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 10일 월요일

기술 훔치고, 일자리 뺏고, 사람 죽이고

[장기투쟁사업장⑤] 하이디스, 해외 먹튀자본에 당한 비참한 현실
언론이 다루지 않는, 그러나 가장 치열한 투쟁의 현장을 민플러스가 연재보도한다.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기 투쟁사업장. 동양시멘트지부, 사회보장정보원분회, 세종호텔노동조합, 아사히비정규직지회, 콜트콜텍지회, 티브로드비정규직지부, 하이디스지회, 하이텍알씨디코리아분회, 한국지엠군산비정규직지회, KTX열차승무원지부, 한국산연. 한달간의 연재가 끝나기 전에 문제가 해결 돼 취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생겼으면 좋겠다.[편집자]
황금알을 낳는 거위 ‘FFS기술’
화면을 측면에서 봐도 정면에서 볼 때처럼 또렷하게 보이게 하는 광시야각 원천기술(FFS). 여기에 전력사용량을 줄이고, 햇빛 아래서도 잘 보이게 하는 기술이 더해져 휴대폰 액정으로 사용한다. 스티브 잡스가 탐내던 이 기술을 애플은 아이폰4부터 장착했다. 삼성 제품을 비롯한 세계 모든 스마트폰과 테블릿PC에 사용하고 있다. 기술 특허 수입만 연간 1500억원.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광시야각 원천기술(FFS)은 하이디스가 98년 개발했다.
▲ 18개월째 하이디스 해고자들은 원직복직을 위한 투쟁을 진행중이다.[사진제공 하이디스지회]
현대전자, 하이디스, 중국BOE, 대만E-ink
2003년 현대전자가 부도나자 중국BOE가 인수한다. 현대전자 하이닉스반도체에서 ‘하이’를, 현대디스플레이테크놀로지에서 ‘디스’를 따와 하이디스가 된다. 중국 BOE그룹은 하이디스에서 기술자료 4331건을 빼내 간 사실이 대한민국 검찰에 의해 뒤늦게 적발된다. 2006년 법정관리하에 있던 하이디스를 대만 E-ink에 2800억을 받고 또다시 해외매각한다. 대만 E-ink는 FFS기술을 제공하는 특허권 사업에 집중한다는 경영방침을 세우고 2015년 하이디스 이천 공장을 폐쇄한다.
날아간 일자리 2000개
2002년 현대전자 시절 하이디스 직원은 2천여명이었다. 기술유출에만 관심이 있던 중국 BOE는 일자리를 1200개로 줄여 대만 E-ink로 넘긴다. E-ink는 대만 공장에 국내물량을 외주화했다. 2013년 840명까지 줄어든 하이디스에 또다시 희망퇴직 신청 공고가 뜬다. 400명이 퇴직 강요에 순응하고 만다. 2015년 이천 공장을 폐쇄하면서 희망퇴직자 200명, 정리해고 79명, 시설관리자 30명으로 2000개의 일자리는 이렇게 사라진다. 기업이 경영난에 빠지면 정부와 채권단은 해외 매각을 서두른다. 이 같은 해외 ‘먹튀자본’ 유치가 부른 최악의 시나리오가 하이디스에서 연출된 것이다.
▲ 배재형 열사(하이디스 전 지회장) 추모대회를 하고 있다.[사진제공 하이디스지회]
79명의 해고자 그리고 배재형열사
2015년3월31일 정리해고 통보를 받은 79명은 공장가동, 원직복직을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네 차례 대만원정, 동아면세점 앞 천막농성, 매주 수요일 투쟁문화제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E-ink는 연봉 1천만원을 줄테니 대만에 와서 일하란다. 지난해 5월11일 비해고자로 함께 투쟁했던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 배재형 전 지회장의 시신이 발견됐다. 그는 “하이디스 투쟁이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해 주세요”라는 유서를 남기고 떠났다. 지난 1월에는 시설관리 요원으로 있던 30명중 15명이 또 해고당했다. 해외자본의 횡포로 해고된 노동자를 대한민국 노동부는 구제하지 않았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모두에서 해고자들은 패소했다.
▲ 김종훈 의원(울산 동구, 무소속)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제공 하이디스지회]
여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읽은 독자라면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생겼으리라. ‘물음표’를 정리해본다. 현대전자는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이 이사장이었다. 2002년이면 정 회장이 살아있었는데 왜 부도를 막지 않았을까? FFS기술이 엄청난 돈벌이가 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을 텐데, 왜 특허권까지 중국 BOE에 넘긴 걸까? 중국 BOE가 기술자료를 유출한 사실을 검찰이 확인하고도, 법정관리 중이던 하이디스를 또 해외 자본(대만 E-ink)에 넘긴 이유는 무엇인가? 산업자원부는 대한민국의 산업기술을 어떻게 지킬 작정인가? 대만 E-ink가 ‘먹튀 자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왜 아직 하이디스와 FFS기술을 되찾아오지 못하는가? 노동부는 대한민국 노동자를 대만자본의 횡포로부터 왜 지켜주지 않는가?
인터뷰를 하는 동안 이상목 금속노조 하이디스지회장의 답답함은 턱까지 차올랐다. “해고자로 18개월을 살았다. 해볼 짓, 안해볼 짓 다 해봤다. 산자부, 노동부, 외교부, 검찰, 국회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 기술 훔치고, 일자리 뺏고, 사람까지 죽인 흉악한 ‘먹튀 자본’을 왜 아무도 단죄하지 못하냔 말이다.” 억울함을 호소할 때마다 (외국인 투자 촉진)법이 그렇단 말만 들었다며 이 지회장은 울분을 참지 못했다.
지난해 3월31일부로 해고된 하이디스 79명의 해고자들은 6달은 실업급여로 버텼다. 다음 6달은 금속노조의 장기투쟁기금으로 버텼다. 이제 생활비도, 투쟁기금도 다 떨어졌다. 그러나 이들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답한다. 너무나 억울해서, 미치도록 답답해서.
하이디스 해고자들의 생활기금, 투쟁기금은 아래 링크로 들어가서 후원할 수 있습니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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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증인, 문재인은 되고 우병우는 안된다.

‘채동욱은 되고, 우병우는 안 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속사정’
임병도 | 2016-10-11 09:22:18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우병우문재인국감증인메인본문-min
청와대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된 우병우 민정수석을 출석시키지 않겠다고 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역대 민정수석은 국감에 안 나가는 게 관례이고, 관례대로 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민정수석이 국감에 나가지 않는 관례는 이미 김대중 정부 시절 신광옥 청와대 민정수석이 국감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깨졌습니다. 2003년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예금보험공사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돼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기자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민정수석이 국회에 출석한 경우가 있었다고 질문하자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참여정부는 되고, 박근혜 정부는 안되는 증인 출석’
2003년 당시 문재인 민정수석은 ‘대검찰청 국정감사’, ‘재정경제위 국정감사’, ‘국회운영위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 등 3차례나 국정감사장에 출석했습니다. 이 정도면 아예 민정수석의 국정감사 출석 관례는 사라졌다고 봐야 합니다.
2006년 전해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도 대통령 비서실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한나라당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사퇴 종용 의혹 당사자로 전 수석을 지목했고, 증인 출석을 놓고 파행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전 수석은 국감에 나와 관련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했습니다.
2013년 홍경식 민정수석에 대한 국감 증인 출석 요구가 있었습니다. 당시 김기춘 비서실장은 관례라며 홍 수석의 불출석을 당연하듯 말했습니다. 그러나 2003년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이 증인으로 채택될 때 법사위원장은 김기춘 의원이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전해철 민정수석이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것이 예외가 아니라 그것이 관례입니다. 나가지 못하는 지금 모습이 더 이상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갑자기 바뀐 정진석, 우병우 국감 출석은 꿈도 꾸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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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귓속말하는 이정현-정진석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차 태풍 피해 대책 당정협의에 참석해 정진석 원내대표와 귓속말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남소연
청와대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국감증인 출석을 관례라며 거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사례가 있므로 관례가 될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은 우 수석에게 제기된 의혹이 말 그대로 의혹일 뿐 밝혀진 것이 없고, 검찰 수사 중이기 때문에 정치적 공세에 불과하다는 입장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 민정수석에게 쏟아졌던 의혹도 말 그대로 의혹이었고, 관련 사건들도 검찰 수사가 진행됐었습니다. 그때와 지금과 무슨 차이가 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김재수 장관 해임 건의안 사태 이후 바뀐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모습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원래 정진석 원내대표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퇴진을 촉구했었습니다. 지난 7월에도 “민정수석의 국회 운영위 불출석 관행을 양해해 주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회 파행 이후 “우병우 국회 출석은 꿈도 꾸지 말라”며 돌변했습니다. 10일 오전에는 “(국감 증인 채택은) 여야 간의 협의절차, 절차적 정당성을 매우 중요하게 해야 한다”면서 “누구처럼 강행 처리할 생각 없다. 여야 간 협의를 거쳐야 할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이 발언은 사실상 우병우 민정수석의 국감 불출석을 허락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합니다.

‘채동욱은 되고, 우병우는 안 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속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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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22일 청와대-세종청사간 을지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바라보는 우병우 민정수석 ⓒ연합뉴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의 마음이 바뀐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 때문입니다. 박 대통령은 “근거없이 의혹을 부풀리는 것은 무책임하고, 국민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은 국론을 결집하고 어려운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협력하고 단합해야 할 때”라며 우 수석을 감쌌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채동욱 검찰총장 비리 의혹 때는 “공직자는 오로지 청렴하고 사생활이 깨끗해야 한다. 사정기관 총수인 검찰총장의 경우 더더욱 사생활과 관련된 도덕성 의혹이 제기되면 스스로 해명하고 그 진실을 밝힐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채동욱 검찰총장은 측근이 아니었고, 우병우 민정수석은 측근입니다. 자신의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측근이 국감장에 나가서 입 한 번 잘못 열면, 레임덕 이전이라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특히 우병우 민정수석은 ‘정윤회 문건 유출’이나 ‘이석수 특별감찰관’ 사건을 직접 기획하고 관여한 인물입니다. 최종 몸통인 최순실까지의 접근을 ‘문건 유출 ‘등으로 방향을 틀어버렸습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있는 한 최순실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국감 증인 불출석을 관례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는 정권을 지키기 위한 어거지에 불과할 뿐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160 

한.미 해군, 동.서.남해에서 무력시위

항공모함 외 비공개..'선제타격론' 열기식힐 의도인 듯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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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10.10  21:4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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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해군이 10일부터 15일까지 동.서.남해 전역에서 대북무력 시위성 훈련을 진행한다. 사진은 훈련에 참가한 미 항공모함 로널드레이건호. [사진출처-로널드레이건호 공식 페이스북]
한국과 미국 해군이 10일 동.서.남해 전역에서 대북무력 시위성 훈련에 돌입했다. '불굴의 의지'(Invincible Spirit)'로 이름 붙여진 훈련은 오는 15일까지 실시된다.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양국 해군은 오늘(10일)부터 15일까지 한반도 전 해역에서 '2016 불굴의 의지' 훈련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핵실험 등 북한의 연이은 도발에 대한 한.미 동맹의 강력한 응징의지를 과시하고 양국 해군의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훈련에는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호를 중심으로 순양함, 이지스구축함 등 함정 7척, 해상초계기, 미군 FA-18 전폭기, 한국측 함정 40여 척, 공군 전술기 등이 참가한다. 여기서 동.서해에서는 후방 침투 북한군 특수작전부대를 격멸하는 '대특수전부대작전훈련(MCSOF)'이, 서.남해에서는 항모강습단 훈련이 진행된다.
해군은 "해상무력 억제, 대잠전, 대공전, 대지 정밀타격훈련, 항모호송작전 등의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양국 해군의 상호운용성과 연합작전 수행능력을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양국은 지난 2010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각각 동해와 서해에서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참가시킨 가운데, 대북 무력시위를 벌인 바 있다. 천암한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한.미 국방장관이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 2016년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군사연습에서 실시된 '대특수전 부대작전훈련'. [사진출처-국방홍보원]
하지만 이번 훈련에 핵추진 잠수함은 참가하지 않았다고 해군 관계자가 밝혔다. 여기에 로널드레이건호가 후방에 정박하고 다른 참가 함정 이름이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미국 측이 이번 훈련을 중국 등 주변국을 자극하지 않거나, 박근혜 정부의 고조된 대북 선제타격 의지를 열기를 식히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8월 논평에서 "핵 선제타격은 미국의 독점물이 아니라"라고 반발했으며, 김광학 외무성 미국연구소 연구사는 9월 "미국의 부문별한 선제타격 움직임은 자멸을 재촉할 뿐이다"라고 경고했다.
훈련이 실시된 당일에는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을 통해 "미국과 남조선 호전광들의 선제타격 기도는 패배자들의 단발마적 발악"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임박한 징후가 있을 경우에 자위권 차원에서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며 대북 선제타격론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5차 북핵실험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탈북을 종용하는 등 대북 강경발언과 군 당국의 선제타격론으로 북한을 자극해, 북한 당 창건기념일인 10일 추가 핵실험 혹은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을 기대했던 정부는 북한의 군사조치가 없어 머쓱해졌다.

물줄기는 오직 백남기 한 명을 향했다

물줄기는 오직 백남기 한 명을 향했다
경찰 살수차의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진 백남기씨가 317일 만인 9월25일 사망했다. 하지만 당시 물대포를 쏜 경찰도, 현장을 감독한 기동단장도, 이들을 지휘한 서울청장과 경찰청장도 사과하지 않았다.
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2016년 10월 10일 월요일 제473호
공권력이 물대포로 시민을 조준 사격해 중태에 빠뜨렸다. 이 시민은 317일 만에 사망했다.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14일 전남 보성을 출발해 서울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 버스에 묶인 밧줄을 손으로 당기다 머리에 물대포 직사 살수를 맞고 쓰러졌다. 그 후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다.

그가 쓰러진 지 304일 만인 9월12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는 살수차 ‘충남 9호’에 탑승했던 경장 2명이 출석해 증언했다. 가림막 뒤이긴 했지만 이들이 공개된 곳에서 증언한 것은 처음이었다. 지휘 라인에 있던 신윤균 전 제4기동단장(현 영등포경찰서장),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도 참석했다. 이날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사실과, 드러나지 못한 사실을 살펴보았다.

ⓒ시사IN 신선영
백남기씨 사망 당일인 9월25일 경찰과 시민들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먼저 청문회 결과 경찰의 살수차 운용에는 거의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 아무개 경장은 살수 방향 조절을, 한 아무개 경장은 살수 압력 조절을 담당했다. 두 사람 중 방향 조절을 담당한 최 아무개 경장은 “살수차에 실전 투입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최 아무개 경장은 실전은 처음이지만 교육훈련을 수십 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사건 전날인 11월13일에도 전국 13개 지방청 살수차 운용 경찰관 57명을 대상으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사전 교육을 실시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 교육은 경찰 내부 지침인 ‘살수차 운용지침’ 교육과 실습 훈련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날뿐 아니라 평소에도 살수차 사용 훈련 시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는 연습은 없었다. ‘살수차 운용지침’에 적힌 ‘살수차 사용 시 주의사항’에는 ‘직사 살수를 할 때에는 안전을 고려하여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여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훈련 단계에서 이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



진선미 의원:사람을 대상으로 내지는 모형을 대상으로라도 가슴 이하 부위를 겨냥하는 연습을 해본 적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최 경장:교육훈련 시에 모든 상황을 가정해서 연습할 수 없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진선미 의원:그러니까 안 했다는 얘기지요?
최 경장:예, 그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중략) 바닥에다가 살수하는 그런 위주로 훈련을 했었습니다.


사람 가슴 이하로 살수하는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는 두 경장은 사건 당일 ‘충남 9호’를 이끌고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 도착했다. 도착 이후 총 일곱 차례 살수했다. 이 중 네 번째 살수에 맞아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다.

두 경장은 당시 CCTV로 밖의 상황을 파악했는데, 야간이고 비가 내렸으며 4분할된 작은 화면이라 물줄기에 가려 백남기 농민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살수차 물줄기에 가려 시야가 제한되어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한 아무개 경장).” “개개인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최 아무개 경장).”

그러나 두 경장이 살수 당시 상황을 파악했던 충남 9호 CCTV 영상을 <시사IN>이 확인한 결과 이 같은 해명은 사실과 달랐다. 경찰청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이 CCTV 영상을 보면, 네 번째 살수에서 밧줄을 당기는 시위대 무리를 한번 좌우로 훑은 물줄기가 CCTV 기준 시각 19시53분57초 백남기 농민 한 사람을 향해 움직인다. 이후 19시53분58초부터 약 20초 동안 백남기 농민과 그를 구하러 달려온 이들을 차례로 조준한다. 까만 사람 그림자가 보이면 흰 물줄기를 움직여 그 위에 포개는 식이다(CCTV 시각은 실제보다 한 시간 가까이 이르게 설정됐다). 화질이 좋지 않아 백남기 농민의 정확한 상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백남기 농민과 이후 모여든 이들을 향해 살수한 것은 확인된다.

이 과정에서 ‘가슴 이하 겨냥’ 지침은 물론 ‘거리에 따라 물살 세기에 차등을 두고 안전하게 사용하여야 한다’는 살수차 운용지침도 무시되었다. 경찰은 당시 백남기 농민은 살수차에서 20m 떨어진 거리에 있었고 살수 압력은 2500~2800rpm이라고 주장했다. 이 수치는 지침에 명시된 예시(시위대가 20m 거리에 있는 경우 2000rpm 내외)를 초과해 논란이 되었다. 애초에 경찰의 주장이 사실인지조차 확인할 방법이 없다. 살수차에는 거리 측정 장비도, 실제 사용된 물살 세기를 사후적으로 확인할 장비도 없다.



김영호 의원:그러면 거리 측정하셨습니까?
한 경장:예, 저희가 평소에 교육받을 때 거리별 살수를 연습했는데요. 그날도 지형지물이라든지 건물 위치 이런 것들을 확인하면서 거리를 짐작했던 것으로….
김영호 의원:아니, 백남기 농민이 보이지도 않는데 거리 측정이 가능해요?(중략)
한 경장:저희는 최대한 안전하게 살수하기 위해서 왕복하면서 좌우로, 한 명을 겨냥해서는 절대 쏘지 않았습니다.



한 경장은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그는 충남 9호가 현장에 도착해 “경고 살수 1회, 곡사 살수 3회, 직사 살수 2회”를 했다고 적었다. 이 보고서는 사건 직후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했고 언론에도 보도됐다. 그러나 충남 9호 CCTV와, 맞은편에서 이 살수차의 살수 장면을 기록한 광주 11호 CCTV를 보면 총 일곱 차례 모두 직사 살수한 것이 확인된다. 살수차 운용지침에는 ‘살수차를 사용할 경우, 먼저 살수차를 사용할 것임을 경고 방송하고 소량으로 경고 살수를 한 후 본격 살수한다’고 되어 있다.

이 점을 청문회에서 추궁받은 한 경장은 경고 살수를 1회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밤샘 조사를 받고 그날 새벽에 다시 충남청 제1기동대로 내려가야 했다. 블랙박스를 서울청 감찰계에 제출하고 왔기 때문에 그 기억에 의존해서 살수차 보고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사실과 다른 보고서를 작성한 것을 시인했다.

충남 9호차에 살수를 지시한 현장 책임자는 신윤균 당시 제4기동단장이었다. 신윤균 4기동단장은 “버스에 밧줄 6개를 걸고 수십명이 끌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걸 이격시키기 위한 살수라는 것은 당연히 알 것이라고 생각하고 살수를 지시했다”라고 말했다. ‘이격’이란 ‘밧줄을 잡아당기지 못하도록 뒤로 빠지게 하는 것’을 뜻한다. 청문회 증언에 따르면 살수의 시작과 끝을 제외한 살수차 운용은 두 경장의 재량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이 사실인지, 구체적으로 어떤 무전을 주고받은 뒤 백남기 농민을 조준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경찰은 2009년까지 무전망 사용질서 유지 등을 위해 무전통신을 녹음해왔다. 그러다 2009년 촛불 1주년 집회 당시 주상용 서울경찰청장이 진압에 대한 과잉 발언을 한 게 논란이 된 이후 112 신고처리 관련 무전망을 제외하고는 녹음을 중지했다. 살수 방향을 조절한 최 아무개 경장은 “시위대가 보이는 방향으로 좌우로 상하로 흔들면서 하다가 (중략) 시위대가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 잠시 멈추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행사된 공권력에 의해 그날 오후 6시56분 백남기 농민이 쓰러졌다.

그가 쓰러진 이후에도 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다. 살수차 운용지침은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한다’고 되어 있지만 살수는 백씨가 쓰러진 뒤에도 세 차례 더 이어졌다. 한 아무개 경장은 백남기 농민이 쓰러진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 “저희는 처음 그 사실 자체를 몰랐다. 현장에서 집회가 다 마무리되고 서울청 감찰조사계에 가서 조사를 받으면서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휘 라인에 있는 책임자들도 관련 사실을 저녁 8시40분~9시쯤 뒤늦게 파악했다고 말했다. 지휘 총책임자인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9시경에 TV의 자막을 보고 알았다”라고 말했다.

대통령령인 ‘위해성 경찰장비의 사용 기준 등에 관한 규정’은 살수차를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위해성 경찰장비의 하나로 명시한다. 그런데도 위해성 경찰장비인 살수차의 운용지침은 경찰 내부 지침에 불과하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시위 진압용으로 살수차를 사용할 경우 인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 있으므로 구체적 사용 기준에 대한 부령 이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2008년과 2012년 권고했다. 같은 이유로 물대포 직사 살수는 헌법 재판관들의 우려도 받았다. 경찰청은 살수차 운용지침에 따라 사용 요건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고,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현장 지휘관 교육 조치를 이미 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위의 두 차례 권고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 ‘안전한 살수차 사용’의 현실을 백남기 농민 사건이 보여주었다.

살수차 사용에 관해 공권력이 갖고 있던 유일한 기준인 내부 지침을 어겼다는 점은 청문회에서도 지적되었다. 그럼에도 경찰 실무자부터 지휘 책임자까지 하나같이 지침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건 직후인 2015년 11월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출석한 강신명 당시 경찰청장은 지침 위반 지적에 이렇게 말했다. “그때의 상황과 그 규칙을 준수할 수 있었던 기대 가능성이 있었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것이지, 단순히 외형적으로 그런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즉시 위법하다 그렇게 예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살수차 운용지침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남춘 의원실 제공
경찰청이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충남 9호 살수차가 백남기 농민(버스 앞 파란 옷 입은 이)에게 물대포를 쏘기 직전 상황.
물줄기는 오직 백남기 한 명을 향해 움직였다


이 같은 ‘당당한’ 태도는 지휘 라인부터 말단까지 일관됐다. ‘(백남기 농민이) 보이지 않았다’ ‘사고가 난 줄 파악할 수 없었다’라는 식이었다. 이들은 최대한 안전하게 살수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말도 했다. “저희 기계 작동이 느립니다. 좌우로 빨리빨리 할 수 있는 게 아니고요, 천천히 가기 때문에 영상 보시면 알겠지만 충분히 피하려면 피할 수가 있습니다(한 아무개 경장).”

경찰은 사건 직후 자체 감찰을 벌였다. 두 경장을 상대로 네다섯 시간 조사했다. 신윤균 4기동단장은 전화로 20분간 조사받았다. 경찰은 사건이 검찰에 고발되면서 조사를 중단해 최종 감찰 보고서는 없다고 했다. 중간 보고서는 있지만 국회에 제출하지 않았다.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야당 의원들이 법률에 없는 예외 사유라고 항의했지만 소용없었다. 그렇게 사건 304일 만에 어렵게 열린 청문회는 끝이 났다.

백남기 농민의 가족은 2015년 11월18일 강신명 경찰청장을 포함해 경찰 7명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미수 등 혐의로 고발했지만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그해 12월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뒤, 2016년 6월 고발 일곱 달 만에 경찰 관계자 4명을 조사했다. 같은 날 있었던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은 기소와 재판이 이뤄져 지난 7월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것과 대비된다.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는 “하여튼 수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고발 열 달이 지나도록 조사받지 않았다. 9월29일 검찰은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소환할 뜻을 내비쳤다.

그사이 강신명 경찰청장과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퇴임했다. 신윤균 4기동단장은 영등포경찰서장 발령을 받아 근무 중이다. 최 아무개 경장과 한 아무개 경장도 정상 근무 중이다. 사건 당시 시위 진압을 담당한 이중구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경비국장은 강원지방경찰청장 발령을 받았다. 아무도 공식 사과하지도, 징계를 받지도 않았다.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사건 직후는 물론이고 청문회 당일, 백남기 농민의 죽음 이후에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사실관계와 법률관계가 불명확”하므로 수사와 재판 결과가 나오면 책임진다는 것이다. “인간적으로 심심한 사죄”를 할 때조차 강신명 경찰청장은 백남기 농민의 가족을 바라보지 않았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사실·법률관계가 나와야 책임지겠다고 했지만, 지난 7월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1심 판결문에서 재판부는 백남기 농민을 향한 경찰의 직사 살수가 위법하다고 인정했다. “경찰은 (중략) 시위 참가자인 백남기의 머리 부위에 직사 살수하여 그가 바닥에 쓰러짐으로써 뇌진탕을 입게 하였고, 쓰러진 이후에도 그에게 계속하여 직사 살수를 한 사실, 같은 날 밤 시간 불상경 부상을 입고 응급차량으로 옮겨지는 시위 참가자와 그 응급차량에까지 직사 살수한 사실이 인정된다. 경찰의 이 부분 시위 진압 행위는 의도적인 것이든 조작 실수에 의한 것이든 위법하다.”

법적 판단 이전에 사과한 전례도 있다. 참여정부 당시인 2005년에도 시위에 참가한 두 농민 전용철·홍덕표씨가 사망했다. 전용철씨가 숨진 직후 충남 보령경찰서는 전씨가 농민집회에 참가한 뒤 그날 밤 10시30분께 귀가 중 쓰러졌다는 조사 내용을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보냈다. 허준영 당시 경찰청장은 현장에서 쓰러진 전씨를 집회 참가자들이 옮기는 사진과 전씨가 경찰에 맞아 쓰러졌다는 증언이 나온 뒤에도 경찰 폭력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병인 간경화나 음주, 시위대에 밀려 쓰러졌을 가능성 등을 언급했다.

12월14일 경찰은 전씨의 사망과 관련해 과격 진압의 책임을 물어 이종우 기동단장을 직위 해제했다. 홍덕표씨의 부상이 진압 경찰의 가격에 의한 것이라고도 시인했다. 12월26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과잉 진압이 있었고 전씨와 홍씨의 사망 원인이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판단한다며 해당 부대를 특정해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경찰청장에게 서울지방경찰청장 등 책임자 징계도 권고했다.

당시 인권위 조사 결과는 형사적 사법 판단이 아니었다. 두 농민의 사망 모두 행위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이 발표 다음 날 노무현 대통령은 행위자별 ‘범죄 사실’이 특정되고 형사적인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통령으로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연합뉴스
2005년 경찰의 과잉 진압에 의한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노무현 대통령과 허준영 경찰청장(왼쪽)이 대국민 사과를 하며 머리를 숙이고 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경찰청장·서울청장 사퇴


노 대통령은 “폭력 시위가 없었다면 이러한 불행한 결과는 없을 것”이라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서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에는 국민들에게 미치는 피해가 매우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공권력의 행사는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므로 공권력의 책임은 일반 국민들의 책임과는 달리 특별히 무겁게 다루어야 하는 것입니다.” 같은 날 이기묵 서울지방경찰청장도 “시위 대응을 맡은 최고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사퇴했다. 허준영 경찰청장은 인권위 조사 결과를 수용한다고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도 임기는 마치겠다고 말했다. 이틀 뒤 “통치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라고 밝히고 사퇴했다.

2015년 11월24일 박근혜 대통령은 백남기 농민에 대한 언급 없이 그날의 시위대를 테러단체 IS(이슬람국가)에 견주었다. 이후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유가족이 반대했지만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당일 부검 영장을 신청했다. 9월26일 이철성 경찰청장은 부검 영장을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자 기자들에게 “백남기 농민의 사인이 불명확해 부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백남기 농민 청문회’에 참석했던 헌법학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렇게 지적했다. “국가는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갈 권한이 없다. 미필적 고의든 사고든 국가 공권력 행사 과정에서 사람이 죽었다. 백남기 농민이 거기서 시위를 했건 폭동을 저질렀건 내란을 했건, 어떤 행위를 했건 현장에서 공권력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만으로 국가는 책임져야 한다. 경찰청장이 그런 책임의 의미 자체를 이해 못하고 있었다.” 2016년 9월25일 백남기 농민이 317일 만에 사망하기까지는 물론 사망한 후에도, 박근혜 정부의 어떤 관료도 책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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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해~한반도, 슈퍼태풍 고속도로 되나

필리핀해~한반도, 슈퍼태풍 고속도로 되나

김정수 2016.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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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위 34도까지 바짝 다가온 ‘슈퍼태풍'
최근 40년 동안 최고 도달지점
북위 28도에서 ‘6도’ 북상
한반도 턱밑까지 올라와
 
최근접 슈퍼태풍은 27도 도달 ‘매미'
빈도 변함 없어도 강도는 세져
‘한반도 안전지대' 머잖아 끝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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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부산에 상륙해 짧은 시간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고 사라진 태풍 차바는 10월 태풍치고는 이례적으로 강력했다. 이날 제주 고산에서 측정된 차바의 최대순간풍속 56.5m/초는 국내 태풍 가운데 역대 4위를 기록했고, 제주도와 남부지방 곳곳에서 강수량과 풍속의 기존 10월 극값 기록을 바꿔놨다. 

과학계의 연구 결과는 앞으로 한반도가 이처럼 이례적이고 강력한 태풍을 갈수록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모두가 두려워하는 ‘슈퍼태풍’도 예외가 아니다.
 
슈퍼태풍은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의 정의로 ‘1분 평균 최대풍속이 초속 65m(시속 234㎞) 이상인 태풍’을 말한다. 우리 기상청의 태풍 분류에서 최고 단계인 ‘매우 강’한 태풍보다 강도가 50%가량 더 센 초강력 태풍이다. 

2013년 필리핀을 초토화한 ‘하이옌’, 최근 대만과 중국 등에 큰 피해를 준 ‘네파탁’ 등이 대표적이다. 한반도는 지금까지 슈퍼태풍의 안전지대로 남아 있었다. 한반도 주변까지 올라온 슈퍼태풍이 없었고,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가운데는 2003년 9월 매미가 북위 27도까지 슈퍼태풍급 위력을 유지하며 올라온 것이 가장 근접한 기록이다. 

슈퍼태풍까지 발달했다가도 한반도 쪽으로 북상하면서 모두 세력이 약화됐다. 그러나 가속화하는 지구온난화가 또 다른 이례적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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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2012년에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슈퍼태풍이 통과한 위치와 통과 빈도. 문일주 제주대 교수(태풍연구센터 소장) 제공

상륙하는 태풍일수록 강도 세져
 
태풍이 탄생해서 발달했다가 소멸하는 데까지는 해수면 온도뿐 아니라, 대기 상·하층에 부는 바람의 속도와 방향 차이인 윈드시어, 이동 경로 주변의 기압 배치 등 다양한 요소가 작용한다. 과학자들이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있다는 데는 대부분 동의하면서도 미래 태풍의 발생 빈도와 강도를 두고는 오래 논란을 벌여온 것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대부분의 분석 결과를 보면, 태풍의 발생 빈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지라도 태풍의 강도는 점차 강화돼 왔다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 태풍위원회는 2012년 평가보고서에서 미래 기후를 전망하는 기후모델들 대부분이 기후변화가 가속화되면서 서태평양 지역에서 태풍의 발생 빈도는 줄어들지만 강도는 강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채플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웨이 메이 교수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주립대 상핑 셰 교수는 지난달 5일 <네이처> 자매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온라인판에 육지에 상륙하는 태풍의 강도가 지속해서 강화됐다고 보고했다. 상륙하지 못하고 해양에 머물다 일생을 마친 태풍들의 강도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중국, 대만, 일본, 한국, 필리핀 등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강타한 태풍은 1977년 이후 최근까지 12~15% 강력해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상륙한 태풍의 강도 증가를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연안 바다 표층의 온난화와 연결지었다. 점차 따뜻해진 연안 바다가 자라나는 폭풍에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높아지는 데 따른 지속적인 해수면 온도 증가로 중국 동부와 대만, 한국, 일본 등이 앞으로 갈수록 강력한 태풍을 맞게 되리라고 이들은 경고했다. 
 
인간이 일으키는 지구온난화가 태풍이 발원하는 ‘웜풀’ 확대의 주범이라는 사실은 한국 과학자가 주도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연중 수온이 섭씨 27도에서 30도를 유지해 지구에서 가장 따뜻한 바다로 꼽히는 적도 주변의 인도-태평양 웜풀은 1953년과 2012년 사이 60년 동안 32% 팽창했다. 

포항공과대(POSTECH) 환경공학부 민승기 교수팀은 이 팽창을 불러온 주범이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임을 알아내 지난 7월 <사이언스>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보고했다. 기후모델을 이용한 분석 결과 웜풀 팽창은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를 반영했을 때만 실제 상황대로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 교수는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웜풀의 팽창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이러한 인위적인 팽창은 인도양과 태평양 해역에서 비대칭적인 패턴으로 일어날 수 있고, 피해를 줄 수 있는 강수나 태풍과도 연관이 있어 지속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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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2012년 인도·태평양 웜풀의 변화 모습. 민승기 포항공과대 교수 제공 

슈퍼태풍, 40년 동안 660㎞ 북상
 
지난해 국립기상연구소 최기선 박사 등이 1977년 이후 태풍을 대상으로 분석해 지구과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1999년 이후부터 태풍이 최대 강도를 나타내는 위도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1999~2013년의 태풍들은 1977~1998년의 태풍들보다 열대 및 아열대 북서태평양의 북서해역에서 많이 발생해 태풍이 발생한 지점의 위도도 증가했다. 

태풍의 진로도 1998년까지의 태풍들은 주로 필리핀 동쪽 먼 해상으로부터 인도차이나반도를 향해 서쪽으로 이동하거나 일본 동쪽 먼 해상으로 북상하는 경향을 보인 반면, 1999년 이후 태풍들은 주로 동아시아 중위도 지역으로 북상하는 패턴을 나타내 훨씬 고위도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허창회 교수 연구팀이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의 제5차 기후변화평가보고서에 활용된 이십여개 기후모델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래 열대 사이클론 활동을 예측한 것을 보면, 북대서양을 통과하는 허리케인의 빈도는 앞선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북서태평양 해역의 태풍, 특히 동아시아의 중위도 지역인 한국과 일본에 상륙하는 태풍의 빈도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강도는 강화되더라도 빈도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거나 오히려 줄어들 것으로 제시됐던 앞선 다른 연구 결과들과 다르게, 미래로 갈수록 한반도가 더 자주 더 강한 태풍의 위협에 시달리게 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다.
 
허 교수는 “태풍이 일생 동안 최대 강도가 나타나는 위치가 북상을 해 동아시아 해안으로 가까이 오게 되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연관된 해수 온도 상승, 편서풍이 약화되는 데 따른 상하층 바람의 차이인 윈드시어의 약화 등에 의해 태풍이 올라오면서 약화되는 과정이 점점 천천히 일어나게 되기 때문”이라며 강력해질 태풍에 대한 대비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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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서태평양 태풍 활동지역의 최근 40년 간 바닷물 수온 상승 실태를 살펴보면 한반도로 태풍이 올라오는 길목과 한반도 주변의 상승 속도가 특히 높다. 문일주 제주대교수(태풍연구센터 소장) 제공.

2014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의 제임스 코신 교수와 그의 동료 과학자들은 1982년부터 2012년 사이에 발생한 태풍을 포함한 열대 사이클론 자료를 재분석해 전 지구적으로 발생한 열대 사이클론이 이동 중 최대 강도에 도달한 위도가 10년마다 북반구에서는 53㎞씩, 남반구에서는 62㎞씩 극 방향으로 이동한 사실을 발견했다고 학계에 알렸다. 당시 학술저널 <네이처>에 실은 연구 논문에서 이들은 대기 상하층 바람의 윈드시어 변화, 해수면 온도로 대표되는 폭풍 잠재강도의 변화, 열대구역의 확장 등을 이동을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했다.  
 
제주대 태풍연구센터 소장인 문일주 교수 연구팀이 1975년부터 2012년까지 38년간을 19년씩 전·후반기로 나누어 북서태평양의 태풍과 슈퍼태풍 발생 빈도를 분석해본 결과, 태풍의 연평균 발생 빈도는 전반기 25.1회에서 후반기 24.6회로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나, 슈퍼태풍의 발생은 태풍이 주로 발달하는 해역의 해양 열용량 증가 등의 영향으로 전반기 연평균 2.9회에서 후반기 연평균 4.4회로 52%나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슈퍼태풍 상태로 한반도에 상륙한 태풍이 없어 한반도에 영향을 준 태풍 중에 최성기 때 슈퍼태풍급으로 발달했던 태풍의 발생 빈도를 따져봤더니 전반기 연평균 0.58회에서 후반기 연평균 0.68회로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75년 이후 40년 동안의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슈퍼태풍의 도달 위도를 따져봤더니, 가장 많은 태풍이 도달한 위도는 전반기 북위 17도에서 후반기 21도5분으로 4도5분 북상했고, 최고 북상 위도는 전반기 북위 28도에서 후반기 34도로 6도 북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도 1도가 110㎞이니, 북쪽으로 660㎞ 치고 올라온 셈이다.
 
문 교수가 미국 해양대기청(NOAA)의 1979년부터 2014년까지의 바닷물 수온 자료를 분석한 것을 보면, 필리핀 동부에서 한반도 주변까지 이어지는 해역은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이 이동하는 해역 가운데서도 특히 빠른 수온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태풍의 발달과 소멸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기 상층과 하층 바람의 차이인 윈드시어의 장기적 변화도 갈수록 한반도 주변을 태풍 발달에 좋은 환경으로 바꾸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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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0년간 태풍 발생과 이동 지역의 윈드시어 변화 추이를 보면 한반도 주변의 윈드시어의 약화 추세가 두드러진다. 대기 상하층 바람의 방향과 속도의 차이인 윈드시어가 약화될수록 풍이 잘 발달하게 된다. 문일주 제주대교수(태풍연구센터 소장) 제공.
 
문 교수가 1979년 이후 2014년까지의 미국 국립환경예보센터(NCEP) 자료를 재분석해봤더니, 태풍이 만들어지고 이동하는 북서태평양과 그 주변 지역 가운데 특히 한반도 주변에서 윈드시어의 약화 추세가 두드러졌다. 

윈드시어가 크면 태풍이 구조를 유지하기 어렵고, 약할수록 태풍의 발달에 유리하다.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문 교수는 “한반도 주변이 태풍 발달에 좋은 대기 조건으로 바뀌고 있고, 한반도 주변 태풍 길목의 수온 상승으로 가까운 미래에 슈퍼태풍이 강도를 유지하고 북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대기오염 개선 안 할 수도 없고…
 
미국 컬럼비아대 대기과학자 애덤 소벨을 비롯한 6명의 연구자들이 지난 7월 <사이언스>에 발표한, 열대 사이클론(태평양의 태풍과 대서양의 허리케인을 아우른 용어)의 잠재 강도 증가가 대기오염에 의해 억제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가 열대 사이클론의 강도를 강화시키려는 힘이 인간이 대기 중에 배출하는 오염물질로 형성되는 에어로졸에 의해 많은 부분 억제됐다고 밝혔다. 

대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입자인 에어로졸이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흡수하거나 반사함으로써 냉각 효과를 발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에어로졸의 이런 효과는 갈수록 약화될 수밖에 없다.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계속 증가하면서 에어로졸의 냉각 효과를 압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제 찾아올지 모를 강풍과 폭우 피해를 줄이겠다며 대기오염 개선 노력을 중단하고 국민에게 더러운 공기를 계속 마시게 할 정부가 있을 리 없다. 결국 공기가 맑아지면서 태풍의 강도는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란 얘기가 된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인포그래픽 노수민 기자 bluedahl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