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8일 금요일

"사단장님 화내셨음" 카톡... 임성근 진술과 상반된 정황 확인

 


임 해병1사단장 진술서에 "중대급 이하 질책한 적 없다".. 중대장은 전혀 다른 증언
23.12.08 20:14l최종 업데이트 23.12.08 20:14l
지난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지난 7월 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호명면서 수색하던 해병대원 1명이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가운데 해병대 전우들이 침울한 표정으로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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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1사단장인 저는 지휘체계상 중대장, 대대장에게까지 직접 지시 및 소통을 하는 일은 거의 없으며, 이번 호우 피해 복구 작전간 불의의 사고로 발생한 고 채OO 해병 실종상황 이전에 포병대대장들과 직접 소통한 적은 없습니다." -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 진술서 46쪽

고 채 상병 소속부대장이었던 임성근 전 해병1사단장이 지난 11월 21일 군사법원에 제출한 진술서에서 자신의 책임을 부인하면서 부하들에게 사고 책임을 돌리는 취지의 주장을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그의 진술과 상반되는 관계자들의 증언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임 전 사단장의 진술서에 따르면 그는 "사단장 직무를 수행하면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예하부대 간부들을 야단치거나 무안을 주는 등 질책한 일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호우피해 복구 작전에서도 질책을 한 적이 없으며 칭찬과 격려, 지도 위주로 부대를 지휘했다는 입장이다.

임 전 사단장 진술과 다른 중대장 진술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계급은 소장.
▲   임성근 전 해병대 제1사단장. 계급은 소장.
ⓒ 해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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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고 하루 전인 7월 18일 오전 임 전 사단장은 현장을 둘러보다가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수변현장에서 포3대대 9중대 병력을 발견했다. 당시 9중대장은 현장 확인을 통해 진입로와 안전위해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 중대원들을 대기시키고 있었다고 한다.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사단장인 자신이 중대급 이하를 직접 상대하면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 신속기동부대장의 교육여건을 보장해주기 위해 약 50m 이상 멀리 떨어져 기다리고 있다가 교육이 끝난 뒤 지나가면서 그 부대를 격려하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중대장의 증언은 이와는 상당히 다르다. 임 전 사단장이 "왜 빨리 작업 시작하지 않고 병력을 대기시키고 있는 거야"라고 말한 후 해병7여단장(신속기동부대장)과 7여단 주임원사와 함께 30m가량 떨어져 이동했다는 것이다.

중대장은 자신이 병력을 인솔하기 위해 자리를 뜨려 하자 임 전 사단장이 "왜 중대장이 가냐, 행정관이 다녀와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이후 행정관이 데려온 중대원들에게 7여단장이 '전술적으로 신속하게 작업을 시작하고, 수변을 정밀수색해라. 조를 나누어서 책임자를 지정해 실시하고 본인이 건의해서라도 포상휴가를 줄 테니 열심히 수색해라'고 교육했다.

이후 중대장은 직속상관인 포3대대장에게 사단장과 조우했던 사실을 보고했는데, 포3대대장으로부터 "사단장님이 9중대 현장을 보시고 '늦게 왔다 + 우왕좌왕하며 뭐하는지도 모른다'고 화내셨음"이란 카톡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런 내용은 임 전 사단장이 포3대대장을 질책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임 전 사단장과 중대장의 진술 중 일치하는 부분은 신속기동부대장이 수색현장의 중대원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동안 임 전 사단장이 수 십 미터 떨어져 있었다는 정도다.

또 임 전 사단장은 중대원들을 격려하고 현장을 떠났다고 했지만, 중대장은 "(임 전 사단장이) 기분나빠하시면서 '너네 어느 부서냐'고 말씀하셨고... 현장 확인하고 나서 보내려고 한 건데, '빨리 내려 보내라'고 하셨고"라며 답답한 마음을 대대장에게 토로했다. 중대장의 진술서에는 대대장 역시 "'나도 혼란이 생기는데 너희는 더 그렇겠지'라고 하시며 위로해 주셨다"고 쓰여 있다.

공교롭게도 임 전 사단장이 현장을 둘러본 직후 포3대대 9중대는 벌방리 하천에 투입됐고, 여러 매체 사진 기자들이 해병들이 하천으로 들어가 수색을 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았다. 7월 19자 <국민일보>에 실린 "'실종자 찾아라'... 해병대 상륙장갑차까지 전격 투입" 제하의 기사에 실린 사진 역시 물속에서 실종자를 찾는 9중대 장병들을 찍은 것이었다. 임 전 사단장은 "여단장이 물속에 들어가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해서 위와 같은 장면의 사진이 촬영되었는지 저로서는 알 수 없다"고 진술했다.

채 상병 사건 이후 해당 사진이 논란이 되자 포3대대장은 "촬영 목적으로 임의로 촬영시간대만 입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을 찍기 위해 하천으로 들어가 수색하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지, 실제로 물속에서 실종자 수색을 한 것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포병대대장 최선임자, "무릎아래까지 정성껏 탐색" 내용 공유
 
지난 7월 18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고평리 하천변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집중 호우로 실종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탐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  지난 7월 18일 오전 경북 예천군 예천읍 고평리 하천변에서 해병대 신속기동부대 장병들이 집중 호우로 실종된 실종자를 찾기 위해 탐색작전을 펼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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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임 전 사단장은 수색정찰 방식과 관련해서도 "'찔러가면서 해라'는 등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전술적 행동은 사단장이 지시한 바가 없으며 부대별, 작전환경에 따라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었을 텐데 부대별 현장상황을 속속들이 알 수 없는 사단장으로서 지시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임 전 사단장은 자신이 신속기동부대장에게 명시적으로 언급한 사항은 "바둑판식 수색정찰"이라는 8글자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그는 "그 외에는 신속기동부대장이 지시했거나 대대장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부대지휘의 용의성, 신속성 등을 고려하여 일부는 추가·확대·왜곡 시킨 것으로 사료되며..."라고 밝혔다.

포병대대장들 중 최선임자였던 포11대대장 최OO 중령은 7월 18일 오후 해병대 지휘통제본부 회의에 참석한 후 "내일(19일) 사단장님 0800 현장 작전지도 예정(보병 1개 부대, 포병 1개 부대)"라고 전파했다. 최 중령은 특히 "탐색 및 수색 작전 다시 실시"라고 강조하면서 "바둑판식으로 무릎아래까지 들어가서 찔러보면서 정성껏 탐색할 것"이라는 내용을 공유했다. 하지만 임 전 사단장은 이런 내용은 자신의 지시와는 무관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해병1사단의 한 간부는 해병대수사단 조사과정에서 "당일(7월 18일) 사단장님 주관 VTC(화상회의)에서 사단장님께서는 늘 그렇듯 '결단이 미흡하다', '정리가 안 된다' 등으로 질책을 하셨고, 수색정찰 관련해서 '위에서 보는 것은 수색정찰이 아니다',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면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질책은 한 적 없고, 수색정찰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행동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임 전 사단장의 주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다.

이 간부는 또 임 전 사단장이 회의에서 '내려가서 수풀을 헤치고 찔러 보면서 찾아야 한다'면서 '거기 내려가는 사람은 (손을 가슴높이까지 올리며) 그 장화 뭐라 그러지?' 질문해 자신은 가슴장화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임 전 사단장은 진술서에서 "가슴장화 확보"를 회의에서 지시한 바 있다면서도 이는 수색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피해가옥 복구 과정에서 장병들의 피복이 젖거나 진흙이 묻는 경우가 있고, 일부 장병들의 피부 트러블이 우려되므로 가슴장화를 확보해달라고 건의를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태그:#채상병, #임성근사단장.

“덕분에”라더니, ‘코로나 영웅’이라더니..

 

  • 조혜정 기자
  •  

  •  승인 2023.12.08 14:50
  •  

  •  댓글 0
  • 환자와 의사들이 떠난 공공병원

    임금까지 체불인데.. ‘코로나 끝났으니 각자도생하라?’

    보건의료 정부예산 어디로 갔는가

    “덕분에”

    지독한 감염병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국민들은 의료진들 앞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자신의 감염은 염두 할 겨를 없이, 자기 목숨보다 환자의 목숨을 더 귀중히 여겼던 그들은 코로나 시기 숨은 ‘영웅’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재난 시기에 공공의료가 더욱 빛을 발한다”는 말이 들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감염병 전담병원 역할을 한 공공병원의 헌신과 희생은 이미 잊은 듯하다.

    ▲ 코로나 중증 환자 돌보는 간호사 ⓒ뉴시스

    “코로나와 묵묵히 싸워온 대가를 ‘임금체불’로 돌려받아야 하는가?”

    “공공병원 역할에 최선을 다했던 결과가 결국 존폐위기란 말인가?”

    전국의 지방의료원, 국립중앙의료원,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동부·북부·서남병원), 대한적십자사 등의 공공병원들의 처지가 이렇다.

    코로나 초기, 신종 감염병 바이러스에 대한 기초정보조차 없이 공포만이 끝없이 확산하던 때에, 정부의 지침에 따라 누구보다 앞장서 감염병과 싸워왔던 병원들. 2년 반 동안 감염병 대응에 전념한 결과 병원은 ‘존폐위기’에 내몰렸다.

    의사와 환자가 이탈하고, 적자는 넘쳐나고, 의료진 임금까지 체불 상태로 “붕괴 직전에 다 달았다”는 말은 볼멘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는 ‘나 몰라라’다.

    환자와 의사가 떠난 자리

    감염병 전담병원 지정 기간 동안 코로나 치료와 관련 없는 수많은 의사들이 병원을 떠났다. 필수 진료과도 문을 닫았다. 코로나 진료과 역시 과도한 업무 탓에 버티다 버티다 떠난 의료진도 다반사다. 80% 수준을 유지하던 병상이용률은 기껏해야 40% 안팎 수준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진료받을 해당 과 의사가 없으니, 환자를 다른 병원으로 보내기도 하고, 의사들이 적어지니 예약은 점점 길어지고, 남은 의사는 혼자서 진료와 수술까지 감당하다 보니 ‘불안해서 못하겠다’며 다른 병원을 찾아 떠났다. 공공의료 공백이 심각하다.” 박윤희 경기도의료원 의정부병원 지부장(보건의료노조)의 말이다.

    코로나 종식과 함께 ‘전담병원’은 해지됐지만, 그 이후에도 환자 유입은 원활하지 못한 실정이다. 코로나 치료체계가 기본 ‘격리치료’이기 때문에, 전담병원(공공병원)에 있던 환자들은 소개(분산)가 이루어졌고, 이렇게 다른 병원에서 진료와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코로나 해지 이후 다시 공공병원으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입원환자는 급속히 감소하고, 병상이용률은 줄었다.

    2023년 8월 병상이용률은 평균 53%에 불과하다. 2019년 평균 병상이용률(78.4%)에 비해 25.4% 감소한 것으로, 같은 해 3분의 2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게 보건의료노조의 설명이다.

    병상가동률을 올리기 위해 중증도가 높고 돌봄이 많이 필요한 환자들을 돌보곤 있지만, 신규 직원들 역시 노동강도를 버티지 못하고 병원을 떠나는 악순환만 반복되는 중이다.

    사진 설명을 입력하세요.

    코로나 끝났으니.. 각자도생하라?

    환자의 감소는 의료수익에 큰 적자를 가져왔다. 병원 경영악화로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은 임금체불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다.

    35개 지방의료원의 2023년 입원수익은 약 5,400억 원으로, 2019년 입원수익 7,200억원에 비해 1,700억 넘게 감소했다.

    “2023년 상반기, 35개 지방의료원은 매달 평균 11억 6천만원 가량의 순손실이 발생했다. 6월까지 총 1,469억에 이른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렇게 가다간 올해 연말까지 약 2,9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 예측된다. 공공병원 역할을 다한 결과가 ‘존폐위기’로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35개 지방의료원의 평균 적자가 84억원에 이르지만 정부의 역할은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공공의 역할을 수행하다 발생한 공공병원의 위기. 이를 책임져야 할 정부는 ‘각자도생하라’ 한다.

    정부는 코로나 전담병원 운영 종료 후 회복기 동안의 진료비 손실보상을 최대 6개월까지만 차등 보상했다. 현재 추가 지원은 계획조차 없다.

    노조는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의 23년 적자분 해소를 위해선 최소 3,500억 원이 넘게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2024년 정부 예산안에는 한 푼도 반영하지 않았다.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중, 감염병 전담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은 ‘0원’이다. 정부 명령에 따라 일한 결과가 ‘나 몰라라’인 격이다.

    적십자병원에 지급했던 지원금은 환수 중이다. 통영적십자병원에도 환수 조치 통보서가 도착했다. 향후 공공병원에 대한 무더기 환수 조치 가능성이 예상된다. 보건의료노조는 “코로나 이후 경영악화 상황을 알면서도 환수한다는 건 공공병원 정상화에 아무런 관심조차 없다는 뜻”이라고 규탄했다.

    상황이 이러니, 의료기관들은 자금 사정 해결을 위한 자구책으로 채권을 발행하거나, 약재비 등 대금의 지급 시기를 미루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것도 모자라 임금도 체불했다.

    ▲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보건의료노조 결의대회 ⓒ뉴시스

    노조는 공공병원의 암울함은 2025년까지 계속 이어질 거라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면서 병원들은 급성기 진료 및 입원 병동을 운영하지 않고 응급실을 폐쇄해야 했다. 의료진 이탈에 따른 진료시스템도 상당 수준에서 훼손될 수밖에 없었다. 감염병 전담병원 해지 이후 병상이용율, 입원외래환자 증가 추이 등을 고려할 때 지방의료원만 21개소 이상의 병원이 2019년 수준의 모습을 찾으려면 2025년 이후가 되어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 많은 정부예산은 어디로 가는가

    회복기 지원 예산에 돈 한 푼을 반영하지 않은 것만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제공을 위한 핵심예산인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사업도 전년대비 95억원이나 감액 편성했다. 감염병 대응 예산을 포함해 보건의료부문 예산도 전년대비 2조 6천억원으로, 37.8%나 삭감한 것이다. 나라 살림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정부는 “공공병원에 대한 지자체 책임 강화를 위해 재원 조성은 전액 국비가 아닌 지방비 부담 등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지방정부에 떠넘기기다. 정부와 지방정부와의 ‘핑퐁게임’이 시작될 조짐이다. 그러나 2024년 정부예산 중 지방교부세도 11조원이나 감소했다. 지자체 재원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지방교부세가 2년 연속 대규모로 감액돼 편성된 것이다.

    회복기 지원금 0원, 보건의료 예산 대폭 삭감, 지방교부세까지 삭감... 공공의료 확충 정책은 후퇴만 하는데, 그 많은 돈은 어디로 갔을까?

    윤석열 정부는 ‘국가 통합 바이오 빅데이터 구축 시범사업’이라고 해서 신약·의료기기 개발 사업을 신규 편성하는 등 R&D 사업 예산만 대폭 늘려 놨다.

    ▲ 4일, 국회 앞에서 열린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 촉구’ 현장 대표자 단식농성 돌입 기자회견 ⓒ뉴시스

    감염병 대응에 누구보다 헌신했던 공공병원을 대하는 태도로 볼 때나, 이전 정부 탓을 해오던 모습으로 봐서나 윤 정부가 “코로나 감염병 도래했던 이전 정부에서 발생한 일이니, 우리가 내놓은 대책이 아니니 나는 모르는 일”이라 할 가능성을 예상하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코로나 대응의 영웅들에게 ‘덕분에’라고 치켜세울 땐 언제고, 정부의 이런 태도라면 또다시 국가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그 어떤 병원과 의료진이 정부를 신뢰하고 정부 명령을 따르게 될까.

    보건의료노조 나순자 위원장과 감염병 최일선에 있던 공공병원지부장 등 28명은 “더 이상 쓰고 버리는 소모품이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제 역할을 다하겠다”면서 모두를 살리는 공공병원을 위해, ‘감염병 대응 공공병원 회복기 지원 예산’을 요구하며 지난 4일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영화 ‘서울의봄’ 반란군 ‘전두광’의 적반하장…재판에서도 ‘뻔뻔’

     


    군사반란 막으려 했던 ‘이태신’ 사령관 등의 행위가 “반란”이었다는 ‘전두광’ 일당

    영화 서울의봄 포스터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서울의 봄’ 누적 관객 수가 7일 기준 547만 명을 넘었다.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군 내 사조직 ‘하나회’를 이끌고 군사반란을 일으키는 이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다뤘다. 영화를 관람하고 나면 착잡한 마음에 일어나기도 힘들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사실에 바탕을 둔 정도가 아니라 ‘극사실주의’에 가깝다. 문민정부로 교체되고 어렵게 군사반란에 대한 재판이 이루어지면서 채택된 공식적인 증거들과 비교해도, 이 영화는 극사실주의다. 극 중 ‘전두광’(영화에서의 전두환 이름, 황정민이 연기)이 청와대 사무실을 수사하던 중 9억을 발견하고 6억은 유가족에게 주고 1억은 계엄수사비로 남겨놓은 뒤 2억은 육군참모총장에게 내밀었다가 “일을 마음대로 처리한다”는 주의를 들은 일, ‘전두광’ 같은 정치군인이 한직으로 인사 조치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돈 일 등 거의 모든 영화 속 장면이 재판기록에도 나오는 역사적 사실이다.

    답답한 역사는 그래도 군사반란 이후 17년이 지난 뒤 대법원판결로 일부 바로잡혔다. 중간에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면서 불기소처리하면서 재판이 열리지 않을 뻔 했으나, 다행히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바로잡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재판에서 전두환 측은 뭐라고 하면서 군사반란을 정당화했을까?

    전두환 일당은 군사반란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군사반란을 막으려고 했던 장태완 수도경비사령관(극 중 ‘이태신’, 정우성 연기) 등의 행위가 “반란행위였다”라는 주장을 꺼냈다. 1심과 2심을 거치면서 군사반란의 혐의가 명확해진 이후에는 “상관의 지시에 따라 행동했을 뿐”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전두환은 최후진술에서도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여, 그 정권의 정치적 시각과 역사관으로 과거 정권의 정통성을 시비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태우(극 중 ‘노태건’, 박해준 연기)는 최후진술에서 “어제의 일을 오늘의 기준에서 판단하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군사반란 세력의 ‘적반하장’
    “정승화 체포 막으려던 것이 반란”


    영화 서울의봄 스틸컷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도 그렇고, 실제로 전두환 일당은 총격전을 벌이면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극 중 ‘정상호’, 이성민 연기)을 체포했다. 이 범죄행위에 대한 전두환 일당의 항변은 다음과 같았다.

    전두환 일당은 정승화 총장 체포에 대해 “적법한 직무집행”이었다고 주장했다. 군사반란 성공 후 정 총장으로부터 자백을 받아냈기 때문에 정당한 체포였다는 주장인데, 이 자백은 장기간의 구금과 고문 끝에 받아낸 것이었다. 즉, 고문으로 거짓자백을 받아내 사건을 조작했던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자백은 불법구금과 고문에 못 이겨 한 것임이 인정되므로 증거능력 없음이 명백하다”며 전두환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전두환 일당은 “적법했다”는 주장에서 더 나아가, 군사반란을 막으려고 했던 세력의 행위가 “반란”이었다고 주장했다. 전두환 일당은 “육군본부 측이 정승화 총장 체포를 방해하고, (체포한) 정승화 총장을 탈취하기 위해 제9공수여단을 출동시키고, 제26사단 등에 출동준비명령을 하고, 장태완 수경사령관으로 하여금 제30경비단에 대한 공격을 기도하게 하여, 우리와 대통령 및 국민의 안전에 위협을 가한 것이 반란행위였다”라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채택된 여러 증거와 진술을 종합해 당시 육군본부가 취한 조치에 관해 “국군조직법에 따라 정 총장을 대행하여 육군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갖게 된 윤성민 육군참모차장이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취한 정당한 직무집행”이라고 판단했다. 또 장태완 수경사령관의 병력출동 요청이나 공격기도 행위는 “반란을 진압하기 위한 행위”라며 “이는 대통령령에 규정된 수경사의 임무이자, 미리 수립해 놓은 방어계획”이라고 짚기도 했다.

    전두환 일당은 군사반란을 사전에 모의한 적도 없고, 반란을 지휘하거나 가담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채택된 증거를 보면 ① 전두환과 노태우가 먼저 정승화 총장 체포를 모의한 다음 이학봉, 허삼수 등을 통해 구체적인 체포계획을 수립했고 ② 전두환 일당은 유사시 자신들의 병력을 신속히 동원할 수 있는 지휘부를 구성하기로 하고 실제 구성했으며 ③ 비상계엄인데도 상급부대 지휘관의 허가 없이 병력을 행선지조차 알리지 않고 집결시켜 놓았다가 반란에 동원했다 ④ 보안사 상황실을 거점으로 다른 지휘관들의 전화를 도청하여 부대의 동향과 병력이동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기까지 했다. 이에 재판부는 전두환 일당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전두환 일당은, 재판 과정에서 공소시효가 지났으니 처벌할 수 없다는 주장도 꺼냈다. 하지만, 이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결론이 난 사안이었다. 반란과 상관살해 등의 공소시효는 15년인데, 전두환이 대통령을 한 기간 7년5개월과 노태우가 대통령을 한 기간 5년을 각각 제외하여 공소시효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故 김오랑 살해 가담한 박종규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다”


    영화 서울의봄 스틸컷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에서 배우 정해인이 연기한 ‘오진호 소령’ 또한 실존인물(故 김오랑 중령)이다. 전두광과 직속상관의 명령을 받고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러 갔다가 형과 아우처럼 가까웠던 오진호 소령을 살해하는데 가담한 ‘박수종’(박종규의 극 중 이름, 배우 이승희가 연기) 또한 실존인물이다.

    극 중 ‘박수종 중령’의 실존인물은 ‘박종규 3공수 15대대장’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3공수’는 5.18 민주화운동 진압작전에도 투입된 부대다. ‘조갑제닷컴’에 게시된 박종규의 ‘광주 진압 공수부대 대대장 手記(수기)’를 보면, 박종규는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역에서 시민을 향해 직접 총을 발포했다고 스스로 밝히고 있다. 또 해당 글에서 박종규는 광주 시민들의 시위를 강경진압하지 않고 물러나는 행위를 “6.25 戰史(전사, 전쟁역사)의 3군대 ‘패퇴’에 못지않은 치욕”이라고 표현했다. 불의한 정권에 저항하는 시민을 ‘적’으로 여긴 것이다. 이 글의 결론에 명시된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가해자의 설명이 피해자의 절규에 파묻혀 버려서는 안 될 것”이라며, 광주시민이 ‘가해자’이고 공수부대가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그는 군사반란 재판에서 뭐라고 했을까?

    박종규는 최후진술에서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라는 최세창 3공수 여단장의 지시를 따라 행동했을 뿐이며 군인으로서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라고 주장했다. 1심에 불복해 항소할 때도, 그는 “전두환과 직속상관의 명령이 정당한 것으로 알고 수행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인 박종규는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피고인 최세창(3공수 여단장)이 자신의 상관인 정병주 특전사령관에게 반항하여 부대를 출동시키려고 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므로 정병주를 체포하라는 최세창의 지시가 위법한 지시라는 점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무엇보다 1심과 마찬가지로 2심 재판부도 “군인이라도 상관의 ‘위법한 명령’에 대해서는 복종할 의무가 없다”고 판단했다. “상관인 최세창의 위법한 명령을 받고 공간적으로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상당한 시간 고민하다가 명령에 따른 것” 또한 혐의의 근거가 됐다.

    박종규는 2010년 12월 7일 식도암으로 투병 중 사망했다. 박종규는 죽기 전 故 김오랑 추모사업회 측에 전화해 “올해 식도암 4기를 선고받았다, 하늘의 벌인지도 모르겠다”며 용서를 구했다고 한다.

    자칫하면 이루어지지 못했을 재판
    극 중 전두광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
    재판서 전두환 “성공한 쿠데타 처벌할 수 없다”
    검찰 “성공한 쿠데타 처벌할 수 없다”


    영화 서울의봄 메인예고편 장면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전두환 일당이 12.12 쿠데타로 후퇴시킨 역사는 문민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일부나마 바로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자칫하면 이조차 이루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 군사반란에 대한 시민들의 고소고발 운동으로 검찰수사가 이루어졌지만, 검찰이 “성공한 쿠데타를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로 전두환 등 관련자를 불기소처분했기 때문이다.

    극 중에서도 전두광(영화에서의 전두환 이름)이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전두환 측이 재판과정에서 내세운 논리와 동일했다. 판결문(서울고법 96노1892)을 보면, 전두환 측은 12.12 군사반란 등에 대해 “형식적으로 내란에 해당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정당한 행위로서, 소위 ‘성공한 쿠데타’에 해당하므로, 처벌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군사반란 이후 전두환 측뿐만 아니라 사건을 수사한 검찰도 영화처럼 판단했던 것이다.

    다행히 시민들은 포기하지 않고 헌법소원을 제기했고, 헌법재판소가 ‘성공한 군사반란도 형사 처벌될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 재판은 이루어졌다. 그리고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는 “성공한 쿠데타의 처벌문제는 법의 효력이나 법의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법의 집행의 문제인 것이고, 바꾸어 말하면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실천의 문제’인 것”이라며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대법원에서도 다수의견으로 “헌법질서 아래에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해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며 “군사반란과 내란행위는 처벌의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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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희 특검법' 발의 엿새만에, 영부인은 천연덕스레 '명품백'을 받고 있었다


    [박세열 칼럼] '5천만의 문법'으로 영부인 명품백 사태를 분석해주길 바라며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2.09. 04:08:13


    거침없고 유려한 언변으로 유명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잘 알지 못한다"고 답변을 피했다. 수사 필요성에 대한 질문에도 "가정을 달고 물어보면"이라며 역시 답하지 않았다. 한동훈답지 않은 일인데, 앞으로 자주 있을 것이다. 이런 식의 답변 회피 기법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이 아니라, 아주 전형적인 "여의도 사투리"에 속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의 법카 유용 의혹에 대해 한 장관은 "만약에 어떤 고위 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 사고 가족이 초밥 먹고 소고기 먹었다. 그게 탄핵 사유가 되냐는 질문에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가) 답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넌 깨끗하냐?'는 피장파장 화법, 이건 전형적인 '한동훈다운' 일이다. 

    논리적이고 유려한 달변가마저 겸손하게 만든 이슈, <서울의소리>가 보도한 김건희 영부인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서 우리가 간과한 부분들을 짚어야겠다. 

    해당 '몰카' 영상이 촬영된 시점은 1년 3개월 전인 2022년 9월 13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청와대로 들어가는 대신 집무실을 통으로 용산 국방부 청사에 옮긴 후 출근을 시작한 것은 그해 5월 11일, 그리고 한남동 관저로 입주를 완료하고 첫 출근을 한 날은 그해 11월 8일이었다. 대통령 부부는 취임 시점부터 약 6개월간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서 생활했다. 그리고 아크로비스타에는 김건희 전 대표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이 있다. 이 사무실에서 영부인이 재미 통일운동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 원 상당의 크리스챤 디올 명품 가방을 받는듯한 장면이 최 목사의 손목시계 카메라에 담겼다. 보도가 나간 후 대통령실은 아무런 공식 반응이 없다. '바이든-날리면' 파동 때처럼, 영상이 조작됐다거나 가방을 받지 않았다거나 하는 그 흔한 반론도 없다. 몰래 촬영한 그 자체가 위법이라든지, 영부인의 '7시간 녹취록' 공개 때처럼 프라이버시권을 침해했다든지 하는 주장도 내놓지 않는다. 범죄 혐의에 누구보다도 엄격한 것으로 유명한 법무부장관마저 입을 닫고 있다. 그렇다면, 이 영상을 근거로 영부인의 행동을 분석할 수밖에 없다.

    이 영상이 찍힌 9월 13일 전후 정치 상황에 주목한다. 불과 6일 전인 9월 7일 민주당 소속 의원 169명이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했다. 거의 모든 매체가 이 뉴스를 크게 다뤘다. 정식 명칭은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 조작, 허위 경력, 뇌물성 후원 사건 등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고, 수사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전 대표다. 취임한지 100일가량 된 대통령을 겨냥해, 그 영부인을 겨냥해 특검법이 발의된 것은 헌정 사상 전무후무한 일이다. 

    그리고 한달 쯤 전, 영부인이 첫 나토 순방을 위해 유럽을 방문했을 당시 착용한 고가의 장신구 논란이 있었다. 영부인의 브로치, 목걸이, 팔찌가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이었는데, 대통령의 재산 신고 내역에서 빠져있다는 의혹이었다. 대통령실은 "두 점은 지인에게 빌렸고 한 점은 소상공인에게 구입했다"고 설명했다. 빌렸어도 문제다. 수천만 원 짜리를 빌리려면 계약서도 임대료도 있어야 정상이다. 야당은 영부인이 착용한 명품 보석이 재산신고에서 누락됐다며 대통령을 고발했다. 이 모든 게 대통령이 아니라 영부인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은 9월 8일 지금은 폐지된 '도어스테핑' 문답에서 두 가지 사안에 관한 질문을 받고 "별 입장 없습니다. 지금 제 문제나 이런 걸 가지고 신경 쓸 상황은 아닌 것 같고, 나중에 적절하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신경 쓸 사안이 아니라고 하니, 그런 줄 알았다. 대수롭지 않다는 인식이다. 그러니 대통령 발언 닷새 후 영부인이 명품백을 받는 듯한 장면이 찍혀도 이상한 일은 아닐 수 있다. 

    야당 상황도 보자. 김건희 특검법이 발의되기 하루 전인 9월 7일엔 법인카드 유용 의혹 받는 이재명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 씨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전직 대선 후보의 배우자가 검찰 수사를 받자 김건희 특검법도 자연스레 여론의 주목을 받았다. 정치권이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영부인이 명품 가방을 들고 온 민간인을 만날 수 있었던 건, 대통령이 관저에 들어가지 않고 자택에서 출퇴근하던 시점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만약 청와대 관저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면 민간인이 영부인을 만날 엄두나 낼 수 있었을까? 자연스레 이런 추측도 가능하다. 대통령 당선 시점부터, 한남동 관저에 들어가기 전까지 약 8개월 동안 '자택'과 '사무실'에서 활동했던 영부인은, 얼마나 많은 민원인들을 만났을까? 만약 최 목사 단 한사람을 만났을 뿐인데, 운이 나쁘게도 그의 악의적 취재 수법에 걸려든 것이라고 설명했을 때 "5000만 명의 문법"을 사용하는 평범한 사람들은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온 나라가 영부인의 도덕성 문제에 대한 논란으로 들썩이고 있었다. 어떻게 그 시점에, 영부인은 천연덕스럽게 명품 가방을 가운데 두고 민간인과 국정에 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까?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다. 공직자인 배우자가 자신의 행위로 인해 곤경에 처했고, 자신을 수사해달라며 야당 의원 전원이 법안을 낸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결론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때 발의됐던 특검은 지금 국회 처리를 앞두고 있다. 당시엔 '정치 공세에 불과하다'고 치부했다. 그게 1년을 넘게 묵으면서 '특검 필요성'에 대한 공감도를 이정도 수준으로 숙성시킬 줄은 몰랐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60%에 육박하는 유권자들이 영부인의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포함한 각종 논란의 진실을 알고 싶다고 답한다. 역시 영부인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최근에도 논란이 있었다. 지난 7월 두 번째 나토 순방에서 영부인은 경호원과 수행원 16명을 대동하고 명품숍에 들렀다. 이 사실은 현지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당시 국내에선 수해로 수십명이 사망했고, 다치고 있었다. 그리고 대통령과 영부인은 귀국을 미루 우크라이나 '전쟁터'를 극비리에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맥락 속에서 '명품숍'에 들른 영부인 기사를 현지 외신 매체를 통해 접한다는 것은 놀랍도록 기이한 경험이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거나, 권력에 취했다는 것 이상의 해석이 필요하다. 

    이 모든 것이 영부인에 대한 특검법 처리의 명분을 깔아주고 있다. 야당의 공세로 치부하기엔 너무 멀리 왔다. 영부인 스스로 자초한 일이란 게 뼈아픈 평가다. 주가 조작 가담 의혹과 관련해 여권에선 '친문 검사'가 탈탈 털었는데 영부인은 기소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지만, 그게 답변이 될 순 없다. 당시 영부인은 현직 검찰총장의 부인이었다. '탈탈' 털었는데도 왜 최종 수사 결론을 못 냈는지, 왜 재판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들이 드러나고 있는 것인지(검찰 수사가 부실했던 것인지), 왜 아직까지도 유독 영부인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못 내리고 있는지, 이 모든 상황에 대한 답변은 나오지 않고 있다.

    영부인은 선출된 것도 임명된 것도 아닌 '자리'다. 영부인의 역할 같은 것은 따로 규정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가장 강력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다. 영부인의 행동은 대통령에 대한 평가로 이어진다. 대통령의 거처가 정해지지 않은 시점, 아크로비스타 코바나 사무실에서 명품백을 들고 온 민원인과 마주한 영부인의 모습은 청와대를 박차고 나와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한 대통령의 '업적'까지 훼손하고 있다. 

    김영란법 위반 문제나, 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했을 때 지체없이 수사해야 할 검찰의 직무유기 같은 논의는 많은 매체들이 충분히 다뤄왔다. 이 사안을 "잘 알지 못한다"는 한동훈 장관이 빨리 사안을 파악해서 "5000만 명이 사용하는 문법"으로 '사이다'같은 발언을 해 주길 기대한다. 김정숙 씨든, 김혜경 씨든 권력자의 배우자가 현직에 있었을 때 '명품 가방 수수 의혹'과 같은, 혹은 그에 준하는 '나쁜' 사례가 있었는지 함께 얘기해 줘도 좋겠다. 차라리 영상이 가짜라고 해 주거나, 영상속 인물이 영부인인지 판독하기 어렵다는 말이라도 해 주길 바란다. 

    ▲김건희 영부인 ⓒ대통령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