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5일 화요일

[인터뷰] ‘강남 닥터’ 강청희가 짚은 의대 증원 진짜 문제점...“의협, 비겁하다” 쓴소리 이유는

 


의협 상근부회장 출신이 제안하는 의정갈등 해결책...“무모한 힘겨루기, 파업으로는 국민에게 버림받아”

더불어민주당 강청희 서울 강남구을 후보가 4일 강남 개포동 선거사무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3.04. ⓒ민중의소리

더불어민주당의 대표적인 험지로 꼽히는 서울 강남구을에 전략공천된 강청희(60) 국회의원 후보는 총선 출마자 이전에 현직 의사다. ‘기피 진료과’로 유명한 흉부외과 전문의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래 교수와 대한의사협회(의협) 상근부회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말, “윤석열 정부의 의료정책 후퇴에 맞서 공공·필수의료를 살리겠다”는 포부를 지닌 강 후보를 5호 인재로 영입한 이재명 대표는 그에게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큰 역할”을 당부했다.

강 후보는 최근 의사와 정부의 정면충돌을 위태롭게 바라본다.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전공의(인턴·레지던트)의 집단 사직 보름째인 5일, 정부는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7천여 명에 대해 행정처분 절차를 시작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현직 외과 교수의 첫 사직서 제출 사례가 나왔고, 일부 교수는 삭발식을 했다. 전공의의 빈자리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임의 이탈마저 현실화했고, 신규 인턴 예정자의 임용 포기도 속출하고 있다.

무턱대고 의대 정원 2천 명을 증원하겠다고 밀어붙이면서 이에 반발해 사직, 업무 거부 등을 하는 전공의를 처벌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일단 의사 수부터 늘리자’는 정부에 배출 후 의사를 활용할 구체적인 계획은 전혀 없다. 붕괴하는 필수·지역·공공의료를 살릴 청사진 역시 부재한다.

그렇다고 몸담았던 의사단체의 손을 들기는 힘들다고 강 후보는 밝혔다. 그는 의료계에서 기성세대로 분류되는 의협의 오늘날 투쟁방식을 “비겁하다”고 평가했다. 전공의 집단을 의료계 내 ‘상대적 약자 계층’으로 꼽은 강 후보는 교육생이면서 노동자인 전공의를 선봉에 세우고, 이들을 의료계 저항 수단으로 활용하는 의협에 쓴소리했다.

강 후보는 의정 갈등의 ‘중재자’를 자처한다. 4일, 서울 강남 개포동에 위치한 선거사무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한 강 후보는 “중재안을 만들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기,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청희 서울 강남구을 후보가 4일 강남 개포동 선거사무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3.04. ⓒ민중의소리

부작용 예견되는 정부의 ‘무책임’ 증원, 현장 혼란 유도
“증원 인력 배분 설계 안 돼…국민 혜택으로도 다가오지 않아”

윤석열 대통령의 말대로 “지금 의대 정원을 증원해도 10년 뒤에야 의사들이 늘어난다.” 그래서 정부는 2천 명 증원을 밀어붙인다. 현재 의대 정원이 3천58명인데, 당장 2025학년도 대입부터 정원의 65%를 늘려 전국 40개 의대에서 5천58명의 신입생을 뽑겠다는 것이다.

이에 강 후보는 “의사 인력 문제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배분도 중요하다. 공공의료 인력, 필수의료 인력 등을 보충하는 게 가장 급선무인데, 정부 발표에는 그런 부분이 설계돼 있지 않다. 이 상태에서 2천 명만 고집하다 보니, 이 인원이 배출돼서 ‘과연 무슨 일을 할지’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하다. 2천 명을 고집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한 번 늘리면 줄이는 건 불가능하다.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고 비판했다.

가까이는 증원한 정원을 수용할 수 있는 의대 교육 시설 문제를 포함해 의대생의 졸업 후 일자리 문제, 의사 증원에 수반되는 전체적인 ‘보건 의료 인력’ 계획의 부재 등을 지적했다.

증원 인력 배분의 관점에서 강 후보는 “의사 사이에서도 과별 편중 문제가 있고, 환자의 지역 편중 문제도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의료 수준에 격차가 벌어지는 일종의 ‘건강 불평등’ 문제도 발생하기 때문에 편중과 분배의 문제를 잘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 의료 정책을 하는 데 있어서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남들이 잘 택하지 않는 과에 대해서는 대우가 좋아져야 하고, 그 유인책은 건강보험 재정만으로는 할 수 없다. 특별 기금화 등 재정을 부담하는 쪽에 정부의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강 후보는 필수의료를 살리겠다면서 예산 투자 없이 국민건강보험 재정만 10조 원 끌어 쓰겠다는 정부 발상에도 의문을 표했다. 의료 균형발전을 위해 거점 공공병원 확충, 국립대학병원 역할 강화 등 지역의료 시설에 대한 국가의 “과감한 투자”를 요청했다. 강 후보는 “각 지역의 환자들이 믿음을 갖고 가까이 있는 병원을 찾도록 하지 않으면 신뢰가 떨어져 서울의 대형 병원으로 환자는 몰릴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돌봄, 공공의료 지원에 대한 정부 역할 또한 촉구하며 “공공병원이 수익성이 없다고 매도하고, 예산을 축소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면 의사를 많이 뽑아 어디에 쓸 건가. 공공의료 종사 인력이 없으면 결국 의사가 많아지는 게 국민의 혜택으로 다가오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 후보는 정부의 강경한 대응에 날을 세웠다. “2천 명 증원으로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자고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정부는 당사자들과 사회적 합의 과정도 없이, 설득 없이 거의 협박식이다. 압수수색하고, 구속하고, 면허 박탈한다면서 폭압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데, 의사들도 자기 분야의 업을 제일 잘 아는 전문직인데 이렇게 굳이 죄인 취급해 강제로 밀어붙여 하는 게 맞나.”

강 후보는 “정부는 의협과 28차례 만났다고 하는데, 내용을 쭉 보니 의대 증원 얘기한 건 몇 번 안 되고, 2천 명 숫자가 나온 적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에 유연성을 요청하며 증원 의제를 테이블에 올리고, 집단 간 의견이 오가는 단계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0년 뒤 의사 2천 명 나온다고 당장 전공의 7천 명을 면허 정지 처분으로 날릴 건가. 지금 있는 인력부터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당장 필요한 정책부터 고민하고 답을 내놓아야 한다.”

지난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열린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총궐기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 2024.03.03. ⓒ뉴스1

교육생이자 노동자 전공의 설움, 병원은 ’값싼 노동력’으로 치부
‘전공의 선배’ 의협에 쓴소리…“시민사회와도 소통해야”


집단 사직서 제출로 정부 정책에 저항한 전공의들을 강 후보는 “의료계의 상대적 약자 계층”, “인권 사각지대”로 표현했다. “전공의는 직업적으로 의사는 맞는데, 전공과목을 수련하기 위해 교육생 신분으로 일하고 있다. 노동자와 교육생의 신분이 섞여 노동자로서 최소한의 권리도 못 지키고, 항상 병원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다.”

전공의는 전문의 자격을 얻기 위해 의대 졸업 뒤 수련병원에서 인턴으로 1년, 진료과목을 정한 레지던트로 3~4년 수련하는 의사를 통칭한다. 이후 단계인 전임의(펠로우)는 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대형병원에서 세부 전공과목 등을 연구하며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를 이른다. 수련을 명목으로 야근과 과로,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가 당연시된 전공의의 처우 개선은 해묵은 숙제다.

강 후보는 의협 상근부회장이던 지난 2015년, ‘전공의 특별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의 국회 통과에 앞장섰다. 주당 100시간이 넘는 전공의의 살인적인 근무시간을 최대 88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법 제정에도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현장에서는 전공의의 노동시간과 수련시간이 뒤섞여 계산되는 실정이고, 결국 전공의는 “마음대로 일을 시킬 수 있는 사람”의 위치에서 오래도록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공의는 자기 수련 목적으로 교육받는 신분이 강하게 작용한다. 때문에 전공의가 없어도 전문의들로 충분히 인력이 커버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저수가 체계 원인으로 병원 경영 문제가 있으니 ‘값싼 노동력’으로 전공의에 많은 일을 시키며 커버하고 있다. 전공의 월급도 그렇게 높지 않다. 이들을 활용해 응급실, 중환자실을 커버한다. 그 인력이 빠져나가니 이제 구멍이 생기는 거다. 앞으로 병원 체계, 진료 체계에서 개선할 점이 많다.”

이의 연장선에서 강 후보는 전공의의 선배 격인 의협에 일침을 가했다. 강 후보는 “의협은 원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협상하고 대화하기 위해 있는 조직인데, 지금 선배들은 다 뒤에 서 있고 교육생 신분을 가지고 있는 전공의들을 활용해 저항하고 있다. 앞서도 그랬고, 항상 투쟁의 선봉에 전공의를 세우는데, 굉장히 비겁하다”며 “기성세대가 해결할 건 기성세대가 하고, 전공의는 공부만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선배 의사들이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필수 전 의협 회장은 지난달 6일 사퇴했다. 표면적 이유는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대한 유감 차원이었지만, 정부와 가장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할 책임자가 돌연 자리를 비우며 의협은 부랴부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했다. 강 후보는 “회장이 임기를 한 달여 남기고 관두는 건 이해할 수 없다. 28차례 의정 협상의 주체로서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나아가 의사 집단을 향한 대중의 비판적인 시선을 돌이켜볼 지점으로 언급했다. 강 후보는 “국민들이 의사 계층을 엄청 미워한다. 의사를 혼내고, 압박하고, 두들기니 정부의 지지율이 올라간다”며 “의사들은 그동안 시민사회와 전혀 소통 없이 살았다. 특권 계급이라는 인식을 심도록 스스로 잘못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청희 서울 강남구을 후보가 4일 강남 개포동 선거사무소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3.04. ⓒ민중의소리

점진적 증원으로 협상 물꼬 터야...전공의 현장 복귀 당부

강 후보는 선배 의사들, 의대 교수들에게 ‘점진적 증원’을 의제로 정부와 협상의 물꼬를 틀 것과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현장 복귀를 촉구했다. 그는 “적정한 선에서 증원이 필요하면 해야 한다. 선배 의사들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특히 의협에 “정부와 힘겨루기만 하지 말고, 전문성을 근거로 더 협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무모한 파업으로는 싸움에서 패하고, 국민에게 버림받게 된다. 현명한 대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의정 갈등 해결에 있어 정치권의 역할도 요청했다. 민주당은 당내 대책기구를 만들어 운영 중이고, 이재명 대표는 여야·정부·의료계를 포괄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강 후보는 “갈등이 길어질수록 의료계, 정부 모두 욕먹는다. 정말 피해 보는 쪽은 국민”이라며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도록 정당도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저도 역할을 할 수 있으면 하겠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는 “정부 편만 들 것이 아니라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의사 집단 90% 이상의 집결 표가 윤석열 정부를 만들었다고 본다”며 “자당 지지층에 대해 정부가 폭압적인 정책을 펼 때, 여당은 왜 입을 다물고 있나”라고 추궁했다.

강 후보의 선거 구호는 ‘강남 닥터’다. 민주당에 쉽지 않은 국민의힘 텃밭 지역이지만 “강남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하는, 잘못된 건 고치고 살리는 닥터가 되겠다”며 주민들에게 다가간다. 강 후보는 “강남을은 험지지만, 당세를 키워서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도록 준비하는 과정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질 높은 수준의 의료를 누릴 수 있는 복지 국가를 만드는 게 꿈”이라며 “희망을 주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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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안보실장까지 참석...尹 민생토론회 관권 선거 비판”

 

[아침신문 솎아보기] “현장 행보로 민생 챙기겠다는 취지와 달리 ‘관권 선거’ 비판 커져”

저출생 대책으로 또 ‘감세’ 카드 꺼낸 정부 “재원 대책 안 보여” 지적

프랑스, 개헌 통해 세계 최초 ‘임신 중지 자유’ 헌법에 명시

동아일보 칼럼 “단순 무식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기자명윤유경 기자

  • 입력 2024.03.06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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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분당서울대학교병원에서 진행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대통령실

한국일보가 6일 아침신문 1면 머리기사에서 17번째 이어지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두고 “선거 개입 논란에 아랑곳없이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잡기 위해 전국을 돌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며 ‘관권 선거’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1면 머리기사 <안보실장까지 동원한 ‘MZ 구애’ 민생토론회>에서 지난 5일 경기 광명에서 진행된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를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토론회엔) 급기야 안보의 컨트롤타워인 대통령실 안보실장까지 참석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며 “현장 행보로 직접 민생을 챙기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관권 선거’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 한국일보 1면 갈무리.

‘청년’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엔 대통령실에서 전례 없이 이관섭 비서실장, 장호진 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이 모두 참석했다. 이외에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장관급 국무위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에 한국일보는 “정작 시선은 토론이나 발표내용보다 참석자 면면에 더 쏠렸다”며 “청년층을 겨냥해 윤 대통령이 행정력을 총동원한 것은 총선을 앞둔 승부수로도 읽힌다”고 했다.

동아일보도 1면에서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는 관권 선거운동이라며 비판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과 대통령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반박을 실었다. 이 대표는 지난 5일 긴급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온갖 간담회 명목으로 여기저기 다니면서 사실상 공약이나 다름없는 정책 발표를 하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 공정한 선거가 되겠느냐”고 반발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이에 대통령실은 “민생토론회는 선거와 전혀 무관하다”고 반박했고, 한 위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대응을 한다며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돈을 살포한 것이 정치 개입”이라고 맞받았다. 동아일보는 “총선을 36일 앞두고 제1야당 대표가 ‘관권 부정 선거’ 주장을 제기하면서 정치권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라고 했다.

▲ 6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저출생 대책으로 또 다시 ‘감세’ 카드 꺼낸 정부

윤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기업이 출산 후 2년이 넘지 않는 직원에게 지급하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저출생 대책으로 또다시 꺼낸 감세 카드에 신문들은 실효성이 불투명하고 무엇보다 실질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밖에도 윤 대통령은 장학금 제도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근로장학금 대상도 기존 12만명에서 20만명으로 확대한다. 청년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주거장학금’을 신설해 1인당 연간 240만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목돈 마련을 위한 적금 상품인 청년도약계좌의 가입 요건 중 가구소득 기준을 중위소득의 ‘180% 이하’에서 ‘250% 이하’로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 동아일보 기사 갈무리.

동아일보는 기사 <年240만원 ‘주거 장학금’ 등 신설…“재원 대책은 안보여” 지적>에서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막대한 재원과 여야 합의가 필요한 대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며 “이날 대통령실은 청년도약계좌 가입요건 완화 등에 큰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각종 장학금 확대에만 1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한 셈이다. 출산장려금과 청년도약계좌 세제 지원 확대 등은 여야 합의를 통한 법률 개정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1면 기사 <‘출산지원금’ 전액 비과세…윤 대통령, 또 ‘감세 카드’>에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업과 근로자가 대기업 위주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세수 부족 속에 또다시 감세 카드를 꺼냈다는 점에서 정부 기대만큼 정책 효과가 나타날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사에선 “당장 대규모 재정이 필요한 저출생 대책은 재원 마련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저출생 대응책 수립 일정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올해 초 발표 예정이던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은 나오지 않았고,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수정 작업 역시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경향신문은 사설에서도 “출생률 제고 정책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펴는 것이 더 급하고 효율적”이라며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에게 대기업의 출산지원금이나 신혼부부 증여세 공제는 상대적인 박탈감만 키울 뿐이다. 부자감세 정책으로 지난해 세수 결손액이 60조원에 육박한다. 출산지원금 비과세 정책에 대한 국회의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겨레도 기사 <청년도약계좌 고소득 청년들까지 혜택…형평성 논란>에서 “감세가 아니라 소득·법인세를 충분히 걷어 재정으로 출산지원금을 확대하는 게 좀 더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라고 했다.

▲ 한겨레 기사 갈무리.

프랑스, 개헌 통해 세계 최초 ‘임신중지 자유’ 헌법에 명시

프랑스가 세계 최초로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헌법에 명시했다. 프랑스 상·하원은 지난 4일(현지시간) 파리 외곽 베르사유궁전에서 합동회의를 열어 여성의 임신중지 자유를 명시한 헌법 개정안을 찬성 780표, 반대 72표로 통과시켰다. 개헌안 제34조엔 ‘여성이 자발적으로 임신을 중지할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조건을 법으로 정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 경향신문 기사 갈무리.

프랑스는 이미 1975년부터 여성들의 자발적인 임신중지를 합법화했지만, 이제 헌법에 명시된 자유로 보장된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임신중지권을 헌법에 명시함으로써 쉽게 되돌릴 수 없는 권리로 만들었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6일 다수 신문들은 해당 소식을 1면 기사 혹은 사진으로 다뤘다.

▲ 한국일보 사진 갈무리.

▲ 한겨레 사진 갈무리.

▲ 중앙일보 사진 갈무리.

동아일보 칼럼 “단순 무식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의과대학이 있는 전국 40개 대학에서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을 3401명 늘려 달라고 교육부에 신청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증원 규모인 2000명은 물론 지난해 말 사전 수요조사 결과보다 늘어난 숫자다. 동아일보는 1면에서 해당 소식을 다루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란 생각에 각 대학이 경쟁적으로 증원 희망 규모를 적어낸 것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 동아일보 사진 갈무리.

전국 의대 40곳이 증원 신청한 3401명 중 2471명(73%)은 비수도권에 집중됐다. 조선일보는 의대를 둔 전북대, 경북대, 경상대, 동아대 총장들을 인터뷰했다. 이들은 조선일보에 “지역의 의료 현실은 수도권에선 상상하기 어려울만큼 열악하다”며 “우리는 의대 증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도 “정부는 이번에 대학들에 의학 교육 여건도 감안해 신청해 달라고 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다. 대폭 증원 시 의학 교육 질 저하 우려도 과장된 주장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전공의 등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면서 환자 피해는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 조선일보 기사 갈무리.

한편 정부는 병원을 이탈하고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들에 대한 의사 면허정지 처분에 착수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대 교수들은 의대 증원 신청에 반발하며 사직 의사를 밝히거나 삭발 투쟁에 나섰다. 의대 33곳의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서울행정법원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의대 증원 처분과 후속 조치를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동아일보는 칼럼에서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을 비판했다. 송평인 논설위원은 ‘송평인 칼럼’ <단순 무식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서 “의사 증원의 가장 주요한 목적은 부족한 지역의와 필수의의 확보다. 그러나 의사를 몇 명까지 늘려야 피부과와 성형외과가 포화상태가 되고 배고픈 의사들이 생겨 지역의와 필수의에 머무를까”라며 “의사를 많이 늘리면 늘릴수록 피부과도 성형외과도 포화상태가 될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이 문제에서 다다익선식 사고는 너무 단순 무식하다”고 했다.

▲ 동아일보 칼럼 갈무리.

송 위원은 “10년 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지역의와 필수의가 필요하지 않은가. 증원도 증원이지만 지역의와 필수의에 대한 의료수가를 조정하는 것이 우선 돼야 한다”며 “선진국에서는 예약이 어렵거나 비용이 비싸서 감기 정도로는 병원에 안 간다. 우리도 감기 정도로는 함부로 병원을 찾기 어렵게 개인 부담을 높이는 대신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송 위원은 이어 “지방 근무라서 연봉 4억 원 자리를 마다하는 배부른 의사들을 보면 혀가 절로 차진다. 지역의와 필수의가 모자란 것은 배가 고파서가 아니라 배가 불러서인지도 모른다”며 “2000년 무렵 이후로 변호사 수가 2배 혹은 4배로 늘 때 의사 수는 하나도 늘지 않았다. 대폭 늘려야 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단 매년 2000명씩 5년간 늘려놓고 보자’는 건 수긍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춘재 한겨레 논설위원은 ‘아침 햇발’ 칼럼에서 “그동안 30% 박스권에 갇혀 있던 윤 대통령 지지율은 최근 ‘의사 파업’ 덕분에 4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며 “한국갤럽이 지난달 27~29일 전국 만 18살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 평가한다는 응답은 39%였는데, 그 이유의 1순위가 ‘의대 정원 확대’(21%)였다”고 했다.

▲ 한겨레 칼럼 갈무리.

이 위원은 “덕분에 윤 대통령은 최대 아킬레스건이었던 ‘김건희 명품백’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은 것 같다. 방송 뉴스에 등장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은 자신감이 넘친다”며 “경찰은 대한의사협회 간부들을 출국금지하고,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사 출신 대통령이 지휘하는 정부답게 ‘법대로!’ 일망타진할 기세다. 하지만 ‘법대로!’가 어떻게 정치를 망가뜨리는지는 지난 정권의 ‘적폐 수사’가 잘 보여준다”고 했다.

이 위원은 “적폐 수사의 최대 수혜자는 검찰이다. 수사 최고책임자는 대통령이 됐고, ‘넘버2’는 여당 비대위원장, 수사에 참여한 검사들은 정부 요직을 두루 꿰찼다. 검찰은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핵심 자원이 됐다”며 “이들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식으로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은 이어 “검찰 수사에 또 속지 않으려면 전공의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에 앞서 ‘정치’를 하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역 의료 붕괴 등을 막을 수 있는 의료 개혁을 위해 대화와 타협의 진짜 정치를 하라고 말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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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유경 기자구독



김건희 '방탄 공천' 끝나자, 현역의원 물갈이 수순

 

초선 대신 도태우·유영하 공천 "도로새누리당"

주인 없는 꽃밭 국민공천?, 사실상 내리꽂기

'김건희 방탄 공천'이 끝난 정부·여당은 현역의원을 용도 폐기 하는 분위기다. 쌍특검 부결 이틀 후, 국민의힘은 뒤늦게 현역의원 물갈이에 들어갔다.

지난 2일 발표된 공천심사결과 김희곤, 김병욱, 임병헌 의원이 경선에 패배한 데 이어, 3선의 창원 의창 김영선 의원이 컷오프됐다. 하루만에 4명의 현역이 탈락한 것.

이어 5일에는 대구 달서구 갑에 초선인 홍석준 의원도 컷오프 당했다. 여당은 이 자리에 유영하 변호사를 단수 공천했다. 유영하 변호사는 최근 대구 중·남구에 후보가 된 도태우 변호사와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탄핵 국면에서 변호를 맡기도 했다. 민주당은 유 변호사 공천에 “국민의 눈높이 운운하더니, 도로새누리당”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박성중 의원 지역구인 서초을에 신동욱 전 TV조선 앵커를 단수 공천했다. 강남병에는 인재영입으로 들어온 고동진 전 삼성전자 사장을 단수 공천했다. 강남·서초는 민주당 의원이 한 번도 당선된 적 없는 여당의 대표적인 텃밭이다.

이로써 서초을 대진표는 확정됐다. 민주당에서는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일찍이 출마를 선언해 신동욱 전 앵커와 맞붙는다.

서초을에 지역구를 뒀던 박성중 의원과 후보 신청을 했던 지성호 의원은 컷오프됐다.

대신 박성중 의원은 지역구를 옮겨 부천을에 공천됐다. 부천을은 3파전이 예상되는 지역이다. 부천을 설훈 의원이 최근 민주당 내 공천 갈등으로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후보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설훈 의원이 단일화하지 않는 이상 부천을은 3자 구도가 유력하다. 이에 표가 분산될 것을 예상한 여당이 박 의원을 공천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오찬을 마친 뒤 배웅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주인 없는 꽃밭 국민공천?, 사실상 내리꽂기

국민의힘은 강남갑·을, 울산 남구갑, 대구 동구군위군갑·북구갑 다섯 곳을 ‘국민추천 공천’으로 정하겠다고 전했다. ‘국민추천 공천’이란 온라인을 통해 국민이 지역 후보를 추천하는 제도다.

그러나, 면접을 통한 최종 후보 결정은 공천관리위원회가 한다. 사실상 지도부의 입김이 들어간 공천에 “궁색 맞추기 용 아니냐” 지적을 받는다.

여당이 국민추천을 받겠다고 전한 지역구 모두 여당의 텃밭 지역이다. 대부분 현역의원이 탈락했거나, 다른 지역구로 옮겨진 상태라 지도부가 면접을 통해 내리꽂기만 하면 당선이 유력한 지역이기도 하다.

향후 이곳에 어떤 인물이 공천을 받는지에 따라, 이번 공천에 누구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는지 판단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도 있다.

#국민의힘 #총선

정부와 의사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의사파업의 진실

 

[이게 이슈] 누구를 위한 파업이며, 무엇을 위한 증원인가?

24.03.06 07:04최종 업데이트 24.03.0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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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한 대한전공의협의회가 대응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강당에서 긴급 임시대의원대회를 열었다. ⓒ 권우성

의대 입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 사태가 길어지는 중이다. 그로 인해 애꿎은 환자들의 피해가 늘고 있다. 생명과 직결된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주로 담당하는 상급 종합병원일수록 전공의 인력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잡는 집단행동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크다.

의사 파업은 취약한 환자에게 치명적 피해를 입힌다. 그렇다고 의사 파업을 항상 비윤리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 의사 파업을 둘러싼 윤리적 논쟁 중에는 '정의로운 전쟁'의 기준을 적용해 그 정당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관련 논문)도 있다.

이 논의에 따르면, 첫 번째 기준은 파업 목적의 정당성이다. 의사 집단의 사익 추구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더 좋은 의료체계를 도모하기 위한 의도라면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단, 파업 목적이 정당할지라도 환자에게 '과도'한 피해를 입혀서는 안된다. 두 번째는 '비례성' 기준으로, 예컨대 파업 기간에도 필수의료 업무를 유지함으로써 환자에게 끼칠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파업이 '최후'의 수단이었는지의 여부도 또 다른 판단 기준이다. 즉, 파업보다 덜 파괴적인 대안들을 모두 시도했음에도 실패한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 파업의 도덕적 정당성을 일반 시민에게 공식적으로 밝히고 충분히 설명했는지 여부도 정당화 기준에 포함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전공의 파업이 이러한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까? 아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듯하다. 그리고 그 까닭에 대해선 이미 많은 언론 보도를 통해 충분히 제시된 만큼 이 글에서 굳이 다시 논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국민 안전은 개의치 않는, 정부의 놀라운 대응 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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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덕수 국무총리가 지난 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편 이번 파업이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모든 책임을 의사 집단에 씌우는 것이 옳은가? 파업의 정당성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이를 유발한 정부의 정책과 대응이 과연 바람직하고 적절한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달 27일 대통령의 발언처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정부가 존재하는 첫 번째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사 파업에 맞서는 정부의 비타협적 강경 대응을 보고 있노라면 이러한 자명한 공리가 공허한 정치적 수사로 들리기만 한다.

정부의 비유대로 의사 파업을 대(對)국민 인질극이라고 치자. 인질의 무사 귀환을 정말 원한다면 적극 협상에 나서면서 때론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는 게 정석 아닌가. 정부의 대응 기조는 인질의 안전을 개의치 않는, 즉 별로 '아쉬운 것 없는' 사람만이 보일 수 있는 태도와 닮아 있다.

의대 입학정원 확대 계획을 철회해야 한다거나 증원 규모를 감축해야 한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의료 대란으로 인해 시민들이 겪게 될 고통과 불편의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관점, 태도, 입장의 문제를 짚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계산대로 강경책이 효과를 발휘해 조속한 시일 내 파업이 철회되면 다행이다. 하지만 만약 파업의 규모가 확장되고 장기화될 경우 (미래의 잠재적 환자를 포함한) 환자들이 겪게 될 피해는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또 사회구성원 모두가, 갑작스레 크게 아프거나 다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과 불안함 속에서 긴장된 일상을 견뎌야 하는 사회적 고통의 비용 역시 상승할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항변할 듯 싶다. 지금 당장은 이러한 고통이 뒤따르더라도 의사 증원 정책을 관철시키면 훗날 필수의료 공백 문제 해소에 기여함으로써 사회 전체적으로 더 큰 이득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이다. 이 전망에 동의하지 않지만, 설사 맞다고 하더라도 의사 파업으로 소중한 생명과 건강을 잃게 될 '불운'한 희생자 개개인에 대한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정의로운 전쟁'의 비례성 기준을 떠올려 보자. 정부 역시 자신이 설정한 정책목표(의사 증원)가 아무리 정당할지라도, 이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선의 정책 대안과 전략을 선택할 의무가 있다. 하나의 정상에 오르는 길에는 여러 갈래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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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환승센터 인근에서 개최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의사 파업의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한 문헌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무엇보다 2020년 의사 파업의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이익집단으로서 의료전문직이 가진 이해관계, 신념, 동기, 권력 자원, 전략이 어떠한지, 그리고 직업적 윤리의식에 대한 호소와 같은 규범적 접근이 얼마나 무력한지 등도 명확히 드러났다. 이번에도 의사 집단은 정확히 예측 가능한 행동을 하고 있다. 그에 따라 환자 피해가 발생하리란 것도 다 예측 가능한 문제였다. 이를 몰랐을 리 없는 정부로서는 당연히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접근법을 모색하면서 치밀한 대비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그런데 정부는 이런 기대와 다른 정책 행보를 전개했다.

세간의 예상을 뛰어넘는 규모의 증원안을 발표하며 전공의 집단 파업을 유발한 뒤 "불법 파업에 형사 처벌로 엄정 대응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집단적 반발과 저항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차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를 열며 신중한 접근을 취하던 것과 무척 대조적이다.

그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정부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선거에 유리한 이슈로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환자를 볼모로 실력행사를 하는 배타적 특권 세력으로 의사들을 악마화하고 이를 힘으로 제압하는 '통쾌'한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치 행태라는 것이다.

갑과 갑의 소란한 싸움... 소외된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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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한 지난달 18일 서울 시내의 한 대학병원의 모습. ⓒ 연합뉴스

정부의 실제 의도가 어떻든 간에 이러한 정책의 '급발진'에 따른 피해가 정책결정 과정에서 간과되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필자는 이 점을 집요하게 문제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말하지만 정작 시민의 관점은 결여되어 있는 것, 바로 이것이 진짜 문제가 아닐까.

의사 증원은 시민들의 삶에 '중요한(critical)' 영향을 미치는 정책결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시민들은 철저히 배제됐다. 전문가와 관료의 관점에서 사람들의 고통은 흔히 과소평가 되기 마련이다. 만약 다양한 시민들의 관점이 반영될 수 있었다면 지금과 다른 접근법이 도출되었을지 모른다.

의사 증원에 대한 찬성 여론이 70~80%으로 높다고 해서 밀어붙이기식 정책 추진 방식마저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 정부는 시민들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에 충실하게 사용할 책무가 있다. 개별 사람의 생명과 인권을 소중히 여기고, 사회적 분열과 적대를 줄이기 위해 애쓰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의 싸움 역시 정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가권력과 의사권력 간의 싸움을 보면서 우리는 누구의 건투를 빌어야 하는가. 냉소와 무력감을 넘어 냉철하게 사태를 직시하는 가운데 무엇보다 정부와 의사, 전문가 집단 모두 시민의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분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이때 시민의 관점이란 돈과 권력이 아닌, 사람의 생명과 건강, 인권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사람 중심 관점(people-centered perspective)'을 말한다. 이러한 관점을 견지하지 않으면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쏟아지는 온갖 논의들의 홍수에 휩쓸려 문제의 본질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정부의 관점을 좇아, 또 다른 누군가는 의사 집단의 입장에 서서 사태를 진단하고 평론한다. 각 논의를 들여다보면 일정한 논리적 타당성이 있고 일말의 진실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해관계에 따른 편향된 주장과 교묘한 논리적 비틀기도 섞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의 관점인지가 중요한 것이다.

사람 중심 관점의 결여는 단순히 정책결정의 민주적 정당성 여부나 추진 방식의 온건성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을 의제화하는 과정, 즉 문제를 정의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의 대안을 개발하고 선택하는 모든 과정에 영향을 미친다.

'필수·지역의료 공백'이라는 개념으로 납작하게 추상화된 현실의 문제는 실제론 매우 입체적이며 복합적 요소들이 연결되고 중첩돼 있다. 의료와 관련해 사람들이 겪고 있는 고통 속에는 단지 의사나 병원의 부족만이 아니라 지나치게 영리를 추구하는 병의원에 대한 불신, 즉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부족 문제도 포함돼 있다.

또 보건의료 자원이 부족한 비수도권 지역 주민의 관점이라면 경제성이 어떠하든 일정한 거리 내에 신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이 존재하기를, 또 경찰이나 소방관처럼 있어야 할 그 자리를 꿋꿋이 지켜줄 수 있는 의사 인력을 양성하고 배치하는 시스템을 바랄 것이다. 이는 다 시장주의적 원리로는 구현될 수 없는 모델이다. 따라서 정책문제의 정의 단계에서부터 보건의료체계의 시장화·영리화 문제를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체계에 대한 문제화 과정은 건너뛴 채 곧장 대안으로 넘어가 정부는 '의사 수'를 말하고, 의사들은 '보상(수가)'을 외친다. 그리고 시민들은 이런 좁은 선택지 앞에서 '비자발적 동의'를 강요받고 있다. 강제적이지 않지만 자발적이지도 않은 그런 동의 말이다. 복잡다단한 현실의 고통을 '필수·지역의료 공백'이라는 프레임으로, 또 그에 대한 해결책을 의사증원이나 수가인상으로 환원시키는 이 단순함과 깔끔함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지난 에서 밝혔듯이, 이 문제는 결국 보건의료체계의 과도한 시장성에서 기인한 것이므로 이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전체 체계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지금은 서로 충돌하고 있지만 정부와 의사 집단 모두 보건의료 영역의 상품화, 영리화라고 하는 큰 틀의 방향성에 있어서는 한배를 타고 있는 사이인 만큼 시민들이 직접 공적 주체로 나서서 이를 통제하고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 강화를 견인해 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갑과 갑의 소란한 싸움 뒤에 묻혀있는 총체적 개혁의 필요성이 이번 계기로 공론화될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입니다.

#사람중심관점 #의사파업 #보건의료체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