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97] 동곡리 이야기

어제에 이어 지명의 유래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한다. 면지를 쓰다 보면 지나치게 한자화된 지명들 때문에 화가 날 때가 많다. 순우리말 이름도 좋은 것이 많은데 왜 굳이 한자로 바꾸려고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동곡리라는 마을이 있다. 오동나무가 많아서 오동나무 동(桐) 자를 써야 하는 곳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군의 동쪽에 있다고 동녘 동(東) 자를 써야 한다고 했다.
마을에 들어가면 지금은 오동나무가 별로 없지만 상징적인 집이 있고, 그 집에 오동나무 큰 것이 하나 남아 있다. 원래는 그 마을에 오동나무가 많이 있었으나 세월이 흐르며 딸들 시집보낼 때 장롱 만들어 주느라 그랬는지 모두 잘라서 없애 버리고 현재는 상징적인 나무 하나만 남아 있다. 지금은 봉황이 필요 없는 시대라 그런가 보다.
사람들은 군북면·군서면과 같이 군의 동쪽에 있으니 동곡리(東谷里)라고 해야 한다고 하지만 필자의 의견은 다르다. 그런 식으로 이름을 지으려면 군동면이라고 해야지 왜 제원면 동곡리가 되었는가 하는 것이 의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문헌을 두루 찾아보았더니 아주 오래된 책에는 모두 오동나무 동(桐) 자로 되어 있는데, 후세에 착오로 글자를 잘못 기입한 것이었다. 오호 통재라!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