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2일 일요일

5.23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

[고발뉴스 브리핑] 5.23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이야기들“내 무릎에 앉든가” 보훈처 간부, 5.18유족 성희롱 논란류효상 특파원  |  balnews21@gmail.com
  
▲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아흐레 앞둔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토크콘서트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에 이해찬(앞줄 의자 왼쪽 두 번째) 노무현재단 이사장, 이재정(앞줄 의자 왼쪽) 경기도교육감, 더불어민주당 은수미(앞줄 의자 오른쪽 두 번째) 의원, 더불어민주당 배재정(앞줄 의자 오른쪽) 의원과 시민들이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1. 오늘 열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에 여야 정치인이 대거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추도식을 앞두고 김해 봉하마을이 추도객으로 북적이고 있습니다.
친노패권 타령하다가 봉하오면 노무현 정신 어쩌고 하는 정신줄 놓으신 분들 많더만...
2. 박근혜 대통령이 우리 정상으로는 처음으로 우간다를 방문하게 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최근 새마을운동에 큰 관심을 보이며 우리나라와의 협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나가? 우간다 중흥만 신경쓰지 말고 우리 민족 중흥도 먼저 이바지 하심이...
  
▲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 참석,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3. 보훈처가 주관한 5·18 민주화운동 정부 기념식에서 보훈처 간부가 5·18 유가족을 ‘성희롱’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일부 유가족의 자리가 부족해 배정을 요청하자 보훈처 과장으로 알려진 인물이 ‘그럼 내 무릎에라도 앉으면 되겠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훈처장이나 과장이나... 쯧쯧... 할 말이 없도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유족들의 항의를 받으며 입장을 저지 당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4. 혜리를 등장시킨 ‘알바당’ 광고로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권리를 대중적으로 알린 잡코리아가 정작 조직 내부에선 부당노동행위를 했습니다.
중앙노동위원회는 권고사직에 응하지 않고 노동조합을 만든 직원의 자진 퇴사를 유도하기 위해 부당한 인사 발령을 냈다고 판정했습니다.
여러 가지 하는 구만... 참으로 잡스러워라~
5. 배우 구혜선과 안재현이 지난 토요일 백년가약을 맺었습니다.
구혜선과 안재현 부부는 결혼식을 여는 대신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을 방문해 어린이 병원 환자를 위해 기부했습니다.
어느 결혼식보다 아름답습니다. 오래오래 행복하게 아름다운 사랑 만들어 가시길~
6. 대리점에 '밀어내기' 영업을 하다 법적 처벌까지 받은 남양유업에 공정위가 결국 큰 폭으로 줄어든 과징금을 확정했습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3일 애초 124억 원이었던 '갑질'에 대한 과징금을 재산정해 25분의 1수준인 5억 원으로 확정했습니다.
자료가 없고, 증거가 부족했다고? 대국민 사과는 자백이 아니었어? 에라이~
7. 20대 국회 입성에 실패한 전·현직 의원들의 '종편 행'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치적 공백 기간에 인지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쏠쏠한 돈벌이도 가능한 '일거양득'의 기회인 종편 출연이 매력적인 '부업'이 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다 한 방에 훅 간다... 하긴 먹고는 살아야지... 그게 날지도 모르지...
8. 조영남 씨의 그림 '대작 사건'과 관련, 조씨가 대작 화가인 송모 씨에게 보내서 그리게 한 그림 일부의 원작은 송 씨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조 씨 그림 '대작 사건'으로 불거진 조수의 개념 논란과는 다른 것이어서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기 참 쉽지요~ 자기가 무슨 밥 아저씨쯤 되는 줄 아는 모양이야...
9. 대법원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무원의 실수로 투표하지 못한 김모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30만 원의 배상 책임을 확정했습니다.
김 씨는 3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은 공무원의 과실이 인정된다며 30만 원의 배상을 선고했었습니다.
반대로 투표 안 한 사람한테는 30만 원 벌금 내게 하면 어떨까? 권리 포기죄...
10. 휴전선 주변에서 지뢰 폭발 사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강원도 양구군 한 야산에서 산나물을 뜯던 A 씨가 발목 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폭발해 왼쪽 발을 다쳤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출입 금지 ‘지뢰 표지판’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물밭이 아니라 지뢰밭인 게지... 국민이 알아서 조심해야 하는 거야?
11. 중국 정부 기관 직원들이 주요 현안에 대한 여론조작용 댓글을 직접 작성한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하버드 연구팀에 의하면 중국 정부의 여론조작은 5억 개에 이른다는 분석입니다.
댓글 조작의 원조가 중국이었어? 혹시 우리가 갈쳐줬을라나?
12. 북한이 '남북 군사회담'을 공식 제안했습니다.
이에 우리 군은 국방부 대변인의 공지문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화는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놨습니다.
둘 다 어딜 보고 얘기하는 건지... 일단 만나서 얼굴 보면서 얘기 좀 하면 안 될까?
13. 서울 강남역 인근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여성이 살해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 마 범죄'로 결론 내렸습니다.
프로파일러의 심리면담 후 종합 분석을 한 결과 전형적인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 마 범죄' 유형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식이면 혐오 범죄라는 게 있기는 한 거야? 거참~
  
▲ 22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프로파일러 이상경 경사가 '강남 묻지마 살인사건' 피의자 김모(34)씨의 심리분석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경찰은 지난 19일과 20일 2차례에 걸쳐 김씨에 대한 심리면담을 진행했고 분석결과 이번 사건은 '정신질환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한다고 발표했다. <사진제공=뉴시스>
14. 명동 노점상에 '실명제'를 본격 도입해 노점의 무질서한 난립을 막고, 노점의 임대·매매를 근절해 '기업형 노점'을 뿌리 뽑는다고 합니다.
실명제는 기존 명동에서 노점을 계속해 온 사람을 대상으로 1인 1노점만 허용합니다.
자기 이름에 먹칠하는 사람은 없겠지? 근데 생각 보다 많다는...
15.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폭력의 심각성과 지속성 등을 평가해 가해 학생에게 서면 사과부터 퇴학까지 조치할 수 있는 세부기준이 마련됩니다.
명확한 기준이 없어 비슷한 학교폭력 사례라도 학교폭력대책위의 판단에 따라 다른 조치가 취해지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처벌이 우선이 아니라는 건 잘 아시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넘치는 학교... 꿈이 아니었으면...
16.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신병이 미국으로 인도됩니다.
미국에서 구스만이 유죄 평결을 받더라도, 사형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미국의 보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목숨을 걸고 미국으로 건너가는 멕시코인이 수천수만인데... 구스만은 참 쉽게 가는 구만... 축하해~
17. 여야 3당과 정부는 성과연봉제 도입이 노사 합의로 진행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습니다.
여야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불법논란을 지적했고, 정부는 불법과 탈법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연한 얘기를 뭐 이렇게 거창하게 하시나 그래... 지켜보겠으~
18. 친구와 놀이동산을 간다는 이유로 생후 2개월 된 아이를 홀로 둬 숨지게 한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어린이날 전날 아들을 홀로 두고 친구와 놀이동산에 갔으며 남편과는 별거 중이었습니다.
이런 철딱서니 없는 엄마를 봤나 그래... 철이 없어서 놀이동산 간 거는 아닐 텐데... 에휴~
19. 법조 비리 의혹 사건을 통해 변호사들이 돈을 감추는 기상천외한 수법이 밝혀지고 있습니다.
과거와 달리 최근엔 개인 금고에 현금다발을 숨겨놓는가 하면 자금 용처를 감추기 위해 별도의 회사까지 만든 정황도 나왔습니다.
하여간 있는 것들이 더 하다니까... 이제 탈탈 털렸으니 어쩌니~
20. 민변이 가습기 유해독성물질을 승인ㆍ방치한 국가를 고발했습니다.
오바마는 NHK 인터뷰를 통해 원폭에 대해 사과할 생각 없다고 했습니다.
페이스북 코리아가 '강남역 살인 사건'의 포스팅을 삭제했답니다.
미 블룸버그가 ‘한국에서 해고는 가난으로 직결’된다고 했답니다.
일베 회원이 ‘강남 살인사건’ 추모 포스트잇을 훼손했답니다.
2020년 이후엔 90% 이상 현역 판정되도록 기준이 완화된답니다.
많은 사람이 충고를 받지만,
오직 현명한 자만이 충고의 덕을 본다.
- 푸블릴리우스 시루스 -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쉬 지치기 쉬운 뜨거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시고요.
나를 위한 충고에 귀 기울이는 것을 주저하지 마세요.
현명한 우리가 되어야 하지 않겠어요?
그게 바로 소통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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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과 5.18

한명숙과 5.18
옥중에서 온 편지…
강기석 | 2016-05-23 08:11:22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오늘(20일) 아침, 의정부 교도소에서 9개월째 징역살이하고 있는 한명숙 총리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5.18 새벽에 쓴 편지다. 편지지 앞뒤를 꽉 채워 8페이지에 이르는 장문이었다. 그동안 한 총리와 몇 번의 서신 왕래가 있었지만 이번 편지의 의미는 각별했다.
5.18 광주항쟁이 한 총리의 공적인 삶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됐다. 민중에 대한 그의 믿음이 얼마나 큰지도 알게 됐다.
비록 사신(私信)이지만, 편지 내용 중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빼고 일부만이라고 공개하고 싶다. 한 총리가 편지에서 “당분간 제 소식은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게 좋을 듯합니다”라고 당부했음에도 그리 하고 싶다.

5.18을 맞아 누군가에게라도 간절하게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이고 그 상대로 내가 선택됐지만, 한 총리를 아끼고 존경하는 모든 이들이 공유할 만한, 공유해야 할 이야기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 총리같은 인물이 추잡한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에 연루됐을 리 없다는 믿음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정치검찰을 앞세운 수구 기득권세력이 왜 눈에 불을 켜고 그를 핍박하고 있는지를 짐작하는 단서가 됐으면 더 좋겠다.
“오늘은 5.18, 새벽 4시 30분입니다.
아침 일찍 눈이 떠져 잠을 청하지 않고 펜을 들었습니다.
제 방은 밤이나 새벽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광명의 세계인지라 조용한 5.18 아침에 편지쓰기가 안성맞춤입니다. (...)
강 선생님은 아실지 모르지만 1980년 5.18 당시 저는 크리스챤 아카데미 사건으로 투옥된 후 서울에서 광주로 이송가 바로 그 역사적 순간에 광주교도소에 있었습니다.
그 당시 시민군과 전두환 사단의 격투가 벌어지면서 교도소 수형자들은 일체 출력을 못 나가고 꼼짝없이 비상식량인 건빵만으로 2주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재소자들은 외부로부터의 정보가 끊어진 상태에서 5.18 민주항쟁은 상상도 못하고 전쟁이 일어났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총소리가 울리면 방안의 우리들은 두툼한 솜이불을 뒤집어쓰고 지냈습니다.
같은 방에 있던 한 60대의 아주머니가 창문을 보더니 ‘삐라다!’라며 절망과 공포의 외마디를 질렀습니다.
쇠창살 사이로 뭔가 붉은 것이 펄럭이며 떨어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총소리와 붉은 삐라’, 전쟁일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사(女舍)의 유일한 정치범인 나는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곧 독방으로 옮겨져 철저히 감시를 받았습니다.
시민군이 퇴각한 후 한 수형자가 출력을 나갔다가 삐라 한 장을 주어다 줬습니다.
그것은 최규하 대통령의 담화문이었고 그것을 통해 전 처음으로 공포에 휩싸였던 그 일의 전모를 알게 됐습니다.
5.18 항쟁 때 광주교도소는 전두환 사단의 후방기지였습니다.
이 안의 인쇄공장에서 삐라를 만들고, 운동장은 헬리콥터 기착지였으며, 시민군을 잡아다 굴비처럼 엮어 가두기도 했습니다.
붉은 삐라는 헬리콥터가 뜰 때 일으키는 강한 바람에 휘말려 하늘 높이 떴다가 헬리콥터가 멀리 사라지면 다시 펄럭이며 땅으로 떨어지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비 같았습니다.
5월에 흩날리는 꽃비는 처절합니다. (...)
전 항상 1980년 봄 스러져간 광주민주영령들과 같은 곳에서 함께 한 경험을 자랑스럽게 간직하면서 그 민중의 힘을 오늘도 교도소 안에서 가슴깊이 담고자 합니다.
얼마 전 비바람이 몰아쳐 개나리 진달래 철쭉 라일락꽃들이 속절없이 떨어져 하룻밤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화려하고 예쁜 꽃들이 비바람에 약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들이 가고 난 후 이곳은 이름 모를 작은 꽃들의 향연이 한창입니다.
잡초라고 부르는 풀들이 이렇게 강인하게 자신의 꽃을 피우는지 저는 몰랐습니다.
너무나 작아 앉은 자세로 가까이 들여다 봐야 할 정도의 꽃들이 군락을 이루어 봄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잡초 대신 야생초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징역살이 12년 동안 ‘야생초 편지’를 쓰신 황대곤 선생의 마음이 고맙습니다.
야생초는 시멘트벽을 뚫고 나와 싱그러운 잎을 뻗기도 하고, 벽돌 사이사이에서도 빼꼼히 푸른 얼굴을 내밉니다.
비바람이 불어도 야생초 꽃들은 신이 나서 춤 출 뿐 속절없이 떨어지는 일이 없습니다.
고난과 역경을 딛고 강해지는 민중과 꼭 닮았습니다.
그들은 맘껏 꽃을 피우고 즐기다 열매를 맺습니다.
열매들은 봄날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마치 함박눈처럼 훨훨 날며 짝짓기를 하고 나서 땅위에 납작 엎드립니다.
죽은 것이 아닙니다.
땅 속 깊은 곳에 튼튼히 뿌리박고 생명을 모아 숨쉬고 있다가 다시 새봄이 오면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번식으로 땅을 뚫고 나옵니다.
요즘은 운동시간 절반은 야생초들과 마음을 나누며 생명의 기(氣)를 받습니다.
제 마음 속으로 조용히 염원합니다.
‘야생초들아, 계속 뻗어나가 교도소 높은 벽까지 타고 넘어 다 점령하리라!’ (...)
수락산 자락 큰집은 지금도 봄과 겨울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난방이 끊어진 4월부터는 봄 추위가 영하 23도의 한겨울보다 더 냉혹하다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다행히 사동 청소도우미들이 가르쳐 준 ‘신문지 비법’ 이 많은 도움을 줍니다.
냉골 바닥에 신문지를 두텁게 깔면 시멘트 바닥의 냉기도 막아주고 냉기와 온기가 부딪쳐 생기는 습기를 흡수해 주는 이치입니다.
오늘도 신문지를 깔면서 예쁜 사진이 나오면 눈 맞추기도 하고, 보기 싫은 사진이 나오면 휘~익 뒤집어 깔기도 하면서 신문지 비법을 즐기며 두 다리 쭈욱 뻗고 잤습니다.
걱정 마소서. (...)
2016년 5.18 아침
5.18 영령들의 영혼을 마음에 담아
한 명 숙 ”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0&table=gs_kang&uid=52 

어버이연합 반대편에 있는 '별난 어른들'


16.05.23 08:10l최종 업데이트 16.05.23 08:10l





꼭 어버이연합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어버이', '어르신'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이 나빠진 건 사실이다. 고집불통이고 남을 배려하지 못하며 노욕에 빠진 사람이라는 인상이 짙어져 버렸다. 거기에다가 '폭력', '선동', '빨갱이' 이런 단어도 저절로 연상된다.

물론 어버이·어르신 중에도 정말 괜찮은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뚜렷하게 누군가를 꼬집어내자면 몇몇 짐작되는 분들은 있을 뿐 애매해진다. 술자리에서도 이 지점에서 꽉 막혀 버렸다. 결국 김수환 추기경이나 신영복 선생 같은 분을 애매하게 들먹이며 '어른이 없다'며 찝찝하게 단정 지어 버리는 게 보통이었다. 분명 사람이 있을 텐데.
기사 관련 사진
▲  <별난 사람 별난 인생>(김주완 저) 표지
ⓒ 피플파워
그런 고민을 시원하게 날려버린 책이 나왔다. 제목은 <별난 사람 별난 인생>(김주완 저, 도서출판 피플파워)이다. 이 책에는 총 8명이 나온다. 더러는 아는 사람이고, 더러는 처음 듣는 사람도 있다. 일단 출연(?) 인물부터 살펴보자.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장형숙 할머니
-방배추(방동규) 선생
-양윤모 영화평론가 겸 시민운동가
-김장하 선생
-임종만 창원시청 공무원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김순재 전 창원 동읍 농협조합장

이 중 채현국, 장형숙, 방배추, 김장하씨가 바로 오늘 내가 말할 '어른'이다.

"가진 게 죄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은 가지면 가질수록 더 가지고 싶은 마약과도 같은 것이다. 수백만 원 같은 작은 돈은 포기할 수 있다. 상당히 재산이 있으면 몇 억 정도는 포기할 수 있다. 하지만 포기하는 단위가 수백억 원이나 수천억 원이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엄청난 재산을 벌었다. 가족도 있다. 그런데 이들은 그냥 그걸 버리다시피 한다. 기부나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줘 버린다. 이게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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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
ⓒ 피플파워

채현국 이사장을 살펴보자. 우리가 아는 '흥국'으로 시작되는 모든 기업들의 총수였다. '흥국'이란 '채현국이 흥해라'라는 뜻으로 채현국 이사장의 아버지 채기엽씨가 지은 이름이다. 채현국은 회사 이름 대로 흥했다. 양산 개운중학교, 경남대학교(당시 마산대학교)를 샀으며, 강원 도계 흥국탄광에서 그야말로 엄청난 돈을 벌었다. 

채현국 이사장은 1960년대 당시 돈으로 매달 200만 달러에 가까운 흑자가 났다고 한다. 1970년 납세자 순위 전국 2위였다. 탄광이 주 수입이었고, 이 외에도 조선(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1000톤 단위의 배를 만든 곳이 흥국조선이다), 금융, 종묘장 등 손을 안 대는 것이 없었다. 아마 계속 쭉 흘러갔으면 삼성, 현대 못지않은 대재벌이 됐을 것이다.

1972년 박정희가 유신을 선포했다. 대한민국은 독재국가가 됐다. 독재란 정치적으로만 자유가 억압된 것이 아니다. 독재란 총체적이고 포괄적인 단어다. 딱 잘라 말해서 이제 대한민국은 박정희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라는 것이다. 사업도 마찬가지였다.

채현국은 조금도 고민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그 전에 경남대학교도 문교부에 헌납했다(그걸 피스톨 박, 박종규 경호실장이 먹었다. 지금도 박종규 일가가 경남대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흥국탄광은 노동자들에게 그냥 나눠줬다. 원래 내 것이 아니니 가져가라고 했다. 나서지 않는 노동자들에게는 몇 년 치 임금을 쥐여줬다. 그중에 민주화 운동을 하다 도망쳐 온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 채현국은 그런 사람의 이름을 묻지 않았다고 한다. 이름을 몰라야 혹시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더라도 못 불지 않겠냐는 것이다.

서울대 친구들을 불러 모아 기업을 그냥 쪼개줬다. 그냥 던져 줘 버렸다. 니가 이사해라, 니가 사장해라. 나는 더는 못하겠다. 그중에 어리숙한 친구가 있었다. 채현국을 몰래 등기이사로 올려놨다. 아마 '혹시 모른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러다 부도를 냈다. 등기이사 채현국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그렇게 1973년 이후 지금도 채현국은 신용불량자다. 그때 채현국의 나이 38살이었다.

기자는 채현국 이사장이 있는 양산에 가본 적이 있다. 학교 건물 안에 채현국 이사장의 거처가 있다. 요즘 신식 원룸보다 조금 더 못한 5평 남짓한 원룸에 옷가지 몇 벌을 걸어 놓고 살고 있었다. 그래도 학교 이사장이니까 학교에서 밥이 나오고 부인이 전 국립대 교수니 연금이 있다. 또한 잘 나갈 때 민주화 운동가나 해직기자들에게 집을 막 사줄 때가 있었다. 그런 인사들에게서 '삥을 뜯으며'(최근엔 좀 유명해져서 전국을 다니며 특강료를 받으며) 통장 하나 없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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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하 선생. 남에게 알려지는 걸 꺼려 사진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 경남대학교

김장하 선생. 진주 사람이라면 '남성당한약방'이라는 말은 들어봤을 것이다. 삼천포 한약방 점원으로 일하면서 19살에 전국 최연소로 한약종상(현 한약업사)이 됐다. 그리고 남성당한약방을 차렸다. 명의로 소문나 전국에서 사람이 몰려들었다. 돈을 벌었다는 말로는 표현하지 못 할 정도였다. 

돈을 그냥 '쌓았다'. 그리고 쌓은 돈은 그냥 뿌렸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돈을 나눠줬는지 본인이 말하지 않기 때문에 짐작할 수 없다. 지금까지 음으로 양으로 알려진 바만 해도 진주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한 것, 진주지역 개혁언론이었던 진주신문 운영비 지원한 것, 문형배 판사 등 수많은 지역 인재와 시민단체가 그의 지원을 받은 것 등이 있다.

왜 그랬는가 물으니 "아픈 사람과 사회적 약자에게 돈을 벌었으니 돈을 되돌려 준 것뿐"이라고 한다. "똥을 쌓아 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핀다"고 한다.

수없이 정치에 나서라고 해도 나서지 않았다. 얼마나 나서지 않았는가 하면 평소 안면이 있던 저자 김주완 경남도민일보 국장 외에는 제대로 인터뷰 한 사람조차 없다. 모두들 돈은 받았지만 김장하 선생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은 없었다.

'돈 버는 건 최고의 마약이다', '돈은 똥이다' 이 어른들이 엄청난 돈을 벌고도 한결같이 하는 말이다.

사람에 대한 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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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형숙 할머니
ⓒ 피플파워

올해 90인 장형숙 할머니. 한겨레 신문을 보다가 좋은 사람을 보면 그 사람 주소를 알아내 그 사람에게 손편지를 보낸다. 저자 김주완 국장도 이렇게 편지를 받아서 알게 된 어른이다.

"자연을 벗 삼은 농부님들의 수고 덕분에 아직 먹고 살고 있군요. 이름도 생소한 '크라우드 펀딩' 수고 많이 하셔요. 나는 늙어서 동참할 기력도 없지만 박수 치고 자랑하고 싶답니다."  - 2014년 5월. 자연농법 농사펀드를 하는 남산골 농원 조관희 씨가 받은 편지

이런 편지를 정확히 언제부터 써 왔는지 할머니는 기억하지 못한다. 적어도 10년은 더 됐고, 많을 때는 일주일에 10통이 넘게 보내기도 했다니 최소한 1000명이 넘는 사람이 할머니의 편지를 받은 셈이다. 

"늙은이가 할 수 있는 게 뭐 있나요? 편지라도 써서 좋은 일 하는 사람들에게 힘이 된다면 보람이지요."

백기완-황석영 선생과 함께 조선 3대 구라라고 하는 방배추 선생. '스라소니 이후 최고의 주먹'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런 그가 백기완 선생을 만나면서 인생이 바뀌었다. 민주 인사들과 어울리다가 1974년 박정희 정권에 끌려가 전기고문을 받았다. 고문을 받고 나올 때 이빨이 그냥 우수수 빠졌다고 한다. 41살 때부터 그는 완전 틀니로 살고 있다. 민주화 유공자 이런 것에도 등록하지 않았다. 필자가 보기엔 그저 '협객'으로서 당연히 겪어야 할 고초로 여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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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배추(방동규) 선생
ⓒ 피플파워

후배들이 회사를 차려 주기도 했다. 중국에서 회사 사장으로 있으면서 잠시 좋은 차도 몰고 다녔다. 그때 그의 모친은 길에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팔고 있었다. 모친은 방배추 어른에게 '이놈아, 사기 치지 말고 살아'라고 했다. 그 길로 회사를 다 때려쳤다. 안면이 있던 유홍준 문화재청장 재임 때 경복궁 지도원(사실상 경비)을 했다. 경복궁 경비가 끝난 후 채현국 이사장이 있는 효암고등학교 학교 지킴이를 했다.

"일을 많이 하고 잘난 사람은 돈 많이 주고, 못하는 사람은 적게 주고, 아주 못하는 사람은 퇴출시킨다? 이건 노예의 노동이야. 노예들끼리 잡아먹고 자기가 살기 위해서 상대를 죽이는."

"태어날 때 신체적으로 무능력한 사람이 있잖아요. 무능력하니까 굶어 죽어야 하는 거야? 그래도 똑같이 먹어야지. 우리 조상들은 아무리 사회적 지위가 높고 아무리 고조할아버지라도 혼자 살면 떡 한 덩어리만 줘요. 아무리 천하고 지위가 낮아도 식구가 열이면 열 덩어리를 줬죠. 이게 우리나라의 분배원칙이에요."

방배추 어른의 지론이다.

책을 읽다 보면 이 어른들이 얼마나 진중하고 사려 깊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어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덕목. '사람에 대한 예의'가 살아 있었다. 물론 이 4명 어르신 말고도 유명 영화평론가였다가 지금은 제주 강정마을에 계시는 양윤모 선생, 창원시청 공무원이지만 정말 영혼이 살아 있는 임종만씨, 한진중공업 정리해고를 막아낸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 농민을 위한 진정한 조합장 김순재씨 등 사람 냄새 나는 괜찮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어쨌든 이 책 덕분에 필자는 오랜 숙제를 덜어버렸다. 이제 술자리에서 '아직 어른이 있다'고 증명할 수 있게 됐다.
덧붙이는 글 | 딴지일보 필진입니다. 딴지일보에 기고한 서평을 일부 보완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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