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 2일 목요일

조선일보 “채상병 사건 특검 이슈로 키운 건 대통령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중앙일보 “대통령실 피해가지 않을까 꼼수 부리면 국민적 저항”

한겨레 “거부권 행사시 민심의 거센 분노 직면할 것”

기자명조현호 기자

  • 입력 2024.05.03 07:56

  • 수정 2024.05.03 08:21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국회는 2일 본회의를 열어 해병대원 채상병 특검법을 168명 찬성 표결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진 김웅 의원을 제외하고는 표결에 불참했다. 해병대원 특검법은 지난해 10월 민주당 주도로 신속 처리 안건으로 지정돼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 법안에 의하면, 대통령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4명 중 민주당이 선정한 2명 가운데 1명을 특검으로 임명하도록 했다. 특검은 90일 동안 수사하고, 대통령의 승인을 받아 1회에 한해 30일 더 연장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국회 통과 90여분 만에 강력한 유감을 밝혔다. 정진석 비서실장이 브리핑룸을 직접 찾아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면서 나쁜 정치라고 비난했다. 향후 거부권(재의요구) 행사를 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이에 따라 영수회담을 했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하의 더불어민주당이 사흘 만에 다시 충돌하는 모양새가 됐다. 동아일보는 1면 기사에서 “대통령실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면서 21대 국회 막판까지 여야의 극한 대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예상했다.

이를 놓고 조선일보는 특검 이슈까지 키운 것은 대통령실이라고 비판했고, 국민의힘이 대통령실에 피해가지 않을까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2024년 5월3일자 1면

중앙일보 “특검법에 맞서는 국민의힘 무기력”

중앙일보는 1면 기사 <총선 청구서 ‘채상병 특검’…“낙선 많은 與, 재의결 땐 모른다”>에서 “특검법에 맞서는 국민의힘의 모습은 다소 무기력했다”며 “대다수 국민의힘 의원이 본회의장을 퇴장할 때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본회의장에 남아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이 국회 로텐더홀에서 벌인 규탄 대회는 8분 10초 만에 끝났다”고 썼다.

이 신문은 대통령실도 입장을 내놓은 것은 법안 통과 1시간37분 뒤였다는 데 주목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장을 직접 찾았다. 대통령실은 “채 상병의 죽음을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하려는 나쁜 정치”라며 엄중 대응하겠다고 했다.

▲중앙일보 2024년 5월3일자 3면

정 실장은 이어 “공수처와 경찰이 이미 본격 수사 중인 사건인데도 야당 측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특검을 강행하려고 하는 것은 진상규명보다 다른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오늘 일방 처리된 특검법이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는 사례로 남을 것이란 우려가 큰 만큼 대통령실은 향후 엄중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중 유일찬성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동아일보과 통화에서 “젊은이가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 한 명 없이 오히려 이를 수사하려던 사람을 항명수괴죄로 모는 모습을 어떻게 보고만 있을 수 있었겠나”라고 했다. 채 상병 특검법에 “개인적으로 찬성”이라 밝혔던 안철수 의원은 동료 의원들과 함께 퇴장했다. 안 의원은 “당 전체가 반대한다면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동아일보는 전했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 가능성, 재의표결 “어떻게 될지 몰라”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15일 이내 공포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28일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열고 재의(再議) 표결할 방침으로 예상된다. 재의 표결은 재적 의원(현재 296명)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조선일보는 3면 기사 <野 “尹 거부권 땐 28일 재의결… 부결되면 다음 국회서 또 하겠다”>에서 “구속 수감 중인 민주당 출신 무소속 윤관석 의원을 제외한 295명이 출석한다고 가정할 경우, 국민의힘(113석)과 국민의힘 출신 자유통일당(1석)·무소속(1석) 의석이 115석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가운데 17표가 찬성표를 던지면 의결 정족수(197석)를 채울 수 있다”며 “국회의장이 통상 투표를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여권에서 18표가 이탈해야 가결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정도 이탈표는 안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중앙일보는 “재적의원 296명 전원이 출석할 경우 198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산술적으로는 국민의힘 의원 113명이 똘똘 뭉쳐 반대표를 던질 경우 재의결이 불가능하다”면서도 “문제는 재의결 투표가 무기명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 의원 113명 가운데 55명이 불출마·낙천·낙선 등을 이유로 곧 국회를 떠난다는 점도 변수”라며 “김웅 의원처럼 채상병 특검법에 찬성하는 의원이 추가로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국민의힘의 한 낙선 의원이 “오늘은 ‘나가자’는 말에 우르르 일어났으나, 다음에 무기명 투표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법안 찬성 여부를 떠나, 공천 과정에서 상처를 받았거나 대통령에게 불만을 가진 사람이 10여명이 되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 “채상병 사건을 특검 이슈로 키운 것은 대통령실”

조선일보는 사설 <민주 ‘채 상병 특검’ 단독 처리, 지혜롭게 풀 방법 없나>에서 민주당이 강행처리한 채상병 특검을 두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여야 합의 처리’를 요구하자 민주당이 집단 린치를 가하며 김 의장을 굴복시켰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을 두고 “공수처를 수사를 지켜보고 미진하면 22대 국회 개원 후 특검법을 처리해도 늦지 않은데도 무조건 특검부터 밀어붙였다”며 “사건의 진상이 아니라 정쟁이 목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2024년 5월3일자 사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애초에 채 상병 사건을 특검 이슈로 키운 것은 잘못 대처한 대통령실”이라며 “국방부가 해병대 수사단장을 ‘항명 수괴’로 기소하고, 이종섭 전 국방 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해 출국까지 시켜 논란에 불을 붙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현재 다수 국민은 채 상병 특검에 찬성하고 있다는 점을 두고 “윤 대통령이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민 의구심은 더 커질 수 있다”며 “국민의힘 일부 의원도 특검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한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는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납득할 만한 입장 표명과 함께 합리적 해결 방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며 “민주당도 특검을 정치 공세 수단으로만 이용하려 해선 안 된다”고 주문했다.

중앙일보 “대통령실 피해가지 않을까 꼼수 부리면 국민적 저항”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두 기관의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특검을 시작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행동은 아무리 취지가 좋다 해도 절차적으로 과속한 느낌이 있다”면서도 “국민의힘도 경찰과 공수처의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즉각 특검 논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총선도 끝난 만큼 선거에 악용될 여지도 사라졌을 뿐 아니라 여론조사 결과 찬성이 높다는 점을 두고 “특검까지의 절차를 잘 인식하지 못한 결과로도 해석되지만, 의혹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길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이처럼 크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며 “혹시라도 대통령실에 피해가 가지 않을까 꼼수를 부린다면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아일보 2024년 5월3일자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총선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동을 계기로 모처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되던 시점에서 나온 거대 야당의 강행 처리는 아쉬운 장면이 아닐 수 없다”면서도 “특검법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핵심 수사 대상이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주호주 대사로 임명해 도피성 출국 의혹마저 샀다”며 “국민의 3분의 2가 특검법에 찬성한다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도 그런 정부의 무리수에 대한 불신 탓이 크다”고 썼다.

한겨레 “거부권 행사시 민심의 거센 분노 직면할 것”

한겨레는 사설에서 대통령실을 반발을 두고 “국방의 의무를 다하던 젊은 병사의 억울한 죽음을 제대로 규명하는 건 국가가 응당 해야 할 일”이라며 “그러지 않고서 어떻게 국민들에게 병역 의무를 요청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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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는 “이 사건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갑작스러운 오스트레일리아 대사 임명이 이번 총선에서 여권이 참패한 주요 이유 중 하나였다”며 “민심은 채 상병 죽음에 대한 의혹을 남김없이 풀어줄 것을 요구하고 있음이 분명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그럼에도 대통령이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려 든다면, 민심의 거센 분노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썼다.

▲한겨레 2024년 5월3일자 사설

경향신문도 사설에서 “윤 대통령 자신과 대통령실이 연루된 의혹 사건은 거부권 행사 대상이어선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이 끝내 거부한다면 진실을 은폐하려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은 국민의 인내심을 시험할 작정이 아니라면 대승적으로 수용해 국정 쇄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전기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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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433건의 전세사기, '선 구제 후 회수'가 제대로 된 방법인가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전세 사기 특별법 개정안의 문제점

조정흔 감정평가사 | 기사입력 2024.05.03. 05:05:08

청년·서민 임차인의 주거 불안을 야기하고 심각한 사회적 혼란을 끼치는 전세 사기 보증금 미반환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몇몇 임차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인 지난해 6월 전세사기피해자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후, 2024년 4월 17일을 기준으로 1만5433건의 전세 사기가 확인됐다.

이후 법 제정 당시부터 더불어민주당 및 정의당을 중심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의 보증금반환채권을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이 직접 매입하여 피해 임차인을 구제하라는 소위 '선 구제 후 회수' 방안 도입 요구가 거셌다. 이에 따라 '선 구제 후 회수'를 담은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야당 주도 아래 국회상임위원회를 통과하고 본회의에 직회부되었다. 이번 총선에서 과반의석을 얻은 야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인다면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런데 선 구제 후 회수 방안이 과연 효과적인 피해 임차인 구제 방법일까.

전세제도는 본질적으로 임차인의 주택 점유와 인도를 통해 전세보증금채권을 담보한다. 전세계약을 체결할 때 보증금이 주택가격의 70%를 넘도록 계약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임차인 보호를 위하여 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채권 미반환 시 임차인이 물권과 같은 효력인 선순위, 대항력을 유지하게 해주고 경매 절차를 거쳐 주택의 환가를 임차인에게 반환하도록 했다.

현행 전세사기특별법은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했다. 임차인이 경매 절차에 직접 참여하여 주택을 취득할 수 있고, 이 경우 취등록세 감면, 저리대출 등의 혜택을 받는다. 선순위 대항력을 갖춘 대다수 전세보증금미반환 피해자의 대상주택가격은 자신의 전세보증금 언저리에 있고, 임차인은 보증금을 회수하기 전까지 강제로 쫓겨나지 않는다.

특별법 개정안은 이에 더해 전세사기피해주택 임차인이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공공 매입을 신청(28조의2)할 수 있도록 했다. HUG 등 채권매입기관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을 '공정한 가치 평가'를 거쳐 매입할 수 있고, 이 경우 채권매입기관의 매입가격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8조에 따라 우선변제를 받을 보증금의 비율 이상으로 한다(28조의4). '선 구제 후 구상' 절차다.

이는 전세보증보험 구조와 유사하다. 전세보증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피해를 입을 경우 보증기관이 우선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되돌려주고 사후적으로 경매 절차를 통하여 이를 회수하는 구조다. HUG에서 전세보증보험의 가입 한도를 공동주택 공시가격의 126%로 제한하는 반면, 특별법은 '공정한 가치평가'를 거쳐 매입할 수 있다는 점이 둘의 차이다.

그런데 현행 제도상 '전세보증채권의 공정한 가치평가'를 과연 할 수 있을까?

전세보증금채권을 평가하려면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채권 뿐만 아니라 해당 주택의 낙찰가격을 추정해야 하고, 전세보증금채권과 경합하는 다른 채권 가격도 모두 계산해야 한다. 국세, 지방세 등 조세채권 중에서도 법정기일을 따져서 전세보증금채권에 앞서는 선순위 채권이 있는지, 그 가격은 얼마인지 확인해야 한다. 선순위 근저당이 있다면 근저당권 설정 시 약정된 내용을 알아야 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에서 경매법원이 아닌 정부는 이를 알 수 없다.

실제 평가에 나설 경우 발생할 문제는 다음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2024년 5월 1일 기준 현재 서울시 경매 진행 건수는 2755건인데, 이중 강서구 화곡동과 양천구 신월동의 경매 진행 건수만 739건으로 전체의 26.8%를 차지한다. 최근 2개월간 낙찰된 화곡동 소재 다세대주택 57건을 추출하여 분석해 보았다. 감정가격 대비 낙찰가격(선순위 대항력이 있는 임차인의 경우는 임대차보증금 합산 기준, 임차인 본인낙찰은 제외)은 최저 65%에서 최대 110%까지 넓은 범위에 분포되어 있다. 임차보증금 대비 낙찰가격 또한 최저 74%에서 최대 170%까지 분포되어 있다. 그만큼 전세보증금 가격과 주택가격의 분포 범위가 넓어서 정확한 전세채권가격을 산정하기가 어렵다.

현행 시스템상 전세보증금채권이 다른 채권과 경합하는 경우 타 채권의 정확한 금액을 확인할 방법이 없는 데다, 억지로 가격을 산출한다 해도 매우 부정확한 채권평가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채권 평가 절차를 거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다. 구제가 이루어진 후 해당 주택은 관리주체가 모호해진다. HUG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자에 대한 보증금반환과 채권 회수 절차만으로도 인력이 부족하다며 비용투입에 난색을 표하는 실정이다.

HUG의 지난해 보증사고금액은 4조 원을 넘었고, 그로 인해 HUG의 당기순손실은 3조8천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구제가 이루어지고 난 후 임차주택은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그 결과 새로운 수요자를 찾는데 더 긴 시간이 걸리게 된다.

즉 중저가 다세대주택 임대·매매 매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주택 부족 문제를 심화할 수 있다. 지금도 다세대주택 전세 기피 현상으로 공실이 늘어나고, 아파트 전세 쏠림으로 전세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정치권이 나서서 선순위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에게까지 선 구제 후 회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면 행정적·사회적 비용을 고려할 때, 임차인 보호를 위해 큰 실익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전세사기 등의 여파로 비(非)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세 거래가 줄어든 가운데 지난달 24일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다가구주택·빌라 전세와 월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실무적으로 전세 사기 피해를 규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주택건설업자와 공인중개사 등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전세 사기와 전세 및 매매가격 변동으로 인한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는 구분하기 어렵다. 최초 건축 당시에는 전세 사기꾼 조직이 소유하고 있었더라도 이를 신용불량자, 노숙자나 일반투자자에게 매도한 경우가 많은데, 신불자·노숙인은 사기꾼이 아니다. 전세 사기인지, 역전세인지, 단순 보증금 미반환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

전세 사기꾼 소유 주택의 임차인이라고 해서 반드시 피해가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수백, 수천 채를 갖고 있었던 전세 사기꾼의 임차인이라도 보증금이 집값을 넘지 않았다면 피해가 없다. 반면 일반 역전세 임차인이라도 과다한 보증금이나 주택가격변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는 많은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하여 여러 정황을 개별적으로 살피고 피해자 범위를 폭넓게 해석하고 있다.

'선 구제 후 구상'이라는 과도한 지원이 아니라, 현 제도 상 지원책으로도 전세 사기 문제에 상당 수준의 대응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규정한 선순위, 대항력을 잘 유지하고, 주택가격이 전세금을 회수할 만큼 충분하다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는다.

주택가격 대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경우 외에는 거의 대부분의 전세보증금을 주택 환가를 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경매 절차를 통해 시장 내에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최고가 낙찰금액을 기준으로 하되 물권과 채권이 경합하는 경우, 다수 채권 간 경합이 있는 경우에 순위를 정해주고 배분하는 것이 바로 경매 절차다. 선순위 대항력을 갖추고 있는 임차인의 경우에는 경매절차를 통하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경매 절차가 종료되어 자신의 보증금에 가까운 금액을 회수할 때까지 임차인은 기존 살던 주택에서 온전히 주거 유지가 가능하며, 주거를 이전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도 임차권등기명령제도를 통하여 선순위 대항력을 유지할 수 있다. 더구나 정부는 피해자 보호를 위하여 임차인에게 소송 및 경매 절차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일부 지원한다. 또 각 지방자치단체와 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서 법률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보증금미반환 주택은 문제가 예상되는 HUG의 구제가 아니라, 정상적인 경매 등의 절차를 통하여 조속히 권리관계를 확정하고 그에 따라 시장에서 안전하게 주택 수요자들에게 공급되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주택시장 안정에 더 도움이 된다.

선 구제 후 구상의 범위를 모든 전세사기피해자로 넓혀놓으면 오히려 진짜 구제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주거 피해자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 대표적인 피해사각지대는 선순위 근저당권으로 인하여 전액 또는 일부 변제를 받지 못하는 후순위 피해자나 신탁사기 피해자, 다가구주택 후순위 피해자들이다. 이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인 사정을 조금 더 면밀하게 들여다보고 현행 법률의 범위와 한계를 점검해 보다 구체적인 구제책을 법률에 담아내는 것이 필요하다. 즉 이들이야말로 정치권의 도움이 필요하다.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켜 본회의에 직회부되어 있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은 충분한 검토없이 졸속으로 만들어졌다. 정말 임차인들을 보호할 생각이 있다면 법안을 이렇게 만들면 안 된다. 임차인 보호와 부동산 시장 전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졸속으로 만든 법안으로 전세 사기 피해자의 고통과 눈물을 닦아준다고 호도해서는 안 된다. 전세사기 문제는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갑자기 생긴 문제가 아니다. 문제의 원인을 만든 데는 문재인 정부도 상당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충분한 실태 파악도, 검토도 없는 졸속 법안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피해자 보호에 관심이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불통에 숨이 막히는 국민이 야당에 과반의석수를 만들어줬건만, 진정 민생과 서민 삶을 돌보지 않고 무능하고 무책임하기는 그 나물에 그 밥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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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흔 감정평가사

2004년부터 감정평가사로 활동하면서 많은 부동산 현장과 시민들을 만났습니다. 부동산시장에서 나타나는 가격은 현상이지만, 가격에는 적절한 자원의 배분과 사회의 가치의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현상을 관찰하고, 기록하고, 나누고, 소통하고 싶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