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비핵화는 최종 목표”…단계적 북핵 해결법 제안

문정인 외교안보특보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에 10.4 남북정상선언 10주년 기념 강연에서 이야기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북한의 6차 핵실험과 잇따른 미사일 시험 발사로 북핵 전력화가 가시화된 가운데 “북한 핵을 인정해야 한다”는 ‘북핵직시론’이 제기되고 있다.
완성 단계로 접어든 북핵을 인정하고 ‘핵동결’ 등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현실적인 해결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주장으로, ‘북핵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과는 대비된다.
국민의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동아시아미래재단(상임고문 손학규) 창립 1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이제 북한을 인도·파키스탄과 같이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과감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한반도 문제 해결에 중요한 단초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손 상임고문은 “북한에 핵은 생존적 차원의 수단이고, 경제적 지원은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북한은 핵 무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정권의 안보를 보장받기를 원한다”며 “이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인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도 손 상임고문의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북한이 핵미사일 보유한 것은 현실”이라며 “그 전제 하에 대북정책을 짜야 한다는 말에 100% 동의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북핵을 인정하는 관점에서 ‘비핵화’가 아니라 ‘동결’을 1차 목표로,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북한은 ‘세컨더리 보이콧’(해당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까지 제재)으로 핵 협상에 응했던 이란 모델과 다르다. 시장을 통한 변화가 없으면 제재·압박을 해 봐야 영향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문 교수는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의 견해를 인용해 “조건 없는 대화를 해야 한다. 핵 동결을 입구에, 완전한 비핵화를 출구에 놔야지, 비핵화를 입구에 놓으면 북한은 동의할 수 없다”면서 핵무기 실전 배치 금지, 핵무기 추가 생산 금지, 핵무기 소형화·경량화 금지, 제3세계로의 핵무기 유출 금지를 위해 북한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도 같은 날 ‘프레시안’ 기고문에서 “발상의 전환으로 이제는 비핵화를 ‘선반 위에’(on the shelves) 올려놓을 것을 제안한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당장의 비핵화 대신에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을 도모하고 비핵화는 차후의 과제로 추진하자는 발상”이라고 제안했다.
김 교수는 “비핵화를 완전히 포기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며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다만 상황과 여건을 보아가며 비핵화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현실화 된 북핵을 직시하지 않고 ‘북한의 선(先) 핵포기’만을 고수하는 미국의 입장을 따라가다가는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손 상임고문은 “북한의 핵 폐기를 요구하는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 군사적 제재, 즉 전쟁이다. 이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어떤 전쟁도 막아야 한다. 전쟁은 우리에게 파멸”이라고 우려했다.
문 교수도 “제일 큰 위기는 북-미 간 우발적 계획적 충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의 군사적 충돌이 일어난다면 핵전쟁으로 발전되는 것 아닌가 하는 게 한반도 위기의 본질”이라며 “한-미 동맹이 깨진다고 하더라도 전쟁은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한쪽은 반드시 핵 보유를, 다른 한쪽은 기필코 비핵화를 실현하겠다는 접점 없는 평행선이 작금의 한반도 위기의 원인”이라며 “김정은의 핵 질주를 끝까지 저지하려면 군사적 수단까지도 불사하며 이른바 풀 옵션을 고민해야 하고, 이는 곧 한반도 전쟁까지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