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6일 일요일

[이기환의 Hi-story]'이란판 단군신화' 속 페르시아 왕자·신라 공주의 '사랑'과 '전쟁'

 이기환 경향신문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입력 : 2021.06.07 06:00 수정 : 2021.06.07 07:18

벌써 13년이 훌쩍 흘렀네요. 2008년 초에 이란을 답사하고 있었는데 테헤란에서 이주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이란 젊은이들이 답사단 멤버인 한국 여성들을 보고 ‘양곰이 양곰이’하고 몰려들었던 겁니다. ‘양곰이가 누구야’ 했더니 글쎄,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Janggumi)’의 이란식 발음이었습니다.

. 이란학자의 번역결과 서사시에는 ‘Bashilla(바실라·더 좋은 신라)’, 즉 신라와 관련된 내용이 800여쪽 중 500여쪽에 달했다."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영국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던 이란의 서사시인 <쿠쉬나메>. 이란학자의 번역결과 서사시에는 ‘Bashilla(바실라·더 좋은 신라)’, 즉 신라와 관련된 내용이 800여쪽 중 500여쪽에 달했다.

■이란과 한국의 공통적인 역사

2006~2007년 사이 이란 국영 채널 2에서 방영된 ‘대장금’이 평균 시청률 85~90%에 달할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는데요. ‘대장금’ 외에도 ‘주몽’과 ‘동이’도 60% 이상의 시청률를 기록할만큼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는데요. 왜 그렇게 한국의 사극이 이란에서 인기냐고 물었더니 그러더라구요.

한국 사극의 서술이 이란 역사와 비슷하다는 겁니다. 인류이동 및 동서문명의 교차로인 이란은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끊임없이 외부세력과 충돌을 빚었는데요. 지금도 15개국과 국경 및 바다를 접하고 있구요. 또한 이슬람 내에서도 다수파인 수니파의 협공 속에 시아파의 전통을 이어가느라 고난의 역사를 걸었다는군요.

온갖 역경을 딛고 마침내 꿈을 이루는 ‘대장금’과 ‘주몽’, ‘동이’의 주인공들이 파란만장한 이란인들의 역사와 맞아 떨어진다는 겁니다. 또 한국 사극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의상이 헤자브 등을 쓰고 몸 전체를 가리는 이란 여성과 닮았다는 점도 친근감으로 작용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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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007년 사이 이란 국영 TV에서 방영된 드라마 <대장금>은 시청률 85~90%에 이를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쿠쉬나메> 발견의 충격

몇년 후 아주 흥미로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1998년 이란 학자(잘랄 마티니)가 11세기 이전 300~400년간 전해 내려오던 이란의 서사시인 <쿠쉬나메>를 번역했는데, 그 속에서 신라와 관련된 내용이 엄청난 분량을 차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 사실은 이란 국립박물관의 동아시아 담당 큐레이터이자 아자드대 교수(다르유시 아크바르자데)가 중동 전문가인 당시 이희수 한양대교수(성공회대 석좌교수)에게 연락을 해온 건데요.

이란은 인류이동 및 동서문명의 교차로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끊임없이 외부세력과 충돌을 빚었다. 지금도 15개국과 국경 및 바다를 접하고 있다. 또 한국 사극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의상이 헤자브 등을 쓰고 몸을 가리는 이란 여성과 닮았다는 점도 이란인들에게 어필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란은 인류이동 및 동서문명의 교차로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끊임없이 외부세력과 충돌을 빚었다. 지금도 15개국과 국경 및 바다를 접하고 있다. 또 한국 사극에 등장하는 여인들의 의상이 헤자브 등을 쓰고 몸을 가리는 이란 여성과 닮았다는 점도 이란인들에게 어필한다는 분석이 있다.

곧바로 이란으로 건너가 자료를 확인한 이희수 교수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답니다. ‘페르시아와 신라가 혈맹관계’ 였음을 알리는 방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기 때문인데요. 요약하면 멸망한 사산조 페르시아(226~651)의 왕자가 신라 공주와 혼인해서 왕자를 생산하고, 그 왕자가 귀국해서 아랍의 폭정자(자하크)를 물리친다는 것이었습니다. 총 800여 쪽 가운데 신라 관련 부분만 500여쪽에 이를 정도였답니다.

역사기록으로 살펴볼까요. 사산조 페르시아는 637년 카디시야 전투에서 아랍군에게 패배한 뒤 모술·니하반도·하마드한·라이·이스파한 등 주요도시들을 잇달아 잃으면서 멸망하는데요. 사산조 페르시아의 마지막 황제 야즈데게르드(재위 632~651)의 왕자 페로즈(피루즈·?~708)는 끝까지 저항했으며, 중국으로 망명한 뒤에는 이란인 잔존세력을 이끌고 공동체를 이룹니다.

②황남대총 북분의 은제잔에 표현된 여인은 아나히타 여신을 부조한 사산조 페르시아 산 항아리와 흡사하다."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①황남대총 북분에서 출토된 은제잔(보물 627호). 세부문양에 인물상이 보인다.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②황남대총 북분의 은제잔에 표현된 여인은 아나히타 여신을 부조한 사산조 페르시아 산 항아리와 흡사하다.

■페르시아-신라 연합군의 공동작전

대서사시인 <쿠쉬나메>의 역사적인 배경은 바로 이 무렵(7세기 중반), 마지막 왕자 페로즈가 중국으로 망명한 뒤 사망한 시점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으로 망명한 마지막 왕자 페로즈는 ‘쿠쉬나메’에서 아비틴(Abtin)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데요. 그런데 중국에서 이란 공동체를 이끌던 아비틴은 중국내 정치 격변기를 맞아 제3국으로 재망명을 결심합니다. 이 때 주변국인 마친(Machin)의 국왕이 “지상 낙원인 신라는 침략이 불가능한 안전한 나라”라고 치켜세우며 추천했는데요. 과연 신라왕(테후르)은 망명객인 아비틴 일행을 환대합니다. 서사시는 ‘바실라(Bashilla·더 좋은 신라, 아름다운 신라라는 뜻)’를 “달처럼 아름다운 인형 같은 선녀들이 가득찬 향기로운 낙원”이라고 표현했습니다.

7세기초 조성된 경북 찰곡의 송림사 전탑에서 나온 사리기 유리잔(왼쪽). 사산조 페르시아 시대에 유행한 고리무늬가 장식됐다. 오른쪽 사진은 황남대총 북분에서 출토된 ‘커트 글라스(Cut Glass·무늬를 새긴 유리). 아비틴의 고향인 사산조 페르시아 계통의 유리잔이다. | 국립경주박물관 소장·이한상 교수 제공

7세기초 조성된 경북 찰곡의 송림사 전탑에서 나온 사리기 유리잔(왼쪽). 사산조 페르시아 시대에 유행한 고리무늬가 장식됐다. 오른쪽 사진은 황남대총 북분에서 출토된 ‘커트 글라스(Cut Glass·무늬를 새긴 유리). 아비틴의 고향인 사산조 페르시아 계통의 유리잔이다. | 국립경주박물관 소장·이한상 교수 제공

“낙원처럼 꾸며진 궁 내부는 진정으로 군주의 처소 같았다. 궁 전체가 하늘색 배경에 금으로 장식돼 있었고, 모든 의자에 사파이어와 루비가 세공돼 있었다. 궁녀들은 인형처럼 아름다웠다.”

신라왕 테후르는 “우리 역사는 천년 이상이고, 아무도 여러분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더할 수 없는 환대를 받은 아비틴은 신라 국왕과 페르시아 스포츠인 폴로(격구)를 즐기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국 황제가 신라왕을 협박하는 편지를 보낸 뒤 신라를 침공합니다. 이에 굳건한 동맹을 이룬 신라-페르시아 연합군은 중국 침공군을 물리칩니다. 이어 중국이 아비틴의 신라 망명을 주선한 마친왕을 핍박하자 신라-페르시아 연합군은 중국 원정길에 오르는데요. 이때 아비틴이 연합군을 지휘했는데요. 원정을 성공적으로 이끈 아비틴은 신라왕의 딸(프라랑)과 혼인합니다. 아비틴 부부는 곧 임신하는데요. 그런데 아비틴의 꿈에 “장차 태어날 왕자가 바그다드의 자하크(아랍의 폭정자)를 물리치고 이란인의 복수를 해줄 것”이라는 계시가 나타납니다.

경주에서 출토된 ‘입수쌍조문’ 석조. 나무를 사이에 두고 새 두 마리가 서있는 모티브 역시 사산계 페르시아 건축물 등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경주에서 출토된 ‘입수쌍조문’ 석조. 나무를 사이에 두고 새 두 마리가 서있는 모티브 역시 사산계 페르시아 건축물 등에서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결국 아비틴은 부인과 함께 이란으로 떠났는데요. 그러나 아비틴은 자하크와의 전투에서 전사하고 맙니다. 부부 사이에 태어난 페르시아-신라 혼혈왕자인 페리둔은 훗날 페르시아의 적인 자하크를 물리치고 이란의 영웅으로 떠오릅니다. 이란의 신라공주(프라랑)는 신라의 아버지(테후르)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아버지, 제 아들 페리둔이 자하크의 군대를 모두 죽였습니다.”

손자의 승전 소식에 신라왕은 성대한 연회를 열고요. 피를 나눈 사이가 된 신라-페르시아 양국은 이후 교류와 협력관계를 이어갑니다. 이것이 이란의 서사시 <쿠쉬나메>의 내용입니다.

황남대총 남분 출토 봉수형 유리병과 이란 국립박물관 소장 유리병.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흡사하다. | 이희수 교수 제공

황남대총 남분 출토 봉수형 유리병과 이란 국립박물관 소장 유리병. 같은 사람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흡사하다. | 이희수 교수 제공

■경주에서 확인된 이란의 여신 ‘아나히타’

어떻습니까. 그저 신화일 뿐 역사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하겠죠. 그러나 ‘쿠쉬나메’는 그리스 로마신화나 단군신화가 그렇듯 페르시아 문화와 역사의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안에는 신라-페르시아 관계를 알려줄 비밀코드가 숨겨져 있습니다.

한번 살펴보죠. 곱씹어 보면 <쿠쉬나메> 이전부터 신라-이란간 국제교류가 활발했다는 단서는 많습니다. 5~6세기 신라고분에서 출토되는 유리제품을 봅시다. 특히 페르시아 지방의 기법으로 제작된 ‘커트 글라스(Cut Glass·무늬를 새긴 유리)’도 왕비의 무덤으로 알려진 황남대총 북분에서 출토됐습니다. 커트 글라스는 ‘쿠쉬나메’의 주인공인 아비틴의 본향, 즉 사산조 페르시아 계통이거든요. 또 7세기 초 조성된 경북 칠곡군 송림사 5층 전탑에서 나온 금동제 사리그릇도 페르시아계입니다. 유리잔 표면에 사산조 페르시아 시대에 유행했던 고리무늬가 장식돼있습니다. 아비틴의 나라인 사산조 페르시아 계통입니다.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페르시아산 뿔잔(왼쪽 사진)과 부산에서 출토된 신라산 말머리장식 도기 뿔잔. 역시 흡사한 제품이다. | 이희수 교수 제공

영국박물관에 소장된 페르시아산 뿔잔(왼쪽 사진)과 부산에서 출토된 신라산 말머리장식 도기 뿔잔. 역시 흡사한 제품이다. | 이희수 교수 제공

황남대총 북분에서 확인된 5~6세기 은제잔은 어떻습니까. 여인 한 사람이 조각돼 있는데요. 이 여인은 이란의 아나히타(Anahita) 여신상과 흡사하답니다. 아나히타는 풍요와 전쟁, 농경을 관장하는 여신입니다.

지금도 이란에서는 사산초 페르시아 시대에 축조된 아나히타 신전이 산재해 있을 정도로 고대 신상의 중심인물이라는데요. 국가의 정신적인 통합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여신이 그릇이나 도구에 조각돼 있다면 그것은 일반교역품으로 보기는 어렵고요. 최고위층의 신앙의례나 국가적인 통치의 상징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신라왕실과 사산조 페르시아 왕실 사이에 고도의 교류행위가 있었음을 보여준다는 겁니다. ‘쿠쉬나메’에서 페르시아 왕족의 후예인 아비틴이 신라왕(테후르)의 딸인 신라 공주(프라랑)과 혼인했다고 했지않습니까.

원성왕릉을 호위한 무사상.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고 뒷부분을 보면 터번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 이희수 교수 제공

원성왕릉을 호위한 무사상. 머리에 모자를 쓰고 있고 뒷부분을 보면 터번을 두르고 있는 모습이다. | 이희수 교수 제공

■흥덕왕의 수입 금지품목에 오른 페르시아 제품

834년 신라 흥덕왕은 “백성들이 다투어 사치와 호화를 즐기며 해외명품만 선호한다”고 한탄하면서 몇몇 해외명품들을 국법으로 금했는데요.(<삼국사기> ‘잡지’)

이 해외명품 목록에 이란산 에메랄드를 알알아 상감한 ‘슬슬전(瑟瑟鈿)’하고, 양모를 주성분으로 섞어짠 페르시아(波斯)산 직물인 구수와 탑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신라백성들이 ‘페르시아 카펫(구수와 탑등)’을 깐 걸상까지 수입해서 사용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또 경주 구정동 방형 무덤의 네 모서리에 부조된 무인상을 보면요. 눈이 깊고 코가 큰 서역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요. 이 서역인상은 왼쪽 옷깃만을 바깥으로 접은 절금을 착용하고 가죽장화를 신었습니다. 또 두 손을 보면 페르시아 스포츠인 폴로(격구)용 스틱 같은 것을 잡고 있어요.

에 아비틴과 신라 왕이 폴로경기를 벌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오른쪽)."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경주 구정동 고분의 네 모서리에 부조된 무인상(왼쪽 사진). 페르시아 스포츠인 폴로경기용 스틱을 쥐고 있다. <쿠쉬나메>에 아비틴과 신라 왕이 폴로경기를 벌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오른쪽).

어떻습니까. <쿠쉬나메>에서 페르시아인과 신라 왕·귀족간 폴로경기를 벌였다고 했잖습니까. 폴로(격구)는 사산조 페르시아에서 유래됐고, 중앙아시아에서 크게 유행한 유목민족의 스포츠거든요.

또 <쿠쉬나메>를 보면 신라왕이 왕자 2명을 항구로 보내 아비틴 일행을 영접합니다. 그리곤 서울로 모신 뒤 갖가지 연회를 베풀며 환대하고, 마침내 공주와 아비틴의 혼인을 허락합니다. 이 이야기의 구조를 보면 인도 아유타국 공주인 허황옥이 가락국에 도착하고, 김수로왕이 허황옥을 극진히 접대한 뒤 혼인해서 왕자(거등왕)를 낳는다는 <삼국유사> ‘가락국기’와 흡사하지 않습니까.

은 “신라에는 금이 많고 그곳에 가는 무슬림은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고 기록했다.(출처:KBS ‘파노라마-쿠쉬나메편’)" style="margin: 0px; padding: 0px; border: none; outline: none 0px; vertical-align: top; background: none 0px 0px repeat scroll transparent; display: block; max-width: 710px;">

가장 먼저 신라를 언급한 이븐 쿠르다드비의 <도로와 왕국총람>은 “신라에는 금이 많고 그곳에 가는 무슬림은 돌아오려 하지 않는다”고 기록했다.(출처:KBS ‘파노라마-쿠쉬나메편’)

■“신라인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

또 <쿠쉬나메>에서 신라왕과 망명한 아비틴이 ‘황금왕좌’에 앉아 친밀한 대화를 나눴다는 내용은 어떨까요. 과장일까요. 그러나 별로 놀랄 일이 아니죠. ‘신라=황금나라’였기 때문입니다.

“신라의 전성기에 35채(실제는 39채)의 금입택(金入宅)이 있다”(<삼국유사> ‘진한조’)의 내용도 있구요. 뭐 중세 아립지리학의 거장인 알 이드리시(1100~1165)는 “신라의 금은 너무도 흔해서 심지어는 개 목걸이나 원숭이의 목테도 황금으로 만들었다”(<천애횡단갈망자의 산책>·1154)고 했지 않습니까.

사학자이며 지리학자인 알 마크디시(946?~1000?)는 966년 “신라인들은 가옥을 비단과 금실로 수놓은 천으로 단장한다. 식사 때는 금으로 된 그릇을 사용한다”(<창세와 역사서>)고 했잖습니까.

이런 문헌기록 뿐 아니라 6세기 신라 적석총에서 출토되는 금관을 비롯한 온갖 황금유물들이 이같은 아랍인들의 언급이 거짓이 아님을 웅변해주고 있죠.

<쿠쉬나메>를 보면 중국의 변방국왕인 마친은 아비틴에게 신라를 망명지로 추천하면서 ‘신라=낙원의 나라’로 했다지요. 9세기에 필사된 이븐 쿠르다드비(820~912)의 <도로와 왕국총람>은 “신라에는 금이 풍부하다. 그곳에 가는 무슬림들은 좋은 환경에 매료되어 영구 정착해 버린다”고 했어요.

또 지리학자 알 카즈위니(1203~1280)는 “‘알라의 은혜’ 덕분에 질병에 걸린 사람이 신라에 가면 곧 완치되고, 신라로 들어간 사람들은 정착해서 떠나지 않는다”(<여러 나라의 유적과 인류소식>)고 했습니다. 카즈위니는 심지어 “신라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찬사를 보냅니다.

어떻습니까. 그러니 ‘쿠쉬나메’의 아비틴이 당연히 정착하고 싶어했겠죠.

흥덕왕이 수입 사용을 금지시킨 해외명품 목록에는 페르시아산 머리장신구(슬슬전)과 구수와 탑등 같은 페르시아산 직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구수와 탑등은 페르시아산 카펫일 것이다.

흥덕왕이 수입 사용을 금지시킨 해외명품 목록에는 페르시아산 머리장신구(슬슬전)과 구수와 탑등 같은 페르시아산 직물이 포함되어 있었다. 구수와 탑등은 페르시아산 카펫일 것이다.

■혈맹일지 모르는 이란

또 <쿠쉬나메>에는 중국왕은 신라왕을 협박하는 편지를 보낸 뒤 신라를 공격하는 대목이 나오는데요.

<삼국사기> 문무왕조를 볼까요. 671년(문무왕 11) 신라가 가림성을 공격해서 당나라군 5300명의 목을 베었는데요. 그러자 당나라 총관 설인귀(613~683)가 문무왕(661~681)에게 협박편지를 보냅니다.

“신라왕이 전에는 충성스럽고 의롭더니 지금은 역적의 신하가 되었구나. 말을 듣지 않으면 나라가 망해 제사가 끊어질 것이니 조심하라.”

실제로 당나라는 675년(문무왕 15년) 20만 대군을 동원, 매소성에서 신라군과 맞섰는데요. 그러나 신라의 반격을 받아 한반도에서 완전히 쫓겨가죠. <쿠쉬나메>에서 중국군이 신라를 공격했지만 완패당한 뒤 중국으로 쫓겨간 상황과 흡사합니다.

물론 <쿠쉬나메> 속 이야기가 실제 역사냐 하고 따져 묻는다면 할 말이 없어요. 페르시아 왕족이 신라공주와 혼인했고, 그 후손이 이란의 영웅이 됐다는 이야기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니까요.

하지만 분명한 것이 있습니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태도변화에 따라 한국-이란 관계가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그러나 적어도 남의 장단에 맞춰 이란을 ‘불량국가’ 취급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압니까. <쿠쉬나메>에서 보듯이 한국과 이란이 1400년 된 혈맹일 수도 있으나까요.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6070600001&code=960100#csidx8de8e2da1f11069bd550cdabda07930 

한국일보, 윤석열 향해 “간보기 정치 그만두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과천 4000가구 공공주택 무산에 한겨레 “정부, 일을 왜 이렇게 하나”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에 ‘박원순’ ‘김어준’ 꺼내든 조선일보
한국일보 “윤석열, ‘간보기 정치’ 그만하고 검증대 오르길”

신문들 “과천이 나쁜 선례 남겨” 비판

지난해 8·4 부동산대책에서 국토교통부는 정부과천청사 부지에 아파트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4일 당정 협의에서 원래 공급 부지로 정했던 과천청사 대신 다른 지역에 아파트를 짓기로 했다.

정부의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과천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는 30·40 젊은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직주근접의 도심에 주택을 공급하려고 했으나, 지자체와 주민들은 “해당 지역에는 공원 조성 등이 요구된다”며 임대주택 공급으로 인한 집값 하락 우려에 반발했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을 신청하기도 했다.

▲7일자 아침종합일간지 1면.
▲7일자 아침종합일간지 1면.

갈수록 오르는 집값 안정화를 위해 정부가 공공주택을 공급하려 했지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 이에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은 일제히 “과천이 나쁜 선례를 남겼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2면 기사에서 “문제는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정부의 공급대책이 좌초되는 선례를 남기면서 과천과 유사하게 지자체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다른 도심 내 공급부지에서도 백지화 사례가 추가로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과천청사를 포함해 노원구 태릉골프장(1만호),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호), 용산구 용산캠프킴(3100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1천호) 등 지난해 8·4 대책 발표 당시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도심 내 공급부지 가운데 지자체 협의를 완료한 뒤 인허가 단계에 들어간 곳은 한 곳도 없다”고 우려했다.

▲7일자 한겨레 3면.
▲7일자 한겨레 3면.
▲7일자 한겨레 사설.
▲7일자 한겨레 사설.

한겨레는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왜 이런 식으로 일을 하는지 정부·여당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신규 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태도는 문제가 있다. 집값 안정이 국가적 과제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하면서도 집값 하락 등을 걱정해 자신들이 사는 지역의 주택 공급은 반대하는 것이 ‘님비’다. 하지만 사전에 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계획을 발표한 정부의 책임이 무엇보다 크다”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 “정부와 공공기관이 보유한 땅이어서 밀어붙일 수 있다고 쉽게 판단했던 것 같다. 치밀한 검토 없이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주택 공급 물량만 그럴듯하게 발표해놓고 뒷감당을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라고 평가한 뒤 “문제는 다른 지역들이다. 과천이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제는 이 사안을 내년 치러지는 지방선거와 엮어 보도했다. 한국경제는 6면에 “내년 6월1일 치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여당의 주택 공급책이 서울에서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천은 2002년 이후 내리 보수정당 소속 시장을 뽑다가 2018년 처음으로 민주당 소속 시장을 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16년 만에 처음으로 진보정당이 차지한 과천시장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짚었다.

▲7일자 한국경제 6면.
▲7일자 한국경제 6면.
▲7일자 한국경제 사설.
▲7일자 한국경제 사설.

한국경제는 “정부·여당이 지난 4일 과천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공급대책을 백지화한 것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종천 과천시장에 대한 주민소환이 임박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장과 지역 주민 간 갈등을 조기에 수습하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사설에서 “주민 반발로 중요 정책이 바로 뒤집혔다는 점에서 좋지 않은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한 뒤 “궁극적으로 ‘공공 주도 공급’의 취약성·허구성도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정부 땅에 정부가 집 짓는 것도 무산됐다. 비어있는 청사 유휴부지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판국에 민간 주택지역의 재개발·재건축을 공공 주도로 하는 건 더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겨레와 한국경제 모두 정부의 이런 태도로는 집값을 안정화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정부 대책이 오락가락하면 국민의 믿음을 잃게 되고 집값 안정을 물건너가게 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고 했고, 한국경제도 “오락가락할수록 서민 주거복지도, 시장 안정도 더 요원해질까 걱정”이라고 했다.

여성 부사관 사망 사건 대통령 사과에 ‘박원순’ 꺼내든 조선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오전 성추행 피해로 숨진 이아무개 공군 부사관의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사관의 부모에게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앞서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6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도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게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7일자 한국일보 1면.
▲7일자 한국일보 1면.
▲7일자 한국일보 3면.
▲7일자 한국일보 3면.

조선일보는 2개의 사설로 문 대통령을 비판했다. 우선 문 대통령이 현충일 추념식에서 ‘북한’을 언급하지 않은 점을 짚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현충일 추념사에서도 6·25 전범인 ‘북한’을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5년 연속이다. ‘6·25’ 언급도 없었다. 국군 통수권자가 ‘북한’과 ‘6·25 남침’을 번번이 빠뜨리는 연설을 한다. 삼일절날 독립 얘기 안 하고, 5·18 기념식에서 5·18을 언급 않는 것과 뭐가 다른가”라고 짚었다.

조선일보는 또 “지난 4년간 우리 군이 탈북민은 물론 취객과 치매 노인에게도 뚫리고 북 미사일을 놓치는 등 경계와 감시에 실패했을 때는 아무 말이 없다가 ‘급식’과 ‘성추행’에는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군 기강이 총체적으로 붕괴한 현실에 대해 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현충일에 천안함 용사들이 항의 시위를 하고, 대통령은 군 성추행을 사과한다. 그 비정상적인 풍경이 참담한 군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썼다.

▲7일자 조선일보 사설들.
▲7일자 조선일보 사설들.

조선일보는 이어지는 사설에서 ‘박원순’ ‘김어준’ 이야기를 꺼냈다. 조선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 부사관 성추행 사망 사건의 책임을 물어 공군 참모총장을 사실상 경질했다. 그런데 이 내용을 전한 기사에 ‘어떨 때 침묵하고 어떨 때 엄중 수사 지시냐’는 댓글이 많이 달렸다. 박원순·오거돈의 성범죄엔 침묵했던 이중적 태도를 지적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상관이 부하에게 저지른 성범죄란 점에서 박원순·오거돈 사건은 공군 부사관 사건과 다르지 않다. 조직적으로 사건을 덮으려 했고, 2차 가해까지 있었던 점도 같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민주당 시장들의 성범죄에 대해선 수사 지시는 물론이고 입장조차 제대로 내놓은 적이 없다. 피해자에게 사과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박원순 사망 6개월 뒤에야 무슨 뜻인지도 모를 ‘안타깝다’는 말만 했고, 오거돈 성범죄에 대해선 언급조차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이어 “불리한 뉴스만 나오면 ‘언론개혁’ 타령인 정권이 가짜뉴스를 퍼뜨리며 국민 눈을 속여온 정치 장사꾼을 ‘언론자유’라며 감싼다. 아무리 내로남불 정권이라지만 이 정도면 병적 수준”이라고 썼다. TBS 교통방송에서 김어준씨를 하차시켜달라는 국민청원에 개입할 수 없다고 한 청와대 답변에 대한 비판이다. 

한국일보 “윤석열, ‘간보기 정치’ 그만하고 검증대 오르길”

야권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충일 전날인 지난 5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고 방명록에 “조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적었다. 지난 6일 현충일 당일엔 군 폭발사고 피해자와 천안함 생존자를 만나기도 했다.

▲7일자 동아일보 5면.
▲7일자 동아일보 5면.
▲7일자 한겨레 5면.
▲7일자 한겨레 5면.

한겨레는 6면 기사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 의사를 밝힌 그가 보수 지지층을 겨냥한 ‘안보 일정’으로 대선 행보를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4일 안상수 전 인천시장을 만나 “동서고금을 봐도 검사가 바로 대통령이 된 경우는 없다”고 말한 사실을 전하면서 “김 전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검찰총장을 그만둔 지 석달이 지나도록 유력 대선주자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지 않은 채 ‘잠행 정치’를 거듭해온 윤 전 총장에 대한 회의론을 드러내면서 ‘킹메이커’로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7일자 한국일보 사설.
▲7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윤석열에게 ‘간보기 정치’를 그만하라고 경고했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정치를 하는 것도, 하지 않는 것도 아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가 이어진다. 공식적으로 정계 진출을 밝히지 않고서도 대선 주자 지지율이 늘 수위에 꼽히는 기이한 일이 수개월째다. 윤 전 총장으로서야 검증을 최대한 늦추는 게 대선으로 가기 위한 유리한 전략이라고 판단했을지 모르나 전면에 나서지 않고 메시지만 내는 것은 당당하지 않은 행동이다. ‘간보기 정치’를 그만두고 출마 선언을 해서 정치력을 보이고 국민의 검증을 받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는 현충원에 찾아 방명록에 쓴 윤 전 총장의 글은 정치하겠다는 신호가 아닐 수 없다고 짚은 뒤 “그렇다면 이제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그에 책임지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국민입장에서는 당연히 유력 대선 주자를 꼼꼼히 따져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검증은 피하고 지지율만 얻겠다는 계산이라면 큰 정치인이 될 수 없다”고 조언했다.

심층분석 - 개정된 당규약에 명시된 최고강령과 최저강령

 

[개벽예감 447] 심층분석 - 개정된 당규약에 명시된 최고강령과 최저강령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06/07 [08:13]

<차례>

1.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 - 김일성-김정일주의

2.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주한미국군 철거

3.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미국의 대남지배 청산과 외세간섭 배격

4.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근원적인 군사위협 제압

5.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연방통일국가 건설

6.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전국적 범위의 통일전선

7.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남조선혁명

8.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 건설

9. 조선로동당의 최종목적 - 인민의 이상적인 사회 건설

 

 

1.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 - 김일성-김정일주의

 

2021년 1월 초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제5일에 토의된 의정은 조선로동당 규약을 개정하는 문제였다. 2021년 1월 10일 <로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당중앙위원회는 혁명발전의 요구와 당 앞에 나선 새로운 투쟁과업에 따라 당사업발전과 원리에 맞게 당규약의 일부 내용들을 수정보충하여 당 제8차 대회 심의에 제기하였”고, 당 제8차 대회에서 <조선로동당 규약개정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결정서가 전원일치로 채택되었다고 한다.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규약 개정안이 채택된 날은 2021년 1월 9일이다. 

 

그로부터 다섯 달이 지난 2021년 6월 1일 남측 언론매체들이 당 제8차 대회에서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관해 뒤늦게 보도했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관한 남측의 언론보도는 최악의 오보였다. 남측 대북전문가들도 최악의 오보에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그들은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을 보면, 남조선혁명을 사실상 포기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느니, 또는 조국통일을 사실상 포기하고 ‘두 개의 조선’을 인정한 남북평화공존으로 전환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느니 뭐니 떠들어대며 허언랑설을 퍼뜨렸다. 남측 언론의 오보와 대북전문가들의 착오를 뛰어넘어야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을 이해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 중에서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 조국통일과 조선혁명(Korean revolution)에 관한 내용을 심층적으로 고찰한다. 

 

조선로동당 규약은 당의 최고강령을 명확히 서술했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조선로동당은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당의 최고강령으로 한다”고 명시되었다. 이 짧은 문장 속에 조선로동당의 지도사상과 최고강령이 명시되었다. 

 

원래 당의 강령은 최고강령(maximum Program)과 최저강령(minimum program)으로 구분되는데, 최고강령은 당이 실현하려는 최종목적을 밝힌 것이며, 최저강령은 당의 최고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당면목적을 밝힌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서 조선로동당은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자기의 지도사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명백히 밝혔다. 그런데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자기의 지도사상이라는 조선로동당의 견해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알려면, 다음과 같은 선행인식이 요구된다. 

 

자본주의집권당들에게는 개인주의(individualism), 자유주의(liberalism), 이기주의(egoism)가 혼란스럽게 뒤엉킨 이념적 혼합물이 있을 뿐, 과학적인 지도사상은 없다. 자본주의(capitalism)은 약육강식과 빈부격차의 야만적 법칙이 지배하는 낡고 썩은 사회체제를 뜻하는 개념이지, 과학적 지도사상을 뜻하는 개념이 아니다. 자본주의집권당들에게 지도사상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지도사상이라는 말 자체를 쓰지 않는다. 

 

그와 달리, 사회주의집권당들에게는 지도사상이 있다. 그들의 지도사상을 사회주의(socialism)이라고 통칭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사회주의집권당들은 자기의 지도사상에 의거하여 창건되었고, 그 지도사상에 의거하여 발전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사회주의는 사회주의집권당의 존립근거이며 발전동력이라는 명제가 성립된다. 

 

사람들이 사회주의라고 통칭하는 혁명사상은 지난 150년 동안 세계사회주의운동의 현실 속에서 부단히 검증되고, 발전되어왔는데,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그 검증발전과정의 최고정점에 도달한 완성체가 김일성-김정일주의(Kimilsung-Kimjongilism)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주체사상에 기초하여 전일적으로 체계화된 혁명과 건설의 백과전서이며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투쟁 속에서 그 진리성과 생활력이 검증된 혁명적이며 과학적인 사상”이라고 명시된 것이다. 

 

문외한들은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맑스-레닌주의에서 갈라져나온 파생사상이라고 생각하거나, 맑스-레닌주의가 조선의 현실에 구현된 토착사상이라고 생각하거나, 맑스-레닌주의가 계승발전된 아류사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주의는 파생사상도 아니고, 토착사상도 아니고, 아류사상도 아니며, 독창적인 혁명사상이라는 것이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주의는 맑스-레닌주의와는 근본이 다른, 독창적이고, 새로운 사상이라는 것이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김일성-김정일주의는 세계철학사에 제기된 철학의 근본문제(fundamental question of philosophy)에 완벽한 해답을 준 사상이고, 사회력사발전의 합법칙성을 가장 과학적으로 해명한 사상이며, 혁명과 건설에서 제기되는 모든 원칙과 과업과 방도를 전면적으로 밝혀준 사상이라는 것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1976년 10월 2일에 발표한 ‘김일성주의의 독창성을 옳게 인식할 데 대하여’라는 제목의 논문과 1996년 7월 26일에 발표한 ‘주체철학은 독창적인 혁명철학이다’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김일성-김정일주의가 맑스-레닌주의와 어떻게 근본적으로 다른, 독창적이고 새로운 사상인지를 논증한 바 있다. 김일성-김정일주의의 독창성에 관해 고찰하려면 방대한 서술이 필요하므로, 그 문제에 대해 논하는 것은 여기서 멈춘다. <사진 1>

 

▲ <사진 1> 이 사진은 2020년 12월 20일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대표증수여식 장면이다. 대표증수여식장에는 '전당과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자!'라는 구호가 게시되었다. 이 구호는 조선로동당이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자기의 지도사상으로 한다는것을 의미하며, 조선로동당이 온 사회를 김일성-김정일주의화하는 최종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투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주한미국군 철거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서 조선로동당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는 것을 자기의 당면목적으로 인정했다. 이 인용문은 세 가지 구성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첫 번째 구성부분은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이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는” 것임을 밝힌 것이다. 

 

“미제의 침략무력”이라는 용어는 주한미국군을 뜻한다. 조선로동당의 시각에서 보면, 군사분계선 이남지역은 외국(=대한민국)이 아니라 자국 영토(=공화국남반부)이므로, 주한미국군은 공화국의 남반부지역을 무력으로 강점하고 북침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침략군으로 보인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나 자국 영토를 강점한 침략군을 무조건, 하루빨리 영토 밖으로 몰아내야 한다. 침략군 철거는 누구도 시비할 수 없고, 막을 수도 없는 주권국가의 당면임무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서는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수시킨다”고 하지 않고, “철거시킨다”고 했다. 철수는 남측에서 자국군대를 거두어들인다는 뜻이고, 철거는 남측에서 미국군대를 몰아낸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남측에서 주한미국군 철수라는 말을 쓰는 것은 오류다. 주한미국군 철거라는 말을 써야 한다. 

 

위에 인용된 문장은 주한미국군 철거가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원래 당면목적이라는 말은 눈앞에 다가온 시급한 목적이라는 뜻이므로, 조선로동당은 자기의 당규약에 따라 하루빨리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려는 것이다. 

 

 

3.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미국의 대남지배 청산과 외세간섭 배격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것이라고 한다. 논리적으로 따져보면, 주한미국군을 철거시켜야 남측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종국적 청산”은 다른 일을 하고 마지막에 청산한다는 뜻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철저하게 청산한다는 뜻이다. 

 

조선로동당의 시각에서 보면, 남조선을 정치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중추기관들은 주한미국군사령부, 주한미국대사관, 미국중앙정보국 한국지부로 보일 것이므로, 이 3대 중추기관을 전부 철거해야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침략무력을 철거시키고,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서 “온갖 외세의 간섭을 철저히 배격”하는 것이라고 한다. “온갖 외세의 간섭”은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 

 

“온갖 외세”는 복수 형태로 쓰인 말이다. 조선로동당이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고 미국의 대남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정세의 대격변 중에 주변대국들이 정세에 개입, 간섭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주변대국들의 간섭이란 중국과 로씨야의 간섭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선로동당이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고 미국의 대남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민족의 자주권을 행사하는 것이므로, 그 어떤 외세도 간섭할 수 없고, 간섭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4.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근원적인 군사위협 제압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강력한 국방력으로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제압하여 조선반도의 안전과 평화적 환경을 수호”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압이라는 말은 강한 힘으로 상대를 억누르고 통제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조선로동당은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을 강력한 국방력으로 억누르고 통제하는 것을 자기의 당면목적으로 인정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위의 인용문을 다시 읽어보면, 조선로동당이 강력한 국방력으로 제압하려는 대상(=근원적인 군사적 위협)이 단수가 아니라 복수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조선로동당이 강력한 국방력으로 제압하려는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조선로동당의 시각에서 보면,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가 한반도를 노리는 “근원적인 군사적 위협들”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사업총회보고에서 “우리의 국가방위력이 적대세력들의 위협을 령도 밖에서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섰다고 언명한 바 있다. 다시 말해서, 조선로동당은 영토 밖에서 한반도를 위협하는 적대세력들인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를 강력한 국방력으로 억누르고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주한미국군은 조선로동당의 철거대상이고,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는 조선로동당의 제압대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따르면,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고, 주일미국군과 일본자위대를 제압하는 것은 조선로동당의 눈앞에 다가온 당면목적이다. 조선로동당이 그런 당면목적을 실현할 결정적인 시기가 언제인지 누구도 정확히 예언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1년 뒤에 올 수도 있고, 2년 뒤에 올 수도 있다. 요즈음 한반도,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첨예한 정세가 결정적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3년 뒤로 늦춰질 것 같지는 않다.   

 

 

5.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연방통일국가 건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인용문은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강령을 서술한 것이다.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강령은 두 개의 문장으로 서술되었다. 

 

첫 번째 문장을 보면,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은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것이다.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강령에 천명된 민족자주의 원칙과 민족대단결의 원칙은 이미 수많은 문헌들에서 거듭 확인되었다. 

 

2016년 5월 9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는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강령이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을 통일”하는 것이라고 명시되었는데, 이것은 1972년 5월 3일 김일성 주석이 평양을 방문한 남측 정부대표(이후락)에게 제시한 조국통일 3대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서는 자주의 원칙과 민족대단결의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평화통일의 원칙을 생략하고, 자주의 원칙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 따라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고 서술했다. 당규약 개정안을 준비하는 중에 실수로 평화통일의 원칙을 생략한 것이 아니라, 당규약에서 평화통일의 원칙을 삭제한 것이다. 이것은 매우 중대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조선로동당이 조국통일 3대 원칙에서 제2원칙인 평화통일의 원칙을 삭제한 것은, 평화통일의 원칙을 무력통일의 원칙으로 변경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조선로동당의 조국통일 3대 원칙은 자주, 무력통일, 민족대단결로 변경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는 “민족자주의 기치, 민족대단결의 기치를 높이 들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고 명시되었는데, 평화통일의 원칙을 무력통일의 원칙으로 변경한 것과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무력통일의 원칙에 따라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되는 말이 아니다. 왜냐하면 무력통일의 원칙에 따른다는 말은 조국통일전쟁을 수행한다는 뜻이고,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는 말은 조국통일전쟁 이후에 평화적으로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조국통일전쟁과 연방통일국가건설은 논리적 모순관계가 아니라 절차적 선후관계인 것이다. 

 

연방제통일은 조국통일전쟁 이후에 실현될 평화통일이고, 조국통일전쟁은 평화통일을 실현하기 위한 선결절차라는 것이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의 조국통일강령에 담겨있는 새로운 인식이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는 “조국의 평화통일을 실현한다”고 서술된 것이 아니라,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긴다”고 서술되었다. 앞당긴다는 말은 예상한 시기 또는 예정된 시기보다 더 일찍 실현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연방통일국가를 예상시기보다 더 일찍 건설하려는 조기실현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연방제통일을 조기에 실현하려는 조선로동당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조선로동당이 연방제통일을 실현하는 결정적인 시기가 언제인지 누구도 정확히 예언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부터 1년 뒤에 올 수도 있고, 2년 뒤에 올 수도 있다. 요즈음 한반도,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매우 첨예한 정세가 결정적 시기를 앞당기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3년 뒤로 늦춰질 것 같지는 않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2019년 8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된 '2019 민족의 자주와 대단결을 위한 조국통일촉진대회'의 한 장면이다. 그 대회에서 참가군중은 결의문을 채택하면서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주한미국군을 철거시키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파기시키자는 결의를 표명했다. 조국통일촉진대회에서 반미투쟁을 결의한 것은, 미국의 대남지배체제를 제거해야 조국통일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반미자주화를 언급하지 않는 조국통일론은 사실상 무의미하다고 볼 수 있다.  

 

 

6.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전국적 범위의 통일전선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는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고 서술되었다. 여기서 말하는 민족의 공동번영은 남측 사회, 북측 사회, 해외동포사회가 다함께 번영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서, 연방통일국가를 조기에 건설하고, 8천만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하여 투쟁하려는 조선로동당의 의지가 당규약에 표명된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따르면, 연방통일국가를 조기에 건설하고, 8천만 민족의 공동번영을 이룩하기 위한 투쟁방도는 “전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하며, 해외동포들의 민주주의적 민족권리와 리익을 옹호보장하고 그들을 애국애족의 기치 아래 굳게 묶어세우며 민족적 자존심과 애국적 열의를 불러일으켜 조국의 통일발전과 륭성번영을 위한 길에 적극 나서도록” 하는 것이라고 한다. 

 

주목되는 것은, 조선로동당이 “전조선(=남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하는 것을 당면목적으로 인정하였다는 사실이다. 조선로동당의 표현을 빌리면, 공화국북반부의 사회주의력량과 남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의 통일전선을 강화하는 것은 조선로동당이 창건 이후 75년 동안 견지해온 전략로선이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에는 통일전선전략을 수행하기 위한 전문부서가 있다. 국정원이나 통일부가 상대하는 통일전선부가 바로 그 전문부서다. 2020년 6월 12일과 6월 17일 장금철 통일전선부장이 각각 담화를 발표했고, 2020년 6월 5일에는 익명의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했다. 

 

원래 통일전선(united front)은 정치적 성격이 다른 세력들이 어떤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연합하는 것이다. 통일전선은 한시적, 전술적으로 제휴하다가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항시적, 전략적으로 연합한 단일역량으로 편성되는 정치적 연합이다. 일시적으로 이용하다가 결별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의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함께 투쟁하는 것이 통일전선전략이다. 

 

통일전선전략은 세계사회주의운동에서 중요한 혁명전략이다. 세계사회주의운동사 초기에 통일전선을 구축하는 문제는 정치적 성격이 다른 세력들이 한시적, 전술적으로 제휴하는 것으로 인식되었으나,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1930년대 항일전쟁시기에 김일성 주석이 제시한 독창적인 반일민족통일전선로선은 통일전선이 전술이 아니라 전략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밝힌 것이라고 한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제국주의의 폭압에 의해 국가가 남과 북으로 갈라진 한반도에서 통일전선은 전국적 범위의 통일전선과 지역적 범위의 통일전선으로 구축되는데, 전국적 범위의 통일전선은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전민족적 통일전선이고, 지역적 범위의 통일전선은 남조선혁명을 수행하기 위한 지역통일전선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전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과의 통일전선을 강화”한다고 명시된 것을 보면, 연방통일국가를 건설하기 위한 전국적 통일전선에 대해 언급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서 통일전선의 연합대상은 남조선의 애국적 민주력량이다. 이것은 전국적 범위의 통일전선을 구축하는 데서 정치적 연합의 기준은 애국주의(patriotism)과 민주주의(democracy)라는 것을 말해준다. 따라서 매국적이고 반민주적인 세력은 통일전선의 연합대상이 아니라 타도대상이다. 조선로동당이 전국적 범위에서 통일전선을 강화하는 당면목적은 애국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모든 사회정치세력들과 손잡고 연방통일국가를 조기에 건설하는 것이다. 

 

 

7.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남조선혁명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남조선혁명의 당면목적은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2016년 5월 9일 조선로동당 제7차 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에는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하는 것이 남조선혁명의 당면목적이라고 서술되었는데,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는 “전국적 범위에서 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것을 남조선혁명의 당면목적이라고 서술했다. 

 

2016년 제7차 당대회에서 남조선혁명의 성격을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으로 규정했다면, 2021년 제8차 당대회에서는 남조선혁명의 과업을 남조선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으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전 당규약에 서술된 남조선혁명의 성격과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서술된 남조선혁명의 과업을 결부시켜야 조선로동당이 수행하는 남조선혁명전략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조선로동당은 남조선혁명의 성격을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이라고 규정했고, 남조선혁명의 과업을 남조선사회의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음을 알 수 있다. 자주적이며 민주주의적인 발전이라는 말은 남측에서도 널리 쓰이는 일상적인 언어다. 

 

조선로동당은 남조선혁명에 관한 문헌들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외부에서 조선로동당의 남조선혁명전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대남공작원으로 남파되었다가 1995년 10월 24일 충청남도 부여에서 국정원 요원들에게 체포된 김동식이 집필한 ‘북한의 대남혁명전략 전개와 변화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조선로동당의 남조선혁명전략에 관한 대략적인 내용이 세상에 알려졌다. 그 논문의 주요내용은 <월간조선> 2013년 3월호에 실렸다. <월간조선> 보도내용에 따르면, 1991년 5월 24일 김정일 총비서가 “대남부서 책임간부들 앞에서 한 연설”은 북에서 “5.24 비공개 문헌”으로 출판되었는데, 김정일 총비서는 비공개 문헌에서 남조선혁명의 성격을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으로 규정하였다고 한다.    

 

남파공작원 출신 김동식은 2017년 1월 31일 자유경제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강연했는데, 그의 강연원고를 읽어보면 조선로동당이 수행하는 남조선혁명의 과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 강연원고는 전문이 2017년 2월 4일 자유경제원 웹싸이트에 실렸다. 강연원고에 따르면, 민족해방혁명의 과업은 남조선에서 미제의 식민통치체제를 타도하고 남조선사회의 자주적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고, 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은 남조선의 예속적 자본주의체제를 전복하고 남조선사회의 민주주의적 발전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김정은 조선로동당 총비서가 2021년 1월 초 평양에서 진행된 조선로동당 제8차 대회 연단에서 연설하는 장면이다. 조선로동당은 제8차 당대회에서조선로동당이 추구하는 최종목적이 인민의 이상적인 미래사회 곧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명백히 밝혔다. 김정은 총비서는 모든 인민들이 무탈하여 편안하고화목하게 살아가는 사회,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돕고 이끌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공산주의미덕과 미풍이 확립되어 있는 사회가 곧 미래의 공산주의사회라고 언명한 바있다. 조선로동당은 다른 나라 사회주의정당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공산주의사회의 새로운 미래상을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8. 조선로동당의 당면목적 -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 건설

 

이번에 개정된 조선로동당 규약에 명시된, 조선로동당이 수행하는 조선혁명의 당면목적은 두 가지다. 조선로동당이 조선혁명의 당면목적을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고 보는 까닭은, 분단체제가 분리시킨 북측 지역(공화국북반부)과 남측 지역(공화국남반부)에서 발전단계가 서로 다른 두 개의 혁명이 각각 수행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북측에서 수행되는 사회주의혁명의 당면목적은 “공화국북반부에서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한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부강하고 문명한 사회주의사회”를 건설하는 사회주의혁명은 인민의 이상사회인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수행되는 계속혁명인 것이라는 것이다. 조선로동당은 계속혁명을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이라 부른다. 김일성 총비서는 1970년 11월 조선로동당 제5차 대회에서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을 제시했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은 모든 사회구성원들의 사상의식을 자주적으로 개조하는 사상혁명을 앞세우면서 기술혁명과 문화혁명을 따라세우는 것이다. 또한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은 모든 사회구성원들을 낡은 문화와 생활양식의 구속에서 해방시키고, 과학기술에 의거하여 사회주의생산력을 고도로 발전시키는 사회변혁이라는 것이다. 

 

 

9. 조선로동당의 최종목적 - 인민의 이상적인 사회 건설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에 따르면, 조선로동당은 “온 사회의 김일성-김정일주의화를 당의 최고강령으로 한다”고 하였다. 조선로동당이 말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화된 사회는 어떤 사회인가? 그것은 사상-기술-문화의 3대혁명이 종국적으로 승리함으로써 인민의 자주성이 고도로 실현되어 사회주의적 인간관계가 완성되고, 물질기술적으로 끝없이 발전하여 부강한 사회주의적 생산력이 완성되고, 문명한 사회주의적 생활양식이 완성된 인민의 이상적인 사회다. 조선로동당의 견해에 따르면, 인민의 이상적인 사회는 곧 미래의 공산주의사회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은 조선로동당의 최종목적을 “인민의 리상이 완전히 실현된 공산주의사회를 건설하는 데 있다”고 명시했던 것이다. 

 

일찍이 칼 맑스(Karl Marx)는 1875년 5월에 집필한 ‘고타강령비판(Critique of the Gotha Program)'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회적 생산력이 각자 능력에 따라 일하고, 수요에 따라 분배를 받을 수 있을 만큰 고도로 발전된 이상적인 미래사회가 공산주의사회라고 정의했었다. 김일성 총비서는 1975년에 출판된 ’김일성저작선집‘ 제3권에서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공산주의적 생활원칙이 완전히 실현된 이상적인 미래사회가 공산주의사회라고 정의했다. 2021년 5월 14일 <로동신문>에 실린 ‘인민의 심부름군당’이라는 제목의 정론에 따르면, 김정은 총비서는 “공산주의사회는 모든 인민들이 무탈하여 편안하고 화목하게 살아가는 사회, 모든 사람들이 서로 돕고 이끌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 나누는 공산주의미덕과 미풍이 확립되여 있는 사회”라고 언명했다고 한다. 조선로동당은 다른 나라 사회주의정당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공산주의사회의 새로운 미래상을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