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6일 토요일

김대중 탄생 100주년' 참석 문재인, 이낙연 등 비명계 신당 움직임 경계


"김대중, 야권 통합으로 반드시 정권교체하라고 신신당부"…야권 분열에 부정적 견해 밝혀

이재호 기자  |  기사입력 2024.01.07. 05:23:48


새해부터 남북이 포탄을 발사하고 서로를 향해 거친 말을 주고 받으며 한반도 안보 위기가 커지는 가운데, 역사상 첫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참석자들은 민주주의와 인권, 평화를 위해 힘쓴 김 전 대통령의 정신을 이어 받아 관용과 통합의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6일 김대중재단이 주관하고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경기도, 남북평화협력 지방정부협의회, 김대중재단의 공동주최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이번 기념식에는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명예추진위원장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해 공동추진위원장인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김진표 국회의장, 한덕수 국무총리, 문희상 기념식 준비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공동추진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피습 사건으로 기념식에 함께하지 못했다. 

정치권 인사로는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 이낙연 전 국무총리,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비상대책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 심상정 정의당 의원 등이 자리했다.

전직 대통령과 관계된 인사들도 기념식에 참석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박지만 EG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현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 김영삼 전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 김영삼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건호 씨 등이 모습을 보였다. 

기념식에 참석한 인사들은 관용과 통합을 강조했다. 문희상 준비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은 화해와 용서의 정신으로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지역과 세대를 넘어 하나로 만든 대통합 대통령이었다. 오늘을 계기로 우리 모두 다시 통합과 혁신의 길로 나아가자"라고 호소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역시 "편견과 차별을 관용과 용서로 녹여내야 한다. 그것이 김대중 사상"이라며 "증오와 적대감을 화해와 평화로 포용해야 하며 불신과 대립을 연대와 공존으로 극복해야 한다. 그것이 김대중의 큰 정치"라고 말했다.

축사를 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야권의 통합'을 강조하며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중심으로 한 신당 창당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보이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과 생전 마지막으로 함께 식사한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위기, 민생 위기, 남북관계 위기, 3대 위기를 통탄하며, 나는 이제 늙고 병들어 힘이 없으니 젊은 당신들이 야권통합으로 힘을 모으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라고 신신당부했다"는 대화 내용을 전했다. 

그는 "그 말씀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당부는 우리 후배들에게 남긴 김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이자 제가 정치에 뛰어들게 된 주요한 계기"라며 "그 유지에 따른 야권 대통합으로 민주통합당이 창당됐고 끝내 정권 교체를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해 최근 야권에서 벌어지는 분열 움직임을 경계했다. 

문 전 대통령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적대 보복의 정치, 극도로 편협한 이념의 정치로 국민 통합도 더 멀어졌다"며 "정치가 다시 희망을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다시 마주한 위기 앞에서 김대중 대통령의 마지막 유언처럼 우리는 또다시 민주주의, 민생경제, 평화의 가치 아래 단합하고 통합해야 한다"고 강했다. 

▲ 6일 일산 킨텍스에서 김대중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주요 인사들의 축사도 이어졌다. 프란치스코 제266대 교황은 김 전 대통령이 "오랜 고난에도 불구하고, 김 대통령은 종교적 믿음과 도덕적 신념에 기반한 용기로 일평생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며 "기본적인 인권신장을 중시하면서 그의 정치 인생 전부를 대의 민주주의와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바쳤다"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무엇보다 2000년 노벨상 수상은 화해와 연대, 평화를 증진하여 분단과 혐오를 극복하려는 그의 노력이 국제적인 인정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자연환경과 인류 사회를 둘러싼 갈등과 분열, 그리고 위협이 증대되고 있는 오늘날, 김대중 대통령의 정신은 더욱 중요하고 시의적절하다"며 "이번 김대중 탄생 100주년이 현재 세대와 미래세대가 함께 공동체의 터전을 가꾸고 각자의 존엄성이 존중받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정의롭고 조화로운 문명을 건설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역시 축사를 통해 "김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공고히 했고,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을 경제적 위기에서 구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하며, 한반도의 남북 화해를 크게 진전시켰다. 그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 김 대통령을 처음 만났고, 대통령이 된 후에는 긴밀히 협력하여 우리 두 나라 사이의 깊은 우의을 돈독히 할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며 "전 세계 사람들 모두 김대중 대통령이 평생 추구했던 이상, 협력이 갈등보다 낫고 모든 사람들이 존엄하게 살 자격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 모두 그 분을 닮기 위해 노력하길 권유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는 "1973년 8월 8일 도쿄에서 발생한 김대중 납치 사건으로부터 25년이 지난 1998년 10월, 일본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의 일본 국회 연설을 당시 민주당 중의원 의원으로서 들었다. 그 때의 강렬한 인상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며 일본이 과거사에 대해 반성하고 한일 간 교류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김 대통령의 연설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키오 전 총리는 최근 미중 간 갈등 상황을 언급하며 "만약 김대중 대통령님께서 계시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저희에게 어떤 지침을 주시고 어떻게 행동하실지 계속 생각하고 있다"며 "적어도 동아시아의 안정과 평화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한중일 정상과의 합의를 얻어내고 미국과도 정정당당하게 협상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중 갈등이 이대로 동아시아로 흘러들어와 일중·한중 관계가 분단되는 경우 동아시아 공동체의 실현은 요원해진다"며 "한일 협력을 확고히 하여 미중 긴장 관계 개선에 노력하는 것은 정치인으로서 우리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김대중 재단은 이외에도 토니 블레어 전 영국총리, 와다 하루키 도쿄대학교 명예교수, 브루스커밍스 시카고대학교 석좌교수, 베르너 페리히 베를린 자유대학교 명예교수, 에드워드 베이커 전 하버드 옌칭연구소 부소장, 킴 아리스 아웅산수지 미얀마 전 국가고문 아들, 베리트 레이스 안데르센 노벨위원회 위원장과 빌리 브란트 재단, 넬슨만델라 재단, 고르바초프 재단 등도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습격범은 왜, 0.8km거리 펜션에 안 묵었나

 


범행 전 치밀한 500.9km 동선... 숙박지점 선정·이동 만 허술하고 우연 겹쳐?
24.01.06 18:29l최종 업데이트 24.01.06 18:49l

부산역,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평산마을, 울산역,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 모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습격범이 지난 1일 충남 아산에서 출발해 하루 동안 이동한 것으로 알려진 곳들이다.

숨 가쁜 일정이다. 충남 아산역부터 이들 장소 간 이동 거리를 합산하면 카카오맵 기준 500.9km에 이른다. 동시에 치밀함도 엿보인다. 이 대표는 1일 봉하마을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2일에는 사건이 발생한 가덕도 방문 후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오찬이 예정돼 있었다. 평산마을 방문은 일종의 사전 답사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오는 의문은 이것이다. 500.9km에 달하는 1일 이동의 종착지가 왜 경남 창원시 진해구 용원동이었냐는 점이다. 

사건 현장과 매우 가까운 숙박업소 두고 왜?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당한 대항전망대에서 가장 가까운 숙박업소는 도보로 쉽게 이동이 가능한 약 800미터 거리에 있다.
▲  지난 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습 당한 대항전망대에서 가장 가까운 숙박업소는 도보로 쉽게 이동이 가능한 약 800미터 거리에 있다.
ⓒ 카카오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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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 매체 보도에 따르면 김아무개씨가 범행 전날 숙박한 모텔은 창원시 가덕도 사건 현장에서 13km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 있는 숙박업소를 사건이 벌어진 가덕도 대항전망대 인근에서 찾을 수 있다. 사건 현장에서 차량으로 약 1.5km 거리에 위치한 새바지방파제 근처 숙박업소 2개소, 또한 도보로 5분이면 이동이 가능한 약 800미터 거리에도 숙박업소 2개소 등이 쉽게 확인 가능하다.

이 숙박업소들은 '펜션'이라는 상호로 영업하지만 숙박료는 높지 않은 편이었다. A펜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숙박료가 5만 원이라고 밝혔다. 그는 "손님으로는 꽁치 낚시하는 분들이 많이 온다"며 "단골들이 많아 숙박료를 올리기 어려워 저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숙박료 부담으로 인해 가덕도가 아닌 다른 곳을 숙박지로 선택했을 가능성은 낮은 셈이다. 

새해 첫날이라는 시기적 특성으로 인해 숙박 예약에 실패했을 확률도 높지 않아 보인다. 숙박료가 7만 원이라고 밝힌 B펜션 관계자는 통화에서 "해돋이 보러 오는 경우도 많아 12월 31일 경우에는 손님이 많지만, 1일 당일 오후부터는 예약이 별로 어려운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일 사건 발생 시각은 오전 10시 27분 경이었다. 범행 장소와 가까운 곳에 비교적 저렴한 숙박업소들이 있음에도 김씨가 그보다 훨씬 먼 용원동을 선택했는지 의문이다.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인 만큼, 김씨가 숙박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1일 이동 거리 500.9km... 숙박지점 이동 과정만 허술? 우연?
 
큰사진보기6일 <헤럴드경제>는 "김씨가 범행 전날(1일) 머무른 것으로 추정되는 모텔 앞으로 들어서는 회색 벤츠로 추정되는 차량"이라며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7시 57분께 모텔 맞은편 도로에서 회색 벤츠로 추정되는 차량에서 내렸고 차량은 김씨를 내려준 후 곧바로 떠났다"고 전했다. 보도화면 캡처.
▲  6일 <헤럴드경제>는 "김씨가 범행 전날(1일) 머무른 것으로 추정되는 모텔 앞으로 들어서는 회색 벤츠로 추정되는 차량"이라며 "폐쇄회로(CC)TV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후 7시 57분께 모텔 맞은편 도로에서 회색 벤츠로 추정되는 차량에서 내렸고 차량은 김씨를 내려준 후 곧바로 떠났다"고 전했다. 보도화면 캡처.
ⓒ 헤럴드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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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숙박지 이동 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6일 <헤럴드경제>는 "피의자 김모씨가 범행 전날 모텔 앞에서 의문의 차량에서 내린 장면이 포착됐다"면서 인근 모텔 폐쇄회로(CCTV)에 촬영된 김씨 모습을 공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1일 오후 7시 57분께 모텔 맞은편 도로에서 회색 벤츠로 추정되는 차량에서 내렸고 차량은 김씨를 내려준 후 곧바로 떠났다"고 한다. 

이와 관련 일부 매체들은 "처음 만난 이 대표 지지자의 차를 타고 왔다고 김씨가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면서 "충남 아산에 거주한 김씨가 부산 지리에 어두워 이 대표를 응원하러 온 다른 지지자를 만나 차를 얻어 탔을 것이라는 추측"과 함께 공범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경찰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김씨는 범행 전날 500km를 넘는 동선을 계획하고 이를 치밀하게 실행에 옮겼다. 그런데도 정작 다음 날 사건 현장으로 이동할 숙박지 선택이 허술해 보이고, 게다가 이동 과정에서 이 대표 지지자를 만나는 '우연'까지 더해졌다는 추정 역시 아직까지는 설득력이 낮다. 

현재까지 김씨의 정신병력 역시 확인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그런 김씨가 8쪽짜리 이른바 '변명문'을 사전에 준비했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범행 전날 동선에 대한 김씨 진술의 신빙성을 철저하게 따져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피의자 진술 의존 위험... 모방 범죄 위험성도 높아져
 
큰사진보기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량에 탑승해 있다. 김씨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 영장실질심사 출석하는 이재명 대표 피습 피의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김모씨가 4일 오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나와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차량에 탑승해 있다. 김씨 영장실질심사는 이날 오후 2시 부산지방법원에서 열린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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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범행 당시 범행 동기와 심경을 적은 '남기는 글'을 소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김씨는 '이 대표를 왜 공격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경찰에 8쪽짜리 변명문을 제출했다. 그걸 참고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그 내용을 밝히지 않았지만 <조선일보>는 "지난 정부 때 부동산 폭망, 대북 굴욕 외교 등으로 경제가 쑥대밭이 됐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극단적 정치 성향의 유튜브에서도 자주 언급되는 내용이다. 김씨가 이와 같은 유튜브 애청자였다는 점과 관련해 배상훈 프로파일러는 6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수법적으로 분명히 극단적인 정치 성향의 유튜버들이 에너지를 줬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왜냐하면 그래도 된다. 이게 이제 지금 누구를 어떻게 해야 된다, 이런 게 계속 들었으니까, 그걸 듣는 만큼 계속 각성이 되는 거죠. (어느 정도 수위의 내용이 나오느냐고 진행자가 묻자) 진짜로, '어떻게 어떻게 죽여야 된다', 이런 거 다 나옵니다." 

이재명 대표가 총선 과정에서 대구를 방문하면 해치겠다는 취지의 협박 전화를 한 사람이 경찰에 검거된 사실 또한 6일 알려진 상태다. 그는 112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총선에 이재명 대구 오면 작업한다"고 하고 끊었다고 한다. 경찰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배 프로파일러는 방송에서 '언론이 앞다퉈 김씨의 일상을 보도하는 것이 김씨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진행자 질문에 "에너지가 막..."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대표를 살해하려 한 습격범 진술에 의존하지 않는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가 더욱 요구되는 상황인 것이다.

태그:#이재명테러#이재명습격범#배상훈#가덕도

[현장] “왜 대통령 부인만 예외냐” 분노한 시민들 거리로

 


82개 노동·시민사회단체, ‘김건희 특검법’ 등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 규탄 집회 긴급 개최

6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거부권거부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긴급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거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1.06 ⓒ민중의소리

길을 거두지 못한 채 서성였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 등 일명 쌍특검에 대해 즉각적으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것을 규탄하며 열린 집회였다. 무대 스크린에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소식을 다룬 뉴스 영상들이 나오고 있었다.

스크린 속 영상을 한참 바라보던 유 씨는 “국민들은, 정말 힘없는 사람들은 조금만 죄를 지어도 무조건 잡아가면서 대통령 부인이라고 해서 예외가 되면 안 되지 않느냐”며 “‘김건희 특검법’은 무조건 거부해선 안 됐다”고 말했다.

유 씨는 새해를 맞아 실시된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반대하는 국민 여론이 60% 이상이었던 점을 언급하며 “대통령은 국민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과 부인만 생각하지, 국민을 무시하고 국민 여론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 의원들도 대통령 눈치 그만 보고 국민을 위해 행동했으면 좋겠다”고 쓴소리했다.

“국민 여론 무시하고 배우자 방탄이냐” 싸늘한 시민들


6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거부권거부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긴급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거부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1.06 ⓒ민중의소리

‘거부권을 거부하는 전국비상행동(전국비상행동)’이 이날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서 연 ‘거부권 남발 윤석열 거부 긴급행동’은 시민들의 거센 분노를 한 데 모으는 장이 됐다. 전국비상행동은 전국비상시국회의, 전국민중행동, 시민사회연대 등 82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단체로,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발 행태에 반발하며 지난달 구성된 곳이다.

앞서 정부는 ‘김건희 특별법’ 등 쌍특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고 바로 다음 날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곧바로 재가했다.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시점부터 15일 이내에 국회에 돌려보내고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윤 대통령은 최소한의 의견 수렴도 거치지 않은 모습이다. 거부권을 행사했던 다른 법안의 경우 정부 이송 시점부터 거부권 행사까지 일정 기간 시간을 두었던 모습과도 대조적이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마자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일찌감치 공언한 바 있다.

이날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도 문제지만, 대통령이 직접 자신의 배우자 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검법안을, 그것도 국민 여론이 높은 특검법안을 가로막았다는 데 대한 분노가 거셌다. 역대 대통령 중 본인과 가족과 관련된 특검을 거부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부산에서 남편과 함께 서울 구경을 온 중년 여성도 광화문 거리를 거닐다 우연히 집회 모습을 본 후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양평고속도로 특혜 의혹 등 김건희 여사 일가가 연루된 여러 의혹을 거론하며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 이건 진짜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에 거주 중인 양 모(39) 씨는 윤 대통령이 숙의하는 절차도 없이 서둘러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사안을 따져서 논리적으로 검토해 보고 거부권을 행사했어야 했는데, 그게 아니라 자신에게 불리한 건 다 거부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이번에는 자기 가족을 방탄하기 위해 국민 70% 이상이 특검을 원하는 데도 거부하는 건 너무 무도하다 생각한다”고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경기 용인에서 온 김영수(75) 씨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무조건 자기 부인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내 마누라 건드리면 너 죽는다’라고 협박하는 느낌”이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시민과 함께한 야당 지도부 “광장 지키고, 특검 연대 공고히 해야”


6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거부권거부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긴급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정권 규탄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01.06 ⓒ민중의소리

집회를 연 각계 단체들은 민심을 거스른 윤 대통령에 대한 저항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민주노총 함재규 부위원장은 “이제 하다 하다 거부권 정권이 되려는 것 같다”며 “윤석열 정권이 국회의 기능마저도 마비시킬 것 같은 겨울,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살려달라는 노동자 민중의 외침을 우리 스스로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비상시국회의 정해랑 조직위원장은 “이것이야말로 권력의 사유화”라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 쌍특검 법안은 반드시 국회에 압박을 가해 재의결하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김경민 공동대표도 “국민이 위임한 대통령의 권한을 공공선이 아닌 가족을 위해 사사로이 사용하는 권력자를 용인할 국민은 없다”며 “국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민의 의사를 짓밟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지금처럼 남용된다면 국민들은 거대한 저항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야당 지도부도 시민들과 함께 거리에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최고위원은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을 준비하겠다”며 “앞으로 있을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방탄과 권력을 사유화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거부 행동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정의당 김종대 비대위원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과거 ‘박근혜 탄핵 연대’와 같은 야당의 ‘특검 연대’가 이뤄지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이것은 우리가 장차 윤 대통령을 끌어내릴 수 있는 최초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며 “지금 우리가 이 광장을 지키고 특검 연대의 대오를 견고하게 유지하면 4월 총선 전에 여당은 박살 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진보당 강성희 원내대표도 “법안을 받자마자 거부하는 이 대통령의 자리는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가족을 위한 자리인가”라며 “이제 당신은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강 원내대표는 “진보당은 국민과 함께 싸워, 국민과 함께 4월 총선을 ‘탄핵의 봄’으로 반드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6일 서울 광화문역 인근에서 거부권거부전국비상행동 주최로 열린 '거부권 남발 윤석열 정권 거부한다! 긴급행동'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거부권 남발하는 윤석열 거부 손피켓을 들고 있다. 2024.01.06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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