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맛있는 우리말 [27] ‘노파심(老婆心)’ 이야기

아내와 영화를 보는데 자막에 이상한 말이 뜬다. 삼대(할머니와 딸 그리고 외손녀)가 등장하는 영화다. 딸도 자유분방(격식이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행동이 자유로움)한데 손녀는 더욱 자유인이다. 말도 함부로 하고, 태도는 더할 나위 없이 개차반이다. 캘리포니아주(California·한자 음차 표기인 가리복니아주(加利福尼亞州)를 줄여서 가주(加州)라고 한다)에서 형편없이 자란 모녀의 이야기다. 할머니가 이들을 바로잡아 가는 이야기다.
물론 번역하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화에서 딸이 어머니에게 하는 말 중에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면, 술 끊은 지도 꽤 됐어요”라는 문장이 있다. ‘노파심’이라고 하면 ‘지나칠 정도로 남의 일을 걱정하는 마음’을 이른다. 대체로 할머니들이 그렇듯이 지나친 걱정을 하는 걸 표현할 때 쓰는 말인데, 젊은이가 나이 든 사람에게 쓰는 말은 아니다. 글자 그대로 노파(老婆)의 마음(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대화체라도 위의 문장은 완전히 비문이다. 이제는 남을 지나치게 생각해 주는 것을 이르는 말이 되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원래의 의미를 살려 어른들이 주로 사용하고, 젊은이들은 사용을 자제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또한 이 단어 덕분에 노파들은 모두 잔소리꾼으로 여겨질 소지가 있다. 꼰대 소리 듣기 전에 말을 줄여야 하나 보다.
중부대 한국어학과 교수·한국어문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