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9일 화요일

전쟁 같던 최악의 총선, 어느쪽 이기든 끝없는 전쟁 이어진다

 [박해성의 여의대교] '여의도 아저씨'의 씁쓸한 총선 관전기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 기사입력 2024.04.10. 05:02:06

아름다운 계절, 봄입니다. 제 사무실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에 자리해 있습니다. 커다란 창으로 한강이 내다보이죠. 요즘 같은 계절엔 꽃들의 색이며 나무의 풍성함이 하루하루 달라지는 바람에 자꾸만 한눈을 팔게 됩니다.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보다 살풍경한 현실 세계로 돌아오기란 꽤 고역스럽기까지 합니다.

전쟁 같았던 선거가 끝났습니다. 오늘 밤이면 여야의 운명이 갈립니다. 다들 사활을 걸고 덤볐던 만큼 승패가 드러난 여의도는 한동안 시끌벅적할 것 같습니다. 언론이며 선거 전문가들까지 가세해 결과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소란을 떨 겁니다. 유권자인 우리야 아무 일 없었던 듯 생업으로 돌아가면 되겠습니다만, 결과와 무관하게 무언가 찜찜한 저로서는 그간의 선거 과정을 차분히 돌아볼까 합니다.

저는 이번 선거가 내내 못마땅했습니다. 말들이 넘쳐났지만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모두 화가 나 있어서 더 분노하는 사람이 더 정의로운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도저히 용서하기 어려운 과거의 막말과 잘못들을 감추다가, 들춰지면 어쩔 수 없이 해명하는 뻔뻔한 태도들에 아연실색했습니다.

여야 없이 상대를 향해 저지르는 서슴없는 인격 살인에 아예 눈감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즐비했습니다. 차선(次善)도 사치였습니다. 덜 나쁜 쪽 고르기 시합 같은 이번 선거가 뭐라도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로서 참 난감했습니다. 이런 당혹감이 어디서 비롯된 걸까.

지난 대통령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불리며 우리를 참 피곤하게 했습니다. 0.73%포인트 차이의 결과마저 역대급이었습니다. 승자의 포용도, 패자의 승복도 없이 곧바로 무한대결의 정치가 펼쳐졌습니다. 야권은 국회 권력을 휘두르며 행정부 무력화를 시도했습니다. 집권에 성공한 윤석열 정부는 집요한 수사와 기소로 야당의 숨통을 조이는데 몰두했습니다. 우리 정치에는 오로지 응징과 복수의 의지만 남아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번 총선은 이런 대선의 연장전처럼 느껴집니다.

작년 12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정치 전면에 등장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견제론이 민심 저변에 깔려 있던 시기였습니다.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릴 정도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었습니다. 조기 레임덕 방지를 위해 여대야소 국회가 절실한 여권은 구당(救黨)의 임무를 그에게 맡겼습니다. 지지층은 환호했죠. 젊음, 세련됨, 전투력을 두루 갖춘 보수진영의 새로운 리더로 그를 반겼습니다.

올해 2월, 더불어민주당이 비명횡사 등 공천을 둘러싸고 자중지란을 일으키자 그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상대적으로 조용한 공천은 지지자들에게 안정감을 주었습니다. 각종 여론조사 지표가 여론의 변화를 암시했습니다. 정권 심판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고, 국민의힘은 총선 승리를 기대하기에 이릅니다.

민주당의 집안싸움에 기댄 국민의힘의 부상(浮上)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공천을 끝낸 이재명 대표가 특유의 직진성으로 전열을 정비하고 나서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은 급해졌고, 독해졌습니다. 쓰지 않겠다던 '여의도 사투리'가 그의 입에서 쏟아져나왔습니다. 야권을 '범죄자 집단'으로 규정하고 '응징에 나서자'고 부추겼습니다. 그러나 수세에 몰린 국면을 타개하기에는 현재까지 상황에서는 역부족으로 보입니다.

애초 한동훈 위원장은 검찰 권력을 앞세운 윤석열 정권의 행동대장이었습니다. 정치권에서 경험을 쌓고 역량을 기를 새가 없었습니다. 상상력은 빈곤하고 담대함은 모자랐습니다. 정치 철학은 부재하고 범죄자를 처단해야 한다는 검사로서의 소신만 가득했습니다. 그런 그가 집권당의 사령탑을 맡아 여권의 명운이 걸린 선거를 지휘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수였던 것 같습니다.

여당의 선거를, 한 위원장을 내내 힘겹게 만든 장본인은 아이러니하게도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이번 총선에서 가히 여권의 '엑스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정(醫政) 갈등과 이종섭(전 주호주 대사)·황상무(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사건 등이 결정적입니다. 본인의 생각과 고집에 갇혀 국민과 싸우겠다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민감한 시기에 대통령이 나서 정권 심판론에 불을 붙인 흔치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이즈음 조국혁신당의 조국 대표가 이번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떠오릅니다. 상당한 화력에 개인적인 서사와 스타일까지 갖춘 인물입니다. 딱 맞는 타이밍에 선명한 기치를 내걸고 등장하자 민심은 크게 출렁였습니다. 민주·진보 진영 스피커로서의 영향력, 문재인 정부 시절 쌓은 정치적 경험, 정적(政敵)의 집권 후 사법적 수난으로 단련된 내공 등 한동훈 위원장은 조 대표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난감한 처지에 빠졌습니다. 당장 비례대표 선거 득표율에 빨간불이 들어왔습니다. 같은 편이지만 경쟁해야 하는 이런 관계를 설정한 건 조국 대표였고, 그래서 주도권은 조국혁신당에 있었습니다. 지역구도 비례도 민주당을 선택해달라는 '몰빵론'은 이런 국면에서 나온 수세적 캠페인이었습니다. 이재명 원톱 야권 단일대오 구상은 수정이 불가피하게 되었습니다.

총선 과정에서 당내를 평정한 이재명 대표가 마주한 또 다른 곤혹스러움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참전입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함께 지지하는 문 전 대통령의 전면적 행보는 이 대표의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선거 이후 국회 운영, 전당대회, 대선 경선 등을 앞둔 그로서는 '친문'의 구심력 확보는 경계해야 하는 일이었을 테니까요.

문재인, 이재명, 조국. 화려한 면면의 야권 인사들이 저마다의 논리로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고 나서자 선거전은 더 거칠어졌습니다. 주장이 선명하고 칼끝이 날카로울수록 지지층은 환호했습니다. 김건희·한동훈 특검법 발의가 새 국회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습니다. 대통령의 불법을 전제로 탄핵을 암시하는 발언까지. 야권의 기세는 거침없었습니다.

여야 어디서도 민생을 돌보지 못한 지난 정치를 반성하고 더 좋은 정치를 약속하는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후보자의 공약을 들여다보며 비교하고 더 좋은 사람을 선택해달라는 뻔한 말조차 없었습니다. 서로 심판하자며 악다구니를 치는 통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저는 도통 알 수 없었습니다.

"피의 시대에서 땀의 시대를 지나 이제 눈물의 시대를 맞이했다." (이어령)

앞선 세대가 흘린 피와 땀 덕분에 우리는 비로소 위로하고 공감하며 눈물을 흘릴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갈 자격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어쩐지 지금의 정치 환경에서 우리는 서로를 증오하고 저주함으로써 존재의 정당성을 확인하는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선거를 지켜보며 좋은 정치를 갖는다는 게 꿈처럼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응원하는 편의 승패와 무관하게, 그래서 저는 이번 선거가 내내 못마땅했습니다.

어느 쪽이 이기든 제22대 국회는 선거로는 끝나지 않은 전쟁을 이어갈 것입니다. 이긴 쪽은 국민의 뜻이 오로지 심판이라고 믿으며 더 강하게 더 철저하게 상대를 죽이려 나설 것입니다. 나의 한 표는 그런 뜻이 아니었는데, 경고장을 사형 집행 명령쯤으로 왜곡하지나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바깥의 세상은 포근한 봄입니다만, 여의도의 동토는 도무지 풀릴 기미가 보이질 않고 날카로운 바람 소리로 가득합니다. 새 진용을 갖추게 될 우리 정치에 별다른 기대를 할 수 없어 서글픕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

박해성 티브릿지 대표는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선거, 빅데이터, 공공정책 분야의 컨설턴트입니다. 2019년부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2022년 대통령직속 자문기구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돼 지역산업·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 국가적 과제 해결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업인으로서,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감수성과 현실을 직시하는 균형감각을 신념으로 삼고 있습니다.

[정조준47]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막 던지는 한미 당국의 처지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4/09 [22:33]

‘아니면 말고’

 

최근 기사를 보면 한국이든 미국이든 정부가 전략적 계획과 뚜렷한 목표 없이 마구잡이 식 발표를 하거나 정책을 내놓는 일들이 잦습니다. 

 

먼저 우리 정부가 러시아 기업, 개인 등을 처음으로 독자 제재한 일부터 봅시다.

 

외교부는 4월 2일 “러북 군수물자 운송에 관여한 러시아 선박 2척과 북한 해외노동자 송출을 통해 북한 핵·미사일 개발 자금 조달에 관여한 러시아 기관 2개, 개인 2명을 4월 3일 자로 대북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했습니다. 

 

북한과 관련 있기에 대북 제재라고 했지만 러시아 선박, 기관, 개인을 제재한 것이니 실질적으로는 대러 제재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나라의 대러 독자 제재로는 처음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제재란 상대방이 피해를 보고 어려움을 겪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 제재로 러시아가 고통을 받아야 하는데 그럴 것 같지 않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유로 지난 2년 동안 대러 제재를 했으나 러시아는 타격을 받지 않았습니다. 

 

하물며 우리나라가 독자 제재를 한다고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역으로 우리 쪽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 에너지 자원을 정상적으로 수입하지 못하여 지금까지도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당장 하루 만에 러시아가 반박 성명을 냈습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4월 3일 브리핑에서 “한국이 러시아 시민과 선박, 기관을 일방적으로 제재한 것은 비우호적인 조치”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했습니다. 

 

▲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  © 러시아 외무부

 

이어 “이번 조처가 한러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면서 러시아도 제재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또 러시아 외무부는 5일 이도훈 러시아 주재 한국 대사를 초치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제재를 포기하라”라고 촉구했습니다. 

 

다음으로 통일부가 4월 2일 발표한 「북한의 우리 총선 개입 시도 관련 통일부 입장」을 봅시다.

 

통일부는 “북한은 우리 선거 일정을 앞두고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의 관영 매체를 통해 대통령을 모략·폄훼하며, 국내 일각의 반정부 시위를 과장해 보도하고, 우리 사회 내 분열을 조장하는 식의 기사가 계속 실리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총선을 앞두고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불순한 시도에 대해 다시 한번 강력히 경고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통일부 당국자가 기자들과 만나 “노동신문 등을 보면 우리 총선을 ‘심판의 날’로 규정하고 반정부 여론 확산을 시도하고 있다”라며 ‘대통령 모략·폄훼’, ‘정권 심판론 날조’, ‘전쟁 위기 조장’, ‘우리 사회 내 분열 조장’, ‘독재 이미지 조작’ 시도 등을 구체적인 이유로 들었다고 합니다.

 

통일부 발표 자체가 뜬금없고 근거조차 빈약해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정부가 불리한 총선 판세를 뒤집으려고 북풍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과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북쪽의 비난이 우리 총선과 어떻게 연결되나”라며 “북쪽이 발끈해서 뭐라도 해주기를 바라고 밑밥을 까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으면 통일부가 나설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엔 미국으로 눈을 돌려봅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4월 2일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두 정상의 직접 소통은 4개월여 만이며 두 시간 가까이 통화했다고 합니다. 

 

백악관은 통화 후 보도자료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끈질긴 헌신(enduring commitment)을 강조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미국의 의지를 중국에 전달하고 중국도 나서주기를 바란 것 같은데 뭔가 해결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미중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북한을 제어할 수 있다고 확신하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이 북한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은 미국도 알고 있는데 ‘고장 난 레코드’처럼 끊임없이 같은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을 제대로 보라

 

이런 ‘아니면 말고’ 식의 하나 마나 한 정책이나 발언들이 왜 나올까요?

 

현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거나 분석하지 못하고 주관적 욕망에만 기대어 판단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가 러시아를 독자제재하려면 군사적, 경제적으로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럴 힘이 있을까요?

 

군사적으로 보면 러시아는 핵보유국이고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군사강국입니다. 

 

반면 우리는 전시작전권도 없는 나라입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러시아는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도 끄떡없습니다. 

 

반면 우리는 제재를 받지도 않는데 상당한 경제적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객관적으로 우리가 러시아를 제재할 상황이 아닙니다. 

 

잘못하면 우리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역학관계를 냉철하게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통일부의 북한 총선 개입 발표는 정말 한심하기에 그지없습니다.

 

통일부에서 그렇게 발표하면 국민들이 믿어줄까요?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입니다. 

 

국민들은 이것이 북풍 조작인 것을 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 정부·여당에 총선이 어려운 것은 북한 때문이 아닙니다. 

 

그냥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당이 잘못해서입니다. 

 

이것이 객관적 현실입니다.

 

문제를 자기 자신에게서 찾지 못하니 이상한 해법과 꼼수가 나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윤석열 대통령과 국힘당은 북한이 아니라 국민에게 응징당할 것입니다.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북한을 설득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는 중국이 설득한다고 해서 되고 안 되고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미국이 제시한 금지선(레드라인)을 모두 넘어서 실질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가진 전략국가가 되었습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것이 객관적인 현실입니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 비핵화가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중국을 움직인다고 해도 소용없다는 것 역시 알고 있습니다. 

 

단지 이런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겁니다. 

 

미국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간에 현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북한을 비핵화하겠다는 것은 미국의 주관적인 욕망, 바람일 뿐입니다.

 

관심은커녕 조롱만

 

예전에는 이런 뉴스들 하나하나가 주요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런 호응과 지지, 울림이 없습니다. 

 

그냥 나왔다가 흘러가는 그저 그런 뉴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어차피 발표한 내용에 실현 가능성이 없고 효과에 대한 기대도 없기 때문입니다.

 

언론에는 한국의 대러 독자 제재 발표보다 러시아의 맞대응 경고가 더 비중 있게 실립니다. 

 

한국의 대러 제재가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은 없고 한러관계만 악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집니다. 

 

대러 제재에 동참한 한국이 경제적 피해를 보는 사례도 이미 나왔습니다. 

 

지난해 12월 현대차는 러시아 공장을 러시아 업체에 단돈 14만 원에 매각했습니다.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조건을 달았지만 한러관계가 2년 이내에 개선되지 않으면 공장 하나를 그냥 날리게 됩니다. 

 

공장을 인수한 러시아 업체는 올해 1월 9일 공장 재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통일부 발표 역시 호응은 찾아볼 수 없고 비판과 조롱만 나오고 있습니다.

 

보수언론 기자들조차 황당한지 통일부 당국자에게 조목조목 따져 물을 정도입니다. 

 

북한의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일반 국민들이 볼 수 없는데 이런 매체를 통해 북한이 우리 총선에 개입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소리라고 기자들이 지적하자 통일부 당국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 국민들이 노동신문 보도 내용을 접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군색한 변명을 하였습니다. 

 

또 북한은 총선과 무관하게 윤석열 대통령 집권 이후 정권 비판을 꾸준히 해왔는데 이를 총선 개입으로 보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기자들이 최근 북한의 윤석열 정권 비판 보도가 더 심해졌냐고 묻자 통일부 당국자는 “심하다, 약하다 차원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습니다. 

 

국민들도 ‘또 북풍 공작이냐’라며 통일부를 조롱합니다. 

 

심지어 3월 말 이른바 ‘종북 현수막’을 게시하려다 취소한 국힘당의 총선 방향과도 맞지 않아 정부와 여당이 엇박자를 내는 모양이 한심한 수준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 역시 별다른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중국도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새로운 내용이 아니기 때문에 언론도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미국과 한국의 입장이 매우 궁색해 보입니다. 

 

마치 기둥이 무너지고 잡초가 무성한 폐가를 보는 것 같습니다. 

 


나오는 대책들도 시원하지 않고 새로운 것도 없습니다. 

 

최근 존 볼턴 백악관 전 안보보좌관의 발언이 미국의 처지를 대변해 주는 것 같습니다.

 

볼턴 전 보좌관은 4월 3일 조선일보와 대담에서 “그간의 협상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는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군축으로 전환한다고 해도 북한의 군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 또한 자명하다. 시간이 많지 않았지만 비핵화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 북한의 세습 공산 독재 체제가 매우 불안정한 기반에 놓여 있다는 점도 비핵화 과정에 염두에 두어야 하는 변수다”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핵개발 저지는 실패하였고 앞으로 시간도 없는데 별다른 대책 역시 없다는 것을 인정한 발언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인정하고 협상하는 것도 싫은 겁니다. 

 

남은 대책은 북한 스스로 무너지는 것밖에는 없다는 것인데 그거야 열 번, 백번도 넘게 미국에서 나온 말 아닙니까? 

 

미국의 처지가 딱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몇 시간 뒤면 총선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뭘 해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외교부, 통일부가 국힘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뭐라도 해보겠다고 하는 것 같은데 헛발질하고 있는 걸 보십시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민주 과반 땐 의회 주도권…야권 180석 땐 윤 정부 견제력 더 세져

 

총선 결과가 좌우할 정치 지형

기자고한솔
  • 수정 2024-04-10 07:10
  • 등록 2024-04-10 05:00
전국 19개 의제별 연대기구와 7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와 ‘복지국가’, ‘표현의 자유 확대’ 등을 위해 투표에 참여하자는 내용의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후와 저출생,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안전,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를 해결할 정책과 대안 없이 비방과 선심성 공약만 내놓은 정당들을 비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전국 19개 의제별 연대기구와 79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2024 총선시민네트워크’ 관계자들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하루 앞둔 9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지속가능한 사회’와 ‘복지국가’, ‘표현의 자유 확대’ 등을 위해 투표에 참여하자는 내용의 행위극을 하고 있다. 이들은 기후와 저출생, 인권과 민주주의, 평화와 안전, 경제적 양극화와 불평등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를 해결할 정책과 대안 없이 비방과 선심성 공약만 내놓은 정당들을 비판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표에 참여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4·10 총선 결과엔 22대 국회의 구성과 지향은 물론,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주도권의 향배가 달려 있다. 각 당 내부의 세력 재편, 야당끼리의 경쟁 등 정국 구도의 변화 역시 총선 결과에 좌우된다. 정치권 안팎에선 ‘야당이 승기를 잡았다’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설령 그렇더라도 여야 격차가 얼마나 날지, 여당이 최종적으로 몇석을 확보할지에 따라 상황은 다르게 전개될 수 있다.

투표를 하루 앞둔 9일까지, 여의도에서 가장 유력한 총선 전망은 비례대표를 포함해 ‘더불어민주당 150석+α(알파)’다. 민주당이 국회 단독 과반을 차지해 원내 제1당 지위를 유지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와 같은 정부와의 대치 국면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 의사 진행 권한을 가진 국회의장을 차지하게 되고, 상임위원장 배분 등 국회 구성에서도 유리한 위치가 된다. 정부가 추진하더라도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법률안·예산안 처리, 국무총리 등 주요 인사의 임명 등도 민주당이 열쇠를 쥐게 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유세 등을 통해 여러차례 “민주당 독자적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해야 강력한 국정 견제를 하고 개악을 막을 수 있다”고 한 배경이다.

민주당 단독 과반은 물론, 조국혁신당 등 민주당과 공동전선을 펼 수 있는 다른 야당들까지 합쳐 ‘야당 180석’을 넘게 되면 국회의 정부 견제력은 더 커진다. 21대 국회에서도 180석 이상을 확보한 야당들은 국민의힘 반대와 무관하게 쟁점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즉 300석 기준 180석 이상 찬성 필요)으로 지정하고 본회의에서 통과시켜왔다. 180석 이상이면 본회의 의사 진행을 막는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도 중단시킬 수 있다.

임기 중반으로 접어든 윤석열 대통령으로선, 야당 특히 민주당의 협조 없이는 순조롭게 국정을 운영할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과반 의석을 가진 정당이 의회 정치를 주도하기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이재명은 범죄자’라는 시각을 접지 않고 타협을 거부하며 지금까지의 태도를 고수한다면, 여·야·정 모두 아무런 정책 성과 없이 무한 정쟁에 빠져들 수 있다.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다섯차례 행사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 등 법안 9개가 무산된 일이 거듭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의석수가 의회 과반을 넘길 경우, 두 당이 협력하면서도 경쟁하는 모습이 관전 포인트가 될 수 있다. 조국혁신당은 10석 이상을 얻으면 법안을 단독 발의할 수 있고 각종 표결에서도 결정적인 캐스팅 보터 역할이 가능해진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개혁 경쟁 혹은 선명성 경쟁을 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강하게 견제할 것”이라며 “그러다 보면 반대를 위한 반대도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야당 200석’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주로 국민의힘이 선거 막바지에 언급해왔는데, 200석은 대통령 탄핵소추와 개헌이 가능하고, 재의요구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의석수다. 다만 정치권에서 이는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가 다수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거듭 “개헌 저지선(100석)마저 뚫리면 대한민국의 성과를 모두 무너뜨리게 된다”고 말한 것처럼, 국민의힘 지지층의 위기감을 고조시켜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려는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는 얘기다.

대체적인 전망과 달리 민주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민주당에선 이재명 대표 책임론이 제기되며 시끄러워질 수 있다. 국민의힘이 원내 제1당으로 올라설 경우, 당은 한동훈 위원장 중심으로 결속하고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게 된다. 과반 의석을 넘긴다면 한 위원장의 구심력은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에 크게 못 미칠 경우, 한 위원장의 입지가 불안해지는 것은 물론 윤 대통령 탈당 요구도 나올 수 있다. 총선 뒤 치러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윤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당대표가 선출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선담은 기자 sun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