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9일 토요일

트럼프·김정은 모두 싱가포르로…'세기의 北美회담' 초읽기

시차두고 오늘 도착할 북미정상, 리셴룽과 오늘·내일 각각 면담
성김-최선희 실무회담 이어갈듯…北 경호원 등 선발대 활동 시작
미리보는 트럼프-김정은 '카펠라 산책'(CG)
미리보는 트럼프-김정은 '카펠라 산책'(CG)[연합뉴스TV 제공]
(싱가포르=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모두 싱가포르를 향하면서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8∼9일 이틀간 열리는 G7 정상회의 일정을 모두 마치지 않은 채 북미정상회담 무대인 싱가포르로 향했다.
캐나다에서 싱가포르까지 비행시간은 약 17시간이며, 트럼프 대통령은 전용기편으로 10일 밤 싱가포르의 파야 레바르 공군기지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10일 평양을 떠나 이날 오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을 태운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 소속 중국 고위급 전용기는 이날 아침 평양공항에서 출발해 베이징(北京)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싱가포르로 향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전 우려 때문인지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싱가포르행을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으나, 매주 월·수·금요일 '베이징-평양'을 3회 운항하는 에어차이나가 싱가포르로 향한 것은 김 위원장을 태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현지에선 북한이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중국측으로부터 CA121편과 CA122편을 임차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에어차이나 편이 아닌 자신의 전용기 참매 1호를 함께 띄워 그 비행기에 몸을 실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항공기를 임차한 것은 국가체면 손상 우려보다는 장거리 여행에 나서는 최고지도자의 안전을 보장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으며,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이용하던 항공기를 제공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싱가포르 현지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싱가포르와의 양자 외교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 외무부는 10일 성명을 통해 리셴룽(李顯龍) 총리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각각 10일과 11일에 만날 것이라고 확인했다.
싱가포르 외무부가 면담 장소 등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싱가포르 총리와 대통령이 통상 국제회의 등을 위해 자국에 오는 외국 정상을 대통령궁인 이스타나로 초청해 환담해왔던 전례를 고려할 때, 같은 장소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
북미 정상은 각각 싱가포르와의 양자 외교 이외에 휴식을 취하며 회담 전략을 가다듬고 12일 오전 9시(현지시간)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담판을 할 예정이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수백만 명의 마음을 담아, 평화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비핵화를 하고 무엇인가를 이뤄내야 한다"는 의지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라며 "단 한 번의 기회(one-time shot)"라고 말함으로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담한 결단'을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잠행' 모드를 유지해왔으나, 싱가포르 도착후 리셴룽 총리와의 양자 면담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행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북미 양측은 싱가포르에서 의제 실무회담을 이어가며 막판까지 합의문 내용 등에 대해 협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측의 성 김 필리핀 주재 대사, 북한 측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판문점에서 싱가포르로 자리를 옮겨 협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회담 기간 숙소로 이용할 예정인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은 10일 아침부터 손님맞이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호텔 측은 이날 새벽 트럼프 대통령이 머무를 것으로 보이는 밸리 윙 입구와 일반인들이 투숙하는 타워 윙 쪽 국기 게양대에 싱가포르 국기와 나란히 성조기를 게양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숙소인 세인트 리지스 호텔에서도 검문검색이 본격화하면서 호텔 1층 로비에 금속 탐지기와 X레이 검색대를 설치, 신체검사 및 소지품 검사를 시작했다. 또 앞쪽 도로에 설치된 검색대에서도 경찰관들이 호텔 출입 차량의 트렁크 등을 일일이 검색했다.
호텔 로비에서는 전날 선발대로 싱가포르에 온 것으로 보이는 김 위원장 경호원들도 눈에 띄었다.
정장 차림에 왼쪽 가슴에 붉은 배지를 달고 북한 말투를 쓰는 경호원 5∼6명은 당국의 검문검색 장면을 지켜본 뒤 식당으로 향했고, 로비와 연결된 중간층 테라스에도 같은 복장의 남성 1명이 로비 동향을 감시했다.
jyh@yna.co.kr

6월항쟁 31주년 문 대통령 “다양한 민주주의 실현돼야”

[전문] 기념사 통해 “민주주의 지킨 열사들과 국민들 존경과 감사”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2018년 06월 10일 일요일
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1주년인 10일 “6·10 민주항쟁에서 시작해 촛불 혁명으로 이어져온 국민주권 시대는 평화의 한반도에서 다양한 얼굴의 민주주의로 실현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시청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31주년 기념식에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독한 기념사에서 “이 날이 오기까지, 민주주의를 지킨 열사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국민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우리는 국민주권을 제대로 찾는 정치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왔다. 6월 민주항쟁의 승리로 우리가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됐고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며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다. 최저생활이 보장돼야 하며 성장의 과실은 공정하게 분배돼야 한다. 경제민주주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성별이나 장애로 인해 받는 차별은 사라져야 한다. 성평등이 실현될 때 민주주의는 더 커질 것”이라며 “생태민주주의는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해야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에는 고문과 불법감금, 장기구금과 의문사 등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많은 분들의 절규와 눈물이 담겨 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남영동 대공분실”이라며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었던 한반도 평화가 다가오고 있다”며 “우리에게 평화는 민주주의와 한 몸이다. 민주주의의 진전은 평화의 길을 넓히고 평화의 정착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만들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6·10 민주항쟁 31주년을 기렸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10일 오전 “6·10 민주항쟁 31주년을 맞아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하신 민주영령들의 고귀한 희생을 추모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6·10 민주항쟁의 정신을 계승하는 더불어민주당은 국민들과 함께 헌법적 가치를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문 대통령 기념사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6·10 민주항쟁 서른한 돌을 맞아 전국을 뜨겁게 달구었던 민주주의의 함성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다시 듣습니다. 
모두 한 마음으로 외쳤던 그날의 함성은 자기의 삶을 변화시키는 목소리가 되었습니다. 6월의 민주주의는 국민들 각자의 생활에 뿌리 내려 살아있는 민주주의가 되고 있습니다. 
한 세대를 마무리하는 30주년을 보내고 새로운 세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오늘 우리는 더 좋은 민주주의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 날이 오기까지, 민주주의를 지킨 열사들과 각자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국민들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국민주권을 제대로 찾는 정치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6월 민주항쟁의 승리로 우리가 직접 대통령을 뽑게 되었고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구축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여전히 새로운 민주주의를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평등한 인간관계를 위한 가정과 학교에서의 민주주의는 모든 민주주의의 바탕이 됩니다.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습니다. 최저생활이 보장되어야 하며 성장의 과실은 공정하게 분배되어야 합니다. 경제민주주의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입니다. 성별이나 장애로 인해 받는 차별은 사라져야 합니다. 성평등이 실현될 때 민주주의는 더 커질 것입니다. 
생태민주주의는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 모든 생명체와 공존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생명의 가치를 우선하고 이웃의 아픔에 공감해야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오래도록 정치민주주의를 위해 힘을 모은 것은 정치적 자유를 통해 더 좋은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민주주의는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얼굴로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야합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할 때 6월 민주항쟁도 완성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6월 민주항쟁의 과정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항쟁에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이 앞장서 ‘호헌철폐 독재타도’를 외쳤습니다. 택시기사들은 경적을 울렸습니다. 어머니들은 총과 방패에 꽃을 달았습니다. 여고생들은 자신의 도시락을 철제문 사이로 건네주었습니다. 상인들은 음료와 생필품을 보내왔습니다. 회사원들은 군중을 향해 꽃과 휴지를 던져 응원했습니다. 언론출판인들은 진실을 왜곡하는 보도지침을 폭로했습니다. 노동자들은 잔업을 끝내고 나와 철야시위와 밤샘 농성에 함께 했습니다. 학생, 시민, 노동자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가진 것을 나누며 자신의 민주주의를 이뤄냈습니다. 
4·19로부터 이어온 각 분야의 운동이 하나로 모였고, 각자가 간직하고 키워온 민주주의를 가지고 촛불혁명의 광장으로 다시 모였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는 잘 가꾸어야 합니다. 조금만 소홀하면 금세 시들어 버립니다. 끊임없이 되돌아보고 일상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민주주의의 역사적 시간과 공간을 되살리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2001년 여야 합의에 의해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을 제정하고 ‘민주화운동기념관’ 건립을 추진해온 것도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국민들과 나누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와 시민사회의 오랜 노력으로 사회적 여론이 조성되었고 정부가 지원을 결정했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에는 고문과 불법감금, 장기구금과 의문사 등 국가폭력에 희생당한 많은 분들의 절규와 눈물이 담겨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남영동 대공분실입니다. 
민주주의자 김근태 의장이 고문당하고, 박종철 열사가 희생된 이곳에 ‘민주인권기념관’을 조성할 것입니다. 
새로 만들어지는 ‘민주인권기념관’은 아픈 역사를 기억하며 동시에 민주주의의 미래를 열어가는 공간이 될 것입니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를 비롯하여 공공기관, 인권단체들, 고문피해자와 민주화운동 관련자들이 이 공간을 함께 만들고 키워갈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돕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민주주의와 함께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었던 한반도 평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평화는 민주주의와 한 몸입니다. 민주주의의 진전은 평화의 길을 넓히고 평화의 정착은 민주주의의 토대를 더욱 굳건히 만들 것입니다.
이제, 6·10 민주항쟁에서 시작해 촛불혁명으로 이어져온 국민주권 시대는 평화의 한반도에서 다양한 얼굴의 민주주의로 실현될 것입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지켜가고 만들어가는 민주주의를 응원합니다. 정부도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8년 6월 10일 
대한민국 대통령 문 재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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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를린서 악수한 남북 대사... "정말 눈물 난다"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대사가 대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대사가 대회를 나누고 있는 모습ⓒ Tsukasa Yajima
 손을 맞잡은 주 독일 남북 대사
손을 맞잡은 주 독일 남북 대사ⓒ Tsukasa Yajima
지난 9일 토요일 오후 3시(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의 한인교회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과거 분단되었던 도시 베를린에서 아직 분단 중인 남북 사람들이 모여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특히 이날 자리에는 남북 양측의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대사가 자리에 함께했다.

매년 615 기념행사를 주최하던 6.15 유럽위원회는 올해 특별히 남북 간의 역사적인 판문점 평화 선언이 이루어진 것을 고려하여 남북 양측의 대사관들을 초청했다. 6.15 유럽위원회의 이번 행사 제안에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측에서는 흔쾌히 행사에 참여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양국 대사 만나자 교회에 가득한 박수 소리

행사가 시작되기 전, 늘 평화로워 보이는 베를린의 한인교회 앞에는 사뭇 긴장한 사람들이 서 있었다. 곧이어 검은 승용차가 교회 앞에 서고, 주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 대사가 차에서 내리자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이어 주 독일 대한민국 정범구 대사와 인사를 나누자 행사장 안에 사람들의 박수소리가 교회를 가득 채웠다. 양국 대사가 직접 만나고 악수하는 것을 본 교민 중에는 감격하며 눈물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곧 행사가 시작되었다. 이번 행사는 통일을 위해 헌신하다 목숨을 잃은 영령들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되었다. 이어서 2000년 6.15공동선언부터 2007년 10.4선언, 그리고 최근의 3차 정상회담까지 간추린 영상이 상영되었다. 이번 영상을 직접 편집하며 이번 행사를 준비한 박정심씨는 요즘 누구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한다.

"정말 눈물 나요. 정말 얼마나 우리가 엄혹한 세월을 지냈어요.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보면서도 기뻤지만 금세 한반도 분위기가 얼어붙었잖아요.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이 갑자기 두 번째로 판문점에서 김정은 국방위원장을 만났을 때는 정말 너무 기뻤어요! 너무 멋있었어요!"

그는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묵묵히 뒤에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18년간의 남북 상황을 영상으로 편집하면서 눈물이 났다고 했다. 베를린에서 공식적으로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남북 양국의 대사가 만나는 뜻 깊은 자리는 알고 보면 이런 교민들의 노력과 인내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독일 곳곳에서 사는 6.15 유럽위원회 교민들이 8시간 기차로 또는 비행기로 베를린에 모였다고 한다. 박정심씨 또한 고속기차로 5시간 거리에 있는 오버하우젠에서 베를린으로 온 것이었다.
 북측 공연단의 홍진혁 학생
북측 공연단의 홍진혁 학생ⓒ 권은비
행사가 진행되는 중, 바깥에서는 북측 청소년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중 여학생들이 한복을 입고 있지 않았다면 북측 사람들인지도 알 수 없던 상황이었다. 북측 공연단의 피아노 연주를 맡은 홍진혁 학생에서 소감을 묻자 이내 그의 얼굴이 발그레졌다.

"어서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 생각밖에는 없습니다."

머뭇거리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이제 19살,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모습을 지켜보며 어깨를 토닥인다. 이번 북측의 공연은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녀들이 준비했다. 축하공연을 하는 아이들의 나이는 열다섯, 열여섯 살, 그중 피아노를 치는 홍진혁 학생이 가장 맏형이라고 했다.

"남측 사람들이 우리를 안 만나려고 하지 않습니까? 껄끄러워 하지 않습니까? 베를린 길거리에서 우연히 남측사람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면 내심 반갑지요. 같은 동포잖습니까. 그래도 인사는 하지 않습니다. 통일되면 마음껏 만날 수 있겠지요. 통일이 어서 돼야 합니다."

공연을 준비하는 북측 아이들을 바라보는 한 아버지가 전한 말이었다. 실제로 베를린에서 남측과 북측 사람들이 한인 식당이나 아시아 마켓에서 서로 마주칠 확률은 적지 않다. 그럼에도 그동안에는 인사 한번, 눈 한번 마주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

남측의 공연이 진행 시작되자 행사장 밖에서 공연 준비를 하던 북측 아이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남측공연을 응시하였다. 한 북측 여학생에게 소감을 묻자 '많이 떨립니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북측 공연이 시작되었다. 행사장에 있는 취재진들도 몰려들었다.

노래 부르던 아이들.... 아이의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다섯 명의 아이들은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라는 노래를 시작했다. 지난 북한예술단 방한 공연에서 현송월 단장이 불렀던 노래였다.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맏형의 반주에 다리와 팔을 흔들며 박자를 맞추기 시작했다. 가장 왼편에 있는 아이부터 첫 소절부터 떨리는 목소리로 노래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한 여학생이 노래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내내 나와 눈을 마주치며 수줍게 웃던 아이었다. 아이에 눈물을 그칠 줄 몰랐다. 그것을 보는 교민들도 눈물을 닦았다.
 공연 중 눈물 흘리는 북측 학생
공연 중 눈물 흘리는 북측 학생ⓒ 권은비
남측의 정범구 대사와 북측의 박남영 대사도 애틋하게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북측의 박남영 대사는 붉게 충혈된 눈을 이내 감으며 아이들의 노래를 들었다. 아이들은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을 다 부른 후, 이어 "반갑습니다"를 열창했다. 신나는 박자의 노래였지만 어딘가 서글프게 들렸다. 나는 내내 노래를 부르다 왈칵 눈물을 쏟아낸 그 여학생의 얼굴이 마음에 걸렸다. 그 무엇이 15살 소녀를 울게 했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북측 아이들의 공연이 끝나고 남과 북 대사들의 축하인사가 이어졌다. 정범구 주 독일 대한민국 대사는 "2000년 6월 13일, 성남공항에서 6.15공동선언을 위해 북측으로 출국하던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비장한 모습이 떠오른다"며 "김대중 대통령에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에 이르는 평화의 길을 계속 이어가야한다"고 말했다. 또한 "남측에는 번개라는 것이 있다. 보고 싶은 사람들이 갑자기 번개처럼 만나는 것이다. 앞으로 남과 북도 언제 어디서든 이렇게 번개 하듯 만나자"라고 말했다.

이어서 주 독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박남영 대사의 축사가 시작되었다. "온 민족과 세계 앞에 약속한 판문점 선언은 그 어떤 정세의 파동이나 주변 환경에 흔들림 없이 북과 남이 주인이 되어 북과 남이 주인이 되어 일관되게 이행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가 끝나자 한 교민은 "마치 통일이라도 된 것 같다"며 "곧 이어질 6월 12일 북미회담이 반드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이번 6.15 공동선언 18주년 기념행사장에서는 누가 북측 사람인지 누가 남측 사람인지 구분하는 것은 무의미해보였다. 그저 독일 타지에 사는 한반도의 교민들일 뿐이었다.
 베를린의 한인교회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교민들
베를린의 한인교회에서 2000년 6.15공동선언과 지난 4.27 판문점 평화선언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교민들ⓒ Tsukasa Yajima

[번역]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Liberal World Order, R.I.P.)>

자유주의 세계질서가 그 창시자인 미국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 번역 : 유원석 민플러스 국제팀
  • 승인 2018.06.09 16:16
  • 댓글 0
지난 3월21일 미 외교협회(CFR)의 리차드 하스(Richard N. Haass) 회장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The Liberal World Order R.I.P.)>이란 제목의 글을 발표해 세계적 이목을 끌었다. 주지하듯 미 외교협회는 1921년 창립된 이래 전후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세계질서’ 형성과 미국 대외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온 록펠러계의 대표적 싱크탱크다.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죽음>은 미국을 지배해온 대표적 주류세력이 전후 70년이 흐른 지금 처음으로 자신들이 만들고 주도해온 미국 패권질서의 조종(弔鐘)을 울리는 비문(悲文)이다. 오늘날의 미국을 전혀 로마답지 않았던 신성로마제국에 빗대어 쇠퇴해가는 미국으로 규정한 이 글은 미국의 힘이 빠지면서 세계 곳곳에서 발흥하는 새로운 지역질서를 미국이 통제할 수 없음과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가 오히려 이런 ‘자유주의 세계질서’ 약화를 주도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새로이 등장할 세계질서가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하게 여겨왔던 미국 중심의 패권적 세계질서가 아닌 새로운 다극화 질서가 될 것임을 예고한다.
글에선 충분히 반박할 만한 여러 사례들이 제시된다. 포퓰리즘(populism)의 부상을 “소득 침체와 일자리 손실에 대한 반응”이라며 제한적으로 바라보고, 러시아가 유럽의 국경을 바꾸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고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거나,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를 사용했다는 등의 주장은 저자의 편향된 시각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은 “‘미국 우선주의’와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미국 우선주의 노선’은 사실상 미국의 패권질서를 포기하는 전략임을 밝히고 있다. 이것은 어쩌면 전후 미국의 정치, 경제를 떠받쳐온 주류세력이 트럼프 정부의 정책과 노선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밝힌 최초의 보고서라고 하겠다. 그런 결과 세계는 ‘덜 자유롭고, 덜 번영하며, 덜 평화롭게 될 것’이라는 저자의 강변은, 무너지고 있는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미국 주류세력의 불안감의 표현이자 향수라고 하겠다. 반면 우리는 이른바 ‘자유주의 질서’란 이름 아래서 끊임없는 전쟁과 살상, 기아와 빈곤, 억압과 압박이 자행돼 왔음을 기억하고 있다. 자유주의 질서 아래서 세계는 더욱더 극단적으로 양극화가 됐다. 오히려 미국 주도의 패권질서가 무너진 이후 세계는 솥발의 형세처럼 상호간의 균형과 견제로 더 평화롭게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다가온 북미정상회담은 이런 세계사적 전환을 배경으로 한다. 이제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은 새로운 세계질서를 내오는 거대한 추동력이 될 것이다.[역자주]
※ 포퓰리즘(populism) : 인민주의, 대중주의, 대중추수주의 등으로 번역되나 여기선 영어발음 그대로 표기한다. 그리고 아래 글의 괄호( )들은 영문표기 또는 편집자주. 이탤릭체 부분은 필자가 원래 검은색 바탕으로 강조한 단락들.
거의 1000년이 흐른 뒤 프랑스 철학자이자 작가인 볼테르(Voltaire)가 빈정거린, 쇠퇴하는 신성로마제국은 거룩한(holy) 것도 아니고, 로마(Roman)도 아니고, 제국(Empire)도 아니었다. 오늘날 약 2500년이 지나서 볼테르의 말을 다른 말로 바꾸어 표현하면, 쇠퇴해가는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자유주의도 아니고 세계적이지도 않으며 질서도 없다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주의 세계 질서를 확립했다. 그 목표는 30년 동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상황을 다시는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민주 국가들은 국가의 자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존중과 법치의 원칙에 기초한다는 의미에서 자유주의적인 국제체제를 만들었다. 인권은 보호돼야 했다. 이 모든 것은 지구 전체에 적용돼야 했다. 동시에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평화와, 경제개발, 그리고 무역 및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기구들이 설립되었다.(국제연합(UN), 세계은행(World Bank),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국제무역기구(WTO)의 전신 등)
이 모든 것은 미국의 경제 및 군사력, 유럽과 아시아의 동맹 네트워크, 그리고 핵무기들에 의해 뒷받침됐으며 (이에 대한)공격을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 따라서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민주주의가 갖는 이상뿐만 아니라 군사력, 경제력 등의 강력한 힘에 기반한 것이었다. 이들 중 어떤 것도 단연코 반자유주의적인 소비에트연방에 의해 상실된 것은 아니었다. 소련은, 유럽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을 아우르는 질서를 형성한 데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을 갖고 있었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냉전종식과 소비에트연방의 붕괴로 과거 어느 때보다 강건해 보였다. 그러나 오늘날, 25년이 지나서, 그 미래는 의심스럽다. 실제로 자유주의와 보편성, 그리고 질서 그 자체의 보존이라는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세 가지 구성요소가 70년 역사에서 이처럼 어려움에 직면한 적은 없었다.
자유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점점 커지는 포퓰리즘(populism)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정치적 극단주의 정당들은 유럽에서 기반을 확보해 왔다.
영국에서 유럽연합(EU) 탈퇴를 지지하는 투표는 엘리트 집단의 영향력 상실을 입증했다.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다름 아닌 미국 대통령이 언론매체, 법원 및 법 집행기관에 대해 전례 없는 공격을 가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터키를 포함한, 권위주의 체제는 최고 수준으로 강화됐다. 헝가리와 폴란드 같은 나라들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그들의 민주주의 운명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인다.
그 세상(자유주의 세계질서)이 마치 전체인 것처럼 말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는 지역 질서의 출현을 보고 있다. 즉 중동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있는, 각각 자신만의 특징을 가진 무질서의 출현을 보고 있다. 글로벌(global)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실패하고 있다. 보호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최근 일련의 세계무역협상들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사이버 공간의 사용을 규제하는 규칙은 거의 없다.
동시에 거대한 힘의 대결이 재발하고 있다. 러시아는 유럽의 국경을 바꾸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면서 국제관계의 가장 기본적인 규범을 위반했으며, 2016년 (대통령)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미국의 주권을 침해했다. 북한(조선)은 핵무기 비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강한 합의를 비웃었다. 세계는 시리아와 예멘에서 인도주의적 악몽을 겪고 있는 상황을 방관하는 한편,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해 유엔이나 그 밖의 곳에서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파산한 국가다. 오늘날 세계의 100명 중 1명이 난민이거나 실향민이다.
이 모든 일이 왜, 지금 일어나는지와 관련해선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부분적으로 포률리즘의 부상은 소득 침체와 일자리 손실에 대한 반응인데, 이는 대체로 새로운 기술에 기인한 것이지만, 크게는 수입과 이민자들로 인한 것이다. 민족주의(nationalism)는 지도자가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특히 어려운 정치, 경제적 여건 속에서 점점 더 많이 사용되는 도구이다. 그리고 세계기구들은 새로운 권력 균형과 기술에 적응하지 못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8일 미국의 이란핵합의(JCPOA. 포괄적 공동행동계획) 탈퇴를 공식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JCPOA 탈퇴를 선언하는 각서에 서명한 뒤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 : 뉴시스]
그러나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약화는 무엇보다도 미국의 변화된 태도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 (정부)아래서 미국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rans-Pacific Partnership) 가입을 반대하고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하기로 결정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이란과의 핵협정을 파기하겠다고 위협했다(미국은 지난 5월8일 이란핵협정을 파기했다. 이글은 그 두 달 전인 3월에 쓰였다). 국가안보라는 정당성에 기대어 일방적으로 부과한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는 세계를 무역전쟁의 위험에 처하게 했다. 이것은 NATO와 다른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미국은 민주주의나 인권에 관해서는 거의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양립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나의 요지는 미국만 지목해서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 인도, 일본을 포함한 오늘날의 다른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 또는 하지 않는 일, 또는 그 두 가지 모두에 대해 비판받을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단순히 다른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주된 설계자이자 주된 수호자였다. 또한 으뜸가는 수혜자였다.
따라서 미국이 70년 이상 수행해왔던 역할을 포기한다는 결정은 하나의 전환점이다. 자유주의 세계질서는 그 자체로는 생존할 수 없다. 왜냐하면 미국 이외의 국가들은 그것을 유지할 수 있는 이해관계나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결과는 미국과 다른 국가들 모두에게 덜 자유롭고, 덜 번영하며, 덜 평화로운 세계가 될 것이다.
번역 : 유원석 민플러스 국제팀  webmaster@minplus.or.kr

"열사들이 이룬 위대한 진전, 산자의 의무 다하겠다"

27회 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 '분단적폐청산·사회대개혁 실현'과제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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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6.09  22:4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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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엄수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제27회 민족민주열사·희생자 범국민추모제가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유가족과 추모단체 등으로 구성된 '범국민추모위원회'(명예 추모위원장 김중배, 박순경, 박중기, 백기완, 오종렬, 이석태, 이선종, 이창복, 이해동, 임기란, 청화, 함세웅) 주최로 9일 오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엄수됐다.
유가족과 통일, 노동, 농민, 빈민, 청년, 여성 등 각 부문 인사를 비롯해 1,0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한 가운데,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린 이날 범국민추모제의 총괄 구호는 '열사정신 계승하여 70년 분단적폐 청산하고 사회대개혁 실현하자'로 정해졌다.
1990년 6월 10일 성균관대에서 처음으로 '민중민주열사 희생자 합동추모제 및 6월항쟁계승 국민대회'를 할 때 모신 181명의 영령이 27년을 지나는 동안 680여명으로 늘어났다.
추모제 사회를 맡은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 사무총장은 "한반도에 새로운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열린 평화와 통일의 시대가 앞서간 민족민주열사·희생자들의 숭고한 헌신과 투쟁, 그리고 실천하는 삶의 정신이 이끌어준 역사임을 알고 기억하고 있다"면서 "열사정신을 계승하여 70년 분단적폐 청산하고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을 실현하는 시대를 열어내겠다는 결심과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함께 만들기 위해 싸워 나가겠다는 결의를 다지자"고 밝혔다.
  
▲ 왼쪽부터 이창복 명예추무위원장, 송경동 시인, 한충목·김명환·최진미 상임추모위원장.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창복 명예추모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오늘 우리가 목도하는 한반도의 이 새로운 변화는, 지난 70여넌간 전쟁과 분단의 장벽을 깨뜨리고 이 사회의 진보를 실현하기 위해 피땀을 바쳤던 숱한 선열들과 민중들의 투쟁과 희생이 이끌어 낸 위대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전쟁과 분단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세력들은 평화와 통일을 여전히 걸음걸음 방해하고 있다"면서 "더 이상 선량하고 의로운 양심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함께 싸우자"고 강조했다.
송경동 시인은 '역사의 광야에서'라는 추모시(아래 전문)에서 열사의 정신이 우리를 여기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앞으로도 고난과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고 평화와 평등으로 가는 길을 가도록 하여 끝내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굳은 연대의 메시지를 전했다.
한충목 상임추모위원장은 추모사를 통해 "영령들께서 열망하던 민주, 민생, 평화, 통일의 새 세상으로 향하는 민중의 수레바퀴,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 힘차게 굴러가고 있다"면서 △남북의 전면적 교류와 화해 △한일 위안부야합과 군사정보보호협정 파기 △국가보안법 폐지와 모든 양심수 석방 △민주유공자법 제정 △종속적 한미동맹 종료 △민중생존권 보장과 과거자 진상규명 등 미흡한 과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명환 상임추모위원장은 추모사에서 "수많은 노동열사들을 만든 노동현장에서 천박한 자본과 적폐정권이 결탁하고, 불의한 사법부의 편협한 재판으로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노동을 탄압한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박근혜 정권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부의 사법농단에 대해 언급했다.
또 최저임금법 개악에 대한 항의의 뜻을 표시하면서 "촛불정권을 자임한 문재인 정권이 일시적 지지율에 취해 적폐청산의 임무를 등한시한다면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중의 힘으로 적폐청산을 위한 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그 투쟁에는 새로운 적폐를 만드려는 문재인 정권을 비롯한 집권여당인 민주당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엄중한 경고도 들어있다. 이를 흘려듣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진미 상임추모위원장은 "열사들이 있었기에 후대들이 길 잃지 않고 지금 여기 서 있다"면서 "한반도 평화통일의 진정한 봄은 분단적폐를 청산할 때 비로소 열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다짐을 밝혔다.
  
▲ 장남수 유가협 대표가 유가족을 대표해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장남수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장은 유가족을 대표해 이날 참가자들에게 인사를 전하면서 "열사 한분 한분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씨앗이 되었고 밑거름이 되어서 1,700만 촛불이라는 거대한 나무가 되어서 적폐 권력을 몰아낼 수 있었다. 살아남은 우리들은 이분들에게 빚을 진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올바른 민주주의를 하고 남북통일을 이루는 것만이 열사들에게 빚을 갚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추모제 참가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영령들의 열망이었던 자주, 민주, 민생, 평화가 숨쉬는 통일 조국을 건설하자. 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산자의 의무를 다해 나가자"고 다짐했다.
이날 본 추모제에 앞서 오후 1시에는 용산구 남영동 대공분실터에서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와 전대협 동우회 등이 학생열사 추모제를 진행한 후 시청까지 행진하고,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단체들은 같은 시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노동열사 추모제를 열고 광화문을 거쳐 서울광장으로 이동하는 등 부문 사전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광장에는 4.9통일평화재단과 구속노동자회, 마석민족민주열사·희생자묘역정비단, 유가협후원회, 이수갑정신계승사업회, 전태일재단, 한국전쟁전후피학살자유족회와 권역별 추모연대 홍보 부스가 운영되었다.
  
▲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합 의장, 장애인열사 우동민추모사업회 이원교 대표,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 정종성 한국청년연대 공동대표(왼쪽부터)가 범국민추모제 참가자들을 대표해 결의문을 낭독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역사의 광야에서
-2018 민족민주열사 범국민추모제에 부쳐

송경동
지치고 외로울 땐
초롱초롱한 당신의 두 눈동자가
먼 별빛이 되어 다가오곤 했다
보름달 속에 깃든 해맑은 당신이
나를 내려다보기도 했다
당신과 함께 했던 기억이
파도가 되어 밀려들던 날도 많았고
선선한 바람결에 당신의 속삭임이 들려와
주변을 둘러보던 날도 많았다
누구나 그러했겠지만
나의 용기는 당신의 용기였다
간혹 무대에 오를 때 나는 당신의 육성을 떠올렸고
경찰과 맞붙을 때 당신의 창살을 기억했다
실의와 번민 앞에 설 때면
당신의 낙관과 혼신과 결단을 생각했고
온갖 유혹이 다가올 땐
당신의 소박한 꿈과 순정을 생각했다
그러면 위안이 되어
다시 다가온 역사의 퇴행도
독재의 그늘도
잔인한 자본의 공세도 견뎌낼 수 있었다
그렇게 당신들이 우리의 유일한 책이었고
교훈이었고 지혜였고 길과 등대였다
이 선 너머론
후퇴할 수 없는 역사의 고지였고
오늘도 쉬지 않고 내일로 흐르는 새벽강이었다
지칠 때마다 우리는 당신이라는
뿌리로 다가갔고 당신들이라는
천 개의 고원 만 개의 광야 1억 개의 바다와
푸른 행성들의 아득한 세계 속으로 젖어들곤 했다
그런 당신들을 누가 철 지난 꿈이라 하는가
누가 당신들을 역사의 박제로 만들려 하는가
당신들은 과거에 먼저 간 이들이 아니라
먼 미래를 향해 앞서 간 이들
역사에 공치사는 필요없다
보상이나 바라는 마음도 무용담도 간지럽다
작은 항쟁의 열매나 쫒는 자에겐 미래가 없다
백 만 개의 촛불로 다시 살아난 당신을 보았고
천 만 개의 생동감으로 다시 얼어서는 당신을 보았고
끝내 삼팔선을 넘는 평화의 걸음을 보았고
끝내 특권과 독점을 넘어
평등으로 나아가는 당신의 몸부림을 보았다
그 모든 곳에 당신은 높은 사람으로 서 있지 않았다
떵떵거리는 사람으로 똑똑한 사람으로
특별한 사람으로 서 있지 않았다
당신들은 그 모든 자리의 가장 낮은 곳에 서 있었고
가장 못나거나 힘겨워하는 이 곁에
아직도 어둡고 눈물겨운 자리에
모든 모순의 극점에 저항하는 이들 곁에 늘 서 있었다
당신은 여전히 노동자거나 농민이거나 빈민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착취받는 여성이거나 청년이다
그게 놀라워
우리 여기까지 함께 왔다
그게 신기해
우리 여기까지 함께 왔다
당신이 있어, 당신들이 있어
평화와 평등으로 가는 이 먼 길이 외롭지 않다
고난과 탄압이 두렵지 않다
모든 억압과 차별과 착취와 폭력의 쇠사슬을 끊고
역사의 광장에서 역사의 평지에서
역사의 광야에서 우리 끝내 승리하리라
  
▲ 추모공연[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6.15합창단의 추모공연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동학농민혁명희생자 신위, 한국전쟁전후민간인 피학살자·희생자 신위, 4.19혁명 열사·희생자 신위, 5.18민중항쟁 열사·희생자 신위, 해외민주통일인사 신위 등이 모셔져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열사·희생자 영령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박종철 열사.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김남식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민중총궐기 대회 중인 2015년 11월 14일 경찰의 살인적 물대포에 의해 쓰려져 의식불명 상태에서 2016년 9월 25일 선종한 백남기 열사(오른쪽)과 지난 2016년 7월 25일 영면한 류종인 선생이 나란히 계신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추모제 참가자들은 영령들 앞에서 아쉬움에 자리를 뜨지 못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