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16일 금요일

"대개혁 못하면 대선 패배 반복된다"


[김상준-유종일 대담 ②] 탄핵 이후, 촛불 민심은 어디로?
2016.12.17 04:41:52

'박근혜'로 인격화된, 무능하고 부패한 권력과 그 권력을 떠받친 적폐 구조가 농성 중인 청와대를 매주 촛불이 에워쌌다. 탄핵이라는 제도화된 단두대에 시민들이 제 손으로 권력자의 목을 올렸으니 혁명이란 표현이 과하지 않다.

표면은 평화로우나, 촛불 시민들은 기실 어떤 제도도 감당 못할 불덩어리다. 청와대를 태우고 국회를 태운 불덩이가 이제 헌법재판소를 절단낼 기세다.

세월호 때 그랬듯이, 이제 그만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말은 박근혜를 버리고 '제2의 박근혜'를 도모하는 기득권의 교언이다. 두 번은 통할 것 같지 않다.

헌재가 탄핵을 인용하면 이 불덩이가 소멸할까? 탄핵 이후, 광장의 촛불이 일상의 촛불 '직접민주주의'로 진화하도록 통로를 여는 이들은 한 목소리로 말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주체는 시민이 될 것이다"라고. 
2003년부터 '시민의회'를 연구한 이론가 김상준 경희대 교수와 12일 출범한 '시민주권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의 대담을 2회로 나누어 싣는다.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이 대담을 진행했다. (☞ 1부 대담 보기)
"대의제 한계 직접민주주의로 보완해야" 

대의제에 익숙한 우리에게 직접민주주의는 아직 낯설다. 그 낯선 용어가 촛불 사이사이에서 자라났다. 권력을 맡긴 위정자들이 주권자 몰래 나라를 말아먹었으니 당연하다. 그런데 직접민주주의를 대체 어떻게? 김상준 교수는 시민의회의 제도화를, 유종일 교수는 시민 주권운동을 강조한다. 

유 교수는 "대의제를 직접민주주의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의제가 지금 제대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일환으로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를 제안하며 유 교수는 "선출직 공직자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면 국민이 파면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유 교수는 이어 "시민 주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시민권 확장, 직접민주주의 제도화, 분권 이 3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시민주권회의'는 그런 운동의 일환이다. 대표성을 자임하지 않지만, 비슷한 흐름들이 모여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정치권을 압박해서 제대로 된 정치틀을 만들고, 개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고 유 교수는 강조했다. 

유 교수는 이어 "(촛불 주최측에 속한 단체들은) 정파별로 의견도 다르고, 여기에서 논의를 통해 단일한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수평적 네트워크로 진행된 촛불집회의 흐름과 맞지도 않다"며 "시민 주권 시대를 선포하고, 시민 주권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시민주권회의의 취지를 설명했다.

김 교수가 제안하는 시민의회는 "선거법 개정이나 개헌처럼, 기존의 의회 내에서 풀 수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해 소집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효과가 입증된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시민의회는 선거가 아니라 무작위로 성별·연령 등을 고려한 비율로 추첨해 소집된다"면서 "이렇게 구성된 시민의회는 공개적으로 합리적으로 의제를 토론하면서 의견을 좁힐 수 있다"고 했다. 

추첨 방식으로 선정된 평범한 시민들이 모여 집단 토론을 거친 뒤 국회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의제들의 공론적 해법을 도출하는 기구라는 것이다.

최근 촛불 민심을 대변할 시민 대표단을 꾸리자며 등장한 온라인 시민의회 '와글'의 시도가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이는 대표단 구성 과정에서 대표성의 문제로 결국 중단됐다.

김 교수는 "'와글' 사태는 '시민의회는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행착오 사례"라며 "그건 제가 주장해온 시민의회의 정신과는 정반대"라고 했다.

김 교수는 시민의회의 원리로 추첨에 의한 방식을 거듭 강조하며 "누구나 주장을 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 기회를 공평하게 나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대담 2부 전문. 

"사회 대개혁, 주권자 시민이 주도해야" 

프레시안 : 촛불집회 도중 '친박을 제외한 대한민국 비대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문제는 촛불이 정치권에 그것을 강제할 수 있느냐다. 모든 정치 세력이 모여서 대한민국의 문제를 논의하고 해결해 보자는 뜻은 좋다. 그런데 그것을 누가 할 것이고, 가능하냐는 문제가 있다.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개헌이 지금 되겠느냐. 헌법이 문제가 아니라 헌법 운용이 문제다. 현재는 선거구제 개편, 비례대표 확대, 결선투표제 도입 정도만 하고, 나머지는 제 정치 세력이 공정하게 싸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민사회의 역할이지, 그 이상은 비현실적이다'라는 지적을 했다.  

실제로 정치인들에게 '동력'으로 작용할 것은 차기 대선일 것이다. '지금 대선 레이스 할 때가 아니다. 시민사회와 함께 개혁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주장을 현실적으로 정치인들에게 어떻게 강제할 수 있겠나? 

김상준 : 꼬인 것을 푸는 게 먼저다. 개헌이 정략적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30년 만에 개헌특위가 처음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런 방식의 개헌특위를 국민이 봐 주겠나? 얼기설기 만든 개헌을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유종일 : '개헌 안 해도 된다'는 주장은 말이 안 된다. 헌법을 고치지 않는 혁명이 어디 있나. 다만 개헌은, 개헌을 위한 개헌이 아니라 사회개혁을 위한 개헌이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같은 황당한 일이 생기지 않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회를 어떻게 바꿔야 하냐는 것을 국민이 참여하는 가운데 합의를 이루어야 한다.

새로운 나라를 만들려면 헌법이 이렇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논의를 하는 주체는 시민이 돼야 한다. 정치권에 갖다 주면 반드시 정략으로 흐르게 돼 있다. 새누리당이나, '제3지대'를 말하는 사람들이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볼썽사납지만, 이대로 가면 내가 대통령 되니 개헌은 안 된다는 식으로 하는 것도 정략적이고 무책임하고 반동적이다. 개헌을 정략으로만 대하니 우리가 정치권에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국민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 유종일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박인규 이사장 말은 '시민 주권을 제대로 세워야 하는데, 우리가 원해도 정치권이 안 하면 그만 아니냐'는 우려인 것 같다. '민주공화국'이라지만 이것이 허울뿐인 주권이었던 상황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지금 정치적 자유, 언론·표현·사상의 자유, 정당 활동의 자유 등이 너무 제한돼 있다. 87년 체제는 대통령 직선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지만 실제 제대로 된 민주주의는 아니었다. 그래서 이젠 정치적 기본권의 확장이 필요하다.

둘째, 대의민주주의만 가지고는 안 된다, 직접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해야한다. 대의제를 직접민주주의로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대의제가 지금 제대로 기능하지 않기 때문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까지 만들어 줬지만, 총선 끝나면 그들만의 여의도 권력 게임에 몰두하고 당도 대선 주자 따라 갈라졌다 합쳤다 한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정치 본연의 기능은 없다. 그래서 무력한 주권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직접민주주의를 제도화해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주권회의'가 국민발안제, 국민소환제를 제안하는 것이다. 또한 김 교수가 시민의회 주장을 하는 것도 그런 측면으로 이해한다. 최소한 국민소환제는 있어야 한다. 이번처럼 선출직 공직자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하면 국민이 파면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권력 분산이 필요하다. 분산된 권력이 상호 견제하지 않으면, 우리가 아무리 촛불 쥐고 나가도 잘못하는 것을 막기가 대단히 어렵다. 한국에서 권력은 너무나 집중돼 있다. 대통령이 모든 공무원을 다 임명하고, 대통령이 예산 편성·집행·감사까지 모든 것을 다 하는 나라, 이런 나라를 그대로 두고 민주주의를 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가 무력화돼도 국회는 여소야대 상황임에도 아무 것도 못했다. '너희는 뭐 했냐'고 하면 '권한이 없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제도를 안 바꿔도 된다거나 '내가 대통령 하면 민주주의 된다'고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사실 정경유착의 뿌리도 권력 집중이다. 제왕적 대통령과 제왕적 재벌총수는 서로 의지하게 돼 있다.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때는 안 그랬나?

지방자치도 지금은 허울뿐이다. 지자체가 자기 예산으로 작은 복지정책 하나를 하려 해도 못 하게 하는 게 무슨 지방자치냐. 지금 우리나라 지방정부는 중앙정부 위임 사무만 하는 '시다바리 정부'다. 지방차지를 제대로 하고, 법원·경찰·검찰도 다 지방에서 뽑아야 권력 분산도 되고 통일 대비도 된다.  

마지막으로 선거제도 개혁이다. 득표수에 의석수가 비례하도록 해야 한다. 기득권을 가진 과점 체제의 정당들이 잘못하면 혁신적인 신생 이노베이션 정당이 나와 경쟁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나라들에선 녹색당, 포데모스, 시리자, 오성운동 같은 정당들이 다 나오고 있는데, 우리는 지역주의에 기대고 정치 엘리트에 의해 장악된 시스템이 변하지 않는다.

시민 주권을 세우기 위해서는 시민권 확장, 직접민주주의 제도화, 분권 이 3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치권이 이를 할 리가 없다. 자신들이 수혜자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방법이 있다면 대중의 개혁적 열기가 고조됐을 때 헌법을 바꾸어 한 줄씩 집어넣어야 한다. 그런데 저들이 여전히 인정하지 않겠다면 '촛불'처럼 스스로 권력을 조직해야 한다.

김상준 : 현실화에서 중요한 것은 방법이다. 지금은 '촛불 민의'가 무엇인지 아젠다 세팅이 중요하다. 하나의 의제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면 이렇게 설정된 의제를 어디서 바꿔줄 것이냐, 국회 안에서 할 수 있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도 골머리를 앓았던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의회라는 방법이 도입된 것이다. 제가 2003~2005년에 이런 주장을 했을 때는 어느 나라에도 없었던 제도였지만, 지금은 여러 나라에서 도입하고 있다.  

시민의회는 선거법 개정이나 개헌처럼, 기존의 의회 내에서 풀 수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해 소집하는 것이다. 시민의회는 선거가 아니라 무작위로 성별·연령 등을 고려한 비율로 추첨해 소집된다. 이렇게 구성된 시민의회는 공개적으로 합리적으로 의제를 토론하면서 의견을 좁힐 수 있다. 외국 사례를 보면, 공통점이 있다. 처음에는 의견이 서너 가지로 갈리다가 결국 '초(超)다수'를 형성하는 의견이 나온다. 이는 합의로 이어질 수 있는 가장 공정한 길이다. 시민의회에서 그런 안들이 정리되면 이것을 국회가 가져가서 의결하면 된다.

이렇게 정리된 국민 의견을 국회가 뒤집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즉 국민적 주권 의지를 현실화하는 방법 가운데 헌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법이 시민의회다. 대선 역시 '누구 뒤에 줄을 설 것이냐'가 아니라, 대선 후보들이 이렇게 모인 국민적 의지를 보고 약속하는 방식의 선거가 돼야 한다.  

▲ 김상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김 교수가 제안한 시민의회 등 시민사회를 아우르는 사회 개혁 기구 등에 대해 비관적 의견도 있다.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국회가 의제설정 권한 등을 내놓을 리 없다는 것이다. 민심이 정치를 강제할 수단이 있어야 하는데, 탄핵은 단순한 주장이지만 개혁은 복잡하다. 의약분업 사례만 봐도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다원적 의제다. 개혁의 구심점이 누가 될 수 있나? 촛불집회를 주관한 1500개 시민단체 연대체가 할 수 있나?

김상준 : 시민사회 내에서도 다양한 논의가 있다. 결국 개혁 제안을 압박할 주체는 초정파적인 시민 대개혁 기구, 제도정당과 시민사회가 함께하는 기구로 해야 할 것 같다. 그런 것 없이는 이번 대선도 1987년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종일 : 나는 최순실 게이트 초기부터 탄핵 뒤 대선 국면으로 가는 길에 촛불로 하나가 된 국민이 갈라지는 게 가장 우려된다고 했다. 그러기 전에 우리가 새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만들어 내고 시민 주권을 확대해서, 시민 의견이 정치권에 작동하도록 하는 기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탄핵안 통과 이후 적폐 청산이나 체제 개혁 문제가 나올 것인데, 이 동력을 유지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퇴진행동', '비상시국회의' 등은 사실 각론으로 들어가면 정파별로 의견도 다르고, 여기에서 논의를 통해 단일한 뭔가를 만든다는 것은 수평적 네트워크로 진행된 촛불집회의 흐름과 맞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시민 주권 시대를 선포하고, 시민 주권을 확대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본다. 시민 권력을 조직화하려는 여러 흐름이 다양하게 나오면서 '이 사람들은 우리랑 생각이 비슷하다'고 하면 연대해서 직접민주주의 세력의 힘을 키워가야 한다. 그런 것을 바탕으로 정치권을 압박하고 시민의회의 입법 운동도 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  

프레시안 : 유 교수 얘기는 일종의 개혁 장전으로서 개헌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각 분야의 자발적 운동으로 시작하는 게 좋겠다는 취지인가?

유종일 : 그렇다. 제가 하고자 하는 것은 '시민 헌장' 제정이다. 3.1 운동 이후에도 임시헌장을 만들었다. 그때 우리가 무슨 민주주의를 해 봤겠나? 그런데도 장터에 모인 사람들이, 농민들이 '일본 몰아내자' 주장하면서 임시헌장도 나오고 임시정부로 이어졌다.

이번은 세계사적 사건이다. '우리는 어떤 나라를 원한다'는 시민들의 생각을 추출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누군가 만든 사회개혁 기구나 시민의회에서 그것을 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여러 거대한 물결이 합쳐져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누구든 시민 권력으로서 해야 하는 일을 추진하는 흐름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저도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런 흐름들들을 모아 직접민주주의를 확대하고, 정치권을 압박해서 제대로 된 정치틀을 만들고, 개혁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프레시안 : 유 교수가 관여하고 있는 '시민주권회의'에는 어떤 분들이 활동하고 있고, 시민들 반응은 어떤가? 

유종일 : 반응은 긍정적이다. 저와 서해성 작가, 선대인 소장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사실 '촛불'이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 9~10월부터 시민 주권 얘기를 했다. 대선을 앞두고 지금 화두는 뭐냐, 시대정신이 뭐냐, 그런 차원이었다. 정치의 문제도 있지만, '헬 조선'으로 불리는 사회·경제 시스템의 대대적 실패 같은 것은 바로 87년 체제의 한계라고 봤다. 그 근본에는 투표하고 나면 권력에서 소외되는 허울뿐인 시민주권의 문제가 있다는 게 우리의 고민이었다.

프레시안 : 김 교수가 주장하는 '시민의회'는 최근 한 웹사이트(와글)가 비슷한 주장을 했지만 난타를 당했다. 그 웹사이트가 추진하는 방식은 김 교수가 주장해온 것과는 많이 다르지만, '시민을 대표하는 시민'이 누구이며, 어떻게 뽑아야 탈이 없느냐 하는 대표성의 문제는 비슷하게 지적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김상준 : '직접민주주의'라는 용어를 쓰지만, 최근 민주주의 이론에서는 피라미드 같은 구조의 4개 층위 민주주의를 많이 얘기한다. 가장 밑바탕은 참여민주주의, 그 위는 결사체 민주주의, 그 위가 심의민주주의, 가장 위가 선거민주주의다. 이런 피라미드가 안정적 형태일 때 그 사회의 민주주의가 안정돼 있다고 평가받는다. 예를 들어 '민회' 운동은 직접민주주의고, 4개 층위에서는 참여민주주의에 해당된다. 만약 마을별로, 동네마다 민회라는 조직이 생긴다면 '결사체 민주주의'가 될 것이다.  

제가 말하는 시민의회는 선거가 아닌 추첨이라는 선출 방식이라는 점에서 다들 낯설어한다. 사실 민주주의의 기본이 되는 두 가지 근거는 선거와 추첨이다. 추첨으로 뽑힌 시민의회는 '심의민주주의'에 특장점이 있다. 어떤 의제를 충분히, 합리적으로, 공개적으로 논의하는 데 가장 좋은 제도다.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이나 대통령을 뽑는 가장 높은 층위의 민주주의는 이 같은 참여민주주의, 심의민주주의의 기초 위에 올라가 있을 때 불안하지 않고 독재로 흐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는 '선거'만 한다. 

사실 이번 '와글' 사태는 '시민의회는 그런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주는 시행착오 사례다. 아니, 인터넷 공간에 이름 올리고 거기에 투표하면 인기투표같이 되지 않겠나? 그건 제가 주장해온 시민의회의 정신과는 정반대다. 누구나,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도 와서 참여하는 정치가 시민의회다. 이번에 '온라인 시민의회'를 추진했던 분들의 선의나 진심을 오해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고 본다.  

유종일 : 대표성 관련한 의구심이 '시민주권회의'는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는 대표성을 자임하지 않는다. 그냥 특정한 하나의 모임이고, 우리가 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면 같이 하자는 수준이다.  

프레시안 : 결국 시민주권회의든 시민의회든 요체는 '촛불 민심'을 어떻게 대변해서 사회를 어떻게 바꾸는가에 있다. 그런데 사실 이게 바로 '정치'와 '정당'의 기능이다. 국회가 욕을 먹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기존의 정당 정치를 두고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야 할 필요가 무엇인지 의아해 하는 반응이 있을 수 있다. 마치 시민주권회의나 시민의회가 우월적 위치에서 기존의 정당정치를 대체하자는 듯한 뉘앙스로 들릴 수도 있다.

▲ 박인규 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 ⓒ프레시안(최형락)

유종일 : 정당이 기능을 잘 하면 그런 것을 할 필요가 없다. 대의제가 잘 작동하면 이런 게 왜 필요하겠나? 정치권이 자기들이 잘못해서 그런 건데 '오죽하면 시민들이 그러겠냐'고 반성해야지 '그런 거 필요없다'고 하면 국민들에게 버림받을 일밖에 없다. '시민들의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이런 것이 필요하다'고 보완하는 것인데, 정치가 자기들의 부족한 점은 인식하지 못하고 '정당이 있는데 너희가 뭐라고 나서냐'고 한다면 역사의 물결에 휩쓸릴 거라고 본다.

'시민주권회의'가 누구를 대표하는 조직은 아니지만, 예컨대 한 3000명이 모인다고 하면 사실 정치권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렇게 되면 정치에서도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김상준 : 공론화가 되면 정치권도 그렇게 얘기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의회가 시민의회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스스로 도입했다. 대표성 얘기가 아까 나왔는데, 대의정치의 '대의'는 영어로 '리프리젠테이션(representation)'다. 사람들의 주장(presentation)을 선출된 공직자가 다시(re-) 되받아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 반대쪽에는 '내가 직접 프레센테이션을 하겠다'는 개념이 있다. 그게 민회 같은 직접민주주의의 정신이다. 시민의회의 원리인 '추첨'은 그 중간적인 성격이다. 당사자가 직접 주장하는 것도, 선거를 통해 대변자를 뽑는 것도 아니지만, 누구나 주장을 할 능력을 갖추고 있고 그 기회는 공평하게 나눈다는 것이다. 선거와 추첨은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다. 두 개의 정당성 원리가 병존하는 것이다. 국회가 스스로 해결하지 못하는 교착 상황,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것을 보완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프레시안 :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개혁은 반드시 필요한데도, 지금 '1%'가 여전히 기득권을 쥐고 농성하는 상황이다. 황교안 총리(대통령 권한대행)의 행보를 보면, 대행을 맡자마자 북한 위기, 경제 위기 얘기를 하고 있다. 경제나 안보 위기가 커졌을 때, 이런 외부의 위협을 이유로 개혁을 좌초시키거나 나중으로 미루는 '반동'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 죽고 사는 문제가 급하다면서 개혁은 한가한 소리로 밀어낼 수도 있다.

유종일 : 사실 경제 위기 가능성이 상당히 있다. 지금 민생 경제는 이미 위기고, 소비 심리는 얼어붙었고, 가계 부채는 규모도 규모이지만 점차 악성으로 돼 가고 있다. 시중 금리는 이미 오르고 있고 미국 금리 인상도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그 여파가 어떻게 미칠지도 걱정이다. 집값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까지 겹치면 대책 없이 집 샀던 사람들이 원리금 감당이 안 돼 급매물로 집을 내놓고, 그러면 집값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수출도 상황이 안 좋다. 전반적으로 경제 전망이 안 좋은 건 맞다.  

여기에 사실상 식물정부 상황에서 불안감이 증폭되면 IMF 외환위기 때 겪었던 것과 유사한 정도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황교안 대행 체제는 아무 권한이 없으면서 '농성'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경제 위기를 헤쳐 나갈 효과적 리더십은 나올 수 없다고 본다. 만약 그런 위기 상황이 온다면, 국회에서 IMF 때 했듯이 비상경제대책위원회 같은 것을 만들거나 해야 하지 않겠나 싶다. 야당도 '우리가 책임지기 싫다'고 안 하면 안 된다.

김상준 : IMF 때 비상경제대책위는 당시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주도한 것이다. 이번에는 여야 합의에 따라 비상 팀을 꾸려 대응하는 것 정도는 필요하지 않나 한다. 사회 대개혁 기구가 만들어진다면 경제 문제 역시 개혁 과제로 다뤄져야 할 것이다. 안보 위기 문제도 차기 개헌에서 중요한 부분이다. 대한민국 안보 위기가 존재하는 건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문제가 '종북' 논리 등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헌법적 장치가 있어야 한다.

프레시안 : 경제나 안보 위기 역시 사회 개혁과 마찬가지로 '현재의 집권세력이 아닌 다른 주체'를 형성하는 게 문제다. 국회, 특히 야당이 탄핵 이후 국면을 주도해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 되고 있다.  

유종일 : 야당이 좀 더 책임적인 자세로 나왔으면 좋겠다. 물론 '국가가 비상한 상황에 처했지만, 국회는 행정부 견제하라고 뽑은 것이지 너희보고 행정 하라고 했느냐'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그게 한계이기도 한데, 지금 상황에서는 정당성이 부족한 부분은 '촛불 시민'과 함께함으로써 메우고, 이미 '식물'이 된 정부를 대신해서 야당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프레시안 : 오랜 시간 유익한 말씀 감사하다.

북이 물고기 수출할 정도면 경제강국은 완성

북이 물고기 수출할 정도면 경제강국은 완성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6/12/17 [03:13]  최종편집: ⓒ 자주시보

▲ 조선인민군 15호 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에도 '물고기잡이 대풍'을 이뤘다고 주장하는 군 수산사업소 시찰 행보를 이어갔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 전례 없는 물고기대풍을 마련한 조선인민군 15호 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 하시였다"고 15일 보도했다.

중앙통신은 "인민군 15호 수산사업소가 짧은 기간 멋들어지게 꾸려졌을 뿐 아니라 희한한 물고기대풍을 안아왔다"면서 지난 14일까지 인민군 전체 연간 물고기잡이 성과가 애초 계획의 170%로 초과 달성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은 냉동 저장고에 쌓인 물고기를 보며 "마치 금괴를 무져놓은(무더기로 쌓아놓은) 것 같다"며 "쌓였던 피로가 말끔히 가셔진다(가신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밝혔다.

▲ 인민군 15호 수산사업소를 현지지도하는 김정은 위원장     ©

그는 또 오는 17일인 김정일의 사망 5주기를 거론하며 "인민군대에서 잡은 물고기를 수도시민들에게 보내주면 우리 장군님(김정일)께서 기뻐하실 것만 같은 생각에 인민군대 수산기지를 찾아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김정은은 지난달 17일(보도일 기준) 인민군 5월27일수산사업소와 1월8일수산사업소, 같은 달 20일 인민군 8월25일수산사업소를 잇달아 시찰한 바 있다.

▲ 남측으로 표류해온 북의 어선, 집어등 선에 물고기가 말리기 위해 많은 양을 넣어 놓은 것을 보니 굶어 죽은 아사자가 10명이나 된다는 통일부의 발표에도 의문이 든다. 
▲ 북의 표류 어선 

▲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

한편 북의 3척의 어선이 남측으로 표류해왔는 아사자가 10명이며 살아있는 8명은 그들의 의사대로 북으로 송환한 예정이라고 정부에서 발표했다.
정준희 대변인은 15일 관련 기자회견에서 북측 표류 선박을 남측 해경ㆍ해군이 구조한 경우는 수차례 있었으나 이처럼 3척이 동시에 구조된 경우는 드물다며 “김정은이 최근 이례적으로 군부대 수산사업소를 3곳 이상 연달아 방문하는 등 동절기에 어로 활동을 독려하는 것이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분석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14년부터 수산업을 강조해 온 배경에 대해 “수산업이 (북한) 수출 비중의 10%에 육박하는 등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 되고 있으며 단기간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즉각적인 북측 송환 결정은 적극 환영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물고기잡이 독려가 물고기 수출 때문이라는 분석에는 의문이 든다. 일단 아사자가 10명이라는 보도부터 의문이 든다. 보도된 표류 어선에는 집어등 사이사이에 말리기 위해 널어놓은 물고기들이 많이 보였다. 그것만 먹어도 굶어죽을 일은 없어 보였다.

또 요즘은 북도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모든 배에 위치추적장치를 달아 수산사업소 중앙통제실에서 실시간그 위치를 파악하여 물고기가 많은 쪽으로 유도하는 등 첨단 기술을 이용하고 있어 표류하고 있는 배를 그냥 두었을 가능성이 많지 않다. 주변에 지나가는 다른 나라 선박 등에 연락하여 구조나 물자지원을 요청했을 수도 있다. 위성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다 가능해진 일들이다. 북은 위성촬영장비를 통해 물고기 이동 경로 경로 파악, 자원 탐사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 함경북도 수해 피해지역 주민들로 보이는 북 주민들이 갓 잡은 냉동 물고기를 공급받고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모습  

북의 언론들은 이렇게 잡은 물고기들을 잡는 족족 냉동 보관하여 수산 사업소마다 맡고 있는 단위에 매일매일 정량적으로 물고기를 공급하고 있다고 보도해오고 있다.
1월8일수산사업소는 애육원, 육아원, 양로원 등 남측의 복지시설에 해당되는 단위의 물고기 공급을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으며 나머지 단위들은 군대나 각 시도별 북 주민들에게 공급할 물고기를 책임지고 있다고 북 언론에서 보도한 바 있다.
인민군대에는 매일 군인 1인당 300그램의 물고기 공급이 원칙이라고 한다.

▲ 보통문거리 고기상점 냉동 물고기 매대를 주의깊게 살펴보는 김정은 국방위원장, 그는 북 주민들에게 물고기 공급에 대해 늘 깊은 관심을 기울여 왔다. 수산사업소 혁신뿐만 아니라 곳곳에 양어장 건설을 정열적으로 지도했으며 오죽했으면 외국에서 물고기를 수입해다가 공급하기까지 했겠는가.

사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거 직전 간부들과 협의했던 사업도 부족한 물고기를 수입하여 북 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일이었다. 전에 한 번 그렇게 공급했는데 주민들이 너무 좋아한다는 보고를 듣고 그러면 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더 공급하자고 해서 관련 대책을 수립하여 집행하도록 했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서거 추모일 기간 중 그 물고기 공급 사업을 이어받아 속울름을 삼키며 제 때 집행을 지시했다고 한다. 주변에서 온 나라가 아버지를 잃은 비통에 잠겼는데 물고기 공급이 다 뭐냐고 했을 때, 그는 “장군님께서 그렇게 바라시던 일이니 한 시도 늦추지 말아야 한다. 장군님께서 그렇게 아끼시던 인민들에게 장군님의 그 사랑의 물고기를 꼭 제 때 전달해야 한다”고 담당 간부를 달래서 일을 집행시켰다는 북의 보도가 나왔었고 이후 북 tv보도에 국상 중에 물고기를 받아 안은 시민들이 대성통곡을 하는 모습이 방영된 바 있다.

따라서 현재 북의 어획량으로 과연 북 주민 전체에게 매일 매일 떨구지 않고 과연 물고기를 공급할 수준인지 미지수이다.

과거 고난의 행군시절에 부족한 외화 때문에 맛좋은 모시조개, 가리비 등 북의 귀한 수산물들을 일본 등에 적극적으로 수출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집권하던 때부터 그런 걸 팔아 외화를 벌지 않아도 된다면 제일 좋은 먹거리를 북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충분히 공급하고 남으면 그 때는 수출해도 된다는 원칙을 선포한 바 있다.

사실 요즘 북에서 많이 잡는 물고기는 도루메기이다. 이는 남녘에서도 많이 잡히는 물고기로 고급어종은 아니어서 수출한다고 무슨 큰돈을 벌 수 있는 고기가 아니다. 대량으로 엄청나게 팔아야 목돈을 좀 만질 텐데 그렇게 북과 대량으로 물고기 거래를 할 나라가 있는지 의문이다.

하기에 북이 만약 물고기 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통일부 분석이 사실이라면 북 주민들은 이미 물릴 정도로 물고기를 충분히 먹고 있다는 말이며 대형 어선을 충분히 생산할 능력을 확보했다는 말이다. 즉, 경제강국을 사실상 달성했다는 것과 같다.

▲ 남측으로 표류해온 북의 어선, 집어등 선에 물고기가 말리기 위해 많은 양을 넣어 놓은 것을 보니 굶어 죽은 아사자가 10명이나 된다는 통일부의 발표에도 의문이 든다.     ©

하지만 아직 북의 어선 등의 상황을 보았을 때 그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본지의 추정이다. 북의 조선소에서는 최근에도 대형 어선을 완성하여 포구로 떠나보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어선 생산에 만부하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기존 북의 조각배나 다름없는 나무배들을 보면 ‘저렇게 작은 배로 고기잡이하면 얼마나 위험할까’, 가슴이 조마조마할 때가 많았다. 실제 조난을 당해 일본으로 표류해온 북 조각배 어선들도 있었다. 그 어부들이 한결같이 바닷물이 들어가지 않게 꼭꼭 정히 싸맨 지도자의 사진을 안고 죽어있었다는 일본 언론 보도를 볼 때면 왜 그리 가슴 아프고 분한 생각이 들던지...
이번에 남측으로 표류해온 배들도 오래된 배로 보였다.

북에서 이번 표류 어부들 송환을 위한 남측의 접촉 요청에 무대응으로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점에 대한 문제 때문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박근혜 정권이 사실상 끝장난 조건임에도 통일부는 뻔한 반북대결적 발언을 왜 계속 내놓는지, 또 이를 반북언론들은 받아쓰기에만 바쁜지 모를 일이다. 그렇게 해서 국익에 무슨 도움이 되며 자신들에게는 또 어떤 혜택이 갈까. 전쟁위기만 고조되는 것 아닌가. 경제위기만 더욱 심화되어 결국 그들을 포함하여 우리 국민 모두의 손해가 아닌가.

이제 살길은 남북교류협력과 북방으로 경제진출의 길을 뚫는 것뿐이라는 진단은 진보와 보수 가림 없이 내놓는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것을 하루라도 빨리 앞당기기 위해서는 남과 북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는 가장 자세부터 정립해야 한다. 이는 모든 대화의 기본 중에 기본이 아닌가.

“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최순실 사단 감찰 1호 정치블로거

“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최순실 사단 감찰 1호 정치블로거
임병도 | 2016-12-17 10:04:28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안녕하세요. 저는 ‘아이엠피터’라는 이름으로 14년째 정치 블로거로 활동하고 있는 임병도입니다. 저는 직장을 다니면서 블로그 활동을 하다가 6년 전부터는 전업으로 매일 정치 관련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요새 흔히 말하는 1인 미디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얼마 전 저의 이름이 JTBC 뉴스룸에 등장했습니다. 청와대가 정부를 비판하는 블로그를 사찰하고 있는데, 그 대상자가 바로 저였습니다. 제주도와 육지를 오가며 취재하고 글을 쓰는 평범하면서도 그리 유명하지 않은 정치블로거를 청와대가 사찰했다는 뉴스 보도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글을 쓰면서 막무가내로 정부를 비판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자료와 통계, 그리고 이미 언론에 보도된 뉴스, 논문 데이터 등을 근거로 합니다. 영상 취재를 하는 다른 1인미디어와 다르게 저는 데이터를 중심으로 정부와 정치인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저의 글에는 제 생각보다는 공식적인 자료, 이미 알려진 사실이 더 많습니다.
▲2013년 6월 국회 정보위 민주당 간사인 정청래 의원이 국회 본회의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 중간수사 결과 발표 일지를 펼쳐보이며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질의하고 있다. 정 의원이 들고 있는 사진은 아이엠피터가 블로그에 올렸던 자료이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사진은 정청래 전 의원이 국회 본회의에서 자료를 내보이면서 발언을 하는 장면입니다. 정청래 의원이 들고 있는 자료는 제가 쓴 글에 포함된 내용입니다. 만약 제가 허무맹랑하거나 말도 되지 않고, 불법적인 내용을 했다면 국회의원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료라고 제시할 수 있을까요?
이런 저의 활동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헌법 제21조에 보장돼있습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반정부적인 성향이라고 판단해 사찰을 했습니다. ‘헌법 제18조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와 ‘제21조 2항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 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를 위반한 행위입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세계언론자유지수, 참여정부 시절과 비교하면 거의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명견만리플러스

참여정부 당시 우리나라의 언론자유지수는 31위이였다가 MB정부 69위까지 내려갔다가 올해는 70위로 최하위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는 ‘최대 7년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명예훼손죄는 한국의 언론이 자기 검열을 하는 주요 이유’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각종 소송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MB정부 시절에는 블로그에 대통령 패러디 동영상을 게시한 KB한마음대표 김종익 씨를 국무총리실의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정부는 서울시공무원 간첩 사건을 조작한 국정원을 다룬 뉴스파타 최승호 PD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 하기도 했고, 국정원 직원은 1억 5천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정부 전반기 국민입막음 소송 현황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

국가기관이나 공직자가 자신에 대한 비판, 합리적인 의혹 제기, 풍자적 발언 등을 한 시민이나 언론 기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과 모욕을 이유로 형사고소를 하거나,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등을 하는 행위를 ‘국민입막음 소송’이라고도 합니다.
국가기관이나 정부, 공직자가 제기하고 있는 국민입막음 소송이 과연 합당할까요?
1960년 뉴욕타임스에 광고 하나가 실립니다. 마틴루터 킹 목사가 펼치고 있는 흑인인권운동을 위한 기금 조성 마련 광고였습니다. 이 광고에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체포 횟수 등이 잘못 게재되는 등 몇 가지 오류가 있었습니다. 광고를 본 알라바마 주 몽고메리 시의 설리번 경찰서장은 자신이 하지도 않은 일이 ‘뉴욕타임스’ 광고에 나옴으로써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알라바마주 대법원은 뉴욕타임스에 50만 달러를 물어내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알고도 악의적인 의도로 허위사실을 기재 했다는 사실을 고소인이 입증할 수 없다면 명예훼손이 되지 않는다’라며 뉴욕타임스에 무죄를 선고합니다.
 
▲연방대법원은 설리번 사건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존속하기 위해 언론의 숨 쉴 공간은 보호받아야 한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명견만리플러스

판결문을 작성했던 브레난 대법관은 “자유로운 토론에서 잘못이 들어간 언사는 불가피하다. 표현의 자유가 ‘존속하기 위해’ 필요한 ‘숨 쉴 공간’을 가지려면 보호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엄청난 배상액을 인정할 경우 언론은 두려움과 소심으로 굴복할 것이라고도 평가했습니다.
설리번 사건이라고 불리는 이 판결은 미국의 시민운동과 언론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시민운동은 힘을 얻었고, 언론은 대담해져 베트남 전쟁을 비판하고, 워터게이트와 같은 사건을 과감하게 보도했습니다.
대한민국 대법원도 이미 “국가는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대법원 2007. 12. 27.선고, 2007다29379판결)라고 판결한 바 있습니다. “국가기관의 업무처리, 공직자의 도덕성·청렴성이나 그 업무처리가 정당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는 항상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점(대법원 2011. 9. 2. 선고 2010도17237 판결)도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MB정권 들어서 진행됐던 ‘국민입막음 소송’은 총 30건이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에서 유죄로 인정된 사건은 불과 2건뿐이었습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제기됐던 소송도 ‘불기소’나 ‘각하’, ‘혐의없음’이라고 판결이 되고 있습니다. 법원도 명예훼손이 될 수 없다고 판결을 하고 있는데도 왜 정부는 승산이 없는 소송을 자꾸 제기할까요?
▲유엔인권이사회가 제출한 대한민국 실태조사 보고서 ⓒ명견만리플러스

2011년 UN의‘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프랑크 라 뤼가 유엔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표현의 자유 영역이 축소되고 있는 주된 이유가 ‘정부의 입장과 일치하지 않는 견해를 밝힌 개인에 대한 기소건수와 괴롭힘이 늘어나는 데 있다’라고 분석하였습니다. 또한 ‘의견과 표현의 자유에 관한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의 상당수가 국제인권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저는 올해 1월부터 포털 사이트 블로그가 아닌 개인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운영했던 카카오의 티스토리 블로그의 총 누적 방문자수는 4천 7백만 명이 넘었습니다. 10년 가까이 운영했던 블로그를 폐쇄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미친 짓을 해야만 했을까요?
이유는 시도 때도 당하는 임시조치 때문입니다. ‘임시조치’는 누군가 제 글이 명예훼손을 당했다며 신고를 하면 무조건 30일 동안 제 글을 블라인드 처리, 즉 다른 사람이 글을 보지 못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정치인이나 전직 공직자들, 또는 보수 단체나 교회 등이 하기도 합니다. 선거가 있는 즈음에는 출마 후보 등이 제기하기도 합니다.
임시조치를 당하면 30일 안에 이의제기를 해야 합니다. 만약 하지 않으면 그냥 글이 삭제됩니다. 처음에는 명예훼손이라는 말이 두려워 글이 삭제돼도 아무 말도 못했습니다. 블로그를 14년 동안 운영하면서 이런 임시조치를 수십 번 당하자 반감이 생겼습니다. 도대체 내 글이 무엇이 잘못됐다고 명예웨손이라고 주장할까? 정식으로 만나서 진실을 따져보자고 마음을 먹고 이의제기를 했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임시조치를 당한 글의 99%가 복원됐습니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까지 가서도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습니다.
▲아이엠피터가 공익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

저는 현재 공익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포털의 임시조치가 “합법적인 정보에 대한 유통의 차단이 빈번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약과 자유로운 정보유통을 저해한다’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해 위헌 소송 진행 중입니다.
정부가 시민과 기자에게 소송을 제기하고, 포털사이트가 무조건 정치인과 정부에 대한 비판 블로그 글을 임시조치하는 행위 등은 국가기관,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정당한 비판과 감시를 위축시킵니다.
저는 6년째 전업블로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1인 미디어 활동만 하면서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러나 광고나 상업적인 글, 또는 홍보성 글은 쓰지 않습니다. 당연히 수입이 적습니다. 오죽하면 돈을 제대로 벌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전업블로거를 시작하면서 서울에서 제주도 산골 마을로 온 가족이 이주하기도 했습니다.
돈보다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대한민국의 미래가 더 공정하고 상식적인 사회가 되길 원했습니다. 그래서 정치를 중심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저의 1인 미디어 활동은 각종 소송과 임시조치, 청와대 사찰 등으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정치블로거가 청와대 사찰을 받았다고 한다면 다른 블로거나 1인미디어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상관없이 마음껏 글을 쓸까요? 아닙니다. 글을 한 편 쓰면서도 영상을 올리면서도 혹시나 나도 소송을 당하지 않을까? 사찰을 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자기 검열에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 MBC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극우 매체 편집국장과 가진 자리에서 파업에 참가한 최승호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없이 해고 했고, 다 통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과거 독재 정권은 신문과 언론을 통제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기사만 내보냈습니다. 정권에 반하는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를 사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모습이 2016년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에 있습니다.
최순실 게이트 사건이 터지면서 항간에 떠돌았던 소문들이 진실로 판명되기도 합니다. 언론사나 방송국 기자들이 이런 얘기를 몰랐을까요? 아닙니다.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그들은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함부로 얘기했다가 어떤 일이 나는지 그들은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4년 9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 도를 넘고 있다’라고 발언을 합니다. 그러자 검찰은 전담팀을 이용해 인터넷 상시 모니터링과 중요 사건에 대한 명예훼손 수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기도 합니다.
참여정부 시절에도 언론사를 상대로 한 문제 제기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소송이 아니라 언론중재위에 중재 신청을 했습니다. 참여정부는 출범 이후 2007년 5월까지 총 694건의 중재 신청을 했는데 이중 정정, 반론 보도로 이어진 사례만 500건이 넘었습니다. (관련기사:참여정부는 언론을 탄압했는가)
정부가 충분히 언론중재위 등으로 합리적인 해결을 할 수 있음에도 소송을 제기하거나 검찰이 수사를 강화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입니다. 바로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무서워해야지, 국민이 대통령을 무서워해서는 안 됩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무서워하는 경우는 군부 쿠데타 등의 불법적인 방법으로 정권을 찬탈한 권력자가 국민을 억압적으로 통치할 때나 나옵니다.
지난 주말 비가 오는 가운데 아이들과 함께 제주시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동안 취재를 위해 광화문광장에만 갔다가 꼭 아이들에게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어 같이 갔습니다.
전국에서 수백만 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드는 이유는 헌법에 명시된 국민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서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불법에 항거한 4․19민주정신을 계승하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시민불복종’은 불법이 아니라 당연한 국민의 권리이자 의무입니다.
국민의 입을 막기 위한 소송이 줄을 잇고, 언론과 1인미디어의 활동을 옥죄는 불법적인 일들이 자행될지라도 저는 위헌 소송 등을 통해 계속 바꿔 나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촛불을 든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은 민주주의 국가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입을 막기보다 국민의 쓴소리를 듣는 지도자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시기입니다. 앞으로도 저는 ‘아이엠피터’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정의와 상식, 그리고 공정한 사회를 외치겠습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215 

최순실엔 자동문, 국회의원엔 철옹성 청와대에 문전박대 당한 국조특위


16.12.16 21:09l최종 업데이트 16.12.16 21:09l












 16일 오후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위 김성태 위원장(가운데)이 대통령 경호실에 대한 현장조사가 거부되자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특위위원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태 위원장은 이날 경호실의 거부로 현장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16일 오후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위 김성태 위원장(가운데)이 대통령 경호실에 대한 현장조사가 거부되자청와대 춘추관 앞에서 특위위원들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성태 위원장은 이날 경호실의 거부로 현장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청와대를 찾은 국회의원들은 면회실 너머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었다. 최순실씨에겐 '자동문'이었던 청와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국회의원들에게는 굳게 닫힌 '철옹성'이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6일 오후 대통령경호실 현장조사를 위해 청와대를 찾았으나, 성과 없이 발길을 돌렸다. 

경호실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국회를 찾은 특위를 청와대 연풍문에서 맞았고, 현장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김성태 특위 위원장은 오후 5시 30분께 연풍문을 나와 "오늘 현장조사는 경호실의 적극적인 거부로 사실상 무산됐다"라고 발표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한 네티즌이 제게 '최순실과 함께 안 가면 청와대에 못 들어갈 것이다'라고 문자를 보내왔다"라며 "그게 현실이 돼 너무 씁쓸하다. 최순실에게는 열어주고, 국민 대표들에게는 문 닫는 청와대에게 존재의 이유가 있는지 심각히 고민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경호실이 특위를 맞은 연풍문은 직원 출입문, 청와대 직원-손님 면회실 등으로 사용되는 곳이다. 이날 문전박대 당한 것과 달리, 최순실씨와 김영재·김상만 등 비선 의료진은 정문(일명 11문)을 이용해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알려졌다.
생중계되는 국조특위 청와대 현장조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청와대 현장조사에 나선 1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 JTBC, 채널A 등 종편방송사 카메라들이 생중계를 하고 있다.
▲ 생중계되는 국조특위 청와대 현장조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청와대 현장조사에 나선 16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광장에 JTBC, 채널A 등 종편방송사 카메라들이 생중계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경호실 "보안손님 드나든 것, 경호실패 아냐"

이날 특위와 경호실 측이 만난 곳은 연풍문 2층 간이 회의실이었다. 경호실 측에서는 박흥렬 경호실장과 이영석 경호실 차장 등이 나왔다. 박 실장은 지난 5일 진행된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불참해 의원들로부터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국정조사 기관보고에도 나오지 않아 석고대죄해야 할 사람이 국민을 대신해 청와대를 찾은 의원들에게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라며 "청와대가 아직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국민의 분노를 더 살 뿐이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에 따르면, 경호실은 현장방문을 거절했다. 다만, 국회 속기사가 배석한 가운데 면회실 안에서 조사를 받겠다는 입장이었다. 또 자료제출 및 열람도 '경호실의 검토'라는 단서를 붙여 '조건부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를 두고 김 위원장은 "경호실의 말은 특위의 청와대 경내 진입을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6일 오후 대통령경호실 현장조사를 위해 청와대를 찾았으나, 성과 없이 발길을 돌렸다. 경호실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국회를 찾은 특위를 청와대 연풍문에서 맞았고, 현장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6일 오후 대통령경호실 현장조사를 위해 청와대를 찾았으나, 성과 없이 발길을 돌렸다. 경호실은 이날 오후 3시 30분께 국회를 찾은 특위를 청와대 연풍문에서 맞았고, 현장조사에 전혀 협조하지 않았다.
ⓒ 박범계 의원 페이스북

최순실 등이 이른바 '보안손님'이란 '프리패스권'을 얻어 청와대에 자유롭게 드나든 것을 두고는 책임을 회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실장은 특위 위원들과 만나, "경호실패가 아닌, 누가 들어왔느냐의 문제로 이렇게 논란이 된 것을 반추하고 반성한다"라고만 말했다. 즉 '도의적 책임'은 있지만 '법적인 책임'을 논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경호실은 보안손님이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장제원 새누리당 의원도 "경호실장의 인식은 보안손님 문제가 경호실패가 아니라 비서실의 문제라는 것이다"라며 "경호실은 비서실, 비서실은 경호실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 안타깝다"라고 비판했다.

특위는 오는 22일 5차 청문회 이후 청와대 추가 조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특위는 국회로 돌아가 앞으로 청와대와 관련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세우겠다"라고 발표했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호실뿐만 아니라 비서실장 소관의 청와대 부속실까지 포함해 현장조사를 재추진해야 한다. 대부분 의원들이 공감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경호실 측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수용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며 "황 대행이 명확히 수용의사를 밝힐 것을 촉구한다. 황 대행이 이를 막아선다면 여야 합의를 통해 합당한 조치를 취할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영재의원 진료카드 필체, '세월호 베일' 벗겨지나?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6일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의원을 찾아, 김영재 원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진료기록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위는 2014년 4월 16일(세월호 참사 당일) 김 원장이 '장모님 차트 사인'에 했다는 필적과 다른 차트의 필적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16일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의원을 찾아, 김영재 원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진료기록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위는 2014년 4월 16일(세월호 참사 당일) 김 원장이 '장모님 차트 사인'에 했다는 필적과 다른 차트의 필적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 안민석 의원 페이스북

"청와대 출입 당시 무엇 했냐"는 질의에 곤혹스러운 김영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 의원 현장조사에서 "청와대 출입 당시 무엇을 했냐"는 질의가 이어지자, 김 의원(오른쪽)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청와대 출입 당시 무엇 했냐"는 질의에 곤혹스러운 김영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1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 의원 현장조사에서 "청와대 출입 당시 무엇을 했냐"는 질의가 이어지자, 김 의원(오른쪽)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한편, 특위는 이날 청와대 현장조사에 앞서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인 김영재의원도 현장조사했다. 특위는 이 조사에서 김영재 원장이 세월호 참사 당일 진료기록을 조작 의혹 관련 단서를 찾았다. 2014년 4월 16일(세월호 참사 당일) 김 원장이 '장모님 차트 사인'에 했다는 필적과 다른 차트에 기재된 김 원장의 필적이 달랐던 것이다.

그 동안 김 원장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에게 미용 시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두고 '오락가락' 해명을 내놓은 바 있다. 처음에 참사 당일 병원이 휴진했다고 말했다가, 이후 프로포폴 사용 기록이 나오자 장모에게 시술한 후 골프를 쳤다고 말을 바꿨다.

현장에 있던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글씨의 두께도 다르고 필체도 다르다"라며 "다른 건 흘림체인데, 세월호 당일 장모의 차트는 정자체와 비슷하게 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필체가 다른 차트 사진을 비교하며 "어떻게 보이나. 같은가, 다른가. 그것이 알고 싶다"라고 썼다.

특위가 해당 자료를 발견하는 과정에서, 김영재의원 측은 "고객 정보 유출"을 이유로 보관함을 막아서는 등 강하게 저항했다. 이에 특위는 박영수 특검팀의 방문을 요청했고, 특검팀은 김영재의원을 찾아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다.

한편 김성태 위원장은 "최순실씨가 '최보정'이란 가명으로 3년간 136회, 8000만 원 어치의 미용시술을 받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라며 "리프팅, 피부미용, 마사지 등 모두 프로포폴을 사용한 시술이다"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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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마 기자 “현재 MBC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외부 도움 필요”

문재인, 암투병 이용마 만나 '언론장악방지법' 약속이용마 기자 “현재 MBC는 아우슈비츠 수용소…외부 도움 필요”이준상 기자 | 승인 2016.12.16 15:46
문재인 전 대표가 공정방송 요구하다 해직된 언론인들의 즉각 원상복직·명예회복과 언론 탄압·장악의 부역자들에 대한 책임처벌 등을 약속했다. 정권의 언론 탄압과 장악이 재발하지 않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오전 10시 경기 남양주시 한 요양원에서 최근 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이용마 MBC 해직기자를 만나 “(언론인들이) 눈에 보이는 해고나 징계뿐만 아니라 자기 업무와 무관한 업무로 전보를 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많이 인간적으로 모욕을 당해왔다. 그래서 공영방송이 참담하게 무너져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오전 10시경 남양주시 한 요양원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이용마 MBC해직기자를 만났다. 이 기자가 최근 MBC 처한 상황과 문제에 대해 얘기하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경청하며 듣는 모습.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이 기자는 지난 2012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홍보국장으로 ‘사장 퇴진 및 불공정 보도 시정’을 요구하며 170일의 파업을 이끌었다. 사측은 파업이 끝난 직후 이 기자를 ‘회사질서 문란’을 이유로 가장 먼저 해고했다. 이날은 이 기자가 해직된 지 1748일째 되는 날이었다.
이 기자를 병문안한 문 전 대표는 안부 인사를 한 뒤 “2012년 당시 해직기자들이 농성하는 자리에 방문해서 전원 복직을 약속드리고 언론 자유를 보장하겠다고 말했었던 것을 기억한다”며 “그때 제가 그 약속을 못 지켜서 5년 내내 (해직기자들이) 고생한다”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이어 문 전 대표는 ‘최근 MBC뉴스를 보면 떠오르는 느낌이 무엇이냐’고 묻는 이 기자의 질문에 “2012년 당시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려는 태도를 보였을 때 가장 먼저 일어났던 곳이 MBC였다.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정신이 살아있었다”며 “그때 언론 자유를 수호하려했던 사람들은 (MBC에서) 사라지고 그 이후 지금까지 정권에 홍보 방송 역할을 하고 있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도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고 있다. (MBC뉴스 보도는) 참담해졌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문 전 대표에게 현재 MBC구성원들에겐 외부에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MBC는) 제가 외부에서 볼 때 몰락한 방송”이라며 “요즘 MBC를 보면 아우슈비츠(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최대의 강제수용소) 수용소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개탄했다. 그는 “수용소 내에서는 저항도 소용없다. 저항을 하면 바로 처벌을 받기 때문”이라며 “저항조차 불가능한 조직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저녁 언론노조 MBC본부는 조합원 총회를 열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상황에도 MBC는 '청와대 비호 방송'을 일삼는다며 '보도 책임자들의 처벌'을 요구했다. (사진=전국언론노동조합)
이어 이 기자는 “외부에서 공영방송들을 향해 기레기네 엠병신이네 욕을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에게 저항하라고 해도 의미가 없다”며 “(수용소 내에 있는 사람들에겐) 외부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첫째로 2012년 언론 파업 당시 해직된 분들 또 그 이후에 불이익을 받았던 많은 언론인들을 즉각 원상복직시키고, 명예도 회복시키고 보상도 제대로 하겠다”고 답했다.
문 대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하려 했던 세력들과 거기에 앞장섰던 부역자들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묻고 진상을 밝히겠다”고 언급한 뒤 또한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법적 장치도 제도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적폐 대청소에는 언론을 탄압하고 장악하는 적폐 청산도 담겨 있다”며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법 제정에 대해 “지금 이 시기가 적합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국회에서 시민사회까지 참여하는 사회개혁기구를 구성해 언론 적폐를 해소할 수 있는, (또한) 공영방송 본분을 지킬 수 있는 입법들을 다 논의하도록 제안하는 중”이라며 “(관련 법들이 제정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자들이 부당해고나 징계 관련 소송을 할 때, 노동자 측이 하급심에서 해고 부당 판결을 받으면 사측이 상고를 하더라도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6일 오전 11시경 이용마 MBC해직기자가 떠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게 인사하는 모습.
이어 문 전 대표는 “동아투위와 같은 언론 탄압 사건이 40년이 지났는데 과연 얼마나 달라졌나 의문”이라며 “아픈 역사가 반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참여정부 때는 세계 언론자유지수가 30위 정도까지 됐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70위까지 떨어졌다. 부끄러운 현실”이라며 “촛불 혁명의 힘으로 제대로 한번 바꿔보자”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와 이 기자의 만남은 공개로 약 30분 동안 이뤄졌다. 공개 만남이 끝날 무렵 남양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조응천 의원도 이 기자를 방문했다. 이후 이들은 비공개 면담을 30분가량 진행했다. 문 전 대표는 비공개 면담 이후 기자들을 만나 “(이 기자와) 공영방송을 포함, (언론들이) 언론자유를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준상 기자  junsang022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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