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21일 목요일

국민의힘, '윤석열 풍자' 작가들만 콕 집어 지원금 내역 뒤졌다


[블랙리스트의 밑그림] 만화진흥원에 '대통령 풍자 작가' 지원금 자료 요구했다가 "취소"

조아영, 주보배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  기사입력 2023.09.22. 04:24:18 최종수정 2023.09.22. 10:03:15


의원님은 대체 무엇이 알고 싶었을까. 여당 국회의원이 특정 예술가들을 '콕 집어서' 정부 지원금 자료를 요청했다. 대상은 33명. 그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전시에 참여했다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은 최근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2023 굿바이전 in 서울>(이하 굿바이전)에 참여한 작가들에 관한 지원금 내역 자료를 요청했다. 김 의원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여당 간사로 활동 중이다.

<굿바이전>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10·29 이태원 참사 등을 소재로 한 풍자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회다. 참여 작가는 고경일, 박재동, 백영욱, 이정헌 등 33명. 만화, 회화, 조각, 일러스트 등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들이 작품을 올렸다. 

전시는 지난 1월 9일부터 13일까지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작품 내용이 논란이 되자, 국회 사무처는 전시 개막일 당일 새벽, 작품을 기습 철거했다. 그리고 약 8개월이 지난 지금, 당시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만을 특정해서 지원금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구를 한 것이다. 

자료 제출 요구의 당사자가 된 작가들은, 정치권이 또 다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윤석열 대통령 부부 등을 풍자한 '굿바이전'은 본래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1월 9일 공개될 예정이었던 전시는 국회사무처에 의해 그날 새벽 기습 철거됐다. ⓒ서울민족예술단체총연합

여당 국회의원이 대통령 풍자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들만을 '특정해' 정부 지원금 내역을 들여다보는 행위는 일반적인 자료 요청으로 보기 어렵다. 심지어 기관 직원이 아닌 '민간인'에 대한 정보를 캐묻는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등 위법 소지도 있다.

 

"(국회의원이) 누군가를 특정해서 자료 요청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가끔 (해당 기관의) 기관장이나 장관급 지위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엔 (특정 개인의) 징계 및 경고 내역을 요청하는 사례는 있다. 예를 들면, 유인촌같이 장관 후보자가 된 사람이라면 그렇게 요구한다." -국회의원실 관계자 A씨, 4년 차 선임비서관 

다가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국정감사는 기관이 본연의 업무를 잘 수행했는지 감사하는 게 목적이다. 기관 소속이 아닌 '민간인'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는 건 몹시 이례적인 일이다.

"국회의원실에서 민간인 개인을 특정해 자료 요청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관 내부 직원이라 치더라도 이름으로 특정하지 않고 '위원장', '상임위원' 이런 식으로 직책을 써서 자료 요청한다. 하물며 기관 직원도 아닌 민간인을 특정해서 그 사람 정보를 요구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일이다."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 B씨, 대관업무 10년 차

▲김신 작가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김승수 국회의원(사진 가운데)과 함께 여러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는데 왜 작가들을 특정해서 이런 자료 요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승수의원실

자료 제출 요구를 받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은 대상 작가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개인정보 제공 동의' 여부를 물었다. 김 의원이 요구한 자료를 공개하려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했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고경일, 박재동, 백영욱, 이정헌 작가가 자료 제공 '동의' 요청을 받았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

이정헌 작가는 "(한국만화진흥원 관계자가) 국회에서 저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는데 제출할지 말지 얘기해 달라고 했다"며 "제가 어떤 지원사업에 선정됐었는지, 지원사업명, 결과보고서 같은 것들을 요구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어제(19일) 연락이 왔다. 한국만화진흥원에서 법률 검토를 해보니, 작가들이 동의해주지 않으면 볼 수 없는 그런 게 있다고, 내게 동의 여부를 물어봤다. 그래서 저는 당연히 내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백영욱 작가

"김승수 의원실 자료 요청 개인정보 제공 거부했다." -고경일 작가 

김 의원은 <굿바이전> 참여 작가들뿐만 아니라, 박재동 작가와 김신 작가를 각각 따로 지목해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 자료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신 작가에 대한 경고 내역 및 사유, 박재동 작가에 대한 지원 내역, 사업 선정 과정 등을 캐물었다. 

만화계에서는 <굿바이전>뿐만 아니라 <관동대지진, 100년만의 통곡 아이고(AIGO)전>(이하 아이고전) 등 정부를 비판하는 다른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도 자료 요청 명단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전시에는 <굿바이전>에 참여했던 고경일, 박재동, 백영욱, 이정헌 등을 포함해, 한일 양국의 작가 37명이 작품을 올렸다. 

▲김승수 국회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풍자한 것으로 논란이 된 <굿바이전>에 참여한 박재동 작가(사진 가운데) 등 특정 작가들을 대상으로 지원금 관련 자료를 요청했다 ⓒ이호 작가 제공

윤석열 대통령 풍자 전시 참여 작가들만을 겨냥한 여당 국회의원의 자료 요구. 만화계는 '블랙리스트'의 부활을 우려했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권, 약 9년간 이어진 블랙리스트의 악몽이 또 다시 실현될지 모른다는 것.

"너무 불쾌하다. 왜 나를 콕 찍어서 알아보려고 하는지 김승수 의원에게 따지고 싶다. 이건 블랙리스트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박재동 작가 

"제가 뭔가 죄를 지은 사람 취급을 받는 기분이 든다. 내 뒤를 캐는 것 같은 기분이다.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있다는 것 아닌가." -백영욱 작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블랙리스트에 두 차례 이름을 올린 김신 작가. 그는 김 의원의 이런 행동이 문화예술계를 위축시키는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블랙리스트 사건을 경험했음에도 다시 노골적으로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 실질적으로 더 중요한 건 작가들이 위축된다는 거다. 정부와 다른 생각을 하는 작가들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그런 현상들을 보면서 자기검열을 하게 되지 않느냐. 그런 사회는 결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김신 작가

이정헌 작가도 이명박 정부 시절 블랙리스트 피해자였다. 그는 "내년에 지원사업을 또 해야 하는데, 아마 내년부터는 (선정이) 안 될 것 같다는 공포가 가장 크다"고 밝혔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정권에 비판적인 성향을 보인 문화예술인들을 '블랙리스트'로 분류해 사찰·감시·검열했다. 정부 지원사업에서 배제하고 작품 활동을 사전에 검열하는 등 권력을 휘둘렀다.

 

약 9년 동안 이뤄진 블랙리스트 사태의 특징은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하기 위해 사전에 작가 개인 및 단체를 특정해 문건을 작성했다'는 것. 이번 김승수 의원의 자료 요구도 특정 작가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과거 블랙리스트 사건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블랙리스트 법률 대응을 맡아온 강신하 변호사는 "특정인에게 수사하듯이,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민간인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것은) 개인정보 침해"라며, "특정 전시에 참여한 특정 작가를 콕 집어 자료를 요구한 건 블랙리스트의 색채가 굉장히 짙다"고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블랙리스트가 위헌이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020년 12월 23일 서울연극협회 등이 박근혜 정부 블랙리스트 사건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제기한 헌법소원에서 재판관 전원일치로 위헌을 결정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전 정부 인사들의 형사 재판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하고 집행한 혐의를 받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의 파기환송심이 재개됐다.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장관 등 블랙리스트 관여 인사 7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 7월 12일 기소됐다.

▲2022년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인 '윤석열차' 작품 사진 ⓒ이정헌 작가 제공

만화계가 블랙리스트 부활을 걱정하는 이유는 단순히 이번 사건 때문만이 아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 그 두려움의 근거를 알 수 있다. 

지난해 10월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한 부천만화축제에서 윤석열 정부를 풍자한 카툰인 '윤석열차'가 전국학생만화공모전 금상 수상작으로 전시됐다. 이 작품에 대해 행사 후원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엄중 경고' 조치를 내렸다. "행사 취지에 어긋난 정치적 주제의 작품"이라는 게 이유였다. 

블랙리스트 피해예술인 모임인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는 지난해 10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차 검열 사건'에 대해 비판했다. 

올해도 축제는 돌아왔지만, 학생만화공모전 수상작 전시는 취소됐다. 지난 14~17일 사이에 만화영상진흥원 주최로 열린 부천만화국제축제는 문체부의 후원을 받지 못했다. 

'윤석열차' 논란 이후 약 3개월이 지나, <굿바이전> 강제 철거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월 9일부터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시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전시 개최 당일 새벽, 국회 사무처에서 작품 80여 점을 기습 철거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블랙리스트 부활에 대한 우려는 최근 가속화됐다. 지난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유인촌 문화특별보좌관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유인촌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초대 문체부 장관을 지냈다. 문화예술계는 유인촌 후보자에게도 블랙리스트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지적을 해왔다. 

유인촌 후보자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속칭 좌파 예술인들도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정부 예산을 요구해선 안 된다, 나랏돈으로 국가 이익에 반하는 작품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라고 밝혔다.

한국독립영화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문화예술인 단체들로 구성된 '유인촌 장관 임명을 반대하는 문화예술인 일동'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인촌 장관 지명을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열린 '유인촌 장관 내정 철회 촉구' 기자회견 ⓒ셜록

'윤석열차' 논란, <굿바이전> 기습 철거 사태, '블랙리스트 관여' 의혹을 받는 유인촌 전 문체부 장관의 재지명, '대통령 풍자' 작가들을 특정한 여당 국회의원의 자료 수집, 이 모든 일들이 최근 1년 사이 일어났다. 문화예술계가 블랙리스트 부활의 조짐을 점점 더 크게 느끼는 이유다. 

한편 김승수 의원실 관계자는 지난 20일 <셜록>과의 통화에서 '특정 작가들을 대상으로 지원금 자료를 요구'한 사실을 전부 인정했다. <굿바이전>에 참여한 작가들의 정부 지원금 내역 자료를 전부 요청했고, 박재동 작가와 김신 작가는 따로 지목해 별도의 자료를 요구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관계자는 '<아이고전> 참여 작가들에 대한 자료 요청은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굿바이전>은) 국회에서 논란이 있어서 혹시 국비가 지원된 적 있는지 확인 차원에서 그렇게 (자료 요구)했다. 단순히 확인 차원에서 한 것." -김승수 의원실 관계자 

그리고 김승수 의원실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한 지 약 1시간이 지나 이런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자료 요구는 취소했습니다." 

<셜록>은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직후 관계자와의 통화를 다시 시도했으나, 의원실 관계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승수 의원실 관계자가 보낸 문자 메시지 화면 ⓒ셜록


‘노조회계 공개 강요’,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것

 

  •  조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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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9.21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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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조 회계가 투명하면 공개하면 되는 거 아닌가?

    왜 공개를 안 해서 세액공제 불이익을 주나?

    노조를 탈퇴해야 하나...”

    이는, 윤석열 정부가 노리는 바다.

    노동조합 회계 투명성을 공격하던 윤석열 정부가 노조 회계를 소재 삼아 ‘민주노조 통제’와 ‘노조 죽이기’를 더욱 노골화할 심산이다.

    ▲ 지난 4월, 민주노총 금속노조를 찾아온 고용노동부의 회계자료 미제출 노동조합 현장조사. 금속노조는 자료비치 의무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으며 자료 제출 또한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행했다며 고용노동부의 현장 조사를 거부했다. ⓒ뉴시스

    정부가 19일 국무회의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 개정안과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회계를 공시하지 않은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은 연말정산 시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시행령은 10월1일 시행된다.

    시행령 개정에 따른다 치면, 노동조합은 10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노동부가 만드는 공시시스템에 2022년도 결산 결과를 공시해야 한다. 이를 행하지 않는 노조의 조합원들은 올해 10~12월(3개월치) 조합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 회계 공시 대상엔 단위노조뿐 아니라 산별노조, 총연맹 등 상급 단체도 포함된다. 즉,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회계 공시를 하지 않을 경우, 조합원들이 세액공제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 양대노총 약 250만 조합원이 해당한다.

    노조탄압을 위한 치밀함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개정된 노조법 시행령에 대해 “회계 투명성 제고를 통해 노동조합의 민주성과 자주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양대노총은 노조 회계 투명성과 무관한 ‘노조탄압’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노총은 “(시행령의) 본질은 노동조합 통제, 산별노조 운동 탄압법”이라 비판했고, 한국노총도 “‘노조의 의무사항’을 신설하는 것은 위헌적 행정입법”이라고 일갈했다.

    노조법 시행령 개정안은 노조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에 대한 공표 시기와 방법을 구체화했다. 노조 대표자는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공시시스템을 통해 매년 4월30일까지 결산 결과를 공표 ‘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언뜻 보면, 공시 ‘의무’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함께 개정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결산 결과를 공시한 노조에게만 세액공제가 가능하도록 해, 사실상 공시 ‘의무’를 ‘강제’한 것이다.

    조합원 1천명 이상 노조에게만 공시 의무를 부여했지만, 1천명 미만 노조도 피해갈 수 없다. 상급단체·연합단체가 공시를 거부하면 1천명 미만 노조 조합원도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산별노조에 속하는 단위노조(지회)의 경우, 민주노총, 산별노조, 지역지부, 그리고 1천명 이상 지회까지 모두 회계공시를 해야 조합원에 대한 세액공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조합원이 1천명 미만인 경우에도 그 단위노조가 속한 산별노조나 상급단체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세액공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조합원 1천명이 넘는 A자동차 노조가 회계 공시를 했어도, 노조가 소속된 (금속)산별노조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조합원 1천명이 안되는 B병원 노조는 회계공시를 하지 않아도 되지만 B병원 노조가 (보건의료)산별노조에 가입되어 있고, 산별노조가 회계공시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 지난 7월,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산별총파업 대회.

    노조 분열.. 결국 ‘노조 죽이기’

    정부가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조합원들에게 금전적 피해를 만들어 조합원들이 노조를 비판하게 하고, 노조는 조합원들의 신뢰를 잃게 되고, 조합원들이 노조를 탈퇴해, 결국 노동조합 분열을 조장하는 행태의 다름 아니다.

    특히나 산별노조의 분열까지 조장한다. 민주노총의 경우, ‘노동자정치세력화’와 더불어 ‘산업별노조 건설 운동’을 민주노총 강령 실현을 위한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산별 건설 운동은 투쟁 속에 진전되고 확대돼왔다.

    기업이나 직종과 상관없이 같은 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노동자로 조직된 노동조합인 산별노조는, 기업별노조(사업장노조) 활동을 뛰어넘어 산업별 단결력과 상급단체(민주노총) 단결력을 높여왔다. 민주노총의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 등의 위력적인 총파업에서 그 힘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걸 하나씩 분열시키겠다는 게 정부 의도다. 단결력을 잃은 노조? 결국 ‘노조 죽이기’다.

    현행 노조법은 노동조합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를 공표하는 방법을 노동조합이 규약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노조법에 따라 최소 1년에 1회 총회를 열어 ‘운영 상황과 결산 결과’는 물론 예산의 근거가 되는 사업계획, 기금 설치, 결산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등을 심의하고 의결한다.

    그러나 노조법 시행령은 ‘감독’에만 눈이 멀어 노동조합의 운영 체계는 무시한 채 노동조합 통제하고, 탄압하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시행령에 ‘결산을 마친 2개월 이내에 공표할 의무’를 신설해 노조법에도 없는 의무를 지게 했다. 산별노조의 경우, 중앙의 예산계획에 따라 산별 하부조직의 교부금이 결정되고, 산별 하부조직과 중앙의 사업이 확정되어야만 하부조직 집행 예산도 결정된다. 그러나, 2개월 이내에 공표하라는 건, 개별노조(단위노조)의 결산 결과 공표 시기에 산별노조도 맞추라는 의미다. 현실을 무시한 처사다.

    법 위에 시행령?.. ‘과태료’ 다음으로 노리는 것

    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하려는 의도 역시 여전하다.

    2016년 서울고등법원은 “노동조합의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가 외부로 반출될 경우, 조합원이 아닌 이에게 장부와 서류가 유출될 우려가 있고, 그에 따라 노동조합의 자주적인 운영이나 전체 이익이 저해될 우려가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조합원들의 등사(복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현행 노조법엔 노동조합이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를 비치하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행정관청에 보고해야 할 의무는 없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에 ‘의무 없는 행위’를 강요해 왔다. 조합원 명부나 회의록, 회계감사보고서 등을 제출하지 않은 노조, 자료의 비치와 보관 여부를 확인하려는 현장 조사를 거부한 노조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리고, 이번 노조법 시행령엔 제3자가 열람하고 등사할 수 있는 방법을 ‘결산 결과의 공표 방법 중 하나’로 규정했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조합원들에게도 인정되지 않는 회계자료 등의 등사권을 요구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하기 위해 법까지 무시하는 정부다.

    과태료로 끝날 리 없다.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노동조합 회계를 공격했던 윤석열 정부가 이제 ‘공시 불이행’의 명분을 쌓아 노조 탄압을 시작했다.

    민주노총은 11월 ‘윤석열 퇴진’을 내건 민중총궐기를 준비 중이다. 한국노총도 11월 전국노동자대회를 예고했다. 정부와 노동자의 대치는 심해지고 정권 퇴진 요구가 높아질수록 노조 탄압과 분열 공작 역시 심해질 터. 노동자들의 ‘단결투쟁’ 고삐는 이미 당겨졌다.

    ▲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대의원대회에서 윤석열 퇴진투쟁을 확대 강화할 것을 결의했다. ⓒ김준 기자

    조혜정 기자jhllk20@gmail.com

    "두 번이나 부결표 호소했는데"... 민주 원내지도부 '총사퇴'

     


    [이재명 체포안 가결 후폭풍] "가결표는 명백한 해당행위"...반란' 의원들 징계?
    23.09.22 01:29l최종 업데이트 23.09.22 07:41l
    사진: 남소연(newmoon)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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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원내지도부가 이재명 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책임을 지고 총사퇴했다. 원내지도부가 두 번에 걸쳐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부결표를 던져줄 것을 당 의원들에 호소했는데도 정작 이와는 반대된 결론이 나오자, 전원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그러나 정작 당 지도부쪽에서는 실무책임자인 조정식 사무총장과 사무총장 산하 정무직 당직자들만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다. 최고위원들은 당분간 사퇴하지 않고 당 정상화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다만 이날 최고위가 체포동의안 가결 행위를 "명백한 해당행위"로 규정해 당분간 당 내 갈등 봉합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광온 원내대표, 의총 시작과 함께 "책임지겠다"

    이소영 원내 대변인은 21일 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지도부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안건과 관련해 부결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논의를 하고 소속 의원들에게 부결 투표를 요청하고 설득한 바 있다"며 운을 뗐다.

    이어 "그러나 표결 결과가 지도부 논의 요청와 설득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왔기 때문에 그 모든 상황에 책임을 지고 박광온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했다"며 "이 시간부로 원내 지도부는 총사퇴 한다. 사무총장과 사무총장 산하 정무직 당직자들도 모두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 박 원내대표는 지난 20일과 21일, 두 번에 걸쳐 의원총회를 통해 이 대표를 향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은 이날 출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 무효 4표로 최종 가결됐다.(관련 기사: 하루 전 '부결' 호소, 악수됐나...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 https://omn.kr/25qsr)

    이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박 원내대표는 의총 시작과 함께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 책임 지겠다"며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내대변인은 원내대표 사의표명에 따른 후속 절차와 관련해 "늦지 않은 시일 내 신임 원내대표 선출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당헌당규에 따라 모든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내대표가 사의를 표명하면 관례적으로는 원내수석부대표가 새로 원내 지도부 구성 절차를 준비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 원내대변인은 '당 지도부 중에서 왜 사무총장만 사퇴하기로 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가 말씀드리기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  박광온 원내대표를 비롯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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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위원들은 직 유지... 의총장 안팎 의원들 고성·설전도

    권칠승 수석대변인 역시 이 원내대변인의 브리핑 직후 당 대표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의 공식 입장을 전했다. 다만 권 수석대변인 역시 '책임 범위'가 사무총장선에서 그친 데 대해 명확히 답하지 않았다.

    그는 사무총장 사퇴에 대해 "투표 결과에 책임지는 차원"이라며 "사무총장과 이하 정무직 당직자들은 사의 수리 여부가 결정날 때까지 정상적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당 대표의 지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최고위원들은 조속히 당을 안정시키고 이재명 당대표를 끝까지 지켜낼 것"이라며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날 권 수석대변인이 밝힌 최고위 입장문에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가결 표를 던진 행동 자체를 '해당행위'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담겼다. 

    앞서 권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은 최고위와 의총, 중앙위원 규탄대회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부당한 정치탄압으로 규정했다"며 "그렇기에 오늘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본회의 가결 투표는 용납할 수 없는 명백한 해당행위"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표결 이전부터 공식적으로 '가결'을 주장해 온 의원들을 상대로, 당이 곧 징계 절차를 밟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서영교 최고위원은 기자들과 만나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건 마음을 더 모으자고 그렇게 한 것"이라며 "사실상 당론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 대표를 그런 상황으로까지 만드는 것 자체는 문제가 있다"면서도 "(해당행위자 관련) 구체적으로 징계 수위가 결정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당초 이날 오후 9시께로 예정됐던 의총은 최고위원들의 논의가 길어지면서 1시간 가량 늦어져 10시에야 시작됐다. 의총은 11시 20분께 종료됐는데, 그 과정에서 의원들 사이 고성이 오가거나 일부 의원들이 의총장 밖에서 설전을 벌이는 등 혼란한 당 내 상황이 그대로 노출되기도 했다.

    태그:#박광온, #이재명, #불체포특권, #더불어민주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