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0일 금요일

“36년 봉사에 고발·가압류?…지자체 무책임에 분노”

 

[한겨레S] 인터뷰

밥퍼공동체 대표 최일도 목사

급식 이용자 90%가 가난한 노인
‘불법 프레임’에 민간 후원 급감
동대문구청장은 면담 요청 외면
오세훈 서울시장이 나서 풀어야

  • 수정 2024-09-21 07:29
  • 등록 2024-09-21 07:29
    • 지난달 26일 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지난달 26일 다일공동체 이사장 최일도 목사가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지난달 27일 최일도 목사를 밥퍼 2층에서 만났다. 1시간 남짓 진행된 인터뷰 내내 최 목사는 “공무원들이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라며 야속함이 묻어나는 말투로 상황을 설명했다. 추가 취재를 위해 통화한 지난 6일 최 목사는 캄보디아에서 해외 봉사 중이었다. 1988년 청량리역에서 시작된 나눔은 현재 11개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투병 소식을 들었는데 건강은 좀 어떤가?

      “33차례 방사선 치료를 하고 항암치료는 본인 선택이라고 해서 안 하겠다고 했다. 작년 여름 무릎에 육종암이 왔다. 처음엔 종기인 줄 알고 동네 정형외과에서 수술했다. 그런데 암세포였다. 재발이 되면 폐나 뇌에 문제를 일으키는 악성 중 악성이라고 했다. 난 이엔에프피(ENFP: ‘성격유형 검사’로 구분하는 성격 유형 중 ‘활동가형’)다. 암에 걸리는 체질이 아닌데,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암이 왔겠나 싶다. 지금은 면역력을 키우면 된다고 하더라.”

    • ―36년간 무료 나눔을 해온 ‘밥퍼’가 철거 위기라는데.

      “현재 이 건물을 이명박 (전) 대통령, 오세훈 서울시장 때 지었다. 서울시가 할 일을 대신 해줘서 감사하다면서 서울시 땅에 서울시가 지은 거다. 12년 동안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런데 구청장 하나 바뀌었다고 박해를 시작했다. 모이지 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인간은 존엄성과 가치가 있다. 범죄자도 세금으로 입혀주고 먹여주는 이유다. (밥퍼를 이용하는) 이분들은 범죄자가 아니다. 단지 힘이 없어서 여기까지 온 것이다. 예전에는 (밥퍼 이용자의) 90%가 노숙자고 노인이 10%였다. 세월이 흐르면서 지금은 90%가 노인, 10%가 노숙자가 됐다. 그래서 서울시에서 여기는 어르신복지과가 담당한다.”

    • ―서울시 고발도 논란이 됐는데.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에서 고발을 했다. 언론이 폭발했고, 오세훈 시장이 전화해서 하루라도 빨리 만나자고 했다. 혼자 갔다. (오 시장이) ‘정말로 송구하다. 제가 이걸 알았더라면 고발 못 하게 하지, 아무리 정무적 감각이 없는 사람이라도 그렇지 시장이 이것(고발)을 알고 사인했겠냐’고 하더라. 오 시장이 (나를 고발한) 담당 과장을 (문책성) 대기발령을 시켰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다. 그건 당시 (복지)정책실장도 확인했다.”

    • ―오 시장과 면담 뒤 서울시가 바로 고발을 취하했나?

      “그렇다. 그런데 서울시가 자기들이 지은 (밥퍼) 건물이 합법화돼야, 양성화돼야 증축이 된다는 걸 몰랐다. (합의가) 다 됐는데 나중에 건축법 전문가들에게 듣고 놀라서는 (본건물) 합법화 전에 증축은 안 되니 신축이라고 심의위에 올렸다. 서울시가 형사고발을 당할 가장 잘못한 일이다. 자기들이 지어놓고 10년 이상을 방치한 것이다. 구청과 협의해서 했어야 했다. 우리는 대가 없이 봉사를 한 건데 갑자기 불법이라고 고발을 했다. 오세훈 시장에게 분노하고 있다. 시장으로서 무책임하다.”

      ―지금은 동대문구와 소송 중이다.

      “공사가 진행되고 있을 때다. 서울시 이아무개 주무관이 와서 ‘서울시에 (밥퍼 공사 관련) 민원이 많은데 민원이 들어오면 응답을 해줘야 하는 게 의무다. (밥퍼가) 구청장한테 신축 설계허가를 받으면 우리도 민원인들에게 할 말이 있지 않으냐’고 하더라. ‘이미 기부채납하기로 합의가 됐는데 무슨 설계허가냐’고 물으니 민원인들 얘기를 하는 거다. (서울시가 밥퍼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으려면 최소 3년은 걸리는데 예산을 따는 데만 1년에서 1년 반이 걸린다. 집행되려면 3년은 걸리니 (지금 건물을 쓰면서) 신축 설계허가를 받으면 그때 서울시 예산으로 짓겠다고 했다.”

    • ―애초 밥퍼 본건물을 재건축할 계획이었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 때 옆에 실버타운을 지었는데, 그때 밥퍼도 새로 짓자고 했다. 대신 밥퍼만 쓰지 말고 아이부터 노인까지 토털 복지시설로 만들자고 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여러번 왔다 갔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이지만 동대문 구민들을 위한 시설로 만들자고 했는데 거기엔 우리가 동의할 수 없었다. (밥퍼 쪽이) 땅을 사서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다 박 시장이 사망하면서 (모든 게) 중단됐다.”

      ―유덕열 전 동대문구청장은 밥퍼의 적극적인 후원자였는데도 공사중지 명령을 3차례 내렸다.

      “내가 항의했다. 하라고 해서 했는데 왜 (공사중지 명령이) 왜 내려졌냐고 하니 ‘민원에 대한 응답’이라고 일관했다.”

      ―이필형 현 동대문구청장 쪽에서 시정명령 보내기 전에 면담 요청을 해온 적은 없나?

      “없다. 우리가 다섯번을 공문 넣어서 면담을 신청했는데 한번을 답신하지 않았다. 이 구청장이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희망트리를 철거한 거다. 희망트리는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이 밥퍼를 방문한 뒤 문광부가 제작해준 거다. 밥퍼를 찾아오는 분들 중 한글을 모르는 분들도 있었다. 희망트리를 굴다리 앞에 세워서 그분들이 찾아오기 쉽게 했던 건데, 그걸 불법 광고물이라고 철거했다.”

      ―‘불법’ 증축 논란이 일면서 밥퍼 후원이나 봉사 등 변화는 없었나?

      “불법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는 바람에 고액 후원자들이 대거 떠나면서 2년간 후원금이 10억원 이상 줄었다. 또 서울시가 구청을 통해 무료급식에 보조하던 연간 1억2천만원 정도의 후원을 (증축이) 합법화가 될 때까지 우리 스스로 (안 받겠다고) 중단하면서 2년 합쳐서 3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았는데 동대문구에서 조처를 한 게 있나?

      “가압류 예고가 왔다.”

      ―앞으로 계획은?

      “작년 12월까지 15만명이 (밥퍼 철거 반대, 본건물 양성화) 서명운동에 동참했다. 동대문 구민만 8천명이 넘게 서명했다. 10월31일 법원이 (동대문구가) 한 게 맞다고 손들어주면 그땐 여기 문 닫고 모든 분에게 서울시청 앞으로 나와서 밥 드시고 가시라고 할 거다. ‘길에서 시작한 밥퍼인데 길에서 끝내게 하려나 보다’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오세훈 시장이 나서야 한다. 이 문제는 결국 서울시가 나서서 동대문구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중앙일보 “악재 연타로 터졌는데 태연스레 봉사활동 하는 영부인”

 [아침신문 솎아보기] 야권 김건희 특검법 통과… 공천개입 의혹까지

‘여당의 짐’ ‘정권 핵심 리스크’ 언론 비판에 “정국 급랭” 전망까지

한동훈, 조선일보 인터뷰서 명품백 논란에 “부적절한 처신, 사과해야”

기자명윤수현 기자

  • 입력 2024.09.20 07:40

  • 수정 2024.09.20 07:42

▲지난 15일 김건희 여사가 ‘다움장애아동지원센터’를 방문한 모습. 사진=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을 강행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정국 냉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까지 나온 상황에서 “김건희 여사가 여당의 짐이 됐다”(국민일보), “정권의 핵심 리스크”(중앙일보)라는 언론의 비판이 나온다.

민주당 등 야권 의원 167명은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등 양대 특검법을 표결에 부쳤고, 김 여사 특검법은 표결에 참석한 의원 167명이 전원이 찬성해 통과됐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 외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으며 민주당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예상하고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재의결을 추진할 방침이다.

▲9월20일 국민일보 4면 갈무리

중앙 “악재 연타로 터졌는데 태연스레 봉사활동 하는 영부인”

이번 특검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이어지면서 내용이 강화된 측면이 있다. 동아일보는 1면 <巨野, 더 세진 ‘金여사-채 상병 특검법’ 본회의 단독처리>에서 “김건희 특검법은 김 여사의 22대 총선 공천개입 의혹을 추가해 8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채 상병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했으며, 야당에 특검 비토권을 부여했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방침이어서 정국이 급랭할 전망”이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4면 <뭘해도… 비난 타깃 ‘與의 짐’ 된 김여사>에서 “국민의힘 내에서도 김 여사가 공개 행보를 자제하거나 대통령실 차원의 가이드라인 제시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김 여사가 계속해 정쟁의 중심의 서게 되고, 야당의 ‘프레임 공세’ 대상이 되는 상황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밝혔다.

▲9월20일 중앙일보 칼럼 갈무리

김건희 여사의 행보를 비판하는 칼럼·사설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김정하 논설위원은 칼럼 <정권의 핵심 리스크가 된 영부인>에서 “민심을 자극할 악재가 연타로 터졌는데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스레 봉사활동을 하는 영부인이라니. 국민에게 봉사의 진심이 전달되기보단 보여주기식 쇼만 한다는 반발심을 유발할 가능성이 훨씬 크지 않을까”라며 “김 여사는 지난 6일 검찰 수사심의위가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하자 모든 문제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외부 활동을 재개하려는 심산일까. 정말 그렇다면 큰 착각”이라고 했다.

리니지M ‘VANGUARD’

서울신문은 영부인 역할과 권한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상숙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칼럼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 사랑받는 법>에서 “한국도 영부인의 역할과 권한 제도화에 대해 본격적인 검토를 할 시점을 맞았다”며 “명절 직전 나온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지지율은 20%에 겨우 턱걸이했다. 응급실 뺑뺑이 논란 등 의정 갈등 심화가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겠지만, 김 여사의 민심 무시도 한몫했을 터”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 <계속되는 김 여사 공천 개입설, 사실관계 분명히 밝혀야>에서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김 여사와 관련된 숱한 논란으로 국민의 인내심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 이날 야당 주도로 통과된 ‘김건희 특검법’의 명분을 김 여사 스스로 제공하고 있다”며 “점점 커지는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김 여사를 비롯한 관련 당사자들은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밝혀 국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두 특검은 막으려 하면 할수록 국민적 의혹과 여론의 반감만 커진다는 걸 윤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에도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민주당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중앙일보는 사설 <민주당, 쟁점 3법 단독 통과…‘비토크라시’ 악순환 언제까지>에서 “민주당의 3법 강행 처리는 여러모로 무리수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강공 기류는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사건 결심(20일)과 위증교사 사건 결심(30일)을 앞두고 사법리스크를 물타기 하려는 의도가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쳇바퀴 거부권 정국을 풀려면 먼저 정부·여당이 나서야 한다.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 대통령부터 최저치 20%로 떨어진 지지율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협치로 과감히 국정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월1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누구의 라인이었던 적 없다”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패싱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 대표가 조선일보 김윤덕 선임기자와 인터뷰에서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털어놨다. 한 대표는 당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해 “당이 꼭 장악돼야 하나. 당은 이견이 표출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했으며, 지난 8일 대통령 만찬에 초대받지 못한 것에 대해선 “밥을 누구랑 먹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라며 “대통령실 생각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는데, 불편해지는 게 싫다고 편을 들어야 하나”라고 했다.

또 한동훈 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분명한 건, 부적절한 처신이었고 사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당대회 때 당대표 후보 4명이 모두 말했듯”이라고 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인간적 섭섭함은 이해될 것 같다’는 김 선임기자 질문에 “대통령이나 나나 긴 인생에서 아주 짧은 동안 국민 위해 봉사할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그 과업에만 집중해야 한다. 개인 간 문제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고 밝혔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과 함께 한때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이었다는 평가에 대해선 “누구의 라인이었던 적이 없다”고 했다.

▲9월20일 조선일보 5면 기사 갈무리

김윤덕 선임기자는 5면 <“의대 증원 찬성하지만, 규모·방식 정답은 하나만 있지 않아”> 기사에서 “그는 어떤 질문도 피하지 않았다. ’한동훈은 술 안 마시는 윤석열, 싸가지있는 이준석’이라는 말이 있다고 하자 ‘1년 뒤에도 그 말이 남아 있는지 보자’고 했다”며 “대선 출마 질문엔 즉답하지 않았으나, 노동·복지·격차 해소 등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분명해 보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연준, 기준금리 0.5%p 인하… “문제는 국내 가계부채와 집값”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2년 동안 이어온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끝내고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지난 18일 단행했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금리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한국이 물가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문제가 있다. 한국경제는 5면 <한은, 10월 피벗 가능성 높아져… 美처럼 공격적으론 못 내릴 듯>에서 “문제는 한은이 금리인하를 위해 풀어야 하는 물가, 성장, 외환시장, 가계부채의 고차방정식 중 가계부채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관련기사

▲9월20일 한국일보 사설 갈무리

한국일보는 사설 <미 기준금리 ‘빅컷’, 면밀한 금리·경기대책 절실하다>에서 “연준의 빅컷은 국내 금리인하 요구를 더욱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문제는 좀체 잡히지 않는 가계부채와 집값이다. 주택담보대출은 다소 둔화됐다고는 하나 이달 들어서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고, 집값은 계속해서 들썩이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집값과 가계빚 폭탄만 키운다면 금융시스템까지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금리인하 시작한 미국, 집값·가계빚에 고민 많은 한국> 사설을 내고 “정책 당국은 늘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며 “정책 우선순위를 세우고 데이터를 마지막까지 확인해 금리인하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 대외 충격에 취약한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밀려드는 파도를 막는 방파제를 튼튼하게 쌓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군미필' 대통령의 '전투식량 타령'을 보면서

 [박세열 칼럼] '제복 입은 영웅'이기 전에 '제복 입은 시민'이다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4.09.21. 05:02:22

<조선일보>의 9월 16일자 "尹 대통령, 세계 각국 전투식량 직구해 사먹는다는데…"라는 기사를 보고 실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세계 각국의 전투 식량을 직접 인터넷에서 구매해 맛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인데, 대통령실 관계자는 "젊은 장병들을 잘 먹여야 한다는 평소 생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투 식량'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진심은 추석인 17일 오후 강원도 최전방 부대인 육군 제15사단을 방문해 "잘 먹어야 훈련도 잘하고, 전투력도 생기는 법"이라며 "격오지에 있는 부대들에 대해서는 통조림이나 전투식량 등을 충분히 보급하라"고 지시한 데에서도 느껴졌다. 대통령은 '전투 식량'을 아마 일반 병사들이 실생활에서 먹는 걸로 착각한 모양이다. 통조림이라는 말은 또 어떤가. 얼마나 고색창연한가.

미국이나 프랑스에서 영감을 얻은 전투 식량을 보급해봐야 병사들은 평소에 먹지 않는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1~2주 야외 생활을 하는 훈련 때도 '식사 추진'이란 이름으로 밥차를 동원해 '일반식'을 식판에 담아 먹는다. 반합도 잘 이용하지 않는다. 물론 훈련 프로그램 속에 '전투식량' 먹는 날을 하루 정도 따로 정해두긴 한다. 대부분 유통기한이 다하기 전 보급품 제고를 처분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통령의 인식대로 군인이 전장에서 전투 식량을 먹을 정도의 상황이라고 한다면, 제대로 된 식사 보급 자체가 어려운 극한 전투 상황일 것이다. 대통령이 최근 '전쟁 위기'를 부쩍 강조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인식 속에서 우리 나라는 우크라이나 원정 지상군 수준의 전쟁을 치르게 될 상황이나, 과거 베트남 전과 같은 상황, 혹은 6.25와 같은 전쟁 상황에 놓일 수 있는 나라인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정작 대통령은 전쟁을 겪어 본 적이 없고 군대에 다녀온 적도 없다.

대통령은 '부동시'로 군 면제를 받았다. 대통령이 전세계 각국의 '전투 식량'을 맛 보는 것이 '장병 사랑'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알 수는 없다. 단순하게 대통령이 요리를 좋아한다니, '전투 식량'의 종류와 선택지를 다양하게 만들면 장병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는 것일 수 있겠다고 이해해 보려 한다.

그런데 최근 대통령실이나 국가보훈부, 국방부를 통해 부쩍 강조되고 있는 대통령의 '장병 사랑' 미담 속에서 간혹 이물감 드는 일들이 생기는 데 대해서는 꼭 한 마디를 하고 싶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말이 '제복 영웅'이라는 다소 낯선 용어다. 이 말은 과거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가 '천안함 용사들'을 언급할 때나 간혹 쓰던 말이었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이 전 대표가(산업기능요원으로 합법적인 병역 대체 의무는 마쳤다) '제복 입은 영웅'이란 낯선 단어를 사용할 때 뭔가 어색함이 느껴졌는데 순전히 개인적으로 추정컨대,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이 전 대표가 '군복'이나 '경찰복' 같은 근대적 상징물에 모종의 판타지를 느끼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제복 안 입은 영웅들(일반 공무원들)도 국가를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헌신하는 건 마찬가진데, 꼭 '제복 영웅'을 짚어서 얘기할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냥 군인이나 경찰을 지칭하는 자신만의 '수사'라 생각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서 '제복 영웅'이란 생경한 말이 공식 자료에 등장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고 처음 6.25전쟁 기념일을 맞았을 때 국가보훈처(현 국가보훈부)는 6·25 참전용사 단체복을 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특별 제작해 지급하면서 '제복의 영웅들'이라는 말을 띄우기 시작했다. 민간에 '영예로운 제복상'과 같은 행사들이 있긴 했지만, '제복 영웅'이라는 말이 공적인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것은, 국가가 '제복' 입은 공직자들에게 조금 다른 대우를 하는 것처럼 보이려 노력하는 데에서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혹은 대통령 개인의 콤플렉스의 발현이라던가.

제복은 군인이나 경찰, 소방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민간 영역에서도 항공사 직원들이나 선사 직원들, 은행원이나 (요즘은 잘 없지만) 택시기사 등이 제복을 입고 근무하기도 했다. 학생들이 입는 '교복'도 '제복'의 한 종류다. 제복(制服) 말 그대로 절제된 복장을 말하는데, 단어 자체나 유래와 관련해 다소 뜻이 다르지만, 영어로는 '유니폼'(uniform)이란 말이 우리가 흔히 쓰는 '제복'이란 말과 가장 의미가 통하는 단어다. 국어사전에선 "학교나 관청, 회사 따위에서 정하여진 규정에 따라 입도록 한 옷"이라고 돼 있다.

제복의 여러 의미 중에 특정 직업군을 떼 와서 '제복 영웅'이란 말을 만들어 붙여 의미를 부여하는 건 의도가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정부에서 사용하는 '제복 영웅'은 주로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물리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 같다. 대부분 군인, 경찰, 소방관이다. 하지만 복지 담당 공무원들이나, 교사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하는 일들은 모두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일들이다. 그들로부터 '제복 영웅'을 분리해 특별히 기리겠다고 하는 게 어색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제복은 권위이기도 하지만, 통제이기도 하다. 이 정부가 말하는 '제복 영웅'의 핵심을 잘 짚어낸 발언을 소개한다.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탄원서를 제출하며 "군인은 국가가 필요할 때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되는 존재"라고 말한 것을 보면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게 되면 대한민국에서 누가 사단장을 할 수 있겠냐"고 했다는 말이 떠올랐다.(대통령은 이런 발언을 한 걸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다.) 여기에서 '이런 일'이라는 건 구명조끼도 없이 실종자 수중 수색 작업에 투입됐다 거센 물살에 휩쓸려가 목숨을 잃은 채상병 사건을 말한다.

군말 없이 죽어주도록 훈련된 존재가 죽었던들, 그 존재를 지휘하는 사단장이 그런 '작은 희생'에 물러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대체 대통령은 어디서 배운 '군인 정신'인지 모를 말을 하고 있는건가. 그렇게 희생된 사람을 '제복 영웅'으로 극진히 기려주면 그만이라는 것인가. 이 정부가 '제복 영웅'이라는 이름으로 요란하게 마케팅을 펼치면서 정작 지우고 있는 것은 제복 안에 들어 있는 사람이다. 군인은 제복 입은 영웅이기 이전에 제복 입은 시민이다. 이를테면 해병대 사망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한 박정훈 대령은 제복 입은 시민으로서 자신의 본분을 다 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이 정부는 제복 입은 사람은 '시민'이 될 수 없고 희생하는 '영웅'이 되라고만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 더 예를 들면 홍범도는 '제복 영웅'이 아니다. 그는 '일본 국적'을 가진 시민들이 살고 있는 '조선땅'의 제국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국가 없는 군인이 되었다. 하지만 '제복 영웅'은 정규군만을 지칭한다. 정규군이 아닌 사람은 '제복 영웅'이 될 수 없다.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기 위해 총칼을 들었든, 숭고한 희생으로 독립의 꿈을 안겨줬든, 소련식 군복을 입고 감히 사진을 찍은 홍범도 장군은 육사 교정에 '제복 영웅'으로 존재할 자격이 없다는 게 이 정부의 논리다. 쉽게 말해 대통령의 인식에서 '제복 영웅'은 딱 6.25때까지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후에야 비로소 제복 영웅이 탄생하는 것이고, 그 이전의 영웅들은 '제복 영웅'이 될 자격마저 박탈당하는 것이다. 어디에서 많이 본 논리다. 뉴라이트의 인식이 딱 그런 꼴이다. '제복 영웅' 칭송 프로젝트에서 '공산 전체주의'같은 급조된 신조어의 냄새가 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군부대 시찰을 갈 때마다 '제복 영웅'을 운운할 때 드는 이질감의 정체를 정리해보고자 이 글을 쓴다. 군대에 다녀오지 않은 대통령이 군부대를 방문해 '제복 영웅'같은 특별한 수사를 동원해 사기를 올리겠다고 하는 의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한때 '제복 영웅'으로 2년 넘게 군에서 복무하며 시민의 의무를 다 한 사람으로서, 제복 입은 영웅보다 제복 입은 시민에 대해 더 생각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군 미필자의 콤플렉스를 이런 식으로 해소하지 않았으면 한다.

대한민국 시민의 의무인 군대도 다녀오지 않고서, 억울한 병사 사망 사건의 은폐의 핵심으로 지목당하고 있는 대통령의 '제복 영웅론'을 보며 든 단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인 17일 강원도 최전방 육군 15사단 사령부 사열대에서 사단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인 17일 강원도 최전방 육군 15사단 사령부 사열대에서 사단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마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윤 대통령 오른쪽 아래는 육군 15사단 군악대에서 복무 중인 방탄소년단(BTS) 리더 김남준(RM) 상병.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