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1일 월요일

버티기도 힘든 ‘고물가’…열심히 만들고 팔아도 답이 없다

 등록 :2022-07-12 05:00수정 :2022-07-12 07:17

“비용은 다 오르고 손님은 끊기고…”
‘생산부터 판매까지’ 물가 직격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해서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7일 저녁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오이와 가지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속해서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 7일 저녁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서 오이와 가지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가격을 올리면 기사님들 부담도 커지니까, 다른 식당에 손님 뺏길까봐 많이 올릴 수도 없었어요.”

 지난 6일 저녁 만난 서울 용산구 청파동 ㅇ기사식당 사장 ㄱ(45)씨의 말이다. 이 식당은 지난달 대표 메뉴인 돼지불백과 대구지리의 가격을 9천원에서 1만원으로 올렸다. 8천원이던 알탕은 8500원으로 인상했다. 미국산 돼지고기 1㎏이 5천원 오르고, 러시아산 대구도 5천~1만원 오른 터다. 올해 1월부터 월세도 100만원 올랐다. 112㎡(34평) 식당의 지난달 전기요금과 도시가스는 합쳐서 130만원 나왔는데, 이달 들어 전기요금 등이 인상돼 부담이 더 늘어날 처지다. “거리두기 해제로 손님이 늘어나는 건가 싶었는데, 물가가 올라 다시 점심 손님이 줄었어요.” 시어머니와 남편과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쉬지 않고 일한다는 ㄱ씨는 “지난 8년 동안 식당을 하며 요즘같이 힘든 적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21년 1월 0.9%에서 같은 해 9월 2.4%로 높아졌다. 올해 1월에는 3.6%, 4월 4.5%, 지난달은 6%까지 치솟았다. <한겨레>가 농민·중소기업·식당·편의점 등을 취재한 결과, 원·부자재 공급난과 공공요금·인건비·임대료 상승, 이상기후 등 여러 요인으로 전방위적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었다.


강원도 홍천 서석면에서 신성재(56)씨가 농사지은 고랭지 애호박과 오이의 도맷값도 이달에 많이 올랐다. 지난해 같은 시기 신씨가 수확한 애호박 1박스(20개)는 8천~9천원이었는데 이제 2만5천~3만원까지 받는다. 오이는 한 접(100개)에 3만5천원에서 1년 사이 13만~14만원으로 3배가량 올랐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서 공개하는 품목별 도매가격은 지난 5일 기준 조선애호박은 20개에 4만1천원, 백다다기오이 100개는 12만3천원이었다. 비싼 값에 팔아도 신씨에게 남는 돈은 적다. “상반기에 워낙 날이 가물어서 수확량이 3분의 1로 줄었어요. 애호박은 하나하나 수확해 포장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많이 들죠.” 신씨는 동네에 “농사를 포기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비료와 농약, 농기계용 면세유 가격이 오른 것도 신씨 같은 농민들에게는 큰 부담이 됐다. 농업용 면세유는 리터(ℓ)당 750~800원 하다가 요소수 파동과 원유값 급등 여파로 1500원으로 뛰었다. 채소 도매 경매를 하는 한국청과의 최현식 홍보부장은 “농산물은 날씨, 작황, 인건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최근 애호박과 오이는 공급량이 부족해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ㅎ어묵은 대형마트·백화점·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대표 어묵 제품 가격을 지난 2월 5100원에서 5600원으로 올렸다. ㅎ어묵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재료인) 밀가루, 연육(으깬 생선살), 택배비가 다 올라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어묵은 지금이 비수기인데다 물가 상승 여파로 소비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일상이 된 이상기후에 유가와 인건비 인상 등이 겹치면서 어민들 역시 어업을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밀 자급률이 1%도 안 되는 한국에서 많이 수입하는 북미산 밀도 많이 올랐다. 주요 제분사들은 하반기 사용분까지 재료를 확보한 상태라 추가 가격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업계 예측이다. 그러나 밀가루와 팜유는 올해 상반기에 이미 지난해보다 35% 이상 인상됐고 빵값 등에 반영됐다. 파리바게뜨는 지난 2월 6.7%, 뚜레쥬르는 지난 7일 9.5% 제품 가격을 올렸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대란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발생한 원자재와 에너지 공급난은 기초산업 생태계에 이미 고스란히 반영됐다. 현대자동차와 두산중공업 등의 2차 협력사인 주조업체를 30여년간 운영해온 ㄴ(60)씨는 차량이나 농기계 브레이크 등에 쓰이는 합금·용해철 등을 만든다. ㄴ씨의 회사도 다른 업체들과 함께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4차례에 걸쳐 용해철 1㎏ 단가를 1500원에서 2100원으로 올렸다. 용해철을 만드는 데 필요한 실리콘은 중국에서 수입하는데 코로나19 영향으로 1㎏에 980원 하다가 2700원으로 오르고 구리도 1㎏에 5천원에서 1만3천~1만4천원으로 오르는 등 원자재값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ㄴ씨는 “우리는 3디(D)업종이니 거래처에서 그나마 가격을 올려줬지만 다른 업종들은 (원청) 눈치 보느라 못 올리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월세·공공요금·인건비가 다 오르는 탓에 자영업자들의 근심은 더욱 깊어졌다. 경기도 의정부역 앞에서 20년째 72㎡(22평) 크기의 편의점을 운영하는 ㄷ(51)씨는 “최근 2년 동안 일한 아르바이트생에게 그만 나와달라는 말을 하면서 너무 미안했다. 그 아르바이트생이 양말 선물을 해주는데 마음이 안 좋았다”고 했다. 아르바이트생 대신 ㄷ씨의 세 자녀가 편의점 일을 돕기 시작했다. 권리금 1억원을 주고 시작한 편의점은 요새 매출이 2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갈 만큼 사정이 나빠졌는데 월세는 도리어 30만원 더 올랐다.


경기도 포천에서 주유소를 부모님과 함께 운영하는 ㄹ(41)씨는 고유가에 주유소가 폭리를 취한다는 언론 보도를 보며 억울해했다. 고유가일수록 수수료 수익이 늘어나는 곳은 카드사일 뿐인데 벌이가 늘지도 않는 주유소만 욕을 먹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주유소와 경쟁 때문에 유가가 오르든 내리든 리터당 50~80원의 마진만 책정하고 있다고 ㄹ씨는 강조했다. 1.2~1.5%로 고정돼 있는 카드 수수료는 유가가 오를수록 절대액수가 높아진다. 그만큼 주유소가 내야 할 카드 수수료가 많아지는 셈이다. 최근 ㄹ씨의 아내는 4살 아들을 돌보기 위해 13년째 다닌 무역회사를 그만두었다. ㄹ씨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지만 별도리가 없다. “뉴스 볼 때마다 물가 오른다고 하고, 상승률이 6%라고 하는데, 정말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너무 힘들 것 같아요.” ㄹ씨의 목소리는 무척 암울하게 들렸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미합중국이 미분열국 됐다…'美 자유주의' 악몽의 시작

 [인터뷰]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안병진 경희대 교수 ①


"'미 합중국'(the United States)이 아니라 '미 분열국'(the Disunited States)이 됐다."

최근 낙태, 총기 규제 등 민감한 쟁점과 관련된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 이후 미국의 분열상에 대한 <뉴욕타임스>(NYT)의 평가다.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3일 공공장소에서 총기 소지를 금지하는 뉴욕주법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집 밖에서 총기 소지를 제한하고 필요할 경우 면허를 받도록 한 뉴욕주 주법이 수정헌법 2조에 위배된다는 이유에서다.

연방대법원은 다음 날 24주 이내 임신중지권(낙태권)을 보호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었다. 헌법은 낙태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여성의 임신중지를 합법화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30일 기후위기 정책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은 미국 환경청(EPA)이 온실가스 규제할 권한이 없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무력화시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명의 연방대법관을 임명하면서 보수 절대 우위(총 9명의 대법관 중 6명이 보수 성향)가 된 연방대법원이 미국 사회를 뒤흔드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대선을 통해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난 트럼프 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의 대선 공약을 퇴임 1년 반이 지났는데도 연방대법원이 연일 실현시켜주는 모양새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바이든이 승리한 대선 결과에 불복해 지난해 1월 6일 워싱턴DC의 국회의사당에 무장 난입해 폭동을 일으켰던 '반란(insurrection)'이 과연 진압된 것인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상황이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3분의 2가 여전히 "2020년 대선이 조작됐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믿고 있다고 말한다. 트럼프는 2024년 대선에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최고 사법기관인 연방대법원을 장악한 우파들의 또 다른 '반란'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미국 정치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바이든 정부는 대법원 판결이 가져온 퇴행을 바로잡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을 갖고 안병진 경희대 교수와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를 인터뷰했다. 1990년대부터 미국에서 유권자 운동과 시민운동을 해온 김동석 대표는 직접 발로 뛰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으로 미국 선거 현실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현장 전문가다. 미국 정치를 전공하고 가르치는 안병진 교수는 <미국의 주인이 바뀐다>(2016년), <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2020년),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2021년) 등 트럼프 집권 이래로 증폭된 미국의 정치적 갈등에 대해 심도 깊게 연구하고 있다. 서면과 전화를 통해 진행된 두 사람의 인터뷰를 대담 형식으로 정리해 2회에 걸쳐 게재한다.  



더이상 '유나이티드 스테이츠'는 존재하지 않는다

프레시안 : 지난달 24일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관련 판결 이후 미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보수 우위의 대법원이 지난 50년간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던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었고, 그 이후 미국 사회는 두 개의 나라로 갈라진 것처럼 갈등이 극대화 됐습니다. 일각에서 과거 노예제 폐지 당시에 비유하기도 합니다. 이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김동석 : 미국내 문화전쟁의 격렬한 시작입니다. 원래 연방대법원은 보수와 진보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각축장입니다. 그런데 이번 낙태 관련 판결은 세 명의 진보 대법관이 한목소리로 지적한 것처럼 보수 성향의 다수 판결문은 억제되지 않고 무자비했으며 지나치게 공격적입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보장됐던 낙태에 대한 권리를 취소한 충격은 충격 그 이상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여성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에 처했다"라고 말한 것처럼 당장에 22개주 이상에서, 법 집행의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낙태 제공자와 환자가 투옥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낙태가 허용되는 주로 몰려드는 환자들, 남부 국경의 난민들 행렬에 역행하는 임산부의 행렬도 보게 될 것입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낙태를 원하는 약 9만4000-14만4000명의 사람들이 판결이 난 첫해 동안 낙태를 받지 못할 것이며, 그 결과 산모의 사망률이 최소 20% 증가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지난 50여 년간 집요하게 펼쳐온 보수우파 풀뿌리 운동의 성과입니다.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가 설립한 국가생명권위원회(NRLC, National Right to Life Committee)에서 시작한 '낙태 합법화 금지운동'은 1980년대 들어 전국적인 대중운동으로 발전했습니다. 여기에 기독교 우파가 결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갖게 됐습니다. 국가생명권위원회는 워싱턴 내 정책 영향력 5위 안에 드는 단체로 알려졌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이들은 정치 운동으로 전략을 바꿔 공화당 지지 선거운동에 매진했습니다. 그리고 2007년부터 사법부의 보수화를 정치 목표로 내건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미치 매코널의 캠페인과 결합합니다. 트럼프는 "미국은 기독교 국가였으며, (앞으로도) 기독교 국가이어야 한다"라면서 기독교 우파를 낙태 반대 운동의 중심부로 끌어들여 오늘에 이르게 됩니다. 이들은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리더십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자신들이 발굴해 놓은 법률가들을 지방과 연방 법원 판사로 임명하는 일에만 열중했습니다. 트럼프 집권 기간 동안 연방 대법관 3명을 비롯해 연방 항소법원, 연방 지방법원에 판사 300여 명을 임명했습니다. 이번 판결은 대통령 한 사람이 미국 내 최고법원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안병진 : 향후 미 연방(United States of America)은 계속 더 분열되는 미국(Disunited States of America)이 될 겁니다. 제가 작년에 <미국은 그 미국이 아니다>(안병진 지음, 메디치 펴냄)라는 책을 쓴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국내외적으로 아직도 미국을 건국 시조들의 자유주의 사상이 공통의 지반으로서 작용하는 나라로 낭만적으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지금의 미국은 선거를 통한 민의에 대한 반응성, 견제와 균형, 법적 지배, 개인 존엄 등 자유주의 헌정주의 민주주의라는 공통 가치가 더이상 사회의 지배적 원리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CNN의 국제정세 프로그램인 <GPS> 진행자 파리드 자카리아는 미국이 비유하자면 중동과 북구 유럽이 한 국가에 공존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는 낙태는 물론이고, 총기, 이민, 기후변화, 선거 결과 승복 등 모든 이슈에서 그러합니다. 저는 나아가 책에서 단지 두 개의 미국이 아니라 자본주의에서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꿈꾸는 세력까지 포함하면 세 개의 미국이라고까지 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지금 미국은 어떤 정치세력이 등장해도 그 공통의 지반을 다시 만들 수 없는 '티핑 포인트'이자 혼돈의 이행기에 이미 진입했습니다. 이 전제하에서 오늘날 미국을 보아야 그 위기의 강도와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강간 피해 아동도 낙태 안된다는 미국, 극우세력 풀뿌리 운동의 결과 

프레시안 : 연방대법원은 낙태권 폐지 뿐 아니라 뉴욕주의 총기 휴대 규제에 대한 위헌 판결, 정부의 온실가스 규제 권한에 제동을 거는 판결 등 연일 시대를 거스르는 판결을 내놓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임기 내 3명이나 대법관을 임명하면서 이런 우려가 나오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훨씬 과격한 결정을 사회 여론을 의식하지 않고 내놓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안병진 : 걸출한 SF작가 마가렛 애트우드가 <시녀이야기>(마가렛 애트우드 지음, 황금가지 펴냄)에서 상상한 것처럼 여성의 몸을 극단적 수준으로 통제하는 봉건 사회가 도래한 셈입니다. 대법원 판결 직후 오하이오주에서 강간을 당해 임신한 10세 소녀가 엄격한 낙태 제한 규정 때문에 인디애나주로 이동해 낙태를 받아야 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야만 사회로 미국이 퇴행하는 가장 명백한 증거입니다. 

미국의 리버럴들이 그간 보수주의자들의 중장기 프로젝트에 대해서 너무 순진하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가 주와 지역 차원에서 공화당이 장악하면서 자의적인 선거구 조정, 친 민주당 유권자 투표권 박탈 움직임이 가져올 위험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던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매우 극우단체인 '연방주의 사회(Federalist Society)'와 공화당 지도부가 오랜 세월 준비해온 법원 장악 프로젝트입니다. 

메리 지글러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가 올해 낸 신간 <생명을 위한 달러(Dollars for Life)>에서 이 반낙태운동이 어떻게 금권정치를 강화했고 기성 공화당 주류의 힘 대신에 트럼피즘을 부상시켜왔는지를 탁월하게 분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연방은 물론이고 주 차원 등에서 공화당 우위의 법원 장악 시도가 전방위적으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오바마 정권 시기에 퇴임 타이밍을 놓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안타까운 사망과 트럼프 집권의 결합으로 결국 에이미 코니 배럿이라는 자신들 이념에 가장 순수하게 가까운 극단적인 인사이자 자신들의 스타를 연방대법원까지 심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녀는 1972년생입니다. 트럼프가 임명한 다른 두명의 대법관인 닐 고서치(1967년생), 브렛 캐버노(1965년생) 등과 함께 이들이 향후 수십년 헌법 해석(더 엄밀히 말하면 19세기 헌법 교리 집착)을 독점한다는 건 극우단체 '연방주의 사회' 입장에선 유토피아적 꿈의 실현입니다. 미국 자유주의 가치의 악몽이 기다리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김동석 : 50년 전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학계, 전문가, 미디어 등에서 합의한 보편적 가치로 평가받았고, 지금까지 미국 사회에서 충분히 공감대가 성립된 사안입니다. '생명옹호(pro-life) 운동'이라 했지만 낙태 반대 운동은 주변부적이고 거칠고 투쟁적이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도 낙태권 보장이 항상 다수였습니다. 

대법원에서 공식적으로 결정해서 발표할 때까지 철저하게 비밀을 유지해야 할 사무엘 엘리토 대법관의 판결문 초안이 사전에 유출된 사실도 거의 음모에 가까울 정도로 정상이 아닙니다. 냉정하고 신중하고 조정하고 타협하고 그래서 판결의 영향이 사회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할 책임이 대법관에게 있습니다.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낙태 문제만이 아니라 뉴욕주의 공공장소에서의 총기 휴대 규제안을 위헌으로 판결한 것은 그야말로 헌법 문구 해석입니다. 전 세계 관광객들까지 타는 뉴욕시 지하철에서 어떻게 총기를 휴대하도록 할 수 있을까요?

이번 판결들을 보면 위엄과 품격을 갖춘 최고의 지성인으로서 대법관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대법원의 중심이 더이상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아닙니다.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이 주도를 합니다. 토마스 대법관은 1991년 은퇴를 한 최초의 흑인 대법관 서굿 마셜의 후임으로 아버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습니다. 토마스는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부하 여직원 성추문 스캔들이 알려져 자격 논란이 심각하게 일었습니다. 당시 상원 법사위원장이 바이든 의원이었고 인준 청문회를 주관했는데, 찬성 52대 반대 48로 경우 통과가 됐습니다. 그는 인준 청문회 과정에서 모욕을 당했다고 기자들에게 "나는 2034년까지 대법관직에 있을 것이다. 자유주의자들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었으니 나도 그들의 삶을 비참하게 만들 것"이라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토마스 대법관은 낙태 반대 판결문에 대한 의견을 내면서 2015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대법원 판결에도 동일한 근거를 적용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의 그동안의 진보적 판결을 원점으로 다 뒤집어 자유주의자들을 비참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입니다. 

▲ 미국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결정 이틀 후인 26일(현지시간) 낙태권 옹호론자들이 수도 워싱턴DC에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 '제2의 FDR'이 될 수 있을까? 연방대법원 개혁 전망 불투명 

프레시안 : 진보진영에선 대법관 탄핵 주장까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대법원의 권력을 견제할 방법은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현재의 연방대법원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김동석 : 미국엔 헌법재판소가 없습니다. 9명의 대법관이 최종심과 위헌법률심사권을 다 갖고 있습니다. 연방대법원 대법관 중 진보성향이 다수냐 보수성향이 다수냐는 이민, 낙태, 총기, 동성결혼 등 정치적 견해가 극명하게 갈리는 쟁점에 대한 최종 결론을 결정합니다. 그래서 연방대법관에 누가 임명되는가는 미국 지식인 사회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에게도 민감한 관심사안입니다. 대법원의 균형인 '5대4'가 흔들리면 미국 사회가 요동을 치게 됩니다.

지난 몇해 동안 이전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극우 무장조직들이 무리를 지어서 공적 장소를 점유하고 노골적으로 정치인들을 협박하고 급기야는 자기들의 후보가 선거에서 졌다고 연방 의사당을 공격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을 진두지휘한 것이 사실로 드러났음에도 법적 처리가 안되는 세상입니다. 따져보면 그 원인은 사법부가 균형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를 앞세운 보수우파들의 반란입니다. 특히 다인종 다문화 사회에서 이념적 균형은 공존을 의미합니다. 인종차별(사회정의), 빈부격차(경제정의), 다양성(문화정의) 이 세 가지를 붙들 축이 무너진 상황입니다.

대법원의 법관을 구성하는 문제가 국가 운영의 중요한 아젠다로 정치권의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민주당은 법을 개정해 보수 성향이 다수인 대법원의 상황을 바꾸려고 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연방대법원 개혁 방안을 연구하는 위원회를 대통령령으로 설치했습니다. 이 위원회는 연방대법원의 역할, 대법관 종신제 폐지 등을 검토합니다. 민주당은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정원 늘리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상하원에서 대법관 수를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정원은 헌법에 명시된 것이 아니고 의회에서 법으로 인원을 늘릴 수 있지만 입법이 쉽지 않습니다. 민주당 내 상원의원 세명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온건 보수 성향의 바이든 대통령도 대법관 정원 늘리기에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당분간 연방대법원 시스템을 어떻게 개선할 방도는 없어 보입니다.

안병진 : 과연 바이든 대통령이 '제 2의 루즈벨트'가 될 수 있을까요? 과거 프랭클린 루즈벨트 전 대통령은 '코트 패킹'(대법관 증원 법안)을 시도하다가 실패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결과적으론 성공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비록 대법관 증원에는 실패했지만 그 이후 대법원은 진보적 여론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루즈벨트의 규제 개혁에 순응했습니다.

그러나 바이든은 기질적으로 루즈벨트와 달리 전환적(transformative) 리더가 아니라 제도 내 점진적 개혁주의자입니다. 그리고 지금의 미국은 진영 대결이 일상화된 미국입니다. 상하원에서 민주당은 압도적 다수는커녕 아슬아슬한 우위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 우위마저 11월 중간선거 이후 사라지면 지금 정치지형에서 법관 증원, 종신 제한 등 자유주의자 숙원의 대담한 개혁은 쉽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외부로부터 강력한 사회운동이 일어나 이를 통해 전환적 의회와 대통령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가입니다. 

총기, 낙태 등은 민주당도 다양한 스펙트럼…허약한 바이든 리더십 

프레시안 : 낙태권 관련 판결처럼 대법원의 결정은 트럼프 정부에서 심화된 정치.사회적 갈등으로 곧바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 이후 매 주말마다 전국 각지에서 집회와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낙태권, 총기규제 등이 이전부터 선명한 대립 구도인 이슈라서 수습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게다가 바이든 정부는 30% 후반대의 저조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주도권을 갖기도 어려워 보입니다. 

안병진 : 지금 미국은 정책이 아니라 진영이 모든 문제의 프리즘으로 작동합니다. 두 개의 국가라는 진영 대결의 고착화 속에서 압도적 여론을 가진 전환적 리더십이란 불가능합니다. 더구나 낙태와 총기 등 이슈는 민주당 내에서도 온건, 강경 사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결정적 상원 승부처 중 하나인 오하이오의 팀 라이언 민주당 의원은 대선후보급 거물입니다. 그는 2014년까지는 낙태에 대해 보수적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그가 반낙태 투쟁의 선봉에 선다는 건 그리 큰 힘을 받기 어렵습니다. 팀 라이언의 사례는 지금 민주당 내부가 가지는 복잡함을 잘 보여줍니다.

김동석 : 혼란 속에서 망가진 국가를 바로 세우겠다고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국민들의 기대만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상.하원 다수당이라고 하지만 의회의 극단적인 당파성으로 인해 어떤 타협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상원은 필리버스터로 인해 어떤 개혁 입법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법원에서 시대를 역행하는 판결이 났어도 여성 건강을 위해서, 여성 노동자를 위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문화전쟁으로 인한 사회의 보수화는 인종, 계층간 심각한 갈등을 유발해 사회가 불안해집니다. 경제적 서민과 사회 정치적 약자가 점점 불리해집니다. 아시안을 향한 인종 혐오범죄의 증가는 이런 현상을 설명해주는 단면입니다. 소수계의 차별이나, 권익의 문제는 전적으로 정치나 공권력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럴 때 일수록 대통령의 리더십이 강력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합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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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프레시안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정치, 사회, 경제, 국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프레시안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한국의 국제입양 실태에 관한 보고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함부로 쓴 영웅 서사, '허준이 프레임'의 함정

 [전대원의 교육이야기] 필즈상 수상자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선

22.07.12 05:19l최종 업데이트 22.07.12 05:19l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 교수(오른쪽)이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국제수학연맹(IMU)이 수여하는 필즈상을 수상하고 있다.
▲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수학부 석학 교수(오른쪽)이 5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알토대학교에서 국제수학연맹(IMU)이 수여하는 필즈상을 수상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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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 소식이 알려졌다. 요 근래에 보면 한국인의 위상을 드높이는 일들이 많아졌다. 한국의 음악과 영화가 세계 시장을 휩쓸 거나 국제 영화제에서 상을 받는 일이 드물지 않게 되었다. 어릴 때 강대국이나 쏘아 올리는 건 줄 알았던 우주 발사체를 순수 국내 기술로 쏘아 올리더니, 드디어 수학이라는 순수 학문 분야에서도 세계적으로 업적을 인정받은 사람이 나온 것이다. 이제 한국인에게 노벨 과학상만 남았다는 우스개가 돌기도 했다.

허준이 교수가 대중들에게 이름이 알려진 것은 이번 수상이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그는 이미 이전부터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을 받던 수학자이다. 필즈상 수상 이전에 인터뷰 기사도 나왔었다. 그런데 인터뷰 기사 제목이 묘했다.
 

"'수포자'에서 '천재수학자'로... 인생도 수학도 성급히 결론내지 마세요"

 
이전에 인터뷰 기사를 읽었는데, 그때 들었던 생각이 왜 외국 대학에서 교수로 있는 석학에게 굳이 '수포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함부로 쓴 영웅 서사

신문이 전형적인 영웅 서사를 좋아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학력고사 시절 수석 합격자에 대한 보도나 수능 만점자 보도에서 빠지지 않는 이야기들이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하고 잠 푹 자고 공부해서 여기에 이르렀다는 것. 여기에 가정 사정이 불우했다던가, 부모님의 직업이 사회적으로 높은 계층이 아니면 금상첨화. 이야기는 이야기를 낳고, 그렇게 해서 공부 영웅의 서사가 완성된다.

이미 여러 누리꾼들이 팩트 체크에 들어가서 더 이상 언급하기도 민망하다. 수포자의 근거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잘 외우지 못했다는 것에 기반하였다. 초등학교 2학년에게 수포자를 운운하는 거야말로 수학 실력의 발전 가능성을 막는 표현이다. 그 나이는 수학을 포기하고 말고 할 것을 말할 나이도 아니다. 만약 세간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면 그런 식으로 인식하면 안 된다고 해야 한다.

초등학교 어린 나이부터 수학의 재능이 남보다 빠르고 느리고를 따지는 바람에 수학 교육의 첫 단추부터 잘못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꾸짖는듯하면서 오히려 은근히 조장하는 표현이 '수포자'였다. 그러고 뒤에 덧붙인 인용은 '성급히 결론 내지 마세요'인 게 아이러니하다. 과연 성급히 결론을 내린 것은 저런 제목을 붙인 편집기자인가, 애꿎은 독자인가?

수상을 한 당사자도 답답했던지 다른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수포자 아니었다…굉장히 재미있어 열심히 잘 했다"면서 자신이 수포자이고 고교 시절 수학 공부를 못했다는 세간의 오해를 해명하는 발언을 하였다. 아마 본인도 뜻하지 않은 유명세가 가져온 오해들에 많이 당황했던 것 같다.

한술 더 뜬 동아일보
 
에 실린 기사 "'수포자'에서 '천재수학자'로… '인생도, 수학도 성급히 결론 내지 마세요'"(왼쪽)와 7월 6일 자 <동아일보> 기사 "시인 꿈꾼 고교 자퇴생 '수학계 노벨상' 품었다"" class="photo_boder" style="border: 1px solid rgb(153, 153, 153); image-rendering: -webkit-optimize-contrast; display: block; text-align: center; max-width: 600px; width: 600px;"></동아일보>
▲  지난 1월 1일 자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 ""수포자"에서 "천재수학자"로… "인생도, 수학도 성급히 결론 내지 마세요""(왼쪽)와 7월 6일 자 <동아일보> 기사 "시인 꿈꾼 고교 자퇴생 "수학계 노벨상" 품었다"
ⓒ 조선일보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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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수포자'에서 한술 더 떠서 '공부를 놨던 고교 자퇴생'이란 표현을 썼다. 이 표현을 보면서 나가도 막나가는구나 싶었다. 고등학교에서 공부를 놓고서 과연 서울대학교를 갈 수 있었을까? 물론 천재면 가능하지 싶다가도, 오히려 천재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건 아닐까라는 의구심이 일었다.

여러 비판을 받은 탓인지 글을 쓰면서 검색해봤더니 '공부를 놨던'이란 수식어를 '시인을 꿈꾼'으로 바꾸었다. 허준이 교수가 고등학교 시절 시인을 꿈꾼 것은 본인의 말로 확인되었으니 무리가 없다. 그러나 '고교 자퇴생'이란 표현은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인터뷰 기사를 뒤져도 어느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중퇴했는지 나오지 않았다. 시인을 꿈꿨고, 야간자율학습이 건강에 좋지 않아 그만두었다고 전하고 있다. 흔히 나오는 고교 시절 은사를 찾아가 학창 시절 어땠는지 물어보는 기사도 나올 만하지만, 그런 기사 역시 나오지 않았다.

대신에 고등학교 중퇴 이후 과외 선생의 인터뷰 기사가 떴다. 과외 선생을 했던 분은 현재 모 대학의 교수로 계신 분인데, 과외를 할 당시에는 서울대 박사과정생이었다고 한다. 이 기사에서 허준이 교수의 모교를 확인할 수 있었다. 사학비리로 유명하여 여러 차례 내홍을 겪었던 강남의 S고등학교였다. 이 정도로 팩트 체크를 하고 나면 허준이 교수가 범상치 않은 과정을 거쳐 서울대에 입학하였다는 걸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의 함의는 매우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과 관련해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함부로 영웅 서사를 만들지 않았으면 한다는 것이다. 영웅 서사의 선호는 비단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유명한 아인슈타인도 학창 시절 수학을 못했다는 도시 전설이 돌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물론 천재급 학자들 틈에 있으면 상대성 원리를 발견한 천재성에 비하여 못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수학 실력이 보통의 수준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런 정도의 실력으로는 아무리 옆에서 도와줘도 노벨상을 탈 수는 없다.

허준이 프레임

학력고사 수석 시대의 보도가 오늘로 이어진 것이 만점자 보도이다. 교과서 위주로 예습, 복습을 충실히 했더니 오늘의 결과를 낳았다는 기사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렇게 공부한다고 해서 누구나 수석이 되는 건 아니다.

기자들 사이에서 수석이나 만점자를 경쟁적으로 보도하는 관행을 자제하자는 신사협정이 나온다면 만점자 관련한 보도가 안 나오겠지만, 어느 순간 불문율이 깨지면 영웅 서사라는 조미료가 가미된 보도들이 나온다. 전국체전 금메달도 아니고 이런 경마식 보도는 교육에는 절대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고교 중퇴라는 사실과 수포자라는 단어에서 한국의 교육 현실을 호도하고 비난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정작 당사자는 한국에서 교육을 받은 국내파라고 강조하고, 한국 교육에 대한 직접적 비난을 하지 않았음에도, '허준이'라는 필즈상 수상자를 영웅서사와 한국 교육의 희생양이라는 프레임에 끼워 맞추는 사람이 많다.

서두는 필즈상으로 시작했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필즈상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바라보는 한국 교육에 대한 시선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허준이 교수의 필즈상 수상을 계기로 드러난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내는 기사가 나온다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필즈상 수상이라는 상에 집착하고, 수포자라는 담론에 억지로 끼워 맞추는 식의 시선은 그 자체로 한국 교육에서 무엇이 문제인가를 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언젠가 동네 수학 학원에 어느 전교 1등이 다닌다고 했더니 그 학원으로 수많은 학생들이 몰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아닌 게 아니라 학원에서 전교 1등이 배출되면(?) 학원 현수막도 달고 학원 앞에 관련 내용도 붙이면서 홍보를 한다. 그러면 많은 학부모들이 그 학원에 몰려간다는 것이다.

교육에 대한 이중적 시선
 
큰사진보기지난 6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7월 모의고사를 보고 있다. 자료사진.
▲  지난 6일 오전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7월 모의고사를 보고 있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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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이야기지만 전교 1등과 꼴등의 교육은 달라야 한다. 허준이 교수를 키우는 교육과 수포자를 위한 교육도 다르다. 다른 걸 다르게 보지 않고 똑같이 보는 것에 비극이 있다.

수포자의 문제를 볼 때는 필즈상 수상자나 수능 만점자, 혹은 전교 1등을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프레임으로 바라봐야 한다. 기초 학력 미달의 문제가 우리 사회에 화두가 된 것이 어제 오늘이 아니건만, 학교에서 수포자나 영포자가 줄어든다는 통계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수포자를 직시하지 않고 낭만적 호도의 사례로만 활용할 뿐 제대로 된 기초학력 미달 교육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대거 진보 교육감이 보수 교육감으로 바뀌면서 기초 학력 미달 문제를 거론하며 시험을 늘리고, 전국 단위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경향들이 나타나고 있다. 시험을 많이 보면 기초 학력이 해결된다는 밑도 끝도 없는 논리를 들이미는 걸 보면, 우리나라 교육의 진짜 문제점이 무엇인지 여실히 나타난다. 시험을 많이 필요로 하는 학생이 과연 수포자일지, 전국 단위 등수를 끊임없이 점검해야 하는 입시생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야자를 강제하는 한국의 꽉 막힌 교육 현실을 필즈상에 빗대 비난하는 건 또 무슨 이율배반인지 모르겠다.

누차 강조하는 바이지만 교육에는 트레이드오프가 있다. 모든 일을 만족시킬 수 있는 교육이란 없으며, 교육은 인생과 같아서 하나의 단면에서도 매우 다양한 함의가 나타난다. 고교 자퇴라는 코드에서 한국 교육 획일화의 문제를 읽어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에는 사학 비리 학교에 대한 의심을 보낼 수 있고, 다른 측면에서는 고등학교에서 알아보지 못한 인재가 있었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이 만들어낸 서울대 박사과정생의 과외가 존재하기도 했다

이런 복잡성을 이중적 시선으로 체화하며 전혀 모순을 느끼지 못하는 부조리도 있다.

필즈상 이후 벌어진 한국 교육에 대한 논란을 보면서 SNS에 쓴 개인 감상을 옮겨 놓는다. 교육에 대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이중적 시선. 이 시선 자체에 우리 교육의 모순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람들은 교육에 있어서 이중적 인식 구조가 있는 듯.<br />한 편에서는 초등 때부터 선행하고 특목고 안 가면 인생 끝난 것처럼 자녀를 몰아붙이다가도, 또 한편에서는 획일적 입시 중심의 교육을 비판하고 구구단도 늦게 외우고 학교 시험에 적응 못한 창의적 인재에 대한 신화화된 도시 전설에 환호를 한다.<br />만약 학원도 안 보내고 필즈상 수상자 하듯이 시집 읽고 그러다가 애가 좋은 대학도 못가고 그래도, 교육 잘 시켰다고 해줄까?<br />교육에 대한 가치 기준과 내적 욕망 사이에 극도의 모순 상태가 합일을 이루고 있다.

폭염으로 쓰러지고 죽는 노동자들 “노동부, 특단의 대책 내놓아야”

 실내 온도 37.5도 ‘찜통’ 물류센터부터 땀으로 곰팡이 슨 헬멧까지…폭염과 사투 벌이는 노동자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회원들이 1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혹서기 노동부 지도감독 강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7.11. ⓒ뉴시스

폭염과 사투를 벌이는 노동자들이 11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 모였다. 때 이른 무더위로 물류센터에서, 급식실에서, 거리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질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특단의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들은 폭염으로 인해 건강과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지도·감독 강화를 촉구했다.

민병조 쿠팡물류센터지회장은 실내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는 찜통 물류센터의 현실을 전했다. 쿠팡 물류센터는 에어컨 등 내방 시설도 부족할 뿐 아니라 잠시 더위를 식힐 휴게 공간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민 지회장은 "쿠팡 고양 물류센터에서는 7일 37.5도가 기록됐고, 인천 물류센터에서는 연일 85%가 넘는 습도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동탄 물류센터에서는 두 명의 여성 노동자가 더위에 탈진해 119에 실려 가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민 지회장은 "앞으로 장마가 지나가고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즈음에는 전국에 있는 물류센터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탈진해 119에 실려 갈 것이며, 그중에서 또 몇 분의 노동자가 중증 온열질환으로 고통받을지 걱정"이라며 "고용노동부는 형식적인 탁상공론식의 미봉책을 폭염 대책인 양 너스레 떨지 말고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팡 물류센터 온·습도. 왼쪽부터 6월 26일 오후 1시 동탄센터, 7월7일 인천4센터 2층, 7월7일 인천4센터 4층 ⓒ공공운수노조 측 제공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오성희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학교 급식실은 불 앞에서 더위와 습도에 시달려 쓰러지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오 부지부장은 "이 날씨에 아이들이 먹는 음식의 위생을 위해 모자, 마스크, 토시, 앞치마, 고무장갑, 장화를 착용하고 국이 펄펄 끓고, 180도, 190도가 넘는 솥에서 튀기고, 채소를 볶고, 소스를 끓여야 한다"며 "급식실은 마치 전쟁터와 같다"고 비유했다.

오 부지부장은 "지난주 경기도에서는 2명의 급식실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쓰러졌다고 한다"며 "급식실 노동자들은 학생의 건강한 급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일터가 골병 드는 급식실, 숨쉬기도 어려운 온도라면 건강한 급식을 안정적으로 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집배노동자인 고광완 민주우체국본부 사무처장은 땀으로 변색되고, 녹이 슬고, 심지어는 곰팡이까지 핀 집배노동자의 헬멧을 찍은 사진을 들고 발언에 나섰다.

고 사무처장은 "무거운 안전모를 쓰고 하루에도 4시간, 5시간씩 일을 하면 더워서 땀이 나고, 그 땀이 안전모 내피에 쌓이고 쌓여서 다음 날 하얗게 소금기가 낀 안전모를 다시 써야 하고 그 안전모 내피 안에는 곰팡이가 슬어서 도저히 냄새 때문에 쓸 수가 없는 지경이지만, 우정사업본부(우본)는 이를 전혀 개선할 생각이 없다"며 "집배원들에게 여름용 가벼운 경량 안전모를 지급하라고 요구했지만, 우정사업본부는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고 규탄했다.

고 사무처장은 "우본은 '더우면 카페 같은 곳에 들어가서 쉬라'고 한다"며 "이게 말인가. 농어촌 지역에서 배달하는 집배원이 카페를 찾아가는 것도 힘들지만, 도심 지역에서 배달하는 이들 또한 이륜차를 끌고, 제복을 입고 어떻게 카페에 들어가 여유 있게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단 말인가"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우본은 집배원의 안전과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사계절용 경량 안전모를 취급하고 제대로 쉴 수 있는 쉼터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땀으로 녹슬고 부식된 우체국 집배원의 헬멧 내부 모습. ⓒ공공운수노조 측 제공


도시가스 안전점검 노동자인 이은정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서울도시가스분회 조합원은 "요금 검침을 해야 하는 계량기가 많다 보니 빠른 걸음으로 다녀야 한다. 이 외에도 세대 방문 고지서 송달, 고객 민원 전화 응대도 해야 한다"며 "그래서 장마와 폭염으로 가스 사용량이 적은 6월에서 9월 사이에는 격월 검침을 시행하자고 가스 회사에 요청했지만, 오히려 회사는 매월 검침하는 것으로 바꿨다"고 비판했다.

이 조합원은 "회사는 현장 노동자의 안전이나 건강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히려 무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건강하게,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한편, 때 이른 폭염으로 온열 환자 수가 급증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정부 차원의 조속한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11일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 운영 결과'에 따르면 집계를 시작한 5월 20일부터 7월 10일까지 온열질환자 수는 733명이며,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 추정자는 6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집계를 보면, 온열질환자는 184명, 온열 질환 사망 추정자는 3명이었다. 

이날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회견 후 서울지방노동청 관계자에게 노조의 요구를 전달하는 등 폭염 대책과 관련한 면담을 이어갔지만, 책임있는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지방노동청 측은) 관할이 아니라는 식의 답변이 많았다"며 "현안이 해결되도록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과 관할 당국인 지청에 현장 지도·감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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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어스테핑 중단’에 조선일보 사설만 “불가피”

 

  • 기자명 금준경 기자 
  •  

  •  입력 2022.07.12 07:45
  •  

  •  수정 2022.07.12 07:4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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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신문 솎아보기] 여론조사 ‘선택적 인용’, 한겨레·경향 ‘여야 역전’·조선 ‘여야 동반하락’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인 ‘도어스테핑’을 잠정 중단한다. 대통령실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조치이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는 입장이다. 이날 한겨레, 경향신문, 조선일보, 한국일보, 국민일보 등 5개 신문이 사설을 통해 ‘도어스테핑’의 재개 및 개선을 요구했다.

    ▲ 12일 아침신문 1면
    ▲ 12일 아침신문 1면

    ‘尹 ‘출근길 회견’ 잠정 중단,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와야’(조선일보 사설)
    ‘윤 대통령 ‘도어스테핑’ 잠정중단, 소통 노력 강화돼야’(경향신문 사설)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 중단, 소통 내용·인식 바뀌어야’(한겨레 사설)
    ‘잠정 중단된 도어스테핑, 시행착오 보완 계기로’(한국일보 사설)
    ‘중단된 도어스테핑, 꼼꼼히 정비하고 신속히 재개해야’(국민일보 사설)

    ‘도어스테핑 중단’에 조선일보 사설만 “불가피”

    이들 신문은 공통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통해 정제되지 않은 표현을 쓰고, 이전 정부를 탓하는 등 발언을 한 점을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그 자체론 긍정적 평가가 더 많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직설적 화법은 설화와 논란으로 이어지기 일쑤였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언론이 대통령을 만날 일이 1년에 몇 번 정도였던 과거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긍정적인 면을 강조한 뒤 “하지만 국정에 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이 감정이 섞이거나 정제되지 않은 답을 하는 일이 거듭되면서 지지율 하락 요인으로 지적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 12일 중앙일보 기사
    ▲ 12일 중앙일보 기사
    ▲ 12일 경향신문 기사
    ▲ 12일 경향신문 기사

    이들 신문은 같은 지적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선일보는 5개 신문 중 유일하게 ‘도어스테핑 중단 배경’에 대한 의문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조선일보는 “대통령실 출입 기자 150여 명 중 1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상태라고 한다. 대통령실은 대변인의 브리핑도 가급적이면 서면 브리핑으로 대체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재 코로나 확산세로 볼 때 불가피한 조치로 생각된다”며 ‘불가피한 조치’라고 언급했다. 지지율 하락에 따른 가능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면 다른 4개 신문은 지지율 하락에 따른 중단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많은 시민들은 코로나19 확산은 명분일 뿐 실제로는 최근 정제되지 않은 언행으로 인한 부작용 때문이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번 조치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단 시점이 공교롭게도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추락하는 시점과 맞물리는 점은 오해를 살만 하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코로나19 확산은 궁여지책으로 찾은 핑계로 보인다”고 했다.

    ▲ 12일 한겨레와 조선일보 사설
    ▲ 12일 한겨레와 조선일보 사설

    한겨레는 다른 신문보다 많은 분량을 ‘정치적 의도’에 따른 중단 가능성을 언급하는 내용에 할애했다. 한겨레는 “(코로나19로 중단한다는) 설명이 썩 명쾌하진 않다. 출근길 문답이 최근 국정지지율 폭락의 한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른 중단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이유”라며 “출근길 문답에 4명씩 풀단을 짜서 진행하기로 합의했는데, 이걸 반나절 만에 아무 상의 없이 바꿔 일방적으로 중단 통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다른 분야에 대한 대책은 없이 언론과의 접점만 줄이겠다고 하니 온갖 정치적 해석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만에 하나 지지율 하락을 일단 멈추기 위해 출근길 문답을 중단하는 것이라면, 그 자체로 약속 파기일뿐더러 선후관계를 혼동한 얄팍한 계산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겨레·경향 ‘여야 지지율 역전’ 조선 ‘여야 동반 하락’

    여론조사를 전한 보도에서도 온도 차가 있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정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으로 따라 붙은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도한 반면, 조선일보는 양당 지지율이 모두 하락세를 보이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를 부각했다. 

    ▲ 12일 경향신문 기사
    ▲ 12일 경향신문 기사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조사(지난 4~8일, 전국 성인 2525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40.9%로 더불어민주당(41.8%)과는 오차범위 내에 있었다. 흐름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6월 첫째주 38.2%에서 매주 상승세를 보인 반면 국민의힘은 같은 기간 49.8%에서 매주 하락하는 흐름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국정 지지율과 함께 언급했다. 경향신문은 “국정운영의 양대 축인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동시에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고 표현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임에도 ‘역전’의 의미를 부여했다. 경향신문은 “격차는 0.9%포인트로 민주당이 오차 범위 내에서라도 국민의힘을 앞선 건 새 정부 출범 들어 처음”이라고 했다. 한겨레 역시 “정당 지지도는 (중략) 순위가 바뀌었다”고 했다. 

    ▲ 12일 조선일보 기사
    ▲ 12일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내홍 영향...여야 지지율 동반 하락’ 기사를 냈다. 조선일보는 리얼미터 여론조사보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TBS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를 더욱 부각했다.

    조선일보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내분으로 두 정당 지지율이 같이 하락하고 있다”며 “양당 지지율은 일주일 전 조사에 비해 각각 2.3%포인트, 6.6%포인트 하락한 38.6%, 29.0%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기사 후반부에 언급하긴 했으나 리얼미터 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이 상승세라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경인일보 서울시민 개인회생 특혜에 “어처구니 없어”

    이날 지역신문인 경인일보는 서울회생법원이 이달부터 가상화폐와 주식 투자에 실패한 채무자의 개인회생을 대폭 확대한 소식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서울회생법원은 가상화폐와 주식 투자 손실금을 변제액에서 제외하는 실무준칙을 시행해 개인회생 대상자도 확대하고 갚아야 할 채무액도 줄여주기로 했다. 

    경인일보는 제도 자체의 긍정적인 면을 언급하면서도 “그런데 가상화폐·주식 투자 실패자에 대한 개인회생 특혜 대상이 서울시민으로 제한된다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며 “시행 주체가 서울회생법원이기 때문에 서울에 주거지가 있거나 직장이 있는 채무자만 해당된다는 것이다. 주 연방 국가도 아닌 대한민국에서 서울특별시민과 직장인만 누리는 채무 면제와 탕감 특혜가 가능한 것인지 어이가 없다”고 비판했다.

    경인일보는 “서울회생법원이 청년들을 배려한 개인회생 특혜를 제공하려 했다면 그 혜택이 모든 청년에게 돌아갈 수 있어야 했다. 전국 법원과 동시에 특혜 준칙을 시행하든지, 국회나 정부에 전국적인 면책 기준 마련을 촉구했어야 마땅했다”고 지적했다.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