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경기지사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지금까지 예쁜 포장지만 보여줬다"며 "알맹이를 공개하라"고 말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지사의 발언을 가리켜 윤 전 총장에 대한 견제구라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이 발언이 나온 배경을 보면 윤 전 총장의 허상에 대한 지적처럼 보입니다.
이 지사의 발언은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성공포럼)' 창립식이 끝난 후에 취재진이 "윤 전 총장과 이 지사가 생각하는 공정이 같은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이 지사는 "그분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예를 들자면 소비자는 지금 포장지밖에 보지 못했다"며 "누군가가 살짝 보여주는 부분적 포장지밖에 접하지 못해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정치를 할 것 같은데, 가능하면 빨리 (내용물을) 국민들께 보여드리고 판단을 받는 것이 정치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도리"라고 했습니다.
이 지사의 말처럼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외에 정치적인 능력이나 대선 주자다운 행보를 보인 것은 19일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방문 외에는 없습니다.
윤 전 총장의 "반도체와 관련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에 공식적인 직책이 없는 인물이 반도체연구소를 찾아가는 것도 이상하고, 이를 언론에서 호들갑 떨며 기사화해 보도하는 것도 유난스러워 보입니다.
이 지사와 윤 전 총장의 공정성을 비교하는 질문은 처음부터 문제가 많았습니다. 앞으로 윤 전 총장이 무엇을 보여줄지는 몰라도 지금까지의 모습만으로는 데이터도 없는데 결론값을 내라는 무리한 요구와도 같습니다.
오히려 이 질문은 윤 전 총장에게 "윤 전 총장이 생각하는 공정은 이 지사의 공정과 같은가"라고 물어야 더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창립식을 열고 공식 출범한 이재명계 지지모임인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성공포럼) ⓒ이재명 지사 페이스북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에게 했던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여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공식 모임인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 포럼’(성공포럼)이 20일 공식 출범했다는 점입니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은 지난해부터 지지 의원 모임을 갖고 있었지만, 이 지사의 공식적인 당내 지지 의원 모임은 없었습니다.
<성공포럼>이 출범하면서 여권 대선주자들의 당내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로 이 지사는 “뜻을 함께 하시는 분들이 계시기 때문에 힘이 나는 것은 분명하다”며 민주당 내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언급했습니다.
현재 <성공포럼>의 공동대표는 김병욱·민형배 의원이 고문은 정성호·안민석 의원이 맡았습니다. 정회원으로 공식 가입한 의원은 총 35명입니다.
이 지사가 공식적으로 지지 의원 모임을 출범시킨 이유 중의 하나는 아직 확실한 노선을 정하지 못한 의원들에게 '대세론'을 따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 후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 확보가 중요합니다. 이 지사 측에서는 이점을 노리고 '대세론'을 확실히 보여주기 위해 <성공포럼>을 출범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지사의 <성공포럼>이 등장하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자신들의 노선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가 왔습니다. 그중에서 민주당을 다수 차지하고 있는 친문 의원들의 고민은 더 깊어질 것 같습니다.
그동안 이 지사와 친문 지지자들의 관계는 그리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친문 의원들 입장에서 이 지사가 당내 대선 후보로 결정되면 공식 후보이니 따를 수 있지만, 성급하게 이 지사에 대한 지지 여부를 결정하면 친문 지지 기반도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 지사 입장에서는 하루빨리 대선 경선을 잡음 없이 치르고 친문을 포용해 대선에 안정적으로 뛰어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선 경선 연기를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나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 모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견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서 윤 전 총장에 대한 발언을 하는 자체가 그를 대선 주자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해주는 것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한 첫 번째 미션은 당내 경선을 어떻게 상처 없이 치르느냐에 달렸습니다. 누가 됐든 경선 과정에서 반목과 상처를 입는다면 본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분간은 민주당 내에서 대선주자들의 지지 의원 확보 경쟁이 치열할 것입니다. 또한, 특정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는 의원들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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