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3일 일요일

한동훈 "총선, 심판받았다"면서 "尹정부 방향 자체가 틀린 건 아냐"

 "특검, 단순히 법적 논리로는 어렵다"…'이·조 심판론'엔 "이젠 전쟁 끝나, 충분히 대화할 것"

곽재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6.24. 10:58:21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에 출마한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 패배 후 정부·여당의 반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면서도 '방향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지난 총선 당시 여당 지도부가 가졌던 인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전 위원장은 24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좋은 정책들을 저희(정부·여당)가 많이 하고 있다. 한미일 공조의 복원 같은 건 정말 대단한 일이고 원전(핵발전) 생태계를 복원한 것 등 대단한 일을 많이 했다"며 "그렇지만 우리 집권당과 정부가 비판받았던 지점은 그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을 했느냐, 그러고 소통했느냐, 너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았느냐 이런 부분들에 관한 비판이었다. 주로 태도에 대한 비판이었고, 방향 자체가 틀리다고 말하신 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 전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세심하고 정교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만 "누구는 '방향은 맞지 않냐' 이런 얘기를 하는데, 타이거 우즈가 치든 제가 치든 방향은 대부분 비슷하게 칠 수 있다"며 "정치적 리더십은 같은 방향으로 가더라도 그 방향에서 나올 수 있는 협곡을 잘 피해가고, 바다가 나오면 뗏목을 만드는 디테일"이라며 "(정부가) 국민들께 통보하듯이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이해하실 때까지 끈질기게 설명드리는 부분이 필요하다. 그걸 하면 저희가 이기는 정당이 될 수 있다고 저는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저희는 이번 총선에서 심판받았다. 보통 이렇게 심판을 하시고, 충분히 반성하고 처절하게 변화하기 위해서 몸부림치면 그 심판의 대상이 옮겨가기 마련"이라며 "그런데 저는 아직도 우리 집권당과 정부에 대한 심판모드를 국민들께서 거두고 계시지 않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국민들이 지적하시는 부분을 아프게 받아들이고 국민들 눈치보고 어떻게든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고 민심이 평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당정관계 재구성의 방향에 대해 "민심이 상당히 명확한 답을 주고 있다"며 "민심이 '하라'는 게 있고 '하지 말라'는 것도 있다. 우리는 하라는 것 하고, 하지 말라는 것 하지 않으면 된다"고 했다. 그는 "그것이 당정관계를 합리적으로 쇄신하고, 실용적인 관계가 되고, 토론하는 관계가 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전날 출마선언을 전후로 채상병 특검법을 여당안으로 발의하겠다고 했던 데 대해 "민심의 편에 선다는 것은 결국 주도권의 문제와도 연결된다"며 "우리는 108석의 정당이다. 국민 마음을 얻는 것 말고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있나"라고 했다. 특검법에 대한 전향적 접근이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 최소한의 몸부림"이라는 것.

그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갔을 때, 제가 말씀드리는 이 정도의 합리적인 대안으로서, 정면돌파로서 국민들께 선택지를 드리지 않는다면 지금의 국회 구조에서 과연 민주당의 저 이상한 법안이 통과되는 것을 확실히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하느냐"고 자신의 제안에 대한 당내 비판을 재반박하며 "민심에 반응하는 차원에서 정면으로 돌파하고 논란을 종결시키는 내용의 대안 제시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사안에 대해서 특검 자체를 반대하는 논리는 법적으로 타당하다"면서도 "다만 이 사안의 보훈과 안보에 관한 특성, 그러고 그걸 바라보는 국민들의 민심, 그러고 그동안 몇몇 경우에 있어서 저희가 아쉬운 설명이 있었고, 그러고 충분히 설명할 기회를 실기했다는 점들을 감안하면 단순하게 그런 법적인 논리를 가지고 '특검은 안 된다'고 말하기엔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단 공수처·경찰 수사를 지켜보자'는 것이 국민의힘의 공식 입장인데 자신의 주장은 이와는 궤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제가 당대표가 돼서 특검법을 새로 발의하게 되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그전까지 공수처 수사는 당연히 끝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저희가 국민의 민심을 따르겠다는 정면돌파의 제안을 함에 있어서 그런 사족을 꼬리표처럼 붙이게 되면 국민들께서 '역시 마찬가지 아니야?' 이렇게 생각하실 것"이라며 "그런 얘기를 저는 붙일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다. 그런 조건 달지 않고 '저희는 이런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겠다'라는 것으로써 이 문제를 정면돌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선수가 심판을 고르는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그 안을) 민주당이 고집한다면 그 법은 통과되면 안 된다. 그 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고, 그 거부권을 우리 당이 전폭적으로 지지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광재 한동훈캠프 대변인도 같은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 안에 대해 "민주당이 보자마자 (한 전 위원장 제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얘기하는 것 자체가 특검을 통해서 대통령의 권위를 흔들고 탄핵 정국으로까지 이끌어가겠다는 정략적 목표가 있다는 것"이라며 "그래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특검은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한 우리 캠프도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공수처 수사종료 전 특검 주장이 적절한가'라는 부분에 대해 "한발 더 나아간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자신의 복귀와 함께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여론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신 갓"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 전 위원장은 자신이 총선 당시 앞장서 제기한 이른바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은 계속 유지되는 것이냐고 묻자 "전쟁 같은 총선을 치렀고 총선이 끝났다. 이제는 정치를 해야 할 때"라며 "(이·조 대표와) 정치의 상대방으로서 충분히 대화하고 설득해 볼 것이고, 국민을 위해서 좋은 의견을 말씀하신다면 제가 얼마든지 설득을 당해드릴 생각"이라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지난 23일 국회에서 당 대표 출마선언을 마치고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곽재훈 기자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전세사기 억대 빚더미 20·30대 “삶을 접을까, 매일 고민”

 

청년들은 전세사기로 결혼도 미래도 모두 포기...“저출생 인구 걱정할 때 아니다”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구로구에 거주 중 1억 2천여 만원의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스무 살 청년(오른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서울 신촌과 구로, 경기 병점에서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97명의 세입자가 임대인 최씨 일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으며 총 피해액은 100억원 대 규모다. 2024.6.23. ⓒ뉴스1

“전세사기 당함과 동시에 나라에서 연구비를 삭감하는 바람에 저는 제 연구자의 꿈을 접을까, 아니 삶을 접을까하루에도 수십 번 수백 번 고민했습니다. 제 꿈을 지지해주던 가족들도 절망에 빠졌고, 모두 우울한 나날을...”

전세사기 피해자 이솔(가명, 1998년생 26세) 씨의 말이다.

23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솔 씨는 “저를 포함 90여명의 청년들이 꿈과 미래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집주인으로부터도, 정책으로부터, 심지어 피해자를 보호해야 하는 법으로부터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 것을 알고 점차 희망을 잃어가고 있다”면서 “제발 (전세사기특별법) 법안과 정책 보완으로 국민들, 청년들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삶을 접을까” 고민하는 청년·학생들
“하루하루 말라죽는 심정”
“준비하던 결혼도, 미래도 모두 불투명해져”
“저출생 인구 걱정할 때가 아니다”


20대의 이솔 씨는 20년 넘게 연구자를 꿈꿔온 연세대 대학원생이다. 하지만 전세사기를 당한 후 그 꿈뿐만 아니라 “삶을 접을까” 매일 고민하고 있다. 학교 기숙사가 없어 월세 집을 구하려 했던 그는, 월세보다는 전세가 훨씬 유리하다는 공인중개사의 설득으로 전세계약을 맺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직접 카카오뱅크의 청년전세대출에 대해 설명해줬고, 대출 계약서 작성을 도왔으며, “집주인은 바보같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설득까지 했다고 한다. 또 “시세가 60억 가까이 되기 때문에 혹시나 잘못되어도 보증금 전액 문제없이 반환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근저당이 높아 우려하자, 중개인은 “2~3개월 내로 해결될 예정”이라고 했다.

전세계약 후 1년 반 뒤, 이솔 씨는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에 넘어갔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 후 알게 된 빌라의 감정평가액은 겨우 29억. 중개인이 알려준 시세(60억)의 절반이었다. 앞서 다른 전세사기 피해에서도 공인중개사가 잘못 알려준 시세를 믿고 계약했다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일이 다수 발생한 바 있는데, 정부의 안일한 대책으로 똑같은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후 다른 피해자들과 만난 이솔 씨는 “공인중개사가 계약 당시 설명해 준 말 중 사실인 것이 단 한 줄도 없음을 깨달았다”라고 탄식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신촌·구로·병점에 있는 최 모 씨 일가의 8개 빌라에 거주하다 전세사기를 당한 세입자는 90여명이다. 대책위와 접촉한 응답자 84명 중 89%인 76명은 20대와 30대다. 1996~1998년생은 무려 29명이었다. 만 20세인 학생도 있었다. 응답자 84명 중 19명은 학생이었고, 58명은 사회초년생 또는 직장인이었으며, 7명은 자영업자였다. 최 씨 일가가 피해자들과 전세계약을 맺은 7개의 주택 중 4채는 불법건축물이었다.

심지어 집주인은 집이 경매에 넘어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양산되던 시기에도 학생, 사회초년생들과 전세계약을 맺으며 피해를 키웠다. 더욱 황당한 점은 이 같은 위험한 계약을 공인중개사가 적극적으로 소개했다는 점이다.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신촌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구로구에 거주 중 1억 2천여 만원의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스무 살 청년이 발언 도중 감정에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에 따르면 서울 신촌과 구로, 경기 병점에서 대학생·사회초년생 등 97명의 세입자가 임대인 최씨 일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으며 총 피해액은 100억원 대 규모다. 2024.6.23. ⓒ뉴스1

피해자 겨울(가명, 2003년생 20세) 씨는 지난해 4월 모아둔 돈 2천만원과 중소기업 청년전세대출 1억원으로 전셋집을 마련했다가, 올해 5월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간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제가 계약할 당시 신촌 건물은 이미 경매가 진행 중이었고,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는 상황에 제가 세입자로 들어왔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 중 제일 마지막에 들어와서 배당 순위도 늦고, 최우선변제금도 해당되지 않아 경매로 돈을 받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면서 “저는 경매가 종료되면 1억의 빚을 가지고 나가야한다”고 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손솔 전 진보당 대변인 등에 따르면, 겨울 씨 또한 다른 집을 알아보던 중 공인중개사의 소개로 문제의 집주인과 계약했다.

또 다른 피해자 대현 씨도 공인중개사의 소개로 문제의 집주인과 계약했다. 당시 공인중개사는 “집주인이 건축업을 해서 돈이 많기 때문에 나중에 보증금을 못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현 씨가 살던 집도 경매에 넘어갔다. 대현 씨는 “거짓말과 기망으로 올해 준비 중이던 결혼 계획도, 신혼집 마련도, 미래도 모두 불투명해졌다”고 말했다.

문제는 ‘사인 간 거래’라면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부·여당의 안일함이다. 심지어 전세사기 피해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지시했던 ‘경매 유예·중지’마저도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집주인과 당국은 경매가 재개될 것이라는 소식조차 사전에 피해자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다. 한 피해자가 혹시나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6월 중순에 경매사이트에 접속한 뒤에야 오는 7월 30일부로 집 경매가 재개된다는 사실을 안 것이다. 법원에 왜 경매 재개 사실을 알려주지 않느냐고 묻자, 법원은 “아직 시간이 많아 알리지 않았고 조만간 알릴 참이었다”고 답했다고 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퇴거당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는 생존의 문제인데, 느긋하게 경매 재개 직전에 알려주겠다고 답한 것이다.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씨는 “저출생 인구 걱정할 때가 아니다”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지금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옥 같은 일을 겪고 있다. 피해자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왜? 지금 임대인이 계속 건물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너무 당당하다. 여기 임대인뿐이겠나?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다.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못 받는 사람까지 보면 10만 명 넘었다고 생각한다. 언제 정책을 바꾸고 특별법을 개정할 것인가? 진짜 국가비상사태는 여기서 발생하고 있다. 직시해야 한다.”

한편, 이날 전세사기 피해자들과 대책위는 ▲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황에서 대책 없이 퇴거당하는 일이 없도록 전세사기특별법 개정 ▲ 현실과의 괴리가 극심해진 최우선변제 제도 개선 ▲ 대출 미이용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 ▲ 은행이 이윤추구에 활용하는 허술한 청년전세대출제도 보완 ▲ 무책임한 공인중개사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등을 촉구했다.

“ 이승훈 기자 ” 응원하기

껌 씹다 딱 걸린 피고인과 김건희의 결정적 차이, 부띠크

 [도이치모터스 - 첫 번째 퍼즐] 김 여사 계좌 4개 중 3개, 부띠크가 직·간접 운용... 계좌거래 49건 중 48건 유죄

24.06.24 07:04최종 업데이트 24.06.24 07:04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전체 중 일부다. 사건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숲'을 살펴봐야 한다. 1심 판결문을 비롯한 검찰 수사기록과 1600페이지에 달하는 공판 기록 등을 통해 사건의 전체에서 김 여사가 관여된 부분을 자세히 들여다 봤다. 가족의 영광 2부는 각종 키워드로 도이치모터스 사건이란 퍼즐을 함께 맞춰보는 과정이다. [편집자말]

▲ <오마이뉴스>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 키워드를 선정해 퍼즐로 재구성한다. 첫 번째 퍼즐 조각명은 부띠크다. ⓒ 봉주영

"큰 규모로 거래한 B씨에 대해서도 주가 조작을 알았는지 여부를 떠나 큰손 투자자일 뿐 공범이 아니라며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대통령 배우자가 전주로서 주가 조작에 관여하였다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도 깨졌습니다." (2023년 2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판결이 나온 후 대통령실이 내놓은 입장 중)

그 B씨(손○○)가 껌을 씹고 있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이 열렸던 지난 5월 17일, 손씨의 외모는 말쑥 그 자체였다. 포마드를 발라 머리카락 한 올 흘러내리지 않는 이마부터 깨끗한 구두에 이르기까지 말끔했다. 청색 쓰리 피스 정장에 흰색 셔츠를 받쳐입은 복장 또한 세련된 외양이었다.

부조화, 말끔한 외모와 법정에서 껌을 씹는 행동이 잘 어울리지 않았다. 판사가 있는 법대를 향해 앉아 그런 모습을 보이는 피고인 역시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었다. 심지어 이날, 검찰은 1심 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손씨에게 방조 혐의까지 추가했다. 검사가 판사에게 공소장 변경에 대해 설명하는 동안에도 껍을 씹는 그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보다 못한 법정 경위가 그에게 다가갔다. 손에 든 휴지를 손씨 입 앞에 내밀었다. 손씨가 껌을 뱉었다. 그의 행동은 확실히 의외였다. 자신의 무죄 선고를 근거로 대통령실이 '민주당 주장이 깨졌다'며 입장발표를 한 것이 그에게 어떤 자신감을 불어넣은 것일까. 아니면, 1심 재판부도 무죄의 이유 중 하나로 인정했던 그의 '가오'가 이런 모습으로 표출된 것일까.

가오

▲ 2022년 2월 27일, 이용우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 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이 공개한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 원우수첩에는 코바나컨텐츠 대표이사, 도이치모터스 제품 및 디자인전략팀 이사 등 김 여사 경력이 기재돼 있었다. 국민의힘 측은 "도이치모터스 회장으로부터 차 판매 홍보를 도와 달라는 요청을 받고 비상근, 무보수로 이사 직함을 받고 홍보 행사에 참여하는 등 활동을 했다"고 밝혔었다. ⓒ 연합뉴스

허세를 뜻하는 '가오'란 말이 법정에서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꼭 2년 전이었다. 2022년 6월 17일 공판에서 손씨에 대한 검찰과 변호인 사이의 신문이 이뤄졌다. 핵심 쟁점은 손씨의 도이치모터스 주식 대량매집 행위를 시세조종 행위 가담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였다. 손씨가 2차 주포 김○○씨와 공모하여 50억 상당의 자금을 동원하여 지속적으로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해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다. 그와 같은 판단의 근거로 당시 공판에서 제시된 것이 김○○씨와 손씨가 주고받은 문자였다.

검사 "2012년 7월 30일경에 김○○에게 '도이치 상 찍었다'고 했는데."

손씨 "가오로 보냈다."

검사 "'상 찍었다'는 문자, 종가 끌어올리려고 한 것 아닌가."

손씨 "가오식으로 한 거다. 형으로서."

검사 "뭘 과시하고 싶었던 건가? 주가 변동에 대한 과시?"

손씨 "내가 주식을 샀더니 상한가가 됐다는 거, 나는 그게 가오라고 생각했다."

검찰 측 신문이 끝나고 재판부가 어떤 의도에서 그런 문자를 보냈는지 다시 물었다. 손씨는 대답했다.

"가오죠. 내 자신에 대한 자유라고 할까요?"

1심 재판부는 이같은 손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피고인 손○○가 (다른)피고인 김○○에게 보낸 '상한가를 찍었다'라는 등의 문자메시지는 대량으로 매수하였음을 과시하는 내용으로 보일 뿐"이라며 "다대한(많고도 큰, 기자 주) 자금을 동원하여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어 그 중 일부 매수 주문이 고가매수가 되거나 우연히 통정매매로 분류되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손씨가 독립적인 판단에 따라 계좌들을 직접 운용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김건희 여사 어머니 최은순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매도하고, 손씨가 이를 매수한 거래 8건을 재판부가 무죄로 판단한 것도 같은 이유였다. 재판부는 "최은순이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로부터 도이치모터스와 주식 관련된 정보를 듣긴 하나 매매 여부는 본인의 결정에 따라 거래했다고 보인다"며 "매도계좌(최씨 계좌)는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직접 운용한 계좌인가, 피고인(시세 조종 행위 주도자)들이 운용한 계좌인가. 바로 이 지점에서 이른바 '전주'라는 카테고리로 같이 묶여 주목받았던 손씨와 김 여사 사이의 가장 큰 차이가 드러난다.

부띠크

조일현 : "야, 너 부띠크라고 들어봤냐?"

전우성 : "부띠크? 아, 그거 몇 명이서 돈 굴려주고 작전하고 뭐 그런 거?"

신입 주식 브로커 조일현(류준열 분)이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으려고 주가 조작에 뛰어드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돈>의 한 장면이다. 주식 투자 중개인 혹은 사설 투자 업체를 가리키는 부띠크란 용어는 2022년 12월 30일 검찰이 제출한 사건 종합 의견서에 이렇게 등장한다.

"피고인 이○○는 2004. 7. 경부터 현재까지 투자 자문업 등을 영위하는 (주)블랙펄인베스트(소위 '부띠크' 투자 자문사)의 대표로서, 다수의 차명계좌를 이용하여 피고인 권오수, 피고인 김○○, 민○○등과 함께 '본건 시세조종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하였다."

부띠크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전체 맥락을 파악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용어다. 김기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증권업종 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전문 투자 자문사로 면허를 내지 않고 선수들이 모여 같이 작업하는 사무실을 부띠크라고 한다"면서 "오만가지 정보들이 나오고 작전을 하는 곳으로 증권가에서는 주로 음성적인 회사란 의미로 부정적으로 쓰인다"고 말했다.

이런 용어를 검찰이 굳이 사용한 것은 '불법적인 시세조종행위' 중심에 있었던 블랙펄인베스트(부띠크)의 부정적인 면모를 강조하기 위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 또한 표현만 다소 달랐지 검찰 판단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블랙펄인베스트를 컨트롤타워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 범행은 상장회사의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인 권오수가 자신의 경영상 필요에 의하여 주가관리를 할 주포를 물색하고, 주포인 피고인 C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피고인 A(위 검찰의견서의 이○○, 기자 주)가 조직적으로 계좌를 동원하여 2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시세조종을 실행한 것이다."

이와 같은 검찰과 법원의 판단을 종합하면 이렇게 요약된다. 블랙펄인베스트란 부띠크는 2년이 넘는 기간에 걸쳐 주도적으로 시세조종을 실행한 이 사건의 컨트롤타워(관제탑)였다.

김 여사 계좌 4개 중 3개, '관제탑'이 직·간접적으로 운용

▲ 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제2단계 행위에 대한 판단을 검찰 범죄일람표를 인용하여 판결문에 유죄는 ○, 무죄는 X로 표시했다. 붉은 테두리선이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검정 테두리선은 최은순씨 계좌 거래다. ⓒ 이정환

1심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을 모두 5단계로 구분했다. 법원은 김 여사 계좌가 관여된 경우를 2단계(2010년 9월 24일 ∼ 2011년 4월 18일)로 판단했다. 이 기간 시세조종에 동원된 계좌는 개인(11명)명의 14개, 법인명의 1개 등 총 15개였는데, 그 중 부띠크가 직·간접적으로 운용한 계좌가 10개로 가장 많았다. 재판부는 김건희 여사 명의 계좌 4개 중 3개가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계좌 : "계좌주인 김건희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도이치모터스 상장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로 피고인 권오수의 지인이다... (중략) 피고인 권오수 또는 이○○(블랙펄인베스트 대표, 기자 주)에게 일임되었거나 적어도 이들의 의사나 지시에 따라 운용된 계좌로 볼 수 있다."

B계좌 : "해당 계좌는 블랙펄인베스트에서 관리하며 피고인 이○○ 또는 피고인 민○○(블랙펄인베스트 대표의 처남)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C계좌 : "해당 계좌에 관하여 엑셀파일에 그 잔고 등 관리 내역이 기재되어 있는 점 등 제반 정황을 종합하면 블랙펄인베스트에서 관리하며 피고인 이○○ 또는 피고인 민○○가 직접 운용하여 시세조종에 이용한 계좌로 인정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통정사실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C계좌 거래 - 기사 하단 표 범죄일람표 순번 475번 - 를 무죄 판단했다.)

D계좌 : "검사는 해당 계좌를 권오수에 의하여 운용된 계좌로 특정하여 기소하였으나, (중략)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로 인정할 증명이 부족하다."

김 여사 명의 A, B, C 계좌를 '피고인들이 운용한 계좌'라 판단한 것으로, 손씨가 독립적으로 운용했던 경우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이와는 매우 동떨어진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특히, 판결문에서 주목할 것은 김건희 여사보다 훨씬 더 큰 규모와 높은 빈도로 거래하고, 고가매수 등 시세조종성 주문을 직접 낸 내역이 있어 기소된 '큰 손 투자자' B씨(손OO)의 경우에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였다는 것입니다." (2023년 2월 14일 대통령실 입장 중)

1심 재판부가 시세 조종 동원 여부 판단 과정에서 주요 잣대로 삼은 것은 거래 규모나 거래 빈도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계좌 운용 주체가 실제 누구였는지를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부띠크 등이 동원한 계좌주들의 증언이나 진술은 그래서 판결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다.

방조

"AH는 해당 계좌를 자신이 운용했다고 진술하나... AP는 해당 계좌에 관하여 직접 거래한 기억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AR은 위 계좌는 자기 계산으로 운용한 것이라고 진술한다... AX이 수사기관과의 통화에서... R은 피고인 A의 처이자 M의 누나로, A와 M의 진술에 비추어 보면..."

판결문에는 총 106명의 이니셜이 등장한다. 그 중 2단계 실행기간에 재판부가 시세 조종에 동원된 것으로 판단한 계좌주는 모두 11명이다. 판결문을 보면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나온 이들의 입장을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 김건희 여사와 최은순씨, 단 두 명을 제외하면 말이다.

1심 재판부는 2단계 기간 이뤄진 김건희 여사 계좌 거래 48건을 유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 거래 상대 계좌는 부띠크, 2차 주포, 권오수 회장 관계인 등으로 대부분 피고인들 당사자거나 피고인들의 직접적 관계인이었다. 김 여사와 부띠크 대표 누나 명의 계좌와의 거래(14건)가 대표적인 예다. 법원은 이들 거래에 대해 시세조종 목적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달리 손씨의 거래 상대는 최은순씨, 손씨의 부인, 손씨가 운영한 회사, 그리고 본인 명의 다른 계좌였다.(아래 표 참조)

2024년 5월 17일, 검찰은 손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2024년 6월 24일, 현재까지 검찰은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