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 19일 금요일

기생충 창궐한 낙동강... 하루 빨리 수문 열어라


16.02.19 17:31l최종 업데이트 16.02.19 17:31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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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뭇생명들을 잡아먹는, 더 나아가 4대강을 죽이고 있는 저 거대한 보를 걷어내고 강을 다시 흐르게 하라!!
ⓒ 정수근

낙동강 물고기 떼죽음 현상이 칠곡보뿐만 아니라 낙동강 전역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 며칠 동안의 낙동강 현상조사에서 칠곡보 아래쪽인 강정고령보와 달성보에서도 강준치의 죽음이 목격됐기 때문이다.

칠곡보에서 확인된 강준치 떼죽음의 원인처럼 이들의 죽음도 기생충에 의한 폐사로 보인다. 손운목 경상대학교 의대 기생충학교실 주임교수는 "강준치의 몸속에서 기생충이 너무 자라서 장기들이 수축됐고, 그로 인한 영양결핍 등에 의한 폐사"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기생충이 달라붙은 채 죽은 강준치도 보이고, 아가미 아래쪽에 기생충이 빠져나간 자국인 큰 구멍이 뚫린 채 죽은 강준치도 목격했다. 강의 부분 조사에서만 확인된 폐사한 강준치가 이 정도이다. 낙동강 전역을 모두 조사해보면 폐사한 강준치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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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달성보 하류에서도 강준치들이 떼죽음 당했다. 50여 미터 구간에서 11마리가 죽어있는 것을 확인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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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고령보 상류에서 만난 '낙동강 기생충'. 물고기 몸에 달라붙은 녀석부터 몸밖으로 완전히 나온 기생충의 모습이다.
ⓒ 정수근

뿐만 아니라 구미보 상류에서는 강준치 몸속에서 빠져나온 기생충도 목격됐다. 강의 상하류를 가릴 것 없이 낙동강 전역이 기생충으로 오염된 것이 아니냐 추정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기생충이 창궐해 강준치가 떼죽음 당하는 것을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환경 당국의 진단처럼 수치상 수질의 특이사항이 없으니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물고기 떼죽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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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마리의 강준치에서 저렇게 많은 기생충이 나왔다.
ⓒ 정수근

이에 대해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는 말한다.

"옛말에 고인 물에는 기생충 같은 것이 많이 생긴다고 했다. 의성(醫聖, 명의를 뜻함) 히포크라테스도 고인 물을 먹으면 이자와 아랫배가 부풀어 오른다고 했다. 그것이 지금 생각하면 기생충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번에 떼죽음 당한 강준치도 기생충 때문에 배가 부풀어 올라 죽은 것을 보면 결국 강이 흐르지 못해 생기는 부작용인 것 같다."   

결국 흐르지 못한 강에서 수생태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그로 인해 예전에 없던 현상들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바로 기생충 창궐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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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대한 보에 막힌 낙동강. 보에 흘러나온 거품이 띠를 이루고 있다
ⓒ 정수근

실제로 4대강사업이 완료된 지난 2012년 이후 낙동강은 거대한 보로 막혔고, 정확히 그해부터 녹조 현상이 시작됐다. 녹조 현상은 해가 갈수록 점점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겨울 녹조까지 등장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 되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큰빗이끼벌레라는 외래종 태형동물도 창궐했다. 그것에 더해 이번에는 기생충이 창궐했고, 그로 인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 또한 강 주변에서 기생충이 섞여 있는 배변을 발견하기도 했다. 배변의 크기로 보아 야생동물의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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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동물이 기생충에 감염된 물고기를 먹었는지, 배설물에 기생충이 섞여나왔다.
ⓒ 정수근

사실 기자가 낙동강 기생충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것은 지난해 여름이다. 구미에서 조업을 하던 낙동강 어부를 통해서 처음 접했다. 당시 낙동강 어부는 말했다.

"기생충을 처음 보면 꼭 창자가 늘어진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잘 보지 않으면 몰라요. 자세히 확인해보니 기생충이었어요. 3년 전부터 봐왔어요. 그래서 이제는 척 보면 알아요. 고기는 말랐는데 배는 불룩 튀어나와 있으면 십중팔구 기생충이 들어있다고 보면 됩니다."

그는 기생충으로 인한 강준치의 떼죽음도 이미 예견했었다.

"예전에 사람 몸에 기생충이 유행할 때를 떠올려보면 기생충이 있는 사람은 몸이 바짝 마르고 마른버짐이 피고 하잖아요. 딱 그것과 같아요. 기생충이 영양을 다 빼앗아 가버리니 물고기는 마르고 비실비실 힘이 없어지지요. 그래서 이번에도 떼죽음한 것이겠지요."

인간이 살기 위해서도 강은 되살아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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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밖으로 기생충이 삐져나온 채로 비실비실대며 돌아다니고 있는 강준치. 죽음이 임박했다.
ⓒ 정수근

어부는 이전에는 이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4대강사업 이후 강이 심각하게 변하고 있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녹조나 큰빗이끼벌레, 그리고 이번에 문제가 되는 기생충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문제는 아닙니다. 이전에도 조금씩은 다 있었습니다. 문제는 이것들이 비정상적으로 많아지는 것입니다. 지금 낙동강은 기생충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결국 보에 막혀 흐르지 못하는 물이 이번 사태의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강을 의지한 채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이어온 어부의 증언이다. 그는 누구보다 강의 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어부는 "강이 죽어간다"고 했다. 

"강을 살리려면 다른 무엇보다 강의 흐름을 되찾아주어야 한다. 그래야 강이 살고, 그 안의 물고기도 살고, 우리 같은 어민들도 산다." 

낙동강은 1300만 경상도민의 식수원이다. 강이 살아야 결국 인간도 살 수 있다. 하루속히 4대강 보의 수문이 열려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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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정수근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입니다. 지난 7년 간 낙동강의 모습을 담고 있고, 4대강 재자연화를 희망합니다.

미국도 놀랐던 ‘역대 최강 대북제재’ BDA···이젠 왜 못하나?

[주말기획]미국도 놀랐던 ‘역대 최강 대북제재’ BDA···이젠 왜 못하나?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미국 재무부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했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전경.  |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했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전경. | 연합뉴스
대북제재가 거론될 때마다 국내에서 매번 등장하는 단어가 ‘BDA(방코델타아시아)식 제재’다. 북한이 최근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한 이후 이번에도 어김없이 “미국이 이번에는 BDA식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BDA식 제재는 북한의 명줄을 끊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도대체 BDA식 제재는 어떤 것이었길래 이처럼 ‘대북제재의 전설적 존재’가 된 것일까.
이 제재 원리는 간단하다. 미국이 세계 금융패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개인·단체는 미국과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과 거래를 못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금융기관은 사실상 전 세계에 없다. 따라서 각국 금융기관은 이를 피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를 끊게 되고 이 같은 ‘세컨더리보이콧’ 효과로 북한은 국제 금융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없어 돈줄이 마르게 된다.
미국도 놀란 제재 효과
사실 BDA 사태는 미국이 북한에 직접 제재를 가한 결과가 아니었다. 미국이 한 것이라고는 2005년 9월 마카오에 있는 소규모 은행 BDA를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유통에 이용된 혐의가 있는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고, BDA와의 거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를 관보에 게재한 것이 전부였다.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일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미 재무부의 발표가 나오자 각국 금융기관은 미국과의 거래가 막히는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BDA와의 거래를 끊었다. BDA에 계좌를 갖고 있는 예금주들은 앞다퉈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마카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뱅크런’을 막기 위해 BDA의 계좌를 전부 동결시켰다. 이 은행에 있던 북한 소유 계좌 50여개의 자금 2400만달러도 동결됐다.
또한 각국 금융기관은 그동안 거래해온 북한 은행들의 계좌를 폐쇄하고 북한과의 거래를 피했다. 북한 은행들은 새로운 계좌를 만들 수도 없었다. 이로 인해 북한은 합법적 금융 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국제 금융네트워크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북한은 현금을 싸들고 다니며 거래를 해야 할 판이었다. 당시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차관은 “북한과의 거래 위험성을 알게 된 각국 정부, 기관, 개인이 자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면서 일종의 ‘눈사태’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을 제재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유통과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자국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단속’을 한 것이어서 다른 나라들이 이의제기를 하기도 어려웠다. 또한 일반 국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단순한 경제제재와 달리 이 같은 금융제재는 북한 지도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미국이 “드디어 북한의 약한 고리를 찾았다”면서 크게 환호한 것은 당연했다.
2006년 12월 방코델타아시아 계좌 동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2006년 12월 방코델타아시아 계좌 동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BDA 여파로 중단된 6자회담
북한은 국가의 돈줄이 마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비명을 질렀다. 북한은 미국의 조치가 핵폐기를 약속한 9·19 공동성명 합의와 동시에 나온 것을 지적하며 “미국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BDA에 묶인 자금을 돌려받기 전에는 핵협상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북핵 6자회담은 ‘역사적인’ 9·19 합의를 이뤄내고도 1년 이상 열리지 못했다.
결국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2007년 7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그해 10월 첫 핵실험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위기 국면이 조성되자 미국은 BDA 문제를 풀어주고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켜 비핵화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돈을 돌려주는 것은 동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북한은 미국이 국제금융망을 통해 돈을 송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제대로 금융기능이 작동하는지 시험해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어느 금융기관도 북한 자금을 중개하려 하지 않았다. 불법 자금이 섞여 있는 돈을 취급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북한 자금을 중개해줄 은행을 찾기 위해 미국은 동분서주했다. 중국의 은행도 중개를 맡으려 하지 않자 미국 정부는 자국의 한 은행에 협조 요청을 했다. 이 은행은 면책 특권이 명시된 정부 문서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자신들이 중개를 맡을 것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계획을 철회했다. 한국의 수출입은행과 개성공단에 개설된 우리은행 등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각국의 중앙은행을 통해 이 자금을 북한에 옮겨주는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됐다.
마카오당국은 합법과 불법 자금이 섞여 있는 50여개의 계좌를 하나로 만들어 이를 뉴욕의 연방준비은행으로 보냈고 미국은 이를 다시 러시아 중앙은행으로 송금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북한의 휴면계좌가 있는 러시아극동은행으로 이 돈을 보냈고 북한 대동은행을 거쳐 최종적으로 조선무역은행에 입금됐다. 미국이 불법과 합법 자금을 섞어 하나의 계좌로 만드는 ‘돈세탁’을 눈감아 주고 정부 산하의 중앙은행까지 동원한 끝에 간신히 돈을 돌려줄 수 있을 정도로 한번 가해지면 어느 누구도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비가역적 조치’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지금도 BDA식 제재가 유효한가
BDA 계좌동결로 북한이 엄청난 타격을 입은 이유는 자신들의 계좌가 국제금융망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이후 북한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비를 했다. 대부분의 계좌를 중국으로 숨겼고 금융결제도 소액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피한다. 따라서 지금 BDA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해도 북한이 당시처럼 큰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금 BDA식의 제재를 가할 경우 사실상 중국의 기관·단체가 그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10년 전에도 미 재무부는 중국의 많은 은행들이 북한의 불법자금을 취급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중 가장 ‘별볼일 없는’ BDA만을 시범 케이스로 골랐다.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금융기관들도 상당수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하며 협조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경제적 파워나 국제적 위상은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도 상호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제재의 피해가 부메랑처럼 미국에 돌아갈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이 ‘세컨더리보이콧’ 조항이 포함된 대북제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방식의 제재는 군사적 수단을 제외하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여서 함부로 뽑기 어렵다.
북한의 범죄활동과 불법자금을 추적해 BDA를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자문관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미 하원이 BDA 방식과 같은 대북제재법안을 추진할 때 청문회에 출석해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2005년 당시 중국은 자국 기관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해 매우 실무적으로 반응했다”면서 과거와는 위상이 크게 달라진 중국이 지금도 피해를 감수하고 협조할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또 “BDA식 제재를 가하려면 먼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resolution)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도 놀랐던 ‘역대 최강 대북제재’ BDA···이젠 왜 못하나?

[주말기획]미국도 놀랐던 ‘역대 최강 대북제재’ BDA···이젠 왜 못하나?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미국 재무부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했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전경.  | 연합뉴스
미국 재무부가 ‘돈세탁 은행’으로 지정했던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의 전경. | 연합뉴스
대북제재가 거론될 때마다 국내에서 매번 등장하는 단어가 ‘BDA(방코델타아시아)식 제재’다. 북한이 최근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한 이후 이번에도 어김없이 “미국이 이번에는 BDA식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BDA식 제재는 북한의 명줄을 끊어놓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것처럼 여기는 분위기다. 도대체 BDA식 제재는 어떤 것이었길래 이처럼 ‘대북제재의 전설적 존재’가 된 것일까.
이 제재 원리는 간단하다. 미국이 세계 금융패권을 갖고 있다는 점에 착안해 북한과 금융거래를 하는 개인·단체는 미국과 금융거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과 거래를 못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금융기관은 사실상 전 세계에 없다. 따라서 각국 금융기관은 이를 피하기 위해 북한과 거래를 끊게 되고 이 같은 ‘세컨더리보이콧’ 효과로 북한은 국제 금융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없어 돈줄이 마르게 된다.
미국도 놀란 제재 효과
사실 BDA 사태는 미국이 북한에 직접 제재를 가한 결과가 아니었다. 미국이 한 것이라고는 2005년 9월 마카오에 있는 소규모 은행 BDA를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유통에 이용된 혐의가 있는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고, BDA와의 거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를 관보에 게재한 것이 전부였다. 그 이후에 일어난 모든 일들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들이다.
미 재무부의 발표가 나오자 각국 금융기관은 미국과의 거래가 막히는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BDA와의 거래를 끊었다. BDA에 계좌를 갖고 있는 예금주들은 앞다퉈 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결국 마카오 금융당국은 이 같은 ‘뱅크런’을 막기 위해 BDA의 계좌를 전부 동결시켰다. 이 은행에 있던 북한 소유 계좌 50여개의 자금 2400만달러도 동결됐다.
또한 각국 금융기관은 그동안 거래해온 북한 은행들의 계좌를 폐쇄하고 북한과의 거래를 피했다. 북한 은행들은 새로운 계좌를 만들 수도 없었다. 이로 인해 북한은 합법적 금융 거래도 할 수 없게 됐다. 국제 금융네트워크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북한은 현금을 싸들고 다니며 거래를 해야 할 판이었다. 당시 스튜어트 레비 미 재무부 차관은 “북한과의 거래 위험성을 알게 된 각국 정부, 기관, 개인이 자발적으로 거래를 중단하면서 일종의 ‘눈사태’와 같은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을 제재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위조지폐 제작·유통과 같은 불법행위로 인한 자국의 피해를 막기 위해 ‘단속’을 한 것이어서 다른 나라들이 이의제기를 하기도 어려웠다. 또한 일반 국민들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되는 단순한 경제제재와 달리 이 같은 금융제재는 북한 지도부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다. 미국이 “드디어 북한의 약한 고리를 찾았다”면서 크게 환호한 것은 당연했다.
2006년 12월 방코델타아시아 계좌 동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2006년 12월 방코델타아시아 계좌 동결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나가고 있다. | 연합뉴스
BDA 여파로 중단된 6자회담
북한은 국가의 돈줄이 마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비명을 질렀다. 북한은 미국의 조치가 핵폐기를 약속한 9·19 공동성명 합의와 동시에 나온 것을 지적하며 “미국의 음모”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BDA에 묶인 자금을 돌려받기 전에는 핵협상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로 인해 북핵 6자회담은 ‘역사적인’ 9·19 합의를 이뤄내고도 1년 이상 열리지 못했다.
결국 북한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2007년 7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그해 10월 첫 핵실험을 강행하는 초강수를 뒀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위기 국면이 조성되자 미국은 BDA 문제를 풀어주고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켜 비핵화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돈을 돌려주는 것은 동결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북한은 미국이 국제금융망을 통해 돈을 송금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제대로 금융기능이 작동하는지 시험해보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이 나왔다. 하지만 어느 금융기관도 북한 자금을 중개하려 하지 않았다. 불법 자금이 섞여 있는 돈을 취급했다가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북한 자금을 중개해줄 은행을 찾기 위해 미국은 동분서주했다. 중국의 은행도 중개를 맡으려 하지 않자 미국 정부는 자국의 한 은행에 협조 요청을 했다. 이 은행은 면책 특권이 명시된 정부 문서를 요구하기도 했으나 자신들이 중개를 맡을 것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계획을 철회했다. 한국의 수출입은행과 개성공단에 개설된 우리은행 등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각국의 중앙은행을 통해 이 자금을 북한에 옮겨주는 기상천외한 방법이 동원됐다.
마카오당국은 합법과 불법 자금이 섞여 있는 50여개의 계좌를 하나로 만들어 이를 뉴욕의 연방준비은행으로 보냈고 미국은 이를 다시 러시아 중앙은행으로 송금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북한의 휴면계좌가 있는 러시아극동은행으로 이 돈을 보냈고 북한 대동은행을 거쳐 최종적으로 조선무역은행에 입금됐다. 미국이 불법과 합법 자금을 섞어 하나의 계좌로 만드는 ‘돈세탁’을 눈감아 주고 정부 산하의 중앙은행까지 동원한 끝에 간신히 돈을 돌려줄 수 있을 정도로 한번 가해지면 어느 누구도 쉽게 되돌릴 수 없는 엄청난 위력을 가진 ‘비가역적 조치’라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지금도 BDA식 제재가 유효한가
BDA 계좌동결로 북한이 엄청난 타격을 입은 이유는 자신들의 계좌가 국제금융망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때 이후 북한은 재발 방지를 위한 대비를 했다. 대부분의 계좌를 중국으로 숨겼고 금융결제도 소액으로 쪼개는 방식으로 감시망을 피한다. 따라서 지금 BDA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해도 북한이 당시처럼 큰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특히 중요한 것은 지금 BDA식의 제재를 가할 경우 사실상 중국의 기관·단체가 그 대상이 된다는 점이다. 10년 전에도 미 재무부는 중국의 많은 은행들이 북한의 불법자금을 취급한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중 가장 ‘별볼일 없는’ BDA만을 시범 케이스로 골랐다. 중국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중국 금융기관들도 상당수가 미국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북한과의 거래를 중단하며 협조했다.
하지만 지금 중국의 경제적 파워나 국제적 위상은 10년 전과 비교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관계도 상호의존적으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에 제재의 피해가 부메랑처럼 미국에 돌아갈 수도 있다. 그동안 미국이 ‘세컨더리보이콧’ 조항이 포함된 대북제재에 적극성을 보이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이 같은 방식의 제재는 군사적 수단을 제외하면 미국이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카드’여서 함부로 뽑기 어렵다.
북한의 범죄활동과 불법자금을 추적해 BDA를 돈세탁 우려 기관으로 지정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데이비드 애셔 전 국무부 자문관은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미 하원이 BDA 방식과 같은 대북제재법안을 추진할 때 청문회에 출석해 상황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는 “2005년 당시 중국은 자국 기관이 미국의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해 매우 실무적으로 반응했다”면서 과거와는 위상이 크게 달라진 중국이 지금도 피해를 감수하고 협조할지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그는 또 “BDA식 제재를 가하려면 먼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중국과 일전을 불사하겠다는 각오(resolution)를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성공단, 현정부에선 끝났다…DJ이전으로 후퇴”


[이영광의 발로GO 인터뷰 29]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이영광 기자  |  kwang3830@hanmail.net


새해 들어 한반도 정세가 급변하고 있다. 지난 1월 6일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데에 이어 2월 7일에는 로켓을 발사해서 북한을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고 정부는 그동안 남북의 평화·협력의 상징인 개성공단을 10일 잠정 중단했고 다음날 북한은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기업의 자산 동결을 했다. 
정부는 개성공단 임금이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에 쓰여서 개성공단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하루만에 말을 바꾸면서 명분이 사라졌다. 사실 개성은 북한의 군사시절이 있었지만 공단조성으로 이것이 뒤로 물러나 남북대치 국면에서 완충 작용을 했다.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에도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번 개성공단 폐쇄로 경제는 물론 안보까지 위협을 받고 있다. 이 상황에 대한 해석과 전망이 궁금하여 지난 17일 군자역 근처에 위치한 카타콤 카페에서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을 만났다. 다음은 임 백 정책실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 이영광 기자
“남북접촉 마지막 창구 폐쇄…DJ 이전으로 돌아가”
- 지난 7일 북한의 로켓 발사부터 10일 정부의 개성공단 중단과 11일 북한의 폐쇄까지 일련의 상황을 어떻게 보세요?
“한마디로 얘기하면 남북이 강 대 강의 대결로 치닫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아시다시피 우리 정부는 화해 협력의 상징이라고 여겨왔던 개성공단을 중단했고 이에 북한은 개성공단을 완전히 폐쇄하고 다시 군사기지화 하겠다고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현재까지 남북이 접촉하고 교류하는 마지막 창구라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이 끝났기 때문에 김대중 정부 이전으로 남북관계가 돌아갔죠.” 
- 7일 북한이 쏜 것에 대해 한쪽에서는 미사일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로켓이라고 하는데 정확히 뭔가요?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말하지만, 우리 정부를 포함해서 미국과 서방에서는 그게 바로 장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기 위한 미사일 실험으로 보는데, 말은 다르지만, 실질적인 기술로 들어가면 저 꼭대기에 무엇을 다느냐는 차이밖에 없고, 그 밑의 기술은 거의 같기 때문에 북한은 인공위성이라고 했지만, 우리 정부나 미국 쪽에서는 그게 미사일 기술을 개발시킬 거라고 얘기해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는 거죠.” 
- 하지만 인공위성이 잡힌다잖아요.
“일단 미국의 기사를 보면 처음엔 잡혔지만, 나중에는 불안정했다고 하니까 인공위성이 궤도까지는 쏘았다는 것까지는 제가 볼 때 확인된 것 같은데, 그다음의 기술이 인공위성 같으면 궤도를 안정되게 돌면 일단 성공한 건데 불안하다니 좀 더 기다려 봐야 하고, 만약 이게 미사일 기술로 되려면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와야 목표를 맞추잖아요. 그러나 그 실험은 이번에 포함 안 된 거죠.” 
  
▲ CNN은 8일(현지시각)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축하했다”며 “UN의 비난을 받으며 불꽃놀이도 함께”라고 전했다.
- 원인은 7일 북한의 위성 발사인데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이게 처음 아니잖아요. 지난 10년 걸쳐서 한 세 번 정도 핵실험도 하고 미사일도 쐈죠. 그때마다 소위 유엔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해서 더 이상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하지 못하도록 제재를 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 제재가 사실은 성공하지 못했죠,
결과적으로 봐서 그러기 때문에 이번에 네 번째 실험할 때도 우리 정부는 계속 북쪽에 경고를 했지만 실패해서 우리 정부는 중대한 안보 상황으로 판단하고 이런 조처를 내린 것 아닙니까? 근데 문제는 이렇게 하다 보니까 오히려 안보가 불안해진 상황으로 왔단 말이에요.
북한이 국제 규범을 어겼기 때문에 제제를 안 할 수는 없죠.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 같은 과격한 조처를 하기 전에 북한이 진짜 미사일과 핵을 포기할 수 있는 대북정책은 우리 정부가 고려하지 않았는지가 안타까운 거죠.” 
- 개성공단이 있음으로써 군사시설이 뒤로 물러난 것으로 아는데 이번 조치로 그게 전진 배치되면 오히려 안보위기를 높이는 것 아닌가요?
“현 개성공단에 북한 군대가 주둔해 있었고 또 그 전 한국전쟁 때를 생각하면 바로 개성공단으로 해서 문산, 서울로 공격해 온다는 공격로로 간주하였거든요. 그런데 거기에 공단이 생기면서 북쪽 군대가 뒤로 철수한 것은 사실입니다.
군대가 뒤로 물러났단 얘기는 만에 하나 북이 남을 공격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죠. 그러니까 그때 우리 군대가 관찰할 수 있고 포착해서 사전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기 때문에 군사적 의미가 굉장히 큽니다. 소위 말해서 전쟁을 억제하고 조기에 조치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거거든요. 근데 만약 이게 앞으로 오게 되면 그런 시간을 잃어버려서 군사적인 측면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해야죠.” 
  
▲ 개성공단 가동 중단과 남북간의 긴장관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한 빌딩에서는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아웃도어 의류 등이 긴급처분 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정부는 개성공단 폐쇄가 북한에 압박이 될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에요. 오히려 우리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그건 통계로 보더라도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124개, 그 기업들과 관련된 협력업체가 5천 개 그리고 그와 관련된 근로자가 10만 명 이상이 된다고 해요. 그러면 이 숫자 만 보더라도 우리 중소기업들이 얼마나 큰 경제적 손실을 입었는지는 알 수 있죠.
그리고 북은 임금으로 연 1억 불 정도 가져간다고 하는데 그에 비하면 남쪽의 경제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라서, 전반적으로 남쪽의 중소기업들이 경제적으로 상당히 손해를 본 것이죠. 더군다나 지금 한국 경제가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고 세계 경제도 나쁜 상황에 그것까지도 덮쳤기 때문에 아마 중소기업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고통을 받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홍용표 발언 자꾸 번복, 폐쇄 명분 잃어…국민 의심 자초”

-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북의 핵이나 미사일 개발로 쓰였고 증거도 있다고 말했다고 하루 지나 말을 바꿨어요.
“이건 두 가지 문제가 있다고 봐요. 첫 번째는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우리 정부의 목적이 그 돈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쓰여 더 이상 그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 했다는 주장이 이번 폐쇄 명분인데 장관이 그걸 번복해서 명분이 많이 사라진 거죠. 물론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비슷한 얘기를 반복했지만 이미 그런 명분에 대해 국민이 상당히 의심하게 됐다는 얘기죠,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는 국무위원이 말을 바꾼다는 얘기는 우리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신뢰를 줄 수가 없죠. 이 두 문제에 대해 남북 간 문제뿐만 아니라 대내적으로도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았나 하는 평가를 할 수 있어요.” 
- 어제(16일) 박 대통령의 국회연설은 어떻게 보셨어요?
“박 대통령은 국회연설에서 ‘과거 방식으로는 북한을 변화시킬 수도 없고 핵과 미사일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주도로 국제적 공조를 통하여 북한을 제재와 압박을 가해 북을 변화시키겠다’는 게 골격이라고 봐요.
바로 이 말은 남북문제가 이제 군사적 대치로 더 심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죠. 그러나 군사적 대치로는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거든요. 오히려 더 공고히 되어 위협만 가중되고, 그러면 전쟁 위험은 더 높아지는 안보불안 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은 제재와 압박 등 강경정책 아니었나요?
“바로 그거죠. 그래도 개성공단은 남겨두고 그걸 근거로 해서 남북이 접촉할 수 있는 걸 찾겠다는 게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이라든지 통일 대박론도 내용은 다르지만 그렇게 해석할 수 있는데, 개성공단이 중단되었기 때문에 이제는 압박과 제재 밖에 안 남은 거죠. 그것은 군사적 제재 밖에 안 남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실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핵실험이 비교적 안 이뤄진 건 햇볕정책의 성과 아닌가요?
“이 정부는 그걸 부인하지만, 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에 대해 먼저 북핵을 용인하지 않고 두 번째는 북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고 세 번째는 국민의 공감대를 얻어서 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견지했어요. 북한이 처음 핵실험 할 때도 노무현 정부에서는 쌀 지원을 중단하는 등 나름대로 제재를 했죠. 그러나 앞서 얘기한 대로 개성공단은 마지막 보루이고 접촉의 통로라서 이것은 가지고 갔어요.
  
▲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이 지난 17일 군자역 근처에 위치한 카타콤 카페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기자
그러나 결국 지금 와서 핵과 미사일 문제가 해결 안 됐으니까, 돌아보면 그게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지만, 군사 일변도가 아니고 대화와 협력을 병행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거든요. 남북 정상회담 때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종전선언 같은 것도 제안했잖아요. 종전선언을 단순하게 남북 간 전쟁상태를 끝내자는 게 아니라 그 안에 저희가 생각했던 핵심적인 것은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었죠. 결과적으로는 북한 핵·미사일과 평화협정을 맞바꿔서 해결하는 계획이었어요, 이런 게 있으면서 가야 기회가 오는데, 보수정부가 들어와서는 그런 기회는 완전히 버리고 군사일변도로 가니까 이게 해결되기보다는 불안이 가중된다는 평가를 할 수 있죠.” 
“핵무장론 감정적, 국제 제재 들어오면 우리 경제 거의 무너져”

-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대박’을 주장했지만, 현재 대북정책은 그것과 정반대예요. 그럼 정책이 바뀐 건지 아니면 말만 그렇게 한 건지 의문인데.
“그렇죠. 박근혜 정부 들어서서 남북 간 신뢰를 회복하고 접촉하고 협력해 나갈 수 있는 정책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정책이고 그것을 위해 독일에 가서 드레스덴 선언을 한 거지요. 어제 연설에도 그런 연장선 속에서 정부는 노력했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들어가 보면 구체적으로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 그리고 통일을 위한 남북 간 협력을 한 게 구체적으로 뭐가 있었는지 찾아보기 어렵거든요. 오히려 남북의 갈등, 대치, 저쪽에 대한 압력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했죠.
그러나 완전히 과거와 같은 방법은 안 하겠다고 했으니까, 정부 스스로 통일대박론,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이제 끝장났다고 선언한 거죠. 저는 이 정부에서 굉장히 큰 변화가 없으면 그런 정책이 나오기는 어렵지 않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어 더 고민인 거죠. 그러니까 이제 군사적 대치를 완화할 수 있는 대북정책을 생각해야 하는데 문을 닫아버려서 안타깝죠.” 
  
▲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북한의 도발에 따른 안보 위협과 관련해 정치권의 협조와 국민 단합을 강조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참여정부 말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어요. 너무 늦게 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어요. 왜냐면 임기 말에 하고 정권교체가 되어 새 정부는 그걸 무시해서 성과가 없었는데.
“그렇죠. 참여정부 말에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10.4 정상선언에서 아주 여러 가지 남북 협력 사업을 약속했는데, 정권 말이다 보니 문제는 그다음 정부에서 그것을 이어받느냐 아니냐에 대해 토의를 많이 했어요.
그러나 이게 노무현 정부 때 그냥 갑자기 생긴 게 아니고 그 안에 합의된 것은 과거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남북 간 해왔던 것을 거기에 집대성한 것으로, 이 문제는 새로운 보수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큰 줄기까지 없어지겠느냐는 생각도 했죠.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도 ‘그런 우려도 있지만 한 발자국 내디뎌야 나가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죠.
사실 우리가 남북관계를 길게 보면 기본합의서부터 시작해서 비핵화 선언, 6.15 공동성명, 그리고 10.4 정상선언으로 이어지잖아요. 그걸 보면 과거 정부 것들이 그다음 정부에 이행이 그대로 안 됐지만 길게 보면 그 선상에 있는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그 선상을 벗어나서는 남북 평화 통일은 불가능하니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노무현 정부가 시행했던 남북정상회담, 그때 합의했던 10.4 정상선언은 남북관계 발전에 필요한 참고자료로 남지 않겠는가라고 생각해요.” 
- 그렇게 보면 노태우 정부부터 노무현 정부까지 진척된 것 같아요. 노태우, 김영삼 정부는 새누리당 정권이라서 남북관계 파탄을 자기부정 아닌가요?
“그런 면이 있죠. 노태우 정부 때 북방정책이라든지 그 후 김영삼 정부의 한민족통일 방안 등은 후속 정부에서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연장 속에서 정책들을 개발해 온 것이거든요, 박근혜 정부의 통일 대박론이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거기에 다 있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그 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도 일면 타당하죠.” 
- 새누리당에서는 핵무장론을 주장하는데
“지금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니까 감정적으로 우리도 핵을 갖자는데, 정책은 감정이 아니잖아요. 단순한 군사정책이지만 이게 미치는 효과는 엄청나게 크거든요. 지금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다고 국제사회에서 이렇게까지 제재 하는데 우리가 개발한다고 하면 국제 사회가 당연히 제재를 하는 거죠. 북한은 고립되어 있어서 국제사회의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고 도와주는 중국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핵 개발한다고 하면 NPT 체제를 부정하는 거니까 국제 제재는 분명히 들어올 것이고 특히 핵확산을 가장 싫어하는 미국이 가만있겠냐는 거죠. 그렇게 되면 한미 간의 관계에 충격이 올 것이고, 우리 대외무역은 경제의 80%를 차지하고 있잖아요. 이런 나라가 만약의 경우에 북한과 같은 제재를 받게 되면 우리 경제는 거의 무너질 것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외교적으로나 한미동맹이나 경제적인 측면이나 다 종합해서 계산해야 해요. 그래서 핵 개발 주장은 감정의 문제이지, 국가안보와 경제를 생각하고 주장한 것인지 의심을 하게 되죠.” 
“새정부 들어서 재가동 들어가도 기업들 설득 쉽지 않을 것”

- 북한을 제재하려면 중국의 협조가 필요한데 지금 샤드 배치 문제로 중국과 관계가 틀어지는데.
“많은 전문가가 북한을 변화시키고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북한 에너지의 7~80%가 중국에서 들어가고, 북·중 간 무역이나 경제협력이 엄청 커졌으며 식량도 중국에서 들어가기 때문에 중국이 나서서 압력을 넣으면 될 것으로 봐요. 그걸 다 차단하면 북한은 어려울 거예요. 그럼 중국은 그걸 왜 안 하느냐면 중국은 북한이 붕괴하면 중국은 안보이익이 침해당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국을 설득하고 협력하면서 북한에 핵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건 중국과 협력을 해야 합니다.
문제는 군사적으로 가게 되면 중국이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거죠. 예를 들어 북핵에 대비해 우리가 샤드를 배치하겠단 협상을 시작했잖아요, 그것만 보더라도 중국은 샤드 배치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이 중국을 위협하기 위해 가져온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을 설득하기 어렵게 된 것이죠. 그래서 남북문제와 군사적 문제는 잘못 하게 되면 지금처럼 미·중 문제로 확대되고, 그러면 동북아 지역이 다시 예전 냉전 시대처럼 중국·북한 한국·미국 대치하는 문제로 갈 가능성이 많아서 제재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대중국 외교에 굉장히 어려움을 가져와요. 잘못하면 핵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아니라 오히려 군사적 긴장이 강화되는 쪽으로 가니까 굉장히 조심해야 해요.” 
  
▲ 왕이(왼쪽) 중국 외교부 부장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대신이 2015년 11월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한·일·중 정상회의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야당의 대처는 어떻게 보세요?
“야당은 일단 개성공단 폐쇄 대해서 굉장히 비판적이고 우려하는데 그건 예상 가능한 것이 죠. 그러나 저는 야당이 진짜 남북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서 국민에게 잘 설명해 주면 좋겠어요. 항시 야당은 안보문제에서 보수 정부에게 당한다는 피해망상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의 경우에는 북한이 분명히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해서 유엔 결의를 어겼으니까 나름대로 제재를 가하면서도 실질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내놔야죠. 저는 단순하게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이 아니라 좀 더 복합적인 설명을 내세워서 당당하게 국민에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구하고,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만들 수 있는 정책을 입안해서 주장하면 좋겠어요.” 
- 이번 개성공단 폐쇄가 제2의 금강산 관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어제 박 대통령 연설을 보면 과거 방식으론 안 하겠다는 게 정부 정책이라고 보면 과거 화해. 협력 정책의 상징이 개성공단이었는데 그걸 할까요? 그래서 이 정부에서는 굉장히 큰 변화가 없으면 개성공단도 끝난 거죠.” 
- 이렇게 가면 정권교체가 되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더라도 기업들이 들어가려고 하지 않을 것 같아 더 큰 문제 같아요.
“네. 저도 동의합니다. 정책은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정권이 교체되었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재산이 날아가 버린다면 어느 기업이 정권을 믿을까요? 이제 대북 경제관계에서 기업인들을 설득하기가 어려워진 거죠. 저는 새 정부가 들어서 재가동한다 하더라도 그땐 기업들을 설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봅니다. 기업인들을 설득하기 어렵고, 국가적 비용도 많이 들 수밖에 없겠지요.”
  
▲ 박근혜 대통령이 2015년 8월5일 오전 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백마고지역에서 열린 '경원선 남측구간 철도복원 기공식'에 참석해 홍용표 통일부장관의 안내를 받아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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