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26일 목요일

당신의 반려동물이 상어를 먹는다?

조홍섭 2019. 12. 26
조회수 271 추천수 1
애완동물 먹이와 화장품서 멸종위기 상어 유전자 검출

s1.jpg» 시속 68㎞로 헤엄치는 청상아리는 다랑어 어획을 위한 유자망에 많이 걸려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 됐다. 청상아리의 고기가 애완동물 먹이에서 광범하게 발견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상당수의 애완동물 먹이와 화장품에 멸종위기 상어 성분이 들어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세계적으로 1억 마리의 상어한테서 연간 140만t의 지느러미를 잘라 샥스핀(상어 지느러미) 요리로 쓰고 있지만, 고기와 간유도 상어의 유력한 용도로 드러났다.

디에고 카르데뇨사 미국 스토니브루크대 박사과정생은 과학저널 ‘보전 유전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시판 중인 애완동물 먹이(캔, 사료, 간식) 12개 상표 87점과 화장품(보습크림, 오일, 립스틱, 분, 마스카라) 15개 상표 24점을 분석한 결과를 밝혔다.

가공식품에서 파괴된 미량의 연골어류 디엔에이를 검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을 통해 연구자는 애완동물 먹이 29점(33%)과 화장품 3점(12.5%)에서 상어 디엔에이가 들어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사 대상인 제품 어느 것도 상어가 포함된 연골어류 성분이 들어있다고 밝힌 것은 없었다.

s2.jpg» 화장품에서 성분이 검출된 청새리상어. 심해상어로 간유에서 추출한 스콸렌이 화장품 보습제로 쓰인다. 마크 콘린, NMFS,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동물 먹이에서 확인된 상어의 70%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청상아리였다. 세계에서 가장 빨리 헤엄치는 청상아리는 다랑어를 잡는 유자망 등에 의해 광범하게 부수 어획이 이뤄져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올해 멸종위기 등급을 ‘취약’에서 ‘위기’로 상향했고, 멸종위기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사이테스, CITES)도 올해 총회에서 부속서 2에 올려 국제거래 규제에 나선 종이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상어의 간에서 추출한 스콸렌 성분을 보습제로 쓴다. 화장품에서 검출된 상어 역시 청새리상어, 홍살귀상어, 남방상어 등 국제자연보전연맹이 ‘위기’ 또는 ‘위협 근접’으로 분류한 종이다. 

스콸렌은 상어가 부력을 조절하는 데 쓰는 물질로 심해에 서식하는 종일수록 많다. 그러나 심해상어는 느리게 자라고 번식도 늦어 남획에 매우 취약하다. 스콸렌은 상어 간유뿐 아니라 아마랜트, 올리브 등 식물에서 추출할 수 있다.

s3.jpg» 샥스핀 요리를 위해 남획되는 홍살귀상어. 국제거래가 규제되는 종이지만 밀거래는 여전히 성행한다. 마크 콘린, NMFS,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번에 화장품에서 검출된 홍살귀상어는 수프 지느러미용으로 남획돼 2014년 사이테스 규제대상에 추가된 종이다. 그러나 카르데뇨사 등 국제연구진이 2015년 홍콩 시장에서 거래된 9200점의 상어 지느러미를 유전자 분석한 결과 4번째로 가장 많이 거래된 종으로 나타나기도 했다(카르데뇨사 외 2018, ‘컨서베이션 레터’).

카르데뇨사는 “종이나 속 차원에서 규명을 못 했을 뿐 상어 디엔에이의 염기서열이 검출된 것은 애완동물 사료의 63%에 이른다”며 “이번 조사 결과보다 훨씬 많은 상어와 가오리 등 연골어류가 고기와 간유 소재로 쓰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멸종위기에 놓인 상어를 구하려면 제품에 상어 성분이 들어있는지 표기하도록 해 소비자가 대체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s4.jpg» 해마다 1억 마리의 상어가 수프에 들어갈 지느러미를 위해 도살된다. 고기와 간유 수요도 여전하다. 압수된 상어 지느러미. 미 해양대기국(NOAA) 제공.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Diego Cardenosa, Genetic identification of threatened shark species in pet food and beauty care products, Conservation Genetics https://doi.org/10.1007/s10592-019-01221-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오마이뉴스는 '수상한' 사람들의 든든한 친구"

19.12.27 07:23l최종 업데이트 19.12.27 07:23l


<오마이뉴스>는 2019 올해의뉴스게릴라로 김종성, 박만순, 변상철, 송주연 기자를 선정했습니다. 올해의뉴스게릴라에게는 상패와 상금 150만 원을 드립니다. 시상식은 2020년 2월에 열리며 이 자리에서는 '2019 특별상', '2020 2월 22일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시상식도 함께 열립니다. 수상자 모두 축하합니다. [편집자말]
병원에서 링거를 맞던 중 '잘 지내느냐, 올해의 기자상에 선정되었다'는 오마이뉴스 기자의 연락을 받았다. 사실 그 소식을 듣고 처음 든 생각은 '내가 왜?'였다. 내가 이 상을 받기에는 오마이뉴스와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기대한 만큼의 기사를 썼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나보다 더 척박한 현장에서 더 불편한 이야기를 쓴 기자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한사코 거절했다.

오마이뉴스는 내가 혼란스럽고 어려운 시기에 방향을 정해주던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2008년 크루즈 여행이 상품으로 걸린 기사 공모에 혹해 육아 기사를 쓰고 난 뒤 오마이뉴스에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기사를 작성할 여유나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2010년 12월 '진실화해위원회'가 해체되고 난 뒤 공직자 신분에서 자연인으로 돌아와 오롯이 혼자 국가 폭력 피해자들의 진실규명을 지원하는 '지금여기에'라는 단체를 만들어 운영하다 보니 운영 이외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홀로 사람을 만나고 기록을 찾고, 증거를 찾으며, 재심 재판을 위한 보고서를 쓰는 것만으로도 벅찼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정리하여 시민들에게 알려야겠다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7년을 지내고 보니 고문사건, 조작간첩사건, 국가폭력사건 등이 적잖이 쌓이게 되었고, 그렇게 쌓이는 기록을 그냥 두고 보는 것이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만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 아닌,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하는 불편한 진실이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찾은 기록과 구술들이 재심 재판에 제출되거나 소멸되어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꽤 되었다.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만났던 사람과 과정은 판결문이나 기록 어디에도 기재되지 않고 모두 소멸했다. 그 과정은 그렇게 간단히 사라져야 할 것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는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 어려운 싸움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피해자의 억울함이 얼마나 큰지, 그 고통의 시간이 얼마나 큰지 지금, 이 시간을 사는 우리가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강광보 선생님과 변상철 국장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강광보 선생님과 변상철 국장이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수상한집
    
꼭 기억해야 할 기록
그래서 기록을 시작했다. 짧은 기록이지만 지난 8년의 과거사위원회 활동과 위원회 종료 후 계속해 왔던 과거사건 진상규명 활동을 음식으로 기억하는 '인권을 먹다'가 그것이었다(☞ 인권을 먹다 http://omn.kr/ptzq).

오마이뉴스에 게재를 시작한 것은 기억에 남는 몇 개 사건만을 정리해 '지금여기에'라는 단체의 활동을 좀 알려보려 했던 동기에서였다. 그런데 첫 기사와 두 번째 기사를 송고한 뒤 오마이뉴스 기자로부터 연락이 와 연재를 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덜컥 겁이 났다. 글재주도 없는 내가 어떻게 연재를 하며, 어떻게 책임감 있게 기사를 쓰겠는가? 그런데도 연재를 결정하게 된 것은 오마이뉴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는 '인권을 먹다' 일러스트와 특별면 페이지까지 만들어 주었다.

시민기자는 자신의 이야기를 던져 놓는다. 그것이 매끄럽게, 씹어 삼켜도 걸림 없이 잘 넘어갈 수 있도록 잘게 잘게 다듬는 것이 바로 편집기자들이었다. 편집뿐만 아니라 기사 작성이 어렵다고 느껴질 때마다 용기를 주었다. 내가 계속 기사를 쓸 수 있게 한 힘이었다.

결국 이렇게 연재된 기사가 <인권을 먹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는 기쁨도 누렸다. 사실 개인의 이름으로 출판한다는 것은 커다란 경험이자 영광이다. 그리고 한권의 책으로 나올 이야기를 글로 써본다는 것보다 더 좋은 글쓰기 연습은 없는 듯했다.

'인권을 먹다' 연재 이후 과거사와 관련한 이야기, 마을 이야기 등을 소재로 연극과 창작 판소리 극작에도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예술인으로 등록되는 영광까지 호사롭게 누렸다.

그러나 오마이뉴스에서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 하면 이야기를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다. 억울하지만 말할 수 없는 사람들의 노출, 상처·기억·증언·기록·싸움 등 그들이 말하고 싶어하는 가슴깊이 쌓여있는 억울함을 인터넷을 통해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노출의 자유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다.

'인권을 먹다' 연재 이후 나나 지금여기에라는 단체나 성장을 했다. 조작간첩 피해자들을 포함한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진실규명 과정을 기사로 실시간 세상에 노출했고, 그 억울한 이야기를 공감해주는 독자들이 생겼다.

따로 언론 홍보를 하지 않는 단체로서 오마이뉴스는 든든한 우군이다. 덕분에 올해 박상은씨의 기사를 시작으로 전북 선유도의 제5공진호 납북귀환어부 반공법 조작사건 등을 연재했고, 조작간첩 피해자들의 기억투쟁이었던 '탁본 모임' 시리즈를 내보낼 수 있었다. 더불어 30년간 공안사범으로 몰려 한국에 입국하지 못했던 일본 공무원노조 사람들이 오마이뉴스 기사 덕분에 입국이 허가되는 일도 있었다.

특별히 오마이뉴스에 감사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제주의 '수상한 집'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편집국이 펀딩이라는 역제안을 해주었다. 조작간첩 피해자를 기억하고 국가폭력 피해자가 직접 과거를 이야기 하는 살아있는 기념관, '힙한' 복합문화공간을 만들어보겠다고 했을 때, 오마이뉴스 편집국은 그 비용을 소셜 펀딩으로 모아보자고 했다.

반신반의 하며 시작한 펀딩에 1200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액이 모였다. 그 성금은 '수상한 집'을 완성하는 소중한 자산이 되어 오롯이 제주에 '수상한 집'으로 탄생했다.

어렵고 힘들고 아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아 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과감히 시민기자에 도전해 보는 건 어떨까. 그 이야기가 몇 명에게 전해지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떠들고 드러내고 싶은 사람들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오마이뉴스 기사는 인터넷 지면에서뿐만 아니라 책, 연극, 창작 판소리, 심지어 기념관이라는 건축물의 형태로도 생산되고 재현된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시민의 상상과 오마이뉴스라는 열린 언론 마당이 있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오늘도 불편함을 '노출'하지 못해 홀로 간직하고 있는 당신에게 꼭 추천하고 싶다.

☞ 대표기사
[연재] 수상한 집 http://omn.kr/1hsyq
[연재] 탁본에 남긴 잔혹한 기억 http://omn.kr/1m03x

민주당은 한국당을 너무 모른다

민주당은 한국당을 너무 모른다
선거법과 검찰개혁 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을 둘러싼 충돌로 ‘동물 국회’가 재연되자, 26일 임시국회 개회에 앞서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자유한국당에 “대한민국 국회의원다운 모습을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제 한국당이 동참할 차례다”면서, “국민의 삶과 직결된 민생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 철회”를 요청했다.
민주당은 한국당과 협상을 통해 정책적 차이를 좁히면 국회를 정상화 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또 20대 국회가 법안 처리율 30.6% ‘역대 최저’를 기록하며 ‘최악의 국회’가 된 책임을 한국당에 떠넘기면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런 인식은 한국당의 총선 전략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한국당은 총선에 ‘30%전략’을 채택한 것으로 보인다. 즉 30%의 지지만으로 과반의석을 확보한다는 계획.
‘30%전략’이 성공하려면 2가지 필수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나는 투표율이 60% 미만이어야 하고, 또 하나는 한국당 지지자는 빠짐없이 투표해야 한다.
한국당은 투표율 저하를 위해 ‘정치혐오’를 조장한다. 일은 하지 않고 싸움질만 하는 국회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한국당은 어떤 법안이 어떻게 처리되는지에 관심이 없다. 단지 ‘동물국회’에 혐오를 느낀 국민들이 ‘모조리 꼴도 보기 싫은 국회의원, 투표하러 안 간다’는 마음만 갖게 하면 작전 성공.
실제 한국당이 반드시 저지하겠다며 장외투쟁을 벌이고 있는 ‘공수처 설치법’이나 ‘연동형 선거법’의 경우, 이미 한국당의 요구대로 법안이 만들어진 셈이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2천명 이내로 줄어 실질적인 고위 공직자 수사가 어렵게 됐고, 수사권 독립의 핵심 사안인 공수처 위원장 인선도 국회, 특히 야당 추천 권한이 강화됐다. 일각에서 한국당의 반대로 공수처 설치법이 이미 누더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연동형 비례제로의 선거법 개정도 ‘비례 한국당’ 창당을 선포하면서 연동형의 의미가 사라졌다.
‘민식이 법’으로 불거진 한국당의 민생법안 외면도 실제 한국당의 정책과 배치되기 때문이 아니라 민생법안을 두고 ‘물고 뜯는’ 국회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정치혐오를 조장하려는데 목적이 있다.
한국당은 투표율 저하를 위해 ‘정치혐오’를 조장함과 동시에 ‘누가 돼도 똑같다’는 여론을 확산한다.
한국당은 ‘남북관계 파탄’과 ‘지소미아 연장’, ‘방위비분담금 인상’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미국이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것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지소미아 연장을 두고 “큰소리치던 문재인도 미국에 꼼짝 못 한다”고 몰아가고, 국민의 80%가 반대하는 방위비분담금도 결국 인상할 터, 자랑하던 남북관계도 한미 워킹그룹에 발목 잡혀 파탄 났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경제는 점점 악화하고, 조국대전에서 확인하듯 사회 불평등이 심화하는 것을 보게 해? ‘누가 권력을 잡으나, 되고 나면 다 그놈이 그놈이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렇다고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유권자가 자유한국당 지지로 돌아서는 것은 아니다. 다만 총선에서 민주당에 대한 지지 유보로 이어져 투표장을 찾지 않게 한다는 계산이다.
한국당은 ‘30%전략’ 관철을 위해 현 지지율 30% 고수와 지지자의 결속력 강화에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국당이 조국대전에 이어 패스트트랙 정국까지 연이은 장외투쟁과 단식농성, 철야 삭발 투쟁을 이어가는 데는 반문(재인) 지지층을 결속하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있다.
한국당은 보수대통합에 방해된다는 내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성조기를 든 태극기 부대’를 끝까지 안고 가면서 보수우파의 길을 조금도 수정하지 않았다.
한때 민주당 일각에서 ‘태극기 부대’가 한국당의 지지세 확장을 막아 제 발등을 찍는 날이 올 것이라는 기대 섞인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는 한국당의 총선전략을 읽지 못한 오산이다.
민주당이 한국당의 ‘30%전략’을 간파한 새로운 총선전략을 수립하지 않는 한 21대 총선은 자유한국당의 승리가 예상된다.
강호석 기자  sonkang114@gmail.com
<저작권자 © 현장언론 민플러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공수처 설치 다가오자 결국 드러난 검찰 본색"

참여연대, “검찰은 검찰개혁 가로막으려는 시도를 중단하라”
백남주 객원기자 
기사입력: 2019/12/27 [05:45]  최종편집: ⓒ 자주시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의 상정이 예정되어 있는 등 공수처 설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검찰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는 규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참여연대(사법감시센터)는 26일 논평을 통해 공수처 설치법안이 국회통과를 앞두자 그간 독점적으로 행사해오던 권한의 축소를 용납하지 못하는 검찰의 방해와 반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대표적으로 검찰은 국회 4+1 협의체가 합의한 수정안의 24조 2항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원안에 없이 새로 추가된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며 이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범죄등에 대하여 공수처가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일 뿐만 아니라 대검 주장과 달리 오히려 중복수사 등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대검이 주장하는 과잉수사뭉개기·부실수사 주장은 자신들이 하면 문제없고 공수처가 하면 중립성과 독립성 등에서 문제라는 식의 근거 없고 독단적인 주장으로서 공수처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며 대검이 무리한 주장을 하면서 발끈하는 것은 공수처 수사대상 범죄에 대해 자신들이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기존의 관성과 독단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공수처의 설치가 처음 주장된 것이 23년이 지났지만국회에 올라올 때마다 검찰 및 검찰에 사실상 장악된 법무부그리고 검찰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일부 검찰출신 정치인 및 정치세력에 가로막혀 번번히 좌절되어 왔다며 검찰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검찰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공수처 설치 다가오자 결국 드러난 검찰 본색

검찰개혁은 국민적 요구이며 개혁입법은 국회의 역할
자격 없는 검찰은 성찰의 자세로 스스로를 돌아봐야

공수처 설치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자 그간 독점적으로 행사해오던 권한의 축소를 용납하지 못하는 검찰의 방해와 반대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검찰은 여러차례 검찰개혁에 대해 국회의 결정을 받아들이겠다고 하면서 표면적으로는 공수처를 수용할 것처럼 발언해왔지만막상 공수처 설치 법안의 통과가 가시화되자 수정안의 일부 조항이 독소조항이라면서 공수처 설치에 반발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실상 검찰의 막강한 권력이 축소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조직 이기주의적 본색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국민적 요구인 공수처 설치에 검찰이 반발하는 것은 부적절함을 지적하며검찰권을 오남용해온 과거에 대해 먼저 성찰하고 반성할 것을 촉구한다.

대표적으로 검찰은 국회 4+1 협의체가 합의한 수정안의 24조 2항 다른 수사기관이 범죄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한 경우 그 사실을 즉시 수사처에 통보하여야 한다는 조항이 원안에 없이 새로 추가된 독소조항이라며 반발하고 있다그러나 이는 근거가 희박한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기존 패스트트랙 법안에서는 인지고소고발기관의 수사의뢰 등으로 공수처의 수사개시 단서가 규정되어 있고(백혜련 의원 안 23권은희 의원 안 21조 1), 권은희 의원 안은 공무원의 고위공직자범죄 등에 대한 고발의무를 규정하고 있다(21조 2). 또한 기존 백혜련 의원 안은 공수처장이 다른 수사기관의 중복수사에 대하여 이첩 요청시 다른 수사기관은 이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24). 이번 수정안은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등을 인지할 경우 이를 공수처에 즉시 통보할 의무를 추가한 것이다이는 공수처의 수사대상인 고위공직자범죄등에 대하여 공수처가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사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일 뿐만 아니라 대검 주장과 달리 오히려 중복수사 등의 폐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으며기존 패스트트랙 법안의 내용을 실질화하고 수사의 효율성과 공수처의 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한 것으로서 의미가 있다.

대검이 주장하는 과잉수사뭉개기 · 부실수사 주장은 자신들이 하면 문제 없고 공수처가 하면 중립성과 독립성 등에서 문제라는 식의 근거 없고 독단적인 주장으로서 공수처 흠집내기에 불과하다그럼에도 대검이 무리한 주장을 하면서 발끈하는 것은 공수처 수사대상 범죄에 대해 자신들이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기존의 관성과 독단에서 벗어나지 못한 행태에 다름 아니다절차적으로도 국회가 원안을 제출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수정안을 제출하는 것은 가능하고대검이 문제삼는 수정안의 내용 또한 기존 원안에 비추어 전혀 새롭다거나 법안의 내용을 완전히 변형하는 것도 아닌 만큼 현재 시점에서 수정안을 내는 것이 절차상 문제될 것도 아니다.

공수처의 설치가 처음 주장된 것이 23년이 지났지만국회에 올라올 때마다 검찰 및 검찰에 사실상 장악된 법무부그리고 검찰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일부 검찰출신 정치인 및 정치세력에 가로막혀 번번히 좌절되어 왔다그러나 검찰의 과도하게 집중된 권한 및 그 권한의 오남용이 반복되면서 국민들의 검찰개혁 요구는 도리어 계속 높아져왔고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기에 이르렀다공수처 설치와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검찰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검찰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광고
트위터페이스북

‘하노이 노딜’에 발목 잡히다

<2019 송년특집 ③> 북미관계
이광길 기자  |  gklee68@tongilnews.com
폰트키우기폰트줄이기프린트하기메일보내기
승인 2019.12.26  13:06:54
페이스북트위터
한반도 2019년은 연말 막판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합니다. 지난해 순항하는 듯한 북미관계가 올해 2월 말 하노이 정상회담에서의 결렬로 갸우뚱거리더니 그 여파로 한반도 정세가 일 년 내내 질곡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한마디로 북미관계가 막히자 남북관계를 비롯한 한반도 정세가 모두 경색된 해였습니다. 
북한이 ‘연말 시한’으로 미국에게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여의치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천명한 상황에서 이 며칠 안 남은 연말까지 한반도의 진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불허인 가운데, 통일뉴스는 <2019년 송년특집>으로 ①남북관계 ②북한 내부 ③북미관계 ④문재인 정부의 대북·대외정책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크리스마스 선물’은 없었다. 북한이 김정은-트럼프 관계는 물론이고 북미 간 대화 국면까지 파탄낼 수 있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며칠 남지 않은 연말까지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내놓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북한도 예고한대로 ‘새로운 길’을 갈 것이다.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확정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희망차게 시작한 2019년 북미관계가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지경으로 막을 내리게 된 근본원인은 2월 하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데 있다.        
0 ‘하노이 노딜’
  
▲ 2월 27일 북미 정상은 화기애애한 만찬을 진행했다. [사진출처-백악관]
2월 27일 오후 6시28분(이하 현지시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 시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에서 만났다. 지난해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 만이다.
김 위원장은 “모든 사람들이 반기는 훌륭한 결과가 만들어질 거라고 확신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회담도 첫 번째와 같거나 더 훌륭한 성공을 바란다”고 화답했다. 상봉과 환담, 비공개 단독회담, 친교만찬까지 화기애애한 2시간 20분을 보냈다. 
  
▲ 2월 28일 회담에 앞서 환담하는 북미 정상. [사진출처-백악관]
2월 28일 돌연 기류가 바뀌었다. 김 위원장은 “최종적으로는 좋은 결과 나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 다하겠다”고 의욕을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말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김 위원장과 북한에 관해 환상적인 성공을 거둘 것임을 알고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시작부터 여러 차례 말했듯 내게 속도가 중요하지는 않다. 나는 핵.로켓 실험을 하지 않은 데 대해 김 위원장에게 매우 감사한다”고 복선도 깔았다.
  
▲ 확대정상회담에 끼어든 볼턴 보좌관(맨 왼쪽). [사진출처-노동신문]
오전 11시55분 예정됐던 업무오찬이 열리지 않는 등 이상징후가 속속 포착됐다. 전날 만찬 자리에 끼지 못했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확대정상회담에 배석한 사실도 알려졌다. 회담은 오후 1시24분께 끝났고 두 정상은 각자 숙소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진행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오후 2시5분 예정됐던 공동성명 서명식도 취소됐다. 새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 작별 인사하는 북미 정상. [사진출처-노동신문]
트럼프 대통령은 오후 2시15분 숙소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본적으로 그들은 전반적인 제재 해제를 원했으나 우리는 그렇게 할 수 없었다”고 ‘노딜’ 이유를 설명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영변 핵시설 외에도 굉장히 규모가 큰 핵시설이 있다”면서 “미사일도 빠져 있고, 핵탄두 무기 체계가 빠져 있어서 우리가 합의를 못 했다. 목록 작성과 신고, 이런 것들을 합의하지 못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적인 결정에 앞서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날 밤부터 이날 회담 직전까지 계속된 하원의 ‘마이클 코언 청문회’를 강하게 비난했다. 코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견 직후 귀국길에 올랐다.
  
▲3월 1일 새벽 멜리아 호텔에서 기자회견하는 리용호 외무상. [TTXVN 동영상 캡쳐]
북한 측 리용호 외무상은 3월 1일 새벽 멜리아 호텔에서 회견을 열어 “우리는 현실적인 제안을 했다”고 반박했다. 
“미국이 유엔 제재의 일부, 즉 민수경제와 특히 인민생활에 지장을 주는 항목을 해제하면 우리는 영변지구의 플루토늄과 우라늄 포함한 모든 핵 물질 생산시설들을 미국 전문가의 입회 하에 두 나라 기술자들의 공동 작업으로 영구적으로 완전히 제거한단 것”이나, “미국 측은 영변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으며 따라서 미국이 우리 제안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는 것이다.
베트남 공식방문 일정을 소화한 김정은 위원장은 3월 2일 오후 동당역에서 전용열차에 올랐다. 60여 시간 걸리는 4,500km 길을 달려 3월 5일 평양에 도착했다. 10일 전 출발 때 품었을 기대와 달리 빈손 귀국이었다.
폼페이오 장관은 “몇 주 내 미국 협상팀의 방북”을 희망했으나, 북한 측은 문을 닫고 ‘총화’와 ‘검열’에 들어갔다.  
1차적 총화가 끝난 시점은 4월 1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보고를 통해 “자력갱생의 기치높이 사회주의 건설을 더욱 줄기차게 전진시켜 나감으로써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고 혈안이 되어 오판하는 적대세력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이틀 뒤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그 무슨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도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했다.      
책임 있는 인사들에 대한 문책도 이뤄졌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였던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사라졌고, 김영철 부위원장도 통일전선부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을 겨냥한 북한의 말과 행동이 거칠어졌다. 
권정근 외무성 미국 국장은 4월 18일 “폼페오가 회담에 관여하면 또 판이 지저분해지고 일이 꼬일 수 있다”고 비난했으며, 이틀 뒤 최선희 제1부상은 “멍청해 보인다”고 볼턴 보좌관을 저격했다. 5월4일부터 대구경 장거리방사포와 신형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본격 재개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남북미 선순환 접근법’의 붕괴였다. 검열에 시달리는 통전부 대신 외무성이 ‘남측 때리기’에 나서는 보기드문 일이 벌어졌다. 미국의 볼턴-폼페이오와 비슷하게 남측에서는 서훈 국정원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북한의 블랙리스트에 올라갔다는 얘기도 들려왔다. 5월께 남측 국정원과 북측 통전부 간 채널이 끊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관계에도 하노이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7월 초 일본이 전격 수출규제를 단행했다. 강제징용판결에 대한 불만을 누르고 있다가 한국의 입지가 좁아진 틈을 타 행동에 나선 것이다. 일본의 기습은 실패로 끝났지만,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하고 남북미 관계가 선순환했다면 애당초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0 판문점 회동과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들고오라’는 북한의 요구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냉랭했다. 
4월 22일 서울 정동 대사관저에서 외교부 출입기자단을 만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우리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할 때까지 제재 완화(sanctions relief)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하노이 노딜 이후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려던 ‘중간단계 구상’에 대해 “모른다”면서 “그게 제재완화를 지칭한다면 대답은 노(no)”라고 일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4월 24일 <CBS> 인터뷰에서 ‘경로변경’을 거론하더니 29일 <더힐> 주최 대담에서는 “우리가 북한에 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함에 따라 북한을 비핵화 할 또 다른 기회를 얻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북한을 자극했다. 
4월 30일 최선희 제1부상이 <조선중앙통신>과의 문답에서 “미국이 운운하는 이른바 ‘경로 변경’에 대해 말한다면 그것은 미국만의 특권이 아니며 마음만 먹으면 우리의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받아친 배경이다.  
대화의 물꼬는 양측이 공인한 김정은-트럼프 간 개인적 관계를 통해 트였다. 6월 29일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하는 동안 “김 위원장과 국경/DMZ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할 수도 있다”는 트윗을 올렸다. 
북한이 즉각 호응했다. 최선희 제1부상은 “매우 흥미로운 제안”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대로 분단의 선에서 조미 수뇌상봉이 성사된다면 두 수뇌분들 사이에 존재하고 있는 친분관계를 더욱 깊이하고 양국관계 진전에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6월 30일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넘어갔다가 남측 지역으로 내려오는 북미 정상. [자료사진-통일뉴스]
30일 오후 3시45분,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녘 땅을 밟은 첫 미국 대통령이 됐다. 판문점 남측 지역으로 내려온 두 정상은 문재인 대통령과 인사를 나눈 뒤 ‘자유의 집’에서 양자회동에 들어갔다. 50여분 회동을 마친 두 정상은 밝은 표정으로 나와 문 대통령과 포즈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의 주도 하에 앞으로 2~3주 동안 실무적인 작업이 진행될 것”이라며 “과연 (3차 북미 정상)회담이 가능할지 우리가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양측에서 실무 협상 대표를 선정해서 빠른 시일 내에 실무협상에 돌입하기로 한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2~3주 걸릴 것이라던 북미 실무협상은 스웨덴의 중재를 거쳐 석달 뒤에야 열렸다. 10월 4일 예비접촉, 10월 5일 실무협상 형식으로 스톡홀름 교외에서 북한 측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와 미국 측 비건 특별대표가 마주앉았으나 결과는 ‘결렬’이었다. 
김명길 대사는 협상이 끝나자마자 북한대사관 앞에서 준비된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이 옳은 계산법을 가지고 나옴으로써 조미 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리라는 기대감을 안고 협상에 왔”으나 “협상은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됐다”면서 “나는 이에 대해서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노이 노딜’을 되갚아주겠다는 결기가 엿보였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대표단의 앞선 논평이 오늘 8시간 반에 걸친 논의 내용과 정신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발끈했다. 미국은 ‘2주 후에 스톡홀름에서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의 제안을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스웨덴의 중재를 끝내 뿌리쳤다. 
김명길 대사는 11월 14일 담화를 통해 비건 특별대표가 스웨덴을 통해 12월 중에 만나자는 의사를 전해왔는데 “미국 측이 우리에게 제시할 해결책을 마련하였다면 그에 대해 우리에게 직접 설명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 닷새 뒤에는 “조미가 서로의 입장을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는 실정에서 스웨덴이 더 이상 조미대화 문제를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0 ‘크리스마스 선물’ 소동
10월 16일 김정은 위원장이 돌연 백마를 타고 백두산을 올랐다. 스톡홀름 실무협상 결렬을 선언한지 10일 만이자 ‘연말 시한’을 한달 반 앞둔 때였다. <노동신문>은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을 표명했다.
24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김정은-트럼프 간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조미 사이에 가로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길 바란다면서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은근히 압박을 가했다.
미국은 몇 가지 유화 조치를 통해 ‘북한 달래기’에 나섰다. 11월 13일 한국 방문 직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외교가 무엇인가를 필요로 한다면 우리는 군사연습 태세를 다소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연합공중훈련 강행을 규탄한 전날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의식한 것이다. 
나흘 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빨리 행동해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 곧 만나자!”고 재촉한 것. 
김계관 고문은 “나는 17일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을 보면서 새로운 조미 수뇌회담을 시사하는 의미로 해석하였다”면서도 “우리는 아무것도 돌려받지 못한 채 더 이상 미국대통령에게 자랑할 거리를 주지 않을 것이며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자기의 치적으로 자부하는 성과들에 해당한 값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받아쳤다. 
12월 들어 긴장 지수가 한층 높아졌다. 
3일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은 “우리는 지금까지 최대의 인내력을 발휘하여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중대조치들을 깨지 않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였다”면서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고 압박했다. ‘중대조치들’이란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 등을 말한다.
북한 국방과학원은 7일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중대한 시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 위성 발사에 활용되는 장거리 로켓 엔진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을 한 것으로 보였다. 
‘크리스마스 선물’이 ICBM이라는 관측이 부상하자, 미국도 바쁘게 움직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 한반도 정세가 엄중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 “(북미)대화의 모멘텀 유지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그 직후 백악관 출입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다.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다. 우리 둘다 이 방식을 유지하길 원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8일 트윗을 통해서는 “김정은은 너무 영리해서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잃을 게 너무 많다”며 “사실상 모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9일 김영철 부위원장은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받아쳤다. “놀라라고 하는 일인데 놀라지 않는다면 우리는 매우 안타까울 것”이라고 압박했다. 너무 나갔다 싶었는지, 그 직후 리수용 부위원장이 나서 “국무위원장의 심기를 점점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트럼프의 막말이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수위를 조절했다. 
미국도 유화 손짓을 보냈다. 일부 유럽연합(EU) 국가들이 요구한 10일 ‘북한 인권’ 관련 안보리 회의 소집을 거부하고, 11일 북한 핵.미사일 관련 회의를 열었다. 켈리 크래프트 대사는 미국이 유연성을 보일 준비가 되어 있으나, 북한 측도 위성 또는 ICBM 발사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제재 완화 결의초안을 안보리에 회람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4일 “2019년 12월 13일 22시 41분부터 48분까지 서해위성발사장에서는 중대한 시험이 또다시 진행되었다”면서 “믿음직한 전략적 핵전쟁 억제력을 더한층 강화하는데 적용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이 이날 담화를 통해 “첨예한 대결상황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적대세력들은 우리를 자극하는 그 어떤 언행도 삼가해야 연말을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별일 없이 연말을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비건 특별대표는 16일 서울에서 개최한 브리핑을 통해 “나는 북한과의 협상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여기에 있다”며 “북한 상대방에게 직접 이야기하겠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19일 예정에 없던 베이징을 방문했으나 북미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1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전화통화를 통해 상황의 엄중함을 공유했다. 전날 하원에서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태에서 북한 관련 상황관리에 나선 셈이다. 
관련국들의 지성이 통했을까. 북한은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지 않았다. 
0 2020년 남북미 모두의 ‘새로운 길’을 위해 
연말 시한이 닷새 남은 26일 현재, 미국이 ‘제재 완화’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셈법’을 내놓으리라 전망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조만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길’을 선포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길’은 ‘자력갱생’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 17일자 <노동신문>은 “자력부흥, 자력번영”이라는 표현을 썼다. 더 이상 제재 완화에 매달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경우 미국과의 핵 협상 필요성은 사라진다. 핵협상 중단은 필연적으로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 유예 철회로 이어질 것이다. 유예의 전제조건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이기 때문이다. 다만, 철회 선언을 한다고 즉각 장거리 미사일이 날아다닐 가능성도 높지는 않다. 
희망적인 관측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가 끝나고 선거전에 본격 돌입하는 내년 2월 또는 3월까지 기다린다면 북한에게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도 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국 국가이익센터 한반도 국장에 따르면, 탄핵의 족쇄에서 풀려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타협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협상 의지가 충만한 비건 특별대표가 국무부 부장관으로 승진했다. 찬성 90표 반대 3표라는 상원 인준 투표 결과에서 보듯, 의회와의 관계도 긴밀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내년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다면 장관 대행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 9월 10일 경질됐다. 후임자인 로버트 오브라이언 보좌관과 비건 부장관은 죽이 잘 맞는다는 평이다. ‘하노이 노딜’ 때의 두 가지 장애물인 △측근의 반대, △의회의 방해를 극복할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여전한 걸림돌은 지난 1월 31일 스탠포드대 강연에서 밝힌 비건 부장관의 대북접근법이다. 볼턴의 ‘리비아 모델’과 북.미 정상이 합의한 ‘싱가포르 공동성명’이 뒤섞인 안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인 까닭이다. 6월 19일 애틀랜틱카운슬 강연은 1월 말 강연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는 평이다. 지난 11일 뉴욕, 16일 서울에서 비건 부장관이 밝힌 ‘유연성’이 1월말 구상과 어떻게 다른지 불분명하다. 
북한도 생각해볼 점이 있다. 미국을 직접 상대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지 못한다면 다시 중재자를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그 주체가 남측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2020년에는 남북미 모두에게 이로운 ‘새로운 길’이 열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