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3일 목요일

2019 북 신년사를 읽는 8개 키워드

2019 북 신년사를 읽는 8개 키워드
새해 첫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발표되자 너도나도 앞을 다퉈 해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사실 지난해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과 남북관계 개선을 언급한 후 한반도 정세는 격변했고, 민족사적 대 전환이 일어난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반응이 과도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온 민족이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구호와 함께 발표한 신년사에서 8개 키워드를 뽑아 남북관계, 북미관계를 전망해 본다.
1. 극적인 변화
“지난해는 70여년의 민족분렬사상 일찌기 있어본적이 없는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 격동적인 해였습니다.”
평창올림픽, 판문점선언, 6.12북미정상합의, 9월평양공동선언, 남북군사분야합의서 등 평화와 번영을 이룩한 남북관계의 대전환을 ‘극적인 변화’라고 했다.
흔히 ‘극적’이란 ‘한정된 시간과 공간에서 주제를 구현하는 연극에서나 볼 수 있는 감격적이고 인상적인’이란 뜻이다. 현실을 극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지난해 한반도에 벌어진 변화가 그 만큼 격동적이 었음을 의미한다. 실제 지난해는 10년에 한번 벌어질까 말까하는 사변적인 변화가 여러차례 일어났고, 70년만에 남북미 3각관계의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꿔 놓았다. 실로 극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2. 첫걸음
“아직은 첫걸음에 불과하지만…,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수 없었던 경이적인 성과들이 짧은 기간에 이룩된데 대하여 대단히 만족합니다.”
지난해 이룩한 경이적인 성과는 아직 첫걸음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는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처럼 첫걸음을 땐 것에 큰 의미부여를 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과제를 실현하는 데서도 처음처럼 남과 북이 손을 굳게 잡고 계속 한 뜻으로 나가자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장 대북제재의 틀에 갖혀 남북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교류와 경제협력이 난관에 봉착했다. 또한 한미합동군사훈련도 재개하지 않겠다는 확답을 아직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갈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3. 덕
“북남사이의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발전시켜 민족적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며 온 겨레가 북남관계개선의 덕을 실지로 볼 수 있게 하여야 합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누가 덕을 보게 될까? 신년사에선 우리가 잘 생각하지 않았던 덕을 온 겨레가 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덕을 본다는 것, 그것도 세상 덕을 본다는 것은 낯선 경험이다. 평화와 번영, 그리고 통일이 되면 온 겨레가 덕을 보게 된다니…, 너무나 당연한 말인데 일찍이 생각하지 못했던 말이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가 됐다.
4. 댓가없이
“개성공업지구에 진출하였던 남측기업인들의 어려운 사정과 민족의 명산을 찾아보고싶어하는 남녘동포들의 소망을 헤아려 아무런 전제조건이나 대가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습니다.”
사실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박근혜 정부가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또한 북은 단한번도 재개의 전제조건이나 댓가를 요구한 사실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제와 댓가를 언급한 것은 재개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하여 반드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을 재개하겠다는 강한 의지로 읽힌다.
2018년 남북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평창올림픽이 열었다면, 2019년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 이행의 길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로 뚫자는 계획을 남측정부와 공유함으로써 이 문제를 평창올림픽을 대하던 것처럼 받아 달라는 호소로 풀이된다.
5. 민족의 보금자리
“우리 민족끼리 서로 마음과 힘을 합쳐나간다면 조선반도를 가장 평화롭고 길이 번영하는 민족의 참다운 보금자리로 만들수 있다는 확신을 온 겨레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삼천리 조국강토는 5천년 이어온 우리민족의 보금자리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와 미군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면서 계속된 전시상태와 핵위협으로 하여 참다운 보금자리 구실을 못했다.
‘보금자리 사랑할 줄 모르는 새는 없다’는 속담처럼 누구나 제 보금자리를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고 극진히 아낀다. 한반도를 우리민족의 보금자리로 생각한다면 위험한 핵미사일 실험은 하지 말아야 하며, 외세를 끌어들여 전쟁연습을 하는 행위는 당장 중단해야 한다.
6. 간섭과 개입
“북남관계를 저들의 구미와 리익에 복종시키려고 하면서 우리 민족의 화해와 단합, 통일의 앞길을 가로막는 외부세력의 간섭과 개입을 절대로 허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개성 공동연락사무소와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정상화하여 판문점선언과 9월평양공동선언을 이행할 대신 한미 워킹그룹을 만들어 남북관계를 파탄내려는 미국의 음모에 일침을 놓은 발언으로 보인다.
신년사는 저들의 구미와 이익에 복종할 것인지, 온 민족의 관심과 열망을 따를 것인지 선택을 요구하고 있다.
7. 마주앉을 준비
“나는 앞으로도 언제든 또다시 미국대통령과 마주앉을 준비가 되여있으며 반드시 국제사회가 환영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6.12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 의지를 재 천명함과 동시에 미국에 합의 이행을 압박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이 대북제재를 철회하고 관계개선의지를 보여야 2차 북미정상회담 성사 된다는 것을 암시, 공을 미국에 넘김으로써 트럼프 정부의 결단을 촉구하는 의미도 있다.
실제 풍계리 핵시설 폭파 등 북이 취한 비핵화 조치에 비하면 미국은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제재의 수위를 높이는 등 정상간의 합의를 묵살해 버렸다. 미국이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제시한 셈이다.
8. 부득불
“미국이 세계앞에서 한 자기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우리 인민의 인내심을 오판하면서 일방적으로 그 무엇을 강요하려들고 의연히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수없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수 없게 될 수도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6.12정상합의를 통해 북한(조선)과의 새로운 관계를 약속해 놓고, 한미 워킹그룹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을 방해하고, 대북제재를 강화하면서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겠다며 대북 압박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신년사에서 미국이 이처럼 계속해서 약속을 위반한다면 “어쩔수 없이 부득불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는 완곡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미국의 결단을 재차 촉구하는 의미가 크다. 물론 이미 핵보유국인 북한(조선)이 미국의 제재와 압박을 계속 당하고만 있을 리 없다. 그 새로운 길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 이미 잘 알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온 민족이 《력사적인 북남선언들을 철저히 리행하여 조선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제시한 2019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가 격동적인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남북해외 전민족의 관심이 하나로 모여들고 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전두환은 민주주의 아버지” 이순자 망언, 자유한국당에도 책임 있는 이유

[정치톡] 자유한국당의 비협조로 첫 발도 못 뗀 5.18 진상조사
장재란 기자 blackdog@vop.co.kr
발행 2019-01-04 10:37:43
수정 2019-01-04 10: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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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 (자료사진)
전두환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 (자료사진)ⓒ민중의소리

최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의 이 같은 망언이 국민의 분노를 샀습니다."민주주의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저는 우리 남편이라고 생각한다." -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지난 1일 한 극우성향의 매체와의 인터뷰 중)
이순자 씨뿐이겠습니까. 광주 시민 학살의 '장본인'으로 꼽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은 2017년 '5.18 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의 소행'이라는 왜곡된 내용이 담긴 저서 '전두환 회고록'을 내는 등 아직도 반성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국민들은 '나무야 미안해'라는 댓글을 달며 분노를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책을 위해 종이가 된 나무에게 미안함을 표현한 일종의 비판 물결이었습니다.
5.18 진상조사위원회, 자유한국당 비협조 속 방치 
자유한국당 "다른 현안 많아 5.18 진상조사위만 집중하기 어렵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이처럼 40년 가까이 흘렀지만 여전히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왜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무엇보다 우선 분명한 진상조사가 필요합니다. 국민들의 오래된 요구이기도 하지요.  
이를 위해 이미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작년 2월에 통과됐습니다. 특별법은 작년 9월 14일부터 시행됐습니다. 특별법은 5.18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성폭력은 물론 시민을 향한 군의 최초 발포와 집단 발포 책임자 및 경위, 계엄군의 헬기 사격 경위, 사격 명령자, 시민 피해자 현황 등을 규명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다 되도록 국회는 진상조사위도 꾸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장(1인), 더불어민주당(4인), 바른미래당(1명)은 추천 위원 명단을 제출했지만, 자유한국당이 위원(3인) 명단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유한국당도 위원을 추천하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습니다. 지난해 김성태 전 원내대표 시기에 일부 국방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극우논객' 지만원 씨를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했습니다. 지 씨는 '5.18 민주화운동은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이에 자유한국당을 향해 '5.18 진상조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김 전 원내대표는 난색을 표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지 씨를 포함해 여러 인물이 추천되어 있고, 아직 검토 중에 있다며 발을 뺀 것입니다.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북한군이 침투, 시민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지만원 씨가 2017년 1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등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북한군이 침투, 시민들을 선동해 폭동을 일으켰다고 주장한 지만원 씨가 2017년 11월 30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등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뉴시스
그러자, 감정이 상한 지 씨는 지난해 11월 김 전 원내대표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규탄 집회를 열었습니다. 지 씨는 김 전 원내대표를 "국가해충"이라고 지칭했고, "북한의 남침 사실이 알려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인민군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 "그동안 우익단체 코스프레 하던 김성태가 드디어 빨갱이로 커밍아웃했다"라고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격분한 김 전 원내대표는 지 씨를 겨냥한 듯,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사는 5.18진상조사위원에서 거르겠다'고 선언합니다. 또한 정치적 중립성과 객관성을 담보하는 인물로 추천하겠다며 '공모 절차'를 밟겠다고 공식화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자료사진)ⓒ정의철 기자
그러나 해를 넘기도록 자유한국당은 여전히 5.18 진상조사위 명단을 제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산적한 현안이 많아, 5.18 진상조사위 구성에만 집중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순례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3일 민중의소리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모 절차를 통해 10명의 인사를 추려 면담을 진행중"이라며 "다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원회 출석,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청와대 개입' (의혹) 등 현안이 많아, 5.18 진상조사위 명단 작성에만 집중하기 어렵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12월 김 전 원내대표 후임으로 임기를 시작한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날 "검토 중"이라는 입장만 내비쳤습니다.  
지난해 9월에 시행된 특별법이 자유한국당의 비협조 속에 이렇게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전화통화에서 "자유한국당이 5.18 진상조사위를 꾸리는데 협조했다면 우리 국민들이 이순자 씨의 망언을 듣지 않았을지 모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보수 혁신 위해 온 김병준, 자유한국당에 녹아드나 
"전두환은 민주주의의 아버지" 이순자 씨 망언에 논평조차 없는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자료사진)ⓒ김슬찬 기자
자유한국당이 이토록 비협조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순자 씨의 망언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자유한국당의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이순자 씨의 망언에 대해서 여야 4당(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이 논평을 내도 자유한국당만은 침묵을 지켰습니다.  
"눈물로 일궈낸 '민주주의'라는 네글자를 농락하지 말라" - 민주당 논평(지난 2일) 
"국민을 상대로 온갖 만행을 자행한지 40여년이 지났지만 일말의 반성도 없이 변함없는 뻔뻔함은 따를 자가 없음이 분명하다" 바른미래당 논평(지난 2일) 
"5.18 진상규명에 앞장서서 협조해도 모자랄 판에 5.18 단체들과 광주 시민들을 정면으로 모욕했다" - 민주평화당(지난 2일) 
"이토록 국민을 우롱하니 강제구인을 해서라도 법정에 전 씨를 세워야한다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것" -정의당(지난 2일)
논평뿐만 아니라 공식 회의 석상에서조차 일언반구의 언급이 없자, 기자들은 궁금했습니다. 김 비대위원장이 이순자 씨의 망언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입니다.
그런데 김 비대위원장의 답변은 무책임하기 그지없었습니다. 
"아내가 남편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는지를 두고 논쟁삼을 일은 아니지 않나. 아내가 남편에 대해서 한 사사로운 이야기다", "공직을 떠난 남편에 대해 아내가 한 평가를 가지고 크게 문제 삼을 게재가 되는가" - 김병준 비대위원장
다만, 김 비대위원장은 논란이 될 것에 대비해 황급히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국민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라고 말입니다.  
김 비대위원장의 발언만 본다면, '언급할 필요성이 없다'라고 선을 그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김 비대위원장에게도 분명 언급해야 할 책임은 있어 보입니다.
김 비대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지난 대선·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이후, 보수 혁신을 위해 외부에서 영입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국민적 공분을 산 이순자 씨의 발언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입장조차 내지 않고 오히려 감싸고 있는 걸 보면 보수 혁신은 아직 먼 이야기인 것만 같습니다.
김 비대위원장이 '보수 혁신'을 목표로 한다면 국민적 공분을 산 이순자 씨의 망언에 대해, 나아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켜야 할 것입니다.
강병원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자유한국당의 가치를 바꿔보겠다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김병준 비대위원장이 당의 부끄러운 모습을 감싸는 것을 보면서 보수 혁신은 물 건너 갔다고 생각한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기재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연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긴급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자료사진)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정무·기재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연 신재민 전 사무관 관련 긴급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자료사진)ⓒ김슬찬 기자
다시, 이순자 씨의 망언으로 돌아가 보려 합니다. 만약 자유한국당이 제때 5.18 진상조사위 명단을 제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5.18 진상조사단의 조사로, 당시 계엄군이 자행한 각종 폭력의 책임자는 누구였는지 보다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을까요. 이 조사를 바탕으로 한 법적 처벌의 길도 열릴 수 있을 겁니다. 그랬다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나 이순자 씨의 망언 같은 건 더 이상 나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국민들은 이순자 씨의 망언을 들으면서도 아무것도 못하고 자유한국당의 추천 완료만을 기다려야 하기에 속이 바짝 타는 새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이 제 할 일은 하는 정당으로 거듭나도록 새해 소원을 빌어봅니다.  
‘정치톡’은 정치팀 기자들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슈의 전말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기사입니다.  

OECD에서 가장 재정 불균형 큰 국민연금

[오건호의 연금개혁 완전정복] ③ 연금 개혁, 미룰 때 아니다
2019.01.04 09:15:22





<1회> 문재인 정부 연금안 평가 : 재정 개혁 방기
<2회> 국민연금 재정 계산 : 70년 계산 믿을 수 없다?
<3회> 국민연금의 특징 : 미래 재정 불안정
<4회> 국민연금의 재정 목표 : 재정 균형
<5회> 외국에서 연금 재정이 안정적인 이유
<6회> 국민연금의 부과방식 전환, 가능한가?
<7회> 국민연금의 역설 : 재분배 vs. 역진성
<8회> 기초연금의 강점 : 사각지대 없는 노인 기본소득
<9회> 퇴직연금의 잠재성 : 중상위계층 노후 소득 보장
<10회> 연금 개혁 대안 : 한국형 다층 연금 체계

한국의 국민연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공적 연금에서 가장 수지 격차가 큰 연금이다. 연금은 내고 받는 것의 짝으로 구성되므로 결국 소득 대체율과 보험료율이 부응하지 않는 제도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이 보험료도 서민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연금이 은퇴 이후 평생 받는 현금 복지라는 걸 감안하면 급여에 비해선 상당히 낮다.

소득 대체율 국제 비교 
과연 어느 정도 낮을까? 연금 개혁 논의에서 자주 소개되는 선진국들과 비교해 보자. <그림 1>을 보면, 현재 독일은 소득 대체율이 48%, 보험료율은 18.7%이다. 스웨덴 역시 비슷하다. 핀란드는 소득 대체율이 60%로 높은 만큼 보험료율도 약 24%이다. 대략 소득 대체율 10% 당 4%의 보험료율이 설정된다.  
ⓒ프레시안(이한나)

한국은 2018년 기준 소득 대체율이 45%이고 보험료율은 9%이다. 국민연금법에 소득 대체율이 매년 0.5% 포인트씩 낮아져 2028년에 40%에 이를 예정이어서 보통 국민연금 제도를 '소득 대체율 40%, 보험료율 9%'로 부른다. 선진국의 보험료율 비율을 한국의 국민연금에 산술적으로 적용하면 소득 대체율 45%에 해당하는 보험료율은 18%, 그리고 40% 소득 대체율에는 16%이어야 한다(뒤에 설명하지만 국민연금에서 실제 필요 보험료율은 조금 더 높다). 

OECD 연금 자료를 더 살펴보자. OECD 35개 회원국 중에서 우리나라처럼 국민연금 보험료를 따로 내는 나라는 16개국이다(나머지 국가들은 통합 사회보험료를 내거나 소득 비례 연금이 없음).  

<표 1>을 보면, 2016년 기준 이 나라들의 소득 대체율 평균은 47.3%로 우리나라 39.3%보다는 다소 높으나, 보험료율은 17.9%로 우리나라의 2배이다. 즉, 소득 대체율은 한국에 비해 1.2배이지만 보험료율은 2배이다. 그만큼 한국의 국민연금은 급여와 보험료의 수지 불균형이 큰 제도임을 알 수 있다(OECD 소득 대체율은 산출 방식에서 다소 논란이 있지만 국제 비교에서 유의미한 자료이다). 
ⓒ프레시안(이한나)

미래 아이들은 보험료를 3배 내야 
현행 국민연금을 그대로 놔두면 미래에 기금이 소진된다. 급여와 보험료의 수지 격차가 큰 연금에서 당연한 결과이다. 지금은 국민연금 역사가 30년밖에 되지 않아 수급자보다 가입자가 훨씬 많으므로 기금이 계속 는다. 하지만 이후 지금 가입자들이 수급자로 전환되기 시작하면 보험료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지므로 기금이 급격히 줄어들고 마침내 소진된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현행 국민연금이 그대로 운영되었을 때를 가정한 결과이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되지 않도록 지금부터 연금 개혁을 추진하라는 메시지로 읽어야 한다.

이번 제4차 재정 계산 결과를 살펴보자. <그림 2>에서 보듯이, 국민연금 기금은 2041년까지는 계속 늘어나다가 2042년부터 적자로 돌아선다. 이 때부터는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와 기금 수익으로 연금 지출을 모두 감당하지 못해 기금의 일부를 사용해야 한다. 이후 연금 지출은 더 빨리 증가해 15년 후에는 기금이 모두 소진된다. 
ⓒ프레시안(이한나)

시기마다 연금 지출 규모는 어떨까? 시간이 흐를수록 수급자가 증가하므로 연금 지출도 늘어난다. <표 2>에서 보듯이, 2018년 국민연금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3%에 불과하지만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는 2057년에는 6.9%에 이르고 2088년에는 거의 10%에 육박한다.
ⓒ프레시안(이한나)

보통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서 가장 부각되는 수치는 기금 소진 연도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할 때 기금 소진 연도만큼 중요한 건 부과 방식 필요 보험료율이다. 이는 소진 이후 연금 지출을 모두 당시 가입자의 보험료로 부과했을 때의 수치이다. 

제4차 재정 계산 결과, 2057년에 요구되는 필요 보험료율은 24.6%, 재정 계산 최종년도인 2088년에는 28.8%이다. 지금 우리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지만 미래 세대는 우리보다 3배 이상 내야한다는 이야기이다. 지난번 제3차 재정 계산에서 기금 소진 시점인 2060년에 필요 보험료율이 21.4%였는데, 이번 재정 계산에서는 2060년 기준 26.8%로 높아졌다. 5년 전에 비해 미래 세대 부담이 더 커졌다. 

일부에선 부과 방식 필요 보험료율 대신 당시 연금 지출 규모를 기준으로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OECD 자료를 보면, 2013~2015년 기간 유럽연합(EU) 28개국의 연평균 연금 지출이 GDP 11.3%이다. 미래 한국의 연금 지출도 이와 비슷할 것이므로 "연금 지출이 미래 세대를 경제적 파국으로 이끌 것”이라는 평가는 설득력이 없다는 비판이다. (김연명, 2018, "한국 노후소득보장제도의 기본 구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연금개혁특위 워크샵 자료집>, 36쪽) 

물론 현재 유럽 나라들은 높은 연금 지출을 감당하고 있다. 미래에 한국의 연금 지출이 늘어나도 미래 세대들이 이만큼 감당할 경제적 능력을 지닐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세대 간 형평성이다. 현재 우리는 소득의 9%를 보험료로 내는데 미래 아이들은 우리와 동일한 소득 대체율을 적용받으면서도 3배를 내야 한다. 과연 우리는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서 미래 아이들에게 무거운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 합당한 일일까? 미래 세대가 이런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일까?  

국민연금 평균 수익비는 최소 2배 
그러면 우리는 국민연금에서 얼마나 덜 내고 있는지를 알아보자. 이는 국민연금 가입에 따른 수익비 개념을 통해 평가할 수 있다. 수익비는 가입자가 납부한 '총 보험료' 대비 은퇴 이후 받는 '총 연금액'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비율이다. 수익비가 1배를 넘으면 자신이 기여한 몫보다 더 받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수익'이라는 용어를 이유로 수익비가 공적 연금 평가에 부적절한 개념이라고 비판한다. 물론 이 용어가 불편하지만 수익비는 연금 수리 분석에서 가입자의 급여 혜택 구조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국민연금공단 역시 국민연금의 특징으로 홍보하는 지표이다. 

서구 나라들은 공적 연금의 재정 상태를 진단하는 지표로 적립률(연금 자산/연금 부채), 지속가능계수, 기대여명계수 등을 사용한다. 이를 토대로 지표의 값이 '1'에 도달하도록 재정안정화 개혁을 추진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이러한 지표를 생산하지 않는 대신 기금 소진, 부과 방식 필요 보험료율 등을 사용한다. 한국도 다양한 지표가 개발되기를 바라며, 국민연금처럼 수지 격차가 큰 제도에서는 수익비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유용한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국민연금의 공적 성격을 훼손하려는 취지가 아니라 국민연금 재정 구조의 특징과 우리 세대가 수행해야 할 책임을 인식하기 위한 개념으로 이해하기 바란다.

<표 3>은 국민연금공단이 발간한 <2018 국민연금 바로보기 : 국민연금을 말하다>에 실린 수익비이다. 2028년에 가입하는 평균 소득자의 경우 수익비가 1.8배에 달한다(40년 가입 기준). 
ⓒ프레시안(이한나)

이 수익비도 상당히 높지만 실제는 이보다 더 높다는 게 최근 분석으로 알려졌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다음 두 가지 변화를 반영해 새롭게 분석한 결과이다. 

첫째, 기존 국민연금공단의 분석은 연금 급여에 유족연금을 포함하지 않았다. 연금 급여에는 가입자가 직접 받는 노령연금뿐만 아니라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배우자나 자녀가 받는 유족연금도 존재한다. 2017년에 유족연금은 국민연금을 받은 사람 중 15.5%, 전체 연금지출액의 10.3%를 차지한다. 당연히 수익비 계산에 유족연금을 포함해야 정확히 수치가 도출될 수 있다. 

둘째, 지금까지 국민연금공단은 수급자가 20년 동안 연금을 받는다고 계산했다. 65세 시점에서 생존하는 기간인 기대여명을 20년으로 가정한 분석이다. 최근 통계청에 의하면 점차 수명이 길어져 2028년 가입자는 노후에 기대 여명이 평균 25.3세에 이를 전망이다. 연금 수지 분석도 최근 인구 통계를 반영해 수급 기간을 25년으로 설정하는 게 타당하다.

이에 가입자가 얻는 총급여에 유족연금을 포함하고, 수급기간을 25년으로 적용하면 국민연금 평균소득자의 수익비는 2.6배로 올라간다. 향후 연금 개혁 논의에서는 국민연금의 수익비로 기존 1.8배 대신 2.6배를 사용해야 한다.  
ⓒ프레시안(이한나)

한편 수익비 계산에서 유의할 변수가 할인율이다. 어떤 변수로 할인하느냐에 따라 수익비 수치가 달라진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이 보험료와 급여가 모두 가입자 소득에 연동하는 '확정급여형' 제도이기에 수익비 계산에서 할인율로 임금상승률을 사용한다. 나름 일리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 임금 상승률로 할인하면 국민연금기금이 지닌 '초과 수익(기금 수익 중 가입자 소득 증가를 넘어선 몫)'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 초과 수익은 가입자의 보험료가 만들어낸 수익이므로 국민연금의 세대 간 기여 분석에서는 가입자 몫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초과 수익을 포함해 '실질 수익비'를 알기 위해서는 기금수익률로 할인할 필요가 있다. 이러면 수익비는 평균소득자 기준 2.1배로 조금 낮아진다(40년 가입 기준. 20년 가입에선 2.2배).  

정리하면, 국민연금에서 가입자가 얻는 수익비는 기금수익률로 할인해도 최소 2배이다. 우리가 받을 만큼 보험료를 낸다면 지금보다 2배를 내야 한다. 수지 균형 필요 보험료율로 따지면 국민연금 소득 대체율 40%에서 18%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에서는 소득 대체율 10%에 부응하는 보험료율은 약 4.5%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미래 기대여명이 선진국에 비해 조금 길어 필요보험료율도 조금 높게 산출될 수 있다. 2060-65년 기준 한국 65세 노인의 기대여명은 OECD 평균에 비해 남자는 1.9년, 여자는 3.7년 길다(한국 남자 23.8년, 여자 29.5년). (OECD, Pensions at a Glance 2015, 157쪽) 
ⓒ프레시안(이한나)
  
우리 세대가 국민연금에 얻는 혜택을 직시하자. 서민에게 보험료 부담이 크지만 그럼에도 국민연금에서 얻는 혜택이 무척 크다. 근래 자발적으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임의 가입자들이 늘어나는 것은 역설적으로 국민연금의 수지 격차가 크고, 그만큼 미래 세대에게 짐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중부담'하니 미래 세대는 더 내도 된다? 
일부에선 현재 세대의 '이중부담론'을 내세워 세대 간 형평성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보건복지부도 최근 연금 홍보물에서 이중부담 개념을 사용한다. 우리 세대의 부족한 기여를 미래 세대가 책임지는 방식이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세대 간 재분배'라는 설명이다. (국민연금공단, 2018. 10, <"국민연금 복습하기 : 국민연금의 사회보험으로서의 특성은?">)

지금까지 인류 역사는 자식이 부모를 사적으로 부양하는 방식이었다. 자식들은 부모에게 부양을 받으며 성장하고 나중에 노인이 된 부모를 부양했다. 그런데 공적 연금을 도입하는 첫 세대는 공적 연금이 없는 부모를 예전처럼 사적으로 부양하고 동시에 스스로의 노후를 위해 공적연금 보험료를 내야 하니 이중부담 상태에 있다는 주장이다. 

이중부담론에 의하면, 미래 세대는 우리를 부양할 책임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진다. 우리가 공적 연금인 국민연금을 통해 노후를 보내니 자신의 노후만 준비하면 되기 때문이다. 미래 세대는 노후 부양 책임에서 현재 세대보다 짐이 가벼우니 우리가 덜 낸 보험료를 책임질 수 있다는 논리이다. 

물론 공적 연금의 기본 원리는 세대 간 연대이다. 과거에 사적으로 이루어지던 노후 부양을 공적 연금 제도를 통해 함께 이루는 세대 간 계약이다. 문제는 실제 내용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에서 이중부담론을 근거로 미래 세대에게 높은 재정 책임을 부여하는 것이 세대 간 '연대'일까, 세대 간 '전가'일까?  

일단, 사적 부양과 공적 부양을 같은 기준에서 비교하는 방법론의 문제를 별개로 삼으면, 공적연금 도입 첫 세대가 이중부담의 처지에 놓인다고 말할 수 있다. 동시에 이미 그 설명력이 점차 약화되었다는 점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도 공적연금에서 두 번째 세대를 맞고 있다. 공무원연금의 역사가 거의 60년, 국민연금도 1988년에 시행되었으니 어느새 30년이다. 2018년 기준으로 65세 이상 노인 중 거의 절반이 이미 국민연금이나 특수직역연금 등 공적 연금을 받고 있다(국민연금 41.6% + 특수직역연금 5.1% = 46.7%. 특수직역연금은 2017년 수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중부담론이 21세기 인구 구조를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중부담론이 정당화되려면 미래 세대의 부모 부양이 우리보다 가벼워야 한다. 과연 그럴까? 안타깝게도 미래로 갈수록 노인 비중이 많아질 전망이다. 뒷세대로 갈수록 부모 부양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미래 세대는 우리보다 더 많은 의료비를 지출할 것이다. 노인이 많을수록 의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기초연금은 어떤가? 올해 노인은 약 770만 명이고 앞으로 매년 약 40만 명씩 증가한다. 기초연금액이 동일하더라도 노인 수가 많아지는 만큼 지출이 늘어난다. 게다가 미래 세대는 우리가 덜 낸 국민연금 보험료 몫에다 자신의 노후를 위한 보험료까지 내야 한다. 

결국 미래 세대는 노인 증가에 따른 의료비와 기초연금 증가, 국민연금에서 우리 세대 부족 보험료와 자신의 몫까지 '4중부담'에 처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이중부담론은 부모 세대에게 우리의 '어려움'을 하소연하는 논리는 될 수 있을지언정 자식, 손주 세대들에게 우리의 짐을 넘기는 근거로는 곤란하다. 세대간 형평성이 훼손된 관계를 '연대'로 부를 순 없지 않은가. 

기금적자연도까지 23년밖에 안 남아 
왜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연금 재정 계산마다 연금 개혁 논의가 홍역을 치를까? 선진국들도 주기적으로 연금 재정을 계산하지만 우리만큼 급격한 개혁안이 도출되지는 않는다. 이미 연금 재정의 균형을 대략 맞추어 놓은 상태이므로, 추계 기간의 경제와 인구의 변화를 반영한 수준에서 연금 개혁을 논의하면 된다.  

반면 한국의 연금 개혁에서 사실상 경제, 인구 변화는 부차적 요인이다. 이미 국민연금 안에 심각한 재정불균형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5년 기간의 경제, 인구 등 제도 외적 변화가 더해지니 논리적으로 고강도 개혁안이 나올 수밖에 없다. 기금 소진, 보험료 3배 등 불편한 이야기들은 '괴담'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처한 '현실'에서 비롯된 단어들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정치권이 연금 개혁에 소극적이다. 이왕이면 다음 정권으로 미루자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그랬고 문재인 정부 역시 그러하다. 보건복지부는 당분간은 기금 적립금이 계속 증가하니 개혁을 위한 시간은 충분하다고까지 말한다. (보건복지부, <제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을 바탕으로 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2018.12, 36쪽) 안이하다. 왜 다음 정권에서 연금 개혁을 하면 된다면서 자신은 회피하는가?

연금 개혁을 또 미룰 때가 아니다. 연금 정치에서 기금 소진 연도보다 중요한 시점은 국민연금 기금이 적자로 돌아서는 2042년이다. 지금은 그래도 신규 가입자들이 기금이 증가하니 어찌 되겠지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이 가입할 때부터 국민연금기금이 적자로 돌아서 적립금을 까먹는 사실을 아는 신규 가입자라면 마음이 어떨까? 가입한 이후 15년 후면 아예 기금이 소진된다는 걸 아는 신규 가입자가 순순히 국민연금 제도에 순응할까? 기금 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시점은 이제 23년밖에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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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제재 심해지는데 어때?" 북한 동포에 직접 물었더니

19.01.04 09:22l최종 업데이트 19.01.04 09:22l




'재미동포 아줌마' 신은미 시민기자의 북한 여행기가 다시 시작됩니다. 2017년 5월 신은미 시민기자가 다녀온 북한 이야기, 이제 시작합니다.[편집자말]
  평양 '류경안과병원'. 한 북한 청소년이 진료를 받고 있다.
▲   평양 "류경안과병원". 한 북한 청소년이 진료를 받고 있다.
ⓒ 신은미
 
남편, 북한 여행 '최악의 날'

2017년 5월 17일,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불편하고 팔에 통증이 온다. 식당에 가서 죽 한 그릇을 겨우 비웠다. 안내원 경미에게 오전에는 좀 쉬고 싶다고 말하니 어서 병원에 가잔다. '류경안과병원'이라고 새로 생긴 병원이란다. 경미는 어디론가 급히 전화를 건다.

내가 괜찮다고 해도 경미는 병원 구경도 할 겸 가자면서 병원에 대해 설명한다. 남편이 옆에서 "좀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그리고 무슨 볼 게 없어서 병원 구경을 하냐"라면서 그냥 호텔에서 쉬자고 한다. 나는 경미가 내 불편함을 걱정하면서도 병원을 자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을 읽고 "가자"면서 호텔을 나섰다. 남편의 인상이 찌푸려진다.

병원은 안과종합병원으로 규모가 상당히 크다. 7~8층 되는 건물 두 개로 이뤄져 있다. 병원 바로 옆에는 짓다만 콘크리트 건물이 있다. 남녘의 한 교회가 지원해 심장전문병원을 건설 중이었는데 남북교류가 중단되면서 공사도 진척을 못 본 채 그대로 남아 있다고 한다. 

다행히 눈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 피곤해서 그런 것이라며 며칠이 지나도 통증이 계속되면 다시 오라고 한다. 심통이 잔뜩 난 남편이 "거 봐, 내가 뭐라 그랬어"라며 어서 대충 병원 구경을 하고 나가잔다.
 
 필자가 찾은 평양 '류경안과병원'. 소아안과 앞에서 북한동포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견학을 하게 되니 흰 가운을 줬다.
▲  필자가 찾은 평양 "류경안과병원". 소아안과 앞에서 북한동포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견학을 하게 되니 흰 가운을 줬다.
ⓒ 신은미
 
그러나 북한에서는 외국인이 공공기관 내부를 개인적으로 돌아다니면서 구경할 수 없다. 물론 지나가다가 그냥 들어가 구경을 해도 큰 탈은 없겠지만 안내원은 기관 담당자에게 알려 꼭 안내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다.

'류경안과병원'의 홍보를 담당하는 직원이 흰 가운 세 개를 가져와 우리 일행에게 입혔다. 이후 병원의 역사를 설명해 주는 사적관으로 안내한다. 이를 예상하지 못한 남편의 얼굴이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져 있다.

훌륭한 병원이다. 이런 현대식 병원이 북한 전 지역에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지금 북한의 의료 체제는 의약품과 의료 장비의 부족으로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제재에 의약품·의료장비는 예외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만도 않은 모양이다.

심지어는 진통제마저도 수입이 안 되는지 주민들이 중국 상인들로부터 약품을 산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악용하는 일부 못된 중국상인들이 밀가루로 만든 가짜 진통제를 파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동포로서 분노와 슬픔이 동시에 몰려 온다.
 
 김치공장 로비에 걸려 있는 대형 벽화.
▲  김치공장 로비에 걸려 있는 대형 벽화.
ⓒ 신은미
 
병원 구경을 마치니 오후에는 김치공장 관람 일정이 잡혀 있다고 한다. 북녘 동포들의 표현으로 '쩡(쨍)' 하는 평양김치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경미가 일정을 잡았단다. 이 말을 들은 남편의 표정은 '돌아버릴' 것 같은 모양새다. 병원 구경에 이어 김치공장 구경을 간다니까 자기는 택시타고 호텔로 돌아가겠단다. 경미가 온 정성을 다해 남편을 설득한다.

공장 로비에 들어서니 정면에 김장 재료들을 그린 대형벽화가 있다. 사진찍기를 거부하는 남편의 팔을 억지로 끌어당겨 경미에게 촬영을 부탁한다. 어색한 포즈로 촬영에 임한 남편이 미소를 지었는지 경미가 "기래도 사진찍으니까 웃으시는구만요"라며 아주 좋아한다.

공장을 둘러보며 경미가 말한다.

"사실은 김치공장보다 집에서 김장김치 담그는 걸 보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1톤, 2톤, 어떤 집은 3톤 담그는 집도 있습니다."

"뭐? 김장을 톤으로 담근다고?"
"네, 기렇습니다. 우리 조국에선 김장을 반년식량이라고 부릅니다."

"아니, 1톤이라니, 1톤이면 대체 몇 포기야?"
"뭐… 배추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고저 300~400포기 될 겁니다."

"그럼 3톤이면 1000포기를 담근다는 말인데 그런 집도 있단 말이야?"
"네, 식구 많은 집들은 기렇습니다. 오마니, 겨울에 꼭 한번 오십시요. 우리 집에도 오셔서 함께 김장 담가 보십시요."


그동안 북한을 아홉 차례 여행했지만 겨울엔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다. 다음엔 정말 꼭 겨울에 와 봐야겠다. 생각해 보니 우리도 예전엔 몇 백 포기씩 김장을 담글 때가 있었던 것 같다.

미리 그려보는 북한의 미래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서. 2017년 5월 이곳 풍경은 예전에 비해 조금 한산해진 듯했다.
▲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서. 2017년 5월 이곳 풍경은 예전에 비해 조금 한산해진 듯했다.
ⓒ 신은미

호텔로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택시를 타고 지난밤 식사를 했던 '미래과학자거리'로 나선다.

대단한 거리다. 세련된 도시의 다운타운 같은 느낌이다. 이 거리를 1년여 만에 완공했단다. 족히 60층 정도 돼 보이는 한 건물은 꽃잎 모양이다. 여타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유한 거리다.

(2019년 1월 1일 <로동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의 신년사를 다루면서 관련 지면에 미래과학자거리를 비롯해 려명거리, 과학기술전당 등 평양의 주요 개발현장을 "적대 세력들의 제재 책동이 극도에 달하고 시련의 난파도가 겹쳐 드는 속에서 조선의 본때, 조선의 기상을 과시하며 일떠선 시대의 기념비들"이라고 소개했다. - 편집자주)

평양의 다른 곳 같지 않게 상점이나 식당에도 모두 큼지막한 간판이 걸려 있다. 흔하디 흔하던 거리의 구호도 이곳에선 거의 보이지 않는다. 순간 정치·사회·경제적으로 북한이 추구하며 나아가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 짐작을 해본다. 북한이 추구하는 미래의 모습이리라.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의 밤풍경.
▲  평양의 "미래과학자거리"의 밤풍경.
ⓒ 신은미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서. 2017년 5월 이곳 풍경은 예전에 비해 조금 한산해진 듯했다.
▲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에서. 2017년 5월 이곳 풍경은 예전에 비해 조금 한산해진 듯했다.
ⓒ 신은미
  
대부분의 건물은 아래층엔 식당·상점·영화관 등이며 윗층엔 주거용 아파트다. 건물과 건물 사이 여기 저기에 넓직한 휴식처도 만들어 놨다. 도로는 왕복 6차선인데 앞으로 차량이 늘어나면 조금 좁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인도가 상당히 넓어서 필요에 따라 왕복 8차선 정도는 쉽게 만들 수 있겠다. 경미에게 물었다.

"경미야, 이 아파트에는 주로 누가 살고 있어?"
"이 거리를 건설하기 전 이 지역에 살고 있었던 주민들이 우선이고, 김책공대 교원들을 비롯한 과학자들입니다."


농담도 곁들인다.

"이럴 줄 알았으면 공대 교원이랑 결혼을 하는 건데 말입니다. 지금 조국에선 과학을 아주 중시합니다. 아이들도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물으면 과학자 아니면 력기(역도) 선수라고 말합니다."
"력기 선수는 왜?"
"올림픽이나 세계 대회에서 력기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니까 말입니다."


아파트 안을 구경 하고 싶다고 말하니 다음날에 일정을 잡아보겠다고 한다.

심해지는 경제제재
 
오늘 많이 걸어서인지 며칠만에 처음으로 시장기가 돈다. 경미가 '장미원'이란 식당으로 가자고 한다. 가 보니 아래층은 일종의 사우나이고 윗층은 식당이다. 사우나장 욕조에는 모두 장미꽃잎이 하나 가득 떠 있다고 한다. 식당에서 주는 차도 장미꽃 차다. 남편이 한 모금 마셔 보더니 차에서 꽃냄새가 나서 싫다고 한다. 맥주부터 주문한다.

이곳 식당에도 손님이 별로 없다. 거의 텅 비어 있다. 전날 식당에서 느낀 대로 악화일로에 있는 북미관계의 영향을 받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이런 한상차림이 한국돈으로 5만원이 채 안 됐다.
▲  이런 한상차림이 한국돈으로 5만원이 채 안 됐다.
ⓒ 신은미

가격도 모두 낮춰 놨다. 광어 한 마리, 전복,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조개 , 대형 소라, 청포묵 등 안주와 맥주 그리고 따로 주문한 세 사람의 식사 모두 합해서 한국 돈으로 채 5만 원이 안 된다. 내가 마지막으로 평양에 갔었던 2015년 10월만 해도 이 정도 음식이면 한국돈 10만 원 정도는 지불해야 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경미에게 물었다.

"유엔과 미국의 경제제재가 더 심해지는데 사람들 생활에 영향은 안 끼치나?"
"아무래도 압박이 쎄면 힘들지 않갔습니까. 뭐 긴데 우리 조국이 경제제재 하루 이틀 받았나요. '미국놈들'이 그래도... 뭐 힘들면 힘든 대로 사는 겁니다. 뭐, 일 없습니다."


북녘 동포들은 외국인을 가리킬 때 나라 이름 뒤에 '사람' 또는 '인민'을 붙인다. 예를 들면 '스웨리예(스웨덴) 사람들' 또는 '스웨리예 인민들', '중국 사람들' 또는 '중국 인민들'. 그런데 '놈'자를 붙이는 나라가 딱 둘이 있다. 이 두 나라 사람들 외 어떤 나라 사람들에게도 '놈' 자를 붙이는 걸 들어보지 못했다. 바로 일본과 미국이다.

내일(2017년 5월 18일)은 첫 수양딸 설경이네 집에 가는 날이다. 설경이 아들 의성이도 그 사이 또 많이 컸을 테지. 호텔 방에서 설경이네 식구들에게 줄 선물을 주섬주섬 챙기다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