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7일 금요일

정부여당의 언론 갈라치기, 이제는 네이버 유사언론 특혜 주장

 


박성중 "네이버, '대안 매체' 노출 높이려고 알고리즘 조작"
이동관, '대안 매체란 뭔가' 질문에 "유사언론 점잖게 얘기한 것"
네이버 알고리즘 개편 골자는 '심층·기획기사 추천 강화'
'박성중 혁신위원 임명, 당 최고위도 반대' 언론[미디어스=송창한 기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네이버가 특정 언론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의 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지목한 특정언론은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등이며 이 위원장은 이들 매체를 유사언론이라고 지칭했다.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종합감사에서 박성중 의원은 이동관 위원장에게 "뉴스타파를 탄생시킨 민노총(민주노총) 언론노조의 소개글을 보면 '대안 매체로 뉴스타파를 제작·방송하고 있다'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대안 매체라는 게 뭔가"라고 질의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유사 언론이라는 얘기를 점잖게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소개글에는 "2012년 민주언론실천위원회민실위와 해직기자들이 공정언론 회복 및 망가진 저널리즘 복원을 위해 대안 매체로 뉴스타파를 제작 방송하고 있다"는 내용이 있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왼쪽),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왼쪽),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박 의원은 "신학림 씨가 전 대표로 있던 민노총의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미디어스, 뉴스타파 이런 것이 다 대안 매체라고 얘기하는 데 맞나"라고 질의했다. 이 위원장은 "조금 생소한 용어지만 그렇게 읽힌다"고 했다. 

또 박 의원이 "통상 레거시 언론(전통적 언론)에 대안되는 그런 매체를 자기들이 '대안 매체다' 이렇게 얘기한다"고 말하자, 이 위원장은 "특정 진영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은 언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네이버가 '대안 매체'의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뉴스 알고리즘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네이버가 2차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지적에 따라서 뉴스알고리즘을 바꾼 글을 보면 가중치를 바꿔 노출을 기존 대비 685% 늘렸다고 얘기한다"며 "대안 매체가 결과적으로 잘 노출이 안 된다는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지적이 있었다. 보수성향 언론사가 상대적으로 잘 노출되다 보니 대안 매체는 (노출이)안 된다 해서 이걸(알고리즘을) 조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미디어오늘, 뉴스타파, 오마이뉴스, 미디어스 이런 것들이 상당히 상승했다. 이 내용을 알려면 당시 회의록을 조사해야 한다"며 "우리가 계속 자료요구를 하고 있는데 아직 안 내고 있다. 방통위가 네이버 현장조사를 나가 있는데 이 부분도 조사를 해서 같이 공유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지금 실태조사 중이기 때문에 보고를 받지 않고 있지만 상당한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현재 '포털 알고리즘으로 보수언론(조선일보)이 손해봤다'는 박 의원 주장을 근거로 네이버에 대한 사실조사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뉴스 검색 인기도'를 바꿔 MBC를 1위로 만들고, 조선일보를 2위에서 6위로 만들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정치성향에 관계 없이 언론사 순위가 변동됐다는 게 확인된다. 네이버는 계열사를 많이 가지고 있는 언론사가 뉴스 검색 순위에서 이득을 보고 있는 상황을 전문가 검토 의견에 따라 개선했다는 입장이다.(관련기사▶'보수언론 죽이기' 뉴스 알고리즘? 한·경·오도 밀려나)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6월 30일 유튜브 콘텐츠 썸네일 갈무리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 6월 30일 유튜브 콘텐츠 썸네일 갈무리 

네이버는 지난해 9월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뉴스 알고리즘 개선 방향을 설명드립니다>는 자료를 발표했다. 네이버는 제2차 뉴스 알고리즘 검토위원회 검토 결과에 따라 ▲보도 기사의 심층성 강화 ▲언론사별 추천 기사량 편차 개선 및 다양한 관점 반영 ▲저널리즘 환경 변화를 반영한 품질평가 가이드라인 재정립 ▲신규 알고리즘 반영 및 새로운 학습데이터의 객관적 검증 등 4가지 주제로 개선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대안 언론'이 나오는 대목은 알고리즘 검토위의 권고사항 중 일부다. 알고리즘 검토위는 네이버에 "현재 알고리즘은 어뷰징과 저품질의 뉴스를 필터링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으나 그 과정에서 보도 기사의 심층성과 대안 및 지역 언론사의 뉴스들이 결과적으로 잘 노출되지 않을 수 있다'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가 내놓은 해법은 '심층·기획 기사 추천 강화'였다. 네이버는 "'심층·기획기사' 여부를 추천 피처(Feature)화 했고, 해당 기사에 가산점을 부여했다"며 " 이를 통해 사용자의 만족도가 크게 감소하지 않으면서, ‘심층/기획 기사’의 노출이 유의미하게 증가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이 언급한 '685% 증가'는 '심층·기획 기사'의 전체 추천 비중 증가폭으로 '대안 매체'의 노출 증가가 아니다.

네이버는 뉴스의 심층성을 측정하는 기준으로 '논증 체계'를 강조했다. 네이버는 "심층성이 높은 기사는 단순히 길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용의 논증 체계가 잘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며 "이를 평가하기 위해 입력된 뉴스 문서들에 대해 논증 마이닝을 통해 문장 별로 내포하고 있는 논증 방식을 분류하고, 다양한 논증 방식으로 구성된 기사들을 심층성이 높은 기사로 가정해 이를 바탕으로 심층성을 평가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검색 2022년 9월 22일  갈무리
네이버 2022년 9월 15일 <알고리즘 검토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뉴스 알고리즘 개선 방향을 설명드립니다>  갈무리

한편, 박 의원은 26일 현역 의원 중 유일하게 국민의힘 혁신위원에 임명됐다. 강성 보수 성향인 박 의원의 혁신위원 인선에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반대 입장이 터져 나왔으나 김기현 당대표가 추인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 한겨레는 "혁신위원들 면면이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특히 친윤, 서울 서초지역 재선, 강성 보수인 박성중 의원에 대해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조차 바꿔야 한다는 항의가 터져 나왔으나 김기현 대표가 '방법이 없다'며 추인했다고 한다"며 "그는 과방위 여당 간사로 '한국방송은 가짜뉴스 숙주', '문화방송은 가짜뉴스로 여론 선동' 등의 발언으로 '언론 탄압 선봉'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박 의원은 혁신의 대상'이라고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27일 중앙일보는 사설 <변화·쇄신 기대 못 미친 ‘인요한 혁신위’의 사람들>에서 "인선을 주도했다는 인 위원장은 과감하게 쓴소리할 이준석계나 유승민계는 한 명도 품지 못했다.(중략)정작 인 위원장 자신이 주창한 통합과도 거리가 멀다"며 "대신 그 자리에 오히려 매사 강경 일변도여서 혁신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인물까지 등장했다. 오만과 독선이라는 여당의 환부를 제대로 도려낼 수 있을지 의문인 인선"이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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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명송창한 기자
  •  
  • 입력 2023.10.27 15:51
  •  
  • 수정 2023.10.27 16:30

'용산 정부'의 실체, 이런걸 우린 예전에 '레임덕'이라 부르기로 했다


[박세열 칼럼] 용산이 한눈 팔면 곧바로 '복지부동'?

박세열 기자  |  기사입력 2023.10.28. 05:04:33


지난 9월, 추석을 앞두고 철도 파업이 있었다. 경쟁 효과 '제로'인 STR와 KTX 통합 요구 등 쟁점들은 있었지만, 이 글에서 논할 주제는 그것이 아니다.

의외로 큰 이슈 없이 철도 파업이 끝났다. 한 간부 출신 조합원에게 희한한 이야기를 들었다. 파업을 시작할 때, 지난해 '화물 노조 파업' 때처럼 정부가 대대적 '노조 때리기'에 돌입할 줄 알고 긴장 속에서 대응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파업 과정에서 국토부 공무원들은 너무나 '젠틀'했고, 노조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진 않았지만, 노조가 내놓은 주장에 귀를 기울이려 애써주는 '진정성'도 보였다는 것이다. 이 간부 출신 조합원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몇 가지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화물파업에 강경대응해 '재미'를 좀 봤다. 이어 노조 회계 장부를 들여다보겠다고 했고, 노조에 침투한 '공산 전체주의 세력'을 때렸다. 나아가 '노조로 위장한 조폭' 건폭 몰이에 나섰다. 그러나 그 결과는 흐지부지되고 있다. 간간히 간첩단 사건이나, 노조와 별로 관련 없는 '위장 노조 조폭' 검거 스토리가 언론에 오르내렸다. 하지만 대체 정부가 이루려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가늠하기는 어려웠다. 정작 노동시간 개편은 69시간제 논란 후 논의의 명맥이 사실상 끊겼고, 노동시장 이중 구조 개선 방안 등 산적한 노동 개혁 현안들은 오리무중이다. 

대통령이 '노조 때리기'에 관심을 끊자, '노조의 악행'을 뿌리뽑을 것처럼 요란하게 '대통령 지시 사항'을 늘어놓고 엄포를 놓던 공무원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때 대통령은 해외 순방에 몰두하고 있었고, 국토부 공무원들은 '부드러운 중재'를 위해 '몰래' 뛰어다니고 있었다. 

'용산 정부'의 적나라한 모습이다. 대통령이 관심 갖지 않으면, 공무원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대통령이 관심을 보인 분야의 공무원들은 혹사당하는 것 같지만, 그것도 한 때 뿐이다. 그때그때 이슈가 있을때 대통령의 불호령이 떨어지면, 용산이 분주해지고, 관계 부처 고위 공무원 몇은 크게 질타를 듣고 몇은 현란하게 움직였다. 실무를 다루는 공무원들은 눈치를 보다가 대통령과 용산의 관심이 다른 '카르텔'로 옮겨가면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된다. 이젠 '카르텔'이라는 말도 과거의 유물이 된 것 같다. 

검사들이 그렇다. 그들은 뭔가를 만들어내는 조직이 아니다. 이미 벌어진 일들을 찾아내 조치하고 처벌하는 게 그들의 일이다. 수년 씩 묵은 미제 사건이 즐비해도 새로운 정치인 혐의, 경제인 혐의가 나오면 열일 제쳐놓고 역량을 특수부에 쏟아 넣는다. 한 사건이 일단락되거나 화제성을 상실하면 다른 사건에 눈을 돌린다. 기소 결정 과정도 불투명하다. 어떤 사건은 기소가 가능해 보이지만 미제로 남아있고, 어떤 사건은 기소가 불가능해보여도 기소한다. 검찰총장은 '암막' 뒤에서 이 과정을 미세 조정한다. 유일하게 대통령이 경험한 조직이 '검찰 조직'이다. 그리고 지금은 모든 부처를 '검찰 조직'처럼 다루고 모든 이슈를 검사처럼 다룬다. 

관가는 지금 숨족이고 있다. 사정기관들만 바쁘다. 2년동안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에 특수부 인력을 집중시켰다. 박근혜 국정농단 수사팀이 25명 수준인데, 지금 이 대표에 대한 수사에 약 50여 명이 투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과의 전쟁, 건폭과의 전쟁에 이어 검경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시절 의혹 검증 보도를 한 언론사들에도 수사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을 비롯해 시민단체의 보조금 관련 수사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나쁜 놈 때려잡기'는 계속 진행중이지만, 윤석열 정부가 호기롭게 외친 연금 개혁, 교육 개혁, 노동 개혁 등 국정과제들은 언론 지면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그 빈자리엔 '공산전체주의', '반국가세력'과 같은 거친 언사들이 껍데기처럼 나부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통령에게 또 혼이 났다. 자율전공학부로 입학한 학생들의 의과대학 진학을 허용하겠다는 이 부총리의 발언이 나오자 대통령실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은 불필요한 언급으로 혼란을 야기한 교육부를 질책했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대체 몇 번째 사과를 하고 있나. '킬러 문항'을 배제했다는 지난 10월 모의고사 결과, 올해 '물수능'이 예측된다는 말에 반수생이 '역대급'으로 늘고 있다고 한다. A 아니면 B 식의 정책이 남발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비책은 가지고 있는가? 교육 현장의 혼란을 어떻게 수습할지 알 수가 없다.

여성가족부는 잼버리 사태로 망신당한데 이어 신임 장관 후보자가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해버렸다. 국토부는 '순살 아파트'와 각종 카르텔과의 전쟁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으며,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은 국토부장관의 '백지화 선언' 이후 꼬여만 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영방송 사장을 바꾸고 YTN 민영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지만, KBS 사장은 '낙하산 논란'에, YTN 민영화는 졸속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정부 유관 기관 소유의 지분을 '통매각'한 결정은 YTN 최대 주주인 한전KDN의 손실을 일으키는 배임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지금 정부 부처는 스스로 벌인 일도 스스로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져들었다. 

시퍼렇게 눈 뜨고 있는 감사원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감사원의 전방위 감사는 전 정권 털기에서 끝나지 않을 것 같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은 최근 국회에서 한 답변에서 "어차피 현 정부도 (정권) 중반이 되면 현 정부 사업도 감사를 받는다"고 말했다. 감사원의 '타이거 감사'가 현 정부 공무원들에게도 "중반" 이후 적용될 텐데, 어느 공무원이 '개혁적'인 일을 하려고 하겠는가. 위에 언급한 부처들이 하고 있는 일이 죄다 감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떠돈다.

도어스테핑은 없어진지 오래고, 이후엔 그 흔한 기자회견 한 번을 하지 않았다. 간간히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들의 워딩이 신문과 방송을 메우는데, 목소리는 있으되 형체는 불분명하다. 

감사원, 검찰, 법무부, 경찰, 방통위, 이런 조직들에만 과한 관심이 쏠린다. '적폐 청산'의 선두부대다.(이 글에서 전쟁 용어를 사용하는 건 이 정부가 많은 것을 '전쟁'에 비유하기 때문이니 양해를 바란다.) 일을 할 수 있는 조직만 '공격적'으로 굴리는데, 그 대상은 '적폐 청산'에 그치고, 삶은 팍팍해지는데 살림살이 나아질 '비전'은 안 보인다. 과거를 들추고 쑤셔대다, 급기야 1920년대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홍범도를 부관참시하는데, 어느 국민이 이 정부를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을 발목잡힌 정부로 보겠는가. 현란한 칼춤의 칼끝만 부각될 뿐이다. 

청와대를 용산으로 옮긴 것은 이 정부의 두고두고 상징이 될 것이다. 용산에 우뚝 선 '그들만의 리그'는 국정 전반을 다루는 방식에서 실패하고 있다. 곧 있으면 총선이다. 용산에서 '철새'들이 국민의힘으로 대거 날아들 것이다. 그러면 용산에 새로 입성한 참모들은 또 다시 업무를 파악하고 인수인계에 골몰할 것이다. 대통령은 장관 대신 '용산 출신 차관'을 내려보내 부처를 통솔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잘 되는 것 같진 않다), '용산 정치인'들을 의원으로 만들어 국회에 '내려보낼' 수는 없다. 철학 없는 정책, 준비 없는 대책이 남발된다. 

이런 총체적 상황을 우리는 '레임덕'이라고 부르기로 과거에 합의한 바 있다. 그런데 너무 빠르다.

▲4박6일 간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 오전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귀국, 전용기인 공군 1호기에서 내린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정부, ‘숫자’ 빠진 연금 개혁안 발표...“보험료 인상 불가피” 예고만

 


연금행동 “‘맹탕’ 연금개혁안...윤석열 정부, 구체적 수치 제시 않고 책임 회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하고 있다. 2023.10.27. ⓒ뉴시스

정부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방향성만 담은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보험료율), 얼마를 받을 수 있는지(소득대체율), 언제 받을 수 있는지(수급개시연령) 등 핵심 수치는 빼놓은 채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결론냈다. 이에 연금개혁의 핵심인 '모수 개혁'이 빠진 '맹탕' 개혁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날 오전 국민연금심의위원회에서 심의·확정한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을 발표했다. 종합운영계획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정부가 의무적으로 5년마다 국민연금 재정수지 계산을 바탕으로 수립해야 하는 국민연금 전반에 대한 운영 계획이다.

이번 종합운영계획안은 지난 3월 발표한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재정계산위원회의 제도개선 자문안, 국회 연금개혁 특위 논의내용 등을 거쳐 수립됐다. 앞서 재정계산위는 보험료율을 12%·15%·18%까지 올리는 안, 연금 수급개시연령을 68세까지 올리는 안, 기금수익률을 올리는 안, 소득대체율을 45%·50%로 인상하는 안을 조합한 총 24가지 시나리오를 담은 최종 보고서를 복지부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종합운영계획안에는 연금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수급개시연령 모두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현재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2.5%, 수급개시연령은 63세다. 앞서 진행된 연금개혁의 계획에 따라 소득대체율은 2028년까지 40% 더 하향되며, 수급개시연령은 2033년 65세까지 추가 상향될 예정이다.

복지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의 평균 보험료율은 18.2%, 소득대체율은 42.2%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소득대체율은 유사한 반면 보험료율은 절반 수준으로,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점진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험료율 인상의 방향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인상 수준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한 만큼 공론화를 통해 구체화한다"고 결정을 미뤘다.

정부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은 데 대해 국민과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그동안 개혁 과정을 보면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수준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해왔는데,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 연금특위에서 진행 중인 노후소득 보장을 위한 구조개혁 논의 결과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이르면 올해 말에 나올 새로운 장래 인구 추계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향후 국회의 연금개혁특위에서의 구조개혁 논의와 연계하여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국회 연금개혁특위는 눈에 띄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활동 기한을 내년 5월로 미룬 상태다. 내년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사실상 총선 이후로 연금개혁 시기를 미룬 것이다.

공론화에 대한 일정과 계획조차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스란 연금정책관은 "국회하고 진행을 해보면서 일정을 말씀드릴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언제 하겠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보험료율 인상 방식과 관련해서는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이라는 방향성만 제시됐다. 같은 비율로 보험료율을 올리더라도 내는 기간이 짧은 중장년층은 단기간에 올리고, 가입 기간이 긴 청년층은 장기간에 걸쳐 올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차등 인상'에 대해서도 정부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않았다. 정윤순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보험료 인상 수준에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인상 시나리오가 있는지는 실무적으로 저희가 검토한 바는 있다"면서도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사회적 논의가 추후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을 아꼈다.

국민연금공단(자료사진) ⓒ뉴시스

'낸 만큼 받는' 방식으로 전환 추진...기금 해외투자 비중 확대


복지부는 공론화를 통해 재정방식 개선을 위한 논의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자동안정화장치' 도입 또는 '확정기여방식(DC)'으로 전환 등에 대한 국민의견을 수렴하겠다는 방침이다. 자동안정화장치는 향후 출산율과 경제동향 등에 따라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등을 달리 적용하는 것이다. 정해진 소득대체율에 따라 급여를 받는 것이 아닌 경제 지표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도록 설계하겠다는 뜻이다.

DC방식은 '낸 만큼 되돌려 받는' 방식이다. 기금 운용 수익에 따라 급여액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확정급여방식(DB)으로, 낸 돈과 관련 없이 받는 급여액이 정해져 있다. 사실상 국민연금을 민간 금융 상품처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복지부는 국민연금 운영에 대한 개선과제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노후소득보장 강화 ▲세대 형평과 국민 신뢰 제고 ▲재정안정화 ▲기금운용 개선 ▲다층노후소득보장 정립 등 5개 분야 총 15개 과제다.

기금운용 개선과 관련해서는 기금수익률을 최근 5년 평균 4.2%에 수준에서 1%p(포인트) 이상 더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외투자 비중을 2028년까지 약 60%로 확대하고, 2024년부터 대체투자 분야 인력을 대폭 확충한다. 또한 전문성 제고를 위해 전략적 자산배분 권한을 기금운용본부로 이관하고, 기금운용위원회는 장기수익률과 위험 수준을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노후소득 보장 강화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 외에도 기초연금, 사적연금 등을 함께 강화해 다층노후소득보장이 가능하도록 체계를 잡아가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기초연금을 40만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되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은 국민연금 개혁과 연계해 정하기로 했다.

또 소득 활동에 따른 국민연금 감액 제도를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국민연금 제도에서는 퇴직 후 소득 활동을 하면 소득액에 비례해 노령연금을 깎아서 지급하고 있다.

연금행동 "'맹탕' 연금개혁안...오히려 국민연금 죽이기 계획 담겨"


구체적인 '모수 개혁' 내용이 빠진 이번 개혁안에 대해 "'맹탕' 연금개혁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복지부가 재정방식 개선을 위해 제시한 공론화 과제에 대해서도 "오히려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은 이날 정부의 연금개혁안에 대한 논평을 내고 "단일안은커녕,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등 핵심적인 숫자는 아무것도 없고 논의가 필요하다는 말만 반복되는 '맹탕' 연금개혁안"이라고 비판했다.

연금행동은 "윤석열 정부에게 있어 국민의 존엄한 노후는 정책의 고려대상이 아닌지, 종합운영계획에 구체적 보장목표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보장 목표가 제시되지 않으니 구체적인 숫자가 담길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제시한 DC방식 전환,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 등에 대해서는 "DC방식 전환은 국민연금 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것"이라며 "낸 만큼 받아야 한다는 것은 공적연금의 사회연대 및 재분배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 어떤 복지제도도 그렇게 설계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어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은 소득대체율 삭감 이상의 연금 삭감제도로 보장성을 크게 훼손해 제도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보험료율 인상의 방향으로 제시한 세대에 따른 보험료 차등 인상에 대해서도 "세대를 나누는 기준이 자의적이고, 재정조달에 있어 사회연대의 원칙이나 부담능력에 따른 부담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금행동은 "윤석열 정부는 국민연금 제도 근간을 흔드는 엉뚱하고 위험한 주장만 담고, 핵심 수치는 하나도 담지 않는 등 수준 이하의 무(無)내용, 과제나열에 불과한 '맹탕' 연금개혁안을 제출했다"면서 "국민을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보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무능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정부의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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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협정이 보여주는 것들

 

  • 기자명 장창준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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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0.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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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팔레스타인 비극사 ③

    누구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라 하고, 누구는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전쟁이라 한다. 또 누구는 ‘민주’ 이스라엘과 ‘테러’ 팔레스타인 사이의 전쟁이라고 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은 이스라엘의 억압에 맞선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저항이다. 7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팔레스타인 독립전쟁이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억압사, 팔레스타인 비극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지도와 숫자, 국제 협정 그리고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다양한 명칭을 통해 팔레스타인 비극사를 정리한다.<편집자주>

    ① 지도가 보여주는 것들

    ② 숫자가 보여주는 것들

    ③ 국제 협정이 보여주는 것들

    ④ 명칭이 보여주는 것들

    아랍인들을 농락한 영국 : 후세인-맥마흔 협정, 사이크스-피코 협정

    1차 세계대전 당시 팔레스타인을 포함한 아랍지역은 오스만제국이 지배 아래 있었다. 아랍인들은 이 제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오스만 제국이 독일의 편에 가담하자, 아랍인들은 이를 호기로 생각하고 독립투쟁을 더욱 활발하게 전개하기 시작했다.

    한편 오스만 제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던 영국은 독립투쟁을 벌이고 있던 아랍인들에게 오스만 제국 안에서 반란을 일으킬 것을 요구하며, 전쟁 승리 후 아랍 국가 건설을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한다. 이집트 주재 영국 고위 관리 맥마흔과 아랍의 지도자 샤리프 후세인은 1915년 7월부터 1916년 3월까지 10차례에 걸친 서신을 교환하며 이런 합의에 이르게 된다. 이를 세계사에서는 ‘후세인-맥마흔 협정’이라고 부른다.

    아랍인들은 약속한 대로 1916년 6월부터 독립투쟁을 벌였고, 영국은 전쟁에서 승리한다. 아랍인들은 영국이 협정을 이행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애초에 영국은 그럴 의사가 없었다.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 승리 후 오스만 제국을 어떻게 분할 지배할 것인가 하는 방안을 비밀리의 논의한다. 1915년 11월부터 1916년 3월까지(후세인-맥마흔 서한이 오가던 시점) 진행된 협상 끝에 양국은 ‘사이크스-피코 협정’을 체결한다. 양국 협상 대표들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 협정은 현재 시리아와 이라크의 국경선을 경계로 하여 북쪽은 프랑스가, 남쪽은 영국이 차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차 대전 승리 이후 영국과 프랑스는 이 합의대로 아랍지역을 나누어 지배한다. 팔레스타인 지역은 영국의 위임통치 아래 놓이게 된다.

    ▲ A지역을 프랑스, B 지역을 영국이 통치하기로 합의한 사이크스-피코 협정.

    팔레스타인 비극의 씨앗 : 밸푸어 선언

    전쟁을 위해 자금이 필요했던 영국은 1차 세계대전 전비를 마련하기 위해 유대인 자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었다. 1917년 11월 2일 영국 외무장관 밸푸어는 유대인 금융재벌인 로스차일드에게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유대인 국가 건설을 돕겠다고 약속하면서 자금 지원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낸다.

    로스차일드 가문은 나폴레옹 전쟁 이후 막대한 부를 축적한 영국의 대부호였다. 이미 팔레스타인 정착을 지원하고 있던 로스차일드는 이 편지에 호응하여 영국에 자금을 지원했고 그 결과 영국은 1차 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

    이 편지는 11월 9일 공개되었고, 아랍인들은 영국의 배신에 치를 떨어야 했다. 반대로 유대인들은 이 편지에 환호했고,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주하기 시작했다. 유대인의 이주는 순조로웠다. 팔레스타인 지역을 통치하던 영국의 지원이 있었고, 로스차일드 같은 유대인 부호들의 자금 지원도 있었다. 팔레스타인 비극의 씨앗이 뿌려진 것이다.

    중동 전쟁은 종결된 것일까: 캠프데이비드 협정(1978년)

    1978년 이집트와 이스라엘 사이에 극적 화해가 이뤄졌다. 미국 대통령 지미 카터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베긴 이스라엘 대통령을 초청하여 13일 동안 협상을 벌인 끝에 평화협정이 체결된 것이다. 이집트는 네 차례의 이스라엘과의 전쟁을 주도했던 아랍의 대표적인 반이스라엘 국가였다. 따라서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협정 체결은 중동 평화의 출발로 평가된다.

    계속된 전쟁으로 피로감이 누적되었고, 수에즈운하 수입이 줄어들면서 국가 재정마저 여의치 않자, 사다트는 미국과 관계를 개선하여 경제난을 해결하려고 했다. 또한 사다트는 1977년 이스라엘을 방문함으로써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는 ‘유화적’ 정치 행보를 시작했다. 그 결과 1978년 평화협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그러나 캠프 데이비드 협정이 중동 평화의 출발이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협정에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자치를 보장한다고 약속했으나, 이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사다트는 이집트 국민들뿐만 아니라 아랍권 국가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혔다. 이집트는 아랍연맹 회원자격이 정지되었다. 협정을 체결한 이집트 대통령 사다트는 암살당했다.

    평화적 해법의 출발이 되는가: 오슬로 협정 Ⅰ(1993)

    1991년 11월 미국, 소련, 스페인이 주최하고,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가 초대받아 ‘마드리드 국제회의’가 개최되었다. 중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회담이었다. 비록 합의문 도출에는 실패했지만, 1990년대 평화 협상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마드리드에서 시작된 중동 평화 협상은 1993년 오슬로 협정 체결로 빛을 보게 되었다. 오슬로 협정은 이집트 총리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 합의한 2개의 합의문을 일컫는다. 1993년 9월 워싱턴에서 미국 빌 클린턴 대통령의 중재 아래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아라파트 PLO 의장이 만나 합의서에 서명했다. 1993년 1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양측의 비밀 협상이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를 오슬로 협정 Ⅰ이라고 부른다.

    오슬로 협정 Ⅰ의 원칙은 두 국가 해법이다. 즉 이스라엘은 자신이 점령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철수하고, PLO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5년 안에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수립하는 것에 이스라엘이 동의했다. 쟁점이 되는 예루살렘, 최종 국경, 유대인 정착촌,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등은 5년 후에 논의하기로 했다. 평화적 해결의 원칙을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이 협정의 공식 명칭은 “원칙 선언”(Declaration of Principles)이다.

    1994년 5월 4일,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와 예리코 지역에 대한 합의”를 체결하고, 두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철수 일정과 팔레스타인으로의 권한 이양 등을 합의했다. 몇 주 후 가자지구와 예리코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이 철수했고 PLO는 자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다.

    그러나 오슬로 협정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분쟁을 해결하는 출발점이 되기엔 너무나 많은 한계를 가졌다.

    ▲ 빨간 점이 예리코 지역이다.

    오슬로 협정 Ⅰ은 서안지구(West Bank) 대신 예리코(Jericho) 지역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를 명시했다. 예리코는 서안지구 내의 도시이다. 흔히들 오슬로 협정을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에 대한 팔레스타인의 자치를 합의한 것으로 평가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가자지구와 서안지구의 일부에서만 팔레스타인 자치가 합의된 것이다.

    또한 가자지구와 예리코 지역에서 이스라엘 군이 철수했지만, 이스라엘 정착촌은 그대로 존재했다. 정착촌 문제는 5년 후에 논의하기로 미뤘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착촌이 존재하는 한 팔레스타인의 자치는 보장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정착촌 문제는 자치 정부수립과 동시에 해결해야 할 문제다.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 역시 5년 후로 미뤘다.

    이스라엘의 기본 정책이 팔레스타인 거주민을 내쫓고, 그들의 귀환을 저지하고. 팔레스타인 지역에 이스라엘 정착촌을 늘려 종국에 가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이 지역에서 완전히 내쫓는 것이다. 따라서 정착촌과 귀환권 문제를 5년 뒤로 미룬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의 기본 정책에 토대해서 마련된 것이라 해도 무방하다.

    ▲ 오슬로 협정의 주역인 PLO의 아라파트, 이스라엘의 페레스 총리, 라빈 총리가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서안지구 분할은 누구에게 이익인가 : 오슬로 협정 Ⅱ(1995년)

    1995년 9월 28일 오슬로 협정 Ⅱ가 체결되었다. 이 협정은 팔레스타인 임시 자치 기구 구성, 이스라엘 군대의 재배치와 철수, 서안지구 분할, 팔레스타인 경찰, 적대행위 예방 등의 내용을 담았다. 공식 명칭은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 대한 임시 협정”(Interim Agreement)이다.

    오슬로 협정 Ⅱ의 가장 큰 특징은 서안지구를 A, B, C 구역으로 나눈 것이다. 서안 지구 18%에 해당하는 A 구역은 팔레스타인 당국이 단독으로 관리한다. 서안 지구의 22%를 차지하는 B 구역은 팔레스타인 당국과 이스라엘의 공동 관리 구역이며, 점진적으로 팔레스타인의 관리로 이양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서안 지구의 60%를 차지하는 C 구역은 이스라엘이 단독으로 관리한다.

    ▲ A구역은 팔레스타인, C 구역은 이스라엘이 관리한다. B 구역은 공동으로 관리하되 점차적으로 팔레스타인에 관리권을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그림에서 확인되듯이, 팔레스타인 당국의 권한이 미치는 A와 B 구역은 연결되어 있지 않다. 오슬로 협정이 온전히 이행된다고 하더라도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스라엘에 갇혀 있는 셈이다(그러나 오슬로 협정에 불만을 품은 이스라엘 극우 시오니스트에 의해 이스라엘 총리 라빈은 1995년 11월 14일 암살당한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절망시킨 7년의 ‘평화 협상’

    오슬로 협정 체결 이후 2000년 캠프데이비드 정상회의까지 7년 동안 평화 협상이 진행되었다.

    1997년 양측은 헤브론 의정서를 합의했다. 서안지구 남쪽에 있는 헤브론에 400명의 이스라엘 사람이 사는 정착촌이 있다. 문제는 이들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800명의 이스라엘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것. 이스라엘군은 여러 형태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탄압하고 있었다. 이 합의로 헤브론의 80%(H1)는 팔레스타인이, 20%(H2)는 이스라엘이 관리하게 되었다. 당시 H2에는 5만 명의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있었다.

    1999년 ▲요르단강 서안 지구에 배치된 이스라엘군의 11%를 철수하고 ▲팔레스타인 측이 요르단강 서안 영토의 40%를 완전 또는 부분 관할하며 ▲이스라엘이 억류하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 350명을 석방하고 ▲2000년 9월까지 팔레스타인 최종 지위 협상을 종결하는 내용을 합의한 “샤름 엘-셰이크 협정”이 체결되었다.

    이 합의는 2000년 캠프 데이비드 협상으로 이어졌고, 임기를 얼마 남기지 않은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2주 동안 중재에 나섰다. 그러나 협상은 진전되지 않았다. 캠프 데이비드 회담이 실패하고, 곧이어 등장한 이스라엘 강경파 샤론이 총리로 등장하면서 그 이후 협상은 큰 진전을 보지 못하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오슬로 협정 체결 이후의 7년은 ‘평화 협상’ 기간으로 불리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는 절망의 시간이었다. ‘평화 협상’이 진행되는 7년 사이에 이스라엘 정착촌이 수 배로 늘었고, 미국의 자본으로 50개가 넘는 이스라엘 군사기지가 건설되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대표하여 ‘평화 협상’에 참여했던 PLO는 합법적인 협상자임을 “인정받기 위해” 이스라엘의 주장을 무조건 인정했다. 이스라엘의 정착촌 정책을 묵인했고, 팔레스타인 난민 문제를 포기했다. 7년 동안 이스라엘 총리가 라빈, 페레스, 네타냐후, 바라크로 바뀌면서 이스라엘 정책은 일관되지 않았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폭력은 구조화되었다.

    2000년 이스라엘 샤론이 ‘알 아크사 사원’을 방문하여 동예루살렘에 대한 유대인 통치를 선언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2차 인티파다의 시작이다. 2001년 총리가 된 샤론은 오슬로 협정 효력 상실을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