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3일 수요일

"구OO 판사가 누구냐" 그게 궁금할 때가 아니다

 [주장]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유죄 판결, 사법 개혁의 필요성 각인시키다

21.01.14 07:34l최종 업데이트 21.01.14 07:34l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ㆍ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  미국 워싱턴DC 연방 의회의사당에 난입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상원 본회의장 밖 복도에서 의회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상·하원은 이날 합동회의를 개최해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증할 예정이었으나 시위대가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로 회의가 6시간 중단됐다가 재개됐다.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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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오전, 난장판이 된 미국 의회 관련 뉴스가 단연 화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은 부정선거였다며 의사당을 불법 점거한 장면이 신문과 방송의 1면을 장식했다. 무력 충돌 과정에서 4명이나 목숨을 잃었다는 충격적인 보도가 이어졌다.

민주주의의 종주국을 자처한 미국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됐느냐며 모두가 혀를 끌끌 찼다. 맹목적 트럼프 지지자가 20%를 넘는다는 건 미국의 민주주의가 파탄이 났음을 의미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나라의 국민은 그들 수준에 맞는 지도자를 갖는 법이다. 그때 한 동료 교사가 말을 끊었다.

"트럼프 개인에게만 탓을 돌릴 순 없어요. 근본적인 원인은 SNS에 일상을 장악당한 미국 국민에게 있다고 봐요. 비단 미국에만 한정된 문제는 아니죠. 지난해 검찰 개혁 국면에서도, 어제 나온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의 판결에 대한 여론의 반응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해요."

미국만 둘로 쪼개진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니라, 미국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 사회를 성찰해야 한다는 뜻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으며, 무력을 써서라도 자신의 신념을 관철하려는 경향은 감염병처럼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SNS 없이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SNS의 폐해를 바로잡지 못하면 세상을 파국으로 몰아갈 거라고 예언했다. '사회적 그물망'이라는 의미의 SNS는, 언제부턴가 뜻 맞는 이들끼리 모여 울타리를 둘러치고 타인들의 접근을 막는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판결 분석보다 판사 분석 

과연 그랬다. SNS에는 내 편과 네 편만 존재한다. 흑과 백, 피와 아, 좌와 우, 진보와 보수만 있을 뿐, 중도는 없다. 중도를 자처했다간 양쪽 모두에게 비판을 받는 회색분자로 낙인찍힐 따름이다. SNS는 양자택일만 가능할 뿐, 벤 다이어그램 상 교집합은 애초 존재할 수 없는 세계다. 자연스럽게 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의 판결로 화제가 전환됐다.
 

 전교조가 세월호참사 1주기를 하루앞둔 15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교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전교조가 세월호참사 1주기를 하루앞둔 2015년 4월 15일 오전 청와대 부근 청운효자주민센터앞에서 "진실을 밝힐 때까지 끝까지 행동하겠다"는 교사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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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OO 판사라는 사람, 박근혜 지지자 아니야?" 세월호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사에게 유죄가 선고됐다는 소식에 황당해하며, 반사적으로 튀어나온 지인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모든 사회적 갈등을 사법부의 판결로 해결하려는 분위기 속에 판사에 대한 '신상털이'는 필수 절차가 됐다. SNS는 뒷조사를 위한 가장 유용한 도구다.


일약 SNS의 스타가 된 그는 대전지방법원의 현직 부장판사로, 지난 7일 대전과 충남 지역 전교조 소속 교사 6명에게 벌금형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실 이번 판결이 판사의 이름과 행적을 콕 집어 조리돌릴 만큼 큰 의미를 두긴 어렵다. 선례가 있어서다.

해당 교사들은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진상 규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교육부가 2019년 뒤늦게 고발을 취하했지만, 재판은 이어졌고 지난 2020년 11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뒤 이어진 개별 하급심의 판결이다. 무려 참사가 일어난 지 7년이 지났고, 검찰이 기소한 지도 4년 넘게 흐른 뒤다.

말하자면, 그는 두 달 전 상고심에서 대법원의 기각 판결 취지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정치적 중립을 명시한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건, 그저 하급심 판사로서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의미다. 그는 대한민국 사법부의 충직한 판사 중 한 사람일 뿐이다.

물론, 그의 '충직함'이 안타깝긴 하다. 판사는 각자 독립적으로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는데,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대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따른 점이 못내 아쉽다. 하지만 일개 지방법원 판사인 그에게 대법관에 맞서는 '투사'가 되라고 요구할 순 없다.

'구 판사가 누구냐'는 반응이 두려웠던 건, 그가 누구 편이냐며 따져 묻는 것처럼 느껴져서다. 그의 고향과 출신 학교를 따지고, 지금껏 그가 내린 판결 내용을 뒤져 성향을 분석하려는 습성은 개인별 확증편향을 강화하는 고약한 태도다. 사회적 갈등이 커지는 건 당연지사다.

그의 판결을 두고 SNS에선 찬반이 극명하게 갈린다. 교실을 정치화하는 전교조에 일침을 가한 용기 있는 결정이라며 환호하는 이들과, 정의를 가르쳐야 할 교사에게 불의에 침묵하라고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발끈하는 이들이 끝없이 충돌한다. 와중에 찬반의 입장만 남고 판결의 의미는 가뭇없이 사라져 버렸다.

구 판사는 진보적인 정부에 주눅이 들지 않은 '영웅'이면서, 동시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다를 바 없는 청산해야 할 '적폐'다. SNS가 규정한 그의 정체성이다. 이렇듯 여론이 극단적으로 쪼개진 상황에서는, 그도 그가 내린 판결의 사회적 의미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구OO 라는 이름에 주목할 게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법부의 퇴행적인 판결 내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윤석열이 공격당할수록 검찰이 혼연일체가 되듯, 구OO가 공격당할수록 사법부는 똘똘 뭉치게 된다.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조직이라면 개혁은 백년하청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그의 이름에 천착할수록 배가 산으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 윤석열에게 매몰되어 검찰 개혁의 대의명분이 갈피를 못 잡고 흔들렸던 경험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그에 대한 호불호에 부화뇌동하는 건 정작 달은 보지 않고 가리키는 손가락에 연연하는 꼴이다. SNS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

사법개혁
  
드론으로 항공촬영한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드론으로 항공촬영한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드론으로 항공촬영한 사진입니다.
▲ 드론으로 항공촬영한 서초동 검찰개혁 촛불문화제  2019년 10월 12일 서울 서초역 부근에서 검찰개혁사법개혁적폐청산 범국민연대 주최로 "제9차 사법적폐청산을 위한 검찰개혁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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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시국선언 교사에 대한 연이은 유죄 판결은 정권 교체는 물론, 시대의 변화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사법부의 '독립'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보장이 헌법적 권리라는 주장이 여전히 대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집단행동을 처벌하려면 특정 정치 세력과의 연계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판례도 무용지물이 됐다.

그들은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해석에도 연연하지 않는다는 태도다.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는 교사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를 결성하거나 가입하지 못하도록 한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그 밖의 정치단체' 항목이 지나친 규제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럴진대, 그들 앞에서 국제적 기준 운운하는 건 쇠귀에 경 읽기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희망은 있다. 이번 유죄 판결로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한 국가공무원법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었고, 초록 동색인 사법부의 개혁이 절실함을 각인시킨 계기가 되고 있다. 법원이 검사동일체의 무소불위 검찰과 다를 게 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터다.

교사들 사이에선 판사의 개인적인 양심에 정치기본권을 의탁하는 게 과연 옳으냐는 질문도 잇따르고 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그들에게 '구걸'하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다는 자괴감의 표현이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보다 법률 해석의 독점권을 행사하는 그들이 '갑 중의 갑'이라는 것이다.

그들에게 이번 판결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을 일깨워 주는 건, 결국 깨어있는 시민들의 몫이다. SNS가 덧씌운 맹목적인 찬반의 굴레에서 벗어나, 교사의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에 담긴 국가주의와 기득권의 논리를 간파하고 공유해야 한다.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자주 토론해야 한다.

정치기본권은 모든 시민에게 보장되어야 할 권리이자 의무다. 교사도 시민이다.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한가. 교사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 조항을 들이대는 건, 국가의 정책을 무조건 따르고 기득권 세력에 맞서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일 뿐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파는 법, 시민으로서 교사의 노력과 연대가 우선되어야 한다.

기실 정치적 중립은 이현령비현령의 개념이다. 교사의 정치적 발언이 아이들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손에 쥔 스마트폰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그들이 하품할 소리다. 정치적 논쟁을 장려하는 게 교육적으로 바람직하며 아이들을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시키는 첩경이라는 건, 국내외 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정치적 중립은 교사에게 부과되는 의무라기보다, 정치 권력이 교육에 개입하지 말라는 선언에 가깝다. 관제 행사에 교사와 아이들을 동원하는 등 학교를 정치 권력의 선전장으로 활용해온 굴절된 현대사를 성찰해야 한다. 그런데도 교사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판결이 계속된다면, 사법부가 인권의 보루는커녕 불의한 권력의 일원임을 고백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사족 하나. 한 지인은 구 판사의 처지가 이해된다며 너무 몰아세우지 말라고 했다. 그가 대법원의 결정을 그대로 따른 건 '튀지 않기' 위해서라고 해석했다. 평소 상식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린다고 알려진 그가 대법원의 판단이 시대착오적이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는 거다.

그저 조직 내에서 물의를 일으키고 싶지 않다는 뜻이라고 단언했다. '보신'을 위한 그의 판결이 사법부 내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며, 절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마따나, 사법 개혁만큼은 외부적 강제가 아닌 내부적 성찰로 시작될 수 있을까. 다른 일선 판사들의 대응을 지켜볼 일이다.

수능 플라스틱 칸막이 50만개는 다 어디로 갔을까

 등록 :2021-01-14 04:59수정 :2021-01-14 10:10


재사용하려니 파손 위험, 재활용하려니 이물질 ‘덕지덕지’
수능 칸막이를 제거하다가 책상 상판이 뜯어졌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게시글. 트위터 갈무리
수능 칸막이를 제거하다가 책상 상판이 뜯어졌다는 한 트위터 이용자의 게시글. 트위터 갈무리

2021학년도 수능 때 쓰인 플라스틱 칸막이 처리를 두고 재활용 업체와 학교 현장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칸막이를 재사용 및 재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제거 과정에서 파손 위험이 큰 데다 이물질까지 붙어있어 처리 과정 곳곳이 난관이다.

앞서 지난해 11월15일 환경부와 교육부는 2021학년도 수능시험에 쓰이는 칸막이 50만개를 재사용 또는 재활용하기 위한 협업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수능 직후 재사용 수요를 점검하고 시도교육청이 학원, 학교 등 재사용처에 공급하는 식이다. 남은 칸막이는 재활용 업체 등이 수거해 재활용한다. 현재 각 시도교육청에서 고사장으로 쓰인 학교 등을 대상으로 재사용 수요를 조사했고, 재활용 물량에 대해선 이르면 오는 15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수거 작업이 이뤄진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가급적 재사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칸막이를 공급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칸막이를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제거하다 파손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칸막이가 얇은 아크릴판 재질인 데다가, 책상에 양면테이프로 끈끈하게 부착되어 있어 떼어내는 과정에서 부서질 위험이 높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양면테이프를 (다리) 양쪽에 각각 붙였는데 시간이 지나서 떼려니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마포구의 한 고등학교 교감은 “시범 삼아 칸막이 몇 개를 떼어내봤는데, 떼는 과정에서도 파손된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잘 안 떨어지는 칸막이를 누군가가 떼려면 인력도 필요하고 시간도 투입해야 해서 그냥 두고 있다. 마침 코로나19 상황도 지속하고 있으니 그냥 붙어있는 상태로 재사용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재사용을 못 하는 물량은 별도 회수 후 재활용을 하는데 이곳에도 난관이 있다. 칸막이에 양면테이프와 종이 등이 붙어있는데, 재활용 과정에서 이런 이물질이 섞여 들어가면 재활용률이 크게 떨어진다. 노환 한국플라스틱단일재질협회 부회장은 “칸막이 본판에 유브이(UV) 코팅이 되어있고 다리에는 양면테이프와 종이상표까지 붙어있다. 코팅은 기계로 벗겨낼 수 있지만, 양면테이프와 종이상표는 손으로 일일이 제거해야 해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이 많이 발생해 손해를 감수하고 재활용 처리를 할 계획이다. 앞으론 양면테이프를 쓰는 건 지양했으면 한다. 홈을 파서 조립식으로 제작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까지 재활용 수거 대상인 칸막이는 50만개 중 10만3000개가량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50만개의 책상 크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조립식으로 안전하고 견고하게 칸막이를 설치할 수 없다”며 “테이프로 붙은 칸막이를 떼어내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손되는 물량이 있지만, 교육청과 학교 현장에서 더 쉽게 칸막이를 제거하는 방식이 공유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혹시 수능 방역용 칸막이를 다시 사용해야 할 상황이 온다면 제작 방식에 대해 교육부와 함께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김민제 최우리 기자 summer@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978695.html?_fr=mt1#csidx38f0a9cb34224a491aaa116fadec236 

[아침신문솎아보기] 정권 ‘때리는’ 조선일보를 ‘위선적’이라는 한겨레

 [아침신문솎아보기] ‘양극화대책’ 사설에서 보수언론 비판한 한겨레…언론보도 징벌적 손배, 2월에 통과하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제안하자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는 이익공유제로는 실효성이 부족하니 더 강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부터 기업을 압박하는 조치라는 반발까지 ‘양쪽’에서 비판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14일 한겨레는 코로나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이익공유제를 비롯한 특별재난연대세, 사회연대기금 등 다양한 대책들을 정치권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보수언론에서 이러한 양극화 완화 대책을 ‘반시장 정책’으로 규정해 비판했는데 이러한 보수언론 논조를 한겨레가 사설에서 비판했다. 

민주당은 한동안 논란이 됐던 언론보도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등 관련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당내 검찰개혁특별위원회에 이어 ‘가짜뉴스 특위’도 신설할 방침이다. 코로나 관련 허위정보가 유포되는 것을 이유로 언론 관련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주장이다. 역시 언론자유 침해라는 비판이 함께 나왔다. 

▲ 1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 14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이낙연 제안 ‘이익공유제’, 비판 거세
 
민주당이 코로나 방역을 위한 집합금지 등 영업제한으로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해 재난지원금과 별도로 영업손실을 보상하겠다는 방안인데 큰 틀에서는 야당들도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방식에는 이견을 보였다. 이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최근 거리두기 격상으로 자영업자들의 손해가 막중한 가운데 곳곳에서 정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동아일보는 “與 ‘온라인몰 수익, 매장과 공유’ 검토…부유세-사회연대세 주장도”란 기사에서 이낙연 대표가 지난 13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플랫폼 시대에 적합한 상생모델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 것과 함께 이날 ‘당내 코로나 불평등 해소 TF’ 출범 소식을 전했다. 온라인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감소한 만큼 이 수익 일부를 나누자는 주장으로 이 대표는 “민간의 자발적 참여로 추진되는 것을 원칙”이라고 했다. 

이 대표 제안에 비판이 적지 않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은 이익공유제 제안을 ‘제2의 금모으기 운동’으로 규정하고 “내놓을 금목걸이도 없고, 있더라도 이제 내놓고 싶지 않다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기존 예산안 중에서 줄일 수 있는 것을 줄이는 등 재편성 방안을 주장했다. 그는 “정부 지원 없이 그냥 둬도 알아서 잘하는 대기업 연구지원 예산, 대기업 제품 구입시 세금을 깎아주는 예산 등은 삭제하고 공무원 월급도 올해 인상분 삭감은 물론 그 이상으로 고통분담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말로는 국민통합을 외치며 기업과 고소득자에게 선의나 구걸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냐”며 “지금은 기업의 선의 뒤에 숨는 후원자를 자처할 때가 아니라 재난 시기 사회연대를 이끌어낼 책임있는 정치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2년간 한시적으로 ‘특별재난연대세’ 도입을 주장했다. 

▲ 14일 동아일보 5면
▲ 14일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여당 내부에서도 이익공유제의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이 나왔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이익공유제 취지에는 공감하나 자발적 참여로 실효성 담보가 안 된다”며 “사회연대세라는 정공법으로 하는 게 적절하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다른 기사에서 ‘이익공유제’에 대한 재계 입장을 전했다. 이 신문은 “재계에 따르면 코로나 이익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큰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 신문에 “기업이 수익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코로나 수혜 기업’이라고 특정 짓는 것은 무리한 발상”이라고 했고, 한 정보기술기업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기에 얻은 이익을 무조건 코로나 때문으로 몰아갈 수 없다”며 “위험을 감수하고 투자해 일궈낸 혁신의 결과물”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도 이익공유제를 비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준조세나 다름없고 법에 없는 법인세를 기업에 물리는 것”이라고 지적했고,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정부가 할 일을 민간 기업에 떠넘기려는 발상”이라며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갈라치기”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대구의 한 독자기고를 통해 “단지 이익을 많이 냈기 때문에 어려운 사람을 도우라는 것은 사회주의 체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억지 논리”라며 “‘코로나 이익공유제’는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 이동훈 논설위원은 ‘만물상’ 칼럼에서 코로나로 최대 이익을 본 정권부터 토해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표의 이익공유제 추진 소식에 대해 SNS 댓글이라며 “코로나 때문에 가장 큰 혜택을 본 집단은 정권과 민주당이니 너희 월급부터 내놓아라”, “코로나 덕에 당선된 의원 월급 70%를 환수하자”, “정권이 본 이익은 하늘에서 떨어진 로또다. 얼마 내놓을래?” 등을 인용했다. 

그는 “정권은 그동안 이익공유는 고사하고 철저하게 독식했다”며 “코로나로 이익을 가장 많이 본 정권과 민주당은 이를 바탕으로 독주·폭주했으면서 코로나 상황에서 힘들게 실적을 낸 기업들을 향해 번 돈을 토해내라고 한다. 참으로 염치가 없다”고 비판했다. 

▲ 14일 한겨레 사설
▲ 14일 한겨레 사설

 

사설에서 보수언론 비판한 한겨레 

한겨레는 사설에서 “‘코로나 양극화’는 우려가 아닌 현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득·자산 격차는 더 심해지고, 민생의 어려움도 그만큼 커질 것”이라며 “이익공유제, 특별재난연대세, 사회연대기금 등 다양한 대책들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가 더욱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보수언론들은 양극화 완화를 위한 다양한 제안을 모두 ‘반시장·반헌법적 정책’으로 규정한다”며 “‘편가르기’ ‘기업 팔 비틀기’ ‘선거용’이라는 딱지를 갖다 붙인다”고 지적했다. 

최근 이 대표가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뒤 여야 의원들이 이익공유제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다른 대안들을 내놓았는데 한겨레는 이에 대한 평가나 비판, 이견을 드러내는 것보다는 이러한 양극화 완화 대안들의 논의 필요성과 그 취지를 더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3일 사설에서 “코로나 때문에 돈 벌었으니 토해내라고 요구한다고 될 일인가”라고 했고 중앙일보도 사설에서 “임박한 선거 일정을 고려한 정략”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해당 부분을 인용한 뒤 “야당인 국민의힘은 보수언론들의 이런 주장을 그대로 수용해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며 “‘코로나 승자’들한테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것에 반대한다면 실효성 있는 대안을 제시하는 게 마땅하지만 이들 언론은 정부가 빚을 더 내거나 증세를 해 재정지원을 늘리자는 데 대해서는 더 강하게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겉으로는 양극화 해소가 절실하다고 말하면서 가장 핵심적인 재원 마련 방안은 모두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라며 “앞뒤가 맞지 않는 위선적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왜 남의 몫을 빼앗아가느냐’는 식의 저급한 주장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1면 톱기사 “법으로 막는 영업 법으로 보상 추진”에서도 중소상공인 등 코로나로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재정지원에 대해 정치권이 대체로 공감하는 측면에 주목했다. 

보통 언론에서 정의당의 주장을 전하며 이 대표 이익공유제 제안을 비판한 것에 초점을 뒀지만 한겨레는 피해국민에 대한 재정지원 필요성을 공감한다는 면을 부각했다.

한겨레는 “정의당은 민주당 보다 적극적”이라며 “정의당은 이미 지난 12일 소상공인 영업손실 보상법을 2월 국회에서 논의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보도했다. 국민의힘 역시 재정지원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재정부담을 우려해 “신중한 자세를 보인다”고 표현했다.

▲ 14일 세계일보 6면
▲ 14일 세계일보 6면

 

코로나 내세워 징벌적 손배 추진하나

세계일보는 여당이 언론보도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등 관련법을 추진하는 소식을 전했다. 

이낙연 대표는 1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는 며칠 전 미 국회의사당이 시위대에 점령되는 사태를 목격했다”며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를 믿고 휘둘리면 견고해 보이던 민주주의도 한순간에 흔들릴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방역과 백신 관련 가짜뉴스는 물론 최근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약과 민간요법이 코로나 치료약으로 둔갑해 퍼지고 있다”며 “사회 신뢰와 연대, 민주주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반사회적 범죄로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이 대표는 “당 차원에서 더 단호하게 대처하고 필요하면 전담기구 설치도 검토했으면 한다”며 “관련 입법은 2월 임시국회에서 마무리해야겠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이 대표가 강조한 법안이 윤영찬·이원욱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민법 개정안이라고 설명했다. 윤 의원 법안은 허위사실을 유포해 타인에게 피해를 줄 경우 피해액의 3배 이내로 손해배상을 해야한다는 내용이고 이 의원 법안이 명시한 손배액은 5배 이내로 더 무겁다. 또 민주당 의원들이 언론 관련 발의한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8건이 있다. 

세계일보는 “민주당 행보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려는 시도라는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며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검찰개혁에 이은 언론개혁을 내세워 언론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노동당 8차 대회 분석...평화프로세스 골든타임 시작

 [현안진단] 북한 제8차 당 대회와 '조건부 관계개선론'

2020년 1월 5일 개막된 북한 노동당 제8차 대회는 7일까지 이어진 김정은 위원장의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 이어 9일 당규약 개정, 10일 당중앙지도기관 선거 진행, 11일 부문별 협의회에 들어갔다. 총화보고와 노동당 8기 중앙위원회의 새로운 구성,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당 총비서 추대결정으로 대회는 사실상 마무리 수순을 밟았다.


2016년 5월 치러진 제7차 당 대회에서 노동당 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김정은 위원장은 명실상부한 자신의 시대를 개막했다. 제7차 당 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경제·핵무력병진노선을 항구적 노선으로 천명하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공표했다. 반면 이번 제8차 대회는 대북제재, 코로나 19사태, 그리고 수해 등 복합적인 위기상황에서 개최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1995년 1월 1일 김정일 위원장에 이어 26년 만인 올해 1월 1일 김정은 위원장 역시 인민들에게 친필 연하장을 보냈다. 김정일, 김정은 위원장의 친필 연하장의 공통점은 모두 위기 상황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김정일 위원장이 친필 연하장을 보낸 시점은 북한 정권 스스로 최대의 위기라고 인정한 고난의 행군기였으며, 김정은 위원장의 경우도 당 대회를 앞두고 중복성을 고려하여 신년사를 대신한 탓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여하튼 3중고로 고난의 행군기에 버금가는 위기를 겪고 있는 시점이다.


 

2020년 김정은 위원장의 공개 활동은 전성기의 1/4 수준에 그쳤으며, 경제분야 활동 역시 최저 수준이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0년 11월 북한의 실질 대중 수출액은 2382달러에 불과하며, 이는 북한 경제의 절박한 현실을 알려주는 대표적 사례일 뿐이다. 


김정은 위원장 스스로도 당 대회 개회사에서 '일찌기 있어본 적 없는 최악중의 최악으로 계속된 난국'이 커다란 장애를 몰아왔고,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목표는 거의 모든 부문에서 엄청나게 미달'되었다고 지적하였다.


 

▲ 9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지난 5~7일 8차 당 대회 기간 동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보고한 사업 총화 내용을 보도했다. ⓒ로동신문

제8차 당 대회로 본 북한의 전략


 

제8차 당 대회 개최의 의미를 두고 김 위원장은 "도전은 외부에도, 내부에도 의연히 존재하고 있다"며 "다시는 폐단이 반복되지 않게 단호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당 대회가 당 강화발전과 사회주의 위업 수행에서, 국력 강화와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한 투쟁에서 획기적인 도약을 일으키는 디딤점이 되고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을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개막 당일인 1월 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이어진 김 위원장의 총화보고는 "1.총결기간 이룩된 성과, 2.사회주의 건설의 획기적 전진을 위하여, 3.조국의 자주적 통일과 대외관계 발전을 위하여, 4.당사업의 강화발전을 위하여" 등 4개 분야로 구성되었다. 제7차 당 대회는 대남, 대외가 별도의 분야로 다루어진데 비해 이번의 경우 1개 분야로 통합되었다.


김 위원장은 개회사에서 "결함의 원인을 객관이 아니라 주관에서 찾고 주체의 역할을 높여 모든 문제를 풀어나가는 원칙"을 강조했다. 이는 북한이 처한 문제의 원인을 대북제재를 초래한 핵·경제병진노선의 정책적 한계라는 객관적 요인이 아닌 북한 내부에서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노선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비사회주의, 반사회주의적 현상을 쓸어버리고 온 나라에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철저히 확립"하겠다며 변화보다는 기존 사회주의 체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도를 내보였다.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 방향의 경우 기존의 자력갱생형 정면돌파전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기본종자, 주제는 여전히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국가경제는 자립경제이고 계획경제이며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는 경제"라며 "경제사업에 대한 국가의 통일적 지도를 실현하기 위한 기강을 바로세우고 국가적인 일원화 통계체계를 강화할 것"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시장경제의 진전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분야의 성과가 미진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은 국방분야의 성과를 강조했지만 대체로 이미 공개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다탄두 탄도미사일, 핵잠수함, 인공위성 등을 언급했지만 단기간에 실현이 어려운 계획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김 위원장이 "새로운 핵잠수함설계연구가 끝나 최종 심사단계"에 있다고 언급한 것은 무기 개발의 초기 단계인 개념 연구를 의미하며, 북한이 소수의 핵선진국들만 보유한 핵추진 잠수함의 건조 기술을 확보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또한 "다탄두개별유도기술을 더욱 완성하기 위한 연구사업을 마감단계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언급에 비추어 그 동안 북한이 공개한 다탄두형 탄도미사일은 실전배치용이 아닌 목업(mockup)이라는 점도 간접적으로 확인되었다.


그럼에도 북한이 이렇게 다양한 종류와 수준의 무기들을 나열하고 핵무기 증강계획을 언급한 것은 우리의 군사력 강화와 한미 연합훈련을 견제하고 향후 북미 협상을 핵군축 프레임으로 가져가려는 정지작업으로 보인다.


상대측에 공을 넘긴 대미·대남정책


 

남북관계와 대외관계 분야의 경우 기존의 교착 국면을 유지하면서도 상대측의 움직임에 따라 협력의 소지를 남긴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총화보고에서 남북관계 교착의 원인을 남측으로 돌리며 "중대한 기로에 서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파국에 처한 현 북남관계를 수습하고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나가야 한다"며, "북남선언들을 무겁게 대하고 성실히 리행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조선당국의 태도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가까운 시일 안에 북남관계가 다시 3년 전 봄날과 같이 온 겨레의 념원대로 평화와 번영의 새 출발점에로 돌아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측이 먼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겠지만 계기가 만들어질 경우 근시일내에 남북관계가 복원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견지한 것으로 보기 힘들며 오히려 협상의 소지를 남겨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선 제7차 당 대회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미국에 대한 언급과 공격적 언사가 축소되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조·미관계 수립의 열쇠는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정책을 철회하는데 있다"며 "앞으로도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이는 2020년 7월 10일 김여정 제1부부장의 대미 담화에서 이미 천명된 것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 대응 수위를 결정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당 조직 개편의 내용과 특징


 

이번 당 대회에서 개정된 당규약을 통해 노동당 정무국이 비서국으로 환원되었으며, 김정은 위원장은 총비서로 추대되었다. 그림자 실세 조용원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은 정치국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상무위원에 진입했으며, 당비서, 그리고 당중앙군사위원회 위원까지 겸직하게 되었다. 경제사령탑인 박봉주의 경우 당부위원장과 상무위원직을 모두 상실했다. 최선희 외무성 부상도 당중앙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되었는데, 북·미 비핵화 협상 실패의 책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위상 강화가 예측되었던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했다. 그 동안 김 제1부부장이 주도했던 대남, 대미 관계에서의 성과부재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제1부부장의 실질적 위상이 약화된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 당 대회에서 처음으로 39인 집행부에 20번째로 이름을 올렸으며, 대회기간 내내 주석단 김정은 위원장 뒷줄에 조용원과 함께 앉아 있었다. 향후에도 김여정이 대남, 대미 관계 전반을 관장할 가능성이 있다.


김영철은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비서직에서는 제외되었다. 김영철은 원래 남북관계에 특화된 인물로 오히려 통일전선부의 위상이 강화된다는 점에서 향후 대남정책이 보다 적극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리선권 외무상은 자리를 지켰지만 정치국 후보위원 중 맨 마지막에 호명되었다. 김영철과 리선권은 김여정의 지휘 하에 대남 대미관계를 전담하게 될 개연성이 있다.


 

▲ 11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로동당(노동당) 총비서로 추대됐다고 보도했다. ⓒ로동신문

다시 보는 김정일 레거시(legacy)


 

수십만 명 이상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기 이후 김정일 위원장이 선택한 돌파구는 남북관계였다. 고난의 행군기 마지막 해인 1998년 6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소떼를 몰고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금강산관광 사업에 관한 합의서 및 부속합의서'를 체결했다. 정주영 회장의 방북은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사업을 비롯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는 상징적 계기였다. 이어진 2000년 최초의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관계 개선의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으며, 이는 2007년의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북한 군부의 반대를 물리치고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개성공단사업을 결정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금강산관광사업 10여 년간 193만여 명이 해로와 육로를 통해 금강산을 관광했으며, 이로 인한 수익은 북한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다.


 

북한의 김덕훈 총리는 지난해 12월 금강산을 방문해 개발계획을 재차 확인했으며, 8차 당 대회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도 "금강산지구를 우리 식의 현대적인 문화관광지로 전변시켜야 한다"며 구체적 목표를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2019년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을 조건 없이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100%가 남측이며, 금강산 관광객 역시 대부분 남측이다. 남북 협력 없이 북한 경제의 미래를 보장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많은 탈북민들이 남북관계의 전성기였던 2000년 이후 10여 년간을 북한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았던 시기로 회상하고 있다. 제7차 당 대회 당시 4.25 문화회관 대회장 벽에 걸려있던 '백전백승' 구호는 이번 제8차 당 대회에서 인민을 강조하는 '이민위천(以民爲天)'으로 바뀌었다. 선대인 김정일 위원장은 진정한 이민위천의 길은 남북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실천에 옮기는 유산을 남겼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골든타임


 

퇴임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미국과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남긴 성과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비핵화 협상은 화려한 탑다운(top-down) 방식이었지만 실질적인 성과도출에는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미 정상간 채널이 확보되었으며, 2017년 전쟁위기에 직면했던 한반도 상황도 안정적으로 관리되었다.

 


이미 트럼프 레거시가 있다는 점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역설적으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후보 시절 TV토론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핵이 없는 한반도를 위하여 그(김정은)가 핵능력을 축소하는 조건"이라고 말했다. 빅딜을 추구했던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스몰딜의 수준에서도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현재까지 바이든 당선인과 주변 참모들의 언급을 종합해 볼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이 있을 경우 스몰딜의 합의가 가능하며, 각 단계별 스몰딜을 통해 최종적인 비핵화를 추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바이든 당선자와 주요 외교안보라인이 이란 핵합의를 도출한 인물들이라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행동 대 행동 원칙의 스몰딜을 북한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국내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일본의 스가 총리는 금년 도쿄 하계올림픽의 성사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이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시작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데자뷔가 될 수 있다.이 경우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북한의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일본을 거쳐 한국을 방문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남북‧중‧일이 협력구도를 형성할 경우 2032년 남북 공동올림픽 개최 구상도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동아시아 평화 릴레이 올림픽 전략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로 접어든다는 점에서 금년 상반기가 골든타임이다. 북·미 비핵화협상을 견인하고 동아시아 평화 릴레이 올림픽 전략의 구체화를 위한 코리아 이니셔티브(Korea Initiative)가 필요하다. 출발점은 남북관계에서 찾아야 한다. 북한이 8차 당 대회에서 남북관계 타개에 손을 내민 만큼 대북 특사는 물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남북대화를 복원하고 금년 상반기 내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언급한 '봄날'로 되돌아 가야한다.


특히 김 위원장이 "미국과의 합동군사연습을 중지해야 한다는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합동군사연습과 남북관계를 조율하는 일이 시급하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확립을 기다릴 일이 아니라 북한의 협력의사를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끌어내는 창의적 발상이 중요하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011311470540011#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월성원전 방사능 누출 논란, 한수원 반박에도 해명되지 않는 여러 지점들

 터빈건물서 발견된 고농도 우물 조치 뒤에도 6만 베크렐 검출, 수차례 보수한 감마핵종 발견 수조 등

이승훈 기자 lsh@vop.co.kr
발행 2021-01-13 16:29:19
수정 2021-01-13 16: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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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역대 최대 규모(5.8)의 지진이 발생으로 경주 월성 원전 1~4호기가 안전점검을 위해 일시 중단됐다.
지난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역대 최대 규모(5.8)의 지진이 발생으로 경주 월성 원전 1~4호기가 안전점검을 위해 일시 중단됐다.ⓒ김철수 기자  

최근 경주 월성원전 3호기 터빈건물 하부 배수관로에서 고농도의 삼중수소 우물이 발견되고 주변 보초·감시 우물에서도 상당량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되면서, 방사성물질 누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논란은 최근 경주 월성원전 인근 주민 및 환경단체에 한수원 문건이 내부고발 형태로 투서되면서 시작됐다.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이라는 제목의 이 문건은 지난해 6월 23일 작성된 것으로, 월성원전 1·2·3·4호기 주변 보초·감시·부지경계 우물(총 27곳) 그리고 뜻밖의 우물(월성 3호기 터빈건물 내부에서 발견)에서 삼중수소 농도를 측정한 결과 등이 적혔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배출관리기준을 초과하여 삼중수소 등 방사성물질이 배출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또 국민의힘 등 일부 정치권에서도 이 같은 반박에 기대 방사성물질 누출 의혹을 ‘괴담’으로 취급하고 있다.

이에, 정말 문제가 없는지 논란의 시작이 된 한수원 자료에서 확인되는 문제점을 한수원의 해명자료와 환경단체·더불어민주당 특별위원회 검토 자료 등을 토대로 정리해 봤다.

한수원이 2020년 6월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는 이 같은 현황이 적혀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터빈건물 맨홀에서 문제의 고인물이 최초로 발견됐다. 이 고인물은 액체폐기물 계통으로 처리됐으나, 여전히 해당 부근에서 리터당 6만 베크렐 수준의 고농도 고인물이 형성되고 있다.
한수원이 2020년 6월 작성한 월성원전 부지 내 지하수 삼중수소 관리현황 및 조치계획에는 이 같은 현황이 적혀 있었다. 이 자료에 따르면, 2019년 4월 터빈건물 맨홀에서 문제의 고인물이 최초로 발견됐다. 이 고인물은 액체폐기물 계통으로 처리됐으나, 여전히 해당 부근에서 리터당 6만 베크렐 수준의 고농도 고인물이 형성되고 있다.ⓒ한수원 내부 보고서

① 월성 3호기 터빈건물서 발견된 우물 논란
제거 뒤로도 6만 베크렐 상당 고농도 우물 형성
3호기 주변 우물서도 비교적 높은 농도 관측

가장 먼저 문제가 된 것은 월성 3호기 터빈건물 하부 지하 배수관로에서 발견된 우물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4월에 이 우물이 최초 발견됐으며 해당 우물에서 리터(L)당 71만3000 베크렐(Bq)의 삼중수소가 측정됐다. 이는 원전 주변에 방사성물질이 새고 있는지 관측하기 위해 설치된 보초·감시 우물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삼중수소 농도(리터당 4만 베크렐)보다 약 18배 높은 고농도이며, 예기치 않은 발견이어서 주민 및 환경단체가 강한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원전 주변 지역이 아닌 원전 건물 내 특정 지점에서 일시적으로 검출된 것”이라며, 발견 즉시 액체폐기물계통으로 회수하여 절차에 따라 처리했기에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또 일부 언론에 보낸 설명자료에서는 “공기 중에 있는 미량의 삼중수소가 장기간에 걸쳐 고인 물에 전이된 것”이라며 논란을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왜 고농도 우물을 제거한 뒤로도 문제의 장소에서 리터당 6만 베크렐 수준의 삼중수소가 검출되는지’, ‘원전 운영 30년 동안 왜 이제야 문제가 발견됐는지’ 등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또 한수원은 문제의 월성 3호기 주변에서 관측된 보초·감시 우물의 삼중수소 농도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월성 3호기 주변에는 WS-3, WS-6, WS-4, SP-5 등의 보초·감시 우물이 있는데 이곳에서 최대 리터당 각 3800 베크렐, 1950 베크렐, 1140 베크렐, 3770 베크렐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됐다. 이는 통제가 안 되는 상황으로 삼는 배출관리기준에는 미치지 않지만 ‘리터당 336 베크렐에서 짙어봐야 1000 베크렐을 조금 넘는 다른 20여 곳의 보초·감시·부지경계 우물’에 비해 꽤 높은 농도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도 이 관측 내용을 짚으며 “3호기의 어느 지점에서 삼중수소가 지속해서 새어 나와 주변을 오염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월성 4호기에서 7회에 걸쳐 감마핵종이 미량검출됐다.
한수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 사이에 월성 4호기에서 7회에 걸쳐 감마핵종이 미량검출됐다.ⓒ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제공

② 4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 수조에서 ‘감마핵종’
2010년부터 보수작업...10년 가까이 누설됐나?
에폭시라이너 외 콘크리트 구조물 균열 우려

충격적인 지점은 2019년 8월부터 2020년 5월까지 월성 4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SFB) 집수정에서 7회에 걸쳐 방사성물질인 ‘감마핵종’이 검출됐다는 점이다. 감마핵종은 삼중수소와 달리 콘크리트를 통과할 수 없다. 그런데도 감마핵종이 발견됐다는 것은 사용후연료저장조에 균열 등이 있을 수 있다는 대단히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더군다나 더불어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 등에 따르면, 월성원전 4호기 사용후연료저장조는 타 원전과 달리 2010년·2014년·2018년·2019년 여러 차례 보수작업의 대상이 됐다. 이같이 반복해서 보수작업이 이루어졌어야 하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다른 원전과 달리 월성원전 사용후연료저장조 내부가 근본적으로 취약한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월성원전을 제외한 다른 원전의 사용후연료저장조는 6mm 두께의 스테인리스 철판을 이용해 방수공사를 한 반면, 월성원전(1~4호기) 사용연료저장조의 방수는 고작 1mm 두께의 에폭시라이너를 칠한 것이 전부인 것으로 전해졌다.

월성 1호기 에폭시라이너와 관련해서는 최근 3년간 균열, 부품 등 525곳의 문제가 발견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수원은 “감마핵종 미량검출 원인은 2019년 5월~6월에 있었던 사용후연료저장조 보수 공사 이전의 잔량으로 추정되고, 보수 후에는 감마핵종이 검출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보수공사를 했음에도 감마핵종이 발견된 것이어서, ‘그동안 감마핵종이 얼마나 누출됐었는지’ 그리고 ‘다시 검출되는 일은 없을지’ 등과 관련한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어려운 상황이다.

노란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보초우물에서는 최대 리터당 2만8200 베크럴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는 다른 우물보다 10배에서 100배 높은 수준이다.
노란색 반투명 원으로 표시된 보초우물에서는 최대 리터당 2만8200 베크럴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이는 다른 우물보다 10배에서 100배 높은 수준이다.ⓒ한수원 내부 보고서
다른 곳보다 10~100배 높은 농도 삼중수소 검출
다른 곳보다 10~100배 높은 농도 삼중수소 검출ⓒ한수원 내부 보고서

③ 다른 곳보다 농도 100배 높은 보초우물
배관 교체했으나, 여전히 높은 농도 관측
“한수원,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나”

월성 2호기 후면에 설치된 WS-2 보초우물 삼중수소 농도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이곳에서는 최대 리터당 2만8200 베크렐 상당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됐다. 기준치를 넘는 농도는 아니지만 다른 관측 우물에 비해 10~100배 높은 수준이다.

한수원은 2차 계통수 누설이 원인이라고 추정하고 지난해 4~6월경 매설 배관을 교체했으나, 최근까지도 WS-2 보초우물에서 다른 우물에 비해 10배 이상의 삼중수소 농도가 관측되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다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수원도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 “그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용후연료저장조 및 주변 구조물 측면도
사용후연료저장조 및 주변 구조물 측면도ⓒ더불어민주당 제공

④ 처음이 아니다...최후의 방벽 손상 사건
2012년경 발생했지만, 여전히 보수 못 해

월성원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한수원은 2012년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를 설치하는 과정에서 ‘오염수 외부확산을 막는 최후의 방벽인 차수막’(월성 1호기)이 손상됐음에도, 이를 모르고 있다가 6년이 지난 2018년 8월에서야 인지하고,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19년 5월에서야 인근 주민들에게 알린 바 있다.

이후 한수원은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를 철거하고 손상된 차수막을 2020년 1월까지 보수하겠다고 했으나, 계획이 두 차례 미루어지면서 오는 2021년 6월까지 보수하겠다고 한 상황이다.

또 이 사건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월성 1호기의 차수막이 콘크리트 구조물로 시공된 월성 2·3·4호기와 다르게 점토(흙)로 시공된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한수원이 6년 뒤에서나마 문제점을 알 수 있었던 것은 월성 2·3·4호기 설치 인허가 과정에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KINS의 지적이 없었더라면 2·3·4호기도 동일한 차수막 손상이 발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비계획적 방사성물질 누출 사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1.13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이 1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월성원전 비계획적 방사성물질 누출 사건'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1.13ⓒ정의철 기자/공동취재사진

기준치 이하라 아무런 문제 없다?
“어디서·얼마나·어디로 샜는지 아무도 몰라”
“투명한 공개, 시민 참여 조사위 구성” 촉구

한수원은 기준치를 넘어선 바 없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과 환경단체 입장은 다르다. 기준치를 넘진 않았어도 월성원전 주변 27개 모든 우물에서 삼중수소가 관측되고 있고, 원전에서 멀리 떨어진 부지에 위치한 부지경계우물(SP-1)에서도 꽤 높은 농도(리터당 1320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관측됐기 때문이다.

주민·환경단체 입장에서는 방사성 물질 외부 누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등이 지난 12일 경주시청 앞 기자회견에서 “연간 5475억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외부로 유출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한수원에 지하수 흐름에 대한 조사를 촉구한 이유다.

한편, 13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환경특별위원회·탄소중립특별위원회·과학기술정방송통신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양이원영 환경특위원장은 “현재 확인된 것만으로도 월성원전 부지 전체가 굉장히 광범위하게 오염돼 있단 걸 확인할 수 있다”라며 “이게 월성원전 부지 바깥으로 나갔는지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 참여한 양이원영 등 34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오는 18일 오전 월성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고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월성원전 인근 주민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하고, 주민 참여 민관합동조사위원회 구성 등 주민들이 요구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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