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9월 20일 일요일

이삼성, '한반도 평화협정-동북아 비핵무기지대' 제안


평통사 등, 국회서 '9.19공동성명 10주년 기념 토론회' 개최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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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9.19  10: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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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삼성 교수(건강상의 이유로 모자 착용)가 18일 '한반도 평화협정-동북아 비핵무기지대화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북아시아 비핵무기지대 구상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의 틀을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동시에 그것은 동아시아 공동안보 모색의 긴요하고 적절한 출발점이라고 믿는다."
이삼성 한림대 교수가 1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9.19공동성명 10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이같이 제안했다. 북한의 핵포기(한반도 비핵화) 대가로 북.미 및 북.일 관계정상화, 4자 평화협정, 6자 동북아평화안보체제 등 3중 대북 안전보장 조치를 마련한 9.19공동성명 중 '동북아평화안보체제'를 '동북아 비핵무기지대'로 바꾼 셈이다.
그는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비관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막막하고 어려운 일이지만 다른 세계가 가능하고 그 세계로 가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자는 입장에서" 이 구상을 던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체제 안전을 위해서 핵무기 보유를 절대 조건으로 삼고 어떤 희생도 무릅쓰고 그것을 지킬 것이라는 생각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못지 않게 입증할 수 없는 가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킬체인(선제타격)', 미국 핵우산에의 의존 심화,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국 배치 논의에서 드러나듯,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처할 수 있는 더 확실한 과학기술적, 군사적 해결책이 있다는 한국 보수세력 일각의 '환상'과도 선을 긋는 것이다. 잘못된 안전의 환상은 정말로 필요한 평화정착을 위한 정치적 결단과 치열한 외교적 노력을 방치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는 까닭이다.
그의 구상은 "한미동맹에 의한 안보위협이 북한 핵무장의 가장 중요한 동기라는 것은 사실이라고 보아야" 하며, "그럴수록 미국이 중국과 함께 비핵화를 진행하는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진지하고 구속력 있는 틀을 만들어낸다면, 그 틀로서의 평화협정을 위한 미국과 중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일관된 노력을 기울인다면 북한도 응할 가능성이 높다"는 희망을 밑바탕에 깔고 있다.
그는 "북핵이 아니라 북한의 문제로 접근하고, 북한의 붕괴가 아니라 북한의 평화적 변화를 추구하는 접근법"을 강조했다. 10년 전에 비해 북한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강화하는 한편, 북한 붕괴론에 기댄 '보수세력'의 대북 접근법과도 선을 그은 것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지상론'도 북한 붕괴론의 변종이라고 봤다.  
  
▲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이 교수에 따르면, 9.19공동성명이 북한의 '합리적 안보 우려 해소'를 위해 상정한 4개국에 의한 한반도 평화협정은 "북한 핵무장의 평화적 해체를 이끌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또, 동북아 비핵무기지대 건설은 "동아시아 대분단체제에서 공동안보의 단초를 마련할 출발점이면서도 한반도 평화를 지원할 시급한 장치"이다.
이 교수가 동북아 비핵무기지대화 구상을 들고나온 배경에는 아베 신조 집권 이후 가파르게 '전쟁하는 국가로 달려가는 일본'이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 "비핵무기지대에 한국 뿐 아니라 일본이 참여한다는 것은 미국의 핵우산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의존을 핵심으로 하는 미국 주도의 안보 질서의 의미있는 내면적 변화를 뜻한다." 나아가, 평화협정 체결과정에 수반되는 한.미 및 미.일동맹의 탈군사화 과정에서 한.일이 독자적 핵무장을 추구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는 부상하는 중국과 이에 맞서 질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미.일동맹 간 동아시아 '대분단체제' 군비경쟁의 핵심이 "핵무기를 포함한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연결되어 있는 미사일방어망(MD) 구축"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핵무기의 위협과 미사일방어체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일차적인 제도적 장치는 동북아 비핵무기지대의 구축"이라는 것이다.
동북아 비핵무기지대와 별도로 한반도 평화협정이 필요한 이유와 관련, 이 교수는 "모든 비핵무기지대화 조약은 비핵국가에 대한 핵공격을 배제하는 소극적 안전보장이 핵심"이며, "재래식 군사위협의 문제는 다루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했다. 재래식 군비경쟁을 통제하는 것이 평화협정의 고유한 역할이라는 뜻이다. 최근 타결된 이란 핵과 달리 북핵 해결에 평화협정이 필요한 이유는 남북미중이 교전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논지에 전적으로 공감하나 현실화와 관련해서는 비관적이다"라고 말했다. "북한보다 더 불투명한 현 박근혜 정부의 대북 정책, 남북이 모두 시간이 자기편이라고 믿는 상황, 미국이 북한 문제를 주로 중국과 얘기하려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어떤 개입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점" 등을 거론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한.미는 북한이 핵 관련 합의를 깨뜨렸다고 주장하는데, 북한이 미국을 떠보려다 실패한 측면도 있으나 비핵화 목표를 추구하는 입장에서 보면, 미국이 핵포기 대가로 무엇을 줄 수 있는지에 대해 북한을 설득하는 데 실패한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클린턴-김대중 3년을 제외하고 미국과 한국 정권의 미스매치가 북핵 협상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은 맞지만, 그 만큼 중요한 게 주기적으로 나타난 북한 붕괴론"이라고 지적했다.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200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와병, 2011년 김정일 위원장 사망 등 주요 고비마다 붕괴론이 고개를 들었다는 것.
이날 토론회는 참여연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진성준 의원실이 주최했으며, 권정호 변호사의 사회 아래 이삼성 교수의 발제, 박기학 평통사 부설 평화통일연구소 소장, 이정철 교수, 이태호 사무처장, 임필수 사회진보연대 정책교육실장, 장용석 연구원의 지정토론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