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23일 월요일

공군·해군 이어 육군서도…성추행·스토킹 피해 하사, 극단선택 시도

 등록 :2021-08-24 04:59수정 :2021-08-24 07:03


육군서도 드러난 성범죄·2차 가해
작년 4월 임관 일주일만에 ‘악몽’
신고 2주 지나서야 분리 조처
사단 담당관은 “빗물에 자료 유실“
사건 축소·가해자 솜방망이·2차 가해 방치
공군·해군 성추행 사건과 판박이

민간 변호사와 고소 뒤에야 수사
수원지검은 성폭력처벌법 혐의 기소
피해자 올초 극단적 선택 이어 또…
가족 “누군가 죽어야 개선되는 집단”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공군과 해군에 이어 육군에서도 상관으로부터 스토킹과 성추행을 당한 부사관이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사건 축소·무마, 가벼운 징계, 피해자 신상유출 등 광범위한 2차 가해까지 공군·해군 사건과 판박이였다. <한겨레>는 23일 병원에 입원 중인 피해 부사관을 대신해 피해자 언니를 전화 인터뷰했다. 아무런 처벌 없이 징계만 받고 전역한 가해자는 뒤늦게 민간검찰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육군은 “당시 피해자의 형사고소 의사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ㄱ하사 쪽은 “제대로 된 설명을 들은 바가 없고, (군에서)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부임 일주일만에 ‘교제하자’던 직속상관…거절하자 스토킹·성희롱·추행
 

ㄱ하사는 임관 직후인 지난해 4월 육군 한 부대에 배속됐다. 부임 일주일 만에 직속상관 ㄴ중사가 ‘교제를 하자’는 말을 꺼냈다고 한다. ㄱ하사는 그 자리서 정중하게 거절했지만, 그날 이후 ㄴ중사의 스토킹이 시작됐다는 게 ㄱ하사 쪽 설명이다. ㄴ중사는 ‘나와 교제하면 업무에 도움을 주겠다’는 식으로 회유했다고 한다. 새벽에 취한 상태로 전화를 하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수십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전화를 받지 않자 영외 숙소 앞까지 찾아와 계속 전화를 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스토킹만이 아니었다. ㄴ중사는 술에 취한 채 자신의 성경험을 ㄱ하사에게 늘어놓거나 업무 중 은근슬쩍 몸을 만지기도 했다고 한다. 4개월 가까이 직속상관의 성희롱과 추행에 노출됐던 ㄱ하사는 지난해 8월 초 다른 선임의 도움을 얻어 부대에 신고했다.


뒤늦은 피해·가해자 분리…고위간부는 실명 언급하며 2차 가해 부추겨
 

ㄱ하사 쪽은 상담과 조사를 진행했던 사단 담당관과 법무실 대응이 무책임하고 부적절했다고 지적한다. 즉각적으로 이뤄져야 할 피해자-가해자 분리 조처는 신고 뒤 2주가 흘러서야 이뤄졌다. 그사이 ㄴ중사는 주변에 억울함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부대에는 ‘ㄱ하사가 평소 성적으로 문란했다’는 소문이 퍼졌다고 한다. 한 중사는 ㄱ하사에게 ‘어차피 너는 이미지도 좋지 않다. 부대를 소란스럽게 하지 말고 떠나라’고 말했고, 가해자와 절친한 사이였던 다른 간부는 ㄱ하사에게 연락해 진술조서를 보여달라는 요구까지 했다. 피해자를 돕는 간부들은 ‘ㄱ하사를 왜 도와주느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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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하사는 다시 부대 고위간부에게 만연한 2차 가해를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이 고위간부는 면담이 끝난 뒤 ‘위(상급부대)에 알리지 말자. 간부 교육을 철저히 하겠다’고 회유했다고 한다. 이후 이뤄진 전체 간부 교육에서 해당 고위간부는 오히려 2차 가해에 해당하는 말을 했다고 한다. ㄱ하사와 ㄴ중사 실명을 언급한 뒤 ‘뒤에서 욕하면 2차 가해로 신고당한다. 욕하고 싶으면 ㄱ하사 전출 뒤에 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충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정의당 충남도당이 지난 6월 공군 성추행 피해자가 근무했던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하게 수사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과 정의당 충남도당이 지난 6월 공군 성추행 피해자가 근무했던 충남 서산 공군 20전투비행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철저하게 수사하고 가해자를 엄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해자 형사처벌 없이 징계만…피해자는 내부고발 낙인에 왕따
 

사단 법무실은 ㄴ중사를 형사처벌하지 않고 징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ㄱ하사가 스토킹·추행·성희롱 사실을 진술했고, ㄱ하사 가족도 직접 국방부 조사본부에서 운영하는 국방헬프콜에 전화해 철저한 조사를 요청했지만, 증거가 될 만한 시시티브이(CCTV) 자료나 통화내역 확보를 위한 강제조사는 진행되지 않은 것이다. ㄴ중사가 ㄱ하사에게 보낸 편지 등 각종 자료를 갖고 있던 사단 담당관은 ㄱ하사가 돌려 달라고 요구하자 ‘빗물에 유실돼 사라졌다’는 납득하기 힘든 이유를 대며 거절했다고 한다.


이후 ㄴ중사는 군 수사기관으로부터 별다른 조사도 받지 않은 채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파면 보다 낮은 수준 징계인 해임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심각한 2차 가해를 저질렀던 부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와 징계, 처벌은 없었다. 오히려 한 간부는 그 와중에 피해사항과 인적사항이 적힌 ㄱ하사 전출희망서를 촬영해 유출하는 등 또다른 2차 가해를 저질렀다고 한다.


결국 가해자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는 ㄱ하사가 그해 11월 직접 민간 변호사를 찾아가 수사기관에 고소한 뒤에야 이뤄졌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는 지난 6월 가해자를 성폭력처벌법(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같은 사안에 대해 징계 처분하는 데 그쳤던 사단 법무실 결정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육군본부 공보정훈실은 <한겨레>에 보내온 입장문에서 “(가해자) 징계 절차 당시 피해자의 형사고소 의사가 확인되지 않아 징계 절차부터 신속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ㄱ하사 쪽은 “당시 징계절차 등 사건 처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피해자에게)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다. 피해자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고, 법적 절차에 대한 안내도 거의 없었다”고 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징계 절차 그 자체로 피해자 쪽에서 이 문제를 사건화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 결과 가해자가 해임됐다는 것은 성추행 사실이 일부나마 확인이 됐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군이 형사 절차를 병행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주 궁색한 해명”이라고 했다. 육군은 “당시 사건을 담당한 군 수사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육군 중앙수사단에서 처리 과정의 적절성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했다.


가해자 쪽은 법정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겠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피해자가 느끼는 피해감정과 별개로 피해 일시·장소·방법 등 법적인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이 부분을 법정에서 다투겠다”고 했다.


“2차 가해도 처벌하는 제도 만들어야”
 

군의 가해자에 대한 미온적 조처와 허술한 피해자 보호는 2차 가해를 키우는 온상이 됐다. 초임 부대를 떠나 새로 전입한 부대에서도 ‘직속상관을 찔러서 부대를 와해시킨 문제아’라는 낙인이 ㄱ하사를 쫓아다녔다. ㄱ하사의 전출 사유와 인적 사항은 이미 부대에 파다하게 퍼져있었다. ㄱ하사 이름이 집중적으로 검색된 탓에 군 인트라넷 검색시스템에서 ㄱ하사 인적사항이 ‘블라인드’ 처리되는 상황까지 발생할 정도였다는 것이다. ㄱ하사는 전출 뒤 두달 간 새 부대에서 사실상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ㄱ하사는 올 초에 이어 최근 또한번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상태에서 발견돼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ㄱ하사 쪽은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을 계기로 진행된 국방부 특별 신고 기간에 다시 신고했다. 육군은 “2차 가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는 현재 지역군단에서 진행 중이다. 피해자 의사를 고려해 관할조정도 검토하고 있다”고 했지만, ㄱ하사 쪽은 군에 대한 신뢰를 잃은 지 오래라고 했다.


ㄱ하사 언니는 “공군·해군 피해 부사관들이 겪었던 일들이 육군에 복무하는 동생이 겪었던 일과 너무나 흡사해서 충격을 받았다. 직접적인 가해자도 문제지만, 간접적인 가해자들도 처벌을 받을 수 있는 명확한 기준과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ㄱ하사의 언니는 지난 20일 청와대 국민게시판 청원을 올렸다.


“누군가의 죽음으로써 문제가 개선되는 집단이라면 살아있는 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날카로운 눈빛과 지속적인 물음으로 군대 내 성폭력 예방, 사건에 대한 투명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을 지지해달라.”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카불 공항 총격전으로 1명 사망...탈레반 "8월 31일이 레드라인"

 CNN "탈레반, 미군 통역 아프간 가족에 사형 통보"...아프간 내 긴장감 고조

<로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전 카불 공항 북문 근처에서 신원 미상의 총기 소지자들과 총격전이 벌어져 아프간군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었다. 미군이나 국제연합군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프간 탈출을 위해 카불 공항 밖에는 미국이나 국제기구를 도운 현지인들이 탈출을 위해 몰려 들고 있는 가운데,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이 존재하는 등 매우 혼란하고 불안한 상황이다.


▲ 카불 공항 밖에서 모여든 아프간인들. 더운 날씨에 실신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미군 등 연합군이 식수를 제공하기도 한다. 사진은 미군이 아프간인에게 생수를 건네는 모습. ⓒAP=연합뉴스

탈레반 대변인 "바이든, 31일까지 미군 철수 약속 지켜라"...영국-독일 등 "31일까지 철수는 불가능"


한편, 탈레반은 미국이 오는 31일로 설정된 철수 시한을 지켜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23일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바이든이 언급한 이달 말까지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를 '레드라인'이라고 강조하며 "그들이 향후 추가 연장 시한을 원한다면 우리의 답변은 '안된다'"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는 또 "만약 그들이 주둔을 계속 한다면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국 뿐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이달 말까지의 철수 시한이 너무 촉박하다는 입장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바이든에게 더 많은 사람이 아프간을 떠날 수 있도록 미군 철수 시한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날 "진행 중인 작전을 완료하려면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며 철수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교장관도 카불 공항의 상황이 갈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며 철수 시한을 연장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미군 철수 시한 연장 가능성에 대해 "시한 연장에 관한 논의가 있다"며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탈레반, 美 협조자-여성 탄압 보도에 대해 "가짜 뉴스"라 했지만 CNN "미군에 협조했다는 이유로 사형 통보 받아"


샤힌 대변인은 이날 탈레반이 미국에 협조한 사람들을 색출하거나 위협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모두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또 여성 인권 유린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들은 아무 것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CNN은 이날 탈레반이 미군에 협력했던 아프간 주민 가족에게 사형 판결 통지문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미군 통역으로 활동했던 한 아프간 주민의 가족에게 3개월 동안 세 통의 탈레반 통지문이 배달됐다. 이 통지문에는 침략자들에 대한 맹종을 중단하라는 경고를 거부하고 재판 출석 요구를 무시했다고 사형 판결이 내려질 것이며 이 결정은 최종적이며 거부할 권리가 없다고 적혀 있었다.


 

CNN은 보복 우려로 통지문을 받은 아프간인이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이 통지문은 탈레반이 미군 협력자와 그 가족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사례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한편, 아프간 정부군과 지역 민병대로 구성된 탈레반 저항군들이 카불에 인접한 북부 3개주를 탈환하고 결사 항전 입장을 밝히는 등 내전 가능성도 높아졌다.


 

아프간 '국부'로 불리는 아흐마드 샤 마수드의 아들이 지휘하는 1만 명 가량의 저항군은 탈레반에 포괄적 정부 구성을 요구하며 탈레반이 대화를 거부할 경우 충돌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82403280271889#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미국을 믿지 말라

 

  • 기자명 현장언론 민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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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23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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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왼쪽 : 1975년 4월 사이공(지금의 호찌민) 주재 미국 대사관 지붕 위에서 헬리콥터에 타려고 줄을 지어선 모습. 오른쪽 : 2021년 8월 중순 성조기가 내려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상공을 선회하는 지누크 헬리콥터 모습
    ▲ 왼쪽 : 1975년 4월 사이공(지금의 호찌민) 주재 미국 대사관 지붕 위에서 헬리콥터에 타려고 줄을 지어선 모습. 오른쪽 : 2021년 8월 중순 성조기가 내려진 카불 주재 미국 대사관 상공을 선회하는 지누크 헬리콥터 모습

    미국은 돌아오지 못했다.

    요즘 미국을 못 믿겠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아프칸에서 야반도주하다시피 패주한 미국을 보고 하는 소리이다. 바이든은 “미국이 돌아왔다”고 했지만, 바이든의 선택은 트럼프에 이어 “미국 우선주의”였다. 바이든이 조금만 더 신중하게 생각했더라면, “질서있는 퇴각”을 할 수 있었는데, 순간의 판단착오로, 또는 노인네의 고집으로 베트남식 “탈출극”을 자초한 것일까?
    상황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바이든 스스로가 "미군을 철수시킬 좋은 시기란 없었다"고 고백했듯이, 도주하는 것 말고는 미국은 할 수 있는 것이 애초부터 없었다.
    사실 아프칸과 미국간 전쟁의 승패는 오래 전에 결판이 났다. 오바마 시절 이미 철군 구상을 하다가 철회한 바 있고, 2018년 트럼프 행정부는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올해 5월까지 철수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터였다. 

    바이든은 "얼마나 더 많은 미국인의 목숨을 걸 가치가 있겠는가"라고 짜증섞인 목소리로 미국국민에게 항변하기도 하고, "아프간군조차 스스로 싸우려 하지 않는 전쟁에서 미군이 싸우고 죽어선 안 된다"며, 미군 목숨값이 아깝다는 식의 말을 많이 했지만, "지난 한 주 동안 전개된 상황을 감안하면 지금 미군이 아프간 개입을 끝내는 것이 옳은 결론"이라고 강변했다.
    바이든은 지난 4월 아프칸 침략을 촉발한 9·11테러 20주년 전까지 모든 미군을 아프간에서 철수시킨다고 폼나게 선언했지만,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고, 서둘러 도주한 내막은 사실 별 게 아니다. 8월에 아프칸 정부군 몰래 나오지 않으면, 9월 11일 직전 뒷발을 잡는 아프칸 정부군과의 충돌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이러나 저러나 미국은 아프칸에서 질서있는 퇴각은 불가능한 상황이었고, 결국 대공세를 펼친 탈레반은 지난 15일 수도 카불에 진입해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승리를 선언했다.

    한국은 아프칸과 다르다?

    아프칸 사태로 자신이 외교 정책에 노련한 전문가이고, "미국이 돌아왔다"고 선언한 바이든의 꼴은 말이 아니게 구겨졌다.
    아닌게 아니라,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는 "바이든 행정부의 철군은 미국의 명성에 오점을 남길 것이다"라는 트윗을 날리고, 미국내 여론 역시 '제2의 사이공 함락'이라며 비판하자, 바이든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게다가 지난 18일(현지시각)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진행자가 “중국이 대만에게 ‘봤지? 당신들 미국 믿을 수 없어’라고 말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미국은 자기 이익밖에 모르고,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삽시간에 국제적으로 확산되었다.

    대만, 한국 등에서 국익에 맞지 않으면, 미국이 언제고 떠날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바이든 행정부는 급하게 불끄기에 나섰다.
    바이든은 아프칸과 “대만, 한국,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이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면서, “동맹이 침략당하면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역시 지난 17일 “대통령은 그가 반복해온 것처럼 한국이나 유럽에서 우리 군대를 감축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런 약속을 누구에게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마디로 한국과 대만에는 “아직 먹을 게 많아 포기할 수 없다”는 소리이다. 이 약속이 지켜지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는 기만이고, 미국이 하루 빨리 떠나는게 더 좋겠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에게는 황당한 소리이다.
    한국과 아프칸은 다르다. 아프칸은 20년을 뜯어먹었지만, 한국은 70년을 뜯어먹었고, 앞으로도 계속 뜯어먹겠다는게 미국의 속심이기 때문이다.

    엉뚱한 교훈

    아프칸 사태를 보며, 상대적으로 급속한 불안감에 빠지는 지역은 아마 대만일 것이다. 차이잉원 총통 등 분리독립파들이 과연 끝까지 미국을 믿고 중국과 맞서서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독립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엄청난 불안감에 쌓일 것은 분명하다.

    아프칸 사태를 놓고 불안감에 젖어 엉뚱한 교훈을 찾는 사람들은 한국에도 있다.
    보수언론들은 이제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로 가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미국이 한국에게 동맹 유지비용 청구가 더 늘어날 것이니 이에 잘 협조해야 살 길이 열린다는 식이다. 미국이 한미동맹에 거는 이익이 한국을 대중국포위전략에 동원하는 것이니만큼, 빨리 이를 수용하여 미국을 잘 붙들어 매야 한다는 황당한 매국논리를 연일 설파하고 있다. 자신이 생존과 기득권 유지를 위해 나라와 민족을 팔아먹는데 이골이 난 세력이 이 땅의 주류이니,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그간 남북관계 방해, 방위비 분담금 강요, 한미연합훈련 강행, 세균부대 배치, 코로나19방역위반 폭죽난동 등 미국의 행패에 눈살을 찌푸리는 국민들이 버젖이 보고 있는데도 이런 말도 안되는 주장을 하는 걸 보면, 불안하기는 불안한가보다.

    아프칸 사태에서 진짜 가져야 할 교훈은 미국이 이제 자신의 입으로 “미국은 자국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인다”는 것을 대놓고 실토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제국주의국가라는 것을 고백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인권과 민주주의 확산, 악당을 때려잡는 경찰로 자신을 위장하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할 정도로 쇠락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한반도에만 오면, 한국은 아프칸과 다르다면서, 종속적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그 침략성을 강화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은 알아야 한다. 이 땅에서 미국이 경찰노릇을 해 줄 것을 원하는 국민은 별로 없다는 것을. 그리고 남과 북이 힘을 합쳐 민족의 운명을 개척하는데, 미국이 가장 큰 방해물이라는 것을 알만한 국민은 다 안다는 것을. 특히 우리 국민은 이 땅이 미국을 위한 중미대결의 병참기지가 되기를 원하지 않으며, 그런 역할을 하는 주한미군은 더더욱 원하지 않는다. 그러니 미국은 이 땅에서 험한 꼴 당하기 전에 스스로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 나을 것이다.

    민주당이 밀어붙이는 건 정말 ‘언론 죽이기’ 법일까

     ‘시민 피해 구제’ 취지에서 대폭 후퇴...국회·언론 호들갑에 가려진 진짜 ‘허점’

    지난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도종환 위원장의 회의 진행을 막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8.1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여권의 주도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이 입법 가시권에 들었다. 지난 19일 국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데 이어 24일 법제사법위원회, 25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수적으로 유리한 더불어민주당이 법안 처리의 의지가 강한 만큼 이제 남은 과정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언론중재법은 논의 단계에서부터 열띤 논쟁의 대상이었다. ‘언론개혁법’, ‘가짜뉴스 피해 구제법’ 혹은 ‘언론재갈법’, ‘언론장악법’ 등 법안을 부르는 명칭도 극과 극이다.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는 집단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하나는 대안을 제시하며 반대하는 쪽, 다른 하나는 대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무조건 반대만 하고 보는 쪽이다. 전자에는 시민사회단체가, 후자에는 국민의힘이 대표적으로 포함된다.

    시민사회와 결 다른 국민의힘 ‘무조건 반대’

    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논리는 권력기관, 부동산, 의료 관련 법안처럼 앞서 여당이 주도한 입법에 반대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마디로 ‘반대를 위한 반대’다. 국민의힘은 국회에서 진행된 여러 차례 언론중재법 관련 회의에 참여하며 언론계보다도 법안에 관한 의견을 피력할 기회가 많았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12일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언론중재법 심의를 위해 소집된 문체위 전체회의를 파행시키며 제시한 명분도 ‘자체 대안을 만들어 올 테니 시간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끝까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킨 여당을 겨냥, “대한민국 민주주의 시계를 거꾸로 되돌린다”며 발끈하는 국민의힘 모습이 진정성 없게 비치는 이유다.

    시민사회는 왜?

    그렇다면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복수의 시민사회단체에서 민주당 표 언론중재법 통과에 우려하는 지점은 무엇일까.

    시민사회는 누구보다도 언론개혁 취지엔 공감한다. 이들이야말로 언론개혁 논의에 힘이 실리기 이전부터 십 수년간 꾸준히 목소리를 내온 당사자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시민사회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법률적 결함은 물론 ‘언론보도로 인한 시민 피해구제 강화’라는 개정 취지에서 후퇴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열린민주당 의원들이 각각 낸 16개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지난 두 달 새 급하게 논의됐고, 그 결과물 곳곳엔 허점이 드러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쟁점과 해법 긴급토론회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온라인 생중계로 열리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8.05.ⓒ뉴시스

    ‘5배 징벌적 손해배상’, 법원 실제 적용 가능성은

    현재 민주당이 내놓은 언론중재법에서 가장 부각되는 내용은 신설한 제30조의2(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 중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다. 법원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면, 언론은 최대 5배까지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게 된다. 그동안 언론중재위원회나 법원 재판을 진행해도 피해구제율이 낮고, 책정되는 손해배상액이 적다는 점이 제안 배경으로 꼽힌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제안 이유에서 “최근 2년간 언론 관련 손해배상 인용 사건의 약 60%는 인용액이 500만 원 이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변호사 선임 비용보다도 적은, 즉 소송비용도 안 나오는 액수가 언론에 맞선 시민들의 손해배상액으로 산정되는 것이다. 시민이 입은 피해에 비해 언론의 표현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된 것이 판결의 관례였고, 언론보도로 당한 명예훼손을 피해 금액으로 산정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 보상 효과는 지나치게 낮게 나타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현재 운영되는 제도조차 실효성이 없는데 여기에 배액배상제만 추가하는 건 시민 피해구제에 실익이 없단 지적이 나온다. 법원의 소극적인 손해배상 산정 태도 자체를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아무리 손해배상액 배수를 높인다고 해도 ‘징벌성’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손해배상제 적용 요건인 허위·조작보도에서 보도의 ‘조작’ 여부는 증명조차 어렵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추진하면서도 그간 손해배상 인용액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돼 온 원인을 살피거나 적정 수준의 손해액에 대해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는 절차는 등한시 했다.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민주당은 배액배상제를 도입하면 시민 피해구제가 높아진다고 주장하는데 동의하지 않는다. 5배든, 3배든 크게 의미 없다”고 꼬집었다.

    송현주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도 통화에서 “현재 우리나라 법원이 개인의 명예에 대해서 쳐주는 값이 너무 낮기 때문에 기본적인 법원의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배액배상제 자체가 무력화될 여지가 크다”고 내다봤다. 송 교수는 “‘징벌적’이란 레토릭 때문에 논란이 됐지만 현실적으론 법원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고 판사들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법 자체를 바꾼다고 큰 의미가 없다”며 “(손해배상액의) 상한선은 정했지 최저선을 정한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시민의 낮은 정보 접근성 고려 않은 ‘입증 책임’ 요건

    개정안에서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의 입증 책임’ 주체를 분명하게 규정하지 않아 원고(피해자)와 피고(언론사)에게 동일하게 입증 책임을 부여한 부분은 시민 피해구제 효과를 떨어뜨린다. 애초에 언론사에 비해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피해자가 언론사와 동등한 위치에서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 보도의 고의성·허위성·조작성을 입증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에 반해 언론은 ‘직접’ 취재만 했다면, 어렵지 않게 보도에 고의성·허위성·조작성이 없었다고 증명할 수 있다.

    민언련은 민주당에 피해자의 입증 책임을 덜도록 조항 수정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민주당 문체위원들은 11일과 12일 언론계와 면담을 거친 뒤 입증 책임 부분과 관련,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의 주체임을 명확히 해 입증 책임에 대한 모호함을 없애겠다”며 수정 의사를 밝혔다가 시민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맞닥뜨렸다. 결국 해당 사항은 백지화돼 최종 수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 신미희 사무처장은 “시민에게 모든 걸 다 입증하라고 하는 건 현행법보다 더 후퇴하는 진짜 개악”이라며 “모든 걸 다 시민에게 지게 하는 게 무슨 피해구제법인가, 그건 언론특혜법이다. 민주당 측에서 ‘우리가 오판했다’며 백지화했다”고 전했다.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조항’에 나열된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에 해당하는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 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기사의 본질적인 내용과 다르게 제목·시각자료(사진·삽화·영상 등)를 조합해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 조항도 결국 해석의 영역이다. ‘보복적’, ‘반복적’ 등의 잣대가 주관적일뿐더러 법원이 판단해야 할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부분을 굳이 4가지 사례로 특정한 것도 불필요한 가이드라인을 준 모양새가 됐다.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의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제외한 것도 논란거리다. 민주당은 ‘언론의 기능 침해’를 주장하는 언론계의 의견을 반영해 사회 권력층에 한해 이런 예외 규정을 뒀다고 하지만, 타당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언론인권센터는 5일 성명에서 “공인에 대한 보도라도 모두 ‘국민의 알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인에 대하여도 고의·중과실에 의한 보도로 피해를 입혔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돼야 한다”며 “언론계를 포용하고자 하는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언론피해구제 측면에서는 적절하지 않은 특칙”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을 고려해 손해 배상액을 산정하도록 단서를 신설한 부분도 위헌성 소지가 있다. 언론사는 규모에 따라 신문·방송 외에도 다양한 계열사를 두고 사업을 진행하는데 개정안은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에 해당하는 기준과 언론사 사업 범위를 명확히 정의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 19일 오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자료사진) 2021.08.19.ⓒ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언론중재법이 “집권 연장 수단” 될 수 없는 사례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시절 국회에서 언론중재법을 제정할 때도 ‘언론 자유 위축’, ‘정부의 언론 장악’ 우려가 있었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이 제정에 극렬히 반대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하게 현재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국제 사회에서 양호한 편에 속한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지난 4월 발표한 ‘2021 세계언론자유지수’ 결과 한국은 조사대상국 180개국 중 42위를 기록했다. 아시아에선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세계언론자유지수는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기록한 역대 최하위 순위 70위에서 크게 회복했다. 참고로 한국이 언론자유지수 최고 순위를 기록했던 때는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31위)이다. ‘언론중재법 제정이 언론 자유를 억압한다’는 주장은 개연성이 낮음을 보여준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들은 언론중재법을 두고 “진짜 목적은 정권 말기 권력 비판 보도를 틀어막아 집권 연장을 꾀하려는 것”(윤석열 전 검찰총장), “문재인 정권의 장기집권 음모”(최재형 전 감사원장) 등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내년 대선을 노리며 유리한 언론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언론중재법을 처리하고 있단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억측에 불과하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이르면 25일 본회의 문턱을 넘는다 해도 내년 3월 9일 예정된 대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

    현행 언론중재법 제5조(언론 등에 의한 피해구제의 원칙) 2항의 조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언론보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진실한 것이거나 진실하다고 믿는 데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언론은 그 보도 내용과 관련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적시한다. 이는 강력한 언론의 책임면제 조항으로 거론된다. 결국 이러한 전제를 고려하면 고의성이 다분한, 손에 꼽히는 악의적 보도만이 처벌 대상에 속하는 구조다.

    송현주 교수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MBC ‘광우병 보도’ 사건을 언급, “언론이든 정치인이든 정당이든 그 어떤 사람도 PD수첩 보도에 대해서 비난했던 사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사람은 언론중재법에 대해서 말할 자격이 기본적으로 없다. 그런 사람들이 말하는 건 정치적인 공격일 뿐”이라며 “심지어 한국언론학회 회장단도 모여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철회) 성명서를 냈던데 그들은 당시 PD수첩이 공격받을 때 아무 말도 안 했던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법에 따르면 PD수첩은 처벌할 수 없다. 악의가 없고 중대한 과실도 없던 PD수첩 ‘광우병 보도’는 그 어떤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며 “‘언론중재법이 개정됐다면 과거 최순실 보도는 할 수 없었을 것’이란 주장은 다 헛소리”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오보 피해 문제점이 보도된 한 주간지 기사를 보이며 발언하고 있다. 2021.08.2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우왕좌왕, 갈팡질팡” 민주당이 자초한 논란들

    언론중재법 개정 논의 전반에서 민주당이 논란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 44개의 언론·시민사회 단체가 참여한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9일 논평에서 민주당을 겨냥해 “(언론중재법) 추진과정은 우왕좌왕, 갈팡질팡이었다”며 “시민사회가 줄곧 미디어 개혁의 과제로 요구해온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인터넷 표현의 자유 확대, 성 평등 미디어의 실현, 미디어노동인권 강화 등을 뒷전으로 밀어둔 채 강행 처리한 게 이 법안이라니 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불신과 적대에 기대는 방식으로 언론을 개혁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임기 말이 돼서야 어렵게 논의 국면을 맞았지만, 민주당은 지지층 표심을 의식해 골든타임을 허비했다. 언론중재법 관련 논의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례를 끌어와 민주당이 이른바 ‘가짜뉴스’의 피해자임을 지나치게 피력한 점, 언론사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을 단기간에 7개→6개→4개로 줄인 점, 열람 차단이 청구된 기사에 해당 사실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한 조항을 뒤늦게 삭제한 점, 손해배상액 하한선이 없는 점 등은 법안의 부실함을 비판받는 빌미를 제공했다.

    시민사회가 가장 답답함을 토로하는 부분도 민주당이 불필요한 논쟁에 몰두해 ‘시민 피해 구제 강화’에 주력하지 않았단 것이다. 민언련은 언론중재법이 문체위를 통과한 19일 성명을 내 “시민피해 구제를 높이기 위한 핵심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유감을 표했다. 이들은 여야의 언론중재법 논의를 바라보는 내내 법안이 취지와 다르게 악용되거나 시민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해 왔다.

    언론단체는 언론중재법 통과 시 “강력한 대여 투쟁”을 엄포했다. 하지만 법안 논의 과정 전반을 살펴보면 언론계의 의견은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 전국언론노조·기자협회 등이 자체적으로 작성해 국회에 송부한 언론중재법이 민주당의 언론중재법과 크게 다르지 않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성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미디어언론위원장은 통화에서 “언론노조·기협 등에서 낸 안이 민주당 안에 비해 특별하게 언론 자유를 훨씬 더 보장하는 형태도 아니다. 민언련·민변 등 기존에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주장한 사람들이 만든 안과 오히려 흡사하다”며 “실제로 (민주당의) 법안이 이상하게 만들어져서 꼬투리 잡기 좋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긍정 평가’ 받는 부분

    이번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 언론중재위원회 정원 상한을 90명에서 120명으로 확대하고, 언중위 위원 추천 규정을 강화한 점은 진영을 막론하고 긍정적으로 평가 받는다. 정정보도 청구 방법을 다양화하고 정정보도 청구 기간을 보도 발행일 6개월 이내에서 ‘1년 이내’로 늘린 점, 정정보도 크기를 원 보도의 최소 2분의 1 이상으로 의무화한 점,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을 신설한 점도 의미 있게 해석된다.

    이 중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은 언론보도 내용이 진실하지 않거나, 언론보도로 개인의 사생활 핵심 영역이 침해받는 등 피해를 입는 경우 청구할 수 있는 것인데 기사 삭제와는 다른 특성을 갖는다.

    미디어 환경이 진화하며 언론보도를 공유하는 방식은 빠르고 다양해졌다. 그만큼 커뮤니티 댓글 등을 통해 한 보도에 인용된 사람의 인권이 맹목적으로 공격받는 상황도 잦게 발생하고 있다. 기사 열람 차단 청구권은 이런 상황에 노출된, 긴급 규제가 필요한 피해자의 방어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일각에선 기사 삭제 요구 남발을 주장하지만, 개정안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언론보도 내용이나 표현이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서 사회 여론형성에 기여하는 경우’엔 기사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언론단체와 정의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 ‘전면 재논의’를 요구한다. 하지만 언론중재법 통과에 대한 국민의 찬성 여론이 높고, 현시점에서 미뤄진다면 대선 이후에야 논의를 재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여야의 정치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추후엔 각 단체와 이견을 좁히려는 민주당의 태도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민사회의 의견을 언론단체 의견만큼 경청하고, 언론중재법 통과 뒤 후속 논의를 이어가며 보완 조치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배액배상제 도입 시 이중 처벌 소지를 해소하기 위해 김용민 의원이 사실적시 명예훼손,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을 각각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1항과 제309조 1항을 폐지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만큼 연동 법안에 관한 논의도 서둘러야 한다.

    [우리말 바르고 쉽게]⑧ ‘국어기본법’을 아시나요…공공언어부터 바로잡자

     전성민 기자입력 : 2021-08-23 00:00

    한국어에 대한 법규·제도 담긴 ‘국어기본법’ 2005년 시행프랑스도 비슷한 법 있어…상품·서비스 이름 프랑스어 의무화올바른 한국어 공공기관이 앞장서고 교과서에 법규 게재
    세종한국어1'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인도네시아 거점 세종학당 학습자들. [사진=세종학당재단 제공]

    '세종한국어1'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인도네시아 거점 세종학당 학습자들. [사진=세종학당재단 제공]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면서 '언어'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통신과 TV 등 각종 매체에서 신조어가 넘쳐나고, 외국어 남용도 비일비재하다. 소통의 역할을 하는 언어가 파괴되면서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격차는 더 심해졌다.

    국민을 계도하고, 소통에 앞장서야 할 정부나 기관·언론도 언어문화 파괴의 온상이 됐다. 공중파를 비롯한 언론의 언어 파괴는 말할 것도 없다.

    신조어와 줄임말, 외국어 사용으로 '새로운 표현'과 '간결한 표현'은 가능해졌을지 몰라도 이를 모든 국민이 이해하기엔 역부족이다. '쉬운 우리말 쓰기'가 필요한 이유다. 쉬운 우리말을 쓰면 단어와 문장은 길어질 수 있지만, 아이부터 노인까지 더 쉽게 이해하고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는 모든 백성이 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정신을 계승해 국민 언어생활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공공기관의 보도자료와 신문·방송·인터넷에 게재되는 기사 등을 대상으로 어려운 외국어를 쉬운 우리말로 대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본지는 이 노력에 힘입어 우리 주변에 만연한 외국어와 비속어·신조어 등 '언어 파괴 현상'을 진단하고, 이를 쉬운 우리말로 바꾸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13회에 걸쳐 연재하기로 한다. <편집자 주>


    “한국어를 배우면서 꿈이 생겼어요. 한국에서 유학도 하고 한국 회사에 취직도 하고 싶어요. 한국에서 여행도 자주 했으면 정말 좋겠네요.”

    한국어는 누군가에게는 꿈과 희망의 언어다.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세종학당에 다니는 김지수(가명) 씨는 한국어를 배우면서 하고 싶은 일이 늘어났다.

    각계각층에서 소중한 꿈을 키우는 한국어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그중 근간이 되는 것이 ‘국어기본법’이다.

    ◆ 한국어의 뿌리 ‘국어기본법’

    2005년 시행된 ‘국어기본법’ 제1장 제1조를 보면 ‘이 법은 국어 사용을 촉진하고 국어의 발전과 보전의 기반을 마련하여 국민의 창조적 사고력의 증진을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을 향상하고 민족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나와 있다. 여기서 국어는 한국어를 말한다.

    또한 ‘국어기본법’에는 국어 발전 기본 계획의 수립, 국어 사용의 촉진 및 보급, 국어 능력의 향상 등 국어에 관한 법규와 제도가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종학당재단’이다. 외국어 또는 제2 언어로서의 국어 보급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세종학당재단을 설립했다.

    2007년에 3개국 13개소로 처음 시작한 세종학당은 올해 기준 전 세계 82개국 234개소로 확대됐다.

    전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국의 문화처럼 세종학당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지난 6월 발표한 신규 세종학당 공모에는 43개국 85개 기관이 신청(경쟁률 3.3대 1)했으며, 서류심사와 화상 면접 등 약 6개월간의 심사과정을 거쳐 운영 역량과 여건이 우수한 기관들을 선정했다.

    문체부와 세종학당재단은 한국어와 한국문화의 세계화를 위한 사업을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2022년까지 전 세계 세종학당 270개소로 확대하고, 맞춤형 현지화 교원 파견 확대 및 현지교원 양성과정 운영, ‘세종학당 문화강좌’를 통한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의 강점을 살리는 정책은 국가 위상을 높이는 데에도 영향을 준다. 최신 정보기술(인공지능·음성인식 등)을 활용한 국가별 특화 학습 콘텐츠 개발 등으로 교육 여건 개선 및 학습 지원 강화 등을 추진해 전 세계인이 체계적이면서도 쉽고 친근하게 한국어를 접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둘 방침이다.

    해외에 알리는 것과 더불어 한국어를 지속적으로 다듬는 일도 중요하다. 국어심의회는 국어사용과 관련한 어문 규범 개정을 비롯해 한국어 국외 보급, 공공언어 개선, 전문용어 표준화, 지역어 보전 및 진흥 등에 대한 사항을 심의한다.

    국어(교육) 분야 외에 외국어, 사회・행정, 신문・방송・출판, 디자인(글꼴) 등의 전문가를 위촉해 다양한 시각에서 국어발전 방향을 논의하고 있다.

    또한,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국어교사, 한국어교원을 추가로 위촉하고 한국수화언어법·점자법 제정에 따른 국어 정책 범위의 확대에 따라 한국수어와 점자 관련 전문가들도 위촉했다.

    ◆ ‘국어기본법’이 뿌리내리기 위한 노력

    ‘국어기본법’을 이야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프랑스의 사례다. 최초의 ‘프랑스어 사용법’은 1975년에 제정된 ‘바로리올법’이며, 이 법을 강화해 1994년 ‘투봉법’이 만들어졌다.

    18세기에 유럽 궁정과 사교계의 ‘공용어’로 인정되기도 했던 프랑스어는 20세기 초부터 영어의 거센 도전을 받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영어가 프랑스 국내에서도 프랑스어를 본격적으로 위협하기 시작한다. ‘영어투성이의 프랑스어’를 가리키는 ‘프랑글레’(franglais)가 사회적으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24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투봉법’은 크게 총칙·상품화·행사·회의·노동·교육·방송·공공 업무 분야로 나눌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상품화 관련 조항이다. ‘제품 또는 서비스의 명칭, 제공, 소개, 사용법이나 사용 설명서, 보증 기간과 조건 기재, 그리고 계산서와 영수증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여야 한다’고 명시했다.

    프랑스어 사용을 의무화하고 그 위반에 대해서는 경범죄를 적용하여 범칙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국어기본법’에는 국어를 사용하는 국민의 의무를 규정하면서 선언적 명문 규정만 제시하고 있고, 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했을 때 이를 제재할 규정이나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 일각의 의견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범칙금 같은 제재보다는 한국어를 자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공공기관에서 올바른 한국어를 쓰는 일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국어기본법에는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국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업무를 총괄하는 국어책임관을 소속 공무원 중에서 지정하여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국어책임관을 의무적으로 두어야 하는데 두지 않는 곳도 많고. 대부분 겸직이다 보니 제대로 책임 있게 운영이 안 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김슬옹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일정 규모 이상의 공공 기관에서는 아예 별정직으로 제도를 바꿔 국어 바르게 쓰기에 전담하게 해야 한다”라며 “국어기본법에 그런 잘못된 공공 언어 사용에 대해 프랑스처럼 강제 벌칙 조항을 넣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장의 국어책임관 제도를 통해 공공언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아나가야 한다”라고 짚었다.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어도 많은 사람이 알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국어기본법’을 알리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실제로 ‘국어기본법’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적다. 국어 교사들조차도 ‘국어기본법’ 전문을 읽어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근본적인 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김 원장은 “국어기본법의 취지와 강제성 여부를 떠나 국어기본법 자체가 그 존재 의미를 잃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모든 과목, 모든 지도서에 국어기본법을 부록으로 싣고 학생들 국어 교과서에는 어문 생활 관련 중요 규정이라도 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