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19일 일요일

[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다시 보면 진짜 웃긴 윤석열표 공정

 

이완배 기자 

발행2021-12-20 06:01:34 수정2021-12-20 06:01:34

그 글이 쓰인 당시 말고, 시간이 좀 지난 뒤 다시 보면 심각하게 웃긴 글들이 있다. 예를 들면 6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발표한 선대위 출범 연설문 같은 게 그런 거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그의 연설문 중 일부를 발췌한다.

“공정이 상식이 되는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 공정은 현란한 말솜씨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살아온 묵직한 삶의 궤적이 말해주는 것입니다. 가장 낮은 곳부터 시작하는 윤석열표 공정으로 나라의 기본을 탄탄하게 하겠습니다. ··· 일한 만큼 보상을 받고, 기여한 만큼 대우를 받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힘든 삶의 여정을 묵묵히 감내하며 내일의 희망을 꿈꾸는 국민들을 위해 기회가 풍부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지금 읽어보면 진짜 웃기지 않나? “일한 만큼 보상을 받고, 기여한 만큼 대우를 받는” 게 윤석열표 공정이라는데, 정작 그의 배우자는 일을 한 적도 없는 경력을 지원서에 적어놓고, 기여한 바도 없는 수상 경력을 자기 것으로 둔갑 시킨다. 그런데도 그는 무려 영부인의 대우를 받으려 한다.

“공정은 현란한 말솜씨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살아온 묵직한 삶의 궤적이 말해주는 것입니다”라는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뒤집어졌다. 아, 삶의 궤적이 참 묵직도 하시다. 얼마나 묵직하신지 쏟아지는 지원서 허위 기재 의혹이 열 손가락으로도 다 세어지지 않는다. 이게 안 웃긴가?

윤석열표 공정? 애초에 그런 건 없었다

아무튼 한바탕 웃긴 개그, 잘 봤다. 나는 윤석열 후보가 ‘윤석열표 공정’이라는 것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그게 진심으로 웃기다고 생각한 사람이었다.

민주화가 이뤄진 이후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중 자기만의 가치 없이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게 옳건 그르건 말이다.

그리고 자기만의 가치가 있다는 이야기는 그 가치를 지지하는 새로운 세력이 있었다는 뜻이다. 즉 1997년 당선된 김대중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들은 자기만의 가치, 자기만의 세력을 창조하며 대권을 거머쥐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국회사진취재단

비록 최악의 대통령이긴 했어도 신자유주의를 앞세운 이명박과, 박정희식 복고의 가치를 내세운 박근혜조차 자신만의 가치와 세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윤석열 후보에게는 그런 게 아예 없다.

그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반(反) 문재인의 깃발뿐인데, 이건 자기만의 가치가 결코 될 수 없다. 당연히 그를 지지하는 세력도 그가 창조한 새로운 세력이 아니다. 윤석열 후보 자리에 꿔다 놓은 빗자루를 갖다 놓아보라. 그만큼 지지율이 안 나오나. 이건 윤석열 후보가 하나도 새로울 것 없는, 그냥 옛 보수의 총합체 같은 인물이라는 뜻이다.

가진 게 없다보니 내세울만한 철학이 없다. 그러다보니 겨우 하나 찾아낸 것이 윤석열표 공정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조차 무슨 철학적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 그냥 “나는 반(反) 문재인이다”를 좀 있어보이게 표현한 것인데, 아무리 검토해 봐도 윤석열 후보와 그의 가족들은 자신의 기준으로도 공정한 삶을 산 자들이 아니다. 즉 윤석열표 공정은 애초부터 자신의 ‘철학 없음’을 숨기는 허상이었다는 이야기다.

무엇이 공정한가?

지금부터는 윤석열표 공정을 조금 심도 깊게 분석을 해보자. 이게 ‘심도’씩이나 필요한 일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가 그 허황된 윤석열표 공정 하나로 유력 대선후보가 되었으니 이걸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윤석열표 공정은 크게 ①힘든 삶의 여정을 묵묵히 감내하는 국민들에게 풍부한 기회가 부여되는 세상과 ②일한 만큼 보상을 받고, 기여한 만큼 대우를 받는 세상 이 두 가지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 두 문장은 서로 심각한 충돌을 나타낸다. ①힘든 삶을 묵묵히 감내하면 기회가 주어지고 ②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 게 공정이라는데, 현실은 ①힘든 삶을 아무리 묵묵히 감내해도 ②보상은커녕 제대로 일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한 만큼 보상을 받는다’는 말은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을 가면 큰 보상을 받는다는 말일 것이다. 그런데 이건 절대 힘든 삶의 여정을 묵묵히 감내한다고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다. 아무리 힘든 삶의 여정을 묵묵히 감내해도 저 보상은 대부분 있는 집 자식들과 사회적 기득권들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아니라고 우기지 말라. 한국장학재단의 국가장학금 통계에 따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이른바 SKY로 불리는 명문대 신입생 중 고소득층(월 소득 949만 원 이상) 자녀 비율은 2020년 절반이 넘는 55.1%였다. 이 중 서울대의 고소득 가정 출신 신입생 비율은 무려 62.9%였다.

의대도 마찬가지다. 전국 40개 의대 신입생의 52.4%가 고소득층 집안 출신이고, SKY 의대 신입생 중 고소득층 자녀 비중은 무려 74.1%에 이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나? 한국 사회가 공정을 ‘누구나 동일선상에 서게 한 뒤 달리기 시합을 시켜 이긴 자에게 상을 잔뜩 주는 일’ 정도로 잘못 해석하기 때문이다. 이런 공정은 결국 기득권층의 권력을 강화시킬 뿐이다. 헤비급과 플라이급을 한 링에 올려놓고 “공정하게 복싱 룰로 싸워! 이긴 자에게 상을 잔뜩 줄 거야”라고 말하는 게 어떻게 공정한가?

그들의 공정은 공정이 아니다

그래서 윤석열 후보의 고민 없는 공정은 기득권 권력의 끊임없는 강화를 낳는다. 이 때문에 그들 부부는 이력서에 허위를 기재하고도 “돋보이려고 한 일인데 그게 무슨 잘못이냐?”라고 큰소리를 친다. 왜냐하면 그들의 공정은 결국 기득권을 강화하는 것인데, 자기들이 한 짓 또한 기득권을 강화한 것이니 매우 공정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윤석열표 공정이 현실화되면 벌어질 일을 상상해보자. 검사들은 공정하게(!) 사법고시를 합격해 권력을 잡았으니 그 권력은 더욱 비대해 질 것이다. SKY 출신 고위 관료들 또한 공정하게(!) 행정고시를 통해 권력을 잡았으니 그 보상이 하늘을 찌를 것이다.

윤석열표 공정이 극대화된 사회가 바로 속칭 ‘기회의 땅’이라는 미국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아이비리그에 진출해 월스트리트에 채용되면 그들은 일약 사회 0.1%가 돼 평생을 떵떵거리고 산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게 바로 아메리칸 드림이다”라고 떠든다.

하지만 정작 그 사회에서 살아보면 아메리칸 드림이 얼마나 개풀 뜯어먹는 소리인지 누구나 실감할 것이다. 열심히 공부를 하면 아이비리그에 입학할 수 있나? 태어나보니 공부는커녕 하루하루 살아갈 길이 막막한 경우가 태반인데?

사람들은 ‘나도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어!’라고 착각할지 모르나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는다. 그건 미국이 지향하는 공정이 아니고, 윤석열 후보가 지향하는 공정도 아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링 위에 올려놓고 “싸워서 이기면 상을 줄게”라고 이야기하려면 최소한 모든 사람들이 링 위에 올라가 상대와 싸울 수 있는 동일한 체급부터 갖춰야 한다. 그게 진짜 공정이다. 즉 공정이라는 가치를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 땅에 태어난 그 누구도 보편적으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기본적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표 공정에는 이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그러니 기득권이 기득권짓 하는 게 공정으로 둔갑되고, 가족의 허위 지원서 기재에 대해 대통령 후보가 “뭐가 문제냐?”며 성질을 내는 사태가 벌어진다.

윤석열표 공정은 지금 당장 쓰레기통에 내다 버려야 한다. 그가 이미지를 조작한 이 엉터리 공정을 빼고 나면 윤석열 후보의 실체가 보일 것이다. 그게 뭐냐고? 반 문재인 빼면 아무런 가치조차 없는, 그냥 보수 기득권 세력의 꼭두각시가 되어 이 땅의 공동체성을 마구 짓밟을, 절대로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되는 최악의 정치인이 바로 그것이다.

"이번 선거, 네거티브로 갑니다"... 시골마을 전략회의

 

[노일영의 프로골퍼의 좌충우돌 마을기업 도전기] 오랜만의 마을이장 선거

21.12.20 07:14l최종 업데이트 21.12.20 07:14l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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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린 새벽 음천마을
ⓒ 노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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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얘기가 나오자 신난 사람은 남편 하나뿐이었다. 반장은 박 영감의 변절 때문에 이장 교체에 관해 시큰둥해졌고, 마을의 원로인 박 영감은 이제는 회의에서 자신의 발언이 씨알도 안 먹힌다는 걸 느끼고 "늙으믄 죽어뿌야지" 이 말만 반복했다.

박 이장은 처음에는 시간 낭비라며 투표를 거부했지만, 협동조합과 마을기업 일부 참여자들의 거센 반발에 꼬리를 내리고 마지못해 이장 후보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동네 주민들은 바야흐로 유권자의 신분으로 변해버렸다.
 

얼떨결에 경선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자 투표를 제안한 나 역시 혼란한 감정에 휩싸였다.


'욱하는 마음에 내가 미친 짓을 한 거 아냐?'
'그래도, 여자라서 이장을 할 수 없다는 건 말도 안 되잖아.'
'아니야, 굳이 내가 이장을 할 이유는 없지, 부산댁 언니도 있고, 할 사람도 많은데.'

남편은 물 만난 고기처럼 지느러미를 바쁘게 움직였다. 마을 회의가 끝나자마자 남편은 반장과 소평댁, 그리고 부산에서 귀촌한 부산댁을 선거사무실로 변한 우리 집으로 불러들였다. 박 영감에게 배신을 당해 의기소침해진 반장을 향해 남편이 진지한 표정으로 뻐끔뻐끔 입을 열었다.

"반장님은 이번에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서 박 영감 아저씨한테 복수를 한번 하시구요."
"선거대책본부장? 그게 뭐 하는 물건인데, 그 형님한테 복수를 할 수 있다는 거야?"


"소평댁 아주머니는 조직국장을 하시면 되고, 부산댁 아주머니는 비서실장, 그리고 저는 선거사무장을 맡는 걸로···."
"이봐, 위원장! 이게 무슨 자다가 남의 다리 긁고 안 시원하다고 화내는 소리야?"

"반장님, 아니 본부장님! 우리 후보자님을 이장으로 만들려면 선거조직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급하게 조직을 만들었구요."
"거참, 나랑 소평댁, 부산댁이 승낙을 해야 조직이든 뭐든 만들어지는 거지. 뭐 자네 혼자서 지껄인다고 조직이 만들어지는 건가? 자네가 선거에 대해 뭘 안다고···."


"선거라면 제가 또 왕년에··· 어쨌거나 용장 밑에 약졸 없다고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
"약졸? 그러면 내가 자네 밑에 졸개라는 말인가?"


후보자님? 남편에게 들어본 말 중에 가장 극존칭이었다. 아무튼 나는 이 인간의 종잡을 수 없는 정신세계에 아직도 적응하기가 힘들다. 연애 시절 남편의 단순하고 예측 가능했던 그 캐릭터는 대체 무엇이었단 말인가.

남편이 선거와 관련해서 반장에게 한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남편이 몇 년 전 선거 공부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정작 지방 선거 때 선거사무장 자리를 제안 받고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더니 아프다고 방에 드러눕고 말았다.

어쨌든 마을에서 이장을 선출하는 선거는 정말 오랜만이었다. 우리 마을의 이장 임기는 2년인데, 통상적으로 한 번 이장을 맡으면 4년에서 6년 정도 연임을 했다. 그리곤 현재 이장이 다음 이장을 추천하면서 인물이 바뀌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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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자 등록공고 1979
ⓒ 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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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고초려

일주일 뒤에 투표가 예고되어 있었지만 마을은 잠잠하고 조용했다. 세기가 바뀌고 처음 있는 이장 선거라서 다들 투표의 중요성에 대해 까먹었거나, 21세기와 이장 선거가 잘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나, 아니면 '그놈이 그놈이다' 같은 냉소주의 때문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마을에 깔린 고요함은 표면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이봐, 선거사무장! 지금 뭐 하고 있는 거냐고! 저쪽에서는 어젯밤에 벌써 술자리가 한판 거하게 벌어졌다잖아. 박 이장이 노인네들을 모아놓아 삼겹살에 족발에···. 우리도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할 거 아니냐고!"

새벽에 눈길을 뚫고 집에 들이닥친 반장은 땡감이라도 씹은 듯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남편에게 쏘아붙였다. 남편은 떡진 머리를 갸우뚱거리며 잠깐 생각에 빠져 있었다. 잠이 덜 깨서 상황이 정리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아니, 그저께 반장님이 선거대책본부장 맡는 거에 대해 부정적이시길래···."
"제대로 된 인재를 얻으려면··· 암튼 자네는 삼국지도 안 읽어봤냐고?"
"네? 읽어본 지가 하도 오래돼서···."
"허허, '삼고초려'라는 말도 몰라? 자네도 이미 눈치 채고 있겠지만, 내가 쉽게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라고. 어제 낮잠을 자며 자네를 기다리고 있었더니만 나타나지도 않고 말이야."


그제야 남편은 대강 감을 잡은 듯했다. 반장이라는 이름의 감은 단단한 단감이 아니라 세게 움켜쥐면 터져버리는 몰캉몰캉 홍시였다. 반장은 선거대책본부장의 추대 방식이나 남편이 사용한 약졸 같은 단어 때문에 껍질이 터져서 흐물흐물한 다홍빛 과육을 쏟아 냈다. 남편이 너무 꽉 움켜잡은 것이다.

그날 오전에 반장과 소평댁, 부산댁이 다시 우리 집에 모였다. 새벽에 남편의 거듭된 사과를 통해 자존심을 되찾은 반장은 의욕이 충만했으나, 소평댁과 부산댁은 왜 이걸 해야 하는지 의문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나 역시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아서 떨떠름한 기색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일전에 제멋대로 지껄인 점에 대해서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제가 임명을 한 게 아니라 추대를 한 건데, 표현이 좀 더러웠습니다. 죄송합니다."
"허허, 우리 사무장이 더럽게 열정적이라 그런 거니 다들 이해할 거고. 그래, 후보자님을 이장으로 만들려면 우리가 앞으로 뭘 해야 할까?"


반장은 남편을 대견스럽다는 듯 그윽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네, 본부장님은 전반적인 업무를 총괄하시면서, 동네 어르신들에게 고문이나 자문위원 같은 감투를 그냥 막 떠넘겨버리시구요."
"왜?"
"일단 많은 분에게 자리를 나눠드리고, 그중 얼마라도 표로 연결되면 고맙죠."


남편은 조직국장을 맡은 소평댁에게는 마을의 여론 조성과 상대편의 동향 파악을 부탁했고, 비서실장인 부산댁에게는 후보자의 일정 조율과 귀농·귀촌인들의 표 관리를 맡겼다. 그리고 자신은 기획실장과 상황실장을 겸하면서, 더럽고 냄새나는 일은 알아서 처리하고 자신의 손에만 피를 묻히겠다고 다짐했다.

남편이 마치 전문가처럼 비교적 상세하게 업무를 분담하고 설명하자, 선거조직에 가담한 사람들의 표정이 상당히 밝아졌다. 그리고 이 모든 일이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남편이 반복적으로 세뇌하듯 강조했기 때문에 다들 뭔가 그럴듯한 일을 한다는 기분에 사로잡힌 듯했다. 하지만 내 마음은 그때까지도 요동치고 있던 터라, 남편이 껍데기만 그럴싸한 '떴다방 선거기획사'의 사기꾼처럼 느껴졌다.

네거티브

오후에 우리 집으로 다시 조직의 모든 인원이 모였다. 오전과는 달리 소평댁과 부산댁도 상기된 얼굴로 약간 흥분된 모습이었다. 농한기인 겨울이라 심심하던 차에 재미난 소일거리라도 발견한 듯한 분위기였다.

다들 흥미진진한 놀이에 동참한 것 같아서 나 역시 기분이 한결 나아졌지만,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었다. 남편은 너무 진지했다. 조직원들이 돌아올 때까지 남편이 혼자 끙끙거리며 노트에다 뭔가를 열심히 적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덜컥 겁이 났다.

반장, 소평댁, 부산댁의 업무 보고가 이어졌다. 상대편의 다음 행보는 아직 파악할 수 없었고, 주민들 모두 누구를 지지할지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반장은 우 이사만 자문위원 자리를 승낙했다며, 다들 엉큼한 능구렁이라며 투덜거렸다.

"그럴 줄 알았습니다. 우리 쪽의 확실한 고정지지층은 여기 모인 다섯 명과 우 이사님 포함 총 6명으로 보면 될 것 같구요. 박 이장과 박 영감 그리고 무산댁 포함 총 8명을 저쪽의 고정지지층이라고 생각하면, 제 계산상으로는 총 45명이 부동층입니다. 이번 선거의 핵심 관건은 이 부동층을 설득해서 우리에게 표를 던지게 만드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아, 내가 우리 사무장을 그동안 너무 과소평가한 것 같네. 아주 활명수야 활명수!"


반장의 한마디에 남편은 일희일비의 전문가답게 잇몸을 드러내고 낄낄거렸다. 남편이 대놓고 칭찬을 즐기자 다들 예의상 그냥 어색한 웃음만 표현하고 있었는데, 반장이 정색을 하며 물었다.

"그래, 근데 뭘로 설득을 한다는 건가?"
"그건··· 우리 후보자님의 장점을 내세우는 포지티브 캠페인을 할지, 아니면 저쪽의 약점을 공략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할지는 우선 조금 더 의논을 하고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대략 좋은 말이군, 흠···."


반장은 막힘없이 술술 흘러나오는 남편의 답변에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허세 가득한 잇몸이 보기 싫었던지 말끝을 흐려버렸다. 기고만장해진 남편의 눈에는 반장의 그런 태도가 보이지도 않는 듯했다.

남편은 나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객관적으로 거짓 없이 이야기해 달라고 한 뒤, 내게는 10분만 잠깐 밖에 나가 있으라고 말했다. 내가 앞에 있으면 솔직해질 수 없다는 게 이유였고, 나는 빗자루로 집 근처의 눈을 치우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자,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그동안 박 이장이 동네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점을 공략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진행할 겁니다. 다들 찬성하시는 거죠?"

남편의 선언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고, 그 순간 나는 내세울 장점이라고는 전혀 없는 후보자가 돼버렸다. 그들은 내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밤에 다시 모이기로 약속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 곁이 아니라 남편 곁을 떠났다. 나는 뭐랄까 이장 후보자가 아니라 바지사장이 된 느낌이었다.

美도 오미크론 확산으로 '비상'..."코로나19, 2024년까지 계속될 수도"

 파우치 "오미크론이 전세계 휩쓸어"...SNL 무관중 공연, CNN 재택근무 확대


 

미국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종인 오미크론이 확산과 함께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가 최근 다시 크게 증가하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감염병.알레르기 연구소 소장은 19일(현지시간) MSNBC와 인터뷰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세계를 휩쓸고 있으며 델타 변이를 대체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89개국에서 오미크론 변이가 검출됐으며, 오미크론이 이미 지역에 확산된 국가에서는 오미크론 관련 확진자가 1.5-3일 간격으로 2배씩 증가하고 있다.


파우치 소장은 "분명한 것은 오미크론 변이가 놀라운 전염력이 있다는 것"이라며 현재 미국 전체 코로나 확진 중 3%를 차지하고 있는 오미크론 변이가 조만간 지배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로셸 월렌스키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도 지난 17일 백악관 코로나19 정례 브리핑에서 "향후 몇 주 내 (오미크론이) 다른 국가에서 그랬듯 미국에서 지배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미크론 변이로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이 더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카엘 돌스텐 화이자 최고과학책임자(CSO)는 17일 CNBC와 인터뷰에서 "앞으로 1~2년 동안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19가) 토착병으로 전환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팬데믹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토착병으로 전환되는 시기에 대해 "백신 접종률이 낮은 곳에 공평하게 분배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네트 코세로 글로벌 백신 사업부 사장도 "코로나19가 2024년까지 토착병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통계에 따르면, 19일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수는 5070만여명, 사망자는 80만6000여명으로 집계됐다. CDC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61.4%인 2억370만여 명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


 

한편,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인기 TV 쇼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aturday Night Live)"가 올해 마지막 쇼를 청중 없이 진행했다.


 또 일부 브로드웨이 공연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CNN 방송도 '비필수 인력'의 재택 근무를 요청하기로 했다. CNN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사무실에 출근해 근무하도록 했지만, 오미크론 확산에 따라 필수 인력을 제외한 직원들에 대해 재택근무를 연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검사소에서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차량들. ⓒAP=연합뉴스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1122004504855592#0DKU 프레시안(http://www.pressian.com)

국방수권법안에서 감축제한조항이 삭제된 사연

 

[개벽예감 473] 국방수권법안에서 감축제한조항이 삭제된 사연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 기사입력 2021/12/20 [08:10]

<차례>

1. 마라 칼린의 기자회견 발언

2. 국방수권법안에서 감축제한조항이 삭제된 사연

3. 재배치와 순환배치는 어떻게 다른가?

4. 2022년 가을로 정해진 검증시기

5. 검증조건 충족시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한국군

 

 

1. 마라 칼린의 기자회견 발언

 

2021년 11월 29일 미국 국방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국방부 정책담당 부장관 대행 마라 칼린(Mara E. Karlin)은 미국 국방부가 당일 요약본을 발표한 세계준비태세검토(Global Posture Review)라는 제목의 전략문서에 대해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취재기자들과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세계준비태세검토라는 제목의 전략문서에 주목해야 하는 까닭은, 미국 국방부가 그 전략문서에 의거하여 앞으로 몇 해 동안 해외주둔미국군을 재배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해외주둔미국군을 재배치하는 문제와 주한미국군 거취문제는 직결된 것이므로, 세계준비태세검토라는 제목의 전략문서에 주한미국군 거취문제가 들어간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주한미국군 거취문제는 한(조선)반도 및 동아시아 정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엄청나게 중대한 요인이므로, 세계준비태세검토라는 제목의 전략문서에 주한미국군 거취문제가 어떻게 서술되었는지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미국 국방부는 세계준비태세검토라는 제목의 전략문서를 군사기밀로 분류해놓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군사기밀문서의 내용을 대략적으로나마 엿보려면, 마라 칼린의 기자회견 발언을 분석, 고찰하는 수밖에 없다. 마라 칼린의 기자회견 발언 중에서 특별히 주목되는 부분을 추려내면 다음과 같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우리에게 맞서고 있는 중국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준비태세검토에서 우선적으로 다루는 지역은 인도-태평양이다. 세계준비태세검토는 인도-태평양지역의 안전을 보장하는 전략구상을 실현하기 위해, 다시 말해서 중국의 군사공격 가능성(potential Chinese military aggression)과 북조선의 위협(threats from North Korea)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이 역내 동맹국들 및 우호국들과 더 많이 협력할 것을 강조했다. 우리의 전략구상은 역내 군사협력을 더욱 확대하는 것, 오스트레일리아와 태평양 섬들에서 군사기반시설을 확장하는 것, 지난 9월 오스틴 국방장관과 오스트레일리아 국방장관이 공동으로 발표한, 오스트레일리아에 작전기를 순환배치하는 문제를 계획하는 것 등이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중국이 (미국에) 맞서고 있다고 명백히 지적했으며, 미국 국방부는 국방장관의 지시를 앞장에서 실현하기 위해 전력하고 있다.”    

  

“우리는 인도-태평양에서 앞으로 몇 해 동안 조금씩 움직일 것이다.” 

 

위에 열거한 인용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 수 있다. 

 

1) 미국 국방부는 대만해협에서 중국 내전이 재발하는 것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심각한 안보문제로 보면서, 중국 내전 재발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데 전력하고 있다.  

 

2) 미국 국방부는 조선의 ‘군사적 위협’을 중국 내전의 재발 가능성 다음으로 심각하게 여기면서, 조선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3) 미국 국방부는 오스트레일리아 군사기지들을 반중국군사전략거점으로 사용하고 있다. 

 

4) 미국 국방부는 인도-태평양지역에 배치된 미국군을 앞으로 몇 해 동안 점차적으로 조금씩 재배치할 것이다.

 

위에 열거한 마라 칼린의 기자회견 발언 중에서 주한미국군 거취문제와 직결되는 내용은 2)번과 4)번이다. 이 내용을 정리하면, 미국 국방부는 조선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하는 것과 동시에 주한미국군을 앞으로 몇 해 동안 점차적으로 조금씩 재배치할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다시 말해서, 미국 국방부는 조선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해야 하기 때문에 주한미국군을 당장 반중국군사전선에 재배치하지는 못하지만, 정세변화를 봐가면서 앞으로 몇 해 동안 점차적으로 조금씩 재배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다.

 

 

2. 국방수권법안에서 감축제한조항이 삭제된 사연

 

위와 같은 예상을 뒷받침해주는 발언은 2021년 12월 17일 존 커비(John J. Kirby) 미국 국방부 대변인에게서 나왔다. 그날 그는 국방부 출입기자들로부터 주한미국군 병력을 현재 수준으로 계속 유지할 것인가라는 민감한 질문을 받았다. 그런 질문을 받은 존 커비 대변인은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 동맹태세를 (당장) 변경할 계획이나 의도가 없다는 점을 확언한다.” 

 

“(주한미국군 배치상황에) 어떤 변화도 전혀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예측하지 않겠다.” 

 

“만일 (주한미국군 배치상황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다면, 우리의 동맹인 한국과 보조를 맞춰 (한미)동맹의 결정에 따라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위에 인용한 미국 국방부 대변인의 답변은,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 병력을 당장 감축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정세변화를 봐가면서 점차적으로 조금씩 감축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처럼 미국 국방부 대변인과 미국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주한미국군 거취문제를 놓고 질의응답을 주고받은 배경에는 2021년 12월 15일 미국 연방의회에서 2022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이 의결된 사정이 깔려있다. 국방수권법안은 미국의 연간국방예산을 편성한 법안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2022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는 주한미국군 감축을 제한하는 조항이 삭제되었기 때문에 미국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주한미국군 거취문제에 관한 질문을 미국 국방부 대변인에게 제기한 것이다. 그러면 2022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 감축제한조항이 삭제된 사연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 거취문제에 관한 정책적 변화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2020년 10월 15일 워싱턴에서 진행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 회의에서였다. 당시 발표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국군 병력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 병력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12년 만에 일어난 괄목할 만한 변화였다. 주한미국군 병력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명시하지 않은 것은,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 감축문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 감축문제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이 발표되자, 눈치 빠른 어느 국회의원이 한국 국방부에 즉각 질의서를 보냈다. 2020년 10월 26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 국방부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어느 국회의원에게 보낸 답변서에서 “미국 정부가 글로벌 국방정책 변화에 따라 해외주둔미군 규모를 융통성 있게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특정국가에 한해서 일정 규모의 미군병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보다는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병력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썼다고 한다. 같은 날 국회 국방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한 서욱 국방장관은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 주한미국군 병력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들어가지 않는 것에 관련한 국회의원의 질의에 답하면서 “미국 정부가 보다 융통성 있는 해외주둔미군의 (정책)기조를 가져야 한다는 지침을 미국 국방부에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0년 10월 15일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서 주한미국군 병력수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내용이 삭제된 것과 2021년 12월 15일 국방수권법안에서 주한미국군을 감축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조항이 삭제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치가 아니라, 필연적인 결과였다. 

 

백악관이 연방의회 동의를 받지 않고 주한미국군 병력수를 현재 수준 아래로 감축하지 못하게 하는 제한조항이 2022회계년도 국방수권법안에서 삭제된 사연을 알려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연례적으로 의결된 국방수권법안에는 주한미국군 감축제한조항이 명시되었는데, 올해 2021년에는 이례적으로 그 조항이 삭제되었다. 

 

2) 원래 연방하원에서 1차로 의결된 국방수권법안에는 주한미국군 감축제한조항이 들어갔는데, 연방상원이 그 법안을 최종적으로 검토하면서 감축제한조항을 삭제했다. 연방상원이 국방수권법안을 검토할 때, 미국 국방부 고위관리들은 연방상원 회의에 출석해서 해외주둔미국군을 재배치하는 문제에 관한 미국 국방부의 전략구상을 연방상원 의원들에게 설명하는데, 올해도 미국 국방부는 그런 설명기회를 가졌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연방상원은 해외주둔미국군을 재배치하는 문제와 관련한 미국 국방부의 전략구상을 듣고, 원안에 들어있는 주한미국군 감축제한조항을 최종적으로 삭제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3) 미국 연방상원은 원안에 들어있던 주한미국군 감축제한조항을 삭제하면서도,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한 조항에서 “주한미국군을 현재 수준인 28,500명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문장을 남겨놓았다. 하지만 이 문장은 동맹의 중요성을 언급한 조항에 부수적으로 들어있는 것이므로, 주한미국군 감축제한조항과 같은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 

 

 

3. 재배치와 순환배치는 어떻게 다른가?

 

위에 서술한 내용을 보면, 미국 연방상원은 주한미국군을 감축하려는 미국 국방부의 전략구상을 반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전에는 주한미국군 감축을 반대한 미국 연방상원이 이제는 감축을 반대하지 않게 된 까닭은, 대만해협에서 중국 내전이 재발할 위태로운 정세가 조성되었다는 미국 국방부의 정세판단을 듣고, 반중국군사전선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주한미국군을 그 전선에 재배치할 수 있게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는 미국 국방부의 전략구상을 연방상원 의원들이 수긍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얼마 전, 미국 국방부는 주한미국군을 반중국군사전선에 재배치하려는 자기들의 전략구상과 모순되는 듯한 행동을 했다. 이를테면, 2021년 9월 미국 국방부는 이제껏 경기도 평택 험프리스기지에 6~8개월마다 순환배치해오던 공격헬기 1개 대대를 그 기지에 아예 고정배치했고, 미국 본토 워싱턴주에 주둔하는 육군 제2사단 포병려단 본부 병력 100명도 그 기지에 고정배치한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이미 오래 전부터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이라는 명목을 내걸고 주한미국군을 계속 순환배치해왔는데, 지난 9월 순환배치를 완전히 중단한 것이다. 이것은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소리 없이 폐기하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주한미국군을 반중국군사전선에 재배치하는 것과 주한미국군을 순환배치하는 것은 모순되지 않는 것으로 보이는 데, 반중국군사전선에 주한미국군을 재배치하려고 생각하는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 순환배치를 중단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재배치(relocation)라는 개념과 순환배치(rotational deployment)라는 개념이 다르기 때문이다. 만일 미국 국방부가 반중국군사전선에 주한미국군을 재배치하면, 그들은 다시 주한미국군기지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와 달리,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을 다른 분쟁지역에 순환배치하면, 그들은 순환배치에 따른 작전임무를 수행하고 다시 주한미국군기지로 돌아간다. 다시 말해서, 재배치는 고강도 전면전에 대처하기 위한 집중적 병력이동이고, 순환배치는 저강도 분쟁에 대처하기 위한 분산적 병력이동인 것이다. 

 

미국 국방부는 2003년 9월 3일부터 4일까지 서울에서 진행된 미래한미동맹정책구상(Future of the ROK-US Alliance Initiatives, FOTA) 4차 사전준비회의에서 저강도 분쟁지역에 주한미국군을 순환배치하기 위한 전략적 유연성 구상을 처음 꺼내놓았다. 미국 국방부는 2010년 2월에 발표한 4개년 국방검토(Quadrennial Defense Review)라는 제목의 전략문서에서 주한미국군을 다른 분쟁지역으로 순환배치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공식화했고, 2011년 4월에는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실제로 행동에 옮겼다. 당시 주한미국군 제2보병사단 제7기갑련대 제4수색대대 병력 500명은 미국 본토에서 증원된 병력 6,000명과 합세하여 2011년 4월 5일부터 15일까지 필리핀에서 실시된 ‘발리카탄 2011’이라는 작전명의 군사훈련에 참가했다. ‘발리카탄 2011’은 미국군과 필리핀군의 합동군사훈련이었다.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르면, 주한미국군을 신속기동군으로 개편하여 다른 분쟁지역에 투입하고, 미국 본토에 주둔하는 병력을 주기적으로 주한미국군기지에 순환배치하는 것이다. 그런 전략적 유연성 정책에 따라, 2015년 7월 2일 주한미국군 제2보병사단 예하 3개 보병전투려단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제1기갑전투려단 4,600명이 고정배치부대에서 순환배치부대로 전환되었고, 뒤이어 주한미국군 제2보병사단 예하 제2공병대대(400명)도 해체되었다. 해체된 제2공병대대를 대신하여 미국 본토에 주둔하는 3개 공병중대가 주한미국군기지에 주기적으로 순환배치되었다. 

 

그런데 미국 국방부는 올해부터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더 이상 실행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폐기해버렸다. 미국 국방부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국제정세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실행했던 지난 시기에 주한미국군을 신속히 투입하려고 했던 분쟁지역은 중동이었지만, 이제는 중동의 분쟁지역에 주한미국군을 투입할 수 없게 되었다. 왜냐하면 대만해협에서 중국 내전이 재발할 위태로운 정세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4. 2022년 가을로 정해진 검증시기

 

미국 국방부가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폐기한 것은 한국군 전시작전통제권을 반환하는 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 문제를 살펴보자. 

 

2021년 12월 14일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국방부 출입기자들에게 미국군이 한국군의 완전한 작전운용능력(FOC)을 검증하는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여기서 말하는 완전한 작전운용능력(Full Operational Capability)이라는 것은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미국군으로부터 돌려받기 위해 갖추어야 할 충분한 작전운용능력을 뜻한다. 미국군은 한국군에게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주기 전에 한국군의 초보적인 작전운용능력(IOC), 완전한 작전운용능력(FOC), 완전한 임무수행능력(FMC)을 차례로 검증하려는 것인데, 한국군은 2019년 8월에 초보적인 작전운용능력을 이미 검증받았다. 그러나 초보적인 작전운용능력을 검증받았다고는 하지만, 단 한 차례로 끝난 부실한 검증이었다.

 

문재인 집권기의 청와대와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하루라도 빨리 돌려받기 위해 안달이 났다. 한국 국방부는 2021년 3월 8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한미련합지휘소훈련에서 완전한 작전운용능력을 검증받으려고 했지만, 미국 국방부는 검증에 참여할 미국군 증원병력을 보내주지 않았다. 그래서 2021년 3월에도 한국군은 완전한 작전운용능력을 검증받지 못했다. 

 

한국 국방부는 미국 국방부가 한국군의 완전한 작전운용능력을 검증해주는 것과 더불어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게 되는 환수시기를 정해주기 때문에, 작전운용능력을 검증받으려는 조급증에 빠졌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문제를 잘 아는 익명의 소식통은 2021년 1월 25일 <중앙일보> 보도기사에서 한국 국방부가 2021년 12월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 회의에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를 정하려는 목표를 세워두었다고 하면서, 환수년도가 정해지면 제3단계 검증은 환수하기 직전 해에 시행하기로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제3단계 검증시기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가 서로 맞물려 있으므로, 한국 국방부는 제2단계 검증을 받기만 하면 제3단계 검증시기와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시기가 한꺼번에 확정될 것으로 예상하는 것이다. 

 

원래 문재인 정부의 계획에 따르면, 2020년에 제2단계 검증을 받고, 2021년에 제3단계 검증을 받고, 자기들의 임기가 끝나기 전인 2022년 5월 이전에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계획을 도저히 실현할 수 없게 되자, 문재인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조기에” 환수하겠다고 슬쩍 말을 바꿨다. 

 

그런데 문재인 집권기의 청와대와 국방부가 전시작전통제권을 하루라도 빨리 돌려받으려고 하는 것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미국군은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시기를 자꾸만 뒤로 늦추려 한다. 이를테면, 2021년 3월 3일 필립 데이비슨(Philip S. Davison) 인도-태평양사령관은 미국의 어느 민간단체가 주최한 화상토론회에 나와서 “(미국 국방부와 한국 국방부가) 상호합의한 조건이 완전히 충족될 때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한국 국방부와 미국 국방부가 상호합의한 조건을 한국군이 완전히 충족시킬 때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주게 될 것이므로, 한국 국방부는 환수문제를 조급하게 서두르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2021년 10월 21일 국회 종합국정감사에 출석한 서욱 국방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는 환수시기를 조속히 확정지어야 한다는 국회의원들의 지적을 받고, 2021년 12월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 회의에서 환수시기 확정문제를 “강하게” 논의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열린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 회의에서 서욱 국방장관은 제2단계 검증시기를 확정하자는 의견을 로이드 오스틴(Lloyd J. Austin) 미국 국방장관에게 “강하게” 제기했다.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는 “미래연합사로의 전작권 전환을 위한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논의하였다”는 평이한 문장이 들어갔지만, 실제로는 서욱 국방장관이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제2단계 검증시기를 자꾸 뒤로 미루지 말고 빨리 확정하자고 재촉한 것이다. 

 

오스틴 국방장관은 서욱 국방장관의 재촉을 어떻게 받아주었을까?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는 “양 장관은 2022년에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시행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되었다. 이 문장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가 2022년에 제2단계 검증을 시행하겠다고 결정한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문제는, 제2단계 검증을 2022년 상반기에 시행할 것인지, 아니면 하반기에 시행할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은 것이다. 

 

2021년 12월 13일 존 커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 회의에서 오스틴 국방장관과 서욱 국방장관이 2022년 여름에 제2단계 검증을 시행한 뒤에 가을에 가서 검증결과를 “재평가”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 따르면, 2022년 8월에 제2단계 검증을 시행하고 가을에 가서 제2단계 검증결과를 다시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존 커비 대변인은 이튿날인 2021년 12월 14일 제2단계 검증을 2022년 8월에 시행하고 곧이어 가을에 재평가할 것이라는 자신의 전날 발언이 착오였음을 인정하면서, 제2단계 검증은 2022년 가을에 한 번만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12월 12일 서욱 국방장관은 KBS 텔레비전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오스틴 국장관이 군사당국에 FOC연습(제2단계 검증을 뜻함-옮긴이)을 내년 봄에 할 수 없는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이틀 뒤에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제2단계 검증이 2022년 가을에 시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위에 서술된 내용을 살펴보면,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 회의에서 서욱 국방장관은 제2단계 검증을 2022년 3월에 시행하자고 오스틴 국방장관에게 재촉했고, 오스틴 국방장관은 그의 재촉을 듣고 2022년 3월에 제2단계 검증을 시행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라고 한미련합사령관에게 지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지시에 따라 폴 러캐머라(Paul J. Lacamera) 한미련합사령관은 원인철 한국군 합참의장과 만난 비공개회동에서 2022년 3월에 제2단계 검증을 시행할 수 있는지를 검토했는데, 2022년 3월에는 시행할 수 없고, 따라서 2022년 가을에 시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다시 말해서, 한국 국방부는 제2단계 검증을 2022년 3월에 시행하자고 재촉했지만, 미국 국방부는 검증시기를 2022년 가을로 미루어놓은 것이다.  

 

 

5. 검증조건 충족시키지 못하는 무능력한 한국군

 

미국 국방부는 왜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시기를 자꾸 뒤로 미루는 것일까? 이런 의문을 해명하려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는 “양 장관은 전시작전통제권이 미래연합사로 전환되기 전에 상호합의된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에 명시된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재확인하였다”고 명시되었다. 이 문장을 읽어보면, 미국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을 반환하는 “조건들이 충분히 충족되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해서,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을 수 있는 검증조건을 충분히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제2검증시기를 자꾸 뒤로 미루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을 수 있는 조건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한국 국방부와 미국 국방부는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에 필요한 세 가지 검증조건을 2014년에 합의했었는데, 그 세 가지 검증조건은 다음과 같다. 

 

제1조건 - 한국군이 핵심적인 군사력을 확보했는지 검증한다.

 

제2조건 -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의 핵-미사일위협에 대응할 능력을 확보했는지 검증한다.

 

제3조건 - 한(조선)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반환하기에 적합할 만큼 안정적으로 조성되었는지 검증한다.

 

한 마디로 말해서, 위에 열거한 세 가지 검증조건은 한국군이 도저히 해결할 수 없을 만큼 매우 까다로운 조건들이다. 아니, 매우 까다로운 검증조건이 아니라, 한국군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충족시킬 수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검증조건들이다. 그렇게 판단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한국군이 검증받아야 할 제1조건은 핵심적인 군사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핵심적인 군사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중정찰능력이다. 지금까지 한국군은 공중정찰능력을 거의 전적으로 미국군에게 의존해왔다. 한국군이 독자적인 공중정찰능력을 확보하려면, 군사정찰위성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한국군은 군사정찰위성을 보유하려는 계획을 추진해왔는데, 그 계획에 따르면, 2020년에 초소형 군사정찰위성 1기를 배치하고, 2021년에 2기를 배치하고, 2022년에 2기를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군은 2022년 12월 현재 초소형 군사정찰위성을 1기도 배치하지 못했다. 한국군이 군사정찰위성 5기를 배치하려면, 앞으로 4~5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주목되는 것은, 한국군이 북측 전역을 감시하려면 군사정찰위성 10~12기를 운용해야 하는데, 지금 한국군은 해상도가 떨어지는 초소형 정찰위성을, 그것도 겨우 5기를 배치할 매우 제한된 능력밖에 갖지 못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한국군은 미국군이 제시한 제1검증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군이 검증받아야 할 제2조건은 조선인민군의 핵-미사일에 대응할 능력을 확보하는 것인데, 핵무력과 첨단미사일에 대응하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야말로 한국군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불가능한 일이다. 왜냐하면 핵무력에 대응할 수 있는 방도는 핵억제력밖에 없는데, 한국군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미국의 핵확산금지정책에 가로막혀 영원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군이 조선인민군의 첨단미사일을 요격하는 미사일방어능력을 보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조선인민군이 보유한 각종 첨단미사일들은 한국군의 미사일방어능력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2017년 12월 1일 장영근 항공대 교수가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한국군이 군사정찰위성 5기를 모두 운용해도 조선인민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1발을 요격할 수 있는 성공률은 0.12~2.64%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것은 사실상 요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탄도미사일도 요격하지 못하는 한국군이 좌우상하로 변칙비행을 하면서 저고도로 날아가는 조선인민군의 첨단미사일이나 마하6의 속도로 날아가는 조선인민군의 극초음속미사일을 요격하는 것은 생각하지 못할 일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한국군은 미국군이 제시한 제2검증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한국군이 검증받아야 할 제3조건은 한(조선)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전시작전통제권을 돌려받기에 적합할 만큼 안정적으로 조성되는 것인데, 지금 대만해협에서는 어느 순간에 중국 내전이 재발할지 알 수 없을 만큼 위태로운 군사상황이 조성되었다. 그와 더불어, 문재인 정부가 남북합의사항과 배치되는 방향으로 줄달음치는 바람에 한(조선)반도 군사상황도 위태로운 지경에 빠졌다. 대만해협에서 중국 내전이 재발하는 경우, 그 내전에 무력개입을 할 것인지 아니면 개입하지 않을 것인지를 명확하게 예고하지 않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 표방해온 미국은 최근 중국 내전에 불법적으로 무력개입을 감행하려는 도발적인 군사행동을 계속하면서 역내정세를 극도로 불안하고 위태롭게 만들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한국군은 미국군이 제시한 제3검증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 공동성명에는 “한국의 핵심군사능력과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위협 대응능력에 대한 한미공동평가를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까지 완료하기로 하였다”고 명시되었지만, 위에 서술한 것처럼, 한국군은 핵심적인 군사능력을 보유하지 못하고, 조선인민군의 핵-미사일에 대응할 능력도 보유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한국군은 핵심군사능력과 핵-미사일 대응능력에 대한 검증에서 불합격될 것이 뻔하다. 

 

지금 미국 국방부는 검증을 통과하지 못할 한국군의 무능력한 모습을 우려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대만해협에서 중국 내전이 재발하면, 그 내전에 무력개입을 감행해야 하는 다급한 상황에 처한 미국 국방부는 정세변화를 봐가면서 주한미국군을 반중국군사전선에 점차적으로 조금씩 재배치하려는 전략구상을 가지고 있고, 주한미국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폐기하고 순환배치를 고정배치로 전환하였으며, 전시작전통제권 반환시기를 자꾸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방부의 그런 조치들은 그들이 말하는 조선의 ‘군사적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다. 거꾸로 조선을 자극하여 군사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만드는 적대행위로 된다. 만일 백악관이 지금보다 한 발걸음 더 나가 대조선적대행동의 도수를 조금이라도 높이면, 조선의 즉시적인 무력대응을 불러오게 될 것이다.

윤석열 이재명 네거티브 공방에 언론 “저열” “혐오조장”

 

  • 기자명 금준경 기자
  •  입력 2021.12.20 07:42
  •  댓글 1
    

[아침신문 솎아보기] 윤석열 의혹 대응 방식 지적한 한겨레·경향… 이재명 공시가 조정 시사에 “한 입 두 말” “뒤집기”

양대 후보 네거티브 공방에 ‘혐오조장’ ‘저열’ 

윤석열 후보 아내 김건희씨 허위 이력 기재 등 의혹. 이재명 후보 아들 불법 도박 및 성매매 의혹.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형수 욕설 사건. 그리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김건희씨 접대부설. 양당의 대선 후보와 가족을 둘러싼 의혹이 연일 제기되고 양측의 네거티브가 이어지는 가운데 20일 신문들은 ‘혐오’를 부추긴다고 지적하거나, ‘피로감’을 호소하는 기사를 내며 ‘정책 선거’를 촉구했다.

▲ 20일 서울신문 1면 기사
▲ 20일 서울신문 1면 기사

20일 서울신문의 1면 톱 기사 제목은 ‘폭로와 해명 싸움, 정책을 삼켰다’다. 서울신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각각 아들의 도박과 부인의 허위 경력 의혹에 휘말리면서 도덕성 검증을 명분으로 한 네거티브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며 “후보와 그 가족의 도덕성 검증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이 정책 검증을 통째로 집어삼키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1면 톱 기사로 ‘검증보다 혐오조장 대선 피로감 쌓인다’를 냈다. 한겨레는 “두 거대 정당이 상대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를 조장하는 네거티브 공세를 쏟아내면서 대선이 혼탁해지고 있다”며 “대선 후보 가족의 불법 탈법 행위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지만 이를 고리로 한 갈라치기 대응으로 반사이익을 노릴 게 아니라 미래 비전을 제시해 득점하는 ‘덧셈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 20일 한겨레 1면 기사
▲ 20일 한겨레 1면 기사

그러면서 한겨레는 “‘비호감 대선’을 정상적인 경쟁으로 되돌리기 위해선 후보들이 코로나19 위기 등 당면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우리 사회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나갈 것인지 등을 제시하는 비전 경쟁을 벌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여야 선거대책위원회 핵심관계자들이 공작설이나 음모론을 제기하는 등 저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으니 유감스럽다”며 “이 같은 행태는 두 후보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케 하고 유권자의 정치 혐오만 부추길 뿐”이라고 했다.

동아일보 역시 ‘D-79일..누가 덜 나쁜지 골라야 하는 씁쓸한 대선’ 사설을 통해 “대선 판에 냉소와 불신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누가 더 빨리 사과를 하느냐, 어떤 태도로 사과를 하느냐로 두 후보의 우열을 가려야 하나 싶을 정도”라며 “두 후보는 이제라도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를 소상히 밝히고 법적 정치적 판단을 받기 바란다. 그래야 비호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차선의 선택도 아닌 차악의 선택을 강요하는 불쾌하고 씁쓸한 대선으론 국가 미래가 너무 암울하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윤석열 의혹 대응 방식 지적한 한겨레·경향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의 리스크 대응을 지적하는 기사를 냈다. 경향신문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리스크 대응에 비슷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의혹, 전직 대통령 전두환씨 옹호 발언 논란 등이 터졌을 때 ‘해명 혹은 반박→논란 증폭→결국 사과’ 흐름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 20일 경향신문 기사
▲ 20일 경향신문 기사

경향신문은 “당내에선 윤 후보의 대응을 두고 우려도 나온다. 지난 17일 윤 후보와 후보 직속 전략자문위원들의 점심 식사 자리에서도 의혹 대응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와 대비되는 모습이 보여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조언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고 했다.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후보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고집이 강하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성한용 선임기자의 ‘뉴스 분석’ 기사를 통해 “부인 김건희 씨 의혹에 대한 윤석열 후보의 태도가 화제다. 지난 17일 포괄적 사과를 한 뒤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며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윤석열 후보의 눈치를 살피는 것일까? 윤석열 후보는 왜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것일까? 자존심이다. 인정하기 싫을 것이다. 밀리기 싫을 것”이라고 했다.

▲ 20일 한겨레 기사
▲ 20일 한겨레 기사

그러면서 “윤석열 후보는 조국 사태로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는 정의로운 검사’ 이미지를 얻었다. 국민의힘 지지자뿐 아니라 중도층까지 사로잡았다. 그래서 대선후보가 됐다. 하지만 김건희 씨 의혹으로 중도층이 조금씩 등을 돌리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재명 공시가 조정 시사에 “한 입 두 말” “뒤집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제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며 “(공시가에 연동되는) 재산세와 건강보험료는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여당에 요구했다.

또한 이재명 후보는 “부동산 공시가격은 68가지 민생 제도에 영향을 미친다”며 “공시가 상승에 따른 완충장치 역할을 하는 ‘조정계수’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부세 등 부동산 세금 산정의 바탕이 된다. 공시가격을 조정하면 부동산 관련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20일 아침신문들은 이 소식을 중요하게 다뤘는데, 조선일보와 경향신문이 기사와 사설을 통해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 20일 조선일보 기사
▲ 20일 조선일보 기사

조선일보는 ‘2년 전엔 “공시가격 현실화” 이번에는 “전면 재검토를”’ 기사, ‘이, 부동산 민심 들끓자 또 선거용 ’정책 뒤집기‘... 정부 “비현실적”’ 기사와  ‘이번엔 공시가 재검토, 李 후보 '한 입 두 말' 뭘 믿어야 하나’ 사설을 통해 이재명 후보의 ‘입장 변화’를 비판적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 “공시가를 높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종부세보다 훨씬 센 ‘국토보유세’를 매기자는 공약도 냈다. 그랬던 이 후보가 갑자기 보유세를 비롯한 각종 국민 부담금의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 현실화에 제동을 걸겠다고 한다. 하도 손바닥 뒤집듯 돌변하니 보는 국민이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 20일 경향신문 기사
▲ 20일 경향신문 기사

경향신문도 비판적 입장을 강조했다. 경향신문은 지면 1면 톱 기사로 ‘“공시가격 제도 전면 재검토” 이재명 또 정부 정책 뒤집기’를 냈다. 이어지는 사설에서 경향신문은 “‘공시가격제도 전면 재검토’는 부동산 정책 근간을 흔드는 발상”이라며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보유자의 종부세와 재산세 부담도 함께 줄어들게 돼 공정하지 않다. 불과 1년 만에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수정하게 된다면 그것은 ‘정책 유연성’이 아니라 ‘신뢰 훼손’”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1면 ‘내년 재산세 인상 억제 이재명, 선거용 세감면’ 기사를 내고 ‘선거용’ 정책이고 정부의 정책과 충돌한다는 점을 다뤘다. 다만 경향신문과 달리 사설을 내지 않았고, ‘말 바꾸기’ 측면에서 직접적인 비판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