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2일 일요일

‘잔인한 달’ 4월은 사랑하기 좋은 때다

 우리말 산책

‘잔인한 달’ 4월은 사랑하기 좋은 때다

영국 시인 토머스 엘리엇은 ‘황무지’라는 작품에서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는 4월이 오히려 눈 내리는 겨울보다 더 춥다고도 했다. 이를 두고 문학평론가들은 다양한 해석을 쏟아냈다. ‘황무지’보다 약 500년 전에 제프리 초서가 지은 ‘캔터베리 이야기’에 대한 패러디이자 반작용으로 보는 견해도 그중 하나다. ‘캔터베리 이야기’에서 4월은 ‘감미로운 소나기’를 내리는 달이다. 달콤한 서풍이 밭과 숲의 어린 가지에 생명의 입김을 불어넣는 달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랑에 목마른 사람에게 봄은 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질 수도 있다. 몸의 추위는 집에서 따뜻한 난로로 피할 수 있지만, 마음의 추위는 날이 좋으면 좋을수록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엘리엇이 4월을 잔인한 달로 표현한 것이 이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즉 초서의 4월과 엘리엇의 4월은 똑같다. 모두 꽃이 향기를 뿜어내고 나무는 새순을 틔우며 세상이 생명으로 고동치는, 그래서 미치도록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은 때다. 그것을 초서는 눈에 보이고 피부에 와닿는 느낌 그대로, 엘리엇은 반어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다.

이런 4월을 대표하는 꽃 가운데 하나가 라일락이고, 라일락이 영미문학의 대표작에 등장하는 만큼 라일락을 외국산 꽃으로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요즘 우리가 흔히 보는 라일락은 한국산에 가깝다. 과거 미국의 한 식물채집가가 우리 고유종 ‘수수꽃다리’의 종자를 미국으로 가져가서 품종을 개량했고, 이를 역수입한 ‘서양수수꽃다리’가 현재 국내에 퍼진 라일락이다. 그 식물채집가의 일을 도운 한국인 직원의 성이 김씨여서 서양수수꽃다리를 ‘미스김라일락’으로도 부른다는 얘기가 여러 백과사전에 실려 있다.

아무튼 엘리엇이 ‘죽은 땅에서 4월이 키워냈다’고 한 꽃은 유럽이 원산지인 라일락이다. 하지만 요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이는 라일락은 한국 고유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