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일 월요일

국내외 동포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김영란 기자 | 기사입력 2021/08/02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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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필동 하제의숲 강당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관계 전면 개선! 온라인 국제행동’이 열렸다.   © 김영란 기자


남북 통신연락선이 전격적으로 복원되어 남북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한미연합훈련중단 문제가 더욱 첨예화되는 가운데 국내외 동포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7월 31일 오전 10시(한국시간), 필동 하제의숲 강당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관계 전면 개선! 온라인 국제행동(이하 국제행동)’이 열린 것이다. 

 

미국·브라질·프랑스·독일·중국·호주·뉴질랜드 등 세계 각지에서 동포들과 외국인들은 온라인으로 국제행동에 참여해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국제행동은 ‘휴전선넘자시민행동’ 소속 시민단체들인 희망래일·통일의병·조선의열단기념사업회· 전대협동우회·평화철도·평화의길·남북민간교류협의회·AOK(Action One Korea)·강명구평화마라톤시민연대·사랑의연탄나눔운동을 비롯해 촛불전진(준)·더좋은세상(뉴질랜드)·주권자전국회의가 제안하고 전 세계 145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공동 주최했다. 

 

국제행동을 주최한 한 관계자는 “7월 22일부터 8월 21일까지 30일간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청원하고 있다. 국내외 동포들은 우리 정부가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하고 2018년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의 정신으로 남북관계를 전면 복원하길 바라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유진 한국대학생진보연합(이하 대진연) 대외협력위원장의 사회로 진행한 국제행동은 국내외 평화통일운동가·국회의원·시민단체 대표의 온라인과 현장 발언, 노래패 ‘우리나라’의 가수 백자·대진연예술단 ‘빛나는청춘’의 노래공연 등으로 진행됐다. 

 

뉴질랜드 동포들은 각각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남북관계 전면개선’으로 온라인 카드섹션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염종현 경기도의회 의원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은 대표적인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대단히 위험하고 또다시 한반도에 전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전쟁 연습이고 신무기 전시장”이라고 주장했다. 

 

문장렬 전 국방대학교 교수는 “군대가 훈련을 하는 건 당연하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라며 “군대가 존재하는 이유는 평화를 지키는 것인데 훈련을 함으로써 평화에 방해가 된다면 안 될 일이다. 마침 남북 통신연락선이 재개통된 상황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유예되거나 중단되는 것이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는 한미 간에 다른 방식으로 검증을 수행하면 된다. 지금은 평화의 분위기를 살려 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현장 발언에 나선 곽상열 더좋은세상 뉴질랜드 한인모임 대표는 “지금 시기 필요한 것은 대규모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아니라 코로나 방역 훈련이라 생각한다”라며 “대규모 군사훈련에 들어가는 비용으로 코로나 백신을 구입해 필요한 나라에 지원한다면 한반도 평화를 넘어서서 세계평화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사전 영상 발언에서 박한식 미국 조지아대 명예교수는 “한반도 8월 위기설의 원인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인데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국민 여론이다. 국민 여론을 모아 군사훈련을 중단시켜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종걸 민화협 대표상임의장은 “우리는 2018년 평창올림픽과 판문점선언, 9월평양공동선언을 기억하고 있다. 남북 공동번영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 또는 중단함으로써 새로운 평화의 장, 평화의 대화를 열어가는 데 힘을 함께 모으자”라고 제안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7월 27일, 남북 통신연락선이 복원되었는데 8월 한미연합군사훈련 때문에 평화의 불씨가 꺼질까 우려스럽다. 따라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며 강원도가 평화특별자치도로 되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권영길 (사)평화철도 이사장은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완전히 중단되어야 한다. 그럴 때만이 다시 남북관계가 복원되고 한반도 평화의 날을 만들어 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김수복 6.15뉴욕위원회 대표위원장·김요준 민주평통 브라질협의회 회장·아롤도 마틴스 브라질 연방 국회의원·서원기 민주평통 베이징협의회 회장·강병조 호주한인교육문화센터 대표·김정희 프랑스 민족의집 대표·최영숙 독일한민족유럽연대 대표는 온라인 발언을 했다. 모두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촉구했다. 

 

정종성 6.15청학본부 상임대표는 현장 발언에서 “청년들이야말로 분단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 청년들의 운명이 걸린 문제이다. 얼마 전 남과 해외 청년학생들은 온라인 토론회를 통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투쟁을 힘차게 벌일 것을 결의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1인 시위·인증샷 찍기·선언운동·대행진 등의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결의를 피력했다. 

 

▲ 국제행동에서 현장 발언하는 정연진 AOK상임대표.  © 김영란 기자


강명구 평화마라토너는 “DMZ 근처에서 휴전선 철조망을 넘는 상징의식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으며, 정연진 AOK상임대표는 “분단의 굴레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자. 그 출발점은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주최 측은 세계 여러 곳의 동포들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의 뜻을 모으고 목소리를 합쳤다는 데 국제행동의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지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국내외 동포들의 연대 활동은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리라 전망했다. 


대선 후보 공약으로 힘 실리는 ‘탄소세’…“선제 도입이 국가·기업에 유리”

 주요국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기업 부담은 불가피…탄소세 선제 도입이 경쟁력 강화·세수 확보 차원에서 유리

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김두관(왼쪽부터), 박용진, 이낙연, 정세균, 이재명, 추미애 후보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7.11ⓒ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탄소 배출 감축은 세계적인 추세다. 탄소 배출량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 효율적인 방안으로 제시된다. 한국에서도 대선과 맞물려 탄소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탄소세 도입에 따른 기업 경쟁력 저하를 우려하지만, 오히려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편이 국가와 기업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부 대선 후보는 탄소세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달 27일 ‘탄소중립 공약 발표회’에서 탄소세 도입 공약을 공식화했다. 앞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23일 공약 발표에서 탄소세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탄소세는 지구온난화를 해소하기 위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기업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취지다. 1990년 핀란드를 시작으로, 현재 스웨덴과 스위스 등 약 50여 국가가 시행 중이다.

국회에는 탄소세 도입 관련 법안이 발의돼 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이산화탄소 배출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교통·에너지·환경세법 전부개정안을 제안했다. 현재 과세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은 유연탄·무연탄·액화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에 탄소 배출량 1톤당 5만 5천원의 세금을 부과한다는 게 골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지난 3월 탄소세법안을 발의했다. 화석연료를 에너지 자원이나 원재료, 운송수단 원료로 사용하는 경우 탄소세를 부과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1톤당 세금은 올해 4만원에서 2025년 8만원으로 점차 인상한다.

탄소세는 화석연료에 대한 소극적인 과세가 탄소 배출 산업을 조장한다는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한다. 환경세제 실효세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실효세율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과세대상도 화석연료 일부만 포괄해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 온실가스 총배출량은 2010년 6억 5,632만톤에서 2018녀 7억 2,760만톤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OECD 국가는 2000~2019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연평균 0.5% 감축했으나, 한국은 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탄소세는 부과는 기업의 탈탄소를 가속화한다. 기업은 탄소세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게 된다.

탄소세가 기업 경쟁력 저해?…국제 흐름상 선제 도입이 유리

탄소세가 기업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용 의원이 탄소세법안을 발의한 직후 ‘탄소세 도입 영향 추정’ 보고서를 냈다. 해당 보고서는 용 의원 탄소세법안의 점진적 세금 인상 설계 바탕으로 한국 기업 세 부담을 연간 7조 3천억~36조3천원으로 추산했다. 당시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과도한 탄소세 도입으로 산업계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될 경우 오히려 투자 위축, 일자리 감소, 물가 상승 등 경제 전체에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며 “탄소세 도입에는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업 경쟁력 저하를 이유로 탄소세 도입을 반대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탄소세는 이산화탄소 배출에 따른 부담을 가중시켜, 기업의 에너지 효율성 제고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유인한다는 목적을 가진다. 사회적인 부작용을 유발하는 특정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교정 조세’다. 탄소세는 고탄소 제품 경쟁력을 떨어뜨리기 위함인데, 경쟁력이 저하되기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앞뒤가 안 맞다는 게 용 의원실 설명이다.

국제적인 추세도 탄소세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핵심은 이른바 ‘탄소국경세’로 불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2023년부터 탄소국경세를 도입해 적용 대상을 점차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힌 데 이어, 미국과 중국도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탄소국경세는 역내로 수입되는 제품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한국 기업이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지 못하면 외국에 수출할 때 무역 관세를 부담해야 한다. 그린피스 서울사무소가 회계법인 EY한영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2023년 탄소국경세 도입 이후 한국은 EU·미국·중국 등 3개국에 수출하는 철강·석유·전지·자동차 등 주요 업종에서 한 해 약 5억 3천만달러(약 6천억원)를 탄소국경세로 지불해야 할 것으로 관측됐다.

탄소세는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탄소국경세에 선제 대응한다는 의미가 있다. 탄소국경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전에 기업 체질을 개선할 수 있다. 당장의 세 부담을 이유로 저탄소 전환을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탄소세는 기업이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출 수 있도록 하는 기제가 된다.

이 지사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속한 저탄소 체제로의 대전환만이 국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반 발짝 늦으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반 발짝 빨리 가면 막대한 비용을 줄이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고 탄소세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탄소세 도입은 한국 정부 세수 확보에도 유리하다. 탄소국경세와 탄소세는 이중 과세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납부한 탄소세는 동일 품목에 대한 다른 국가의 탄소국경세에서 차감한다. 탄소세를 도입하지 않으면 외국으로 납부될 세금이 탄소세 도입 이후에서는 한국 세수로 모인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들어 한국조세재정연구원에 탄소세 관련 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주요국이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탄소세 도입이 세수 확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용 의원실 관계자는 “과거에도 탄소세 도입 논의가 있었으나, 한국은 수출 주도 국가여서 기업 경쟁력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에 막혔다”며 “거대 시장에서 탄소국경세 도입이 가시화하자, 기재부도 탄소세 도입 검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력발전소 자료사진ⓒ뉴시스

탄소세 재정 활용처는?…최대 피해자인 국민 지원이 중론

거둬들인 탄소세는 서민 경제를 위한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기업은 탄소세 비용을 가격에 반영하게 된다. 탄소세 부과에 따른 부담은 기업이 아닌 소비자로 전가된다는 의미다. 철강이 사용되는 자동차, 선박을 통한 유통 물류비용, 석탄 발전에 기반한 전기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

용 의원 발의안은 탄소세 세입 전부를 국민, 결혼이민자, 영주 자격을 가진 외국인에게 배당 형태로 균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탄소세 도입으로 발생하는 추가재정은 도입 후 5년간 연평균 약 46조원으로 추산된다.

박 의원도 탄소중립 공약 발표 과정에서 “탄소중립 사회 이행과정에서 산업구조 변화와 에너지 가격 상등 등 필연적으로 피해를 보는 계층이 발생한다”며 “사회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과 함께 지역 사회의 원활한 탄소중립 전환과 피해지원을 위해 탄소세로 만들어진 재정을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도 탄소세 명목으로 걷은 세금을 전 국민에게 배분한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탄소세 재정으로 국민의 물가 상승 부담을 보전하는 방안은 조세저항을 완화한다는 의미도 있다. 탄소세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이 지사 구상은 이 대목을 짚고 있다. 그는 “탄소세 부과는 물가 상승과 조세저항을 부른다”며 “탄소세 재원 전부 또는 일부를 전 국민에 똑같이 나누면 조세저항 없이 효과적으로 에너지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설명한다.

재계에서는 탄소세를 부담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데 탄소세 재정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탄소세 목적이 탄소 배출량 감축이라면, 기업의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과 세제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부담과 기업 부담을 절충한 사례로 스위스가 꼽힌다. 스위스는 탄소세로 거둔 재원 중 3분의 2는 전 국민에게 배당하고, 나머지를 기업에 지원한다.

다만, 그간 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오염을 담보로 막대한 이익을 취한 기업을 지원하는 데 탄소세 재정을 활용한 게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남는다. 경쟁력 저하를 빌미로 한 기업 지원은 전형적인 기업 논리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용 의원실 관계자는 “예를 들어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철강은 환경과 국민에 비용을 전가해 성장한 셈”이라며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탄소세 재정을 다시 기업 지원에 쓰는 게 타당한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정부는 기술개발 정책 예산에 탄소중립 전환 비용을 할당하고 있다”며 “기업 지원 예산은 탄소세와 별도로 마련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 탄소중립 공약 발표회에서는 탄소세 외에도 다양한 정책이 제시됐다. 이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에너지 전환과 기후변화를 전담할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내걸었다. 내연기관차 등록 금지 공약도 나왔는데, 이재명·이낙연·김두관·박용진 후보가 한목소리를 냈다. 특히 김 의원과 박 의원은 2035년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이밖에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현 정부가 기반을 닦은 그린뉴딜 정책의 지속적인 추진, 추 전 장관은 신재생에너지 연구개발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영단어 줄줄 외우던 수재, 왜 순우리말 책 냈을까

 [우리말 천태만상 : 공공언어①] 세종국어문화원-오마이뉴스 공동 기획을 시작하며

21.08.03 07:20l최종 업데이트 21.08.03 07:20l
 2019년 6월 14일, 백기완 선생은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주최한 ‘승용차 기증식’ 행사장 앞에서 김병기 기자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2019년 6월 14일, 백기완 선생은 금속노조, 공공운수노조, 현대자동차지부가 주최한 ‘승용차 기증식’ 행사장 앞에서 김병기 기자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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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그가 크게 웃었다. 2019년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들어가기 전, 고 백기완 선생과 함께 찍은 마지막 사진이다. 병원에 계실 때 두 번 더 찾아뵈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병실 문을 나서 혜화동 통일문제연구소 방문을 열었더니 책상 위에 놓인 원고지와 안경이 눈에 박혔다. 길거리에서 백발의 갈깃머리 휘날리며 포효하듯 외쳤던 말과 글의 흔적이다.

그 자리에서였다. 선생님은 대거리를 하다가도 외래어나 외국어를 쓰면 말을 끊고 타박했다. 

"그런데 말이야, 젊은이. 세월은 우리말로 '달구름'이야. 지구는 '땅별'이지. 대체 오마이뉴스가 뭐야? '오! 나의 새뜸(소식)'으로 바꿔! 안 바꿔? 그럼 다시는 나 보러 올 생각하지 마!"  

[버선발] 순도 100% 우리말 책, 가능했다
 

 통일문제연구소 출범 50주년 기념 및 백기완 선생 87년 인생의 바라지(중심)이자 민중사상의 원형 '버선발 이야기' 출간 이야기 한마당이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  통일문제연구소 출범 50주년 기념 및 고 백기완 선생 87년 인생의 바라지(중심)이자 민중사상의 원형 "버선발 이야기" 출간 이야기 한마당이 지난 2019년 4월 23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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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말 천태만상' 기획을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백기완 선생님이었다. 이유가 있었다. 2018년 여름 선생님께서 대학로 학림다방으로 나를 호출했다. 창가 자리, 학림다방 이충열 대표가 배려한 고정석에 앉아 계셨다. 두툼한 서류봉투를 테이블 위에 놓고 입을 뗐다. 

"자, 이거 읽어봐. 처음 보여주는 거야. 읽고 소감을 말해줘. 안 읽으면 총살감이야! 하-하."

서류봉투에서 A4용지로 정리한 원고의 첫 장에는 '버선발 이야기'라고 적혀 있었다. 버선발이 주인공이었다. 맨발, 즉 '벗은 발'을 뜻했다. 그 자리에서 첫 장을 읽었다.
 

썰렁하게 빈 방, 거기에 아무렇게나 쌓아둔 조짚 낟가리 같다고나 할까. 그렇게 납작납작 엎드린 집들이 즐비한 마을을 지나고 또 지나고 나서도 한참을 가파른 골짝으로 꺾어 들면 갑자기 무지 높다란 바윗돌, 그 외로운 그림자만을 이웃으로 한 코촉집(방이 하나뿐인 집) 하나가 느닷없이 불쑥한다.


오래된 문투였지만 고리타분한 게 아니라 신선했다. 홍명희 작가 '임꺽정'을 처음 읽었을 때가 생각났다. 낯선 말이 곳곳에 등장했지만, 무슨 뜻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입말체는 싱싱하고 구수하며 감칠맛까지 돌았다. 한 단어, 한 문장에서도 삶의 정서가 우러나왔다. 생경한 능동태는 글에 생명을 불어넣었다. 이것만은 아니었다. 
  
"영어는 물론, 한자도 없어. 순우리말로만 쓴 글이야." 

순도 100% 우리말로 엮은 책. 이게 가능할까? 세 번을 읽었고 매번 짧은 독후감을 선생님께 전했다. 영어는 물론 일본어 표기, 그 흔한 한자어도 보이지 않았다. 백 선생님의 마지막 책인 <버선발이야기>(2019년 3월 오마이북 출간)를 세상에 내놓은 까닭이 있었다. 학림다방에서 마지막 독후감을 전할 때, 백 선생님이 힘주어 말했다. 

"우리말(토박이말)이 영어에 묻혀 없어지는 것은 인류 문화를 죽이는 일이야. 무지랭이들의 말에는 민중들의 삶과 사상이 담겨 있어서 그래. 이 책을 낸 것은..."  

[불통의 언어] 비치코밍? 워케이션? 슬리포노믹스?

하지만 우리말을 둘러싼 상황은 백 선생님의 뜻과는 달랐다.      

- 부산 해운대서 비치코밍 페스티벌
- 공정위·소비자원 '홈코노미 제품 어린이 안전사고 주의'
- '워케이션 참여하세요' 하동군, 경남형 한 달 살이 시행
- 대구광역시, '대구 침장 특화산업 육성 슬리포노믹스 선도한다' 

위의 기사 제목을 보면 말의 정신까지 찾을 겨를이 없다. 소통조차 어렵다. 국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면서 뜻 모를 외국어를 그대로 쓴 언론도 문제지만, 영어사전에도 없는 표어를 남발하는 공공기관의 책임도 크다. 국민 세금으로 벌인 사업인데, 국민들이 알기 힘든 말로 참여를 독려하는 경우도 많았다.  

2019년 서울시 공공언어사용 실태 결과, 200개의 보도자료 중에서 외국어 남용으로 볼 수 있는 용어는 총 685개로, 조사 대상 전체 용어의 83%였다.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어 표현 3500개를 선정해 국민들의 이해 정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60% 이상이 이해하는 단어는 30.8%였다. 70세 이상은 6.9%만 이해했다. 

[백기완] 빈 땅에 콩을 심듯 한 글자, 한 글자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선생님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원고지와 안경
▲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선생님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원고지와 안경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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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선발 이야기>의 맨 첫 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백기완 선생님은 '글쓴이의 한마디'에 순우리말로 책을 펴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이야기엔 한자어와 영어를 한마디도 안 쓴 까닭이 있다. 그 옛날 글을 모르던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 니나(민중)들은 제 뜻을 내둘(표현)할 때 먼 나라 사람들의 낱말을 썼을까. 마띵쇠(결코) 안 썼으니 나도 그 뜻을 따른 것뿐이니 우리 낱말이라 어렵다고 하지 마시고 찬찬히 한 글자 한 글자 빈 땅에 콩을 심듯 새겨서 읽어주시면 어떨까요.

민중들의 정서와 사상이 우리말(토박이말)과 함께 사라지고 있는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담겨 있다. 이런 백 선생님은 스무 살이던 1951년에 부산 중앙일보에 "한국이 나은 수재 '매시간 영어단어 백자를 암송'"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났을 정도로 '영어 천재'였다. 이 때문에 '해외유학장려회'의 제1호 유학생으로 권유를 받기도 했지만, 거절했다.  

그 뒤 서울 남산 및 후암동 산기슭에 천막을 쳐놓고 도시빈민운동을 벌이면서 '달동네 새뜸(소식)'이라는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당시 '하꼬방'이 아니라 '달동네'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가 고초를 당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새내기' '달동네' '모꼬지' '동아리' 등과 같은 우리말을 널리 퍼트린 공로를 인정받아 '우리말 살리는 겨레모임'이 주관한 올해의 '우리말 으뜸 지킴이'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 국립국어원이 만드는 새말은 백 선생님이 펴낸 '버선발 이야기'처럼 순도 100%의 토박이말이나 우리 고유어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적어도 공공언어는 국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어휘를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공공기관과 언론매체의 외국어 표현을 국립국어원이 다듬은 '새말'로 한번 바꿔보자.

- 부산 해운대서 해변정화(비치코밍) 축제(페스티벌)
- 공정위·소비자원 '재택 경제 활동(홈코노미) 제품 어린이 안전사고 주의'
- '휴가지 원격 근무(워케이션) 참여하세요' 하동군, 경남형 한 달 살이 시행
- 대구광역시, '대구 침장 특화산업 육성 숙면산업(슬리포노믹스) 선도한다'

이 정도라면 우리말을 지키려고 일제 탄압에 맞섰던 구국의 결단을 요구하는 건 아니다. 더군다나 국립국어원이나 전국국어문화원연합회, 한글문화연대 등이 공무원과 기자들을 대신해 우리말을 다듬고 있다. 각 기관 누리집에 들어가서 확인할 약간의 시간과 품만 들이면 된다. 외국어를 배척하자는 게 아니라 최소화하면서 되도록 우리말로 고쳐 쓰자는 것이다. 

'우리말 천태만상' 기획에 들어가며 백기완 선생님의 얼굴을 떠올린 이유이다. 

윤석열 ‘부정식품’ 발언에 신문만평 풍자 봇물

 [아침신문 솎아보기]

양궁 국가대표 안산 ‘온라인 괴롭힘’ 정치 공방으로 확대…국민의힘 질타 이어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추진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법안 조율 및 속도조절 촉구

3일 주요 종합일간지 만평에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윤석열’이다. 야권 대선 주자로 나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설화가 이어지면서 그를 풍자한 만평이 여러 신문에 등장했다.

윤석열 전 총장은 ‘최근 120시간 노동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으로 지탄 받은 매일경제 인터뷰(7월19일)에서, 이른바 ‘부정식품’ 발언으로 또 한번 논란을 불렀다. 미국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 저서를 인용하면서 “‘부정식품’이라면 없는 사람들은 그 아래 것도 선택할 수 있게 더 싸게 먹을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해 가난한 이들은 질 낮은 음식 먹어도 되냐는 비판을 불렀다.

논란이 한창인 2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초청 강연에서도 윤 전 총장은 “페미니즘이 정치적으로 악용돼 남녀 간 건전한 교제도 정서적으로 막는다는 얘기도 있다” “페미니즘도 건강한 페미니즘이어야 한다”는 등의 발언으로 또다시 빈축을 샀다.

▲8월3일 9개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8월3일 9개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은 윤석열 전 총장을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으로 표현하면서 “먹는다고 당장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라는 말풍선을 달았다. ‘국민 만평’은 경찰 조사를 받는 듯한 ‘부정·불량 식품업자’가 “내가 없는 사람들 위해 얼마나 애쓰고..선택의 자유, 몰라???”라면서 항변하는 동안 경찰이 “입에서 나온다고 다 말이 아니니까 조용~”이라고 받아치는 장면이다. 한겨레는 창문 너머로 보이는 ‘윤석열차’ 안에 윤 전 총장처럼 묘사된 인물이 시꺼먼 무언가를 보며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라고 중얼거리는 모습을 그렸다. 요지는 다르지만 서울신문 만평(조기영의 세상터치)에도 윤 총장이 등장했다.

이날 경향신문은 관련 기사(“페미니즘, 남녀 교제 막아”…윤석열, 황당한 저출생 문제 의식)에서 정치권 비판을 전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 인사들은 물론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도 SNS를 통해 “윤 전 총장의 평소 철학이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고 질타했다. 페미니즘 관련 발언의 경우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가 “페미 감별사를 자처하며 훈계하지 마시고, 여성들의 현실을 먼저 공부하라”며 꼬집었다.

윤 총장은 또한 농업 관련법이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함)에만 너무 집착한다는 식의 발언으로 위헌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전날 청년정책 토론회(상상23 오픈세미나)에서 한 말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이에 “검찰총장을 지낸 대선 유력 후보가 헌법을 정면 부정한 것으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한국일보의 경우 윤석열 전 총장 뿐 아니라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위험한 입”이라 일컬었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일하고 싶은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최저임금 인상은 범죄와 다름없다”며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면 기업 유치, 지역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문가) 말씀이 현실적”이라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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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일보, 경향신문, 한겨레, 서울신문 만평

이런 가운데 국민일보는 “조국이 소환한 尹 ‘부정식품’ 발언 논란”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앞선 인터뷰 직후 논란이 되지 않았던 ‘부정식품’ 발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SNS를 계기로 논란이 촉발됐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조 전 장관이 불을 붙이자, 여권이 반응하며 윤 전 총장에게 집중포화를 날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이 “범여권 정치인들이 또다시 뭐라도 하나 잡았다는 듯이 보름 전 기사를 왜곡해 네거티브 정치에 몰입하고 있다”고 밝힌 입장을 전했다.

양궁 안산 부당한 공격에 “피해자 책임” 거론?

한편 2020 도쿄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양궁 국가대표 안산 선수가 온라인 괴롭힘 등을 당하는 사안과 관련해 국민의힘 대응을 비판하는 기사도 이어졌다.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은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에 “안 선수에 대한 비이성적 공격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도 “이번 논란의 핵심은 남성 혐오 용어 사용”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양준우 대변인이) 여성혐오적 관점에서 이야기한 적이 전혀 없다”며, 이번 사안에 본인 입장을 묻는 정의당이 ‘정치적으로 사건을 악용’했다며 반박했다. 한겨레는 “이준석, ‘안산 탓’ 대변인 감싸고 정의당 비난…성찰은 없었다” 기사에서 “이 대표가 안 선수에 대한 언어폭력 문제를 ‘커뮤니티 논쟁’, ‘스포츠 이슈’로 비틀어 본질을 왜곡하고, 정의당에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며 “‘피해자 책임’을 언급한 양 대변인의 글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감싸면서 결과적으로 폭력을 정당화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사설(젠더 갈등 부추기기, 제1야당이 할 일인가)은 “안 선수를 남혐 용어 사용자로 단정 짓고 일부 극단적 커뮤니티 내부의 논쟁거리를 제도권 정당의 공방으로 키운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라 비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은 20대 남성의 지지를 의식한 듯 여성가족부 폐지론 등을 불쑥 꺼내 갈등을 키운 사실이 있다”며 “갈등의 원인을 찾아 해소해야 할 책임이 있는 정치권이 논쟁에 가세해 갈등을 증폭시키는 일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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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일 한국일보 6면 기사

한국일보의 경우 이번 사례를 계기로 국회에 발의돼 있는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필요성을 시사했다. “저열한 ‘쇼트컷 사태’ 속에서 ‘차별금지법이 있었다면’이라는 목소리와 함께, 차별금지법 입법을 미적거리는 정치권에 대판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우려 속, 비판 높이는 신문들

더불어민주당이 언론 대상 질벌적 손해배상제 등을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설익은 상태로 성급하게 추진하려 한다는 비판이 높다.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은 2일 “여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헌법에 보장된 언론·출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소지가 크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조선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가 이를 지면 기사로 다뤘다.

조선일보의 경우 “정부 부처까지 ‘전례 없고 과도하다’고 하는 언론봉쇄법”을 제목으로 사설을 썼다. 앞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출석한 오영우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징벌적 손해배상은 전례가 없고, 손해배상 하한액 규정이 “너무 과도한 것”이라 밝혔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당시 소위에서 여당 의원도 일부 조항에 이견을 드러냈다면서 “야당을 배제하고 여당 의원들끼리 법안을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졸속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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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3일 조선일보 3면 사진 기사

‘쥴리 벽화’ 둘러싸고 표현의 자유 공방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배우자 김건희씨의 사생활 관련 의혹이 서울 종로구 중고서점 외벽에 벽화로 그려지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일보는 이날 기사(표현·예술의 범위 넘어섰나…한계선 위협하는 ‘쥴리 벽화’)에서 “‘쥴리 벽화’ 논쟁은 표현과 예술의 자유로서 용인되는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헌법적 질문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 범위를 과거보다 넓게 인정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범위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면서도 “권력층에 대한 풍자가 재물손괴나 경범죄처벌법 등 ‘우회로’를 통한 기소와 처벌로 연결되는 경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변협 대 로톡’ 법률 플랫폼 갈등 결과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온라인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를 징계하는 광고 규정을 4일 시행한다. 변협과 로톡 갈등이 변호사 시장 전반으로 번질 전망이다. 서울신문은 이를 “士 자들의 ‘플랫폼 전쟁’…변협 징계 강행 vs 로톡 헌법소원” 제목의 기사로 다뤘다. 이 신문은 “법조계에서는 헌재나 공정위의 판단에 따라 갈등이 매듭지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결과 도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무부 중재론’도 제기된다”며 “이번 사안에 국가기관이 개입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고 전했다.

[가꾸고 나누고 다듬는 우리말] 장벽을 만드는 ‘배리어프리’/김기중 문화부 기자

 입력 :2021-08-01 20:30ㅣ 수정 : 2021-08-02 01:03

김기중 문화부 기자

▲ 김기중 문화부 기자

<7>공연의 언어

“이번 공연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 해설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리어프리’로 진행한다.”

공연계는 영어 단어가 많이 쓰이는 분야로 꼽힌다. 해외에서 많은 공연단체가 한국을 찾고, 우리나라 단체가 해외 공연도 많이 하면서 외국어가 자연스럽게 들어와 앉았다. ‘오디션’이나 ‘리허설’은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오디션은 ‘선발 심사’로, 리허설은 ‘예행연습’이나 ‘총연습’으로 쓸 수 있다.

‘레퍼토리’ 역시 마찬가지다. 공연 유형에 따라 ‘연주곡목’, ‘상연 목록’ 등으로 바꾸면 된다. 공연하는 이들이 받는 출연료를 의미하는 ‘개런티’ 역시 빈번하게 쓰이는데, 공연계에서 고액 출연료 논란이 일 때마다 등장한다.

다들 알아들으니 굳이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바꿀 수 있는 걸 그대로 두면 우리말도 점차 오염되고 어려운 말까지 쉽게 발을 들이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배리어프리’다. 장벽을 뜻하는 영단어 배리어(Barrier)와 자유롭다는 의미의 프리(free)를 조합한 단어다. 창작물에 접근성을 높인다는 것으로 ‘장벽 없는’, ‘무장벽’, ‘장애물 없는’이라고 하면 되는데, 영단어를 쓰는 바람에 오히려 이해가 어려워지는 게 현실이다.

실연자들이 펼치는 공연을 ‘퍼포먼스´라 한다. 정확히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관념이나 내용을 신체 등을 활용해 구체적으로 보여 주는 예술 행위를 가리킨다. ‘공연’, ‘행위’라는 쉬운 말이 있다. 영어를 무분별하게 쓰다 보면 이들을 접목한 단어도 점차 늘어나게 마련이다. 예컨대 공연 형태 가운데 ‘마임’은 대사 없이 표정과 몸짓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무언극’을 가리킨다. 무분별하게 쓰는 데에서 나아가 아예 ‘넌버벌 퍼포먼스’처럼 어려운 말도 쓰곤 한다.

공연 형태 중에 거리에서 펼치는 공연을 ‘버스킹´이라 한다. 찾다, 구하다는 의미의 스페인어 부스카르(buscar)가 어원인 영단어 버스크(busk)를 진행형(-ing)으로 만든 말로, 거리에서 공연하며 고용주를 찾는다는 의미가 담겼다. 버스킹 대신 ‘거리 공연’으로 바꿔 쓰면 쉽고, 뜻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언론이 자주 쓰는 ‘프레스 콜’은 언론(press)을 부른다(call)는 의미다. 정식 공연을 올리기 전에 취재진에 주요 장면을 보여 주면서 공연을 소개하고 연출자나 배우들과 대담 등을 진행하는 행사를 가리킨다. ‘언론 시연회’로 고쳐 쓰는 게 좋겠다.

김기중 문화부 기자 gjkim@seoul.co.kr
2021-08-02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