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9월 7일 목요일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54] ‘자주동천’과 ‘빛내리’

 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54] ‘자주동천’과 ‘빛내리’

최태호 필진페이지 +입력 2023-09-08 06:30:00
 
▲ 최태호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평소에 친분이 두터운 스님으로부터 장문의 문자가 왔다첫 문장은 옛 동시로 시작한다.
 
“‘감자꽃’ 하얀꽃 핀 건 하얀 감자캐보나 마나 하얀 감자자지꽃 핀 건 자지 감자캐보나 마나 자지 감자.”
 
권태응(1918~1951)의 동시 감자꽃이다사람들은 자지꽃·자지색의 자지가 남성의 성기를 일컫는 말과 음가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자주로 바꿨다그래서 원래는 자지색(紫芝色)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자주색(紫朱色) 되었다영지(靈芝)의 짙은 붉은 빛이 사라지고 그냥 붉은 색()으로 변한 것이다.
 
스님은 계속 말한다예전에 거주하던 암자 옆에 자지동천(紫芝洞泉)이란 샘터가 있었는데 어느날 관에서 나와 이름을 자주동천으로 바꿔 버렸다고 한다음가가 바람직하지 않아서 바꿨다고는 하지만 원래의 의미를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고을 이름을 한자로 바꾼 곳이 많다그러다 보니 음가에 치중한 것과 의미에 치중한 것 등 종잡을 수 없는 마을 이름도 있다바깥마을(豆磨面·계룡시 두마면)·목골(木谷·원래는 연못을 의미하는 못골이었는데 발음이 변하여 전혀 다른 의미로 바뀜등과 같이 알 수 없는 마을 이름이 생겨났다전라도에 가면 光川(광천)’이 있다이곳의 원래 이름은 빛내()’였다듣기에는 빛내리가 훨씬 좋은데.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