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31일 월요일

잇단 산불, 수온 상승…2500만년 생태계가 흔들린다


조홍섭 2017. 08. 01
조회수 52 추천수 0
바이칼호 현지 취재 ② 기후변화
2015년 한 해 산불만 105건 발생
토양침식 늘어 호수 부영양화 가속
기후변화 영향 큰 3대 지역 중 하나
 
21세기말 수온 4.5도 상승할 전망
포식자 물범·규조류 번식에 지장
먹이사슬체계 바닥부터 흔들릴 듯

b2-1.jpg» 지난해 가을 바이칼호 바로 옆 산에서 일어난 대규모 산불로 이깔나무와 소나무 등 침엽수가 모두 탔다. 그 영향으로 토양이 부슬부슬해져 홍수 때 토사가 호수로 쏟아져 들어간다. 

시베리아의 산불은 인공위성에서 보일 정도로 규모가 크고 잦다. 시베리아 남동쪽에 위치한 바이칼호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16일 리스트뱐카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쯤 바이칼호 서쪽 호안을 따라 북상해 트레킹 장소로 유명한 에메랄드 바지에 닿았다. 지난해 가을 대규모 산불이 일어난 산비탈을 올랐다.
 
이깔나무(잎갈나무)와 소나무 등으로 이뤄진 침엽수림이 검게 탄 채로 빽빽하게 서 있었다. 고른 간격에 키도 비슷해, 이전 산불 뒤 형성된 2차림처럼 보였다. 강한 산불의 열기로 토양과 바위도 푸석푸석해졌고 빗물에 토양이 심하게 씻겨나갔다. 

b2-2.jpg» 산불은 시베리아 생태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산불로 열린 빈 공간에 분홍바늘꽃과 자작나무 등이 돋아난다.

죽은 나무 밑에는 산불지역에 가장 먼저 침입하는 자작나무가 벌써 싹을 틔웠고, 분홍바늘꽃을 비롯해 솔나물, 좁은잎해란초, 두메양귀비, 산부추, 장구채, 제비고깔 등 올해 핀 야생화가 검게 그을린 숲에서 생명의 시작을 알렸다.

바이칼의 산불은 더욱 잦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의 지난해 바이칼호 보전 실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바이칼호 주변 보호구역에서만 모두 105건의 산불이 발생해 15만3000㏊의 숲을 태웠다. 산불이 나면 하층 식생과 토양이 물을 평소처럼 머금지 못한다. 가파른 산에 불이 나면 빗물이 하류로 흐르는 양은 평소보다 10~100배 늘어난다.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바이칼호에서 산불이 나면 유출수는 불에 탄 재 등 영양물질을 호수로 실어날라 녹조 등 부영양화의 원인이 된다. 
 
fire.jpg»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바이칼호 주변의 자연적 산불(붉은색). 미항공우주국(NASA)

메리앤 무어 미국 웰즐리대 교수 등은 과학저널 <바이오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바이칼호 서쪽인 중앙 시베리아가 기후변화로 기온이 높아지고 건조해져 화재의 빈도와 강도가 모두 증가하고 있다”며 “화재로 공중에 솟아오른 재가 생물 활동이 왕성한 호수 표면에 떨어져 질소와 인을 공급해 녹조를 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칼호 주변은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지만 한여름 기온은 30도에 육박해 더웠다. 중앙 시베리아는 북극, 남극과 함께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크게 먼저 받는 곳이다. 지난 세기 이 지역 평균기온은 세계 평균의 2배인 1.2도 상승했고, 특히 겨울 기온은 2도나 높아졌다.
 
b2-3.jpg» 바이칼호는 세계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이 가장 큰 3대 지역 가운데 하나다. 바이칼호 서쪽 호안의 모습.

수온도 마찬가지로 상승했다. 시베리아의 한 과학자 집안은 1945년부터 3대에 걸쳐 바이칼호 서쪽 호안의 볼시예 코티 마을에서 호수 안쪽으로 2.7㎞ 떨어진 수심 800m인 곳에 측정 지점을 정해 수심별 수온을 60년 동안 7~10일 간격으로 측정했다. 스테퍼니 햄프턴 미국 캘리포니아대 생태학자 등 미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은 이 측정 자료를 분석해 2008년 과학저널 <지구 변화 생물학>에 실었는데, 녹조의 원인인 식물플랑크톤은 1979년 이후 3배로 늘어났고, 평균 수온은 1946년 이후 1.21도 높아졌다. 기후 모델링으로 추정한 금세기 말 바이칼호 표층수온 상승폭은 4.5도에 이른다.
 
b2-4.jpg 

수온 상승은 바이칼호 생태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무어 교수 등의 예측을 보자. 21세기에 바이칼호의 결빙기간은 현재 4∼5개월에서 2개월로 줄어든다. 바이칼호 최상위 포식자인 바이칼물범이 가장 큰 피해를 받는다. 이 물범은 얼음 위에서 새끼를 낳고 눈과 얼음동굴에 숨겨 키우는데 얼음이 일찍 사라지면 포식자에게 고스란히 노출된다.
 
표층수온이 올라가면 심층에서 표층 사이를 오가며 살던 다양한 동물을 점점 더 깊은 곳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바이칼 고유 물고기인 골로먄카는 낮에 수심 300~1600m의 심층에서 지내다가 밤에 수심 50m 이내의 표층으로 올라온다. 표층 어류 생물량의 95%를 차지하며 물범의 주 먹이인 이 물고기는 수온 3.5~10도 범위에 분포하지만 12도가 넘으면 죽는다. 결국 물범은 앞으로 더 깊은 곳으로 잠수해 골로먄카를 사냥하거나 굶주릴 수밖에 없다.

nerpa_getty.jpg» 세계 유일의 민물 물범인 바이칼호물범. 기후변화로 수온이 오르면 번식과 생장에 큰 타격을 받을 최상위 포식자이다. 게티 이미지 뱅크

바이칼호 생물의 기초먹이인 고유종 규조류도 기후변화의 피해를 입는다. 길이가 1.5㎝에 이르는 이 초대형 규조류는 강한 바람으로 눈이 쌓이지 않아 햇빛이 잘 투과하는 바이칼호의 투명한 얼음 밑에서 번성한다. 기후변화로 눈이 쌓여 투명도가 떨어지면 규조류의 광합성 능력이 저하되고 호숫물의 뒤섞임이 줄어 초대형 규조류가 호수 표면으로 올라오지 못하게 된다. 결국 먹이사슬의 바닥부터 꼭대기까지 흔들린다.
 
무어 교수는 “바이칼호에서 기후변화는 화학물질 유입량을 늘릴 것이기 때문에 산업공해와 인위적 부영양화가 특히 걱정된다”며 “이 호수가 지닌 고유한 특징인 빈영양 상태, 찬물, 긴 체류시간, 긴 먹이사슬, 잦은 지진, 높은 고유종 비율 등이 이런 스트레스에 더욱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칼호(러시아 이르쿠츠크)/글·사진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절반 이상이 고유 동물…심해까지 산소 풍부, 바닥엔 해면 
 
sb11.jpg» 바이칼호를 대표하는 무척추동물 에피슈라. 호수의 무한한 자정능력이 이 동물플랑크톤에서 나온다고 믿었다.

바이칼호는 유라시아판과 아무르판이 벌어져 새로운 땅이 생기는 리프트밸리(구조곡)다. 두 지판 사이에 깊이 파인 2000㎞ 길이의 계곡에 물이 담겨 2500만년 전 형성됐다. 길이 636㎞, 너비 79㎞로 경상도 면적인 3만㎢인데, 최고 수심 1642m, 평균 수심 744m로 깊어 담수 보유량이 세계 최대다.
 
고유종 비율이 높아 동물종 2500종의 절반과 식물 1000종의 30%가 지구에서 이 호수에만 있다. 호수 생물종의 40%는 아직 미발견 상태다. 유네스코는 1996년 바이칼호를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하면서 “장기간 고립돼 진화론적으로 특별하며 세계에서 가장 풍부하고 독특한 담수 동물상을 이뤘다”고 이유를 밝혔다.
 
최상위 포식자인 바이칼물범은 약 10만마리가 살고 있는데 북극해에 사는 고리무늬물범의 친척뻘이다. 200만~300만년 전 빙하기 때 북극이 얼어붙으면서 북극해로 흐르던 예니세이강이 범람해 빙하호를 이루면서 내륙에 고립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칼호에 사는 물고기 52종 가운데 27종이 고유종이다. ‘오물’이란 연어과 물고기는 이 호수의 대표적 상업어종인데, 물범과 비슷한 이유로 육지에 갇혔을 것으로 보인다.
 
‘에피슈라’라는 새우 비슷하게 생긴 동물플랑크톤도 바이칼 고유종으로 호수 생물량의 80%를 차지한다. 골로먄카의 먹이로, 또 호수의 유기물을 왕성하게 섭취해 정화하는 생태계의 핵심이다. 바이칼호는 다른 깊은 담수호와 달리 강한 계절풍이 주기적으로 호숫물을 뒤섞어 심층까지 산소가 풍부하다. 호수 바닥에는 대형 무척추동물과 바다처럼 해면동물이 산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조홍섭 기자
20년 넘게 환경문제를 다뤄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환경전문기자를 역임했으며 웹진 물바람숲의 운영자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공존, 과학기술과 사회 문제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네이버에 <한반도 자연사>를 연재했고 교육방송(EBS)의 <하나뿐인 지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메일 : ecothink@hani.co.kr       트위터 : eco_think      

푸틴 ‘미국 외교인력 755명 추방’ 시사... ‘최악’으로 치닫는 미·러 관계


푸틴 대통령, “참을 만큼 참았다” 강력한 대미 보복 예고...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먹구름’ 드리울 듯
김원식 전문기자
발행 2017-08-01 11:02:47
수정 2017-08-01 11: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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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7.6.2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에서 연설하고 있다. 2017.6.2ⓒ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맞선 보복 조치로 러시아에 상주하는 미국의 외교 인력 755명을 줄이라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이 구체적인 수치까지 제시하며 ‘외교관 추방’이라는 보복 카드를 지시함에 따라 일각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관계가 다시 냉전 시대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30일(이하 현지시간) 국영방송 ‘로시야1TV’와의 인터뷰에서 “외교관과 실무 지원 인력 등 1,000명이 넘게 (미국인들이) 러시아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들 중 755명을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제시한 기한은 오는 9월 1일이다.
앞서, 러시아 외교부는 지난 28일, 미 의회가 러시아 제재 조치가 담긴 법안을 통과시키자, 러시아 내에 상주하는 미국 외교 인력을 455명으로 줄이고 미국의 외교시설 2곳 압류하겠다는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 일하는 미국 외교 인력은 1,200명 가까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미국인은 333명이며, 867명은 외국인으로 운전사, 통역자, 회계원, 보안원 등 실무를 돕는 현지 인력들이다. 755명이 추방된다면, 사실상 러시아에서 미국의 외교 활동은 손발이 다 잘리는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도 “우리는 자제하고 참아왔다. 그러나 때가 되면 우리는 보복해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를 향한 이런 오만불손함(boorishness)을 한없이 참아낼 수는 없다”면서 강력한 대미 보복 조치를 예고했다.
미 의회가 통과시킨 새로운 러시아 제재안은 러시아의 2014년 크림반도 점령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사업 중인 러시아 석유 기업을 겨냥한 조치가 대거 담겼다. 미 백악관은 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미 악화한 미·러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악화할 전망이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나 시리아 사태와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상호 여러 보복 조치들을 펼쳐왔다.
지난해 12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국 내 러시아 외교관 35명을 추방하는 한편, 미국 내 러시아 외교시설 2곳을 폐쇄했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대한 대응조치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러시아가 강력한 보복 조치를 시사해 양국 관계가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에 관해 “푸틴의 인내심이 바닥났다”며 “푸틴의 발언은 1917년 공산주의 혁명 이래 미국의 외교관을 가장 많이 감축하는 사례”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1986년 냉전 시절 미·러가 자국 외교관을 맞추방했던 시절처럼 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NYT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 푸틴 대통령이 대미 추가 압박조치를 강구하고 있을 것”이라며 “그동안 미국과 어느 정도 공조해왔던 시리아 내전이나 석유 개발, 우주 로켓 개발 등에서도 마찰이 불거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미·러 관계가 악화함에 따라 그 여파가 전방위로 펴지면서,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도 먹구름이 드리울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최근 북한이 시험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아니라며, 유엔 안보리 등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추진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북 ICBM 성공으로 북미협상 ‘카운트 다운’

<해설> 미본토 북 사정권에, 추가제재시 6차 핵실험도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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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31  19: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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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28일 시험발사한 '화성-14'형은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북미대결의 '게임 체인저'임에 틀림없다. [사진출처 - 노동신문]
북한이 28일 시험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이 사거리 1만km 내외로 확인돼 미국 본토가 북한의 사정권에 놓이게 됨에 따라 북.미대결에 새로운 국면이 형성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4일에 이어 28일 북한이 두 차례 시험발사한 ‘화성-14’형은 명실상부한 ICBM으로 몇 가지 기술적 확인사항을 남겨둔 상태라 하더라도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나 사건’이라는 사전적 의미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임에 틀림없다.
미 본토 북 핵미사일 사정권에, 북미협상 ‘카운트 다운’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인내’라는 사실상 방치 전략으로 일관할 수 있었던 것은 북한 핵무기의 수량과 미사일 사거리가 미국 본토에는 직접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전술적 판단이 깔려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내에 북한이 50-100기 정도의 핵무기를 확보하고, 1만km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을 개발, 실전배치하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4년 중임제인 미국 대통령제에서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골치 아픈 북핵문제는 미뤄둔 것.
특히 새롭게 등장한 김정은이라는 젊은 지도자가 ‘경제건설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을 국가 전략노선으로 강력히 추진해 ‘중국 지렛대’ 등 백약이 무효였다. 결국 방치된 뜨거운 감자는 차기 대통령에게 넘겨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전략적 인내 시대(The era of strategic patience)는 실패했다”고 선언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5차 핵시험에 이어 올해 7월 두 차례 ICBM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까지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보유국 임을 내외에 과시했다. 자잘한 기술상의 문제점을 지적해봐야 북한이 핵무기보유국이라는 현실을 돌이킬 수는 없다.
  
▲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2차 시험발사 성공을 자축하는 축하연을 30일 평양 목란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방 부부가 참석한 가운데 개최했다. [사진출처 - 노동신문]
북한이 지난 4일 1차 ICBM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전 국가적으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벌인데 이어 이번 2차 시험발사 성공 직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부부 동반으로 연회에 등장한 것은 북한이 그만큼 ICBM 개발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북한이 핵무기보유국으로서 미국 본토를 사정권에 둠으로써 북.미 간 대결구도는 근본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앞세워 북한을 상대하는 ‘배후’였다면 이제는 ‘당사자’ 위치에 놓인 것이다. 강건너 불구경이 아니라 자신의 발등에 불이 떨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국 미국은 핵무기보유국으로서 자국에 핵공격을 가할 수 있는 북한을 상대로 무력 제압에 나서든지 협상을 벌여 합의를 만들어내는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다.
북한에 대한 무력사용은 한반도는 물론 일본열도와 이제는 미국본토까지 상상하기 힘든 재앙을 가져올 것이다. 또 북한을 잃을 수 없는 중국이나 함께 쑥대밭이 될 한국도 이를 지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답은 이미 협상으로 나와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8월말부터 시작되는 UFG(을지프리덤가디언)연습과 8월말께로 예상되는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등 일련의 과정을 거칠 시간이 필요할 따름이다. 북.미협상은 이미 카운트 다운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는 셈.
미국의 이란, 러시아 연계는 ‘자충수’?
북한이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7월 27일께 ICBM 발사 등 ‘도발’을 감행할 것이란 관측들도 많았지만 평소 북한은 대북제재가 실행되면 대응조치로써 군사적 행동에 나서는 패턴을 보여왔다. 선제적 도발이 아닌 대응조치, 자위적 조치라는 명분을 토대로 핵.미사일 능력을 시험, 과시해온 것이다.
  
▲ 지난달 29-30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해 '제재와 대화를 활용한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에 합의했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이번에도 미국 상원이 27일 북한에 대한 제재법률을 통과시키자 곧바로 ICBM을 발사했다. 그런데 이번 북한의 대응조치는 약간 달랐다. 먼저, 미국 상원이 제재법률을 통과시켰지만 이 법률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대통령의 재가 등 후속조치가 따라야 하는데, 북한은 즉각 대응조치에 나섰다.
무엇보다도 이번 미국의 대북 제재는 ‘북한 이란 러시아’ 3국을 싸잡아 마련한 제재법안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란은 당일인 27일 인공위성 로켓 ‘시모르그’(불사조)를 발사했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즉각 ‘보복조치’를 공언했고 실제로 미국 외교관 퇴출 조치에 나서고 있다. 북한이 시간을 잴 필요가 없는 정세가 조성된 것이다.
특히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는 주목해 볼 만하다. 오마마 대통령 시기 ‘전략적 인내’ 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 주류를 차지하고 있는 유대계의 입김 탓에 북한의 핵.미사일이 중동지역으로 확산돼 ‘모국’ 이스라엘이 곤경에 처하는 상황 만은 피하기 위해 ‘비확산’을 위한 노력은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란 미사일 커넥션은 미국의 주요 감시대상에 속한다.
이번 북한의 ICBM 발사는 이란의 인공위성 발사, 러시아의 대미 보복조치와 나란히 사실상 3국 반미 공동행동의 일환으로 진행된 특징이 있는 만큼 향후 유엔 안보리 등 국제무대에서 대북제재 조치에 러시아가 비토권을 행사하거나 반대입장을 낼 가능성도 높아졌다.
시진핑의 고민, 문재인의 고민
결국 미국은 공을 중국에게 떠넘기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 자신의 트윗에 “중국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북.중관계 전문가인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베이징을 통해 평양에 간다’는 오바마가 상속한 견해를 따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중국이 북한에 원유.석유를 끊고, 북한 노동자 송출을 차단하는 등 목줄을 조이면 북한이 손들고 나올 것이라는 트럼프식 해법을 제시한 것이다. 그러나 오마바 대통령 시기 내내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지만 이같은 일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중국은 자국과 인접한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고 있다.
더구나 이번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대응조치로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추가배치를 추진하는 마당에 중국의 심기가 좋을 리 없다. 오는 10월께 집권 2기 지도부 출범을 준비하며 권력다지기에 나서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자신의 ‘체면을 구긴’ 미국과 한국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취할 여지가 별로 없다. 물론 그만큼 북한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고나 제재를 가하겠지만.
촛불 민심을 업고 등장한 문재인 대통령 역시 전향적 대북 대화제의에도 불구하고 뺨을 맞은 격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 또 김정은과 북핵이라는 높은 ‘북한 장벽’을 실감하고 미국과 중국이라는 거인국들의 힘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 북한의 ICBM 발사에 29일 새벽 1시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가 문재인 대통령 주재하에 긴급 소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북 강경책을 담은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출처 - 청와대]
문 대통령은 29일 새벽 1시 긴급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한.미 연합 탄도미사일 발사 △사드 잔여 발사대 추가배치 △유엔안보리 긴급 소집 요청 △대북 경계태세강화 등 준비된 강경 대응조치들을 쏟아내고 여름휴가를 떠나버렸다.
박근혜 정부에서 끌어들인 사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등 정당한 절차를 밟겠다고 공언해온 현 정부가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구실로 손바닥 뒤집듯 사드 발사대 추가배치를 공표한 것은 현 정부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외교안보라인 구성 때부터 제기된 취약성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당황스럽다.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이렇게 되면 박근혜 정부와 다를 게 하나도 없게 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같은 조치로 남북관계는 상당기간 무망해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미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대북 제재조치는 다 시행하고 있고, 특별한 대북 제재도 없다”며 “대화를 제의해둔 상태인 만큼 북측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다”고만 말했다. 대응책이 없을 뿐만 아니라 주도적으로 나설 계획도 없다는 것.
현 정부가 ‘제재와 대화 투 트랙’ 기조를 유지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에서는 제재 일변도로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북한의 28일 ICBM 발사에 통일부가 아니라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가 정부 성명을 낸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북 6차 핵실험 가능성까지.. 대통령 8.15경축사 주목
이정철 숭실대 교수는 “북한의 ICBM 발사에 사드 배치를 연계시킨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있을 수 있겠지만 의외”라며 “UFG 훈련과 8월 말경에 유엔안보리 결의가 나오면 북한도 대응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북한의 예상되는 대응조치에는 6차 핵실험도 포함된다.
지난 4일 1차 ICBM 시험발사에 대한 유엔안보리 제재 논의는 이번 2차 ICBM 시험발사까지 포함되더라도 중국이 원유.석유 공급 중단을, 러시아가 북한 노동력 송출 금지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어 사실상 제재 강도가 그리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한 전문가는 “중국의 역할을 주문하는 국제적 목소리를 중국이 외면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중국이 대북제재안에 대해서도 마냥 비토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사드를 배치한 한국과 미국에 대해서도 그냥 넘기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미국은 30일 오전 괌 기지에 있는 전략폭격기 B1-B 2대를 한반도 상공으로 보내 무력시위를 전개했다. 8월말 실시될 UFG연습에는 미군의 전략자산이 대거 투입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사진제공-공군]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새벽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베를린 구상의 동력이 상실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했고, 일각에서는 ICBM까지 발사했으니 이제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수정제의해 올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냉엄한 현실은 북미 간, 남북 간 긴장은 더욱 격화되고 있고, 극적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북한의 ‘핵무력 건설’ 추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8.15광복절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가 될지 모른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측은 문재인 정부가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선언하고 민간교류와 경협 등에서 가시적인 정책 변화가 있어야 대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며 “특사는 공식 문건으로 제기하고 창구도 공식 창구를 통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한반도의 운명을 이끌 운전석에 앉고자 한 것은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핵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한반도에 미국의 전략자산을 끌어들이고 사드를 추가 배치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까?

청와대 앞에서 통곡한 소성리 할머니 “절차 지킨다더니... 왜 이러는 겁니까”


서울로 상경한 성주·김천 주민들의 하루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성주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 성주 어르신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김철수 기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정부가 무시한 절차를 용인해 주고, ‘안보’라는 이름으로 헌법적 질서가 무시되는 예외를 다시 감행했습니다. 그동안 새로운 정부를 믿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리라고 믿고 기다려 준 주민들에게 말할 수 없는 실망감을 주었습니다.”
31일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열린 ‘성주·김천 주민 서울 상경 기자회견’에서 하주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미군문제연구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사드문제와 관련해) 국내 절차 준수와 의견 수렴을 약속한 바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드 배치와 관련한 일련의 조치를 즉각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공론화·재검토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하주희 변호사가 발언을 마치자 이날 새벽 성주 소성리에서 올라온 도금연(81) 할머니는 하 변호사를 끌어안고 울음을 터뜨렸다. 도 할머니는 “(문재인 정부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며 통곡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장소로의 이동을 경찰이 막자 몸으로 밀어내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장소로의 이동을 경찰이 막자 몸으로 밀어내고 있다.ⓒ김철수 기자
주민들 서울 상경 “사드 추가 배치 철회하라”
“인원이 많다” 청와대 분수대 기자회견 가로막은 경찰
80여명의 성주·김천 주민들은 사드 발사대 4기를 임시로 추가 배치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듣고 새벽차를 타고 서울로 상경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기자회견조차 평탄하게 진행할 수 없었다.
사드배치를 반대하는 성주투쟁위와 김천시민대책위 등은 이날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었다. 10시 50분경 주민들은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모여 청와대 분수대로 향했지만 경찰에 의해 가로막혔다. 경찰은 분수대 앞 기자회견 인원을 15명으로 제한했다.
주민들은 “기자회견도 열지 못하게 막냐”며 항의했다. 이석주 성주 소성리 이장은 “정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하겠다고 발표한 후 15시간 만에 사드 발사대 4기를 추가 배치한다고 발표했다”며 “도저히 현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을 믿을 수 없어 이렇게 기자회견을 하러 지역에서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기자회견조차 할 수 없게 막고 있다”고 분노했다.
11시20분경,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보장하라”며 거세게 항의하자 경찰은 청와대 100m 앞인 효자치안센터까지 길을 열어줬다.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관계자에 따르면, 주민들이 집회신고를 낸 곳은 치안센터 앞까지였다. 경찰은 치안센터 앞에서 다시 주민들을 막아섰다.
주민들은 결국 본래 예정된 장소가 아닌 치안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예정된 시간보다 45분이 지난 상태였다. 80여명의 주민들은 기자회견 현수막 뒤에 서서 “한반도 평화위협 사드배치 철회하라”, “미국과 일본을 위한 사드배치 철회하라”, “경제타격 국익훼손 사드배치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민들은 청와대 기자회견을 마치고 곧바로 국방부 앞으로 이동한 후 사드장비 반입을 추진하는 국방부를 비판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청와대·국방부 면담...주민들 “사드반입 막을 것”
주민들은 청와대 앞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혁신수석실 시민사회비서관을 만나 면담을 진행했으나, 별다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이날 성주 소성리 이장을 비롯한 지역대표 5명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을 만났다. 이들은 사드 발사대 추가 배치 계획 철회와 불법적으로 진행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반려 등의 요구를 담은 서한을 전달하고 40여분 동안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여한 김선명 원불교 성주성지수호비상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대표단이 사드발사대 임시배치 결정 과정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비서관은 북한이 ICBM급 미사일 발사로 변한 국내외 상황을 거론하며 사드발사대를 배치하는 것은 맞지만 ‘임시’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명 위원장은 “성주 소성리에 배치된 사드가 북한의 미사일을 막을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며 “국내 방어를 위해서라는 것은 인과적인 관계로 성립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같은 이야기를 지적했으나 별다른 답변없이 이야기를 전달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우리는 마을에서 저항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명확하게 밝혔다”며 “외교안보 농단의 적폐인 사드를 청산하지 못하는 정부에게 국민의 요구를 다시 한 번 명확히 확인시켜 준다면, 결국엔 정부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이날 지역대표자들은 청와대 면담 후 서주석 국방부 차관도 만나 1시간20분가량 면담했다. 면담에서 사드가동을 중단하고 전략 환경영향평가부터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면담에 참여한 이석주 소성리 이장은 “우리의 요구에 별다른 답변은 없었다”며 “다만 지난 4월처럼 새벽을 틈타 사드장비를 기습적으로 반입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새벽부터 차를 타고 서울로 온 고령의 주민들은 비와 더위가 뒤섞인 서울에서 ‘답답한’ 하루를 보내고 내려갔다. 이제 주민들은 정부가 ‘임시 배치’하겠다고 밝힌 ‘추가 발사대’가 언제 올지 불안의 시간을 보내야만 한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의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 지시를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장소로의 이동을 경찰이 막자 청와대와 경찰을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장소로의 이동을 경찰이 막자 청와대와 경찰을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장소로의 이동을 경찰이 막자 청와대와 경찰을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등 사드 반대 단체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장소로의 이동을 경찰이 막자 청와대와 경찰을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8년간 '4대강 전투'한 두 기자의 '베스트 13장면'


[2017 오마이뉴스 전국일주 19] 4대강 독립군, 김종술-정수근 기자 이야기
17.07.31 21:14 | 글:김병기쪽지보내기|사진:정대희쪽지보내기
우리나라 언론에는 소위 '중앙'이라는 '서울발' 기사만 차고 넘칠 뿐 내가 사는 곳을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지역이 희망'이라는 믿음으로 지역 시민기자를 만나러 가면서 해당 지역 뉴스를 다룹니다. 첫 행선지는 대구입니다. [편집자말] [편집자말]
▲ '낙동강지킴이' 정수근 시민기자와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 등 '낙동에 살어리랏다' <오마이뉴스> 탐사보도팀이 지난 2015년 8월 25일 오전 4대강사업 후 지천에서 흘러드는 모래로 강바닥이 높아진 현장을 탐사하기 위해 투명보트를 들고 구미보 하류로 이동하고 있다. ⓒ 권우성

여기 8년 동안 '이명박 4대강'과 싸워온 두 사람이 있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닌데, 죽어가는 금강의 아픔을 기록해 온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 김종술 기자. 또 다른 한 명은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을 지키려고 현장에서 기사를 쓴 오마이뉴스 4대강 독립군 정수근 기자(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다. 

"정 국장, 아까 내가 갔던 그 '보'가 뭔 '보'여?" (김종술)
"아따, 그것도 모르고 낙동강에 왔어예? 공부 좀 해요. 그러고 무슨 기사를 써!" (정수근)
"허, 참. 이번 취재, 내 드론이 없었으면 말짱 꽝이야. 이거 왜이래." (김종술)
"우리도 조만간 드론 살거라요." (정수근)
"전에는 물속에 들어가 물고기 눈으로 기사를 썼는데, 요즘 난 새의 눈으로 기사를 써. 하-하." (김종술) 

옆에서 보면 유치하기도 하지만, 둘이 만나면 항상 티격태격한다. 이러면서도 얼굴을 붉히지 않는 건, 신뢰한다는 뜻이다. 한 명은 금강에서, 다른 한 명은 낙동강에서 '나홀로 전투'를 치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서로 느끼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 21일, 대구는 섭씨 37도를 웃돌았다. 사람 체온보다 높았다. 땡볕에 가만히 있는 것조차 짜증스러운데, 두 명의 4대강 독립군은 낙동강에 세운 4대강 댐을 훑었다. <2017 오마이뉴스 전국일주> 대구편을 위한 기획 현장 취재였다. 

스마트폰으로 재난문자가 날아오고, 현장에 가면 "집으로 돌아가 냉방기를 켜놓고 쉬라"는 안내방송이 들렸다. 김 기자는 녹조물을 채운 영주댐 앞에서 얼마 전에 산 드론을 날리고, 정 기자는 상수원 보호구역에 가서 삽질을 해 깔따구와 실지렁이를 채취했다. 둘이 만나면 궁시렁거리지만, 현장에서 쏘아올린 기사를 보면 손발이 척척 맞는다. 

☞하늘에서 본 영주댐 녹조라떼, 썩은 내 진동 
☞낙동강 270km 기록, 녹조·쓰레기·붉은 깔따구
☞ 1조 1000억짜리 '녹조라떼 카페' 
☞23명 목숨 앗아간 4대강 사업, 변한 게 없다
☞ 낙동강에 관한 충격적인 사실 6가지
☞미국의 현명한 결단력을 배워야 한다, 이것만은 

이날 오후 5시경 취재를 마친 이들은 정 기자의 집 근처인 대구의 한 커피숍에 마주 앉았다. 그 자리에서 두 독립군을 인터뷰했다. 정권교체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4대강의 미래가 궁금했고, 그동안 어떻게 싸워왔는지도 알고 싶었다. 잠깐 차를 주차하겠다고 나갔던 정 기자가 20여분 만에 머리칼이 촉촉하게 젖은 채 나타났다. 

"아니, 뭐여! 난 낙동강 흙먼지 다 뒤집어썼는데, 자기만 또 샤워하고 왔구먼." (김종술 기자)
"낙동강에 오면 낙동강의 법도을 따라야 하는 법이지요-흐흐-." (정수근 기자)

4대강 독립군들의 인터뷰는 이렇게 툴툴거리며 시작했다. 이들에게 8년 동안의 싸움에서 기억하는 '베스트 13 장면'을 물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 "죽어가는 얘들이 눈앞에서 버둥거리고..."

▲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이 물 속에서 삽으로 떠낸 시커먼 뻘과 붉은 깔따구를 들고 있다. ⓒ 권우성

정수근 기자(이하 '정'으로 표기) : "2010년경 4대강 사업으로 해평습지를 준설하기 전이었죠. 이석우 대구환경연합 전 운영위원, 습지와새들의친구 김경철 국장과 함께 해평습지 하중도에 위장막을 치고 흑두루미를 기다렸어요. 처음 만났을 때의 설렘, '두루 두루' 하면서 내려오는 모습은 아직도 인상적입니다. 그 이듬해 준설이 시작된 뒤 철새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는 것을 보면서 우리 집이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김종술 기자(이하 '김'으로 표기) : "2012년도 금강 물고기 떼죽음 때입니다. 처음 발견해 기사를 썼던 날 공무원들이 나와서 깨끗하게 강변을 청소하고 물고기도 수거했죠. 그 다음날 같은 장소에 갔는데 더 많이 죽어있었습니다. 처참했습니다. 죽어가는 얘들이 눈앞에서 버둥거리는데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비참함, 그게 4대강 비극의 시작이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멱살잡이하고 공사판에 드러눕고..."

▲ '낙동에 살어리랏다' 탐사보도팀이 지난 2015년 8월 24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도동서원앞 낙동강에서 투명카약을 타고 녹조 탐사활동을 벌였다. '금강지킴이' 김종술 시민기자가 낙동강에서 뜬 녹조물을 뿌려보고 있다. ⓒ 권우성

김 : "2014년부터 지금까지입니다. 가족과 지인, 친구들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은행 빚도 차고 압류도 들어왔어요. 개인 대출을 갚으라고 하루에 서너 번씩 전화가 걸려왔고 집주인은 6개월 동안 월세가 밀리니까 '나가라'고 했죠. 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서 5600원을 갖고 마지막 취재에 나섰다가 큰빗이끼벌레 특종으로 주저앉았습니다. 누가 월급을 주는 것도 아니고... 해야 할 일은 많은 데 취재비 때문에 힘이 들죠." 

정 : "2012년 낙동강 댐 준공했을 때입니다. 그 전에는 4대강 사업을 막아보겠다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싸웠습니다. 공사 현장에 가서 강이 파괴되는 모습을 기사로 고발했습니다. 불법 공사 현장에서 인부들과 부딪치고, 수자원공사 직원들과 멱살잡이 하고 대판 싸우다가 공사장에 드러눕기도 했죠. 막상 준공식을 하니 맥이 풀렸습니다.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습니다." 

[가장 화났을 때] 문수 스님 소신공양에 대한 조계종 총무원의 모르쇠

▲ 지난해 5월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소신공양한 문수스님를 위한 6번째 천도제가 경북 군위서 열렸다. ⓒ 정수근

정 : "2010년 문수스님 돌아가셨을 때입니다. 그 분의 소신공양, 거룩한 죽음으로 4대강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자승 총무원장은 문수 스님의 죽음에 사실상 눈을 감았습니다. 다비식을 은혜사주지장으로 축소했고, 조계사 농성도 막았습니다. 다비식 때는 오지도 않고 조화만 보냈습니다. 총무원의 배신 때문에 화가 많이 났죠."
  
김: "최근입니다. '수문개방해서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았다'는 말을 들을 때 화가 납니다. 지난 6월 1일의 수문개방은 '수위 조정(저하)'입니다. 공주보 수위 20cm를 낮춘 것뿐입니다. 사람들에게 화를 내지는 못하지만 '다 조작입니다. 4대강 적폐세력 앞잡이가 있어서 대통령의 수문 개방 명령을 듣지 않고 수위만 살짝 낮춘 것'이라고 설명하고 돌아설 때 화가 납니다." 

[가장 슬펐을 때] "강에 젓갈국물을 흘려보내... 엉엉 울었다" 

▲ 젓갈색으로 변한 공주보에 죽은 물고기만 둥둥 떠다니고 있다. ⓒ 김종술

김 : "극적으로 화가 났을 때 슬프죠. 2012년 금강 물고기 떼죽음을 고발했고, 죽은 물고기를 자루에 담아서 강변에 쌓아 침전물이 강에 흘러들어가는 것을 기사화했습니다. 결국 비닐봉지를 씌워서 젓갈국물 같은 침전물이 강에 들어가는 것을 막았는데, 5톤 압축 쓰레기차가 강변에서 밸브를 열어서 강에다 그 국물을 흘려보내고 있더라고요. 며칠 동안 문제제기를 해서 바꿔놓았는데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서 엉엉 울었습니다."

정 : "낙단보 마애불이 천공이 뚫린 채 발견됐을 때 조계종 총무원은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영주댐 수몰지구인 금강마을의 금강사 절터에서 고려시대 보물급 유물이 나왔을 때에도 불교계는 반응이 없었습니다. 불교계만이라도 나섰다면 4대강 사업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릴 기회였는데... 그걸 발로 차버렸을 때 슬프더라고요." 

[가장 미안했을 때] "가족 앞에 서면 부끄럽고 작아진다"

▲ 충남 서천군 연꽃단지 인근 금강에 발생한 녹조에 돌을 던지자 곤죽이 다양한 모양을 보이며 튀어올랐다. ⓒ 이희훈

김 : "가족에게 늘 미안하죠. 동생이 아파서 병원에 있는데, 누님이 '한번 가보라'고 합니다. 저는 항상 강에 있습니다. '너는 강이 중요하냐 형제가 중요하냐'라고 누님한테 한 소리 듣기도 합니다. 뭐 그리 대단한 일을 한다고 가족도 팽개치고... 아마도 평생 동안 미안함은 남을 것 같아요. 어떤 때는 강이 가족보다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데,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동생도 아파서 누워있고... 가족 앞에 서면 늘 부끄럽고 작아집니다." 

정 : "초등학교 6학년, 4학년 된 아이들이 있습니다. 녀석들이 한참 아빠한테 재롱을 피우고 커나갈 시기에 저는 바빴습니다. 외박도 많았습니다. 첫째 놈이 스케이트 타는 데 시합에 자주 나갑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빠가 챙깁니다. 아이가 함께 가자고 부탁하면, 저는 항상 강에 가봐야 한다고 말했죠. 이제는 시합이 열려도 아빠한테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 아이들은 아빠를 찾지 않더군요."

[눈물을 흘렸을 때] "영주댐에서 내성천 최후를 보다"

▲ 강과 산의 경계가 사라졌다. 금수강산이 푸르게 변했다. 초록의 아름다움이 4대강 사업에 추악한 색깔로 둔갑했다. 영주댐에 갇힌 내성천이 녹조로 뒤덮였다. ⓒ 정대희

정 : "작년에 영주댐 시험담수를 했어요. 지구별에 하나뿐인 모래강 내성천 비경 중의 비경인 곳에 콘크리트 쇠말뚝을 박았습니다. 맑은 물을 가두니 녹조 범벅이었죠. 1급수를 똥물로 만들어놓고 그 물로 낙동강을 맑게 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요? 눈물이 났습니다. 

내성천에는 가족들과도 여러 번 갔습니다. 힘겨운 전투를 치르고 위안을 얻으려고 가는 곳이었죠. 야생동물 흔적과 아름다운 모래톱, 왕버드나무 등 원시림을 방불케 하는 그곳이 녹조로 물들었을 때 내성천의 최후를 본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김 : "물고기 떼죽음을 취재할 때 제일 많이 울었어요. 강변에 차를 세워놓고 밤을 새면서 펑펑 울었습니다. 눈이 팅팅 부을 정도였어요.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공주의 새들목이라는 하중도에 갑니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혼자 텐트 치고 자거나, 손수건 한 장 깔고 하룻밤을 지냅니다. 너무 힘들고 지치면 나도 모르게 거기 가서 울고 있더라고요." 

[보람을 느꼈을 때] "낙동강물 먹어도 되나요?" 이런 질문 받을 때



김 : "사람들한테 칭찬을 들을 때가 가장 좋죠. 하-하. 명절 때에도 저는 강에 있습니다. 작년에 젊은 부부가 고향 가는 길이 잠시 들렀다면서 한과랑 사과주스를 주고 갔습니다. 맛도 있었지만, 제가 나쁘게 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복죽을 보내주는 분도 계시고, 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한 페친이 문상을 와서 제 손을 잡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고요. 사람들이 가끔 제 차에서 끓여주는 차 한 잔 먹으러 올 때 보람을 느낍니다."
  
정 : "그동안 제가 영남인들의 식수원이 위험하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보수 성향의 시민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근 들어 주부들이 저를 찾아옵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활동을 하거나 학부모 모임 등. 낙동강 물을 먹으며 사는 사람들이죠. 이들은 요즘 '이 물 먹어도 될까요?'라고 의문을 제기합니다. 제가 그동안 낙동강을 기록하고 고발한 일이 헛되지 않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후원회원도 되어 주시고요."

[가장 기뻤을 때] 낙동강 트로이카 시절



김 : "문재인 대통령이 4대강 수문을 개방하라는 지시했다는 보도를 접했을 때입니다. 강을 혼자 걷다가 알게 되었는데, 엄청 좋았습니다."

정 : "저도 그랬습니다. 또 '낙동강 트로이카' 시절이 있었습니다. 혼자 강을 다니다가 2013년부터 3년 동안 이석우 대구환경연합 전 운영위원, 백재호 현 대구환경연합 운영위원장과 함께 다녔습니다. 천군만마 얻은 느낌이었죠. 무서울 게 없었습니다. 밤늦도록 4대강의 현실과 미래를 이야기하던 시절이 좋았습니다." 

[나홀로 전투, 가장 소중한 무기] "무딘 내 성격"

▲ 정수근 시민기자 ⓒ 정대희

정 : "카메라죠. 현장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죽어가는 강을 고발할 수 있습니다. 사실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이죠."

김 : "나의 가장 큰 무기는 내 성격입니다. 무딘 성격. 오만 가지 일을 다 무시한 채 강에 다니면서 기록해왔습니다. 너무 무디게 세상을 살았죠." 

[언제까지 싸울 건가?] "돈 떨어질 때까지"

▲ 서울 동대문에서 청바지를 팔던 '잘 나가던 사장' 김종술은 4대강 사업에 빈털터리가 됐다. ⓒ 김종술

김 : "주머니에 돈 떨어질 때까지. 남들이 돈을 안 빌려줄 때까지. 하-하. 4대강 수문을 개방해도 제가 처음 보고 반했던 강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모니터링이 필요합니다. 10년이 흐를 수도 있겠죠. 주머니가 탈탈 털리면 현실적으로 어려울 테고요." 

정 : "4대강 싸움을 통해 저는 '강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4대강 뿐만 아니라 우리 하천이 자연성을 회복하는 그날까지 싸워볼랍니다." 

[4대강에서 누구와 싸우나] "나와 싸운다", "이명박과 싸운다"

▲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사업의 주역으로 손꼽은 인물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 권도엽 전 국토해양부 장관, 김건호 전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심명필 전 4대강 추진본부 본부장, 박석순 이화여대 교수, 이재오 전 국회의원, 차윤정 전 4대강 추진본부 환경 부본부장,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박재광 미국위스콘신대 교수) ⓒ 정대희

김 : "단 하나의 적은 저입니다. 강에서 취재한 뒤 집에 들어갈 때마다 힘듭니다. 내일은 그만할까? 매일 나약해지는 나의 모습을 봅니다. 나와의 싸움에서 지지 않는 것이 이 싸움을 지속하는 길이죠. 나로 인해서 싸움은 중단될 수 있습니다. 최대의 적은 나입니다."

정 : "이명박씨죠. 좋게 평가하자면 그동안 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많은 사람들이 강을 찾고 있습니다. 혈세 수십조 원을 날렸고 강을 망쳤는데, 절대로 탕감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 죗값을 반드시 받아야만 우리 사회가 제 길을 갈 수 있습니다."  

[싸움을 통해 본 언론] "4대강처럼 썩었다" 



김 : "4대강처럼 너무 많이 썩었습니다. 녹조와 이끼벌레, 깔따구 등 사람들에게 줄 먹잇감이 있을 때만 달려옵니다. 그나마 달려오는 기자들에게 고마워할 정도입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꿈쩍하지도 않습니다. 언론이 언론 역할을 못했기에 4대강 범죄가 일어난 겁니다. 언론의 사명을 저버리고 자기들 먹고살려고 4대강 사업 홍보기사를 썼던 언론인들은 퇴출해야 합니다."

정 : "정권에 따라 마구 휘둘리는 언론을 볼 때 국민 한 사람으로서 실망합니다. 언론인들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엘리트 집단인데, 권력에 빌붙어서 먹고 살 일에 골몰하거나, 권력의 압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아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민기자로 나선 겁니다." 

[4대강, 희망이 보이나] "문재인 대통령"

▲ 지난 여름 내성천 회룡포를 방문한 문재인 전 대표는 4대강사업을 반드시 심판하겠다고 약속했다. ⓒ 정수근

김 : "지금 4대강의 희망은 문재인 대통령이죠.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습니다. 정권은 바뀌었지만 4대강 부역 앞잡이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곳에 그대로 있습니다. 강한 의지와 명확한 철학을 가지고 밀어붙여야 수문을 열 수 있습니다. 문 대통령의 언행을 보면, 앞으로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희망하고 있습니다."

정 : "문 대통령이 수문을 연다고 했을 때부터 희망을 봤습니다. 8년 싸움의 보상을 받은 느낌이었죠. 싸움의 끝이 보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하면 4대강 재자연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마지막, 독자들에게 한마디] "4대강 이야기를 나눠달라"

▲ 성가소비녀회 수녀들이 금강을 찾았다. 김종술 기자가 현장특강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정대희

김 : "이 글을 보시는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기사를 보고 느꼈다면 그날 1시간 만이라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4대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줬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한 두 사람의 입에서 입으로. 그게 세상을 바꾸는 힘입니다."  

정 : "내성천에 한번 가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영주댐으로 망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4대강 원형을 간직한 강입니다. 그곳에 가면 누구나 영주댐을 철거해야 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지난 8년 동안 '이명박근혜정권'에서 4대강 독립을 위해 싸운 두 명의 기자. 이들도 강을 닮아간다. 4대강이 눈물을 흘릴 때 이들도 울었다. 죽어가는 강이 몸부림치며 내보이는 녹조라떼와 깔따구, 실지렁이들... 이걸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내보이면서 이들도 몸서리를 쳤다. 막힌 강이 잠시 흐르거나 스스로 치유하는 현장에 서면 이들도 기뻤다.   

정권은 교체됐지만 4대강엔 아직 봄이 오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에겐 두 명의 4대강 독립군이 있다. 이렇게 한 우물을 파면서 한 길을 걷는 기자들, 거의 없다. 게다가 누가 시킨 일도 아니고 언론사에서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닌 시민기자들이다. 고맙고 미안하다.    

10년 뒤 4대강은 어떤 모습일까? 사실 나는 강을 닮아가는 4대강 독립군이 어느 곳에서 어떤 표정으로 서 있을지, 그게 더 궁금하다. 나는 또 어디서 이들을 바라볼까?

<2017 오마이뉴스 전국일주> 다음편은 '대전 충남'이다. 전국일주는 고군분투하는 시민기자들과 만나 지역의 중요한 이슈를 쏘아 올린다. 오마이뉴스에 매월 1만 원 이상씩 자발적 구독료를 내는 지역의 10만인클럽 회원들과 만나서 우리의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갈 길을 묻는다. <오마이뉴스 전국일주>는 오는 9월 중순경 대전충남의 희망을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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