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14일 토요일

아들만 석방된다면... 아버지는 어디서든 무릎을 꿇었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대북경협사업가 김호의 아버지 김권옥



22.05.14 19:38최종 업데이트 22.05.14 19:38
김권옥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는데 경광등의 벌건 빛이 갑자기 빙빙 돌았다. 2022년 4월 28일 아들의 항소심 첫 번째 공판 날, 법원 현관을 들어서자 가슴이 콩콩대는데 검색대까지 요란을 떠니 그의 마음은 더 심란했다.

[관련기사]
"구시대적 국가보안법 폐지, 남북협력 사업가 김호 석방해야" http://omn.kr/1ylsg
[김호 인터뷰] 문재인정부 1호 '간첩' 사건... "이런 식이면 정상회담 왜 하나?" http://omn.kr/1jn4v
"또다른 유우성 사건, 촛불정부에서 국가보안법 탄압 웬 말" http://omn.kr/zeo0

남북경협사업 하던 아들이 국가보안법 위반
 

▲ 김호의 아버지, 김권옥님 모습 그의 관심은 오로지 국가보안법 피해자인 아들의 석방이다. ⓒ 민병래

 
지난 1월 25일은 몸서리 쳐지는 날이었다. 1심의 판사는 1시간 20분이나 판결문을 읽더니 "징역 4년에 자격정지 4년, 김호를 법정 구속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버렸다.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풀려나와 재판을 받던 아들은 넋을 잃었다. 담당 변호인 장경욱도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 교도관이 아들을 끌고 갈 때 김권옥의 눈에는 불꽃이 튀었다.

"이런 법이 어딨어. 우리 아들이 뭘 잘못했다고 무슨 해를 끼쳤다고..." 하며 아들의 옷깃을 잡았다. 법정 직원들이 "할아버지 이러시면 안 돼요. 잡혀가요" 하며 막았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래, 나도 집어 처넣어, 나도 넣으라고!"

 아들 김호는 2007년부터 남북경협으로 안면인식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가진 후 개성공단을 비롯한 여러 경제협력이 진행되자 아들도 남쪽의 자본과 북의 IT 능력을 결합하는 사업기회를 모색했다.

아들이 택한 '안면인식' 분야는 보안은 물론 결제시스템 등에도 두루 활용할 수 있기에 전망이 밝았다. 아들은 그 일을 10년 이상 매진했다. 그런데 그 결과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4년이라니...

오후 2시 30분에 맞춰 302호 법정에 들어서니 가슴이 더 벌렁거렸다. 정면에는 판사 세 명이 재판기록을 넘겨보고 있었고 왼쪽에 자리한 검사 세 명도 서류에 머리를 박고 있었다.
 

▲ 2018년 12월 1일 영등포구 국회앞에서 아들의 구명을 호소하는 김권옥 그는 아들의 석방을 위해서 어디서건 무릎을 꿇었다. ⓒ 연합뉴스

 
김권옥의 악몽이 시작된 건 2018년 8월 9일! 여느 날처럼 김권옥이 철원의 단골거래처에서 대파를 실어 운송하던 중이었다.

"아버지, 큰일 났어요, 지금 어디 계세요?"

숨넘어가는 며느리의 목소리였다. 그게 무슨 소리냐고 묻는데 며느리는 다시 걸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김권옥이 어수선한 마음으로 가락동시장에 도착해 물건을 내릴 때 "아버님, 김호 대표가 경찰청 보안수사대로 끌려갔어요" 하며 양심수 후원회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칠십 대의 나이라 몸놀림이 헛헛한데 아들의 연행 소식에 그는 주저앉고 말았다.

다음 날 김권옥은 며느리와 함께 신정동의 보안수사대 앞에서 아들을 내놓으라고 외쳤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어머니들, 양심수후원회 회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면회를 요구했다.

"문재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에서 회담했잖아?"
"남북이 함께 잘 살자는 마당에 이게 무슨 짓이야?"


왁자지껄한 항의가 정문 앞에 가득했다. 굳게 닫힌 철문은 요지부동이고 근처 김포공항을 오가는 비행기의 굉음은 가족들의 외침을 무질러버렸다. 그날부터 김권옥은 경찰서와 법원을 3년 넘게 쫓아다녔다. 덕분에 그는 아들의 사업 내용을 소상히 알게 되었고 검찰의 주장을 못이 박히게 들어 국가보안법 박사가 되었다.

검사의 항소 "4년 형량은 지나치게 낮습니다"

아들이 교도관에게 이끌려 들어와 피고인석에 앉을 때 김권옥의 마음은 철렁거렸다. 코로나에 걸려 격리까지 되었던 아들, 얼마 전 면회 때보다 수척한 모습이다.

뒤돌아보니 방청석에는 양심수후원회와 '국가보안법폐지 국민행동'의 회원 그리고 아들의 명지대 선후배들이 자리를 채웠고 '아버님 힘내세요'라는 속삭임을 보내줬다. 늦을 리 없는데 며느리가 눈에 띄지 않으니 마음이 영 허전했다.

"1심 판결은 형량이 지나치게 낮습니다."

검사가 항소 이유를 말할 때, 김권옥은 주먹을 꽉 쥐었다. '징역 4년이 가볍다고? 애들에게서 아빠를 빼앗아갔는데? 집안이 거덜났는데?' 그는 일어나서 외치려다 간신히 참고 어금니를 다물었다.

"피고인이 만든 안면인식프로그램으로 해킹 피해를 입은 사례가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 김호는 사업과정에서 알게 된 북의 정보를 국정원에게 알려주며 조력자 역할을 했습니다."

장경욱 변호사는 검사에 맞서 항소이유를 설명하고 무죄를 주장했다. 아들 김호는 중국동포를 통해 북측의 IT 기술자에게 '안면인식프로그램' 개발을 의뢰했다. 그는 김일성대의 교수로 정보기술연구소소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은 "북의 사업파트너가 노동당당원이고 통일전선부의 관리 아래 있으니 필경 프로그램에 악성코드를 심어 해킹을 시도했고 김호는 대한민국을 위험에 빠뜨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아들 김호가 개발비용을 송금한 것은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이며 프로그램을 납품받은 것은 금품수수이고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방위사업청의 '제안요청서' 중 기술 관련 항목을 발췌해 보낸 것은 군사기밀 제공이라고 기소했다.

하지만 1심 재판 과정에서, 납품받은 273개 파일 중 단 3개에서만 초보적 수준의 악성코드가 발견되었고 이 또한 파일을 주고받거나 압축하는 과정에서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 2018년 11월 3차 공판에서는 안면인식프로그램을 납품받은 업체들의 보안담당자가 나와 프로그램 운영 이후 어떠한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결같이 증언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향후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검찰의 주장, "북한은 반국가단체이고 대남사업은 통일전선부와 정찰총국의 관리하에 있으며 김호는 북측 파트너에게 개발하청을 준 게 아니라 지령을 받은 것"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말았다.

변호인의 항소이유 설명이 끝난 후 아들 김호가 발언 기회를 얻어 일어났다. 검사의 항소를 들을 때 겨우 진정시킨 김권옥의 마음이 다시 콩닥거렸다.

아들이 남북경협사업을 시작할 때 뜬구름을 잡는 것 같아 김권옥은 "아서라" 하며 말렸다. 하지만 아들은 남북경협으로 성공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다행히 아들의 사업은 조금씩 궤도에 올랐다. 시제품도 괜찮아 2013년에는 한국 인터넷 진흥원에서 인증을 받았다.

2014년과 2017년에는 미국기술표준원 주최로 열린 세계 경진대회에서 각각 2위와 6위를 기록했다. 덕분에 KBS와 SBS의 방송망을 탔고 국내외에 조금씩 판매가 이루어졌다. 이런 성과에 대해 나라에서 상을 주지는 못할망정 구속을 시키다니 그것도 문재인 대통령 시절에... 김권옥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50년간 화물운송해 자식들 뒷바라지
 

▲ 팔순을 바라보는 김권옥, 그는 잠시도 일을 쉬지 않았다 아들이 구속된 후 그는 석방투쟁에 나섰다. ⓒ 민병래

 
모두 진술을 위해 일어선 아들은 말문을 열지 못했다. 재판정엔 정적이 감돌았다. 김호는 아들 얼굴을 보지 못하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들의 처지가 몰이꾼에게 쫒기는 한 마리 짐승 같았다. 아들은 첫 마디를 꺼냈다가 급기야 눈물을 쏟았다. 뒤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며느리가 뒤늦게 왔나 보다.

김권옥은 제대하고 스물다섯 되는 해 전남 해남에서 서울로 올라왔다. 처음 시작한 일이 화물운송, 50년 가까은 세월을 바쳤다. 팔순을 바라보지만 새벽 네다섯 시면 45만km를 뛴 타이탄을 가지고 대파가 있는 산지로 달려간다.

한 단에 천 원하는 대파를 가득 실어 가락시장으로 배송한다. 싣고 내리는 일만이 전부가 아니다. 거래처를 많이 확보하려면 물불 안 가리고 도와야 한다. 같이 쪼그리고 앉아 파를 뽑고 상한 놈은 쳐내 가지런히 묶어 지게차에 실으면서 고양, 철원 등 여러 곳에 단골을 만들었다. 애들 셋,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 몸을 부수며 일했고 모두 대학 공부를 시켰다. 큰아들의 성공을 무엇보다 간절히 빌었건만 옥바라지를 하게 될 줄이야...

아들 김호는 2007년 프로그램 개발사업을 시작할 때 '남북교류협력법'에 따라 통일부에 사업신고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10년 5.24조치를 시행해 남북 간에 모든 교류가 막히자 아들은 난감해 했다. 그런데 2011년 말 국정원 대북정보팀의 요원이 김호에게 접근해왔다. 그는 북측의 IT 관련 정보를 제공해달라고 요구했다.

김호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출구가 필요했던 참에 아름아름 협력했다. 개발 중인 안면인식프로그램을 통째로 국정원에 제출하고 보안검사까지 의뢰했다. 쌀값 같은 소소한 정보도 제공했다. 아들 김호는 5.24 조치 이후 통일부에서 승인을 받지 못했지만 국정원 요원들에게 3년 동안 사업 과정에 대해 보고했으니 남북교류협력법이나 국가보안법상 하자가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사업에 매진했다.

그런데 경찰청 보안수사대는 4.27 판문점 정상회담으로 남북 간의 평화와 번영의 분위기가 고조되는 때인 2018년 8월에 아들을 연행했다. 아들은 국정원에 보고하고 협력했다며 항변했다.

국정원 담당자들은 1심 재판에서 "경찰에서 김호를 내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2014년 김호와 접촉을 끊었고 김호의 대북사업을 인지했지만 허용하지는 않았다"고 당시의 행위를 설명했다. 대공수사권을 가진 국정원의 황당한 해명이었다. 결국 아들의 남북경협사업은 송두리째 무너져버렸다.

"아버지, 죄송해요" 눈 앞에서 끌려간 아들
 

▲ 김호의 아버지, 김권옥 그의 관심은 오로지 국가보안법 피해자인 아들의 석방이다. ⓒ 민병래

 
판사는 검사와 변호인이 주장한 항소 쟁점을 확인한 후 다음 기일을 5월 26일로 잡았다. 증거채택과 증인 선정 여부를 다루다 보면 그날 결심이 될 리 만무하다. 얼마나 기다려야 아들은 감옥에서 나온단 말인가?

아들이 구속된 1월 이후 김권옥은 트럭 일을 중단했다. 자식들이 한사코 쉬라고 성화였지만 한 귀로 들었는데... 그는 핸들 대신 마이크를 잡고 아들의 석방투쟁에 나섰다. 어디든 달려가 "국가보안법 철폐"와 "김호 석방"을 외쳤다. 청와대 앞에선 문재인 대통령이 들으라고 더 크게 외치고 무릎마저 꿇었다. 오늘 재판 전에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아들의 석방'을 외쳤다.

오후 4시쯤 재판이 끝나자 김권옥은 함께 해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교대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봄이 한창이건만 스산하다. 살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톱니바퀴를 지닌 듯 아프고 따갑다.

부러 활갯짓을 해보고 마음을 다잡건만 발걸음은 터벅터벅이다. 눈물짓는 며느리를 먼저 집으로 들여보냈다. 학교에서 돌아올 아이들 어서 가 밥 챙겨주라고. 요즘 가락동 시장을 안 가니 손주 녀석들 과일도 못 사다 주었는데... 눈앞에 안개가 낀 듯 교대 앞 사거리가 뿌옇다.

"저녁에 밥때 맞춰서 들어와요?" 아내의 전화다. 아내는 요즘 정신이 가뭇가뭇하다. 몹쓸 치매가 와서 아들의 상황을 모른다. 지금 가는 길이라고 말하고 김권옥은 난간을 짚으며 지하철 계단을 내려갔다. 삭신이 쑤신다.

재판이 끝나고 아들은 "아버지, 죄송해요"라며 눈물을 훔쳤다. 김권옥은 "이놈아 죄송하긴, 네가 잘못한 게 뭐 있냐? 마음 단단히 먹어라. 애들은 걱정하지 말고" 말을 하려는데 교도관은 아들을 잡아채 끌고 가버렸다.

<못다한 이야기>

① 대북경협사업가 김호의 사건은 두 가지가 큰 쟁점이다. 하나는 이 사건에 대해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하지 않고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문제다. 두 번째는 '국가보안법상의 자진지원과 군사기밀의 제공'에 대한 판단문제다. 이 조문이 적용돼 유죄가 되면 7년 이하의 징역형에 미수여도 처벌되고 집행유예 자체가 불가능하다. 김호에게 4년이라는 중형이 선고된 것은 편의제공, 회합통신, 금품수수 조문보다 자진지원 목적으로 군사기밀을 제공했다는 것이 유죄로 인정되었기 때문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은 1990년 7월 14일 제정되어 그해 8월 1일부터 시행되었고 16차례 개정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2005년 5월 31일에는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 사업이 추진되고 남북교역이 증대한 상황을 반영 "남북간의 거래를 민족 내부 거래로 본다"는 조문까지 추가되었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북한을 '국가보안법'이 규정하는 반국가단체가 아니라 교류와 협력, 평화와 번영의 당사자로 보는, 중대한 의의가 있는 법이다. 교류협력법은 국가보안법과 부딪히기에 한 사안이 두가지 법령에 모두 저촉되면 교류협력법을 우선 적용하기로 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남북간의 교류, 경제협력 모든 사항은 통일부에 신고하고 사업승인을 받아야 한다. 만일 신고를 하지 않고 승인을 받지 않은 채로 진행을 하면 과태료를 받게 되어 있다. 김호는 안면인식프로그램 개발사업을 위해 통일부에 신고를 했으나 5.24조치 이후에는 승인을 받지 못했다.

1심 재판부가 여러 차례 인사이동으로 바뀌었는데 헌법재판소로 옮겨간 재판관 한 명은 검찰에게 "왜 남북교류협력법을 적용하지 않고 국가보안법을 적용했냐?"고 물었다. 검찰은 "IT사업의 특수성, 즉 사이버테러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국가보안법을 적용했다"고 답변했다. 남북교류협력법에서 적용 우선 조항이 있는 것은 국가보안법의 남용이나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서였는데 김호 사건에서 보듯 이를 결정하는 것이 공안기관이기에 입맛대로 적용할 위험성이 큰 것이다.

김호가 국가보안법으로 유죄 확정이 되면 남북교류협력 관계자들은 언제든 국가보안법으로 기소될 선례가 남기에 이 재판은 중요하다. 그래서 변호인들은 김호 사건을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남북교류협력법의 미승인사업으로 다룰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② 이 글에서 김호가 개발한 안면인식프로그램의 기술수준에 관한 설명은 2018년 12월 3일 방영된 MBC스트레이트를 참조했습니다.

③ 오랜 세월 공을 들인 것에 비해 김호의 사업은 그닥 뻗어나간 것은 아니다. 여기저기 납품했다고 하나 개발비를 대고 영업비와 운영비를 만드느라 늘 쪼들렸다. 중국 측 동포는 "돈을 넉넉히 보내주면 북측 개발팀을 아예 중국으로 나오게 해서 작업할 수 있다. 이메일로만 의견을 주고받으니 사업이 제대로 안 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김호는 이 요구를 들어줄 수 없었다. 남북경협의 선구자이고 벤처사업가였지만 언제나 자금 압박을 받는 처지였다. 2018년 판문점회담 이후 김호는 투자를 받아 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 했다. 투자회사와 벤처캐피탈에게 제안할 문서를 만들며 밤을 새웠다. 바로 그렇게 꿈에 부풀었던 때 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연행된 것이다.

④ 이 글의 본문 (못 다한 이야기 제외)은 A4, 5.5매에 해당하는 분량이지만 지면관계 상 4매로 줄여 게재했습니다. 전문은 본 기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pmsigni)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무력화되는 대북제재, 한계에 이른 적대정책

 

  • 기자명 현광 코리아뉴스 편집장
  •  

  •  승인 2022.05.14 15: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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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북아 정세와 관련한 현광 코리아뉴스 편집장의 칼럼을 한글 맞춤법으로 고쳐 싣는다. [편집자]

    악몽

    조선의 핵전쟁 억지력을 현대화, 고도화하기 위한 미사일 개발이 놀라운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1월에 시험 발사된 극초음속미사일의 개발 성공, 3월 24일에 단행된 1만5천Km 사정거리의 ‘화성포-17’의 시험발사성공 등은 조선의 미사일 개발의 속도와 수준을 잘 보여주고 있다.

    미 국방성 합동참모본부 부의장을 지낸 존 하이텐(John Hyten)은 현직에 있을 때 북의 미사일 개발과 관련하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경계심을 표시한 바 있다.(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한 연설 2020.1.17)

    존 하이텐이 표시한 우려는 우려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되어 미국과 그 추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있다.

    미국이 아직도 개발하지 못하고 있는 극초음속미사일과 미국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의 ‘‘화성포-17’의 개발은 미국에게 있어서 악몽이었을 것이다. 남측 군부가 똑똑한 근거도 없이 ‘화성포-17’ 발사는 실패했으며 쏘아 올린 것은 ‘화성-15’라고 공식 발표하고 있는데 미 군부는 ‘화성포-17’을 인정하기는 불편하고 그렇다고 남측처럼 거짓 발표하기는 체면상 껄끄러운지라 ‘분석중’라고 얼버무렸다. 그들이 받은 충격의 크기를 잘 보여주는 치졸한 기만극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돐 경축 열병식에서 “우리 국가가 보유한 핵무력을 최대의 급속한 속도로 더욱 강화발전시키기 위한 조치들을 계속 취해나갈 것”이라고 언명하였다.

    ‘세계 최고속(最高速)’으로 이루어져 온 북의 핵무력건설에 더욱 박차가 가해지리라는 것은 명백하다.

    그러나 미국은 조선의 핵무력 고도화를 멈춰 세울 아무런 방도도 못 가지고 있다. 미국이 가지고 있는 압력수단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속수무책으로 전전긍긍하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것이 오늘의 미국의 모습이다.

    무력화

    조선에 대한 미국의 제재봉쇄 소동이 무력화되고 파탄에 직면하고 있다. 제재봉쇄의 목적은 조선의 목을 조이고 비핵화를 강요하는 데 있다. 그러나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핵무력건설을 저지하지 못하고 비핵화를 강요하기는 커녕 팔짱을 끼고 수수방관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빠지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조선이 워싱톤을 타격할 수 있는 ICBM‘화성포-15’를 시험 발사하여 성공시키자 미국이 유엔안보리에서 석유제품의 수출을 년간 50만 배럴로 제한하는 등의 혹독한 제재를 가해나선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참여시켜 석유 수입을 제한한 것등을 가지고 ‘사상 최대의 압박’이라고 호언장담하였으며 조선이 양손을 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떠들었다.

    그때로부터 4년 5개월, 북이 견디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은 완전히 빛나가고 북의 핵고도화에 속수무책으로 주저앉은 것은 미국이다.

    자력갱생과 재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2019년, 연말에 열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전원회에서 김정은 총비서는 ‘세기를 이어온 조미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어 명백한 대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하면서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적들의 제재봉쇄 책동을 총파탄시키기 위한 정면돌파전’ 전략을 내놓았다.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싸움은 자력갱생의 승리로 가고 있다.

    요새 미국의 입에서 석유제품의 ‘불법환적’ 소리가 사라졌다.

    2년 전의 2020년에 조선이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한 석유제품의 양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유엔조선제재위원회’에 보고된 데 의하면 중국이 4만2천 배럴, 러시아가 10만7천 배럴. ‘사상 최대의 압박’이라던 재제가 정한 상한선은 50만 배럴. 두 나라 합쳐도 상한선의 30%에 못 미친다.

    그럼에도 조선이 석유제품이 없어 곤난을 겪는 기색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연료 수요만 해도 100만 군대를 움직이고 수송과 건설에 내달리는 륜전기재, 농번기에는 필수적인 트랙터와 농기계의 가동 등등 그 양만 보아도 막대한데 말이다.

    석유자원이 없는 조선에서는 석유화학이 아니라 풍부한 석탄을 원료로 하는 일산화탄소화학공업을 자격갱생의 힘으로 개척하여왔다. 일산화탄소화학공업에서 석유도 나오고 비료도 나오고 석유화학제품을 뭐든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니 석유제품수입을 제한한 ‘사상 최대의 압박’은 웃음거리로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은 조선이 상한선의 30% 이하의 양밖에 수입 안하고 있는데도 ‘불법환적’을 운운하여 왔으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상한선에 이르기까지 수입한 양의 2배를 더 사올 수 있는데 조선이 무엇 때문에 경비도 시간도 더 드는 ‘불법 환적’을 하겠는가.

    더 놀라운 것은 ‘불번환적’을 구실로 추가 제재를 하려다가 중국과 러시아가 증거를 가져오라며 반대하자, 트럼프 정권 말기에 국무장관 폼페오는 ‘불법환적’의 증거를 통보한 나라나 사람에게 500만 달러를 주겠다며 현상금을 거는 놀음까지 벌려 놓았으니 그 어리석음에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다.

    자력갱생의 승리를 보여주는 한 가지 실례이다.

    두마리의 토끼

    자력갱생으로 제재를 돌파하는 조선의 전략은 미국의 봉쇄정책을 파탄에로 내몰고 있다.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은 하원 군사위원회 정책청문회(2020년1월28일)에서 제재가 조선으로 하여금 ‘무기개발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실현할 수 없음을 인식하도록 하는 데 결정적’이라고 말한 바있다. 제재봉쇄로 두마리 토끼를 쫓을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항하여 조선은 자력갱생으로 제재를 정면돌파하여 두마리 토끼를 다 얻겠다는 것이다.

    자력갱생의 ‘자’자도 모르고 알려고도 하지 않은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구태여 알 필요도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북이 자력갱생으로 개척한 일산화탄소화학공업의 힘으로 ‘사상 최대의 압박’이 무력화되고 있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실례를 말하라면 끝이 없는데 또 한 가지만 들어보자.

    석탄에서 비료가 나온다. 조선에서는 석탄가스화에 의한 비료생산이 해마다 늘어 거의 자급수준에 이르고 있다. 예컨데 2019년(상반기) 중국에서 수입한 비료가 90,198톤인데 비해 다음해(상반기)에는 11,400톤으로 격감하였다.

    미국과 남측 정보기관은 이와 같은 사실을 무시하고 비료 부족을 운운하며 기후조건 등이 겹쳐 이 몇해 사이 조선이 100만톤의 곡물 부족으로 식량난을 겪고 있다는 흑색 전전을 벌려왔다.

    자연기후조건에 따른 곡물 생산은 증감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비료를 비롯한 영농자재의 자립화와 농촌 인프라이다. 조선에서는 영농자재를 자급하고 농촌 인프라 정비에 큰 힘이 돌려 농업생산을 담보하고 이제는 양뿐 아니라 식생활의 질 제고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미국의 가혹한 제재하에서도 자력갱생의 힘으로 뚫고 에너지, 식량문제를 해결하며 전반 경제건설을 활력 있게 전개하고 성장시키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쫓을 수 없게 하겠다던 미국을 신처럼 믿고 조선에 대하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임을 깨달아야 한다. ‘보건협력’이요 ‘인도지원’이요 하면서 핵개발도상이 아니라 핵보유국으로 부상한 조선에 비핵화를 강요하는 것이 가능하기라도 하는가.

    제재봉쇄가 무력화되고 핵무력 고도화가 급속히 추진되자 초조해진 미국은 안보리에서 추가 제재를 이루어보려고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이는 데 혈안이 되고 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하는데 대국에 좌지우지 당해 거래의 미끼, 희생양으로 피해보는 것은 힘없는 약소국의 경우다.

    조선은 이미 핵보유국이고 미국을 불바다로 만들 수 있는 ICBM도 보유한 핵강국이다.

    동북아시아 정세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전략 국가로 발돋움한 조선은 거래의 대상으로 될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을 두고 집요하게 중국에 거래를 시도하고 있으니 어리석기 짝이 없다.

    올해 들어 5월까지 미국의 요청으로 7번에 걸쳐 안보리회의가 소집되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조선에 대한 추가 제재도 비난 성명 한 건도 채택하지 못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제재봉쇄로 북의 목을 조이려는 미국의 적대 정책은 한계에 다다랐다. 그렇다고 핵강국으로 부상한 조선에 대한 군사력 행사는 핵참화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선택할 수 없다.

    김정은 총비서는 상술한 2019년 말의 당회의에서 “앞으로 미국이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미관계의 결산을 주저하면 할수록 예측할 수 없이 강대해지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위력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됐으며 더욱더 막다른 처지에 빠져들게 되어 있다”라고 지적했었다.

    속수무책으로 ‘모래 속에 머리를 박고 있는 타조’(존 메릴 전 美국무부 동북아실장.‘동아일보’1.23) 신세가 된 미국에게는 대북적대 정책을 철회하는 길만이 남았다.

      현광 코리아뉴스 편집장 webmaster@minplusnews.com

    윤석열 용산 시대 집회의 문, 성소수자들이 열었다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 행진, 용산 집무실 앞 처음 지나


    윤석열 정부 시대 집회·시위의 문을 성소수자들이 열어젖혔다. 14일 ‘2022 국제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IDAHOBIT) 공동행동’의 행진은 서울 용산으로 이전한 대통령 집무실 앞을 처음 지났다.

    경찰의 금지통고로 무산될 뻔한 행진이다. 법원에서 과도한 경찰 처분이 저지됐으나 집무실 인근 경호는 그만큼 삼엄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이들의 목소리까지 막을 순 없었다.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이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 도로에서 혐오와 차별에 반대하며 행진하고 있다. 2022.05.14. ⓒ뉴시스

    공동행동은 오는 17일 ‘국제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을 앞두고 이날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기념대회를 열었다. 국제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은 1990년 5월 17일 국제보건기구가 질병관리 목록에서 동성애를 삭제한 날을 기념하는 날이다.

    용산 광장은 무지개 빛으로 물들었다. 참가자들은 무지개 마스크를 쓰고,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있었다. 풍물패 꼬리도, 태극기 건곤감리도 무지개 색이었다. 참가자들은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열리지 않았던 퀴어퍼레이드를 하는 느낌으로 왔다고 말했다. 무지개 색깔만큼 모인 사람들의 색깔도 다양했다. 성별, 나이, 국적, 장애 여부, 종교를 가리지 않았다. 모여드는 인파에 맨 뒷줄에 있던 취재라인은 몇 차례나 뒤로 밀려났다.

    광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은 서로 인사 나누기 바빴다. 파트너 배혜진(퀴어댄스팀 큐캔디) 씨의 공연도 볼 겸 참가했다는 이다은 씨는 “벅차고 즐겁다”고 말했다. 대전에서 올라왔다는 박선우 대전퀴어네트워크 활동가는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나 행복하다”며 “혐오세력이 없는 청정한 집회는 오랜만”이라고 말했다.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이 14일 서울 용산역 앞에서 혐오와 차별에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2.05.14. ⓒ뉴시스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이 14일 서울 용산역 앞에서 혐오와 차별에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2.05.14. ⓒ뉴시스

    공동행동은 행진에 나서는 각오를 밝혔다. 이들은 공동선언문에서 “새정부 첫날부터 대통령 비서관이 동성애는 치료될 수 있다는 망언을 쏟아냈고, 이제는 거대야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고 질타했다.

    이어 “경찰에 의해 한차례 막혔던 행진길을, 새정부의 대통령실을 향하는 이 길을 무지개로 물들이며 나아간다”며 “성소수자들이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게 하고 인권을 합의의 대상으로 만들며 아직도 ‘나중에’를 말하는 정치를 향해, 성소수자가 여기 있음을, 우리의 거침없는 전진을 누구도 막을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집무실 앞서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혐오로 흥한 정치인의 끝은 초라할 것”

    가수 레이디가가의 노래 ‘본 디스 웨이’(Born This Way)로 행진이 시작됐다.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한다는 내용의 가사에 사람들은 환호성을 터뜨렸다. 행진은 용산역 광장을 출발해 신용산역을 지나,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삼각지역을 거쳐 최종 목적지인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으로 향했다.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공동행동이 14일 서울 용산역 앞에서 혐오와 차별에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2022.05.14. ⓒ민중의소리

    삼각지역 13번 출구를 지나면서 대통령 집무실이 가까워지자 행진 양 옆으로 폴리스라인이 세워졌다. 빽빽한 폴리스라인 때문에 출입이 자유롭지 않았다. 취재진도 기자증을 보여줘야 폴리스라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집무실 앞에 도착한 행진 대열은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고 외쳤다. 소주 ‘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 활동가는 “국회 앞에 34일째 굶으며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성애자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는 키워드가 소통이라고 한다. 정말 소통을 원한다면 국회 앞에서 한 달 넘게 굶고 있는 인권활동가들을 찾아와야 하지 않겠나”며 “식사 정치를 강조하는 윤 대통령은 왜 국회 앞 평등의 밥상을 먹지 않나”고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기념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5.14 ⓒ뉴스1

    윤 정부의 여성가족부 폐지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명숙 ‘여성가족부폐지저지공동행동’ 활동가는 “윤 대통령은 여성혐오로 당선된 자”라며 “혐오로 흥한 정치인은 그 끝이 초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정치인이라면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마땅하나 윤 대통령은 무한경쟁 각자도생을 무기삼아 소수자 공격을 유도했다”며 “전날 사퇴한 김성회 대통령비서실 종교다문화비서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등 현 정부 주요 인사는 사회적 소수자를 질서를 해치거나 비용이 드는 존재로 낙인찍는다”고 지적했다.

    새 정부에 기대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성소수자부모모임 비비안 활동가는 “윤 대통령은 전혀 모르던 세계지 않을까. 우리가 이만큼 차별받고 배제되고 있다는 걸 안다면 다같이 더불어 잘 사는 세상으로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집무실 앞 경비가 삼엄했다. ⓒ민중의소리

    한편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행진 중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폴리스라인 밖으로 나가려는 참가자들에 대해 경찰은 피켓, 깃발 등 집회 용품을 가방 속에 집어넣어야 출입을 허가했다.

    폴리스라인을 벗어나기 위해 피켓을 넣어야 했던 박관철 씨는 “제가 무엇을 들고 있던 시민의 자유 아닌가. 피켓을 들고 있다는 이유로 이동의 자유를 침해할 이유는 없다. 부당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을 기념하며 행진하고 있다. 이날 무지개행동은 용산역을 시작해 대통령 집무실을 거쳐 이태원광장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2022.5.14 ⓒ뉴스1

    집무실 앞 시위 헌법정신 몰각? 기본권부터 배워야할 언론

     

  • 기자명 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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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4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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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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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평] 법원, 대통령 집무실 앞 시위 허용…청와대 폐쇄, 용산 이전 취지 ‘소통’ 아니었나
    경찰, 대통령 눈치보느라 법원 판단까지 무시…일부 언론도 나서 시위 비난, 새 정부 눈치보나

    윤석열 대통령이 청와대에 단 하루도 머물 수 없다며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이유는 ‘소통’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법에서 규정하지 않은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결정했고, 국민의힘 의원은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대통령 집무실 반경 100m에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는 규정을 추가하겠다고 나섰다. 

    현행 규정부터 보자. 집시법 제11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장소)를 보면 일부 장소에 대해 100m 이내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11조 3호를 보면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대법원장 공관 등을 금지 장소로 명시했다. 기존 대통령은 청와대, 즉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이 한 공간에 있었기 때문에 이 규정으로 관저 100m 인근 집회가 금지되는 효과를 봤다. 

    윤석열 정부는 대통령이 공적인 업무를 보는 집무실(구 국방부 청사)과 대통령의 집인 관저를 분리했다. 그러자 경찰은 집무실에 관저가 포함된다며 용산 집무실 100m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0일 집시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100m 집회금지 대상에 대통령 집무실도 명시하는 내용이다. 

    ▲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 대통령실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1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이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회 금지통고 처분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에서 용산 집무실 100m 집회를 허용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2일 법원 판결에 불복하고 법무부 지휘를 받아 즉시항고장을 법원에 제출했다. 법무부도 경찰 주장을 승인한 것이다. 

    ‘소통’ 취지가 무색하게,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겠다고 여당과 경찰, 법무부까지 합세한 가운데 언론에선 이 사안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시위를 악습으로 규정, 법원 판단 ‘어이없다’는 문화일보

    문화일보는 지난 12일 사설 “‘대통령실 코앞 시위 허용’ 황당 결정과 악습是正(시정) 과제”에서 법원 판단에 대해 “이것이야말로 ‘법률의 통상적 취지’를 벗어난 황당한 판단”이라며 “헌법정신까지도 몰각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어이없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대통령실 이전은 국민과 소통을 확대하면서 투명한 국정을 펼치겠다는 윤 대통령 결단에 따른 점에서 집회·시위 등 국민의 표현의 자유에도 새로운 전기가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법원은 이런 전반적 상황을 종합해 시위 악습은 시정하면서 합리적 표현은 보장하는 방향으로 상급심에서 잘못을 바로잡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 문화일보 12일자 사설
    ▲ 문화일보 12일자 사설

     

    헌법 제21조는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정했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기본권을 ‘악습’으로 비난하며 “시정해야 한다”고 한 것이다. 윤 대통령이 소통을 확대하려고 하고 집회와 시위가 표현의 자유인 것을 인정하면 논리적으로 집회와 시위를 인정하자는 주장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시위 악습’을 꺼낸 것이다.

    집시법 위반 가상사례 끌어와 시위 비난한 서울신문

    서울신문은 지난 13일 사설 “‘민의의 전당’ 용산, 소음으로 얼룩져선 안 돼”에서 “윤 대통령이 집회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적극 밝히거나 아예 시위 주최 측의 목소리를 청취하는 자리를 정례적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해 해결하면 좋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각종 집회 주최 측이 확성기를 크게 틀며 집시법에 허용하는 범위 이상의 소음을 유발하거나 교통 정체를 일으키는 등 시민의 일상까지 불편하게 만드는 무분별한 집회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신문도 윤 대통령이 소통을 강조하며 용산으로 집무실을 이전했기 때문에 시위를 금지하는 것을 무작정 옹호하진 못했다. 그런데 서울신문은 느닷없이 시민단체가 집시법을 어겼다는 전제 하에 집회에 대해 비난했다. 

    ▲ 서울신문 13일자 사설
    ▲ 서울신문 13일자 사설

     

    용산 집무실로 이전한 뒤 시민들이 필요 이상의 소음을 유발하거나 교통정체를 일으켜 집무실 일대 시민의 일상을 불편하게 만들었나? 무분별한 집회가 악의적이고 반복해 열렸다면 해당 단체에 대한 비판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경찰은 집시법조차 지키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집무실 인근 집회를 금지해오고 있다. 현재 집시법 취지를 어긴 건 경찰이다. 

    또한 일부 단체들이 집시법 취지에 어긋나도록 집회를 했다면 그 단체의 문제일 뿐이다. 서울신문은 용산이 “소음으로 얼룩져선 안 된다”며 “다양한 목소리와 입장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성숙한 집회 문화가 정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역시 집회 문화가 성숙하지 않다는 전제 하에 집회에 나선 시민들을 비난하는 내용이다. 

    서울신문의 사설은 논점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않고, 일부 사례를 일반화해 시위 자체를 비난했다. 이번 집무실 앞 집회 금지 논쟁 훨씬 이전부터 집시법 11조 자체가 국민의 저항권이나 표현의 자유를 위반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지난 3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국가기관 편의를 위해 시민의 기본권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집시법 11조 폐지를 주장했다. 

    법원의 집회 허용으로 시민불편?

    법원의 집회 허용 판단은 집시법에 대한 해석이자 경찰의 무리한 기본권 통제에 대한 경종이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법원 판단으로 시민불편을 야기한다는 논지를 폈다. 

    뉴시스는 12일자 “대통령 집무실 인근 집회 허용…‘교통 지옥’ 용산 현실화”에서 “이에(법원 판단) 따라 용산구에서 생활하거나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교통 통제 등으로 불편함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법원 “집무실 100m 앞 집회 허용”… 삼각지, 시위 집결지 되나”(서울신문 12일자), “집무실 100m내 행진 허용…용산 시위 몸살 앓나”(국민일보 12일자), ““동네 갑자기 시끄러워졌다”…삼각지역 13번 출구, ‘집회 1번지’ 급부상”(데일리안 14일자) 등의 보도도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이러한 사태의 원인제공은 청와대에서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윤 대통령에게 있다. 용산을 중심으로 소통하겠다고 나선 만큼 집무실 인근이 시끄러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침 혼잡한 시간에 서초동에서 용산까지 출근하면서 교통혼란을 가중하고 있지만 이들 언론은 소통하겠다고 용산을 찾은 시민들을 비난하는 꼴이다.  

    일부 언론에서 표현의 자유를 비난하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는 정부출범 직후 용산 대통령 집무실을 미국 백악관 웨스트윙과 비슷한 구조로 구성했다고 홍보했다. 백악관을 벤치마킹해서 소통을 강화했다는 취지였다. “백악관 닮은 용산”(조선 12일자), “백악관 본뜬 집무실”(중앙 12일자), “‘백악관처럼’ 참모들 수시로 들락날락”(뉴스1 12일자) 등 대통령실 입장을 그대로 전한 보도들이 나왔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은 100m 집회 금지 규정이 없어 시민들이 백악관 바로 앞까지 접근할 수 있다. 

    ▲ 용산 집무실이 미국 백악관을 따라했다고 홍보한 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제공
    ▲ 용산 집무실이 미국 백악관을 따라했다고 홍보한 대통령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우왕좌왕 경찰 비판한 동아일보 “새 정부 눈치보나”

    보수매체에서도 경찰의 과잉충성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동아일보 13일자 사회부 기자의 “대통령실 인근 집회 놓고 새 정부 눈치보는 경찰”을 보면 법원의 집무실 인근 행진 허용 판단 직후 경찰이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했다가 ‘항고하겠다’는 입장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지적했다. 법조계에선 경찰 항고가 실효성이 없는데도 경찰 측 관계자가 “즉시항고는 의지 표명”이라고 실질 효과가 없음을 인정한 것도 함께 전했다.

    동아일보는 “관저와 집무실의 사전적 의미가 다르다는 점에서 경찰의 자의적 법해석이라는 지적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반대 의견에 귀를 닫고 집무실 인근 집회 금지를 고수했다가 법원에서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 소통 강화를 이유로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사실과 용산공원 담장을 낮춰 시민들과 눈을 맞추겠다고 한 점 등을 강조했다. 

    한겨레는 지난달 12일 사설에서 “숱한 반대를 무릅쓰면서까지 ‘국민에게 더 가까이’를 명분으로 집무실 이전을 밀어붙였다면, 집무실 근처에서 국민들이 다양한 의사를 표출할 기회를 최대한 보장하는 게 옳다”며 “윤 당선자 쪽이 모델로 삼았다는 미국 백악관 앞에서도 시위는 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언론이 시민들의 입을 막을 게 아니라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 강행한 윤 대통령에게 질문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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