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6월 21일 수요일

"한경오-문빠 대립은 진보언론과 새 미디어 진영의 갈등"


채영신 교수 "실현하는 시민이 제3진영을 형성하는 과정"

이준상 기자 | 승인 2017.06.22 12:08






[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채영신 한국외대 교수는 21일 연세대에서 열린 한국방송학회 방송저널리즘연구회 세미나에서 소위 ‘문빠(문재인 지지자)’와 ‘한경오(한겨레·경향·오마이뉴스)’라는 호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들을 동일한 이념과 가치의 집단으로 부르기에는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채 교수는 사회문화적 가치와 언론과 공중이라는 두 주체의 상호작용들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채 교수의 발제문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우파집단들은 조중동 보수언론과의 대척점에 있는 진보 진영의 언론을 비판하기 위해 ‘한경오’라는 호칭 사용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임기 말과 서거 이후 한경호란 명칭의 사용 주체는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로 바뀌었다. 노 전 대통령을 자살 배경에 검찰조사와 언론의 비난과 비판적 보도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채 교수는 발제문에서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문재인 정권의 등장 이후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이 ‘한경오’란 호칭이 다시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채 교수는 문재인 지지자들은 소위 진보 진영의 ‘한경오’가 문 대통령에 대해 공정하지 못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고 온라인상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해왔고, ‘한경오와 문빠의 갈등’이란 논란까지 빚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가 지난 21일 오후 연세대 빌링슬리관 202호에서 한국방송학회 소속 방송저널리즘 연구회 주최로 열린 ‘변화의 시기, 언론과 공중의 역할과 관계의 성찰 : ’한.경.오‘ 논란을 계기로’란 주제의 세미나에서 발제 중이다. (사진=한국방송학회)
채 교수는 문재인 지지자들을 ‘문빠’라고 호명하게 되면 이들의 정치적 발언이나 행위를 ‘비정상적’이라고 해석하게 되기 때문에, 이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과 결정에 대해 사회적 자격을 박탈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문재인 지지자들의 발언들을 살펴보면 자신들의 동질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동하면서도 이성적인 수준의 운영방식을 표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 교수는 이번 논란은 사회문화적 변화 속에서 새롭게 등장한 ‘실현하는 시민(Actualizing citizen)’이 진보와 보수 언론이 아닌 제3의 진영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새롭게 등장한 시민들은 전통적인 언론이 독점한 역할과 권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고, 주체적으로 팟캐스트,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미디어 등 네트워크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대안적인 공간을 만들어 그들만의 미디어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채 교수는 "‘한경오-문빠’ 갈등은 진보 언론과 특정 정치지지 세력 집단과 갈등 관계가 아니라 기존 언론과 새로운 미디어 진영 간의 갈등으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 토론자로 참석한 언론학자들은 이번 논란에 대해 약간의 시각차를 보였다. 이기형 경희대 교수는 “문재인 지지자들이 진보 언론을 한경오 또는 가난한 조중동이라고 부르며, 이들 언론의 기사에 문제점들을 찾아내 ‘적폐 인증’이라고 말하는 상황”이라면서 “이들은 그동안 진보언론이 수행했던 역할에 대해서는 말하고 평가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학회 소속 방송저널리즘 연구회가 지난 21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연세대 빌링슬리관 202호에서 ‘변화의 시기, 언론과 공중의 역할과 관계의 성찰 : ’한.경.오‘ 논란을 계기로’란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한국방송학회)
한윤영 시대정신연구소 부소장은 “공중들이 소셜미디어와 팟캐스트 등에 관심을 보이는 현상 자체가 새로운 미디어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이 힘을 활용해 자신들이 싫어하는 한경오를 타격하는 경향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 부소장은 “문재인 지지자뿐만 아니라 모두가 자신들이 원하는 서사를 쓸 수 있다.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을 탄압했다는 편집된 증거를 집어넣으면 된다”면서 “공중들을 이해하는 자세는 취해야 하지만 그와 별개로 뉴스를 편집·조작하는 것은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준웅 서울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주류 언론과 비판적 공중 간에 관계 변화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교수는 “최근 논란을 ‘한경오-문빠의 대립’이라고 논의하는 것은 좌파 지식인들을 프레이밍”이라며 “공중은 민주화 이행 이후 자기 진화를 해왔지만 언론은 구태의연하다”고 지적했다. 최진순 교수는 “논란의 한 주체인 공중을 ‘문빠’로 볼 것인지 ‘전략적 파트너’로 볼 것인지에 따라 언론 매체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며 “언론은 말을 걸어오는 고객에게 일관성과 신뢰성을 보여주며 소통을 해야 하는 전략이 필요하게 됐다” 분석했다.
이준상 기자  junsang0225@gmail.com

국방부, 북 무인기 사드기지 포함 550여장 촬영

국방부, 북 무인기 사드기지 포함 550여장 촬영
이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7/06/22 [03:32]  최종편집: ⓒ 자주시보

▲ 2017년 6월 인제에서 발견된 북 무인기

21일 mbc뉴스데스크 등 공중파 방송과 국제일보 등 복수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최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무인기는 지난 5월 초 북 강원도 금강군 지역에서 이륙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경북 성주골프장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상황과 휴전선 인근 군부대를 촬영한 것으로 국방부 정밀 조사결과 확인되었다.
   
국방부 합동조사팀은 21일 무인기에 내장된 컴퓨터의 사전 입력된 좌표를 분석한 결과 무인기는 지난달 2일 오전 10시 강원도 금강군 일대에서 날아올랐고 2.4km의 저고도를 시속 90km의 속력으로 남하, 경북 성주 사드기지까지 260여 km를 내려와 성주 진입 전부터 탑재된 일제 DSLR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다시 북상하면서 사드 기지 10여 장을 포함해 전방지역 군사 시설 등 550여 장을 촬영했다고 공개하였다.
국방과학연구소 김종성  박사는 "(사전 계획된 좌표에서) 비행조정 컴퓨터는 촬영 명령을 보내게 되며 (입출력 장치가) 적외선 리모컨과 같은 신호를 발생해 촬영하게 된다고 소개하였다.

이렇게 5시간 30여 분간 우리 영공을 날아다니던 무인기는 엔진 계통에 이상이 생기면서 연료가 바닥나 도착지를 40여km 앞두고 추락했다고 한다. 만약 엔진계통에 이상이 생기지만 않았다면 연료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충분히 북으로 귀환했을 수 있다는 말이다. 

▲ 2014년 3월 파주에서 발견된 북 무인기(위)와 같은 해 4월 백령도에서 발견된 북 무인기     © 자주시보

이번 무인기는 지난 2014년 4월 백령도 무인기보다 날개 폭이 각각 20cm씩 길어졌으며 엔진 출력이 높아지고 연료 탱크 용량도 두 배 이상 커지는 등 성능이 향상돼 항속 거리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었다.

국방부는 "이번 북의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 불가침 합의를 위반한 명백한 군사도발"이라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특히 주한미군이 사드 기지에 사격통제용 레이더, 발사대 2기, 교전통제소 등 핵심 장비를 반입한 지 불과 6일이 지난 시점에 무인기를 날려 보냈다는 점에서 북한군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며 "정전협정에 의해 이번 북한의 도발과 관련해 유엔사령부에 조사를 요청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전협정에 대해서 북은 미군의 대북 군사적 위협 등을 이유로 이미 무효화 선언을 하였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유엔사령부에서 북에 대해 취할 조치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군사적인 보복 응징은 가능하지만 그것은 전면전을 유발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북은 앞으로도 이런 무인기를 이용한 정찰을 더욱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에도 한 대만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중 한 대만 추락했고 나머지는 다 북으로 돌아갔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저 정도의 간단한 무인기라면 특별히 돈이 많이 들지도 않기 때무에 대량으로 생산하여 마구 남측으로 날려보낼 수도 있다. 
지금은 카메라를 장착하고 있지만 전시라면 저기에 폭탄을 장착할 수도 있다. 이미 북은 이보다 훨씬 더 크고 빠르며 위력적인 무인공격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실물과 시험발사 장면도 공개한 바 있다.

▲ 지난 2012년 4월 15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 무인공격기의 모습, 북은 이 무인폭격기가 레이더에 걸리지 않고 은밀히 침투하여 어떤 목표이든 불의에 타격 소멸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고 자랑하고 있다.

2014년부터 북의 무인기가 추락으로 발견된 경우는 있지만 우리 군이 레이더나 육안으로 포착하여 격추시켰다는 소식은 없었다. 북의 무인기에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그래서 국방전문가인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은 이번 사건은 북의 정찰부대가 성주 사드기지까지 직접 침투한 것과 다름이 없다며 폭탄을 장착한 무인기였다면 1조5천억 사드 포대가 3000만원도 안 되는 무인기에 무력화될 수도 있었다면서 북 무인기 전담부대도 신설하고 원점타격 방도도 찾아야 한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발표를 접한 누리꾼들은 저런 고철덩어리가 성주까지 날아와 5시간 넘게 비행했다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며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제발 완전히 고쳐서 실제로 날게 해보라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다.

본지의 분석으로는 북이 이 정도의 무인기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미 실전배치된 무인기는 이보다 훨씬 위력적인 것일 가능성이 높다. 딱 봐도 조잡해보이는 이번 무인기는 남측에 떨어져 그 기술이 넘어가도 별 문제가 안 될 아주 저급한 것을 골라 보낸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은 포와 전차, 잠수함 등 핵심 무기에 있어 미국, 러시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능가하는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딱 하나 전투기는 여전히 러시아의 미그와 수호이기를 사용하고 있다. 물론 성능은 개량했다고 하지만 독창적인 북의 전투기 생산은 아직 장막에 가려져 있다. 

▲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011년 러시아 수호이공장 방문 모습     ©수호이회사 홈페이지

▲ 2011년 수호이 전투기 공장을 방문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북도 수호이와 같은 최첨단 전투기 생산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 자주시보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2011년 러시아 방문 때 수호이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북은 50년대 말부터 복제품 미그기 등 전투기를 자체로 생산해온 나라이다. 항공기술에 있어 많은 역량을 축적하고 있을 것이다. 경비행기는 이미 자체 생산품을 공개하였다. 사실 첨단 무인기는 일반 전투기보다 더 어려운 기술을 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이 성주까지 마음대로 돌아치는 무인기를 마구 만들어 침투시킬 정도면 멀지 않은 날에 최첨단 전투기와 최첨단 무인기를 속속 공개할 가능성이 높다. 전략무기일수록 북은 단번에 세계 최고수준이 무기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한 수소탄이 그러했고 콜드런칭방식 8축 16륜 차량 대륙간탄도미사일 실물 공개가 그러했다.

북의 최첨단 군사장비 개발에 있어 그 발전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도대체 북이 못 만드는 무기가 없다. 미국이 북을 압박하면 할수록 북의 국방 과학자 기술자들은 더욱 분발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대로 몇 년만 지나면 북이 러시아, 중국은 물론 미국의 장비도 모두 완전히 뛰어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것을 막는 가장 좋은 길은 대북 위협을 중단하여 북의 군비증강을 동결시키는 길이라고 본다. 북의 핵과 미사일 개발 동결를 조건으로 북과 대화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이 주장에 대해 선핵폐기 없이 대화는 없다고 대북강경으로 나오고 있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와 대담에서 밝혔듯이 '오바마, 박근혜 정부 때 대북 압박으로 일관한 결과 북의 핵과 미사일 능력만 강화되었다'는 진단은 핵심을 집은 것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전략 무기 뿐만 아니라 북은 방사포, 전차, 무인기 등 모든 분야의 군사무기가 세계 최첨단 고지에 올라서버렸다. 시간은 미국 편이 아님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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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조원 들어갔지만 사람은 들어갈 수 없는 강


독일 '이자 강 살리기' 사업과 정반대였던 MB정부 4대강 사업
17.06.22 09:12 | 글:최병성쪽지보내기|편집:이주영쪽지보내기
▲ 큰고니와 사람이 어울리는 행복한 모습의 독일 이자 강 ⓒ 임혜지

백조라 부르는 큰고니들이 무리 지어 노닐고, 시민들이 물가에서 쉬고 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사람과 자연이 어울린 이곳, 독일의 이자(Isar) 강이다. 

이자 강이 원래부터 이런 아름다운 강이었을까? 아니다. 이자 강은 홍수를 막기 위해 1806년경부터 제방을 쌓고, 굽이 휘어진 물줄기를 직강화하고 보를 만들었다. 그러나 수질이 악화되고 홍수가 빈번하자, 2000년부터 2007년까지 5단계에 걸쳐 강 살리기 공사를 시작했다. 보를 허물고, 모래·자갈이 있는 사주와 여울을 만들어주었다. 그 결과 수질이 맑아졌고, 수생태계가 건강해졌으며, 철새들이 찾아오고, 사람들이 물놀이할 수 있는 생명의 강으로 거듭났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했다. 지금까지 약 30조 원의 혈세를 4대강 살리기에 퍼부었다. 4대강도 이자 강처럼 생명의 강으로 다시 살아났을까? 

▲ 문화재인 공산성 앞의 모래밭을 준설하고 오리배를 띄었다. ⓒ 최병성

공주 공산성 앞에 금빛 모래 반짝이던 금강을 찾았다. 백조는 보이지 않고, 백조를 닮은 플라스틱 오리 배만 둥둥 떠 있을 뿐이었다. 맑은 강물 대신 강바닥엔 녹조 덩어리가 가득했고 악취가 진동했다. 이자 강변엔 사람들로 가득한데, 4대강 살리기가 완성된 금강 변엔 오리 배를 타는 사람조차 보이지 않았다. 

4대강 살리기 공사 이전의 4대강에서는 백조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와 기러기, 원앙 등 각종 철새들의 쉼터였다. 그러나 철새들의 보금자리를 4대강 사업으로 마구 파헤쳤다. 그 결과 4대강은 더는 철새들이 찾을 수 없는 강이 됐다. 백조를 비롯해 우리나라를 찾는 철새들의 90% 이상이 얕은 물가에서 노니는 수면성 오리인데, 4대강 사업으로 수심이 깊어지고 서식환경이 파괴됐기 때문이다.

수영하기 좋은 물 만든다던 약속, 언제 지킬 건가요?

▲ 철새의 낙원을 만든다며 흑두루미, 기러기, 큰고니 등 철새들의 보금자리를 마구 파헤쳤다. ⓒ 습지와 새들의 친구

▲ 이자 강 살리기 사업으로 이자 강은 어른과 아이 등 온 가족의 쉼터가 되었다. ⓒ 양쿠라작가

이자 강 살리기의 가장 큰 특징은 삶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자연을 선물했다는 것이다. 이자 강은 독일 뮌헨 시민들의 사랑받는 명소가 되었다. 물만 가득했던 운하에서 모래와 자갈이 깔린 자연의 강으로 돌아왔다. 그 덕에 물도 맑아지고 안전한 강이 됐다. 어른 아이 함께 나와 물놀이를 즐기는 시민들의 안식처로 거듭난 것이다. 

이 전 대통령은 4대강을 어떤 모습으로 살려놓았을까? 4대강 사업이 진행된 공사 구간이 634km다. 그런데 아이들과 물놀이 할 수 있는 곳이 단 한 곳도 없다. 4대강 사업의 특징은 평균 수심 6m로 강을 깊게 준설한 것이다. 수심 6m의 깊은 강에 그 누구도 들어갈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녹조라떼'에서는 물놀이는 고사하고 손과 발조차 담글 수 없다는 사실이다. 

▲ 수영금지, 낚시 금지... 4대강사업 이전엔 이곳에서 물놀이하던 곳인데, 4대강사업은 왜 했을까? ⓒ 최병성

금빛 모래밭으로 소문난 금강 곰나루터. 4대강 사업 이전엔 아이들이 물놀이하던 곳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엔 물놀이 절대금지 지역이 되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4대강에 가보면 '수영금지, 낚시금지, 물놀이금지' 팻말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4대강이 물놀이하기에 안전한 곳이 아님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난 19일, 낙동강 강정고령보를 찾았다. '방문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수문개방 지시로 평소의 관리수위에서 1.5m 수문을 내려 물을 흘려보냈다. 그러나 여전히 '녹조 천국' 낙동강은 달라지지 않았다. 

녹조가 심해지자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조류 경보 발령'을 내렸다. '수영 자제, 물놀이 자제, 음용금지, 어획 및 식용자제, 반려동물 접근금지'라고 경고 현수막을 붙여 놓았다. 녹조로 가득한 낙동강에선 수영과 물놀이가 안 되고, 물을 먹어서는 절대 안 되며, 낙동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어서도 안 된다는 경고였다.  

▲ 수영, 물놀이를 금하고, 물고기조차 먹어서는 안된다는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의 경고 현수막이다. ⓒ 최병성

환경부가 제시한 4가지 안전수칙이 기막혔다.  

- 물가에 쌓인 녹조에 가까이 가지 마세요. 
- 이곳에서 어획 및 식용을 자제해주세요. 
- 녹조가 발생한 물을 직접 음용하지 마세요. 
- 사람 또는 반려동물이 물에 닿으면 재빨리 깨끗한 물로 씻어주세요. 

낙동강 녹조 물이 사람이나 반려동물에 몸에 닿으면 깨끗한 물로 씻어야 한다는데, 깨끗한 물은 어디에 있을까? 30조 원이나 퍼붓고도 수영할 수 없고, 마실 수도 없고, 물고기조차 먹을 수 없게 만든 4대강 사업은 왜 했을까? 

4대강, '삽질'하기 전 모습은 어땠나

▲ 모래밭엔 철새 발자국이 있다. 4대강사업 이전엔 이렇게 사람과 자연이 어울린 낙동강이었다. ⓒ 최병성

4대강 사업 이전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4대강 사업이 막 시작된 2009년 여름, 낙동강에서 물놀이 중인 어린 소녀를 만난 적 있다.

"몇 살이니?"
"7살이요."
"아빠는?"
"저기 아래에서 낚시 중에요."

엄마와 딸은 안전한 곳에서 물놀이하고 아빠는 낚시를 즐기던 낙동강이었다. 물가 모래톱에는 철새들의 발자국이 선명했다. 사람과 자연이 어울린 맑고 안전하고 행복한 강. 바로 이게 4대강 '삽질' 이전의 낙동강이었다. 

그러나 4대강 사업 이후엔 그 어디에서도 물놀이할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됐다. 철새들이 찾아오고 아이들이 물놀이하던 강의 모래를 다 파내고, '썩은 물'로 가득 채운 수로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 강물 속에서 낚시중인 이자 강. 여울과 사주가 반짝이는 이자 강가에 사람들로 가득하다. ⓒ 양쿠라작가

이자 강 주변에서는 물속에 몸을 담그고 물고기를 잡는 낚시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만 가득했던 운하에서 자연을 닮은 강으로 돌아오니 강 중앙에까지 들어가 낚시를 즐기게 된 것이다. 이자 강이 그만큼 안전하고 건강해졌다는 뜻이다. 

그러나 4대강엔 낚시 금지 팻말만 눈에 띈다. 이자 강처럼 강물에 들어가 물고기를 잡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다. 수심 6m인 깊은 수로로 변경돼서 사람이 들어갔다간 자칫 위험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독성 등의 문제 때문에 녹조 가득한 강에서 자란 물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환경부가 '식용 금지'라고 경고했던 것처럼 말이다. 

▲ 지난 6월19일 현재 도동서원 앞 낙동강 모습이다. 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듯한 낙동강 녹조라떼 속 물고기는 과연 안전할까? 식용금지라는 환경부의 경고가 이해된다. ⓒ 최병성

▲ 지난 6월 2일 찍은 사진이다. 플라이낚시를 하는 이곳. 상류 2km 지점이다. 4대강 '삽질'을 하지 않은 덕에 여울이 살아있고, 맑은 물에 낚시를 즐기고 있다. 사진 좌측 상단에 물고기 사냥 중인 가마우지도 볼 수 있다. 4대강 사업 이전에 한강, 금강, 낙동강이 이 모습이었다. ⓒ 최병성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이전에도 낚시할 수 없었을까? 아니다. 지난 2일 한강에서 낚시꾼들을 만났다. 독일 이자 강처럼 강물 속 여울에 몸을 담고 플라이 낚시 중이었다. 

그런데 여기는 '삽질'을 하지 않은 한강이었다. 이곳에서 2km 떨어진 하류부터 4대강 공사가 진행됐다. 이곳은 다행히 4대강 공사를 피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오늘도 많은 사람이 찾아와 낚시를 즐기고, 얕은 물가에서는 다슬기 잡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30조 원을 퍼부은 4대강 사업 구간은 거의 아무도 찾지 않고, 4대강 사업을 하지 않은 강엔 이자 강처럼 물놀이와 낚시하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4대강 사업이 정말 강 살리기였을까? 아니면 '살아있는 강 죽이기'였을까?  

4대강 사업 홍보 책인 <생명이 깨어나는 강, 희망찬 대한민국 '4대강 살리기'>에서는 외국의 성공한 강 살리기 사례로 독일의 이자 강을 소개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도 독일 이자 강 살리기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다. 왜 이렇게 됐을까? 

▲ 뮌헨시청 홈페이지에 이자 강 살리기 과정을 보여주는 사진들이 있다. ⓒ 뭰헨시청

독일 뮌헨 시청 홈페이지에 그 정답이 있다. 뮌헨시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자 강 살리기 사업을 홍보하고 있다. 다시 살아난 이자 강의 아름다운 모습뿐만 아니라, 복원 전, 복원 중, 복원 후 등의 공사 진행 과정을 사진으로 상세히 설명했다. 

복원 전은 배가 다닐 수 있는 물이 가득한 수로였다. 그러나 이로 인해 홍수가 빈발하고 도시 침수가 발생하자 제방을 헐어 물이 흐를 길을 더 넓게 해주었다. 그리고 곳곳에 모래·자갈이 쌓인 사주와 여울을 만들어주었다. 그 결과 수질이 맑아지고, 수생태계가 건강해지고, 철새가 돌아오고, 사람들이 즐겨 찾는 생명의 강이 된 것이다. 

필자는 전국을 돌며 4대강 사업에 대해 강연을 많이 했다. 하루는 안양중앙성당에서 강의하던 중, 이자 강 복원 과정 사진을 보여주며 맨 앞줄에 앉은 초등학교 1학년에게 질문을 던졌다. 

"외국은 강 살리기를 이렇게 한데요. 4대강 사업은 어떻게 했죠?"

잠시의 머뭇거림도 없이 명쾌한 대답이 나왔다. 

"거꾸로요"

30조 원을 퍼부었음에도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죽음의 강'이 된 이유는 '강 살리기'라는 이름은 같았으나, 공사 방법이 유럽의 강 살리기와는 '거꾸로'였기 때문이다. 이자 강은 보를 허물고 사주와 여울을 만들어 자연의 강으로 돌아간 반면, 4대강 사업은 모래톱과 여울을 파 없애고 16개의 대형 보를 건설해 강을 깊은 수로로 만들었다. 

▲ 이렇게 모래를 파내고도 강이 살아있기를 바라는 것이 잘못일 것이다. ⓒ 습지와 새들의 친구

4대강 사업 이전의 4대강은 이미 살아있는 강이었다. 우리는 유럽의 강 살리기 이후의 강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러나 강을 살린다며 멀쩡한 강을 팠다. '보'라 부르는 댐에 갇혀 흐름을 잃어버린 강은 '녹조라떼'가 됐고, 물고기는 떼죽음을 당했고, 철새는 떠나갔다. 흐르지 않는 4대강은 이젠 사람들조차 찾지 않는 '죽음의 호수'로 전락했다.  

4대강 사업은 유럽의 강 살리기와는 정반대로 흘러간 걸 초등학교 1학년 학생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민을 속였다. 전문가의 탈을 쓴 대학교수들과 언론이 거짓된 사업에 동참해 사실상 강을 죽이고, 국토를 파괴하고, 국고를 거덜 나게 한 셈이 됐다. 

이자 강은 우리에게 두 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4대강 사업이 생명의 강을 파괴하는 '잘못'이었다는 점이요, 또 하나는 '녹조라떼'로 신음하는 4대강일지라도 이자 강처럼 다시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다.

독자의견

‘두 번째 원전 백지화’ 이뤄낸 삼척시민들

[르포] ‘두 번째 원전 백지화’ 이뤄낸 삼척시민들

‘탈핵의 성지’ 삼척시 근덕면을 가다
옥기원 기자 ok@vop.co.kr
발행 2017-06-21 18:36:53
수정 2017-06-21 18: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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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다가도 웃음이 나옵니다”
20일 오후 삼척시 근덕면사무소 앞에서 만난 주민 심재운 씨는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 발표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심씨는 “미치지 않고서야 이렇게 좋은 환경에 핵발전소를 짓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다”며 “마을 주민들은 문재인 정부 결정에 두손 두발 들고 환영한다”고 말했다. 근덕면은 박근혜 정부가 고시한 신규원전 예정지로 현재 6000여명 주민이 거주하고 있다.
삼척시 근덕면 덕산항에서 바라본 신규 원전 예정부지. 문재인 정부는 해당 부지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다.
삼척시 근덕면 덕산항에서 바라본 신규 원전 예정부지. 문재인 정부는 해당 부지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다.ⓒ옥기원 기자
‘고리원전 퇴역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신규원전 백지화’ 선언 후 근덕면 주민들은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7년간의 싸움을 끝낸 근덕면 주민들은 “이제 편하게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근덕면 주민들의 ‘두 번째’ 원전 반대 투쟁은 2011년 말 시작됐다. 당시 김대수 전 삼척시장이 ‘주민 대다수가 찬성한다’며 정부에 원전 유치 신청을 강행했고, 삼척시민들은 곧바로 대책위원회 등을 만들어 반발했다. 보수성향 후보에게 지지를 보내던 삼척시민들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원전 반대’ 공약을 내건 무소속 김양호 시장 후보를 당선시켰다. 이후 시는 정부 반대를 무릅쓰고 시민들에게 원전 유치에 대한 찬반의사를 묻기 위한 주민투표를 했다. 주민 85%가 원전에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원전 같은 국가정책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며 원전 건설 계획을 밀어붙였다. 결국 정권이 교체됐고, 새 정부는 예상보다 빨리 ‘신규원전 백지화’를 선언했다.
‘두 번의 원전·한 번의 방폐장 백지화’
“주민들 똘똘 뭉치면 무조건 이긴다”
지난 7년간의 원전 반대 투쟁의 흔적을 마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마을 노인회관 앞 ‘원전반대투쟁위원회’라는 간판이 달리 컨테이너는 주민들의 만남의 장소가 됐다. 컨테이너 입구에는 ‘핵발전소결사반대’라는 글귀가 적힌 혈서가 붙어 있었다.
근덕·노곡원전반대투쟁위 사무실에서 만난 근덕면 주민들. 왼쪽부터 박병달 근덕면번영회장, 최봉수 근덕노곡반투위 상임위원장, 김대호 공동위원장, 임순한 고문.
근덕·노곡원전반대투쟁위 사무실에서 만난 근덕면 주민들. 왼쪽부터 박병달 근덕면번영회장, 최봉수 근덕노곡반투위 상임위원장, 김대호 공동위원장, 임순한 고문.ⓒ옥기원 기자
이곳에서 만난 임순환(79)씨는 “원전이 들어올 바에 죽겠다는 각오로 싸웠다. 주민들이 똘똘 뭉쳤다. 마을에서 낳고 자란 사람들의 고향 애(愛)가 대단하다. 원전이 들어오면 받을 수 있다는 보상금 같은 게 중요하지 않았다.”라고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마을 주민들은 삼척 시내와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원전 문제를 알렸고,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두번째 원전 백지화’라는 선물(?)을 받았다.
이보다 앞서 삼척 주민들은 방사능폐기물처리장과 신규원전 건설을 막아낸 경험이 있었다. 1993년 당시 근덕면 주민 1만2000명 중 8000명이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여 원전 반대 집회를 벌였던 순간은 지금도 주민들의 자랑으로 입에 오르내린다. 그 어떤 정부도 똘똘 뭉친 주민들을 이길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
원전을 막아낸 삼척주민들은 1999년 근덕면 덕산리 입구에 ‘원전백지화기념탑’을 세웠다. 이곳은 원전 반대 운동을 벌이는 이들에게 성지로 자리 잡았다.
최봉수 근덕·노곡원전반대투쟁위 상임위원장은 “정부에 맞서 삼척 주민들이 30년간 참 잘 싸웠다. 투쟁하며 주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정치인을 잘 뽑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는 주민 의견을 잘 듣고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 다신 우리나라에서 삼척시민과 같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 평화 되찾은 마을
“삼척시가 국내 최고 관광지 됐으면”
원전 예정지와 맞닿아 있는 덕산, 맹방해수욕장 인근 주민들은 피서철 휴가객을 맞을 준비로 분주했다. 아직 개장 전이었지만 이른 피서를 즐기는 시민들도 많았다. 금빛 모래사장 건너편 덕산항에는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붐볐다. 주변에는 새로 지어지고 있는 펜션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근덕면 인근은 원전건설이 발표된 2011년 이후 신규 건축물 등이 잘 지어지지 않았다.
삼척시 근덕면 덕산항 인근에 신규 펜션들이 지어지고 있다.
삼척시 근덕면 덕산항 인근에 신규 펜션들이 지어지고 있다.ⓒ옥기원 기자
덕산해수욕장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대선이 끝나고 주변에 펜션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니, 원전 문제가 해결된 게 실감이 난다”며 “앞으로 많은 사람이 이곳을 찾아 좋은 환경을 즐기고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수십년간 원전 갈등으로 얼룩진 근덕면은 관광객과 주민이 어우러져 예전 평화로운 바닷가 마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김대호 원전반대투쟁위 공동위원장은 “정부와 시는 오래전부터 근덕면 일대에 원전을 유치하려고 아무 지원도 하지 않았다. 원전 예정지에 시민들의 유입을 막으려는 조치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 어느 지역보다 주민들의 피해의식이 크다. 이제 정부와 시가 함께 이 지역을 관광단지 등으로 잘 개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의 신규원전 백지화 발표 후에도 삼척시민들의 매주 수요일 촛불집회는 계속되고 있다. 원전 건설 예정지 지정 고시가 해제되기 전까지 아직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근덕면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근덕·노곡원전반투위는 아직 정례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투쟁위 사람들은 고시가 해제되는 날 소를 잡아 마을 잔치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을 주민들은 기존 원전백지화기념탑 옆에 ‘두 번째 원전 백지화’를 기념하는 기념탑 건립도 계획하고 있다.

문정인 특보의 안보 민주주의를 옹호한다


[송기호의 인권 경제] "안보 논쟁 역시 '소수 의견' 존중해야 한다"
2017.06.21 11:02:01




겨울의 찬바람이 불면 촛불은 꺼질 것이라는 그들의 말은 과거가 아님을 잊지 말아야 한다. 촛불이 만든 민주정부를 촛불이 지켜야 한다. 어둠을 몰아낸 데에서 한 걸음 더 나가, 만인의 일상에 볕이 들도록 빛을 고르게, 더 멀리 비추어야 한다.

이 점에서 문정인 특보를 둘러싼 상황이 매우 염려스럽다. 문 특보가 제시한 의견은 그 스스로 말했듯이 하나의 '소신'이다. 더 강조할 필요조차 없이 강한, 주류 사회의 '북핵에 대응한 굳건한 안보 태세'의 벽에 던진 하나의 외침이다.  

당연히 사람들이 문 특보와 견해가 다를 수 있다. 막상 문 특보 자신도 예견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그의 소신이 실현될지도 모른다.  

나는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범위 안의 일에 대해서도 좀 더 정교하게 로드맵에 배치하는 것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엄중한 북핵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남과 북이 같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이 있다.  

이런 점에서 개성공단 철수 회사의 공단 방문을 허용하는 것을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단 한 개의 회사라도 자신 소유의 원자재와 기계 상태를 보고 점검하고 수리하고 반출 계획을 세우겠다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 국제 사회도 수긍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하지 않으면, 외부 사건들이 우리의 발걸음을 잡을 것이다.

그런데 내게 더 놀라왔던 것은 문 특보의 발언이 아니라, 청와대 내부의 일부 반응이다. 문 특보의 발언에 대하여 정권에 정치적으로 부담을 준 것이라는 청와대 일부의 비판이 있었다.

반복하지만 문 특보의 생각은 정치적으로 소수이다. 북핵 하의 확고한 안보태세 유지를 바라는 다수와 다르다. 그러나 문 특보와 같은 위치의 사람조차 자신의 견해를 펼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비판받는다면, 어떻게 변화를 만들 수 있는가? 어떻게 '남남' 안보 협력 시스템을 만들 것인가?  

정치적 다수를 유지하는 것에만 머무른다면 새로운 정부는 안보와 대북관계에서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 수 없다.  

청와대는 안보에서 소수의 견해를 장려하고 환영해야 한다. 우리 내부의 다양한 시도와 의견과 토의와 합의를 통하여 우리가 결정하고, 우리 스스로가 이 결정을 실천하면서 시행착오를 통해서 우리의 안보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안보 민주주의이다.

안보는 특별한 무기나 외부의 힘이 선사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하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안보의 절차가 바로 안보 민주주의이다.  

사드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것이 미국을 성질나게 한다고 비난할 것이 아니라, 환경영향평가라는 우리 내부의 절차를 우리가 먼저 옹호해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안보 민주주의를 국제 사회가 인정한다.  

문 특보의 소신 개진이 지금의 정권에 부담을 준다고 비판한다면 그 결과가 무엇일까? 국제 사회에서 아무도 한국의 안보 민주주의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촛불은 겨울의 찬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지만 마음을 흩트리면 꺼질 수 있다. 나는 문 특보의 안보 민주주의를 옹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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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 소개
보통 사람에게는 너무도 먼 자유무역협정을 풀이하는 일에 아직 지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에는 경제 논리가 작동하니까 인권은 경제의 출입구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뛰어 넘고 싶습니다. 남의 인권 경제가 북과 교류 협력하는 국제 통상 규범을 꿈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