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2월 15일 토요일

큰고니에 독수리까지... 금강이 달라졌다

18.12.15 20:12l최종 업데이트 18.12.15 21:05l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천연기념물 제228호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취약종인 흑두루미 한 쌍이 새끼를 양쪽에서 보호하고 있다.ⓒ 김종술
   
4대강 살리기로 썩어가던 금강이 변하고 있다. 수문개방으로 수위가 낮아지고 모래톱이 생겨났다. 낮은 여울에 살아가는 왜가리, 백로, 물떼새가 노니는 강변에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까지 찾아들었다.

4대강 사업 후 막힌 강물이 썩으면서 물고기 떼죽음과 함께 녹조가 창궐해 악취가 진동했다. 기자는 그런 강을 1년에 300일 이상 찾아다녔다. 금강의 발원지인 전북에서 충북, 대전, 충남, 전북까지 400km 정도.

"얼굴이 좋아졌네요."
"얼굴에 화색이 도는데 좋은 일 있나요."


최근 만나는 사람마다 같은 말을 반복한다. 수문개방 후 금강의 달라진 모습에 기분이 좋아진 탓인지 자꾸만 웃는다. 신문, 잡지에서나 보던 천연기념물 멸종위기종을 매일같이 보다 보니 나도 모르게 싱글벙글한다. 최근 금강 주변에 찾아든 손님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①큰고니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추수가 끝난 충남 서천군 들녘에서 만난 천연기념물 제201-2호 큰고니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김종술

지난 4일 추수가 끝난 충남 서천군 들녘에서 큰고니 무리를 만났다. 30마리 정도가 흩어져서 논바닥을 파헤치고 있었다. 300m 정도까지 접근하자 보초병이 눈치를 채고 경고음을 보낸다. 유라시아대륙 북부, 아이슬란드에서 번식하고, 유럽, 카스피해 주변에서 찾아든 천연기념물 제201-2호이자 멸종위기야생동식물II급인 큰고니의 삶을 알고 있기에 더는 접근은 할 수 없었다.

금강을 찾은 큰고니는 서천과 군산을 왕래하며 3월까지 금강에서 관찰된다. 무리를 지어 가족 단위로 생활하는 큰고니. 약 140cm 정도의 크기로 어미 새는 온몸이 흰색이며, 어린 새는 흰색 바탕에 검은색 때가 묻은 듯 회색빛이 돈다.

②흰꼬리수리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천연기념물 제243-4호인 흰꼬리수리 한 마리가 모래톱에 앉아있다 날아오르고 있다.ⓒ 김종술

공주보 상류 모래톱에서는 흰꼬리수리가 자주 관찰된다. 수문개방이 이루어지고 낮아진 수심층 하늘을 빙빙 돌다가 일직선으로 쏜살같이 물속으로 내려 꽂는다. 기다랗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움켜쥔 물고기를 쥐고 다시 날아오르는 모습은 감탄사를 자아내게 한다.

천연기념물 제243-4호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준위협종(NT)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다. 4대강 사업으로 급감했던 흰꼬리수리는 수문개방 후 자주 목격되고 있다. 대형 맹금류인 흰꼬리수리는 가끔 고라니 사체를 먹는 경우도 확인했다. 때론 먹이를 먹을 때는 까치와 까마귀가 몰려들어 싸우기도 했다.

③독수리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고라니 사체를 먹기 위해 모여든 천연기념물 제243-1호 독수리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김종술

지난 13일 충남 공주시 우성면 강변에 천연기념물 제243-1호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준위협종(NT)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인 독수리가 몰려들었다. 하늘을 빙빙 돌면서 차례로 내려앉는 모습을 보면서 찾아간 강변에는 2마리의 독수리가 고라니 사체를 뜯고 있었다.

5m가량 떨어진 곳에는 26마리가 앉아 있었다. 고라니 사체를 뜯어 배를 채운 독수리가 껑충껑충 뛰어서 자리를 피하자 다른 독수리가 찾아드는 방식으로 순식간에 가죽과 털만 남겨놓았다. 독수리가 먹다 남긴 잔해는 까치와 까마귀가 해치웠다. 부리에 붉은 피가 묻은 독수리는 차례로 날아 하늘을 뒤덮었다.

④검은목두루미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천연기념물 제451호이자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보호되고 있는 검은목두루미.ⓒ 김종술

추수가 끝난 논에 물을 채워둔 얼음판에서 첫 번째로 만난 겨울 철새는 검은목두루미였다. 천연기념물 제451호이자 환경부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으로 보호되고 있으며,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자료집(Red List)에는 관심대상종(LC: Least Concern)으로 분류돼 있다. 기자의 차량을 보고도 본척만척한다.

⑤흑두루미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천연기념물 제228호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취약종인 흑두루미 한 쌍과 새끼가 함께 있다ⓒ 김종술

흑두루미 한 마리가 날아와서 쉬고 있던 검은목두루미에게 달려들자 흑두루미를 피해 후다닥 달아가 버린다. 흑두루미는 천연기념물 제228호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취약종(VU)으로 분류된 국제보호조로 지구상 생존 개체 수는 대략 1만1600개체 정도로 알려져 있다.

현장에서 만난 장남들판 지킴이는 "흑두루미 5마리가 찾아와서 지금은 암수 2마리와 새끼 2마리 총 4마리가 남아 있다. 그리고 검은목두루미는 한 마리만 왔다. 간혹 검은목두루미가 흑두루미 쪽으로 다가온다 싶으면 흑두루미가 쫓아 버린다. 같이 살아가면 좋은데, 아마도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흑두루미 4마리가 있다는 곳으로 가보았다. 암수가 양쪽에서 새끼를 보호하며 먹이를 먹고 있다. 간혹 새끼가 1m 이상 떨어지면 어미가 날개를 퍼덕이며 불러들이는 모습이 모성애가 보였다. 이런 모습은 지켜보는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고라니와 까마귀, 비둘기가 시샘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천연기념물 제228호이자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자료목록에 취약종인 흑두루미 한 쌍과 새끼가 함께 있다ⓒ 김종술

인근에서는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 원앙, 참매도 관찰됐다. 10마리가 넘는 고라니가 자유롭게 노닐고 비둘기, 까치, 까마귀 등 이름 모를 새들까지 야생 동물원에 들어온 느낌이다.

⑥고라니, 그리고...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기자를 보고 세종보 강물에 뛰어들어 건너편 둔치로 이동하는 고라니.ⓒ 김종술

다시 찾아간 세종보에서는 고라니 한 마리가 낮아진 강물에서 껑충껑충 뛰어다니는 모습이 포착됐다. 기자를 발견하고는 강물에 뛰어들어 건너편 들판으로 사라졌다.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모래톱에는 왜가리, 백로, 가마우지가 쉬고 있다. 작은 할미새와 인디언 추장새로 불리는 후투티가 벌레를 잡아먹느라 기자의 접근은 신경도 쓰지 않는다.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세종보 모래톱에 왜가리, 백로, 가마우지 등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종술

안타까운 장면도 목격했다. 수문이 굳게 닫힌 하굿둑과 백제보 상류에서는 물흐름이 없는 탓에 강물이 얼어붙고 있다. 강 중앙 모래톱에 쉬어야 할 새들이 얼음판에 모여 오들오들 떨고 있다.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세종보에 할미새도 보였다.ⓒ 김종술
 세종보에서 만난 생명들
수문개방으로 드러난 세종보에 후투티도 보였다.ⓒ 김종술
 
모래톱에서 살아가던 새들과 야생동물이 수문개방 후 다시 찾아들고 있다. 지난해보다 마릿수도 증가하고 있다. 강물을 가로막는 콘크리트 보가 철거되고 더 많은 생명이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남북, 비핵화 위한 평화의 오솔길 열다

<2018 송년특집 ①> 남북관계
조정훈 기자  |  whoony@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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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5  11: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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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018년은 한마디로 ‘격변의 해’였습니다. 70여 년에 걸친 분단과 전쟁의 역사에 파열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웬만큼 굵직한 사건들을 차치하더라도 세 차례의 남북정상회담,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 그리고 역시 세 차례의 북중정상회담 등,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커다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 것입니다.
한반도에 과연 평화와 통일의 싹이 틀 것인가? 올해 안에 예상됐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의 내년으로의 순연과 내년 초 예정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기대를 걸면서, 통일뉴스는 <2018년 송년특집>으로 ①남북관계 ②북미관계 ③북한 내부 ④문재인 정부의 대북·대외정책 순으로 게재합니다. / 편집자 주

  
▲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처음으로 한반도 정중앙 강원도 철원에 도로가 11월 22일 연결됐다. 도로를 연결하는 과정에서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났다. [자료사진-통일뉴스]
1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 2월 평창 동계올림픽, 4월 판문점선언, 5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9월 평양공동선언. 70여 년 분단사에서 남북은 2018년 1년 도 채 안 돼, 숨 가쁘게 움직였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선언’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선언’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포함한 평화의 오솔길을 여는 실천 서약이 됐다.
남북, 65년 만에 처음으로 군비통제 실천하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남북 사이에는 크고 작은 군사적 충돌이 있었다. 비무장지대(DMZ)라는 용어가 무색하게 군사분계선(MDL)을 중심으로 남북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한반도에서 평화는 말뿐인 주제였을 뿐이다.
하지만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가 체결되면서 급변했다. 총 6개 조항으로 구성된 ‘군사분야 합의서’는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조치를 넘어, 운용적 군비통제를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의 토대를 이루는 합의서였다.
11월 1일부터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은 1976년 미루나무 사건 이전과 같이 비무장 군인들이 경계를 서기 시작했다.
12월 12일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적으로 철거된 총 22개의 감시초소(GP) 현장검증이 완료됐다. 그 과정에서 남북 간 초소를 연결하는 길도 만들어졌다. 남북 공동유해발굴을 위해 강원도 철원 화살머리고지 지역 비무장지대의 지뢰가 제거되고, 한반도 정중앙에 도로가 새로 만들어졌다. 경의선.동해선에 이어 세 번째이다. 12월 9일 총 35일간 660km의 한강하구 공동조사도 끝났다.
  
▲ 9월 19일 남측 송영무 국방장관과 북측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평양 백화원초대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서명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군사분야 합의서’에 명시된 7개 주요 사안 중 5개가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군사공동위원회’를 설치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드는 사안만 남았다.
이러한 합의 이행을 발표하면서 국방부는 ‘65년 만의 처음’이라는 문구를 자주 썼다. 빈말이 아니라 실제로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처음 이행된 일이기 때문이다.
남측이 1973년 ‘평화통일 외교정책 선언’, 1974년 ‘불가침 협정체결’, 1982년 ‘민족화합 민주통일방안’, 1988년 ‘7.7선언’ 등으로 꾸준히 군비통제를 제안하고, 북측이 1990년 ‘조선반도의 평화를 위한 군축제안’을 공식 발표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남북이 서명한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남북불가침합의서에도 군사력의 운용과 배치를 통제하는 군비통제를 담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배경에서 9월 군사분야 합의서의 성과는 65년 한반도 분단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사건임이 틀림없다.
“잠재적인 적국 사이에 전쟁의 가능성을 줄이고, 전쟁 발발 시에 그 범위와 폭력을 제한하며, 평시에 전쟁준비에 소요되는 정치적, 경제적 비용을 감소시키기 위해 행하는 모든 형태의 군사적 협력”이라는 현실주의적 군비통제의 주창자인 셀링과 핼퍼린의 ‘군비통제’ 정의가 한반도에서 실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서해 군 통신선을 정상적으로 가동해, 전쟁의 원인이 되는 상호 불신과 오해, 오산을 줄이는 정보를 교환했다.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조치와 DMZ 내 감시초소 철거 상황을 서로 검증해, 군사력 활동의 투명성을 높이고 상호 감시, 확인하는 등 군사적 신뢰구축을 쌓았다.
국방부는 “국제 군비통제 노력에 있어서도 매우 드문 모범사례”라고 평가할 정도로 한반도에서의 운용적 군비통제가 빠르게 실현되고 있다.
  
▲ 비무장지대(DMZ) 내 시범적으로 철거된 남북 감시소초(GP) 사이에는 작은 길이 만들어졌다. 황색 수기만이 군사분계선(MDL)임을 상징했다. 12일 오전 9시경 남북 군인들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났다. [자료사진-통일뉴스]
김정은 신년사부터 9월 평양공동선언까지
정전협정 65년 만에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이자 실천 사항인 운용적 군비통제는 지난 1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에도 담겼다.
김 위원장은 “무엇보다 북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부터 마련하여야 한다”며 “지금처럼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불안정한 정세가 지속되는 속에서는 북과 남이 예정된 행사들을 성과적으로 보장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서로 마주 앉아 관계개선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수도, 통일을 향해 곧바로 나아갈 수도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세를 격화시키는 일을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하며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평화적 환경을 마련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하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4월 ‘판문점선언’에서 명문화됐다.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고, △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들을 중지하며,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군사적 긴장이 해소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되는 데 따라 단계적으로 군축을 실현해 나가기로 한 것.
5월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남북 정상은 다시 만나 ‘판문점선언’ 이행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분야 합의서’를 체결하며,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고 서로의 군사적 신뢰가 실질적으로 구축’하는 ‘판문점선언’ 이행을 본격화했다.
  
▲ 9월 20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두산 장군봉에 올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주목되는 것은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른 운용적 군비통제 실천이 북핵 문제 해결의 견인장치가 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북핵 문제는 북.미 간 문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지만, 9월 평양 공동선언에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가 명시돼, 남북이 처음으로 북핵 문제를 다뤘다. 그리고 ‘군사분야 합의서’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운용적 군비통제가 비핵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지금은 북핵 문제가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무엇보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을 막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은 운용적 군비통제로서, 북핵 문제 해결을 촉진하는 분위기를 가져온다. 북한이 비핵화 이후에도 자칫하면 재래식 군비경쟁으로 갈 수 있는데, 이를 미리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고 평가했다.
김상기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도 ‘2019 한반도 연례정세전망’ 보고서에서 “과거 남북관계에서 군사분야가 상대적으로 협력이 어려웠던 후순위 과제였던 반면, 2018년 남북관계에서는 군사협력이 가장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군비통제의 성과는 그 자체로 우발적 충돌 방지와 긴장완화 효과를 가질 뿐 아니라, 한반도 안보 딜레마의 감소를 낳으면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 이행을 촉진하는 효과도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북제재에 막혀 논의만 무성한 남북협력
한반도 분단과 전쟁 이후 첨예했던 군사적 갈등이 완화되면서 평화체제로의 전환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2018년이지만, 정작 남북 간 협력사업은 논의만 무성할 뿐, 실제로 진척을 보지 못했다.
1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 간 대화의 문을 열겠다고 발표한 이후, 1월 9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다. 그리고 지난 10월 5차 남북 고위급회담까지 진행하면서, 남북은 ‘판문점선언’와 ‘9월 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했다.
2월 북측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시작으로 4월 ‘봄이 온다’ 남측 예술단 평양 공연, 7월 평양 남북통일농구경기, 8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 10월 10.4선언 11주년 평양 민족통일대회 등 굵직한 행사가 열렸다. 2020년 도쿄 하계올림픽 공동진출과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개최에도 남북이 힘을 합쳤다.
13일 현재 방북 6천255명, 방남 808명, 북한주민접촉신고 수리 678건, 남북 간 차량운행 5천631회, 남북 간 항공기 운항 10회 등 남북 간 교류협력은 수치상으로 증가했다.
  
▲ 2월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 선수들이 단일기(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입장하고 있다. [자료사진-통일뉴스]
  
▲ 4월 평양에서 남측 예술단이 '봄이 온다' 공연을 펼쳤다.[자료사진-통일뉴스]
  
▲ 9월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365일 24시간 남북 소통체계가 구축됐다. [자료사진-통일뉴스]
2018년 남북의 가장 큰 성과는 ‘판문점선언’에 따라 개성공단 내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설치한 것이다. 애초 8월 개소가 목표였으나, 미국의 발목잡기로 9월에서야 문을 열었지만, 365일 24시간 남북 소통체계가 구축됐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향후 서울.평양 상주대표부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 산림협력, 보건의료협력 등 남북 간 협력사업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제재 현실에 부딪혔다.
6월 합의된 남북 도로협력은 8월 경의선 도로 공동조사만 했을 뿐, 동해선 도로조사 일정은 아직도 잡지 못하고 있다.
7월 한 차례 진행된 경의선.동해선 철도 공동조사는 실제 철도를 움직이며 조사하려던 계획이 유엔군사령부의 저지로 진척을 보지 못하다가, 11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의 면제 승인으로 11월 30일부터 12월 17일까지 일정으로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오는 26일 개성 판문역에서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현대화 사업을 위한 착공식이 열린다. 하지만 착공식은 실제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개념이 아니라 일을 시작하는 ‘착수식’의 의미로 진행된다. 대북제재 때문이다.
11월 29일 남측이 북측에 소나무재선충 방제약제 50t을 전달했지만, 대북제재 품목인지 아닌지 확인이 우선이었다. 양묘장 현대화 사업 등 남북 간 산림협력도 대북제재의 영향 아래 있다.
‘9월 평양공동선언’에 따라 한반도 건강공동체 구현을 위해 보건의료사업도 시동을 걸었지만, 12월 12일 인플루엔자에 대한 정보를 시범적으로 교환하는 수준에 그쳤다. 의약품 지원도 대북제재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12월 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전 ‘대고려전’이 시작했다. 남북 정상은 북측 고려 유물 전시에 구두 합의를 했지만, 결국 유물이 오지 않았다. 사진은 북측 유물인 고려 태조 왕건 좌상이 전시될 연꽃모양 받침이 들어있는 유리관 옆에 나란히 전시된 희랑대사 좌상. 희랑대사는 왕건의 스승으로, 1100년만의 만남에 대한 기대를 모았다.  [자료사진-통일뉴스]
남북 정상이 합의했지만, 지켜지지 않은 일도 적지 않다.
10월 북측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 공연은 성사되지 않았고, 내년 3월까지 진행되는 고려 건국 1100년 기념 ‘대고려전’에 북측의 왕건상은 오지 않았다. 가을 서울 남북통일농구경기는 잊혔으며, 11월 남북적십자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34년 만의 성사 기대를 모은 남북 국회회담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
‘판문점선언’으로 남북 민간교류 활성화의 기대도 있었지만, 당국 우선주의로 잡음이 일었다. 남북 당국이 6.15선언 18주년 공동행사 개최를 합의했고, 민간 차원에서도 공동행사를 추진했지만, 당국 간 합의로 무산됐다. 10.4선언 11주년 민족통일대회도 정부가 직접 챙겼다.
8월 평양 ‘제5회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U-15) 축구대회’, 10월 평양 남북 태권도 합동공연, 11월 3-4일 남북 민화협의 금강산 공동행사 만이 명맥을 유지했다.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의 사업도 쉽지 않았다.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북민협)가 11월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에 대북 인도적 지원을 제재 예외로 인정해달라는 서한을 보냈지만,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재개됐다는 소식은 아직 없다.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결정한다는 민족자주의 원칙을 확인”한 ‘판문점선언’이 무색하게 정부는 남북협력사업 하나하나마다 대북제재 위반 여부를 따졌을 뿐이다.
북한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10일 “민족내부 문제에 대한 외세의 간섭을 허용하면 오히려 복잡성만 조성되고 언제 가도 조국통일문제를 우리 민족의 의사와 이익에 맞게 해결할 수 없다”며 “북남관계개선은 그 누구의 승인을 받고 하는 것이 아니며 누구의 도움으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대북제재는 북한의 핵.미사일의 부산물이기에, 북한이 풀어야 할 숙제임은 분명하다. 북한과 미국의 대화에 제재 해제 여부가 달렸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을 놓고 기다릴 수는 없다.
‘군사분야 합의서’ 이행으로 운용적 군비통제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 분위기 조성과 동시에, 남북경협 준비 자체가 “비핵화의 진전을 이끌어내고 촉진하는 계기가 된다”는 정부의 입장이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