. 차 선임고문의 북한경제의 1990년 대기근과 견줄만한 상황이라는 표현에 대해 현실은 전혀 반대라고 말하면서 1990년 때와 달리 지금은 북한이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생존 가능한 여건을 이미 만들어 냈다고 주장한다. 기사는 그 근거로 2010년 이후 북한 정권의 경제개혁과 개방정책 추진, 2018년 북한 국가 전략의 군사 우선에서 경제 우선으로의 전환 등을 제시한다. 북한은 다양한 경제 개방을 추진해 왔지만 북핵 프로그램으로 인한 경제제재 때문에 연기되었을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기업 책임경영제와 현장 책임제 도입으로 생산량이 늘고 경공업과 농업 유통이 촉진되었으며 수입 대체 정책의 결과로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환율이나 쌀 휘발유 등의 시세가 안정적이며 북한 주민들은 이제 하루 세끼의 기본적인 식사를 할 수 있는 국내경제여건을 확보했다고 말하고 있다. 비록, 경제 제재와 국경 봉쇄로 인한 교역과 투자 감소는 북한 경제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북한은 이미 국내 경제 기반을 확보했으며 코로나 19로 인한 경기 침체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기사는 두 번째로, 북한이 코로나 백신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경을 계속 봉쇄할 것이며 그 결과 1년 이상 생존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 데 대해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일축하면서 중국이 동남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이미 백신을 공급한 사실로 추측하면 가까운 동맹국인 북한에게 백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리고 북한 정부는 이미 중국에서 백신 수십만 개를 확보한 상태라고 밝히면서 이르면 봄, 늦어도 가을 까지는 북중교역이 재개되고 이를 기점으로 북한 경제의 전환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최근 당대회에서 7천여명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회의에 참석한 것은 북한이 코로나를 통제하고 있거나 대규모 감염은 없다는 점을 시사하며 코로나 때문에 경제파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 번째로 기사는, 차 선임 고문이 북한은 당대회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반시장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북한 정부가 그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지만 그것은 김정은 시대 경제정책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의 소치라면서 과거와 달리 김정은 시대에 시장은 국가경제 구조의 일부가 되었다고 말한다. 김 위원장 집권 후 경제개혁 확대에 따라 북한 정부는 더 이상 시장 활동을 억제하는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시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경제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았다. 특히 2009년 화폐개혁의 실패로 더 이상 반시장 정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번째로, 기사는 비핵화가 여전히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차 선임고문은 이번 조선노동당 8차 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바이든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을 할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은사실과 관계없이 차 고문의 선험적 추정만을 기반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실제로는 김위원장이 8일간의 당대회 동안 비핵화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조차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당대회에 앞서 북한은 미국이 대북적대정책을 철회할 때까지는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거듭 밝힌 바있지만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항상 조건부였다고 말하면서, 그에 비추어 이번 8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전략무기개발계획이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기사는 북한의 최근 행보로 비추어, 북한이 미국에 먼저 접근하진 않겠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 의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근거로 미국의 대선 기간부터 현재까지 북한은 미국에 대해 어떤 도발적인 발언이나 행동도 하지 않았으며 이것은 오바마 취임 전후 기간을 포함해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시험적으로 도발을 했던 과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직전에 열린 당대회기념 열병식에서는 이전 열병식에서 늘 미국을 자극하는 듯 했던 ICBM도 등장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미국이 먼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미국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핵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고 해석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기사는, 이러한 정황들로 비추어 북한에게 비핵화 의사가 없다는 차 선임고문의 주장과 달리,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접근법을 보여주기를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마지막으로, 기사는 빅터 차의 기고문은 정확하지 않은 접근법과 북한의 실상에 대한 왜곡된 시각만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북한은 체제 위기에 들어서거나 정권 붕괴에 직면할 가능성은 대단히 적다고 결론 내린다. 따라서, 북한이 내부통제를 위해 미국을 선제타격하거나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도 거의 없으며 현재 북한은 1990년대 중후반 200만명 가량이 굶어죽은 극적인 위기에서 살아남은 나라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또, 북한 붕괴라는 사고는 미국 외교 정책 사고에서 신화처럼 굳어진 끝없이 반복되는 잘못될 사고일 뿐이며 그런 잘못된 오류에 기반한 정책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 이어, 기사는 더 이상의 실수는 없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의 현실에 대한 왜곡된 시각과 부족한 이해는 결국 대북정책을 잘못된 길로 이끌어 북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글,박수희)

다음은 뉴스프로가 번역한 38North의 기사 전문이다.
감수: 임옥

기사 바로가기: https://bit.ly/3pItJ1f

The Fallacy of North Korean Collapse

북한 붕괴설은 착각이다

BY: SANG KI KIM AND EUN-JU CHOI
FEBRUARY 1, 2021  

In an op-ed in the Washington Post on January 15, 2021, Dr. Victor Cha, a senior adviser at the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warned that the United States may confront a military crisis arising from North Korea’s regime instability or its collapse. He argued that the North Korean economy could not survive “for another year or longer” due to existing sanctions and border blockades for quarantine measures, and thus the North Korean government may be tempted to take military actions against external enemies, or it may lose control of its nuclear weapons.

2021년 1월 15일 자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 연구소 선임고문은 미국이 북한의 체제 불안정이나 붕괴로 인한 군사적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차 선임고문은 북한 경제가 기존의 제재와 방역 조치를 위한 국경 봉쇄로 인해 “1년 또는 그 이상”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며, 따라서 북한 정권이 외부 적을 향해 군사적 조치를 취하려 할 수 있고, 또 핵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Cha is one of the most influential North Korea analysts in Washington; unfortunately, in this case, his argument is closer to fiction than reality. The inaccuracies and distorted description of North Korea’s situation themselves create risks. Such a view not only makes it more difficult to solve the North Korean nuclear problem, but also might even lead to policy miscalculations, such as a military option. In this article, we rebut Cha’s claim in hopes of providing a more accurate basis for considering diplomatic and policy options.

차 선임고문은 워싱턴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북한 전문가 중 한 명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번 경우 그의 주장은 현실보다는 소설에 더 가깝다. 북한의 상황에 관해 부정확하거나 왜곡된 내용은 그 자체가 위기를 만들어 낸다. 그러한 시각은 북핵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선택과 같은 정책적인 오판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사에서 우리는 외교 및 정책 옵션을 고려하기 위한 더욱 정확한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차 선임고문의 주장을 반박한다.

Flawed Economic Analysis

결함 있는 경제 분석

(Source: Rodong Sinmun)
(출처: 북한 노동신문)

First, there is almost no possibility that the North Korean economy will collapse. Cha argues that the recent North Korean economy is in a situation “comparable to the Great Famine in the 1990s.” However, the reality is entirely different from his assertion. North Korea experienced a terrible crisis in the years after the end of the Cold War, during which about two million people starved to death despite foreign aid. There were no strong sanctions and a border blockade at that time, but there was mass starvation. On the contrary, recently, starvation is not pervasive in North Korea even with tough economic sanctions and border blockades as far as we know.

첫째, 북한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차 선임고문은 최근 북한 경제가 “1990년대 대기근과 견줄만한” 상황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주장과는 전혀 다르다. 북한은 냉전이 종식된 후 해외 원조에도 불구하고 약 2백만 명이 굶어 죽었던 끔찍한 위기를 겪었다. 당시에는 강력한 제재와 국경 봉쇄도 없었지만 대규모의 굶주림이 있었다. 반면 최근 북한에서는 우리가 아는 한 강력한 경제 제재와 국경 봉쇄에도 불구하고 굶어죽는 일이 만연하지는 않다.

Why does this difference exist? The reason is that North Korea has already developed internal conditions for survival with which it can manage to muddle through strong sanctions. Since the early 2010s, the government in Pyongyang has pursued an economic policy of reform and openness to strengthen its survival capacity and resilience. In 2018, its national strategy shifted from a military-first approach to an economy-first one. New economic changes in North Korea encompass a wide range of areas such as facilitating import substitution and domestic production, adopting competitive systems, expanding markets, reforming financial institutions, establishing commercial banks, and promoting science and technology. However, the opening-up policy has been postponed because of strong economic sanctions caused by North Korea’s nuclear program.

왜 이러한 차이가 존재할까? 그 이유는 북한이 강력한 제재 속에서도 그럭저럭 생존할 수 있는 내부 여건을 이미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초반 이후 북한 정권은 생존력과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제 개혁과 개방 정책을 추진했다. 2018년 북한의 국가 전략은 군사 우선 접근법에서 경제 우선 접근법으로 전환되었다. 북한의 새로운 경제적인 변화는 수입 대체 및 국내 생산 촉진, 경쟁 체제 도입, 시장 확대, 금융기관 개혁, 시중은행 설립 및 과학 기술 촉진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른다. 하지만 개방 정책은 북핵 프로그램으로 인한 경제 제재 때문에 연기되었다.

In particular, the adoption of both the “socialist corporate responsible management system” and “field responsibility system” has increased production and facilitated distribution in light industry and agriculture. The former grants firms substantive management rights to run business autonomously, and the latter permits individual farmers to be rewarded for their crop yields. As a result of an import substitution policy, the proportion of domestically manufactured products has rapidly increased in markets.

특히 ‘사회주의 기업 책임 경영제’와 ‘현장 책임제’의 도입으로 생산량이 늘고 경공업과 농업의 유통이 촉진되었다. 기업 책임 경영제는 기업이 자율적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경영권을 인정하고, 현장 책임제는 개별 농가가 농작물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한다. 수입 대체 정책의 결과로 시장에서 국산 제품의 비중이 빠르게 증가했다.

Also, exchange rates and market prices for items such as rice and gasoline have become relatively stable. North Korea has secured internal economic conditions that enable people to have at least three modest meals a day. Comparing the current North Korean economy to the Arduous March in the mid-to-late-1990s is a deeply flawed approach that considers only the magnitude of challenges facing North Korea, ignoring its enhanced ability to cope with them.

또한 환율 및 쌀이나 휘발유 같은 항목의 시세가 비교적 안정적이 되었다. 북한은 주민들이 하루에 최소 세끼의 기본적인 식사를 할 수 있는 국내 경제 여건을 확보했다. 현재의 북한 경제를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과 비교하는 것은 심각한 결함이 있는 접근법으로서, 이는 북한의 향상된 대처 능력을 무시한 채 북한이 직면한 도전 과제의 규모만을 따지는 것이다.

Of course, the decline in trade and investment due to sanctions and border blockades poses a major obstacle to North Korea’s economic development. However, North Korea has already secured an internal economic foundation, thanks to which citizens do not starve to death amid intensified sanctions. At the Eighth Congress of the Korean Workers’ Party last month, General Secretary Kim Jong Un admitted that the five-year economic development strategy had fallen short of meeting its goals in almost every category, but this should not be construed as a complete failure of North Korean economy. Besides, the economic recession caused by COVID-19 is a global phenomenon, not just for North Korea.

물론 제재와 국경 봉쇄로 인한 교역과 투자 감소는 북한 경제개발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이미 국내 경제 기반을 확보했으며, 그 덕분으로 주민들은 제재 강화 속에서도 굶어 죽지 않는다. 지난달 열린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경제개발 5개년 전략이 거의 모든 부문에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음을 인정했지만, 이것을 북한 경제의 완전한 실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Under the sanctions regime, it will be difficult for North Korea to achieve economic prosperity through its self-reliance strategy, but it will have no problem in maintaining the status quo or achieving a low level of gradual economic development.

[1] 제재 체제에서 북한이 자기 의존적인 전략으로 경제적인 번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현상태를 유지하거나 점진적인 경제 발전을 낮은 수위로 달성하는 것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Conquering COVID-19

코로나 정복

Second, Cha argues that North Korea will not be able to obtain a vaccine for COVID-19 in the near future; thus, it will have no choice but to continuously block its borders and, as a result, the economy will not be able to survive for a year or longer. However, his claim is groundless speculation. We find it hard to agree with the argument that China will not provide its close ally with vaccines, especially since it has already supplied them to Southeast Asian and African countries. According to our research, the North Korean government has already secured hundreds of thousands of vaccine doses from China. Given that the North Korean government desperately wants the revitalization of foreign trade that is not subject to sanctions, it is highly likely to vaccinate trade workers first.

둘째, 빅터 차 선임고문은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코로나 백신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국경을 계속 봉쇄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로 북한 경제가 1년 이상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근거 없는 추측이다. 중국이 특히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에 이미 백신을 공급한 사실로 판단하건데, 가까운 동맹국인 북한에게 백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이미 중국에서 백신 수십만 개를 확보했다. 북한 정부가 제재 대상이 아닌 대외무역의 활성화를 절실히 원한다는 점에서 우선 무역 노동자에게 이를 예방접종할 가능성이 크다.

Depending on whether the COVID-19 situation improves, trade between North Korea and China is expected to resume as early as this spring or in the fall at the latest. Therefore, the North Korean economy is predicted to gradually turn to a recovery path after hitting a low point in 2020 and the first half of 2021, when it faced a triple whammy of sanctions, natural disasters and the coronavirus pandemic.

코로나 상황 개선에 따라 이르면 올 봄, 늦어도 가을까지는 북중 교역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북한 경제는 제재와 자연재해, 코로나 대유행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한 2020년과 2021년 상반기에 저점을 찍은 뒤 점차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At the recent Party Congress, 7,000 people attended meetings without wearing masks for the main events.[2] This suggests that North Korea is in control of COVID-19, or there is at least no massive infection. Although a combination of COVID-19 and sanctions negatively impacts the North Korean economy, it is improbable to lead to economic collapse.

최근 열린 당대회에서는 7,000명이 주요 행사 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회의에 참석했다[2]. 이는 북한이 코로나를 통제하고 있거나 최소한 대규모 감염이 북한에 없다는 점을 시사한다. 코로나와 제재가 겹으로 북한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이것이 경제 파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The Market Rules

시장의 규칙

Third, although Dr. Cha contends that via this Party Congress, North Korea hinted at pursuing anti-market policies to overcome economic difficulties, the government is unlikely to do so. If anything, Cha’s argument seems to be based on a lack of understanding of the changes in economic policies in the Kim Jong Un era.

셋째, 차 선임고문은 북한이 이번 당대회에서 경제난 극복을 위한 반시장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북한 정부가 그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은 김정은 시대 경제정책 변화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In the past, North Korean markets existed outside the national economy and were spontaneously expanded by people seeking their own survival. But in the Kim Jong Un era, markets have become part of the structure of the national economy. In other words, the markets belong to the economic arena managed by the government. In fact, Kim’s economic policy enables factories, enterprises and citizens to utilize markets for facilitating the supply and distribution of products.

과거에는 북한 시장은 국가 경제 밖에 존재했고 각자 생존을 추구하는 사람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는 시장이 국가경제 구조의 일부가 되었다. 다시 말하면, 시장은 정부가 관리하는 경제 분야에 속한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경제정책은 공장, 기업, 시민이 제품의 공급과 유통을 촉진하는 시장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As economic reforms have expanded and been institutionalized since Kim’s ascension to power, the government has not pursued a policy of suppressing market activity. Therefore, it is highly unlikely that the government would transform its economic policy in the direction of cracking down on or trying to eliminate markets, unless serious abnormal symptoms spring up. The failed currency reform in 2009 makes the government in Pyongyang likely to refrain from undertaking an anti-market policy.

김 위원장 집권 이후 경제개혁이 확대되고 제도화되는 가운데 북한 정부는 시장활동 억제 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따라서 심각한 이상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 한 북한 정부가 시장을 단속하거나 없애려는 방향으로 경제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2009년 실패한 화폐개혁 때문에 북한 정부가 반시장 정책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Denuclearization Is Still an Option

비핵화는 여전히 가능하다

Fourth, Cha contends that at this Party Congress, Kim Jong Un made it clear that he does not intend to negotiate on denuclearization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 However, such an argument is based on a priori assumptions, not observation or analysis of what actually transpired at the Congress. At the eight-day-long Congress, Kim neither mentioned denuclearization nor stated that he has no intention to denuclearize.

넷째, 차 선임고문은 이번 조선노동당 8차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바이든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을 할 의향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와 같은 주장은 실제로 로동당 대회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관찰이나 분석이 아닌, 선험적 추정을 기반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8일간 이어진 당대회에서 비핵화를 언급하지도, 또 비핵화 의사가 없다고 밝히지도 않았다.

Before this Congress, the DPRK government has repeatedly announced that it will persist in developing strategic weapons until the United States withdraws its hostile policy towards North Korea. The DPRK’s position on denuclearization has always been conditional. Therefore, the plan for developing strategic weapons announced at this Congress cannot be interpreted as a final statement that North Korea does not have a willingness to denuclearize.

이번 당대회에 앞서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북한)은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철회할 때까지 전략무기 개발을 지속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입장은 항상 조건부였다. 따라서, 이번 8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전략무기 개발 계획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최종 성명으로 해석할 수는 없다.

Recent moves by North Korea show that although it will not approach the United States with flexibility first, it has a willingness to negotiate on denuclearization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 During this transition period of American leadership, North Korea has not made any provocations against the United States in rhetoric or action from the election to the present. This is contrary to the past when North Korea made provocations to test the United States whenever a new US administration was about to start its term, including the time before and after President Obama’s inauguration. Additionally, the military parade commemorating the Party Congress, held shortly before President Biden’s inauguration, did not display any ICBM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that always appeared to provoke the United States in previous military parades.

북한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북한이 미국에 먼저 융통성 있게 접근하지는 않겠지만, 바이든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 의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지도부 이양 기간 동안, 즉 대선부터 현재까지 북한은 미국에 대해 어떤 도발적인 발언이나 행동도 하지 않았다. 이러한 행보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전후 기간을 포함해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임기를 시작할 때마다 북한이 미국을 시험하기 위해 도발을 했던 과거와 대치된다. 또한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 직전에 열린 당대회 기념 열병식에서는 이전 열병식에서 늘 미국을 자극하는 듯했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도 등장하지 않았다.

What do these signs point to? It is fair to interpret that if the United States does not provoke North Korea first, it will likewise not provoke the United States and that the government in Pyongyang is leaving room open for nuclear negotiations with the Biden administration. At the recent Party Congress, Kim Jong Un reaffirmed that the future relationship between North Korea and the United States would depend on changes in the United States’ position. Contrary to Cha’s argument that North Korea does not intend to denuclearize, the North is sending a message that it will wait for the United States to take a new approach.

이러한 징후들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이는 미국이 먼저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다면, 북한도 마찬가지로 미국을 자극하지 않을 것이며, 북한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핵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열린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미래의 북미 관계가 미국의 입장 변화에 달려 있다는 것을 재확인시켜주었다. 북한이 비핵화 의사가 없다는 차 선임고문의 주장과는 달리, 북한은 미국이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기를 기다리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The Dangers of Miscalculations

오판의 위험성

In conclusion, it can be said that Cha’s article presents inaccurate descriptions and distorted views of North Korea’s reality. The DPRK is highly unlikely to enter a systemic crisis or face regime collapse. Thus, there is almost no possibility that the government in Pyongyang would preemptively strike external enemies for internal control or lose control of its nuclear weapons. We need to face the fact that the North Korean regime survived an extreme crisis in the mid-to-late-1990s, during which about two million people died of starvation.

결론적으로, 빅토르 차의 기고문은 부정확한 기술과 북한의 실상에 대한 왜곡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체제 위기에 들어서거나 정권 붕괴에 직면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 따라서, 북한이 내부 통제를 위해 외부의 적을 선제적으로 타격하거나 핵무기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우리는 북한 정권이 1990년대 중-후반 200만 명 가량의 인민들이 기아로 죽었던 극단적인 위기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The idea of North Korean collapse is a persistent fallacy, almost a mythology in US foreign policy thinking. Policies built on such a fallacy are doomed to fail. There should be no more mistakes: The lack

of understanding and distorted perspectives data-on North Korea’s reality mislead policies data-on the country, thereby making it harder to solve the North Korean nuclear issue.

북한 붕괴라는 사고는 미국 외교 정책 사고에서 거의 신화처럼 굳어진, 끊임없이 반복되는 잘못된 사고이다. 그러한 잘못된 오류에 기반한 정책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의 실수는 없어야 한다. 북한의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과 왜곡된 시각은 대북정책을 잘못된 길로 이끌며 북핵 문제 해결을 더욱 더 어렵게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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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노동’ 택배 분류, 환산하면 연 9,300억…이젠 누가 책임져야 하나

 분류작업 정상화 위해 정부·택배사·대리점·화주·소비자 등 역할 필수

윤정헌 기자 yjh@vop.co.kr
발행 2021-02-09 16:38:22
수정 2021-02-09 16:5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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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터미널 한 편에 쌓여있는 택배물량
서브터미널 한 편에 쌓여있는 택배물량ⓒ김철수 기자 

28년간 ‘공짜노동’으로 택배기사가 떠안았던 ‘분류작업’이 택배사로 옮겨갔다. 분류는 택배사 책임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나왔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파업 선언과 정부의 중재, 번복과 합의 과정이 지난하게 반복됐다. 여진은 끝나지 않았다. 대리점이 ‘합의 원천 무효’를 외치고 있다.

갈등이 ‘사회적 합의문’ 한 장으로 쉽게 조절 될 것 같지 않다. 택배기사가 감내한 분류작업을 경제가치로 단순 계산하면 연간 1조원에 육박한다. 1조원의 돈을 누군가가 대신 지불해야 하는데, 과연 누가, 얼마나 책임져야 하는 것일까.

‘공짜노동’ 분류작업 돈으로 환산하면 연 9,300억원대 규모

지난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지난 5년간 택배 물류 통계 및 택배기사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택배기사의 주간 평균 노동시간은 71.3시간에 달한다. 71.3시간 중 43%에 달하는 30.7시간을 분류작업에 할애하고 있다. 하루 평균 5시간 넘게 분류작업을 한다.

현재 택배업계가 분류인력에 지급하는 돈은 시간당 1만원 정도다. 분류작업에 드는 시간은 짧게는 5시간에서 많게는 7시간이다. 평균 6시간이라고 보면 택배기사 1명이 분류작업으로 받을 수 있는 하루 인건비는 약 6만원이다. 주 6일을 일하는 택배기사가 한 달(4주)간 분류작업의 대가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144만원 정도인 셈이다.

실제 분류지원인력을 직접 고용해 운영 중인 택배대리점연합 관계자는 “현재 고용해 운용 중인 분류인력 1명당 월 140~150만원 정도의 인건비를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전국의 택배기사는 총 5만4천여명 수준이다. 이들 택배기사가 해 온 분류작업의 노동 가치는 연간 9,331억2천만원(144만원x12개월x5만4천명)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이 택배사에 있다는 것이 명확해진 만큼 앞으로 분류작업에 대한 노동의 대가가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고
CJ대한통운, 한진택배, 롯데택배 로고ⓒ기타

분류인력 비용 지불 핵심 택배사와 대리점
... 택배기사 공짜노동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

택배사와 대리점은 분류작업에 대한 책임을 가장 많은 부담해야 할 주체다. 택배기사들의 희생이 아니었다면 현재와 같은 구조로의 운영이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성장 역시 지금에 미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분류업무에 대한 책임이 있는 택배사와 인력을 직접 고용해야 하는 대리점은 관련 비용을 지급해야 하는 주체이기도 하다.

국내 택배산업은 택배기사의 ‘공짜노동’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해왔다. 택배사업이 처음 시작될 당시엔 물량이 많지 않았던 만큼 별도의 분류인력이 필요하지 않았지만, 택배시장이 성장할수록 분류작업에 투여되는 노동강도도 점점 높아졌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됨에 따라 택배물량이 급증하면서 택배기사들은 하루 평균 6시간 이상을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의 ‘연간 발표’를 살펴보면 최근 8년 동안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은 매년 평균 10.02%의 성장률을 보였다. 2012년 14억598만 박스였던 택배 물량은 2019년 27억8,980만 박스까지 늘어났다. 하루 평균 800만 박스에 달하는 택배물량이 발생하는 셈이다. 매출액도 크게 늘었다. 2012년 3조5,232억원 규모였던 국내 택배시장 매출은 2019년 6조3,303억원으로 8년 새 79.7%나 증가했다.

특히 대형 택배사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택배시장 점유율 50%에 육박하는 CJ대한통운은 최근 6년간 평균 18.8%에 달하는 매출 상승을 이뤘다. 대한통운이 CJ그룹에 본격 편입된 2013년 CJ대한통운의 택배사업부문 매출은 9,016억원 수준이었다. 그리고 2014년엔 1조2,486억원으로 처음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5년 만인 2018년 매출 2조2,619억원을 기록하며 2조원의 벽 넘었다. 2019년 CJ대한통운의 택배사업부문 매출액은 2조5,024억원을 기록했다.

택배업계 2, 3위인 한진택배와 롯데로지스틱스(롯데택배)도 빠르게 성장했다. 2016년 나란히 5000억원대를 기록했던 롯데와 한진의 택배부문 매출은 2019년 기준 각각 8327억원, 8147억원까지 늘었다. 이 기간 한진택배와 롯대택배는 연평균 15%대 성장을 지속했다.

택배기사와 직접 계약을 맺는 대리점들도 택배기사의 손을 떠난 분류작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대리점은 택배기사가 배송하는 택배물량에서 건당 수수료를 떼면서도 분류작업에 대해 대가는 지불하지 않았다.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을 택배기사가 떠안음으로써 발생한 이익을 택배사와 함께 대리점도 취한 셈이다.

실제 택배기사를 직접 고용하는 대리점들도 택배시장의 성장과 함께 덩치를 키웠다. 택배기사는 전체 99% 이상이 대리점 소속이다. 택배기사의 숫자가 늘어난 만큼 택배대리점의 규모 역시 커지는 셈이다. 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4년 3만8천여명 규모였던 택배기사는 2019년 5만4천여명까지 늘었다. 택배기사가 배송하는 택배물량의 건당 수수료가 주수입원인 대리점으로서는 택배기사가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대리점은 분류인력 비용을 택배사와 나눠서 분담하고 있다. 분담률도 낮지 않다. CJ대한통운은 분류인력 투입으로 예상했던 비용의 50%를 대리점에 전가했다.

사업 규모에 비해 과중한 부담이 전가됐지만, 대리점은 택배사의 이 같은 요청을 거부하지 못했다. 택배기사와의 관계에서 ‘갑’인 대리점이지만, 택배사와의 관계에서는 ‘을’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실제 분류인력 투입 비용이 예상보다 많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택배사가 30%를 대리점이 70%를 부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자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거세게 반발했고 결국 CJ대한통운과 CJ대한통운 대리점연합은 ‘분류인력 투입구조와 비용’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했다.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 발표
택배종사자 과로대책 사회적 합의기구 합의문 발표ⓒ뉴시스

사회적 합의 주도한 정부의 역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정부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가파른 성장으로 인해 발생한 분류작업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업자와 종사자, 대리점, 화주, 소비자 등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이를 중재해 줄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정부 주도하에 사회적 합의기구가 꾸려진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부부처와 국회, 택배사, 대리점, 대형화주, 소비자 등으로 꾸려진 합의기구는 지난달 21일 ‘1차 합의안’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합의안 이행과 관련해 택배노사간의 갈등이 빚어지면서 재논의가 이뤄졌고, 다시 한번 잠정 합의안이 마련됐다.

잠정 합의안에는 ▲1차 사회적 합의에 따른 분류작업 인력(CJ 4,000명, 롯데 1,000명, 한진 1,000명)은 2월 4일까지 투입 ▲투입인력 현황을 점검하기 위한 조사단을 구성 ▲롯데·한진의 경우, 투입인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시범사업장 운영 ▲택배요금 및 택배비 거래구조개선을 가능한 5월 말까지 완료 등의 내용이 담겼다.

잠정 합의안까지 도출됐지만, 아직 정부의 역할이 끝난 건 아니다. 택배업계 노동구조가 정상화하기까지 막대한 비용이 예상되는 만큼 정부 차원의 지원이 계획돼 있다. 정부는 1차 합의안을 통해 택배사업자가 분류작업 설비 자동화 추진계획을 수립하면 국회와 정부가 2021년부터 예산·세제 등을 통해 지원을 추진하고, 계획수립 및 이행상황을 점검·관리하기로 했다.

이미 국내 유통구조에서 혈관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택배산업’은 이제 정부로써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주요 산업 중 하나다. 올해 초 택배 관련 법인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안(생활물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생활물류법은 △택배사업 등록제 도입 △택배사업자와 종사자간 안정적 계약 유도 △택배용 화물차의 기타 화물 운송 제한 △표준계약서 및 서비스약관 근거마련 △종사자 보호, 안전운행, 서비스 개선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학계에서도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추후 사회적 합의기구 내에서 택배비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질 예정인 만큼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택배비 인상시 택배사들이 일괄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과정에서도 자칫 ‘담합’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면서 “합의기구를 만든 정부가 그런 부분들까지 고민해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택배 노동자들이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뉴시스

택배사-화주간 백마진 문제 해결 중요성 커져
... “택배비 인상, 택배사 가격 경쟁력 향상 용도 악용될 우려 높아”

택배사와 화주간에 발생하는 백마진 문제 해결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백마진은 상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소비자들로부터 받은 배송비보다 더 낮은 단가에 택배 계약을 맺고, 마진을 챙기는 것을 말한다.

2017년 국토교통부가 국무회의에서 발표한 ‘택배서비스 발전방안’에 따르면 소비자는 온라인쇼핑업체에 2,500원의 배송비를 지불하고 있지만, 온라인쇼핑업체와 택배사가 계약하는 평균 단가는 1,730원이다. 택배 계약 과정에서 770원의 백마진이 발생하는 셈이다.

백마진은 택배사가 화주(생산자 혹은 유통업체)와 계약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택배사나 택배대리점들은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타사보다 더 낮은 단가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따낸다. 물량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단가를 낮추는 ‘치킨게임’이 백마진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리베이트 형태로 발생하는 백마진도 있다. 택배 대리점과 소속 택배기사들은 개별 영업을 통해 온라인쇼핑업체와 계약을 맺는다. 이때 타사 대리점들과 경쟁을 벌이면서 택배 단가가 낮아진다. 택배사는 대리점과 기사가 ‘최저 가격’ 이하로 내리지 못하게 하는데, 정해진 가이드라인보다 더 낮은 금액을 제시하기 위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식이다.

이렇다 보니 사회적 합의기구 내에서도 분류작업 문제 해결을 위한 최우선 해결 과제로 백마진 해결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한 택배대리점 관계자는 “백마진 문제가 해결돼 제값에 택배 계약을 맺을 수 있다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상당 부분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백마진 관행이 남아 있는 이상 택배비가 인상되더라도 인상된 금액이 택배노동자에게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통상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 택배비는 택배사에 직접 지급되지 않는다. 소비자로부터 배송비를 받는 건 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다. 이후 유통업체와 택배업체간의 택배단가 계약이 이뤄지는 만큼 백마진 문제가 지속할 경우 택배비 인상 의도와 달리 택배사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용도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분류한 짐을 싣고 있는 택배기사
분류한 짐을 싣고 있는 택배기사ⓒ민중의소리

택배업계 문제 해결에 택배비 인상 동반돼야... 선진국 1/4 수준

공짜노동으로 인한 수혜자에는 소비자도 포함된다. 소비자들은 그동안 택배기사들이 공짜노동인 분류작업을 떠안음으로써 저렴한 가격에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다.

국내 택배시장은 지난 20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택배요금은 30%가량 떨어졌다. 택배물량 급증으로 당연히 발생했어야 할 ‘분류작업’ 비용을 택배기사들이 떠안았다. 여기에 택배업계의 저가 경쟁까지 더해지며, 택배비가 오히려 낮아졌다.

소비자들은 더 싼값에 택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으나, 그 부담은 고스란히 택배기사에게로 향했다. 2012년 2,506원이었던 평균 택배비는 2019년 2,229원이 됐다. 해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현격히 낮다. 미국 페덱스는 8달러90센트(1만88원), UPS는 8달러60센트(9750원)로 한국보다 최대 4.4배 비싸다. 일본 야마토 익스프레스 택배비도 676엔(7,353원)으로 3배 가 넘는다.

학계에서도 이번 택배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택배비 인상’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봤다. 하헌구 인하대 물류전문대학원 교수는 “충분히 빠른 속도와 높은 서비스를 받아 온 데 비해 택배비가 낮았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동안 고생해 온 택배기사들을 위해서라도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택배비 인상에 동참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렇게 인상된 비용이 택배기사에게 갈 것이냐는 문제 남는다”며 “그런 부분에서도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정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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