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월 31일 수요일

고라니 먹은 독수리는 왜 납중독에 걸렸나

고라니 먹은 독수리는 왜 납중독에 걸렸나

김봉균 2018. 01. 31
조회수 3747 추천수 1
농약, 납 총탄 등 사체 먹은 맹금류 피해 잇따라
고라니 사체 먹이로 주기 전에 엑스선 촬영해야

e4.JPG» 밀렵꾼이 오리를 잡으려고 농약을 묻힌 볍씨를 뿌리자, 죽은 오리를 먹고 독수리도 농약에 중독돼 조난했다.

매년 겨울철이면 최상위 포식자에 속하는 독수리나 흰꼬리수리 같은 대형 맹금류가 구조되어 들어옵니다. 녀석들은 덩치도 크고 하늘에서 바람을 타고 유유히 비행하는 습성을 지녔기에 누군가의 눈에 띄기 쉽습니다. 그 때문일까요? 하나같이 법정 보호종에 속해 보호받아야 하는 멸종위기 야생동물임에도 누군가가 쏘아대는 총에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적 테두리를 한참이나 벗어난 야만적 행태이지요.

녀석들을 위협하는 것은 밀렵만이 아닙니다. 안개가 끼거나 흐린 날에는 교각이나 전깃줄, 풍력발전소의 날개와 같은 인공구조물에 부딪히곤 합니다.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즉각적인 회피 비행이 어려워 갑작스레 눈앞에 나타난 구조물을 미처 피하지 못하곤 합니다. 

독수리나 흰꼬리수리 같은 대형 맹금류는 종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죽은 동물의 사체도 곧잘 찾아 먹는 청소동물이기도 합니다. 사체를 먹는 동물의 습성을 부정적인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편견일 뿐 생태계에서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사람들이 먹는 고기 역시 대부분은 죽은 동물의 사체에서 비롯되는 걸요. 이상할 것 하나 없죠. 

e1.JPG» 독수리는 대표적인 청소동물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소동물이 생태계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입니다. 사체가 오래 방치되면 부패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질병의 확산과 해충의 집단 발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요. 그런데 독수리와 같은 청소동물이 나타나 사체를 소비한다면 이런 문제를 예방하고 질병의 확산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이런 동물의 개체수가 급감해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든다면 우리는 더 많은 질병에 노출되는 삶을 살아야 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청소동물에 대해 잘못 알려진 상식 중 하나가 썩은 고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청소동물에게 사체를 찾아 먹을 기회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녀석들에겐 꽤 간절한 기회지요. 또 최근 폐사한 신선한 먹이만을 찾아 헤맬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만약 신선한 먹이만을 선호하는 성향을 지닌 청소동물이라면 다른 개체와의 경쟁에서 쉽게 뒤처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조금 시간이 지나 부패가 시작되었을지라도 그 먹이를 포기할 수 없는 거죠. 그렇다 보니 부패한 먹이를 섭취해 식중독에 노출되기도 합니다.

e2.JPG» 독수리, 까치, 큰부리까마귀가 모여 고라니 사체를 먹고 있다.

이처럼 사체를 먹는 청소동물에게는 ‘먹이원인 폐사체가 과연 어떤 이유로 폐사했는가'가 녀석들의 생사를 결정합니다. 만약 농약을 먹어 죽은 동물을 먹는다면 녀석들 역시 마찬가지로 농약 중독에 걸립니다. 또 누군가가 쏜 납탄에 맞고 죽은 동물을 먹는다면 납중독으로 이어집니다. 농약 중독과 납중독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소량을 섭취해도 문제가 발생하며 쉽게 분해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사고가 발생한 지역에 서식하는 많은 동물이 같은 사고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기도 합니다. 절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문제겠지요.

e3.JPG» 농약 묻은 볍씨를 먹고 가창오리 수십 마리가 죽었다. 독수리는 이 가창오리를 뜯어먹고 농약에 중독됐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축산물의 야외 폐기가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어 청소동물이 먹이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녀석들을 보호하기 위해 민간단체와 관공서에서 부분적으로나마 먹이를 공급하고 있죠. 하지만 제공되는 먹이에 도축장에서 나오는 부산물이 포함돼 있거나, 가축농장에서 나온 폐사체 등도 활용하고 있어 잠재적인 질병 감염의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그렇다고 일반적인 정육을 제공하기에는 가격이 비쌉니다. 

e4.JPGe5.jpg» 농가에서 기르다가 폐사해 버린 닭을 먹는 어린 흰꼬리수리와 까치.

최근에는 사고로 인해 폐사한 야생동물, 특히 고라니를 먹이로 제공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폐사한 야생동물이 다른 야생동물에게 섭식 되어 에너지원이 된다는 것 자체에는 의미가 있지만, 주로 제공되는 고라니의 경우 수렵 때 사용한 납탄이 몸에 박혀있을 가능성이 있고, 이를 독수리나 흰꼬리수리가 먹게 된다면 심각한 납중독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고라니 등의 야생동물을 먹이로 제공하기 이전에는 방사선 촬영을 통해 몸에 납탄이 있는지를 우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겠죠? 

e6.jpg» 차량충돌로 폐사한 고라니의 사체를 흰꼬리수리가 깔끔하게 발라먹은 모습. 사냥 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어린 대형 맹금류에게 도로 위의 사체는 위험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먹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2차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e7.jpg» 차량에 충돌해 구조된 고라니의 근육 속에 납탄이 박혀 있다(아래 흰점). 이 고라니가 청소동물의 먹이로 제공된다면 납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너무 많은 수의 대형 맹금류를 한 장소에 모이게 하면 예기치 못한 질병의 확산이나 오염원과의 접촉으로 대규모 피해가 야기될 수 있기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제로 독수리들이 대규모로 도래하는 지역에서 여러 마리가 같은 위험에 노출되어 단체로 조난에 처하는 일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먹이를 안 줄 수도 없습니다. 우리가 먹이 제공을 중단한다면 녀석들은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거든요. 아주 다양한 곳에 나눠 제공하는 것 역시 물리적인 어려움이 있겠지요. 앞으로도 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당사자들 간의 지속적인 협의가 필요합니다. 

조금 더 시간이 흘러 봄이 찾아오면 이 덩치 큰 친구들은 그들의 번식지인 몽골과 러시아 등으로 북상하게 됩니다. 그때까지 아무쪼록 잘 먹고 잘 쉬다가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꼭 내년에 새끼를 데리고 우리나라를 찾아와 다시금 만날 수 있기를, 푸른 하늘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녀석들과 오래오래 함께 살아갈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8.jpg» 바람을 타고 유유히 하늘로 날아오르는 독수리.

글·사진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

“다시 가다니 굉장히 감격” “꿈인가 생시인가” 셀렘과 반가움 교차한 남북 스키훈련

마식령스키장서 1박2일 남북 스키훈련...1일 북측 선수들과 함께 귀국
공동취재단 최지현 기자
발행 2018-02-01 10:09:01
수정 2018-02-01 11: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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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북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출경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북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출경하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여러분 지금 막 (북한 영공을) 통과했습니다. 누군가가 앞서 걸었던 피땀 어린 노력으로 이곳에 다시 올 수 있게 됐습니다. 굉장히 감격스럽습니다.”
1월 31일 오전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북한 갈마비행장으로 향하는 아시아나항공 전세기 차호남 기장의 안내 방송이 기내에 흘러나왔다. 기내에는 타고 있던 스키 선수단의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했다.
이들은 이날부터 1박2일 동안 북한 원산 마식령스키장에서 북측 선수들과 스키 합동훈을 갖기로 한 남측 선수단이다. 이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열리는 문재인 정부의 첫 남북 스포츠교류 행사이다.
대한스키협회 임원과 선수로 구성된 남측 선수단을 싣고 갈마비행장까지 비행할 예정이었던 아시아나 전세기의 이륙 여부는 출발 당일인 이날 아침까지만 해도 확정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 이유는 미국이 9월 대통령 행정명령(13810호)으로 발표한 독자 대북제재 때문이었다. 이 행정명령은 북한에 착륙했던 항공기는 180일간 미국에 착륙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미 간 막판 협의 끝에 정부는 이번 전세기 운항은 미국 독자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미국 측의 승인을 받았고, 가까스로 전세기는 이륙할 수 있게 됐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북한 원산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출국준비 하고 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에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북한 원산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출국준비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선생님이 다시 오실 줄 알았어” 스키협회 반갑게 맞이한 북측
이른 아침에 양양국제공항에 도착한 남측 선수단의 표정은 밝았다. 난생 처음 가보는 북한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 하는 동시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었다.
선수들은 모여서 손을 들고 ‘화이팅’을 외치기도 했다. 김현수 선수(단국대, 22)는 “좀 긴장되기는 하지만 재밌는 경험일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재혁 전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감독은 “정말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이렇게 생각했다”며 불과 며칠 전 정부로부터 남북 합동훈련 제안을 받았을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굉장히 기대가 된다. 남북이 이렇게 합동 훈련을 한다는 데 대해서 정말 스키선수로서 스키인으로서 굉장히 영광”이라며 “가서 북측 선수들과 좋은 훈련을 해서 좋은 결과를 얻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출국장에서도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모습이 연출됐다.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은 전세기 탑승을 위해 국제선 출발장에서 내민 표를 보고 항공사 직원이 고개를 갸웃하자 “저희는 북한에 가는 겁니다”라고 설명했다. 뒤에 줄 서있던 사람도 “저희 방북하는 겁니다”라고 부연했다.
표 받아든 직원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신기하다는 듯이 표를 유심히 보다가 되돌려줬다. 그 뒤로는 항공권 검사가 순조롭게 이뤄졌다.
전세기는 ‘역 디귿(ㄷ)’ 모양으로 비행해 갈마비행장에 무사히 착륙했다. 김철규 갈마비행장 항공역장과 리항준 체육성 국장이 남측 선수단을 맞이했다. 리 국장은 남측 김남영 대한스키협회 부회장에게 “선생님이 다시 오실 줄 알았어”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북한 원산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있다.
알파인스키 국가대표 상비군들이 강원도 양양국제공항 출국장에서 마식령스키장으로 훈련을 떠나기 위해 북한 원산행 비행기 티켓을 들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스키장 정상에서 남북이 함께 외친 “우리는 하나다”
남측 선수단은 갈마비행장에서 버스를 타고 40분을 달려 마식령스키장에 도착했다. 마식령호텔 식당에서 가진 점심 메뉴는 무려 19가지나 됐다. 남측 선수들은 “이렇게 잘 나올 줄은 몰랐다. 맛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설질 등을 확인하기 위한 프리스키 훈련이 오후 3시부터 1시간 반 가량 실시됐다. 남측 알파인 선수들은 북측 선수들과 같이 스키를 타기도 했다.
남측 박제윤 선수는 “선수 입장에서는 굉장히 훈련하기가 좋은 스키장이었다. 설질도 괜찮았다”며 “지형 변화가 많고 슬로프의 각이 클수록 좋은데, 이 스키장은 그런 측면에 있어 좋은 조건을 갖춘 스키장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또 남북 선수들은 곤돌라를 타고 스키장 정상으로 올라가서 “우리는 하나다”를 외치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선수들은 스키복에 번호를 달고 훈련에 임했다. 남북은 스키 합동훈련을 할 때 선수들이 옷에 단 번호표 위는 초상 휘장, 태극기 등 아무것도 달지 말자고 서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틀째인 1일 오전에는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 종목에서 남북이 친선경기과 공동훈련을 한다. 훈련을 마친 뒤 이날 오후에 전세기를 타고 돌아올 때에는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북한 스키 선수들을 포함한 북한 선수단 일부와 함께 올 예정이다.
마식령 스키장의 북한 주민들
마식령 스키장의 북한 주민들ⓒ뉴시스/AP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사전점검 차 방북한 남측 선발대가 지난 24일 마식령 스키장을 점검했다. 마식령 스키장 전경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 사전점검 차 방북한 남측 선발대가 지난 24일 마식령 스키장을 점검했다. 마식령 스키장 전경ⓒ통일부 제공

역사는 6.15 자주통일 헌법을 요구한다

역사는 6.15 자주통일 헌법을 요구한다
박해전 6.15 10.4 국민연대 상임대표 
기사입력: 2018/02/01 [11:08]  최종편집: ⓒ 자주시보
▲ 박해전 6.15 10.4 국민연대 상임대표가 30일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정기총회에서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한 자주통일 평화번영 헌법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람일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한 자주통일 평화번영 헌법 개정을 촉구하며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 제정당사회단체, 국민들과 해외동포들에게 보내는 6.15 10.4 국민연대 호소문>

우리는 조국의 분단을 막고 민족통일국가를 세우기로 결정한 역사적인 남북 제정당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 70돌이 되는 올해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한 자주통일 평화번영 헌법 개정을 통하여 국민주권 실현과 분단 적폐 청산을 완수할 것을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 제정당사회단체, 국민주권자들과 참정권을 갖는 해외동포들에게 열렬히 호소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헌법 개정과 관련해 “헌법은 국민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며 “국가의 책임과 역할, 국민의 권리에 대한 우리 국민의 생각과 역량이 30년 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30년이 지난 옛 헌법으로는 국민의 뜻을 따라갈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국민의 뜻이 국가운영에 정확하게 반영되도록 국민주권을 강화해야 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하고,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며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의 불멸의 업적인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과 10.4 선언을 소중히 이어갈 것과, 그와 관련한 법제화를 공약했다.

국민주도헌법개정전국네트워크는 국회에 제출한 ‘개헌 15대 과제’ 청원서에서 “촛불정신을 반영해 헌법 전문 및 총강 규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주권을 유린해온 식민과 분단의 역사를 극복하고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완수하는 것은 촛불시민혁명의 본질적 요구이다. 6.15 시대에 맞게 개정 헌법의 전문에 우리 민족의 자주통일 대강령인 역사적인 6.15 공동선언과 평화번영의 실천강령인 10.4 선언을 핵심으로 담아내야 한다.

또한 4.19혁명에 이어 5.18민중항쟁, 6.10항쟁, 촛불시민혁명을 민주이념으로 개정 헌법 전문에 명시하고, 헌법 전반에 걸쳐 이러한 전문의 정신이 관통되도록 해야 한다.

도탄에 빠진 민생을 살리려면 무엇보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실천해 남북경제공동체를 발전시켜야 한다. 6.15 10.4 선언을 짓밟은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통일경제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가계부채는 1500조원에 육박하고 기업부채와 정부부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국민경제는 총체적 파산 직전에 몰려 있다.

그동안 6.15 10.4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가로막은 정치인들의 민생 ‘복지타령’은 분단기득권에 안주한 정치기술자들의 구두선이며 속임수에 지나지 않음이 분명히 드러났다.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한 자주통일 평화번영 헌법으로 유무상통 공리공영의 남북경제공동체의 길을 활짝 열어야 천문학적 규모의 분단비용을 복지로 돌려 민생을 살리고, 온 겨레가 행복한 통일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다.

또한 외국자본이 지배하는 분단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극복하고, 남북의 인적 물적 자원을 공동 개발해 청년실업을 비롯한 일자리문제를 전면 해결하고, 내수를 살려 기업이 열 배 백 배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통일복지국가의 남북경제공동체가 실현되면 남과 북은 세계 최고의 물류기지, 금융의 중추, 관광대국으로 발전할 것이며, 골드만삭스 같은 외국 신용평가기관이 전망한 바와 같이 머지 않아 세계 1등국가로 우뚝 설 것이다.

역사는 6.15 10.4 자주통일 평화번영 헌법을 절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은 국민주권자들의 기본권 중의 핵심이며, 한세기 식민과 분단의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정의와 역사정의를 높이 세우는 길이다.

우리는 이러한 국민주권을 보장하는 개헌을 위해 6월 국민투표 실시 전에 분단 적폐 중의 적폐인 국가보안법을 폐지하고 모든 양심수를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국회, 제정당사회단체, 국민주권자들과 참정권을 지닌 해외동포들이 분단기득권의 권력구조 재편 논의에 매몰되지 말고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기초한 자주통일 평화번영 헌법 개정에 지혜와 힘을 모아줄 것을 다시 한번 호소한다.

                                         2018년 2월 1일
                           <6.15 10.4 국민연대 상임대표 박해전>

탈핵 이야기 1 - 황분희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부회장

일곱째별  | 등록:2018-02-01 08:25:55 | 최종:2018-02-01 10:24:04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사고가 터졌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는 체감 온도가 달랐다. 인근 지역이었고 안전제일주의 일본에서 일어난 사고라면 세계 어느 곳도 안전하지 못할 거란 분위기가 팽배했다.

1주기를 앞둔 2012년 2월 29일, 나는 시청 앞 광장에서 ‘아이들에게 핵 없는 세상을 안전한 밥상을’이란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어찌 보면 탈핵운동은 집집마다 자가용을 몰고 밤마다 조명을 켜고 여름이면 에어컨에 겨울이면 보일러 없이는 못사는 에너지 소비시대에 바람 부는 들에 붙은 불을 지푸라기 같은 인간이 끄겠다고 덤비는 일처럼 무모해 보인다. 그러나 한낱 먼지 같은 인간이 감히 지구를 지키겠다고 나서는 데는 무모함만큼의 거룩함이 있다. 나 하나 살다 갈 세상이면 상관없다. 그렇지만 우리에겐 지켜야 할 다음 세대가 있다. 그것이 내가 탈핵을 지지하는 이유이다.

5년 후, 사진을 제대로 배우기 시작한 2017년을 ‘사진으로 하는 탈핵 운동’의 원년으로 정했다.

1차 촬영

황분희 부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는 2017년 1월 21일 제13차 범국민행동 촛불집회였다. 경주에서 올라와 서울 시민들에게 원전을 줄이기 위해 전기를 아껴 써 달라는 부탁이 기억에 남는다. 같은 해 8월 23일, 고리를 거쳐 월성으로 갔다. 고리 원전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엔 낯선 이방인의 방문을 반기지 않았다.
원전 앞바다인데 방사능으로 물고기가 괜찮겠냐고 묻자 그들은 ‘바다가 얼마나 넓은데’라며 아무렇지도 않게 릴낚시를 했다. 그들은 숭어를 잡고 있었는데 숭어야말로 뻘을 뒤지는 생태로 인해 방사능 물질이 잘 농축될 수 있는 어종이었다. 월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오후였고 다소 지친 상태였다.

월성 원전 4기를 코앞에서 보고 있자니 시퍼런 소름이 오싹 끼쳤다. 거기서 1km 안에 있는 홍보관 옆 비닐하우스 농성장에 월성원전 인접지역 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 부회장 과 7살 외손자가 있었다. 먼지 뿌연 선풍기가 돌고 있었지만 무척 더웠다. 할머니에게 꼭 붙어 떨어질 줄 모르는 그 아이는 만 4세 때 이미 제 아버지의 세 배 되는 삼중수소 17.5베크렐(Bq, 1초에 방사선이 1개 방출되면 1베크렐)이 체내에서 검출됐다고 한다. 삼중수소는 약한 방사선을 방출하는 방사성동위원소로 원자로의 핵분열과정에서 발생되는데 환경으로 누설되어 섭취하면 체내에서 장기간 방사선을 발생시켜 돌연변이나 암을 유발할 수 있다고 한다. (출처, SNEPC-서울대학교 원자력 정책센터)

원전은 감속재에 따라 경수로와 중수로로 나눈다. 보통의 물인 경수(H2O)와 그보다 무거운 물인 중수(D2O)를 사용하는 차이인데 경수로는 우라늄을 농축한 핵원료를 사용하지만 중수로는 천연우라늄을 핵원료로 사용한다. 천연우라늄은 핵폭탄의 원료로 쓰이는 플루토늄이 많이 나온다. (출처, 한수원블로그) 플루토늄은 방사성 독성이 강하며 흡입되어 몸속에 들어가면 허파와 골수에 영향을 미쳐서 폐암이나, 흔히 뼈암이라 부르는 골육종을 유발한다고 한다. 월성원전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중수로형 핵 발전소이다.  
방사능은 외부피폭 보다 호흡기나 음식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내부피폭이 훨씬 위험하다. 방사능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민감하고, 어른보다 세포분열 속도가 빠른 어린이가 20배 더 민감하다. 마을 주민에게 삼중수소 검사를 4번 했는데 100%가 오염됐다고 한다. 원전 제한구역은 중수로인 경우에 914m, 경수로는 560m인데 방사선에게 914m 밖으론 나가지 말란다고 말을 듣나.

“기자님도 지금 숨 쉬고 있는 중에 피폭이 되고 있어요.”

나야 어쩌다 들르는 외부인이지만 어린 아이에게 무슨 잘못이 있나, 아이들만큼은 방사능 위험 없는 지역에서 키우고 싶다는 소망이 이곳 주민들의 속 타는 심정이다. 
월성 원자력홍보관과 이주대책위원회 농성장앞
황분희 부회장은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서 산 지 30여 년 되었지만 원자력발전소가 몸에 나쁜지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후에야 알았다. 한국수력원자력(주)나 정부는 깨끗하고 안전한 원자력 덕분에 값싼 전기 사용한다고 했다.

1982년에 가동된 월성1호기는 2012년이 30년 설계수명 만료 시점이었다. 그런데 후쿠시마 사고 한 달 전에 10년 수명연장을 받았다. 마을에선 후쿠시마 사고 후 월성1호기 재가동을 막으려고 탈핵운동을 시작했다. 월성1호기는 2012년 10월 30일부터 2015년 6월 22일까지 가동을 중단했다가 현재 재가동 중이다.
 
월성 원전이 위험한 이유는 또 있다. 원전에서 쓰고 남은 핵연료인 고준위 핵폐기물의 전국 53%가 월성에 있다. 중수로의 경우는 운전하면서 매일 소량의 핵연료집합체를 교체하기 때문이다. 현재 있는 임시저장고는 2019년에 포화상태가 된다고 한다. 최소 10만 년은 격리해야 하는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은 아직 세계에 없고 현재 유일하게 핀란드에서 건설 중이다. 나아리 주민들은 정말 핵폐기물을 둘 데가 이곳밖에 없다면 완충 지역을 만들어 내보내 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경주 시장은 아마도 ‘보관세’ 받기 위해 고준위 핵 폐기장도 유치하겠지요. 방사능 피해 받는 소수 주민 희생시키고 어마어마한 돈이 경주시민들한테 돌아가겠죠.”

원전이 그렇게 안전하고 깨끗하다면 전기에너지의 주 소비층이 살고 있는 대도시 특히 수도권에 지으면 이동 경로도 짧아지고 좋지 않은가? 그러나 대부분의 원전은 대도시에서 먼 고령화 경제 낙후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도 마찬가지다. 대도시의 편리한 전력 소비를 위해 시골 마을의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반발하는 주민들에게 ‘님비현상(not in my backyard:꼭 필요한 공공시설이지만 자신이 사는 곳에 설치하는 것만은 기피하는 현상-출처, 다음백과)’이라고 손가락질을 한다. 과연 다수는 늘 옳은 것인가?

한수원은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마을 대표들에게 지원금을 주며 사업을 해서 이익금을 나눠가지라고 했지만 그 돈은 일부 사람들만 배부르게 하고 일반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았다고 한다. 심지어는 받은 사람들 중 잘 모르고 썼다가 감사가 나오자 감당 못 해서 자살하는 사태도 벌어졌다고 한다.

2016년 9월 12일 밤, 마침내 서울에서 꿈쩍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주에서 5.8규모의 지진이 일어난 것이다. 천재지변을 당해낼 그 어떤 생물체도 지구상엔 없다. 
2013년에 품질기준에 미달하는 부품들이 시험 성적서가 위조되어 수년 이상 납품되어왔던 비리사건이 터졌으면서도 그동안 사고 안 난다고 장담하던 한수원도 지진 앞에서는 별 수 없을 것이다.

마을 건물마다 공실이 눈에 띄었다. 건물주만 남고 세입자들은 빠져나간 상태였다. 자력으로 나갈 능력이 없는 주민들만 나아리에 남았다.

“한수원이 우리 집들을 현 시가대로만 사주면 어디든 깨끗한 곳에 가서 살고 싶어요.”

그러나 돌아오는 답은 방사능 기준치 미달이니 괜찮다, 이주 시킬 법적인 근거가 없다 뿐. 게다가 한수원에서는 주민들이 기자들 불러들이고 전국에 다니며 알려서 매매가 안 되는 거라고 도리어 탓을 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에 경주 지진 나고 제일 먼저 내려오셔서 따뜻한 말씀해 주시고 가셨어요. 대통령 되면 탈핵 하겠다고 했으니 그리 해 주시겠죠.”

부회장은 또 며칠 전 찾아온 인터넷 신문 기자 명함을 보여주며 그 사람도 어떻게든 알려주겠노라 다짐하고 갔다고 했다. 무얼 어떻게 해 주겠다는 장담을 할 처지가 못 되는 나는 애꿎은 홍보자료를 찾았다. 3년이 넘은 투쟁에 제대로 된 유인물 한 장이 없었다. 현수막도 다 찢어졌다고 했다. 재정적으로 어려우니 그저 다니면서 알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해는 지고 있었고 천막 안 열기도 점점 사그라졌다. 한 시간여 통분을 듣고도 내게 도울 아무 힘이 없다는 사실에 낙담했다. 조용히 현수막을  보러 가자고, 가서는 찢어진 현수막을 잡고 서보시라고 했다. 그렇게 찍은 사진이 그 해 12월 한겨레신문 ‘한 장의 다큐’에 실렸다.
당신은 방사능 피폭 위험 지역에 들어오셨습니다
갑상선 암 피해자 기자회견

2017년 10월 11일 수요일 국회 정론관, <원전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서 황분희 부회장과 이상홍 경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과 균도 씨와 그 아버지 이진섭 씨 등을 만났다.

균도 씨는 선천성 자폐로 발달장애아였고 그의 아버지 이진섭 씨는 직장암, 어머니인 박 씨는 갑상선암을 앓고 있었다. 이들은 2012년 7월, 한수원을 상대로 한 건강권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2014년 10월, 갑상선 암 발생에 근 20년의 거주지 10km 이내에 있는 고리, 신고리 원전 6기 방사선 노출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는 판결로 승소해서 주변 피해자들의 귀감이 되었다. 이후 4개 원자력 발전소 주변지역 618명 주민이 2015년부터 갑상선암 발병에 따른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한수원을 상대로 공동소송 중이었다. 원자력발전소 가동 이후 반경 10km 이내에 5년 이상 거주한 이후 갑상선암이 발병해 수술한 주민들과 피해자 가족을 포함한 총 2,882명이 원고인 대규모 소송이었다. 황분희 부회장도 5년 전 갑상선 암 수술을 했다.
1992년부터 2011년까지 약 20년간 핵발전소 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한 역학 조사(한국전력공사 발주, 교육과학기술부 운영,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 원자력 영향·역학 연구소 수행)에 의하면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 사는 여성들에게는 발전소와 관련이 없는 지역에 사는 여성들에서보다 갑상선암이 2.5배 발생한다’는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다.

이른 아침부터 서울로 올라와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다음 날 아침부터 경주 시내에서 탈핵시위를 한다고 바삐 내려가는 이들을 서울역에서 배웅했다. 70세에 소화하기엔 버거운 일정이었지만 황 부회장은 청년처럼 씩씩했다.

2차 촬영

10월 13일 금요일, 2차 촬영을 하러 다시 원전을 찾았다. 갈 때마다 하늘이 도와 날씨가 쾌청했다. 지난 촬영 때 흰 구름이 맞아주었다면 이번에는 흰 파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임랑 모래사장에 엉덩이를 대고 앉아있자니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자유로움이 마음을 채웠다. 어휘를 선택하느라 긴장할 필요 없이 뷰 파인더에 집중했다. 구도를 선택하고 초점과 조리개 값을 맞추다가 문득 내가 혼자서도 외로워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경이로운 자연 속에서 찍고 있는 내 사진이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곳에 핵발전소라니……. 마음이 쓰라렸다.  
위험 출입금지 너머 고리 원전
월성 바다는 고리보다 더욱 짙푸르렀다. 원전 앞에 몰아치는 흰 파도를 찍었다. 방파제에는 고리에서와 마찬가지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천막 안에는 황분희 부회장이 기다리고 계셨다.

“아이고, 이렇게 혼자 다녀. 고생스럽게.”

점심을 먹었냐고 물으셨다. 한 손엔 렌터카 핸들, 한 손엔 찐 고구마를 들고 먹으며 운전을 해 온 길이었다. 먹을 시간이 없었다고 답하자, 옆에 있던 쇼핑백 안의 손수 키운 단감을 먹으라고 주셨다. 유기농이 아니면 좀처럼 먹지 않은 지가 오래 되었다. 한수원에선 기준치 미달이라고 주장하지만 방사능 오염 지역에서 생산한 과일을 먹기란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황분희 부회장은 그 땅에서 30년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갑상선 암 수술도 받았다. 이주를 하고 싶어도 꼼짝 못하고 살고 있다. 딸과 사위, 손주들 몸에 피폭이 되는 걸 알고도 어쩔 수 없이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분 앞에서 어찌 못 먹어요, 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단감을 휴지로 닦아 껍질째 우적우적 씹어 삼켜 우정을 보여드렸다.

‘까짓 거 한 번 죽지, 두 번 죽나. 함께 죽을 각오 아니면 이 일이 뛰어들지도 않았어.’
마을 주민들 이름을 쓴 가관들
황분희 부회장은 나아리 사람들과 함께 매주 월요일 아침 출근시간마다 가관(假棺)을 끌고 한수원 앞까지 행진을 한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 오전 10시부터 경주시청 앞부터 경주역, 성동시장을 거쳐 다시 경주시청으로 가는 경주탈핵순례를 한다.

“여러분이 흥청망청 전기를 쓸 때 희생하고 있는 지역민들이 있다는 걸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여기는 죽음의 동네예요. 이렇게 위험한 걸, 이거 터지면 여기뿐만 아니라 울산, 부산 모두…….”

경주시민들은 나아리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 시민들은 과연 자신들이 쓰고 있는 에너지원 때문에 핵발전소 주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안다한들 자신들의 편리를 포기할 마음이 1베크렐이라도 있을까?
노후원전 월성1호기 폐쇄
<참고도서 >
한국탈핵, 김익중, 한티재, 2013
탈핵 학교, 김정욱 외 11명, 반비, 2016
핵을 넘다, 이케우치 사토루, 홍상현 옮김, 나름북스, 2017
길목협동조합 소식지 ‘길목인’


본글주소: http://www.poweroftruth.net/news/mainView.php?uid=4394&table=byple_news 

"지혜를 갖춘 스승 만나면, 머릿속에서 지진이 일어나요"

18.01.31 20:35l최종 업데이트 18.02.01 08:42l



"세계의 석학들은 생존 가능한 사회, 억압 없는 사회를 만드는 답을 한국인이 이미 알고 있다고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면, 우리는 역사 속에서 성취해온대로 또다시 다수의 삶을 지켜낼 변화를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창을 열어 밖을 바라보려고, 더 멀리 보려고 안경알만 닦아왔던 내게 석학들이 꺼내준 것은 거울이었다. 내 안을 비춰볼 수 있는 거울. 결국 답은 내 안에 있었다."|<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오마이북, 2013)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관념, 내일은 오늘보다 더 나아야 한다는, 습관이 된 희망 속에서 더 가지고 싶다는 욕망은 성장의 동력으로 격려받았다... 국내총생산(GDP)과 국민총소득(GNI)의 숫자가 높아진 동시에 빈부의 차이가 커지면서 우울한 국민도 함께 늘어나는 이 진행 방향을 성장과 발전이라고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문명, 그 길을 묻다>(이야기가있는집, 2015)

"'다수의 약자들은 왜 강자를 위한 선택을 할까?'라는 물음을 떨칠 수 없었다. 답은 '내 마음을 흔드는 힘의 실체를 살피지 못해서가 아닐까'로 모아졌다... '나'의 삶이 가능한 조건을 보다 깊이 살핀다면 '나'는 세상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보살핌을 받는 존재라는 자각도 이어지리라 기대한다. '나'의 안녕을 위해 지구 전체가 안녕해야 한다는 각성은 공존의 미래를 건설하는 진전이리라. 이성의 동물이라는 우리가 그 이성을 하루에 몇 분이나 써가며 사는지 점검해보고 싶었다."|<사피엔스의 마음>(위즈덤하우스, 2017)


꾸준히 세계 지성들과 만나 그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냈다.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 등 미디어를 통해 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건넸다. 못다한 이야기는 인터뷰어의 시각이 담긴 글로 다듬어, 호흡 긴 독자들을 위해 단행본 책으로 펴냈다. 이처럼 혜안을 갖춘 지성과 눈 밝은 독자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이가 있다. 재미작가이자 전문 인터뷰어 안희경씨다. 

세계 지성들과의 대화로 엮은 '문명 3부작'
 안희경 작가.
▲  안희경 작가.
ⓒ Adam Singsinthemountain

지난 2013년부터 2년 주기로 펴낸 세계 지성들과의 인터뷰 책은 <하나의 생각이 세상을 바꾼다>, <문명, 그 길을 묻다>, <사피엔스의 마음> 등 3권. 안희경은 이를 '문명 3부작'이라고 부른다. 이와 별도로 지난해 12월에 펴낸 <어크로스 페미니즘>(글항아리)은 세계 여성 지성들과의 주제별 대화를 담았다. 

대학교 4학년 때부터 SBS와 불교방송(BBS) 리포터로 활동했던 안희경은 8년 동안 불교방송 PD로 일했다. 1998년과 2000년 한국방송대상 우수작품상을 받으며 잘나갔던 그는 지난 2002년 미국으로 건너갔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다가, 번역 일과 본격적인 취재 활동에 나선 건 지난 2009년부터다. 큰 범주에서는 언론 활동이지만, 팀 플레이를 했던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단독 플레이어로 뛴 셈이다.

미국에 거주하는 안희경은 한 해에 두 번 정도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해에도 12월 초에 들어왔다 올해 1월 초에 돌아갔다. 그 기간 동안 <사피엔스의 마음>과 <어크로스 페미니즘> 등 새책을 주제로 서울과 대구 등에서 독자들과 '북 토크'를 가졌다.

미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작가 안희경을 만났다. 독자들에게 에너지를 주기 위해 본인의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 탓일까? "이번엔 약간 번아웃(burnout)된 상태에서 한국에 들어왔다"고 했다.

자주 쓰는 키워드가 있다. 그 키워드를 좇다보면, 그 사람의 관심사와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나와 우리, 약자와 사회, 개인과 망(網), 문명과 미래, 왜(Why)... 안희경의 글과 말에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다. 

기자가 생각하기엔, '안희경의 키워드'에 등장하는 '나'는 객체이자 주체다. '우리'는 뜻을 함께 하는 공동체이자 사회다. '약자'는 말 그대로 공동체 안의 마이너리티다. '망(網)'은 네트워크로 직역하기 어려운 미묘한 차이를 담고 있다. 점선일 수도 있고, 실선일 수도 있지만, 눈에 띄거나 손에 잡히는 개념은 아니다. '문명'과 '미래'는 성찰이자 지향이다. 그 모든 것에는 '왜?'라는 꼬리표가 달린다. 그리고 그 말과 글은 마치 망과 같은 '생각 기차'로 연결된다. '조합'이 아닌 '결합'의 형태다. 그 안에서 사유가 똬리를 튼다.

"지혜를 갖춘 스승을 만나면, 머릿속에서 지진이 나요"
 노암 촘스키와 인터뷰하는 안희경 작가.
▲  노암 촘스키와 인터뷰하는 안희경 작가.
ⓒ 김아람

"저도 미국에선 마이너리티에요. 한국에 사는 동남아 사람들을 보면 자매같은 느낌을 받아요. 나도 미국에서는 이방인이자 여성이고 사회적인 약자이니까요. (미국 생활) 처음에는 미소를 많이 지었어요. 약자는 미소를 많이 머금게 돼요. 아이들이나 강아지도 귀여운 얼굴이 우성이듯. 오래 살다보니 지금은 (그런 강박에서) 조금 벗어났어요. 남들이 그렇게 보거나 말거나 (신경을 덜 쓰게 됐지요.)"

안희경의 키워드에 등장하는 '약자(마이너리티)'는 탐구 대상일뿐만이 아니라 본인의 처지이기도 했다. 그들은 조건의 다름에 따라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소중한 공동체의 일원이다.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책을 읽다가 '머리 속에서 팝콘이 터지듯'이라는 표현을 봤어요. 맞아요. 지혜를 갖춘 스승들에게 만남을 청하고, 만나서 이야기를 듣다보면 팝콘이 터지듯 머릿속에서 지진이 나요. 이 분들을 섭외해서 만나는 게 중요하지만, 만나서 '무엇을 물어볼 것인가'가 더 어렵고 중요해요. (누구나 물어봐서) 이미 답변했던 이야기를 나누려면 뭐하러 찾아가겠어요. 현장과 밀착된 이야기, 내 질문을 던져야지요. 내가 느끼는 아픔이 무엇인지, 막막함이 어디에서 오는지. 내 것으로 꽉 차서 가지 않으면 그 분들에게 지혜를 얻기가 어렵죠."

안희경의 '인터뷰 로드'는 고단한 여정이다. 지난 2014년 <경향신문>에 '문명, 그 길을 묻다'를 연재할 때 재레드 다이아몬드, 노암 촘스키, 지그문트 바우만, 장 지글러, 원톄쥔, A.T. 아리야라트네 등 시대의 스승에게 배움을 청하는 길을 나섰다. 같은 이름의 책 서문에서 안희경은 20만리가 넘는 그 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서울과 부산의 겨울에서 영국 리즈의 겨울로, 다시 파리의 겨울을 거쳐 혹한의 폭설주의보가 내린 보스턴의 겨울까지 옷깃 여미며 가슴 데우는 시간을 가졌다. 봄, 2월부터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캘리포니아 꽃의 향연을 4월 대륙의 동쪽 끝 뉴저지에서 망울 터지는 벚꽃으로 다시 맞았다. 남부 캘리포니아, 서울, 타이베이, 일본 시나노 오오마치의 여름에서 뉴헤이븐 예일대 고즈넉한 가을의 문턱까지, 그렇게 사계절 내내 마음을 품으며 순례했다."

"아, 대화의 또다른 심도는 쉼표에 있구나"
 마루야마 겐지.
▲  마루야마 겐지.
ⓒ 안선영

궁금했다. 얼굴 한 번 마주 보기조차 힘든 지성들을 어떻게 만나서 속내를 끄집어냈을까. 그 비결은 무엇일까? 결론은 '공짜 점심이나 왕도는 없다'는 것이다. 공을 들였는데도 인연이 안돼 못 만난 이들도 있고, 대부분 만남을 청한 뒤 최소 수개 월이 지나야 만날 수 있었다. 한 가지 명확한 건, '역지사지' 해서 그들이 지금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를 심도깊게 고민하는 정지작업이 중요하다는 것. 그런 뒤 온 힘을 다해 '내가 왜 당신을 만나야 하는지, 만나려고 하는지'를 편지(이메일)로 띄웠다. 그렇게 주사위는 던져졌다.

<시골은 그런 것이 아니다> 등 다수의 책이 소개돼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일본의 작가 마루야마 겐지. 그는 독설(직설)과 은둔의 작가로 불린다. 안희경은 마루야마 겐지를 만날 때도 출판사를 통해 그에게 편지를 썼다. "우리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는 집단의식을 드러내보고 싶다"고. 마루야마 겐지는 일관되게 국가라는 허상과 허울 속에서 잠든 개인의 이성을 흔들어 깨우는 일을 해왔기에,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만나지 못하면 인터뷰는 성립되지 않는다. 핵심을 꿰고, 마음을 담은 제안이 아니면 움직이기 어렵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살불살조(殺佛殺祖)'도 역설적으로, 부처를 만나야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안희경이 세계 곳곳을 다니며 지성들과 '면대면 인터뷰'를 추구하는 까닭은, 그들의 메시지뿐만 아니라 눈을 마주치고 호흡을 살피는 것도 인터뷰의 중요한 맥락이기 때문이다. 한 번은 노벨평화상을 받은 분과 인터넷 전화 '스카이프'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아쉬움이 많았단다. 그건 네이티브가 아니라서 갖는 언어의 한계만은 아니다. 오히려 교감의 제약 탓이 더 컷다.

지성들과 '면대면 인터뷰'를 하면서 안희경은 '쉼표'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인터뷰를 할 때 질문이 매끄러운 게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지금은 예전보다 영어가 늘어 질문도 길어졌지만, 처음에는 머리 속에서 번역기가 작동하니까 '포즈(pause)'가 발생해 오래 걸리는 거예요. 예전에 한국에서 방송할 때는 매끄러웠는데. 그래서 고민을 했죠. 내가 호응을 잘 하면 저 분의 답변 내용이 더 깊어질까? 그런데, '포즈' 때문에 질문이 매끄럽게 쑥 들어가지 못하니까 오히려 상대(인터뷰이)가 더 깊게 내려가더라구요. 아, 대화의 또다른 심도는 '포즈'구나. 침묵이 끌고가는 심도가 있구나. 이걸 배운 거죠." 

반전이 숨어 있었던 지그문트 바우만과의 인터뷰
 지그문트 바우만과 인터뷰하는 안희경 작가.
▲  지그문트 바우만과 인터뷰하는 안희경 작가.
ⓒ 안선영

다른 일도 그러하듯 인터뷰도 종종 뜻한대로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가벼운 답변을 예상하고 던진 질문인데, 예상 외로 답변이 길어질 때도 있다. 더 난처한 건,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어렵사리 잡은, 분초를 다투는 지성들과의 인터뷰 때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런 상황은 노력한다고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애초 예상했던 상황과 다르게 진행됐던 인터뷰에 대해 물었다. 안희경은 기다렸다는 듯이 답했다.

"영국 리즈에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을 만났을 때 그랬어요. 시대를 대표하는 사회학자에게 사랑에 대해 물어보고 싶었어요. 인터뷰를 시작한 지 5분쯤 지나자, 한 여성 분이 들어왔어요. 그러더니 바우만이 '진짜 사랑 얘기는 이 사람이 전문가다'라고 얘기하는 거예요. 난감했어요. 바우만의 이야기를 들으러 간 건데, (인터뷰를) 망친 거잖아요. 

나중에 알고보니 그 분도 사회학에서 이름난 석학이었어요. 폴란드 초대 대통령의 딸인 알렉산드라 야신스카 카니아는 바우만의 부인이었어요. 알렉산드라에게서 사랑의 객체와 주체의 개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어요. 뜻 깊은 이야기였고, 완전 반전이었죠. (지성들과 인터뷰를 계속하다보니) 예상했던 인터뷰 각이 종종 틀어진다는 걸 알게 됐죠. 그 분들과 인터뷰를 할 때는 (질문을 다 못한다고 해도) 고민해간 키워드 서너 개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지난 2017년 1월 9일 바우만은 9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고작 두 번의 만남을 가졌을 뿐이지만, 매번 내 무지의 더께를 쪼개어 세상을 한 뼘 더 깊숙이 들어가 통찰하도록 해줬던" 바우만의 별세 소식을 듣고 안희경은 무릎이 꺾였다. 그리고 바우만이 전해주려고 했던 사랑의 진실을 떠올렸다. 바우만, 촘스키, 반다나 시바 등 우리시대 사상의 거장들은 "처음부터 바로 깊숙이 들어가는 것"이 특징이라고 안희경은 말한다. 그러나 바우만은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심연으로 사라졌다.

"아, 목숨 값을 하며 살아야 하는구나"
 재미작가 안희경.
▲  재미작가 안희경.
ⓒ Corky Lee

"밥상의 사회주의화요."

앞으로 관심을 가질만한 주제는 무엇이냐는 물음에 안희경은 이렇게 답했다. 기회가 되면 '유기농 투어'를 하고 싶단다. 왜? "가장 중요한 복지는 누구에게나 양질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사슴이나 코요테도 스스로 자기 먹을 것을 찾는데, 자본의 질서 아래서 인간은 돈을 벌어야 먹고 살기 때문에 정작 스스로 먹고 사는 방식을 잃어버렸다는 거다. '문명 3부작'의 후반부에 마음을 좇다보니, 진짜 중요한 게 몸이라는 걸 깨달았단다. 자본주의의 질주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흙에서 찾아보겠다는 안희경은 요즘 '자립'이라는 키워드에 골몰하고 있다.

안희경의 이런 고민은 어느 순간 갑자기 찾아든 게 아니다. 몇 해 전, 안희경이 '365일 우주로 향해 열린 키친'이라고 불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걸치 선원(Green Gulch Palm Zen Center)'에 갔을 때였다. 유기농 농사를 짓는 그 곳에서 모종을 심어놓은 모판을 봤다. 모판에 붙여놓은 테이프에 수많은 벌레들이 달아붙은 채 죽어 있었다. 그걸 보고 깨달았다.

"내가 먹고 사는 것에는 이렇게 많은 생명들이 연결돼 있구나. 아, 목숨 값을 하며 살아야 하는구나."

마지막으로 물었다. '안희경에게 글쓰기는 무엇이냐'고? 잠시 머뭇거리다 답이 돌아왔다. 

"쥐뿔도 못 쓰는데 무서워요. 그래서 나를 다독여요. '글은 지웠다가 다시 쓰고 고치면 되잖아'. 고치고 고쳐서 쓴 글이 조금이라도 세상을 고치고 바꿀 수 있다면... 내 아이가 웃을 수 있는 미래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