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8일 목요일

‘엔진 없는’ 전기차의 역습…2030년 생산직 60%는 사라진다

 등록 :2021-01-29 05:00수정 :2021-01-29 10:10


지난 21일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 투입을 저지하는 모습. 독자 제공
지난 21일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 투입을 저지하는 모습. 독자 제공
지난 한 해 전세계는 전기차 시대를 향한 기대감으로 들썩였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앞다퉈 미래차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내놨지만, 미래차의 등장과 함께 사회가 겪게 될 성장통은 충분히 논의되지 못했다. 자동차산업 전반의 구조조정과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해체는 아직 펼쳐보지 않은 숙제로 남아 있다. 미래차가 우리 사회에 일으키고 있는 균열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 20일 낮 12시30분, 현대자동차 울산1공장.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을 만들던 공정이 갑자기 멈춰섰다. 노동자들이 차체 투입을 가로막은 탓이다. 이들이 나선 이유는 전기차 핵심 부품의 외주화.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기아 대신 현대모비스를 중심으로 하는 전기차 생산 계획을 확정짓고, 그 첫 타자로 아이오닉5를 시범 양산 중이다. 이대로라면 완성차 공장의 절반가량은 내연기관차와 함께 서서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울산공장의 풍경은 전기차 시대에 자동차산업이 맞닥뜨리게 될 구조조정 드라마의 예고편을 보여준다. 산업 패러다임 급변으로 기업들은 한편으론 신사업에 투자재원을 쏟아부으면서 다른 한편에선 원가절감에 어느 때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노조의 ‘고용 안정’ 요구에 확답을 줄곧 피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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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이미 시작된 현대차

28일 현대차 노사 양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현대차그룹은 내연기관차의 파워트레인에 해당하는 E-GMP(일렉트릭-글로벌 모듈러 플랫폼) 전기차의 PE(파워 일렉트로닉스) 모듈을 모두 부품 계열사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E-GMP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으로, 오는 3월 출시하는 아이오닉5를 시작으로 모든 전기차에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E-GMP 전기차 파워트레인의 경우 현대모비스와 (그룹 바깥의) 다른 부품업체들을 경쟁시켜 원가를 절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현대차나 기아는 선택지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는 벼랑 끝에 내몰렸다. 현재 현대차 공장의 절반가량은 완성차 조립, 나머지 절반은 주로 내연기관차 파워트레인 생산을 맡는다. 전기차 비중이 늘어나는 만큼 후자는 점차 몸집을 줄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해 단체교섭 때 전기차 PE 모듈 물량을 요구했으나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근에는 노조 집행부도 이를 포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집행부 관계자는 “매번 임단협 때마다 성과급이나 챙기면서 이런 상황에 전혀 대비하지 못했다. 이미 늦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는 사이 현대차는 이미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감행하고 있다. 매년 정년퇴직 인원만큼 공정을 대폭 없애는 작업이다. 회사는 이를 ‘공정개선’이라 부른다. 지난해 ‘개선’ 대상은 1041개 공정으로 모두 1572명분이다. 같은 해 정년퇴직 인원 1436명을 조금 넘는다. 1970명이 정년퇴직하는 올해는 1712명분의 공정이 없어질 전망이다.

인력 충원이 필요한 곳에는 신규 채용 대신 시니어 촉탁제로 대응하고 있다. 시니어 촉탁제는 정년퇴직한 뒤에도 최장 1년간 계약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다. 2019년 노사 합의로 도입됐다. 한 조합원은 “최대한 신규 채용을 하지 않으려는 회사와 정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고 싶은 고령 조합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말했다.

지난해 10월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현대차그룹 제공
지난해 10월30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열린 ‘친환경 미래차 현장방문’ 행사 종료 후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현대차 공영운 사장, 알버트 비어만 사장, 이상수 지부장, 정의선 회장, 하언태 사장, 이원희 사장, 기아차 송호성 사장. 현대차그룹 제공
“노사 모두 대책이 없다” 지적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와 맞물려 이뤄지는 비가역적 구조조정이란 측면에서 혼란은 더욱 심하다. 향후 노사분쟁으로 이어질 조짐도 보인다. 최근 울산1공장에서 빚어진 충돌이 대표적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한 조합원은 “백번 양보해 전기차 파워트레인을 줄 수 없다면, PE 모듈과 서스펜션을 통합하는 프런트 섀시 모듈이라도 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라며 “아이오닉5 공정을 중단시킨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회사는 강경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노조가 요구하는 총고용 보장에 대해서도 최근에는 언급 자체를 꺼린다. 정년 보장이 아닌 ‘고용 보장’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노조 집행부는 지난해 10월 정의선 회장과 만나 “총고용 보장 합의서에 대한 믿음을 달라”고 요구했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정 회장이 “고용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정규직 생산직 비중이 높은 현대차·기아의 생산 물량을 대폭 줄이는 계획은 조만간 본격화될 공산이 크다. 신규 채용을 사실상 ‘0’으로 둔 현재 계획대로라면 2030년에는 생산직의 40%만 회사에 남게 된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던 ‘5만 조합원’의 현대차 노조도 옛말이 되는 셈이다.

현대차 고용안정위원회 내부에서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안정위원회는 2019년부터 미래차 시대에 대비해 생산직 재배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 자문위원은 “현실적인 재배치 방안을 찾기 어려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며 “기본적으로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인데 본사에서는 (고용안정위를) 형식적인 절차라고만 여기고 이대로 정리하기를 바라는 분위기가 짙다”고 말했다.

현대차 공장의 위축은 자동차산업 전반에서 변주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차 투자에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만큼 내연기관차 생산 쪽에서 원가를 줄여야 할 유인이 커지고 있어서다. 현대차 원가절감추진위원회는 2018~2025년 총 41조원을 절감한다는 계획을 올해 새로 수립했다. 기존 목표인 2018~2022년 34조5000억원에서 기간과 금액 모두 늘렸다. 또 다른 자문위원은 “노사 모두 단기 이익에만 골몰하는 데서 벗어나 미래 세대를 위해 자동차산업이 어떤 일자리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80948.html?_fr=mt1#csidx530523c12ebc1c1adb945376e2d6b23 


민주당이 ‘사법농단 판사’ 2명 중 임성근 탄핵만 추진하는 이유

 법리적·정치적 다툼 소지 경계하고, 위헌성 확실한 임성근에 ‘탄핵 집중’ 방침

최지현, 남소연 기자
발행 2021-01-29 09:28:15
수정 2021-01-29 09:2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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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2021.01.28.
28일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의 모습. 자료사진. 2021.01.28.ⓒ정의철 기자 / 공동취재사진 

더불어민주당은 28일 '사법농단 판사'로 지목돼 탄핵 대상으로 거론되던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와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 중 임 판사에 대해서만 탄핵소추를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전날에 매듭짓지 못한 '사법농단 판사' 탄핵 추진 여부를 논의했다. 그 결과에 대해 이낙연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헌법 위반 혐의를 받는 임 판사에 대한 의원들의 탄핵소추 추진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앞장서는 게 아니라 개별 의원들의 탄핵소추안 발의를 '허용'한다는 수준에 그치면서, 당 지도부가 '사법농단 판사' 탄핵에 의지가 없는 게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당 안팎에서 터져 나왔다.

애초 민주당 지도부는 당내에서 판사 탄핵 움직임이 일고 있는 데 대해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판사 탄핵을 추진했다가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당의 반발로 정국이 혼란해지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판사 탄핵에 결론을 내지 못했던 전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박성준 원내대변인이 기자들과 만나 "우리 당 입장에서는 민생국회 고민이 많은데 (판사 탄핵까지 하려면)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는 부분은 (논의 중에) 있었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틀 연속으로 진행된 의원총회에서 판사 탄핵에 대한 찬성 의견이 다수 나오고 당 안팎의 지지 여론도 높은 만큼 당 지도부가 이를 완전히 외면하긴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진지한 검토 끝에 민주당 지도부는 '사법농단 판사' 2명 중 1명에 대해서만 탄핵소추 추진을 인정하기로 결정했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판사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당론이 '일하는 국회법'밖에 없다"며 "(나머지는) 당론이라고 명칭하고 추진하는 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당론으로 정하지 않은 것은 무책임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는 "당론으로 정해 의원 의사를 강제적으로 정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사법농단 판사' 탄핵을 함께 추진해오던 박주민 의원도 이날 밤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이 의원을 비롯한 많은 의원들이 애를 쓰셨고, 지도부가 현명하게 결정해줬다"고 평가하면서 "마무리 과정도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판사 탄핵 여론을 일으킨 문제의 사건은 일본 산케이신문 가토 다쓰야 전 서울지국장이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한 의혹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건이다.

사법농단을 수사한 검찰 기록에는 이 사건 재판장이던 이동근 부장판사가 선고 전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던 임성근 부장판사에게 선고 요지 초안문을 이메일로 보냈고, 임 판사는 '청와대가 싫어할 것'이라는 취지의 이유로 초안의 특정 표현과 문장을 고쳐 답신했다고 나와 있다.

임 판사는 답신에서 "허위사실은 명백하지만, 비방 목적이 없으니 무죄"라는 취지가 드러나는 방향으로 수정을 요구했고, 이 판사는 최종 선고문에 해당 부분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 중 임 판사의 죄가 탄핵에 이를 만큼 중하다고 민주당은 판단했다.

이 대표는 이날 밤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초 이탄희 의원은 판사 2명의 탄핵소추를 준비했으나, 잘못이 현저한 임 판사만 소추하는 것으로 이 의원 스스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임 판사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를 위축시키기 위해 외신기자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에 개입해 판결문 수정을 요구하는 등 담당 판사의 재판 독립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법원은 1심에서 임 판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판사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것은 판결문에서 6차례 언급했다"며 "더불어 2018년 법관대표자 회의는 그에 대한 탄핵소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대한민국 사법체계를 수호해야 할 판사의 위헌적 행위를 묵과하고, 탄핵소추 요구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국회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며 "법원에서 위헌적 농단이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저희는 고심 끝에 탄핵소추를 인정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소추까지의 과정은 국회법에 따라 진행되고, 소추 이후의 과정은 헌법재판소가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아침에 당내 법률전문가 몇 분으로부터 이 판사는 대상에서 제외하는 게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며 "그 제안 이 의원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우선 법관대표자 회의 결정문의 해석상 이 판사가 포함되느냐 여부에 대해선 다툼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 일부 법률전문가는 (탄핵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고 의견을 개진했고 이 의원도 다툼의 소지가 있을 수 있겠다고 받아들였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판사의 경우 임 판사보다) 잘못이 상대적으로 경미하다는 것 또한 이 의원이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홍 원내대변인은 "의원들 가운데 여러 찬반 의견이 있는데, 조금 더 확실한 분을 (탄핵소추)하게 되면 좀 더 찬성하는 의원이 많아질 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국회법 130조에 따르면 국회는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 늦어도 이달 안에 탄핵소추안 서명작업이 마무리돼야 다음 달 2일 첫 본회의에서 보고한 뒤 72시간째가 되는 5일에 탄핵소추안이 처리될 수 있다.

앞으로 '사법농단 판사'를 탄핵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제안했던 이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정의당, 열린민주당, 기본소득당 의원 107명을 중심으로 임 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판사 탄핵 요건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 발의와 과반수 찬성이다.

만약 판사 탄핵이 끝내 불발될 경우 정치권 안팎에서 상당한 반발이 예상된다. 탄핵소추가 될 경우에는 이후 헌법재판소가 최종 판단하게 된다.

최지현,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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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스와 강원도, 그리고 북조선

 [단번도약, 북조선] 스위스가 보여주는 북조선의 미래

스위스 하면 알프스다. 알프스가 곧 최고의 자연 보배이자 최상의 자원 보고이다. 스위스를 방문하는 관광객의 6할이 곧장 알프스로 달려간다. 유럽에서도 가장 큰 산맥으로 유럽의 중앙부를 동서로 1200㎞나 가른다. 그 중 20% 남짓이 스위스에 자리하고 있다. 국토의 6할이 온통 알프스산인 것이다. 알프스 평균 고도가 1700m이니 스위스는 전형적인 산악 국가, 뫼의 나라다. 북위 45도에서 49도 사이, 일본의 홋카이도(北海道)보다도 더 북쪽에 터하고 있다. 위도도 높고 고도도 높은 고고(高高)한 나라이다.


쥐라 산맥도 있다. 넓이는 60㎞, 길이는 250㎞. 영토의 1할을 차지한다. 켈트어로 '숲'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레만호에서 라인강까지 굽이굽이 뻗어 있다. 프랑스 동부와 독일의 남부를 잇는 석회암 산맥이다. 평균 해발 700m, 알프스 못지않게 아름다운 아고산지대이다. <쥐라기 공원>으로 널리 알려진 쥐라기라는 개념이 바로 이곳에서 유래하였다. 과거에는 바다였다고 한다. 웅장한 알프스의 조산운동으로 쥐라까지 덤으로 솟아오른 것이다. 그래서 암모나이트 화석이 지금도 종종 발굴된다. 이 암석을 연구한 18세기 후반의 지질학자들이 '쥐라기'라는 명칭을 공식화한 것이다.


알프스와 쥐라, 양대 산맥을 겸하면서 스위스는 4000m가 넘는 산을 48좌나 보유하고 있다. 이 작은 나라에 드높은 봉우리가 경쟁적으로 솟아 있는 것이다. 알프스 최고봉은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경에 걸쳐있는 몽블랑(4810m)이고, 스위스 최고봉은 몬테로자(4634m)이다. 유명세로 치자면 으뜸은 마터호른이다. 하늘과 맞닿는 4478m, 3454m에 자리한 융프라우가 마터호른으로 가는 중간 거점이다.


 

두 산맥 사이로 약 3할의 국토가 고원지대이다. 레만호와 보덴호 사이, 중앙고지에 스위스 국민의 대다수, 7할이 살아간다. 평균 고도 580m, 여름 평균 기온 섭씨 20-25도, 겨울 평균 온도 2-6도의 쾌적한 환경이다. 제네바부터 취리히까지 스위스를 대표하는 주요 글로벌 시티들도 바로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제네바 호수 전경. ⓒ이병한

산이 깊으면 물도 맑다. 깊은 산속 옹달샘을 유럽인이 나눠먹는다. 스위스는 유럽 총면적의 0.4%에 불과하지만 담수의 비축량만 따지면 6%에 이른다. 알프스 전체로는 26%를 저수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유럽의 분수령(分水嶺)인 셈이다. 라인강과 로이스강, 티치노강과 론강 등 유럽의 주요 강들이 알프스에서 발원한다. 알프스 빙하가 녹은 담수가 북으로는 독일과 네덜란드를 지나 북해에 가닿고, 남으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거쳐 지중해를 만난다. 그리스의 와인이 프랑스로 건너와 보르도와 브루고뉴 명산지에 전파된 것도 이 하천망 덕분이었다. 스위스에 수원을 둔 주요 강들이 사방팔방 흘러가서 문화를 전파하고 물자를 운반하는 사통팔달의 역할을 수행한 것이다.


 

산에서 물이 흘러가면 강이 되고, 산 속에 물이 고이면 호수가 된다. 스위스에는 자그마치 1,500개의 호수가 있다. 가람의 나라일 뿐만이 아니라 호반국가이기도 한 것이다. 거개가 산정호수이고 빙하호수이다. 프랑스 국경의 제네바 호와 독일 국경의 보덴 호를 첫손에 꼽는다. 스위스 국내만 따지자면 뇌샤텔호가 가장 크고, 루체른호와 취리히호 등도 제법 크다. 눈 녹은 호수에 비친 알프스의 그 눈 시린 풍경은 하늘이 이 땅에 허여해준 은총이 아닐 수 없다.


그러함에도 19세기까지 스위스 여행자는 극히 드물었다. 험준한 알프스 산맥 탓에 이웃나라에서 스위스로 가기가 마땅치 않았다. 스위스 내부에서의 이동조차 여의치 않았던 시절이다. 우뚝 솟은 알프스는 독일과 프랑스의 계몽주의자들이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도시를 방문할 때 가급적 빨리 통과해버리면 좋을 장애물이었다. 반전의 계기는 계몽주의에 반감을 품은 낭만주의의 출현이다. 루소와 바이런과 괴테 같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근대성에 물들고 있는 도시문명을 비평하며 알프스의 자태를 칭송해마지 않았다. 근대화가 진행되면 될수록 알프스의 매력은 더욱 깊어졌다. 야만으로 비하했던 풍광이 어느 순간부터 낭만의 정점으로 뒤바뀌어 간 것이다. 조야한 이미지가 근원적 이미지로 탈바꿈하였다. 수많은 도시인들이 야생을 즐기고자 굳이 구태여 알프스를 오르기 시작했다. 19세기 토마스 쿡이 출범시킨 알프스 단체여행 상품은 대박을 터뜨렸다. 산악인들도 경쟁적으로 알프스 영봉을 정복하기 시작했다. 등산이라는 매우 이례적인 행동이 어느덧 가장 각광받는 대중적 스포츠가 된 것이다. 알피니즘의 탄생이다.


 

그러나 등산화와 등산복만으로는 알프스에 오르기 힘들었다. 험한 산길과 거센 물길을 잇는 매끄러운 인공 통로, 철도의 건설이 결정적인 기여를 한다. 알프스 여행의 백미는 역시나 등산 열차이다. 스위스가 품고 있는 가장 웅장하고 가장 아름다운 절경을 창밖으로 지긋하게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장까지 통유리로 된 파노라마 특실 객차도 있다고 한다. 베르니나 특급, 빌헴름 텔 익스프레스, 골든패스 등 4대 특급열차 가운데 내가 타 본 것은 마터호른을 향해가는 빙하특급(Glacier Express)이었다. 평균속도 34㎞. 세계에서 가장 느긋하고 느릿하게 달리는 특급열차이다. 291개의 다리와 91개의 터널을 지나 8시간 동안 울창한 삼림과 호젓한 호수와 시원한 계곡을 통과한다. 산골짜기에서 요들송을 부르며 무해한 삶을 살아가는 스위스 시골사람들의 순박한 생활도 엿볼 수 있다.


 

산악열차는 해발 3454m에 자리한 '유럽의 지붕' 융프라우요흐까지 닿는다. 1912년, 장장 16년의 공사 끝에 전면 개통한 꼭짓점이다. 온통 만년설로 뒤덮인 마터호른이 맞은편에 떡하고 당당히, 꼿꼿이 버티고 서있었다. 순간 숨이 멎을 것 같은 탄성이 절로 새어나온다. 사피엔스가 등장하기도 훨씬 이전부터 솟아오르기 시작한 거대한 바위일 것이며, 스위스라는 나라가 탄생하기 훨씬 전부터 쌓여왔을 두텁고도 두꺼운 빙하이다. 일순에 일년, 십년, 백년 역사적/인간적 시간감각이 수줍어진다. 만년 억년 지질학적/지구적 시간감각에 압도당한다. 좀처럼 쓸 기회가 드문 우리말, '웅숭깊다'라는 이례적 수사가 자연스레 떠오르는 장소였다. 그래서 지금도 나에게는 알프스의 색감이 푸른 산도 아니요, 파란 물도 아닌 하얗디하얀 빙하로 남아있다. 동쪽 하늘에서도 서쪽 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이 빛나는 밤. 하얀 달빛을 머금고 하얀 별빛까지도 품었던 마터호른 산도 하얗게 빛이 났다. 그 빛나는 밤을 하얗게 지새우다 빙하 위로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동트는 새벽을 맞이했다. '빛을 보다', '관광'(觀光)이라는 단어가 이보다 더 어울리는 장소는 지구상에 또 없을 것만 같았다.


 

▲스위스 빙하 특급 열차. ⓒ이병한

2. 관광대국


 

철도대국은 관광대국의 초석이 되었다. 철길이 산길과 물길을 잇는 촉매가 되었다. 스위스의 동서남북으로 유럽인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졌다. 세계인들의 눈길도 유독 쏠렸다. 유네스코 선정 3개의 자연유산과 8개의 문화유산을 품고 있는 나라가 스위스다. 단숨에 세계 굴지의 관광대국으로 도약하게 된 것이다. 객관적 지표가 관광업의 위상을 말해준다. 국내총생산(GDP)의 3%가 외국인들이 스위스를 방문하고 쓰고 간 돈이다. 2011년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여행 산업 경쟁력 보고서에도 스위스는 당당하게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항로와 육로의 인프라가 워낙 탄탄한데다가 안전과 청결 면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얻었다.


 

아무리 등산열차가 훌륭하다 한들, 창밖으로 바라만 보는 것으로 나는 도저히 족할 수 없었다. 쓱 보고 셀카만 찍고 휙 돌아서는 여행은 애당초 체질에 맞지 않는다. 오죽하면 걸으면서 생각하는 사람, '로샤'(路思)가 부캐가 되었다. 타고난 방랑벽을 한껏 끌어올리는 장소이다. 알프스까지 왔는데, 두 발로 걸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연 걸어야 제 맛이다. 시각만이 아니라 후각과 촉각 등 오감을 모두 자극한다. 풍경 속으로 내가 빨리어 들어간다. 내가 풍경의 하나로 녹아내리어 간다. 불일불이(不一不二)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지경에 진입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스위스는 하염없이 마구 걷기에 제격인 나라다. 대자연을 만끽하며 하이킹하고 트래킹 할 수 있는 코스도 여럿 정비되어 있다. 전국 전역을 잇는 둘레길이 장장 6만㎞에 달한다. 난이도도 다양하다. 아장아장 아이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평이한 코스부터 전문 장비를 갖추지 않고서는 도전할 수 없는 험준한 코스까지 각양각색이다. 때와 곳이 어울리면 금상첨화인바, 내가 알프스를 걸은 시점은 마침 4월 하순이었다. 눈이 녹아내린 드넓은 초원에 풋풋한 야생화가 폭발적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과 웅장한 빙하와 짙푸른 숲에다 찬란한 햇빛이 반짝거리는 호수만으로도 충분히 호사였건만, 겨울을 뚫고 흐드러지게 만발한 들꽃까지 곁들이니 바로 여기가 지상천국, 도원경이구나 싶었다.


사시사철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막 겨울 스키 시즌이 끝나던 무렵이었다. 한겨울이면 이 일대는 온통 스키부츠를 신은 사람들뿐이라고 한다. 최고의 설질을 자랑하는 리조트에서 신나게 스키를 타고나면 따뜻한 스파로 몸을 녹인다. 스키와 스파로 노곤노곤해진 몸을 누이고 쉬어갈 호텔산업도 스위스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전국에 6000개에 육박하는 호텔이 성황을 이루고 있다. 호텔리어들 사이에서는 레전드로 통하는 호텔왕 세자르 리츠를 배출한 나라가 바로 스위스이다. 굴지의 산업과 최상의 교육은 무관할 수 없는 바, 전국 각지에서 세계적 명성을 확보한 호텔 학교들이 미래의 호텔리어를 양성하고 있다. 역시나 유학생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글로벌 교육기관들이다.


물론 최정상급 호텔들만 즐비한 것도 아니다. 유스호스텔과 에어비앤비 등 선택지 폭이 넓다. 에어비앤비에 접속하노라면 대자연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캠핑장부터 장기 체류형 홀리데이 아파트, 주민들 및 동물들과도 함께 생활해 볼 수 있는 팜스테이 등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한다. 초콜릿과 치즈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도 눈에 띈다. 걷고 자고 먹고 마시는 그 어떤 방면으로도 남다르면서도 충실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관광대국 스위스의 진면모이다.


▲알프스 국립공원. ⓒ이병한

3. 환경 선진국


 

<유라시아 견문> 3년 내내 참으로 자주 비행기를 탔다. 어마어마하게 긴 탄소발자국을 남긴 것이다. 천일 유랑에는 한 점 후회가 없건만, 끝내 영 찜찜한 것은 여행이 수반하는 탄소 배출이다. 그나마 알프스 견문이 위안이었다면 마터호른의 발치에 자리한 체르마트가 대표적인 카프리(car-free) 청정 마을인 덕분이다. 오래된 목조 가옥에 내부 인테리어만 새로 한 부티크 호텔에서 이틀을 묵었다. 깜찍한 사이즈의 전기자동차가 부지런히 여기와 저기를 오가며 이곳과 저곳을 분주히 잇고 있었다. 생명을 살리는 생태마을, 21세기형 '새마을'이었던 셈이다.


 

'빙하여 잘 있거라.' 작별 인사는 극지방, 남극과 북극의 극단적 사례가 아니다. 유럽의 한복판, 알프스의 설산도 녹아내리고 있었다. 설경이 갈수록 자취를 감춘다고 한다. 알프스 빙하의 거개도 스위스에 자리하고 있다. 전체 국토 면적의 3%가 얼음일 만큼 빙하대국이다. 그러나 연년세세(年年歲歲) 그 면적이 줄어들고 있다. 지난 150년 알프스 평균 기온은 1.5도 상승한 것으로 추정한다. 백 년 전에 견주어 빙하의 표면적은 20% 이상 줄었다. 6번째 대멸종을 거부하는 '멸종저항운동'은 자연물의 하나인 빙하에도 해당되는 셈이다.


 

자연에 반하는 자동차부터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스위스는 배기가스 규제가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로 유명하다. 디젤 트럭 운송도 대폭 줄여가고 있다. 도로 대신에 철도를 활용하는 딜리버리 모빌리티 혁신을 꾀하고 있다. 이미 사방팔방, 사통팔달 깔려있는 철도를 십분 활용하여 사람만이 아니라 물자도 이동시킨다는 복안이다. 장기적으로 스위스 국내 물류의 7할까지 철도가 소화하는 것이 목표란다. 실제로 스위스를 여행하노라면 도로보다 철도가 훨씬 편하게 구축되어 있다. 기차와 트램과 케이블카에 이르기까지 전국 6,300㎞의 철도 노선만 똘똘하게 활용하면 원하는 곳 어디든 쉽사리 도착할 수 있다. 통계상으로도 여타 유럽인들보다 스위스 사람들의 철도 이용률이 2배 높다고 한다. 대부분의 기차역에서는 공용 자전거도 빌려준다. 자가용을 몰면서 별도로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고도 쾌적하고 편리한 일상생활이 가능한 것이다.


 

만사에 음과 양이 함께 있다. 빙하가 녹아내려 더욱 풍부해진 수량도 십분 활용하고 있다. 지난 세기에도 산악지대에 건설한 수력발전소가 국내 발전의 절반을 도맡았는데, 2012년 9월에 발표한 <에너지 전략 2050>을 보노라면 2050년까지 그 비중을 3분의 2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재생 에너지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여 기왕에 3할을 소화했던 원자력의 비중을 대폭 낮춘다는 계획이다. 2011년 3.11 후쿠시마 사태 직후에 마련된 청사진인지라 원전은 더 이상 짓지 않기로 결정했다. 모자라는 에너지는 전국 30여개에 달하는 쓰레기 처리시설의 소각열을 이용해 벌충할 것이라고 한다.


 

물만큼이나 숲도 적극 이용하고 있다. 삼림 자원이 원체 풍요로운 나라이다. 롤렉스를 비롯하여 그 유명한 스위스 시계 산업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이 의약품 수출이다. 내가 여행했던 2017년 통계로 의약품은 38%요, 시계는 9%이니 비교가 되지 않는다. 바이오 생명과학의 선진국이기도 한 바, 그 근간은 역시나 알프스가 품고 있는 그 생물다양성의 풍요로움에 있다 하겠다.


 

패시브하우스 등 에코건축 기술도 발군이다. 특히 돋보이는 것은 취리히와 베른이 선도하고 있는 '미너지'(미니멈 에너지) 생태건축이다. 하늘에서 내리쬐는 태양열과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을 활용하여 1년 내내 건물 실온을 20도 안팎으로 유지한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만들고 여름에는 시원하도록 하는 순환 환기 시스템도 빼어나다. 바이오매스를 적극 활용한 에너지 보완책도 구비하고 있기에, 통상보다 높게 책정된 건축 비용일지라도 10년만 살면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살리고 지구도 살리는 생명살림건축의 전형인 바, 미너지 프로젝트의 장래 또한 밝은 편이라 하겠다. 이만하면 자연을 보존하는 에코(eco)는 물론이요, 미래 산업을 개척하는 바이오(bio)에 스마트(smart) 건축까지, 글로벌 그린뉴딜을 선도하는 환경 선진국이자 생태 모범국으로 스위스를 꼽는다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것이다.


▲마터호른. ⓒ이병한

4. 강원도의 힘


 

하늘과 땅 사이 사람이 자리한다. 산과 강 사이 인간이 살아간다. 스위스가 매력적인 나라인 것은 역시나 화룡정점, 알프스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때문이다. 생기가 넘치고 활기가 돋아나는 특유의 생생활활한 기운이 솟구친다. 가급적이면 지붕 아래서 머무르기보다는 문을 박차고 나가 하늘 아래서 오랜 시간을 머무르고자 한다. 여가생활도 시청각을 자극하는 미디어 소비가 아니라, 온 몸을 다 쓰고 온 힘을 다 쏟는 야외 활동이 중심이다. 국토를 놀이터로 삼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든 숲길로 곧장 이어지는 오솔길이 마련되어 있고, 계절에 상관없이 숲속 오두막집은 항상 성황이다. 장작불을 때지 않아도 되는 철이 되면 스키를 거두고 자전거를 꺼낸다. 알프스를 배경으로 한 산악자전거 대회 또한 일생에 한번쯤은 도전해 볼만한 정신적 쾌락과 육체적 쾌감을 선사한다.


 

강과 호수도 멀리서 바라만 보지 않는다. 곳곳에서 하얀 요트 돛이 나무처럼 뻗어 있고, 카누와 카약을 즐기는 사람도 부지기수였다. 협곡을 지나거나 암벽을 타오르는 등 익스트림 스포츠도 활황이다. 팔뚝과 허벅지가 터져나갈 듯 심박수를 최고치로 올린 다음에는 첨벙첨벙 노천탕으로 뛰어든다. 뭍에서도 물에서도 '스웻 라이프'(sweat life)에 흠뻑 젖어들어 사는 것이다. 용병으로 징발되었던 왕년의 알프스 사나이(=산아이)들이 이제 유럽에서도 가장 건강하고 가장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는 '워너비'들이 된 것이다. 2H(Health & Happiness), 행복과 건강이라는 21세기 최고의 가치를 앞장서 솔선수범하고 있는 것이다.


 

자고로 20세기형 부국강병, 강성대국과 선군정치는 이미 후지고 낡은 레토릭이 되었다. 경제성장과의 병진정책 또한 따라잡기(catch up), 따라하기(follow up)의 반복에 그친다. 단숨에 단도직입으로 미래형 행복국가로 도약해야 할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과 행복한 마음과 건강한 몸이 곧 국가의 목표이자 국정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 산이 국토의 7할이 넘는 산악국가라는 점도 북조선이 스위스와 은근히 빼다 닮은 구석이다. 추운 겨울이 길다는 계절적 특성도 흡사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각별히 마식령 스키장 일대를 국제적 휴양지로 키우려는 발상 또한 스위스 경험과 아주 무관치는 않을 법하다. 다만 관광대국의 근간에 철도대국이 있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스위스만 해도 불과 일백년 전에야 철도대국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다. 우후죽순 경쟁적으로 노선을 만들어가던 초기의 혼란을 거두고 스위스 연방철도로 통폐합되어갔던 저간의 시행착오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크다. 북조선은 처음부터 국영기업이 총대를 메고 국책사업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쪽이 이로울 것이다. 고속철도와 광역철도망으로 전국 전역을 사통팔달 전변시켜야 한다.


미국은 자동차 중심의 개인주의 사회인고로 고속도로가 교통의 중심이었다. 러시아는 집단적 전통이 유장한 고로 시베리아의 동서를 잇는 철도가 교통의 주축이었다. '한강의 기적'이 경부고속도로에 기초하고 있었다면, 북조선의 기약은 스마트 철도일 공산이 크다. 산악국가 북조선을 꼬부랑 고갯길로 꼬부랑꼬부랑 오고갈 것도 없다. 터널을 뚫고 산 아래로 달려가는 직선 거리의 철도가 산을 깎고 나무를 밀어 구불구불 도로를 만드는 일보다 훨씬 더 생태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많다. 갈수록 비행기는 덜 타고, 자동차 운전은 최대한 줄여가야 할 것인바, 도로 중심의 교통체계를 구태여 시도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린 모빌리티 생태계로 단번에 도약하는 차원에서도 방점은 스마트 철도에 찍혀야 할 것이다.


그레타 툰베리의 모국 스웨덴에서는 플뤼그스캄(flygskam)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비행기 여행의 수치심'이라는 뜻이다. 그 대척점에 있는 단어가 바로 탁쉬크리트(tagskryt)이다. '기차 여행의 자부심'이다. 북조선은 회색국가, 잿빛국가를 통과의례처럼 겪을 것도 없이 적색국가에서 녹색국가로 단숨에 뛰어올라야 할 것이다. 스위스의 북쪽, 옛 동독 지역이 독일 환경산업의 메카로 탈바꿈했음도 유력하게 참조해 볼만하다.


 

▲1939년 일제가 발행한 금강산 여행 지도. ⓒ위키 재팬

북조선이 스위스보다 더 유리한 점도 있다. 내륙국가 스위스와 달리 북조선은 바다도 끼고 있다. 서해와 동해, 황해와 청해, 양해를 겸장한다. 아무리 호수가 크고 강이 넓다 한들 망망대해의 그 압도적인 공간감을 따라갈 수는 없는 법이다. 잔잔한 호반으로는 미처 채워지지 않는 거친 파도의 원초적인 매력도 대단하다. 서해는 남중국해를 지나 동남아에 가닿는다. 구름에서 비가 결빙되어 떨어지는 눈송이를 좀처럼 보기 힘든 더운 나라가 태반이다.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던 무렵 우연히 한국에서 연수를 한 공직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그 시절 가장 그리운 것이 한겨울 펑펑 내렸던 함박눈의 풍경이라 했다. 북조선의 그 긴긴 겨울, 한철 내내 녹지 않는 눈사람이 돈다발을 안겨다 줄지도 모르는 것이다. 동해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면 남북아메리카와도 연결된다. 한국은 비무장지대(DMZ)에 막혀 대륙과 직접 맞닿을 수 없는 반면에, 북조선은 바다를 통해 아라비아와 아메리카에 가닿을 수 있다. 북조선이야말로 대양과 대륙이, 구대륙과 신대륙이, 아메리카와 유라시아가 만나는 접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미 일백년 전 가동되었던 크루즈 여행 코스이다. 유럽인들이 알프스로 달려가던 바로 그 무렵에 미국인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출항하는 크루즈를 타고 금강산(Diamond Mountain)에 당도했다. 그 중에서 특히 원산은 샌디에이고부터 샌프란시스코까지 동태평양 연안도시의 핫 트렌드가 곧장 전파되는 서태평양의 대표적인 글로벌 레저 도시였다. 한여름 서핑부터 한겨울 스키는 물론이요, 일 년 내내 스파도 즐길 수 있는 아시아의 관광천국으로 명성이 자자했던 것이다. 일제가 패망하고 남북이 분단되고 한국전쟁을 통하여 원산폭격으로 기반시설이 죄다 붕괴되면서 원산은 반세기가 넘도록 삼엄한 군사도시로 연명했다. 백 년 전 그 찬란했던 "아시아의 샌프란시스코"의 영화를 영영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완전범죄, 영원한 망각 또한 없는 법이다. 오랫동안 미국과 일본의 관광엽서를 수만 장 수집해온 지인의 컬렉션에서 태평양 횡단 크루즈 여행의 대미가 원산이었음을 수차례 확인할 수 있었다. 15년이 흘렀건만 여전히 지워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긴 과거사의 자료이자 미래산업의 원료이다.


 

금강산만큼이나 또 하나 주목해야 할 산으로 자강도의 오가산을 꼽고 싶다. 강원도 인제군의 향로봉이 북과 남의 식물이 만나는 남북 생태계의 접경지대라면, 오가산은 유라시아와 북조선의 생태계, 대륙과 반도의 동물과 식물이 교호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산악인들과 아웃도어 브랜드를 오가산으로 초청해서 산림 엑스포를 열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내년에 강원도에서는 '세계 산림 엑스포'가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의 강태선 회장이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그러고 보면 강원도의 힘 또한 산에서 나온다. 도 면적의 8할이 온통 산이다. 그리고 그 산맥은 남과 북을 가르지 않고 유유하게 흐르고 유려하게 춤춘다. 설악산부터 금강산까지가 한반도에서 가장 아름다운 산세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과장만은 아닐 듯하다. 더군다나 강원도는 지자체 가운데 유일무이 남강원도와 북강원도로 나뉘어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강원 세계 산림 엑스포"라고 하니, 남강원도만 홀로 진행할 것도 없을 것이다. 금강산 관광 중단 13년차, 사람 사이가 아직도 서먹하다면 산부터 이어가는 편이 이로울 것이다. 이 땅 한반도는 애당초 북조선 인민과 남한 국민, 한민족만 살아가는 터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피엔스 이전부터 수많은 식물과 동물이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살아가야 할 보금자리이다. 산길과 강길과 바닷길부터 먼저 잇고, 동물과 식물과 미물을 다시 연결시키고, 끝끝내는 갈라지고 쪼개졌던 사람들의 응어리진 마음도 차근차근 차차 풀어갈 일이다.


 

그렇다면 강원도를 '한반도의 알프스'라고 빗댈 수 있을까? 유럽에서 스위스가 했던 중계와 중재와 중립의 역할을 한반도에서는 강원도가 감당해볼 수 있을까? 강원도 역시도 문자 그대로 '강의 원천'(江原), 산골이 깊어서 물길이 출발한 땅이다. 스위스에서도 산길과 물길을 이은 것은 사람들의 의지로 만들어낸 철길이었던 바, 동해북부선, 남북열차사업의 핵심도 남북강원도와 남북고성을 통과한다. 스위스가 자랑하는 그 특급 산악열차로 강원도의 북과 남을 촘촘히 튼튼히 묶고 엮어서, 찬찬히 음미해 볼 수 있는 관광열차를 만들어 보아도 좋을 것이다. 금강산부터 설악산은 물론이요, 넘실대는 동해의 풍랑까지 통유리로 감상할 수 있다면 세계의 관광객을 (다시) 끌어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백년만의 재개장인고로, 이번에는 태평양 횡단 크루즈에 족할 것도 없을 것이다. 아메리카는 물론이요 인도네시아와 인디아와 아라비아와 유라시아까지 만국의 만인을 두 팔 벌려 환대하고 싶다. 부디 북과 남의 강원도를 한통속으로 접근하여 동북아의 스위스로 가꾸어 나가보자. 스마트뉴딜과 그린뉴딜과 로컬뉴딜에 남북뉴딜까지 장착한 글로벌 K-뉴딜의 생생활활한 실험장이 될 수 있다.


 

하필이면 김정은이 나고 자란 고향 또한 북강원도의 중심, 원산이었음이 예사롭지 않다. 원산부터 춘천을 지나 원주까지, 설악산부터 DMZ를 지나 금강산까지. 북강원과 남강원을 두루 망라하여 치산치수에 정성을 쏟고 치심(治心)까지도 만전을 다하는 큰 정치가로서 실력을 쌓아가길 바란다. 2022년 5월이면 한국에서도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한다. 바로 그 달, 한 해 가운데 가장 찬란하다는 계절의 여왕 5월에 세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강원 세계 산림 엑스포가 '남북생명공동체'의 비전을 온 누리에 표방할 수 있는 최고의 무대가 되어줄 것이다. 한번은 금강산에서, 또 한 번은 설악산에서, 마지막으로는 DMZ에서,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을 연달아 열어볼 수도 있다. 내년 세계 산림 엑스포의 주제가 "세계-인류의 미래, 산림에서 찾는다"라고 한다. 살짝 비틀어 "북조선의 미래 - 한반도의 알프스, 남북 강원도에서 찾는다"라고 속닥속닥 귀띔해주고 싶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12817351653295#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아침신문 솎아보기] 수신료인상 KBS에 ‘정권나팔수’ 반발한 조선·중앙

 조선일보, 한겨레·KBS 등 비판공세 높여…“어용방송 엄벌” 주장도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탄핵소추안 발의 허용…신문별 입장 나뉘어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승인 2021.01.29 08:45
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의원들의 이른바 ‘사법농단’ 판사 탄핵 추진을 허용했다. 다만 당론으로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28일 의원총회에서 결정했다. 탄핵 대상은 이른바 ‘세월호 7시간’ 보도에 불법적으로 관여한 의혹을 받는 임동근 부산고법 부장판사다. 함께 거론됐던 이동근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법률적 판단에 따라 제외하기로 했다. 두 판사 모두 오는 2월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다. 29일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대부분이 관련 소식을 다뤘다.

경향신문(범여 111명 법관 탄핵 촉구…민주당 “당론은 아니다” 선긋기)은 “법관 탄핵에 소극적이던 민주당 지도부가 이날 법관 탄핵 추진을 허용한 것은 당 안팎의 거센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다만 당론 불가 결정을 내린 배경은 “향후 민생 입법 추진의 부담과 정치적 역풍을 감안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경향신문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으로 피로감이 생긴 사법 이슈가 재부상하면 2월 임시국회 주요 과제인 ‘방역·민생·경제’ 입법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 가뜩이나 최근 여권에 부정적인 판결이 나오는 상황에서 ‘사법부 때리기’로 비춰질 우려도 있다”고 했다.

▲1월29일자 세계일보 2면 기사
▲1월29일자 세계일보 2면 기사

현재 법관 탄핵 추진 제안서에는 민주당 일부 의원을 비롯해 정의당·열린민주당·기본소득당·무소속 등 111명이 동의해 발의 요건인 100명을 충족했다. 민주당 등에서 40여명이 추가로 합류하면 탄핵소추가 가능하다. 서울신문(174석 슈퍼여당 파워 첫 법관 탄핵 가시권)은 “174석을 보유한 민주당 의원들 대부분이 탄핵에 동의하는 기류여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법관 탄핵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번에 법관탄핵이 이뤄지면 국내 첫 사례가 된다. 서울신문은 “역대 국회에서 법관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적은 없다. 12대 국회가 1985년 판사들에게 불공정한 인사를 한 유태흥 대법원장의 탄핵소추안 처리를 시도했으나 부결됐고, 2009년 18대 국회에서 광우병 촛불집회 개입 의혹의 신영철 대법관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으나 자동 폐기됐다”고 전했다.

대부분 신문이 이번 법관탄핵 취지 등을 건조하게 전한 데 반해 일부 신문은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는 각각 1면에 “일반 판사 탄핵 與 초유의 시도”, “與, 법관 탄핵 추진…‘사법부 길들이기’ 논란”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민주당이 임 부장판사 탄핵 추진에 나서자 법조계에서는 ‘착잡하고, 곤혹스럽다’는 반응이 잇따랐다”며 일부 판사들의 의견을 덧붙였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이미 법원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을 기울여왔는데, 끝내 판사 탄핵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했다. 다른 부장판사도 ‘임 부장판사에 대한 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이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을 성급하게 추진하는 것 아니냐’라고 했다”는 전언이다.

▲1월29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1월29일자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 모음

KBS 수신료 1340원 인상 추진…조선·중앙 ‘결사반대’

한편 이날 신문들 가운데 조선·중앙일보는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사설을 내어 비판했다. KBS는 27일 정기 이사회에 수신료 인상안(텔레비전방송수신료 조정안)을 상정했다. 월 수신료를 2500원에서 3840원으로 인상하고 EBS 수신료 배분율을 현행 3%에서 5%로 늘리는 방안이다. KBS 수신료는 지난 1981년 이후 인상된 적이 없다.

중앙일보 사설(방만경영·공정성 논란 KBS의 수신료 인상은 안 된다)은 “KBS는 2019년 759억원, 2018년 58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디지털 다매체 시대라는 급변해 온 방송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결과”라며 “KBS는 광고수입 감소를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개혁하려는 자구노력이 미흡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KBS의 또 다른 중대한 과제는 공정성 확보다. KBS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다. 정권 홍보기관으로 전락한 공영방송이란 비판마저 받았다. KBS의 친여 성향은 문재인 정부에서도 부단히 지적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월29일 조선일보-중앙일보 사설 제목
▲1월29일 조선일보-중앙일보 사설 제목

조선일보 사설(정권 나팔수 KBS, 방만 경영하며 국민에 ‘수신료 더 내라’니)은 “공영 방송의 기본도 지키지 않고 정권의 노골적인 응원단 노릇을 해온 편파 방송이 국민을 향해 ‘돈을 더 내라’니 놀라울 따름이다. 수신료는 인상이 아니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KBS가 정권 나팔수로 나선 사례는 셀 수 없을 정도”라며 이른바 조국 사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비판 보도 등을 언급했다. 이어 “직원 4700명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고 2급 이상 고위직 비율도 56%나 된다. 놀면서 월급 받는 직원이 얼마인지 헤아리기도 힘들다는 내부 고발이 있다. 정권 나팔수 역할을 완전히 청산하고 이런 비효율을 모두 걷어낸 다음에 수신료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 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MBC, 한겨레 등에 대해서도 화살을 쏘았다. 먼저 또 다른 사설(온통 거짓 조작인 ‘채널A 사건’, 정권·사기꾼·어용방송 엄벌해야)에서는 KBS와 MBC를 “어용방송”이라 칭했다. 일부 검사와 채널A 기자의 ‘검언유착’ 의혹과 관련해서다. 4면(한겨레 오보, 秋라인 검사가 준 이용구 자료 보고 썼다)에선 최근 한겨레가 이용구 차관 음주폭행 의혹에 대해 보도한 내용을 두고 ‘법무부 대변인실이 준 자료를 받아썼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모 부장이 해당 자료를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한겨레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일부 언론)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는 법무부 입장을 전하면서 “해당 부장이 자료를 준 것까진 부인하진 않았다”고 했다.

6.15남측위, "한미군사훈련 중단 총력 행동전 나서겠다"

 공동대표회의 개최, '남북합의 이행으로 신뢰회복해야'...북측위 축전 보내와(결의문 전문)

기자명 이승현 기자   입력 2021.01.28 15:06  수정 2021.01.28 15:19  댓글 0

 

6.15남측위는 27일 공동대표회의를 개최해 신임 상임대표 등을 선출하고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사진 왼쪽부터 상임대표로 선출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이창복 상임대표의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수 신임 상임대표

6.15남측위는 27일 공동대표회의를 개최해 신임 상임대표 등을 선출하고 올해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결의문을 채택했다. 왼쪽부터 상임대표로 선출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이창복 상임대표의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사진-6.15남측위 제공]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6.15남측위, 상임대표의장 이창복)는 27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대강당에서 온라인 회의를 병행한 2021년 총회(공동대표회의)를 개최하여 신임 상임대표 등을 선출하고 한반도 평화와 주권실현을 위한 올해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9기 상임대표단의 상임대표의장으로 재선출된 이창복 상임대표의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지금 한반도는 중대한 기로위에 있으며, 지금이야 말로 멈춰진 한반도 평화를 회복하는 마지막 기회"라며 "문재인 정부는 민족이 부여한 역사적 책무 앞에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남북대화의 물꼬를 3월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선제적 중단으로 만들어 내자"고 호소했다.


6.15남측위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날 총회 개최 소식을 전하면서 "(올해)남북관계 개선의 첫걸음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해 총력을 다해 행동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6.15남측위는 이날 총회에서 채택한 결의문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문제는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북미대화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를 가름할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2021년 정세의 향배를 가늠할 중대한 과제라는 점에서, 각계각층 풀뿌리 단체와 개인, 국제 평화애호 세력들과 해외동포들의 의지를 최대한 결집하여 집중적인 촉구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남북사이의 정치, 군사적 신뢰를 훼손하면서 보건협력이나 종전선언을 제안한들 신뢰가 회복될 리 만무하다"고 하면서 "남북공동선언을 훼손하는 행동을 멈추고, 모든 합의를 총체적으로 실현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될 때 비로소 신뢰는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각계와 연대하여 정부·여당에 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촉구하는 한편 다가오는 대선에서 모든 정치세력들이 남북공동선언 이행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하고 남북해외 각계각층 대표들의 연대와 단합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6.15남측위는 "신임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북압박을 우선시하는 한편, 한미동맹을 앞세워 대중국 압박과 일본과의 협력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우려"된다고 하면서 "한반도 평화와 주권 실현의 걸림돌인 미국의 패권정책과 호전적이고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해결하고 정상적인 한미관계를 만들기 위한 실천을 연중 꾸준히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는 6.15북측위에서 축사를 보내 "(6.15남측위는)세계적인 보건위기 속에서도 자주통일운동을 줄기차게 벌여왔으며 그것으로 역사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한 해내외 각 계층의 투쟁을 고무추동하였다"고 하면서 "올해에 더 큰 성과를 이룩하게 되리라"는 인사를 전해왔다.


6.15북측위가 남측 민간에 축전을 보내온 것은 지난해 남북관계가 격화된 이후 처음이다.


6.15남측위원회 9기 1차년도(2021년) 공동대표회의(총회) 결의문 (전문)

2021년 우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3년전 한반도 평화와 남북화해협력의 전망을 환하게 밝혔던 북미,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들이 사라져 버릴 위기이다. 뜻깊은 역사적 합의를 만들고도 한미 정부 모두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그 결과 남북, 북미대화는 모두 중단된 채 아까운 시간만 흐르고 있다.

 

세계적인 코로나 대확산과 경제위기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패권정책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다수를 희생시켜 온 것이었다는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이 세계적인 위기에 직면하여 공동체의 가치를 지켜왔던 나라들이 진가를 드러내고 있으며, 강대국 중심의 횡포에서 벗어나 평화롭게 공존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국제관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반도 전쟁과 분단 문제 해결이 지연되고, 여기에 감염병의 위협마저 더해진 오늘, 자주와 평화, 남북화해협력은 더욱 간절하고 소중한 가치가 되었다.


2021년, 미국에는 신임 정부가 들어섰고, 한국은 대선을 앞둔 정치세력간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 세계적인 보건, 경제위기와 한반도 갈등이 지속될 것인가, 다시금 자주와 평화, 통일의 불씨를 지펴 올려 이 위기를 새로운 전환의 기회로 만들어 낼 것인가의 갈림길에 서 있다. 


2021년 이 중대한 기로에서, 이 땅의 자주와 평화, 통일의 새로운 진전과 전환을 일구는 힘이야 말로 각계각층 깨어있는 시민들의 행동에 있음을 확신하면서, 우리는 2021년 정기공동대표회의를 열고 아래와 같이 결의한다. 


1. 우리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 정신에 기초하여 평화와 주권을 훼손하는 미국의 한반도 패권정책과 간섭에 반대하여 적극 행동할 것이다.


전임 트럼프 정부는 대중국 압박을 위해 주한미군의 활동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동맹의 이름으로 한국에 각종 부담을 전가하려 하였으며, 북미정상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 정상화를 외면한 채 남북협력마저 사사건건 방해해 왔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의 남북관계 방해, 주권 침해, 평화 파괴 정책에 사실상 순응하여 남북합의 이행에 소극적이었을 뿐 아니라, 사드 전면 배치, 막대한 군비증액과 무기 증강에 몰두해 온 것이 사실이다.


신임 바이든 행정부 역시 대북압박을 우선시하는 한편, 한미동맹을 앞세워 대중국 압박과 일본과의 협력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자주 정신으로 강대국의 패권정책과 간섭에 맞서 나가자. 미국의 정책을 절대 선으로 포장했던 시대는 이미 끝났으며, 우리 국민들은 현재의 한미동맹이 주권과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님을 엄중히 추궁하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주권 실현의 걸림돌인 미국의 패권정책과 호전적이고 불평등한 한미동맹을 해결하고 정상적인 한미관계를 만들기 위한 실천을 연중 꾸준히 강화하여 자주와 평화의 새로운 진전을 이뤄낼 것이다.



2. 우리는 남북관계 개선과 민족단합 실현을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갈 것이다.


지난 2년간 남북공동선언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음에 따라 남북간 불신은 격화되고 갈등도 심화 되고 있다. 자주와 평화, 통일의 당사자인 온 겨레가 적극적으로 나서 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남북공동선언의 합의 정신을 충실히 이행하여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시작으로 무기 증강 역시 멈춰 세워 군축으로 나아가야 한다.


남북사이의 정치, 군사적 신뢰를 훼손하면서 보건협력이나 종전선언을 제안한들 신뢰가 회복될 리 만무하다.


남북공동선언을 훼손하는 행동을 멈추고, 모든 합의를 총체적으로 실현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될 때 비로소 신뢰는 회복될 것이다.


우리는 각계와 적극 연대하여 정부,여당에 남북공동선언들의 실현을 촉구, 압박하는 한편, 다가올 대선에서 모든 정치세력들이 남북공동선언들의 이행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견인해 나갈 것이다.


이와 함께 올해 남북해외 각계각층 대표들의 통일대회합 등 연대와 단합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 나갈 것이다. 



3. 2021년 전환을 이끌어 낼 첫 단추는 단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이다.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첫걸음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위해 총력을 다해 행동할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듯 2021년 초 국면의 전환을 이룰 첫 단추는 단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 문제이다.


정부는 이 훈련이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훈련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최대규모의 무기를 동원하고 참수 작전 등 지휘부 제거와 점령을 상정한 훈련이 방어적 훈련일 수는 없다.


그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문제가 북미, 남북관계의 주요 쟁점이었고, 지난 2018년 남북,북미정상회담 역시 한미연합훈련 중단 선언을 배경으로 하였을 정도로 연합훈련의 중단은 관계 개선의 중요한 징표이다.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 문제는 바이든 신임 행정부가 북미대화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를 가름할 기준점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번 한미연합군사훈련이 2021년 정세의 향배를 가늠할 중대한 과제라는 점에서, 각계각층 풀뿌리 단체와 개인, 국제 평화애호 세력들과 해외동포들의 의지를 최대한 결집하여 집중적인 촉구 행동에 나설 것이다.


그리하여 전국 방방곡곡, 세계 곳곳에서 전쟁연습 중단, 남북,북미관계 개선의 목소리가 강력하게 울려 퍼지도록 할 것이다. 



2021년 1월 27일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9기 1차년도(2021년) 정기공동대표회의 참가자 일동 


6.15남측위 9기 상임대표단


 

이창복 (6.15남측위원회 상임대표의장)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김삼열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


김정길 (6.15광주본부 공동대표)


김정수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상임대표)


김태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


박만규 (흥사단 이사장)


박흥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원영희 (한국YWCA연합회 회장)


이규재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의장)


이청산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이사장)


정성헌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


조성우 (겨레하나 이사장)


조헌정 (6.15서울본부 상임대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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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현 기자 shlee@tongil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