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12일 월요일

"성철스님과 맞장 뜨려고 백련암 올라갔죠"


[이 사람, 10만인] 조계종 승적 박탈당한 명진 스님 ① 나를 찾는 길
17.06.13 09:28 | 글:김병기쪽지보내기|편집:장지혜쪽지보내기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 종교·문화·학술·시민사회계 원로 40여 명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명진 스님의 승적을 박탈한 조계종 총무원의 징계 조치를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를 계기로 명진 스님이 지나온 삶을 조명하는 3편의 글을 싣는다.[편집자말]
▲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이 지난해 11월 상원사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났을 때의 모습. ⓒ 정대희

'살불살조'(殺佛殺祖).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때 고승 임현 의현의 말인데, 부처님의 말씀조차 우리를 속박한다면 깨뜨려야 한다는 선의 정신을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절대 부정을 통해 절대 긍정을 추구하는 불교 정신의 진수인데, 그 어떤 고정관념에 갇히지 않고 자유를 추구해나가야 한다는 가르침이다. 

여기 조계종 승적을 박탈당한 한 승려가 있다. 명진 봉은사 전 주지. 그동안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비판했다는 게 주된 이유 중의 하나이다. 조계종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것이다. 총무원은 2015년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 언론'(종단을 해치는 언론)으로 규정하고 출입, 광고 금지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쓴소리에 귀를 막은 자승 총무원에게 살불살조의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파사현정'(破邪顯正). 

'그릇된 것을 깨야 바른 것이 드러난다'는 불교 용어다. 남을 깊이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는 자비의 정신은 무작정 대상을 품는 게 아니다. 명진 스님은 "힘없고, 탄압받고, 차별받는 생명에는 하염없이 측은지심을 품지만, 그릇된 것을 보았을 때에는 죽비나 심지어 목탁으로 머리를 세게 내리쳐서 깨뜨려야 하는 게 자비심의 진수"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 때 그가 그랬다. 그는 무도한 정권의 등짝을 서슬 퍼런 죽비로 내리쳤다. 자승 총무원장은 이명박 씨가 대통령 후보로 뛰었을 때, '747 불교지원단' 상임고문으로 도왔지만 그는 달랐다. 선거운동 때 이 후보가 인사 차 봉은사에 오겠다고 제안했을 때도 거절했다. 당선된 뒤에도 "이명박 정권은 파렴치, 몰염치, 후안무치한 삼치정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그는 정권에게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당시 집권 여당 대표 안상수 씨의 '강남 좌파 스님을 내쫓아야 한다'는 발언이 공개됐다. 국정원도 그를 사찰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결국 자승 총무원장은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만들어 새 주지 임명을 강행했다. 그는 주지를 내려놓고 혼자 걸망을 지고 봉은사를 나왔다.    
      
자승 총무원이 지난 4월 조계종 승적을 박탈한 명진 스님(전 봉은사 주지)을 최근 몇 번 만났다. 지난 5월 부처님 오신 날에 월악산 보광암에서 1박2일을 함께하면서 소쩍새와 휘파람새가 우는 늦은 밤까지 인터뷰를 했다.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원 이상씩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10만인클럽 회원인 그는 최근 오마이뉴스 서교동 마당집을 방문하기도 했다. 

지금부터 써내갈 세 편의 글은 최근 만남의 대화 내용이자, '살불살조' '파사현정'을 향해 끊임없이 정진해온 한 승려의 치열했던 삶의 기록이다. 출가한 지 43년만에 조계종 승적을 빼앗긴 삶의 한 자락을 잠시 들춰본 뒤에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자승 총무원은 그의 승복을 벗길 자격이 있는가?'
              
다음은 최근 인터뷰와 그의 저서 '스님은 사춘기'(이솔 출판)의 내용을 재구성 한 글이다. 

[어린 시절] 자살, 폭력... 그리고 물음
▲ 명진 스님의 중학교 시절 사진. ⓒ 명진 스님

"무덤을 덮고 있던 붉은 흙, 이게 뭐지 하며 서 있던 나." 

그의 기억은 6살 때부터이다. 아버지의 외도를 견디지 못해 목숨을 끊었던 어머니의 장례식 장면, 잊을 수 없단다. 그 뒤 새어머니가 왔지만 불화의 연속이었다. 

초등학교 때 돈을 훔치지 않았는데 훔쳤다며 그를 때리는 아버지를 홧김에 축대 위에서 발로 밀어낸 뒤 마포대교 밑 한강 벼랑천에서 뛰어내렸다. 첫 자살시도였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모래 배가 그를 살렸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초등학교를 6번이나 옮겨 다녔다. 새 학교에 갔을 때마다 그는 제일 먼저 '학교 짱'과 악착같이 싸웠다. 그래야 그 뒤가 편했다. 

잠시 외가댁에 의탁했을 때 외할머니는 "너희 에미는 너희 애비 때문에 죽었다. 크면 꼭 에미 원수를 갚아야 한다"고 말했다. 친할머니와 함께 있을 때에는 항상 "쯔쯧, 독한 것, 저런 어린 것들을 놔두고 죽어?"라는 말을 들었다. 

그는 '스님은 사춘기'라는 책에서도 당시 심정을 이렇게 적었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자란 내 마음 속엔 '어머니는 자식을 두고 죽은 독한 사람, 아버지는 커서 원수를 갚아야 할 사람'이 되어 버렸다."(14쪽

'왜 나만 불행할까?' '왜 세상은 공평하지 않나?' 유년 시절 그의 뇌리에 각인된 피해의식이었다. 그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사고란 사고는 죄다 치고 다녔다"면서 "초등학교 4~5학년 때에는 고무줄 총을 만들어서 전등을 깨고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방황하던 그는 대학교에서 국문학과를 전공한 큰외삼촌 댁 책장에 꽂혀있던 책속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좁은문>, <전쟁과 평화> <까르마초프의 형제들> 같은 세계문학전집을 비롯해서 심훈의 <상록수>, <무영탑> 같은 책들을 미친 듯이 읽었다. 그 때만은 불안하고 거칠었던 마음이 가라앉고 안정이 되었다. 

분노의 질주

하지만 중학교 때에도 세상을 향한 분노와 저주는 가시지 않았다. 작은 말썽을 일으켰는데 감정적으로 뺨을 때리는 선생님에 맞서기도 했다. 당진에서 서울로 전학을 온 뒤 2학년 때에는 외가댁이 있는 충청도로 전학을 갔다. 외가댁은 부자였지만 차마 '학비를 내달라'고 말할 수 없었단다. 그해 늦가을 학교 뒷산에 올라가 수면제 20알을 먹었다. 두 번째 자살 시도였다. 다행히 새벽 산책을 나온 마을 사람에게 발견돼 위세척을 한 뒤에 간신히 살았다.  

공부할 새도 없이 쏘다녔던 그는 운(?)이 좋았다. 당시 돈 없는 가정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다니던 서울공고 토목과에 합격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철조망 클럽', '레인보우클럽', '청마클럽'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조직을 만들어서 패싸움을 했다. 당시 광화문 교원회관 지하 영다방과 을지로 킬리만자로 음악 다방을 주로 다녔는데 가끔 DJ를 맡은 형이 바쁠 때는 대신 DJ를 보기도 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짤짜리'(동전 따먹기)하고 담배연기 자욱했던 다방에서도 인기가 좋았죠. 하-하-하." 

[청년기] 그의 머리를 내리친 '벼락 질문'
▲ 명진 스님의 고등학교 시절의 모습. 왼쪽으로부터 두번째이다. ⓒ 명진스님

그는 이렇듯 "아무런 희망도 없이 문제아처럼 살았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여름방학 때 사촌형님의 소개로 무주구천동의 관음사에 들어갔다. 사촌형님은 '그냥 놔두면 사람 버리겠다'고 생각했는지 "대학에 들어가면 등록금을 내주겠다"고 설득해 마지못해 떠난 길이었다. 그런데 우연한 인연, 그곳에서 한 스님과의 하루 밤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그는 자기에게 말도 걸지 않고 면벽수행만 하다가 저녁 9시에 목침을 베고 누운 스님이 심상치 않았단다. 당시 그의 표현을 빌면 '센 놈'같아 보였단다. 이런 상대와는 한 번 붙어봐야 직성이 풀렸다. 

"스님은 왜 출가를 하셨냐고 물었더니, 대뜸 '학생은 뭐 때문에 절에 왔냐'고 되묻더라고요. 그래서 대학입시 준비하러 왔다고 말했더니, 대학은 왜 가냐고 또 묻더라고요. 좋은 데 취직해서 잘 살려고 한다고 했더니, '그 다음에는 어떻게 되느냐'고 묻기에 '그렇게 살다 죽는 거죠'라고 답했죠. 그러자 그 스님은 '그렇게 살다 죽으려고 공부하냐'고 또 묻더군요. 

말문이 막혔습니다. 잠깐 있다가 스님이 '학생'이라고 불러서 '예'라고 대답을 하니 '무엇이 예라고 대답했소? 예라고 대답한 놈이 뭐요?'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모르겠다'고 대답을 하니 스님은 '자기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영어를 공부하고 수학을 공부해서 대학가고 취직하고 결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말하더군요."

그는 벼락을 맞은 느낌이었다고 했다. '대체 나는 누구인가?'

출가하려고 보따리를 쌌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고등학교 졸업장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마지막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서 6개월 뒤인 1969년 2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나섰다. 한 때 출가한 적 있었던 사촌형님은 해인사 백련암의 성철 스님에게 소개장을 써 주었다.           

[행자 생활] "무명 번뇌를 자를 보검을 구하러 왔습니다"
▲ 명진스님의 젊은 시절 모습. ⓒ 명진스님

"행자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시건방이 하늘을 찔렀죠. 무슨 취직을 하러가는 것도 아니었기에 일주문 앞에서 소개장을 찢어버렸습니다. 백련암으로 곧장 가지 않고 해인사에서 행자생활을 했어요. 학생 시절 몸에 배인 성깔이 어디 가겠습니까? 가장 센 놈과 붙어야 한다는 근성이죠. '성철스님과 맞장을 뜨겠다'고 결심하고 백련암으로 올라갔죠."

행자생활을 시작한 지 보름 밖에 안 됐을 때였다. 당시 성철 스님은 불교계를 통틀어서 큰 스님으로 추앙을 받았다. 

"이등병도 아닌 훈련병이 육군 참모총장과 맞짱을 뜨려고 덤비는 꼴이었지요. 하-하."

스무 살 청년이었던 그는 구정물이 잔뜩 배인 작업복을 입고 성철 스님에게 삼배를 올린 뒤 이렇게 말했단다. 

"무명번뇌를 자를 보검을 구하러 왔습니다."
"하, 이놈 우낀 놈이네. 건방진 놈. 너, 그렇게 말하는 거 어디서 배웠노?"
    
그는 성철 스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서 3시간동안 절에 들어오기까지의 과거를 이야기하다가 다시 해인사로 내려왔다. 

"내려오자마자 저녁 공양을 준비하려는데 원주 스님이 달려와서 '보따리를 싸라'고 하더라고요. 성철 스님이 빨리 끌고 오라고 지시했다는 겁니다. 성철 스님의 상좌가 되려고 줄을 서던 시절인데, 암자에서 내려온 지 10분도 안돼서 스카우트가 된 거죠. 하-하." 

나를 찾는 길

성철 스님 밑에서의 행자 생활은 혹독했다. 경전 공부 때문이었다. 점심을 먹고 난 뒤에 잠시라도 졸 틈을 주지 않았다. 한번은 매를 피해 도망갔다가 돌아오니 성철 스님은 그가 누웠던 자리를 곡괭이로 파놓았단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피웠던 담배도 그 때 끊었다. 

"백련암 관음전 뒤쪽에서 일꾼들에게 빌린 담배를 피다가 걸렸어요. 그때 저는 되레 '법당에서 피는 향과 담배 향이 뭐가 다르냐'고 대들었죠. 엄청나게 혼이 났습니다. 3천배를 한 뒤에 담배를 끊었죠." 

당시 승려들은 행자 생활을 3년 정도 해야 '계'를 받았다. 성철 스님은 청년 명진이 행자로 있은 지 1년도 안됐는데, 계를 주기로 결정하고 '원일'이라는 법명도 지어줬다. 그는 5일 뒤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추앙받던 큰 스님의 제자가 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대부분의 승려들이 받고 싶어 하는 '훈장'과 같았다.  

"사실 당시 저와는 맞지 않았어요. 스님은 계속 경전을 보라고 했는데, 저는 경전을 보려고 중이 된 게 아니었거든요. 나를 찾고 내가 무엇인가에 대한 깨달음을 구하러 온 거였어요. 게다가 경전을 보려면 당시 일본에서 번역한 책이 많아서인지 일본어 공부를 하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달마대사가 일본어 공부를 했습니까? 육조스님이 일본어를 공부했습니까? 저는 싫습니다'라고 했죠. 그러다 동안거 해제하는 날, 새벽에 보따리 싸서 나왔습니다."

그 뒤에도 그는 '나를 찾는 길'을 멈추지 않았다. 성철 스님과 쌍벽을 이뤘던 전강 스님의 문하에 들어가려고 용주사에 갔다가 헛걸음을 했고, 영주 부석사 비로봉 밑에서 공부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다가 몸에 병이 들기도 했다. 

"그 때 사촌 형이 몇 번 연락이 왔어요. 성철 큰 스님이 '빨리 너를 데리고 오라고 호통을 치고 있다'고. 그런데 얼마 뒤인 1971년 1월에 신체검사 통지서를 받고 군대에 입대했습니다."

그는 성철 큰 스님이 행자 시절에 직접 찍어준 자기 사진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 성철 큰 스님이 명진 스님의 행자 시절에 직접 찍어준 사진. ⓒ 명진

*2편에는 명진 스님이 '운동권 스님'으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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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하림의 편법증여 부당승계 조사하라.

[칼럼]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정의로운 결과를 보고싶다.
임두만 | 2017-06-13 08:42:06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1978년 육계를 기르던 전라북도 익산의 황등농장에서 출발, 대한민국 대표 식품기업이 된 (주)하림은 닭고기 생산 가공업체에서 창립 39년 만에 국내 닭·돼지고기 시장 1위 기업이 되었다. 그리고 이 하림을 모기업으로 한 하림그룹은 자산규모 10조 계열사 58곳을 거느린 대기업집단(재벌)으로 성장했다. 정부는 지난 5월 하림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현재 하림그룹은 자사 홈페이지에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대표기업. 하림은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던 농업을 2.3차 산업으로 확장하고 식품산업을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발전시켰다.”고 자랑한다. 또 이 같은 자랑과 함께 “글로벌 시대에 대한민국 식품기업의 대표기업을 넘어 글로벌생산성 1위에 도전하고 있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아울러 이 회사 창업주인 김홍국 회장(60)은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전북 익산에 2019년까지 6,000억 원을 투자해 간편식 공장과 천연 조미료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통해 사료나 육가공 사업 위주에서 벗어나 글로벌 종합식품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미래의 글로벌 식품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하림그룹은 편법증여 등 기존 재벌그룹들의 부당한 2세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음이 드러나 지탄을 받고 있다. 이에 여당과 공정위는 김 회장의 편법승계 의혹을 조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나오고 있는 여러 보도를 종합하면 김 회장의 장남 김준영(25)씨는 20세이던 2012년, 부친인 김 회장으로부터 하림그룹의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회사 올품(당시 한국썸벧판매) 지분 100%를 물려받았다. 이때 김준영씨가 낸 세금은 증여세 1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자산규모 10조 원대 그룹의 지배주주사인 올품은 비상장사인 탓에 증여세가 100억여 원에 그친 것이다. 그리고 이마저도 유상감자 방식을 통해 사실상 회사가 대납해줬다는 의혹도 있다. 사실이라면 김준영씨는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자산규모 10조원 대에 58개 계열사를 갖고 있는 하림그룹을 물려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공정위는 준영씨가 ‘올품→한국썸벧→제일홀딩스→하림’으로 이어지는 고리를 통해 하림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삼성그룹 부회장인 이재용씨가 삼성그룹 지배력을 확보했던 과정이나 현대기아차 정의선 부회장이 갔던 길을 답습한 것이 된다.
   
1995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은 당시 27세이던 외아들 재용씨에게 60억 8,000만 원을 증여했다. 이 과정에서 재용씨가 낸 세금은 증여세 16억 원이다. 이후 재용씨는 세금을 내고 남은 43억 2천만 원으로 삼성그룹 비상장 계열사인 에스원 주식 12만여 주를 23억 원에,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47만주를 19억 원에 매입했다. 그리고 삼성그룹은 재용씨가 이들 회사 주식을 매입하자 이 두 회사를 상장시킨다. 재용씨는 합법적으로 보유 주식을 시장에 매각, 605억 원을 챙겼다. 당시 시세 차익만 563억 원이었다.
   
다시 이 자금은 재용씨가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저가로 구입하는 데 사용되었다. 1996년 10월 30일 에버랜드 이사회는 주당 8만 5천 원대인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주당 7,700원에 125만 4천여 주(96억 원) 발행하기로 결의한다. 당시 이는 에버랜드 지분 62.5%에 해당하는 대규모다.

그리고 두달 후인 1996년 12월 3일 이건희 회장 등 개인 주주와 삼성전자, 제일모직, 중앙일보, 삼성물산 등 법인 주주들은 이 전환사채 배정을 포기한다. 이에 에버랜드 이사회는 이재용 남매에게 실권주 125만 4천주를 배정하는데 이때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대거 사들인 이재용씨는 이를 주식으로 교환해 에버랜드의 최대 주주로 등극한다.
   
이윽고 1998년, 이재용이 대주주인 에버랜드는 삼성 계열사의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비상장사 삼성생명의 주식을 9천원에 구입하면서 삼성그룹의 지주회사격이 되었고, 이재용은 비로소 삼성그룹 지배권을 확보하게 된다. 편법증여와 부당행위를 통한 대기업집단 지배권 승계 방식은 이처럼 행사되었다.
   
이에 2000년 6월 29일 법학교수 43명이 나서 이건희 회장 등 33명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의‘업무상 배임죄’(형법 356조) 혐의로 고발했다. 이른바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배정 사건이다. 하지만 결과는 특검까지 동원되고 10년 가까이 걸친 지난한 재판을 거친 끝에 2009년 5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무죄로 판결하므로 아무도 죄값을 치르지 않고 종결되었다.
   
다만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가 주당 9천 원에 대량 구입, 삼성그룹 지배주주사가 되었던 그 9천 원짜리 주식을 사재를 출연한다며 주당 70만 원이라고 주장, 8개월 뒤 400만 주(28조 원)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발표히므로 국민들의 지탄을 피해가려고 했다.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의 아들 정의선 부회장 사례도 비슷하다. 지난 2001년 당시 정의선 사장은 현대-기아차 그룹의 물류전문회사인 현대글로비스 비상장 주식을 주당 500원(액면가)씩에 11,954,460주를 매입하면서 총 5,977,230,000원을 투자했다. 그런데 글로비스는 상장 당일 종가만 주당 48,950원으로, 정 사장 지분의 시가총액은 상장당일에만 총 5,852억 원에 이르렀다.
   
그리고 정의선이 2001년 투자한 59억여 원은 15년 뒤인 2015년 1조 원 대의 현금을 확보하고도 2조 원 대의 주식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난다. 가히 일반인은 꿈도 꿀 수 없는 요술을 부린 것이다.

2015년 2월 15일 한겨레는 현대글로비스와 이노션 지분 매각을 통해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1조 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쥐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322만 2170주를 팔아 8,055억 4,300만 원을 챙겼다. 또 이 같은 대규모 지분 매각에도 정 부회장은 여전히 현대글로비스(23.3%)와 이노션(10.0%)의 주식 보유자며 가치는 2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림의 부당승계, 불법증여 의혹은 바로 이 같은 전례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래서는 안 된다. 이를 시정하기 위해 여권과 공정위가 본격 조사에 나선다는데 말로만 조사가 아니라 실제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이 같은 불법 부당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8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하림의 일감몰아주기를 문제삼았다.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지난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하림이)편법증여에 의한 몸집 불리기 방식으로 25살의 아들에게 그룹을 물려줬다”고 정조준했다. 공정거래위도 하림의 승계지원·사익편취 여부 등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공정위는 “하림의 지분 승계과정 여러가지 내용을 검토해야 하는데 세금문제는 국세청 관할이지만 승계 지원부분·사익 편취는 검토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하림 관계자는 “증여는 자산이 3조 5천억 원대 규모였던 2012년에 이뤄진 것인데 그동안 팬오션 인수 등으로 기업 규모가 갑자기 커졌다”며 “편법 증여라는 지적은 억울하며 수직계열화 사업 구조상 내부거래가 많았을 뿐 일감 몰아주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래서다. 지금이야말로 공정위는 제대로 일을 해야 한다.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으로 지정되면 계열사 간 상호출자, 신규순환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되는 등 규제를 받는다. 이와 함께 기업집단 현황공시, 대규모 내부거래 이사회 의결 등 공시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공정위는 하림이 이런 규제와 의무를 충실히 수행하는지 조사해야 한다.
   
또 성장과정이 석연치않은 올폼은 더욱 깊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올폼과 한국썸벧의 매출은 준영씨에게 증여되기 전인 2011년 709억 원, 2012년 861억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증여 이후 2013년 3464억 원, 2014년 3470억 원, 2015년 3713억 원, 2016년 4160억 원 등 4년간 무려 1조 4807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계열사 부당 밀어주기가 아니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하림의 지주회사인 제일홀딩스의 상장이 완료되면 준영씨는 더욱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된다. 다시 말하지만 또 다른 이재용, 또 다른 정의선이 나타나면서 ‘헬조선’이라 신음하는 젊은이들에게 낙심을 하게 하면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기회는 평등해야 합니다. 가난하다고. 백이 없다고. 자란 환경이 다르다고. 기회를 박탈당해서는 안 됩니다. 과정은 공정해야 합니다. 가난하다고. 백이 없다고. 자란환경이 다르다고. 과정에 불이익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결과는 정의로와야 합니다. 가난하다고. 백이 없다고. 자란환경이 다르다고. 결과에 대한 보상이 다르면 안 됩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대선에서는 이 내용은 더욱 간결하게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주장하고, 이를 취임사에서도 강조했다. 공정위는 문 대통령의 신념인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정의로운 결과를 하림의 공정조사를 통해 현실화 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야당, 특히 국민의당은 김상조 공정위원장 취임을 더 이상 늦추게 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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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성욕은 동물보다 강하다?

양형호 2017. 06. 12
조회수 3543 추천수 0
곤충 유혹 위해 잎이 꽃으로 변신, 잎 벌려 꽃 두드러지게 만들기도
수정 마치면 고개 숙이는 산수국 꽃, 다른 꽃에 수정 기회 넘겨
      
IMG_8073.jpg» 긴꼬리제비나비 애벌레. 새싹으로 곤충을 배불리 먹인 뒤 식물은 자신의 짝짓기에 바빠진다.

봄이 되어 숲의 나무마다 맛있는 어린 새싹을 내어 애벌레를 오동통하게 키울 무렵, 숲에는 짝을 찾는 새들의 다양한 구애 소리로 한바탕 시끄러워진다. 그렇게 숲 속 새들의 ‘결혼 시즌Ⅰ’이 시끌벅적하게 끝나면 애벌레와 새를 먹여 살리느라 고생한 나무의 ‘결혼 시즌Ⅱ’가 시작된다.

1432772436588.jpg» 화분 안에 둥지를 튼 박새 가족.

20170518_090246.jpg» 화분 안에 둥지를 튼 노랑할미새.

BJ7I1183.jpg» 딱새 둥지에 탁란한 뻐꾸기.
        
식물이나 동물이나 살아가면서 가장 멋있고 아름다운 때는 종 번식을 위한 결혼 적령기이다. 아래 사진의 원앙도 짝짓기 철 혼인 깃이 가장 아름다워 보인다. 원앙이 화려한 색을 띠는 이유는 자신의 화려한 깃으로 건강미를 과시해 원하는 짝을 얻기 위해서이다.

IMG_4469.jpg» 화려한 혼인 깃으로 장식한 원앙 수컷.

덜 알려진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새끼를 기를 때 매와 같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이 먼저 눈에 띄어 희생함으로써 아기 새와 엄마 원앙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원앙은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새끼나 둥지가 노출될 위협을 느끼면 날개가 부러지거나 다친 척해서 천적을 유인하는 의태 연기가 아주 뛰어난 새 중 하나다. 

그러고 보면 자식 사랑은 사람이나 새나 모두 같은 것 같다. 시간이 지나 새끼 원앙이 독립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면 수컷 원앙의 혼인색도 암컷과 비슷한 색으로 변하게 된다. 더는 천적에게 위험하게 노출되는 화려한 깃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결혼 폐백상을 장식하는 목각으로 만든 다정한 새 한 쌍은 많은 이가 원앙으로 알지만 잘못된 상식이다. 원앙은 일부다처제이기 때문에 폐백상에 적합하지 않다. 폐백상에 오르는 새는 평생 한 배우자하고만 살아가는 기러기 부부이다.
      
고등식물이나 동물들은 언제 변할지 모르는 다양한 환경과 장애를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도록 자손에 변화된 유전자를 남기려 한다. 이를 위해 유전자가 서로 다른 암수가 짝짓기와 수분을 통한 수정으로 새로운 유전자 조합의 2세를 탄생시키는 진화를 이룩했다.
      
식물은 동물의 성기 같은 기능을 하는 암꽃과 수꽃을 만들어 수분하는데, 식물은 동물과 달리 스스로 이동할 수 없어 꽃가루를 이동시켜 주는 다양한 매개체를 이용해 배우체를 만나 수분한다. 꽃가루를 이동시켜 주는 매개체에 따라 바람을 이용하는 풍매화, 물을 이용하는 수매화, 곤충을 이용하는 충매화, 새를 이용하는 조매화가 있고 때론 동물을 이용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주로 곤충을 이용하는 충매화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하자.
      
IMG_8625.jpg» 개다래 꽃.
 
위 사진은 숲 가장자리 길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덩굴성 나무인 개다래의 꽃이다. 개다래는 자신의 꽃을 먹는 곤충 등쌀에 꽃을 보호하기 위해 꽃을 잎 뒤에 숨기는 전략을 세웠는데, 정작 결혼을 시켜 줄 곤충까지 꽃을 찾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하게 되었다.
      
IMG_7046.jpg» 꽃이 피면 개다래의 잎이 희게 변색돼 곤충의 눈길을 끈다.
  
그래서 개다래는 꽃 피는 시절이 되면 자신을 결혼시켜 줄 곤충을 불러 모으기 위해 잎의 일부를 꽃처럼 화려하게 변장하는 방법을 찾게 되었다. 이렇게 잎을 꽃처럼 위장해서 곤충들을 유혹한 뒤 수정이 끝나 본연의 임무들 마치면 잎은 다시 광합성 작용을 위해 초록색으로 돌아간다.

IMG_9202.jpg» 개화기에 붉게 물든 쥐다래의 잎.

개다래와 같은 속인 쥐다래는 개다래보다 더 화려한 분홍색으로 잎을 물들여 자신을 결혼시켜 줄 곤충을 유혹한다.

qor.jpg» 백당나무.
   
백당나무 꽃에서 우리가 얼핏 꽃으로 생각하는 부위는 사실 꽃이 아니다. 커다랗게 보이는 꽃 안쪽에 있는 작은 꽃이 열매가 맺는 진짜 꽃이고 밖에 보이는 하얀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멀리서도 곤충을 유혹할 수 있게 꽃을 크게 보이게 만드는 헛꽃이다.

IMG_6247.jpg» 불두화.

꽃 욕심 많은 사람이 백당화의 꽃을 더 화려하게 보기 위해 열매가 맺는 진짜 꽃을 없애고 헛꽃만 피우게 육종했다. 그렇게 만든 꽃이 불두화이다. 불두화는 꿀이 들어있는 진짜 꽃이 없기 때문에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이 찾아오지 않는다. 사찰 주변에는 불두화처럼 꿀이나 향기가 없어 곤충이 찾지 않는 식물을 심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수양하는 스님이 꽃에 찾아오는 벌이나 나비를 보고 마음이 흔들릴까 걱정되어서라는데,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일 수도 있다.

IMG_4742.jpg» 산수국.
 
여름이면 산 계곡 주변에서 다양한 색으로 아름답게 꽃을 피우는 산수국을 볼 수 있다. 산수국도 결혼할 시기가 되면 아름답고 아주 커다랗게 보이는 꽃이 피는데, 백당화처럼 열매를 맺는 유성화와 꽃을 화려하게만 하는 무성화를 피운다.

IMG_9808.jpg» 뒤집힌 산수국 헛꽃.
  
그런데 산수국은 특이하게도 수정이 되면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꽃처럼 화려한 색으로 치장했던 무성화가 신기하게도 본연의 임무를 마친 듯 화려한 색을 빼고 뒤로 벌러덩 뒤집히는 특징이 있다. 수정을 마친 꽃은 이제 열매 맺는 데 집중하고, 아직 미수정인 꽃에게 기회를 넘기는 것 같다.
  
20170601_123049.jpg» 흰 꽃처럼 보이는 산딸나무 총포.
  
사진에 보이는 산딸나무는 공처럼 보이는 곳에 작은 성냥개비처럼 붙어 있는 게 진짜 꽃이다. 꽃이 작은 산딸나무는 총포를 하얗고 큰 꽃처럼 만들어 곤충들을 유혹하는 전략을 가졌다.

IMG_4407.jpg» 곤충들 눈에 잘 띄게 잎 사이로 꽃을 들어 올린 피나무.
 
잎이 아름다운 하트 모양인 피나무는 결혼할 때가 되면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잎 아래에 달린 꽃대를 잎 사이로 들어올려 꽃을 피우는 결혼 전략을 쓴다.
      
IMG_8936.jpg» 곤충들에게 꽃을 잘 보이기 위해 잎을 벌린 찰피나무.
  
위 사진에서 한 아름 화려하게 피어 있는 것은 찰피나무의 꽃이다. 찰피나무는 곤충을 유혹하기 위해 강한 꽃향기와 함께 곤충이 꽃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잎을 좌우로 벌려 꽃이 잘 보이게 하는 전략을 편다. 결혼할 때는 잎을 펼쳐 광합성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곤충에게 자신의 가장 중요한 부위를 지퍼를 열 듯 보여 줘 유혹하는 것이다.
      
이처럼 식물은 자신의 2세를 만들기 위한 온갖 수단을 써 곤충을 유혹한다. 어쩌면 식물의 성욕은 동물보다 강한지도 모른다. 
   
■ 참고문헌:

이경준. 1993 수목생리학
남효창. 2008 나무와 숲
강혜순. 2002 꽃의 제국
이나가키 히데히로. 2006 풀들의 전략

글·사진 양형호/ 국립수목원 전시교육과 현장전문가
 

"개성공단 재가동 전면 재검토 논의 시작되어야"

(추가)개성공단비대위 등,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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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2  18:4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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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5공동선언 17주년을 맞아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와 국회 조배숙 의원실 주최로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면중단 1년을 훌쩍 넘긴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공론의 장에 부쳐졌다.

"개성공단 전면중단 결정이 득은 작고 실이 매우 컸다면 이제라도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고 공단재개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6.15공동선언 발표 17주년을 앞두고 12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개성공단,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토론회에서 신한용 개성공단기업비상대책위원회(개성공단비대위) 위원장은 피해기업의 생존대책과 함께 공단재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신 위원장은 "개성공단은 6.15공동선언의 상징, 옥동자와도 같은 사업이었다"며, "작년 2월, 남북경협의 3대 사업인 개성공단마저 닫히면서 남북관계는 수십 년 전으로 퇴보했고 6.15공동선언은 휴지조각이 되어 버렸으며, 그 결과는 군사.안보적으로 첨예한 갈등만 남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성공단은 해외공단에 비해 원.부자재를 모두 국내에서 조달받기 때문에 국내공단과 비슷한 고용 및 내수 진작 등의 연관효과를 낸다"며, 2015년 123개 개성공단 입주기업이 5,000여개 국내 협력업체와 거래하면서 8만여 명에 달하는 국내 근로자를 고용했다는 개성공단기업협회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개성공단을 재개하게 되면 북한 뿐만 아니라 국내 8만여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조배숙 의원(국민의당)은 개회사에서 "개성공단 재개는 문재인 정부가 남북경협 재개와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풀어가는 첫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라면서 '조속한 재개'와 '재개 신중론' 사이에서 지혜를 모을 것을 당부했다.

이날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재개의 단계적 접근방안'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에서  "전면중단된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재개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것 같다"며, "답답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일반적 인식과 달리 개성공단과 북핵은 별 상관이 없다.  북핵 현안이 없었던 김대중 정부때 공단에 합의하고 노무현 정부때 첫 상품을 출시했으며, 북핵이 악화된 이명박 정부에서도 지속되었는데 유독 박근혜 정부 들어와 북한의 4차 핵실험을 문제삼아 전면중단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에 따르면, 공단 재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은 지난달 24일 통일부에서 "민간교류 등 남북관계 주요 사안들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틀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유연하게 검토"한다는 것 정도가 공개된 수준이지만 국정개혁자문회의 등을 통해 공단재개에는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개성공단내 차량 등 기본 설비에 대해 점검을 하고 있는 등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업들이 개성공단으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서는 기존에 지원받은 고정.유동자산 지원금, 약 5,000억원을 상환하고 장기간 전력이 공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단내 시설물 복구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며, 다양한 중복투자 부담이 발생하기 때문에 적지않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 교수는 올해 개성공단 재가동 여건 및 분위기 조성을 위한 1단계에 이어 당국간의 대화 및 초보적인 재가동이 이루어지는 2단계를 거쳐, 오는 2019년부터 전면 재가동 및 확대발전하는 개성공단  3단계 재가동 추진방안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올해 8.15 경축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단 재개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하고 기업들과 함께 시설점검을 추진해야 하며, 내년 신년사 등에서 당국간 대화와 생산활동이 가능한 기업부터 재가동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출발선에서는 개성공단 재개를 북핵과 분리하고 개성공단 2단계 사업이나 신규 입주 등 3단계 이후 확대 국면에서는 비핵화 회담 등과 연계해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신한용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개성공단 전면중단 문제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와 공단재개를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개성공단 재개와 관련해 가장 큰 변수로 꼽히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에 대해서는 법무법인 태평양의 유욱, 김세진 변호사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개성공단 제재 가능성에 대한 법적 검토' 주제발표에서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와 미국의 독자결의를 분리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발표했다.

먼저 "유엔안보리 결의의 경우 가장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 조항은 북한 지역내에 남한의 상업은행을 개설하거나 북한과의 교역을 위해 금융지원을 금지하는 조항"인데, 제재결의 전에 개설된 개성공단 우리은행은 예외가 되어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현재 운용하고 있는 남북경협보험은 '북한과의 교역을 위한 금융지원'이 아니라 예외규정인 유엔결의 제2321호의 제47조와 48조에 따라 '한반도 평화정착과 경제협력을 위한 것'임을 강조하여  제재위원회의 개별승인을 얻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유 변호사는 미국의 독자적 제재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긴 하지만 미국의 관할권이 미치는 지역에 한정되어 적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개성공단 재개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
이날 토론회는 고유환 동국대 교수의 사회로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연구소장, 고주룡 MBC 통일방송연구소장, 이주성 월드비전 북한사업팀 팀장, 이종덕 개성공단기업협회 부회장이 토론자로 나섰다.
한편, 이날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별도의 ‘개성공단기업 피해복구 및 경영정상화 긴급대책안’ 자료를 통해 전면 중단 1년 4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거래처들의 피해복구와 경영정상화를 위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요내용은 △정부가 확인한 피해금액의 전액 긴급지원 △요동성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대출지원 △개성공단 피해복구를 위한 경영정상화 지원 연장 등이다.
지난 정부가 발표한 피해확인 금액은 투자자산 5,118억원과 유동자산 1,968억원이며, 이중 지원액은 투자자산에 대한 3,586억원과 유동자산에 대한 지원액 1,249억원이다.
정부는 투자자산 피해금액을 경협보험 가입의 경우 90%, 최고한도 70억원(경협보험 미가입시 45%, 35억원 한도), 유동자산의 경우 교역보험 기준을 적용해 70%에 최고한도를 22억원으로 정하는 한도를 설정했으나 최소한 피해금액 전액은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피해기업들의 입장이다.
또 정부가 확인한 피해금액도 장부상 잔존금액만 반영된 것이기 때문에 실지 피해금액과는 차이가 크며, 특히 유동자산의 경우 거래처와 법정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피해기업들이 실제로 경영정상화를 이룰 수 있도록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으로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방적 조치에 따른 위기인 점을 감안해 금융권 일반 기준에 따른 대출이 아니라 정책금융으로 전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아파트형 업체와 신용도가 낮은 업체의 경우 실제 지원 사각지대에 처하는 문제가 있고 해외 및 국내에 대체 투자를 한 기업들은 중복투자로 인한 자금압박이 있으니 별도의 구제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다.
이밖에 기업들의 손실과 피해는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국세.지방세 납부 연장을 비롯한 각종 금융세재 혜택을 지난해 말로 종료해, 이의 연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당장 시급한 이 같은 지원 대책과 별도로 개성공단의 안정화를 위해 보상관련 특별법 제정과 개성공단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및 보완, 교역보험과 투자보험 제도의 개정 및 보완 등 법.제도의 개정과 보완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추가-13일 00:44)

"문재인 정부, '개혁과 협치' 두 칼을 다 쥐었다"


[윤여준-박명림 대담 ②] "21대 총선에 맞춰 개헌 준비해야"
2017.06.13 02:20:19




의회와 함께 하는 개혁.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등 일부 인사들에 대한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에 정부 구성조차 가로막혀 있다.

그렇더라도 개혁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국민과 야당을 설득할 일차적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의 몫이다.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과 박명림 연세대 교수가 거듭 강조한 개혁의 방법론이다. 1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의 개혁에 관한 구체적인 의견을 들어봤다. (☞ 대담 1부 보기 : 文정부 '촛불 절대화' 위험 )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의 '업무지시' 형식으로 진행된 지난 한 달의 개혁 조치에 적지 않은 우려를 표했다.  

윤 전 장관은 "지금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가적 아젠다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라며 "매일 사드 얘기만 뉴스에 나오고, 대통령이 '몇 호 지시' 이런 것을 계속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 건을 예로 들면, 당연히 순직 처리를 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지난 정부의 인사혁신처가 반대했던 사안이니, 인사혁신처장을 불러 '왜 안 된다는 것인가. 제도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되는 방법이 없겠느냐'를 묻고 '다시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후 인사혁신처가 스스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법을 만들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게끔 하는 게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제도를 따라서 잘못된 문제를 고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구두 지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게 매우 위험해 보인다"며 "게다가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가야사 얘기를 해서 불필요한 논쟁까지 만들었다. 국가가 왜 역사 해석에 개입하려고 하는가"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어쩌면 지금 가장 효율적 방법으로 개혁 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개혁이야말로 가장 비효율적인 것"이라고 했다.  

박명림 교수도 "민주주의와 법치의 관점에서 볼 때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전임 대통령의 탄핵과 인수위의 부재로 인한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한다"며 "이 업무지시가 계속되면 이른바 지시주의·포고주의(decreeism)로 흐를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입법화가 필수적인 개혁의제는 의회의 지지가 필수적"이라며 "따라서 입법연대 구축, 정부와 내각구성, 사정개혁 사이의 '국정 수순'이 초반 행보에서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은 이것이 좀 뒤바뀌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라고 했다.

박 교수는 "특히 재벌개혁이야말로 국가경제구조로부터 개인 삶의 질까지 걸쳐있는, 핵심 중의 핵심개혁이라고 본다"며 "그러나 사건을 들추어내고 사람을 자르는 식의 사정개혁은, 법률과 제도개혁에 비해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꼭 명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개혁과 협치 두 칼을 다 쥐고 있다"며 "이를 예술적으로 잘 결합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와 맞물려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개헌에 대해서도 윤 전 장관과 박 교수는 속도조절을 당부했다. 

박 교수는 '이렇게 빠르게 개헌을 추진하다 보면 권력구조나 의회 제도, 지방 자치 문제 등 핵심 사안은 합의를 못하는 기형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며 "개헌 형식은 국민 참여 개헌, 개헌 시기는 21대 총선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고 했다.

박 교수는 "시간을 두고 국민 여론을 충분히 경청하고 정당 간 이견 조정 절차를 제대로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계속 토론하고 합의한 뒤 총선과 함께 국민 투표에서 개헌안을 부치는 것이 좋다"면서 "개헌안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안도 만들어서 21대 총선은 새 제도로 치르는 게 좋다"고 했다. 

권력구조 문제와 관련해 박 교수는 "국제비교를 통해 객관적으로 볼 때는 원론적으로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제도가 더 민주적이고 더 효율적"이라며 "이번에는 권력이 분산되는 쪽으로 개헌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 교수는 또한 선거제도 개정 방향에 대해선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통해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며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보다 먼저 완수되는 게 당연히 좋겠지만, 안 되면 개헌과 함께라도 꼭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도 "100% 동의한다. 정당, 선거, 제도 다 바꿔야 한다"며 "모든 국민이 개헌안을 둘러싼 토론 과정을 충분히 보고 자기 생각을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국민들이 당장은 선뜻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더라도 설득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선거법을 바꾸고 정당법을 바꾸면 국회의원 수준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 걸 전제로 의회 권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윤 전 장관은 다만 분단이라는 특수한 현실과 함께 대규모 자연재해와 테러 등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세계적으로는 집행 권력 강화 추세가 있다고 지적하며 "권력 분산형 개헌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섬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박명림 연세대 교수와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지난 8일 문재인 정부의 출범 후 1달 평가와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대담을 하는 모습. 두 사람은 모두 '촛불의 절대화'를 경계했다. ⓒ프레시안(최형락)
  
"개혁 = 치밀한 로드맵 + 의회와의 협력" 
프레시안 : 지난 1달 동안 문재인 정부에서 각종 개혁 조치가 쏟아져 나온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개혁 동력이 강한 집권 초기를 최대한 활용하는 듯해 보인다. 다만, 여러 개혁 아젠다를 하루가 멀게 던지면서 너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지 않나 싶다. 그로 인해 종합적인 개혁의 입구를 막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여러 개혁 과제 중에 가장 문 정부가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것은 뭐라고 보고 있나. 개혁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텐데, 청와대가 어떻게 풀어가야 한다고 보나.  

박명림 : 국정농단 사태 초반에 국회나 시민사회에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물어왔을 때 저는 3단계가 있을 거라고 조언했다. 탄핵 국면, 대선 국면, 개혁 국면을 말한다. 개혁 국면에는 개헌이 포함된다. 이 3단계 국면에서 개혁 세력이 겪게 될 난관은 국민의 개혁 열망은 지속되겠지만 개혁의 연대 범위는 점점 축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대선 때 이미 나타나지 않았나. 탄핵과는 달리 개혁 세력의 상당한 표가 여러 후보에게로 나뉘어졌다. 대선 다음 국면인 개혁 국면에서는 의회와 함께 입법을 통해 개혁을 추진해가야 한다. 더 축소되는 것이다. 촛불, 대선, 의회구성의 상이 때문에, 개혁의 성공을 위해 제가 일관되게 제안한 것이 통합 정부 구성이었다. 개혁에 대한 초기 지지가 높은 것은 국민의 개혁 열망이 워낙 높기 때문이다. 특히 재벌개혁이야말로 국가경제구조로부터 개인 삶의 질까지 걸쳐있는, 핵심 중의 핵심개혁이라고 본다. 그러나 사건을 들추어내고 사람을 자르는 식의 사정개혁은, 법률과 제도개혁에 비해, 성공한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점을 꼭 명심하였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흔히들 정부의 개혁 조치는 첫 100일 안에 끝난다고 하질 않나. 그 안에 안 하면 성공하기 힘들다고들 말한다. 지금 내각 구성 상황만 봐서는 석 달은 걸릴 거 같은데, 국회가 인선을 다 끝내주길 기다릴 수만은 없는 것 아닌가. 제스처만 취하기보다, 재벌 개혁이 핵심이라면 뭔가 제대로 된 개혁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도 싶다.

박명림 : 입법적인 개혁 의제는 원래 지지는 높지만 성취는 쉽지 않다. 개혁이 어려운 이유다. 대통령이 현장에 가서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언급하고,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 가족을 안아주고, 보훈대상자와 민주화 피해자를 끌어안는 국민통합행보는 지지와 기대를 동시에 추동한다. 매우 감동적이기도 하다. 그런데 입법화가 필수적인 개혁의제는 의회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따라서 입법연대 구축, 정부와 내각구성, 사정개혁 사이의 ‘국정 수순’이 초반 행보에서 정말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은 이것이 좀 뒤바뀌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다.

윤여준 : 물론 선거로 당선된 대통령은 취임 후 1년이 나머지 임기를 좌우한다고들 한다. 그 1년을 줄여 석 달, 100일 얘기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무슨 얘기냐면, 집권을 준비하는 세력이라면 개혁 아젠다를 완벽히 순서까지 짜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그것을 국민에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고, 집행에 들어가면서, 첫 1년은 정부도 공무원도 의회도 국민도 바쁘게 일을 끌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석 달 안에 무슨 수로 필요한 개혁을 다하겠나. 지금 중요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세우는 국가적 아젠다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매일 사드 얘기만 뉴스에 나오고, 대통령이 '몇 호 지시' 이런 것을 계속하는데 바람직하지 않다.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처리 건을 예로 들면, 당연히 순직 처리를 하는 게 맞다. 그렇다면 지난 정부의 인사혁신처가 반대했던 사안이니, 인사혁신처장을 불러 '왜 안 된다는 것인가. 제도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되는 방법이 없겠느냐'를 묻고 '다시 검토해 보라'고 지시한 후 인사혁신처가 스스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법을 만들어서 대통령에게 보고하게끔 하는 게 좋았다. 이렇게 제도를 따라서 잘못된 문제를 고치는 방식을 취해야 한다. 구두 지시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게 매우 위험해 보인다. 게다가 얼마 전에는 뜬금없이 가야사 얘기를 해서 불필요한 논쟁까지 만들었다. 국가가 왜 역사 해석에 개입하려고 하는가.

박명림 :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이 개혁 과제를 수임해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혁명적 변화일수록 개혁적 방법으로 성취할 때 안정적이고 오래 간다. 민주주의와 법치의 관점에서 볼 때 대통령의 업무지시는, 전임 대통령의 탄핵과 인수위의 부재로 인한 불가피성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에 그쳐야한다. 이 업무지시가 계속되면 이른바 지시주의·포고주의(decreeism)로 흐를 수 있기 때문이다. 혁명이나 탄핵, 쿠데타 직후와 같은 상황에서 주로 위원회 방식을 통해 자주 등장한 것이 지시주의이긴 하나, 이는 법치나 의회주의, 타협과는 충돌한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게다가 이러한 통치방식은 의회나 사법부에서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면 국정 동력을 급격하게 떨어뜨린다는 문제도 안고 있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를 문서로써 하게하고, 국무총리 및 관계 국무위원과의 사실상의 삼중제(三重制)로 정해 놓은 이유는 민주적 법치와 공적 합의제를 확고히 하기 위함이었기 때문이다.(헌법 제82조)  

윤여준 : 이명박 정부 당시 '이 사람은 CEO(최고경영자 역할을 하는 기업인) 출신이라 민주적 절차를 낭비라고 생각하는구나' 싶었다. 언제 그걸 다 사람들과 논의하고 추진하냐, 이렇게 생각하더라. 문재인 대통령도 어쩌면 지금 가장 효율적 방법으로 개혁 중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개혁이야말로 가장 비효율적인 것이다.

박명림 : 전적으로 동의한다. 민주주의 이론가들은 민주주의가 가장 비용이 적게 든다고 했다. 낭비처럼 보여도 결과적으론 민주적 법치 절차를 거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국회를 개혁 대상이 아니라 국정 동반자로 인정하는 만큼 개혁도 성공하고 문재인 정부도 성공할 것이다. 여-야, 국회-행정부 갈등은 국정 동력의 상실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국민들도 이제는 협치를 인정을 해주면 좋겠다. 저도 나름대로는 개혁적인 정치학자이지만, 우리가 선출한 국회의원을 임기 1년 밖에 안 지났는데 곧바로 개혁 대상으로 여기면 안 된다. 자기모순인 것이다.  

그동안 재벌과 함께 대통령·관료·검찰을 포함한 행정부는 늘 정치 폄하, 정치 조롱, 의회 폄하, 의회 배척 담론의 주 생산자이고 활용자였다. 그러다 보니 앞선 정부들에서 국가실패와 정책실패의 핵심은 항상 대통령·관료·행정부의 실패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책임을 엉뚱하게 국회에 전가하면서 청와대·관료·행정부의 책임은 회피하여왔다. 이는 항상 반복되었다. 이런 뒤집힌 상황을 극복하는 데 성공한 국가들은 지금 복지 국가, 평화 국가, 자유 국가라는 선진국가가 되었다. 문재인 정부는 국회-행정부, 여-야 협치를 통해 이 뒤집힌 상황을 바로 잡아야한다. 누구보다 촛불 열망을 많이 끌어안아 집권에 성공한 문재인 대통령이 의회와의 협치와 입법연대에 성공한다면 개혁은 성공하고 한국민주주의는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개혁과 협치 두 칼을 다 쥐고 있다. 이를 예술적으로 잘 결합했으면 좋겠다. 정말로 절실하게 말씀드린다.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북핵 문제 해결 '입구' 만들 카드 준비해야"  
프레시안 : 한미 정상회담이 6월 말로 예정돼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너무 빠르다'며 '유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고 있다. 지금 미국도 정치 상황이 불안정한 데다, 우리의 전략적 우선순위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만나면 안 된다는 의견이다. 또 누군가는 새 정부가 출범했으니 빨리 만나야 한다고도 한다. 어쨌건 하기로 했으니 안 할 수는 없는 것이고, 불과 두 달 전에 '4월 한반도 전쟁설'이 돌 만큼 북미 관계나 남북 관계가 긴장 상태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첫 번째 정상외교에 나서는 문 대통령이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어떤 태도를 취하면 좋겠나.  

윤여준 : 한미 동맹은 현실이고 그 중요성이 크다. 대통령이 새로 취임했는데 한미 정상회담을 빨리 못한다고 하면 국내 정치적으로 엄청난 부담이다. 그런데 한다고 해놓고 유예한다는 것은 더 말이 안 된다. 물론 트럼프도 예측 불가능한 면이 있지만, 두 나라 정상이 만나 얼굴 붉히기야 하겠나. 사전 조율도 할 것이다. 특히 사드 문제가 계속 불거지니 지금 한미 동맹을 불안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라도 얼른 한미 정상회담을 해서 한미 동맹은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을 주변국에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박명림 : 저도 한미 정상회담을 약속대로 추진하는 게 좋다고 본다. 일단 현재 북핵과 미사일 문제, 사드 배치 문제, 한-중 갈등이란 현안의 엄중성을 보면 한미 정상회담을 미룰 수가 없다. 상황이 너무 엄중하다. 특히 한미 정상회담을 미국 내정 때문에 연기한다면, 앞으로는 외려 더 상황이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 미국 내 정치 수순을 예상해서 정상회담을 미루자는 것은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얘기다. 북핵 문제는 21세기 세계 최고의 안보 문제의 하나다. 유엔과 세계 4대 강대국이 4반세기나 다루었는데도 해결 못한 문제이지 않나? 게다가 박근혜 정부가 탄핵되는 긴 시간 동안 한반도 외교 안보문제에 대한 우리의 의견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이런 면에서 한미 정상회담은 추진하는 게 옳다.

또 저는 일단 사드 배치에 대한 국내의 법적 제도적 절차를 제대로 밟는 것은 찬성한다. 다만 이렇게 확보되는 시간이 우리의 역할이나 해법을 국제사회에 반영하는 기간이 되어야 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뒤에도 국내 국제 논란이 계속된다면 박근혜 정부가 겪었던 난관과 유사한 국면에 직면할 수 있다. 북핵 문제에 대한 창의적인 해법을 마련하지 못하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단순한 시간 벌기만 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지금 삼중 난관에 직면해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인도적 대북 지원과 민간 교류를 재개하려고 하는데, 국제사회는 대북 압박과 제재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북한은 제재를 초래하는 미사일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한국의 개혁 세력의 요구에 대해 북한은 거꾸로 가는 모양새다. 나아가 남북 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국내 시민 사회의 제안도 북한은 거부하고 있다.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남북 관계 개선을 돌파구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어야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고 북핵 문제와 그에 따른 사드 문제, 한중 갈등 문제 등도 풀린다. 예컨대 노태우 정부는 남북기본합의서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라는, 남북합의를 통해 유엔동시가입, 한-중 수교, 한-소 수교, 동북아 6개국 안보 협의체 구상이란 국제성과로 연결됐다. 한반도 문제의 남북관계 개선 축을 먼저 뚫자 국제관계와 국제협력의 축이 이어서 뚫린 것이다. 이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도 동일하였다. 즉 남북 축이 뚫리면 국제 축도 뚫리는 것이다.

프레시안 : 지금 상황으로는 남북 관계 개선의 시동 걸기도 굉장히 어려워 보이는데….

박명림 : 저는 혼신의 힘을 다하면 가능하다고 본다. 못한다고 벌써 좌절하면 안 된다. 과거를 돌이켜 보자.전두환 시기에는, 1983년 10월 랭군 폭파 사건(버마를 방문한 전두환 대통령을 겨냥해 북한 공작원이 벌인 폭탄테러로, 이범석 외무 장관 등 외교사절 17명이 사망)에도 불구하고 다음해에 북한의 수해물자 지원 제안을 수용해 북한을 놀라게 하고, 이는 숱한 남북회담으로 이어져 정상회담 개최합의로 까지 연결되었다. 또 노태우 시기에는 칼(KAL)기 폭파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1988년 7.7선언(민족자존과 통일번영을 위한 대통령 특별선언)을 했다. 이후의 남북관계 개선은 우리가 잘 아는 그대로다. 박정희 정권 때도 마찬가지다. 북한 무장군인이 대통령을 노리고 청와대 인근까지 침투(1968년 김신조 침투 사건) 했음에도 1972년 7.4 공동성명까지 갔다. 이 세 번의 과정을 깊이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당시의 북한의 위협은 지금 북핵 문제보다 결코 적지 않았다. 대통령 목숨을 직접 겨냥한 사건들이었고, 국가위기는 더 엄중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남북 관계 진전을 위한 결정적인 돌파구를 만든 것이었다.  
▲ 박명림 연세대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개헌 퇴로 만들어주자…21대 총선서 의회 책임 제로"
프레시안 : 문재인 정부의 1년을 예상해보면, 내년 지방선거에 맞춰 개헌도 유연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개헌안 논의에 의회와 정부의 협치를 가능케 할 제도 개선도 포괄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텐데, 구체적인 구상을 제안해 달라.  

박명림 : 이 문제는 국민들이 국민참여 개헌을 통한 바람직한 헌법을 위해 대통령과 의회에 퇴로를 열어줬으면 좋겠다. 주요 정당과 후보들이 전부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렇게 빠르게 개헌을 추진하다 보면 권력구조나 의회 제도, 지방 자치 문제 등 핵심 사안은 합의를 못하는 기형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 지금 진행 중인 인사 청문회들이 끝나서 정부를 구성하면 바로 하한정국 및 정기국회와 예산 국회가 시작되고, 끝나고 나면 지방선거 공천 및 선거 국면으로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오랫동안 한국사회를 좌우할 개헌의 각종 쟁점을 다 합의해낼 수는 없다. 국민참여 없는 졸속 개헌을 국민들이 동의할 리도 만무하다.  

따라서 개헌 형식은 국민 참여 개헌, 개헌 시기는 21대 총선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 시간을 두고 국민 여론을 충분히 경청하고 정당 간 이견 조정 절차를 제대로 거치는 게 바람직하다. 계속 토론하고 합의한 뒤 총선과 함께 국민 투표에서 개헌안을 부치는 것이다. 개헌안과 함께 선거제도 개혁안도 만들어서 21대 총선은 새 제도로 치르는 게 좋다. 선거법 개정은 개헌과 불가분의 관계다.  

윤여준 : 저도 100% 동의한다. 정당, 선거, 제도 다 바꿔야 한다. 또 모든 국민이 개헌안을 둘러싼 토론 과정을 충분히 보고 자기 생각을 결정해야 한다.

프레시안 : 항상 합의가 안 된 부분이 권력구조 부분이었다. 논의 기간을 다음 총선까지 늘인다고 해서 말씀하신 이상적인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문 대통령은 4년 중임제를 선호하지만 국회에선 내각제 선호도가 꽤 있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 때 합의되는 부분만 개헌하자는 게 문 대통령의 생각인 듯 하다. 

박명림 : 국민들이 국정 농단 사태를 보면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의지는 분명 높아졌다고 본다. 그러나 국민들은 의회에 대한 불신도 못지않게 크기 때문에 대통령 중심제를 선호하고, 반면 국회의원들은 의회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제비교를 통해 객관적으로 볼 때는 원론적으로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제도가 더 민주적이고 더 효율적이다. 오랫동안 OECD 국가 중 대통령 책임제 국가가 거의 없는 데는 이유가 있다. 정밀하게 연구해 봤는데, 여러 국가지표들을 볼 때 대통령 책임제 국가는 의회 책임제 국가를 따라갈 수 없다. 이번에는 권력이 분산되는 쪽으로 개헌이 됐으면 좋겠다.

윤여준 : 저도 방금 말씀하신 의회 책임제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우리 국민이 대통령에 권력이 집중돼선 안 된다고 인식하면서도 의회 권력을 강화하는 것엔 선뜻 동의하지 못 할 것 같다. 이게 가능하겠나? 

박명림 : 말씀하신 내용에 동의한다. 정책 결정권을 가진 행정부가 법률안 제출권,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까지 전부 가지고 있는 나라는 선진국 중에는 세계적으로 우리밖에 없다. 우리 헌법은 '초(super) 대통령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적극적 권한'은 전부 행정부가 갖고, 우리의 입법부는 국정조사, 국정감사, 인사청문, 예산 계수조정과 같은 ‘소극적 권한’ 밖에 없다. 의회의 규모와 권한을 키우지 않으면 민주주의와 국민들의 형평성 지표는 나아지기 어렵다.

윤여준 : 형식은 삼권분립이라고 해놨지만 실제로는 아닌 것이다. 국민들이 당장은 선뜻 의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더라도 설득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선거법을 바꾸고 정당법을 바꾸면 국회의원 수준도 달라질 것이다. 그런 걸 전제로 의회 권력 강화를 추진해야 한다. 행정부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한다면, 그 권력을 어디로 보낼 것인가. 당연히 의회로 가는 게 맞다.  

박명림 : 4년 중임제나 대통령 직선제가 국민 열망이라고 한다면, 국가기획 및 국가전략 설정, 국가목표 설정과 국가통합 기능은 대통령에게 부여하고 내각 통할 기능과 정책집행 기능은 내각과 국무회의에 부여하는 '준 대통령제'를 정밀하게 연구하여 대안으로 추구하자는 제안을 하고 싶다.  

권력의 구성 방식과 권력구조는 직결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의 선거 제도는 크게 잘못 되었다. 득표율 40~50%로 선출된 대통령은 유권자 전체로 보면 실제로는 3분의 1 정도의 지지를 받은 것이다. 그런 사람이 100%의 권한을 행사한다. 선거제도와 권력구조가 불일치하는 것이다. 비례성이나 대표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러니 대통령이 제왕으로 시작해 식물로 끝나고, 열망에서 시작해 실망으로 끝나는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제도도 마찬가지다. 총선에서 51%의 표만 살고 49%의 표는 죽은 표가 된다. 결국 정부여당이 사실상 4분의 1 정도의 지지를 얻고서 100%를 통치하니, 나머지는 늘 야당을 지지하거나 거리로 뛰쳐나가는 것이다. 이러니 한국은 민주화 이후에도 민주화 이전처럼 시위와 갈등이 높다. 국회와 정부가 4분의 1 내지 3분의 1의 민의에 바탕한 승자독식구조이다 보니 벌어지는 현상이다. 선거제도를 반드시 개혁해야 하는 이유이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선호한다.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이 개헌보다 먼저 완수되는 게 당연히 좋겠지만, 안 되면 개헌과 함께라도 꼭 시행해야 한다.

윤여준 :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점을 국민들이 인정하면서도, 그런 제도 변화를 굉장히 섬세하게 다룰 수밖에 없는 배경은 분단 현실 때문이다. 대규모 자연재해와 테러라는,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두 가지 위험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집행 권력을 강화하는 추세다. 그런 위기에 단호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유럽 나라들은 행정부의 집행 권력이 민주주의를 침해하게 된다고 고민하더라. 게다가 우리는 분단 상태다. 집행 권력이 지나치게 약화된다 싶으면 국민이 또 불안해 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통령의 권한 약화를 원하지 않을 거다. 그러니 권력 분산형 개헌을 다루는 방식은 매우 섬세해야 한다.

박명림 : 개헌 방향의 또 다른 핵심 중 하나는 지방자치의 획기적 강화여야 한다. 한국의 아주 큰 갈등 중에 하나가 중앙과 지방 사이의 갈등이다. 예전에는 중앙과 지방이란 말 자체가 없었다. 서울시도 지방정부인데 언제부턴가 중앙과 지방을 구분해 사용한다. 자치의 강화 없이는 국가발전도 어렵다.  

윤여준 : 지방자치제를 전면적으로 시행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마저도 지방정부란 말을 못 쓰게 했다. 어떻게 지방에 정부란 표현을 쓰느냐고.(웃음) 지금 상황대로면 내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당은 참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다면 지방선거를 앞둔 개헌은 정계개편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바른정당도 지금 존재감을 너무 못 찾는 상황이다.

북의 신형 대함미사일은 최첨단 기능 모두 탑재

북의 신형 대함미사일은 최첨단 기능 모두 탑재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6/12 [02:09]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7년 6월 9일 북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대함미사일 시험발사를 8일에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 자주시보

▲ 2017년 6월 9일 보도된 북 노동신문의 사진자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 대함미사일 시험발사 성공을 현지지도하며 밝은 미소를 짓고 있다.     © 자주시보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지상 대 해상(지대함) 순항로케트 시험발사를 8일에 진행했다고 북의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통일뉴스와 연합뉴스 등 복수의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이 이번에 시험한 대함미사일은 지난 4.15 열병식장에 선보였던 것이라고 소개하고 "(북)국방과학원에서는 기존의 무기체계보다 기술력을 보다 향상시킨 신형 지상 대 해상 순항로케트를 새로 연구개발하고 첫 시험발사를 진행"한 것이며, "이번 시험발사는 새로 개발한 신형 지상대해상 순항로케트의 전술기술적 제원들과 기술적 특성들을 확증하며 로케트와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 차를 비롯한 무기체계 전반에 대한 전투적용 효과성을 검증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 2017년 4.15열병식에 등장한 신형 지대함미사일, 금성-3호의 성능개량형으로 보인다. 

이어 이번 시험발사를 통해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 차에서의 순항로케트의 발사관 이탈특성과 발동기(엔진)들의 시동특성, 초저공 순항 비행체제에로의 신속한 진입특성들을 확증하였으며 초저공 장거리 순항비행체제에서의 비행 안정성, 여러가지 비행경로에 따르는 기동특성, 탄상 복합유도머리(탄두)의 목표포착 및 유도정확성, 적아 식별특성, 목표진입시 급격한 고도이행 능력을 검토하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발사 준비과정에 새로 개발한 무한궤도식 자행발사대 차의 기동특성, 전투진지에로의 진입과 신속한 사격준비, 발사조종 계통들의 동작 믿음성(신뢰성)도 검토 확증하였다"고 말했다.

▲ 2017년 6월 8일 북이 단행한 신형 대함미사일 시험 발사 명중 장면 ,  함선 측면을 비스듬히 타격하고 있다.   © 자주시보

▲ 2017년 6월 9일 북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대함미사일 시험발사를 8일에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그 대함미사일이 명중하는 장면, 해면밀착비행으로 정확히 옆구리를 직각으로 타격하여 폭발력으로 관통해버렸다.     © 자주시보

▲ 2017년 6월 9일 북 조선중앙통신은 신형 대함미사일 시험발사를 8일에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이 대함미사일은 함정의 측면을 비스듬히 타격하여 완전히 뚫어버리고 있다.  매우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을 것으로 보인다.   © 자주시보

대함미사일은 강력한 엔진을 이용한 초음속형과 다양한 요격회피기동능력을 가진 아음속순항미사일형이 있는데 러시아는 초음속형을 미국은 아음속 순항미사일형을 주로 발전시켜왔었다.

최근엔 러시아도 클럽순항미사일 등 아음속 순항미사일형에 역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 아음속 순항미사일의 표본은 미국의 하픈미사일이다.
한국도 하픈과 비슷한 '해성'이라는 위력적인 첨단 대함순항미사일을 7년 노력 끝에 2003년 개발에 성공하여 2005년부터 양산에 들어가 실전 배치 중이며 중남미에 수출까지 한 바 있다.
당시 시험발사는 70km 거리의 목표함선을 명중시켰으며 유효최대사거리가 160km에 이른다고 한다.
물론 100% 독자기술은 아니다. 엔진 분야 터보팬 기술은 러시아의 기술을 도입하는 등 핵심부품은 수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북은 이 하픈과 비슷한 형태의 순항미사일을 100% 독자기술로 개발했는데 그 성능이 이번 시험을 통해 세계 최정상급으로 드러났다. 북의 금성-3호 대함순항미사일은 러시아의 순항미사일을 리버스엔지니어링 방법으로 성능개량한 복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미사일도 형태는 비슷했다. 물론 성능은 세계 최정상급이었다.

일단 200km 사거리의 목표물을 명중시켰다. 실제 유효사거리는 이보다 훨씬 더 길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세계 최정상급이다. 하픈이 최장 약 300km 사거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긴 사거리를 지녔기 때문에 지상발사용으로 개발했을 것이다. 그것도 무한궤도 차량에 탑재하여 타격의 은밀성까지 최대로 보장할 수 있게 만들었다. 즉, 바다에 나타난 상대의 함선들을 굳이 위험하게 고속정을 타고 바다에 나가지 않고 육지에서도 모조리 수장시킬 수 있을 만큼 긴 사거리를 지닌 대함미사일이기 때문에 지상발사용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그 긴 거리를 비행하는 동안 요격당하지 않게 할 수 있는 첨단 기능도 당연히 장착되었을 것이다.

탄두의 운동에너지와 탄두폭발력도 세계 최강급이었다.
북의 2발의 대함 미사일이 목표를 명중했는데 정확히 목표 함정의 측면 흘수선 부근을 타격했다. 이 부분을 타격받으면 금방 침수가 진행되어 격침되거나 운용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한발은 함정 측면을 직각방향으로 타격했고 다른 한 발은 비스듬히 타격했는데 두 발 모두 배를 관통하면서 폭발 화염을 반대편으로 뿜어냈다. 이는 이 미사일이 매우 강력한 운동에너지와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다. 강력한 운동에너지는 종말 목표 돌입단계에 강력한 터보제트엔진을 가동하여 속도를 급상승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럴 경우 파괴력도 강해질 뿐만 아니라 골기퍼나 팔랑스와 같은 미사일 요격용 기관포를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
탄두폭발력 또한 매우 강해서 목표 함선 반대편으로 확 터져나왔다. 이럴 경우 반대편은 파열구가 매우 크게 뚫리게 되어 쉼게 침몰된다. 특히 비스듬히 타격한 북의 미사일도 반대편으로 화염이 뚫고 나왔다. 비스듬히 타격할 경우 배 내부의 격실을 더 많이 파괴하여 더욱 큰 피해를 주게 된다. 당연히 침몰도 더 빨라진다. 특히 측면이 아니라 정면을 향하고 있는 배도 쉼게 격침할 수 있는 위력적인 타격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팝업기능과 초저공 해면빌착비행(씨 스키밍) 능력도 최계 최강이었다.
현재 해면밀착비행 능력이 가장 높은 미사일의 고도가 수면 위 약 3미터 위를 나는 급이다. 이게 낮을수록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게 된다. 바다에 밀착비행을 할면 할수록 지구는 둥글기 때문에 레이더에 잘 걸리지 않게 되고 해수면 간섭현상과 반사광 등의 여러 원인에 의해 레이더와 열추적 감지장치 등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된다.
지구가 둥근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전리층복사 레이더나 조기경보기를 뛰워도 이런 해면밀착 비행체를 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진을 보면 북의 대함미사일이 거의 3미터 이하의 해면밀착비행능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최계 최강 수준이라는 것이다.

▲ 2015년 2월 금성 3호 대함미사일이 위에서 사선방향으로 목표물을 타격하는 장면     ©자주시보

▲ 2015년 2월에 북에서 공개한 동영상을 보면 금성-3호가 종말비행단계에서 해수면 밀착비행으로 목표함석 옆구리를 그대로 관통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인다.     ©자주시보

▲ 2015년 2월 북의 금성3호(kn-01) 대함미사일의 목표 타격 장면     ©자주시보

마지막으로 이번에 북이 시험 발사한 대함미사일은 적 함선과 아군 함선을 구분할 수 있고 앞에 섬이 가록막고 있을 경우 선회비행를 통해 섬을 측면으로 에돌아 그 뒤에 있는 함선을 정확히 타격하게 된다.
특히 미사일 머리의 영상인식장치를 통해 아군의 함선도 섬을 피하듯 선회비행 등으로 피하면서 적의 함선만 골라 스스로 정확히 타격하게 된다. 높은 인공지능과 뛰어난 영상인식카메라가 장착되어 있다는 말이다. 사실 미국의 강점이 이 분야에 있다. 러시아도 이 분야는 미국에게 쩔쩔맨다. 그런데 북이 이 인공지능분야에 있어 무서운 속도로 미국을 따라잡고 있다. 북은 이미 미국을 압도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이 지난해 보여준 대구경 조종방사포의 타격 정밀도 등을 보면 그게 결코 빈말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파멉기능은 초저공 해면밀착비행을 하다가 목표물에 근접할 경우 갑자기 솟구쳐 올랐다가 다시 내리꽂는 방식으로 목표함선을 타격하는 것을 말하는데 종말단계에 집중된 미사일 요격을 회피하면서 목표함선을 더 정확히 탐색하고 빠른 속도로 가속하여 높은 운동에너지로 타격하기 위한 기능이다. 이럴 경우 타격에 실패하면 재공격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최근엔 팝업을 하기는 하지만 목표함선을 내리꽂지는 않고 목표함선 바로 앞으로 내려온 다음 강력한 터보엔진을 가동하여 목표함선의 측면을 타격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북이 이번에 공개한 목표함선 타격장면을 보면 두 번 모두 측면타격이었다. 지난해에는 한번은 위에서 내리꽂는 타격방식과 측면타격방식을 모두 보여준 바 있다.

우리 국방부에서도 이번에 북이 공개한 신형 대함미사일은 섬 뒤에 은폐하고 있는 우리 함정에게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대함미사일이라고 밝혔다. 긴급히 대책 마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사실 우리 해성 대함미사일도 매우 위력적인 미사일이지만 한 발에 20억원이나 나갈 정도로 비싼 돈이 든다. 그래서 지금까지 시험발사한 미사일 수가 9발 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미사일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북의 그런 미사일 방어장비까지 개발해야할 형편이니 또 다시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같은 민족끼리 언제까지 이런 천문학적인 군사비 출혈 경쟁을 해야 할 것인지 안타깝다. 하루 빨리 남북관계를 개선하여 근본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도모하고 비생산적인 군비경쟁도 조절할 필요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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