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6월 9일 화요일

강박 버리자 얻은 깨달음


조현 2015. 06.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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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아버렸을 때 온 뜻밖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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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불선원장 각산 스님은 척추만 곧추세우고 최대한 몸을 이완하는 ‘놓아버리기’ 명상을 한다.


다음달 ‘명상대전’ 여는 각산 스님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들이 있다. 자신이 길이 되는 이들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참불선원장 각산(55) 스님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새 길을 내는 사람이다. 그가 이번에도 돈키호테처럼 일을 냈다. 10여년간 <화엄경> 입법계품의 선재동자처럼 스승을 찾아 미얀마와 타이, 인도, 스리랑카, 오스트레일리아 등으로 쓸고 다녔던 그가 이번에 각국의 불교 고승들을 우리나라의 한자리에 모은다.

오는 7월18일부터 6박7일간 강원도 정선 하이원리조트에서 열릴 ‘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에서다. 1천명의 스님을 비롯해 3천명의 참석자가 고승 7명으로부터 가르침을 받으며 명상을 하는 대규모 캠프다.
이번에 초청되는 스님들은 아잔 간하(아짠 깐하·타이), 아잔 브람(오스트레일리아), 툽텐 갸초(티베트), 소운 스님(중국), 심도 스님(대만), 우 자틸라 사야도(미얀마), 혜국 스님(한국)이다.

타이 왓 프래담마람 수도원장인 아잔 간하(66) 스님은 47년간 밀림에 은둔해 수행해온 수행자다. 세계 명상계의 거봉이던 아짠 차의 조카인 그는 신문과 텔레비전도 접하지 않고, 대중법문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그가 각산 스님을 만난 뒤 자신의 비용을 들여 이번 대회에 참석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소운(77) 스님은 근대 중국 선불교를 중흥시킨 허운대사의 10대 제자 중 한명으로 숭산 소림사의 선당(禪堂) 수좌를 지냈다. 그는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찾아와 기념사진을 찍을 때도 “대통령은 대통령이고, 나는 나다”라며 앉은 자세를 풀지 않았다고 한다. 대만의 심도(68) 스님은 화교지만 남방불교권인 미얀마에서 태어나 출가해 남방불교의 위파사나와 북방불교의 간화선을 함께 지도하는 통합불교의 선구자다. 이 밖에 영국 케임브리지대 물리학도 출신으로 타이에서 출가해 오스트레일리아 불교를 개척한 아잔 브람(65)도 2013년과 2014년에 이어 다시 방한한다. 또 영국 의학도 출신의 서양인 티베트 고승인 툽텐 갸초(78), 미얀마 위파사나의 대가인 우 자틸라 사야도(80)가 참석한다. 한국에서는 해인사에서 10만 배 정진을 하고 손가락을 태워 수행 의지를 다지고, 충북 충주 석종사에서 참선을 지도하는 혜국(68) 스님이 참석한다.

세계적 고승 초청해 7월 일주일간 ‘7대성자 명상대전’ 여는 참불선원 각산 스님. 10여년간 선재동자처럼 미얀마, 타이, 스리랑카 등지로 구법순례 뒤 ‘놓아버리기’ 명상을 전파했다. 프랑스 테제공동체 같은 누구나 자유롭게 명상하는 상시캠프 여는 꿈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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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님들이 하루씩 돌아가며 법문하는 하이원리조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내국인들의 출입이 허용되는 카 지노가 있는 곳이다. 돈 놓고 돈 먹는 도박이 성행하는 한가운데서 마음을 다스리는 고수들을 모시고 명상을 하게 된 것이다.
이 명상캠프에 이어 7월25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는 ‘세계 7대 성자 수계대법회’가 선묵혜자 스님의 ‘백팔산사’와 공동으로 열리며, 26일과 27일에는 각각 부산과 대구에서 강연이 있다.

어떻게 각기 다른 전통에 따라 수행해온 고승들을 한자리에 모실 생각을 했을까. 이는 각산 스님의 순례 여정에 따른 것이다.
부산에서 태어난 각산 스님은 사업을 하기도 하고, 한때 정치를 꿈꾸는 야망의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불교를 접한 뒤, 부모를 위한다거나 혹은 세상을 위한다고 했던 일조차, 결국은 부모나 세상이 아니라 내 입장에서 한 것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고통이란 현실과 욕망의 차이에서 오는 것’임을 알고, ‘내 분수대로 살자’며 출가를 감행한 것은 35살 때였다. 늦깎이로 출가했으나 해인사 승가대학을 다니던 사미 시절부터 참여불교에 심취해 세미나 개최를 주도하는 등 일찍부터 행동대장의 기질을 내보였다. 그러나 그는 수행을 통해 먼저 자신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 끝에 선방으로 향했다. 송광사, 범어사, 통도사 등 선방에서 간화선을 수행한 것이다. 그러다가 불교엔 간화선 외에도 다양한 수행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먼저 해외 불교를 순례하며 간화선과 위파사나, 티베트불교 수행을 회통해 한국 불교를 변화시키려 했던 지산 스님(2010년 입적)을 만난 게 큰 자극제가 됐다. 못 말리는 탐구열이 발동한 것이다.

그는 미얀마로 떠나 양곤의 여러 수행처를 거쳐 선정(삼매)수행의 체계적인 가르침으로 유명한 미얀마의 숲속으로 파욱 스님을 찾아가 수행했다. 6년 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그곳에서 인정받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런데 스스로를 돌아볼 때 번뇌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과연 이것이 무엇일까. 그렇다면 그 경지는 무엇일까.”
몸은 만신창이가 될 만큼 고행을 했지만 진솔한 성찰의 결과는 도로아미타불이었다. 그것이 진정한 깨달음이라면 왜 종교 바깥의 사람들에게도 유익함을 주지 못하는지, 왜 사람들 사이 화합에도 도움을 주지 못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더해질 뿐이었다. 그런 의문이 그를 멈출 수 없게 했다. 그는 다시 길을 떠났다. 타이로 가서 당대의 고승들을 찾아다녔다. 그가 지금의 스승인 오스트레일리아의 아잔 브람에 대해 들은 것은 스리랑카에서였다.

그는 아잔 브람이 타이에서 수행을 한 뒤 오스트레일리아 땅 100만평에 만든 보디냐나 사원에 가기로 작정했다. 스리랑카 스님이 둘이서 가겠다고 연락을 하자, 그쪽에서는 방이 없다며 혼자만 오라고 했다. 그런데도 각산 스님은 오스트레일리아행을 강행했다. 아잔 브람은 불청객에 대해 “문제없다”며 환영해줬다. 그런데 해병대보다 군기가 세다는 해인사 행자 출신으로 용맹정진이 주특기인 그가 보기에 보디냐나의 군기는 한심할 정도였다. 아잔 브람은 일체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쿠티’라는 개인 수행처소에서 늘어지게 잠만 자도, 온종일 책을 읽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다. 그런데 거기서 수행에 대한 그의 강박관념이 무너졌다. 긴장에 긴장을 더하는 강박적 수행을 놓아버리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었다. 부여잡기보다는 놓아버리고, 계율로 구속하기보다는 ‘자율 속의 타율’이 살아 있는 게 더욱 불교적이라고 느껴졌다. 그는 아잔 브람 식의 ‘텅 빔’ 수행 속에서 전에 맛보지 못한 선정을 체험하면서 행복을 맛보았다고 했다. 그는 귀국 후 ‘놓아버리기’ 수행을 널리 알렸다.
맨땅에 헤딩하듯 상가 2층에 참불선원을 열고, <불교방송> 법문을 통해 새로운 명상의 길을 알렸다. 이런 명상에 목말랐던 이들의 호응은 의외로 컸다.

‘세계 7대 성자 명상대전’은 각산 스님이 10여년 동안 몸을 상해가며 동남아시아 숲속을 헤매고 세계를 돌며 만난 고승들을 대중들이 한자리에서 뵙게 하기 위함이다. 각자가 원하는 명상을 접해 어느 문으로 들어가든지 불법의 대해로 나아가게 하겠다는 꿈을 현실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 수행하고 돌아와 한국의 수행법을 폄하하고 상대의 수행법을 인정하지 않는 닫힌 벽을 넘어 다른 전통을 인정하고 화합하며 진리에서 하나로 만나자는 꿈의 실천이기도 하다.
그는 초청 고승들을 ‘성자’로 칭한 것에 대해 “불교에선 번뇌를 소멸한 경지인 아라한 외에도 사다함, 수다함, 아나함 등의 단계도 성자로 인정한다. 우리부터 이를 인정하고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각산 스님의 꿈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그는 누구나 와서 기도하는 기독교 공동체인 프랑스 테제처럼 세계인들이 ‘쿠티’와 텐트 등에서 자유롭게 명상할 수 있는 상시 명상캠프를 꿈꾸고 있다. 술, 담배만 금하고 최대한 자유롭게, 기독교인도 개인 쿠티 안에서 십자가를 걸고 기도해도 좋을 ‘열린 명상공동체’를 우리나라에 열겠다는 것이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탄저균이 도대체 뭐야?

탄저균에 쓰러진 학생, 왜 보여줬느냐면

15.06.09 18:03l최종 업데이트 15.06.09 18:03l


탄저균이 도대체 뭐야?

지난 5월 27일 미국 국방부가 메르스보다 훨씬 치사율이 높은, 무려 치사율이 95%나 되는 살아있는 탄저균이 "주한미군 오산기지 합동위협인식연구소에 반입됐다"고 밝혔다. 살아있는 탄저균이 반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다. 탄저병이라는 말은 고등학교 수업시간에 영국 산업혁명 과정을 들으면서 접했던 단어였다. 그냥 무서운 병. 18세기 말에 있었던 병을 21세기에 설마 치료 못할까? 

그러나 실상은 달랐다. 메르스와 비교도 안 되는 95%의 치사율. 100kg의 탄저균이 살포되면 최대 300만 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어마어마한 '생화학무기'였다. 미국에서는 2001년 탄저균 가루를 넣은 봉투가 유명 인사에게 배달되어 5명이 숨지고 17명이 감염되어 미국시민들에게 큰 공포감을 안겨 주었다고 한다. '공포의 백색가루'가 그냥 나온 말이 아니었다. 

지금 미국은 북한이 생화학무기로 공격할 경우에 대비한 방어용 연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오산미군기지 탄저균 실험시설은 국민들도 모르는 채 운영된 지 벌써 17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일본 731부대가 떠올랐다. 731부대는 각종 생화학무기를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무자비하게 사용해 사람들을 학대하고, 생체 실험했던 현장이다. 작년에 하얼빈에 있는 731부대에 방문해 당시 상황을 그대로 폭로한 박물관을 둘러보면서 느꼈던 공포감을 잊을 수가 없다. 

굴욕적인 상황,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그런데 탄저균 배송사고 소식은 메르스로 인해 국내 언론에서 크게 다뤄지지 않고 있었다. 냉동되어 들어온 탄저균을 해동해 오산미군기지에서 배양실험을 했고, 22명이 탄저균에 노출되었는데도 말이다. 

우리 정부는 탄저균이 정확히 언제 어떻게 들어왔고, 얼마나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 알지도 못했다. 또 국방부도 주한미군에게 정확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기는커녕 미국이 정보를 제공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화가 났다. 자신들의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에 아무런 허락도 없이 생화학무기를 들여와 실험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미국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행동이 국민으로서 굴욕적이기까지 했다. 가만히 두고만 볼 수 없어 내가 활동하는 '대학생겨레하나'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제대로 된 진실을 미국에게 요구하고자 퍼포먼스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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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저균반대 대학생퍼포먼스 용산미군기지 앞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탄저균에 반대하며 주한미군에게 항의 퍼포먼스하는 대학생들
ⓒ 6.15대학생실천단

'페덱스(FEDEX)'로 들어온 탄저균을 표현해보자. 작은 박스에 무엇이든 배달해주는 '페덱스' 로고를 박고, 위험물질을 알리는 해골모양 마크를 넣었다. 그리고 오산미군 실험실에서 해동된 살아있는 탄저균. 공포의 백색가루라고 불린다고 했으니 밀가루로 표현할까? 밀가루보다는 좀 더 시민들에게 눈에 잘 띄게 종이로 가루를 표현해보았다. 

가장 중요한 사람, 바로 탄저균을 한국에 보내고 실험을 하고 있는 미군! 미국 군인 복장이 필요하다. 수소문을 통해 미군복을 구했다. 방독면과 함께. 이미 주한미군은 2005년부터 탄저균 백신도 맞고 있으니 탄저균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모습을 방독면으로 표현하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탄저균 위험 접근금지' 테이프까지 준비했다. 

"자주국가가 아니라 미국의 실험국가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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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저균반대 침묵행진 용산미군기지 앞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탄저균에 반대하며 미군기지 앞 침묵행진을 하는 대학생들
ⓒ 6.15대학생실천단

6일, 우리는 용산미군기지 앞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미군기지 앞에 선 미군이 페덱스 상자에서 탄저균을 뿌리면 이에 노출된 국민들이 하나씩 쓰러져 나가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짧은 퍼포먼스였지만 함께 준비한 대학생들은 솔직히 너무 화가 난다고 말했다. 한 친구는 "자주국가가 아니라 미국의 실험국가가 된 것 같다"며 "정부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우리나라를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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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P 탄저균! 용산미군기지 앞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탄저균에 반대하며 미군기지 앞 침묵행진을 하는 대학생
ⓒ 6.15대학생실천단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우리의 생명이 실험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어백신을 개발하고, 탄저균 위험에 노출됐을 경우 얼마나 빠르게 탄저균을 인식할 수 있는지 그 능력을 갖추는 실험이라고 하지만 흙이나 피부, 호흡기를 통해 감염될 수 있는 탄저균은 실험과정부터 국민들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이렇게 위험이 큼에도 불구하고 더 놀라운 것은 앞서 밝혔듯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탄저균의 반입 사실을 우리 정부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로 주한미군 주둔군지위협정(SOFA) 때문이다. 

SOFA협정 9조에 따르면 '공용의 봉인이 있는 공문서 및 공용의 우편 봉인이 있고 합중국 군사 우편 경로에 있는 제1종 물품에 대해 세관 검사를 행하지 아니한다'고 되어있다. 지난 기간 세관 검사 되지 않은 물품들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 길이 없으며, 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물질이 들어와도 손조차 쓸 수 없다는 것이다. 

국민의 생명을 외면하는 SOFA 협정 이대로 가만히 둬도 되는 걸까? 한반도가 생화학무기 실험실이 되는 일, 이제는 멈춰야만 한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자료 제출조차 하지 않았던 황교안 총리 후보자

황교안, 미국 인사청문회라면 어땠을까?
자료 제출조차 하지 않았던 황교안 총리 후보자
임병도 | 2015-06-10 09:06:35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오늘로써 사흘째입니다. 이틀 동안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했지만, 그에게 쏟아졌던 의혹은 그다지 해소되지 못했습니다. 한 마디로 그저 밋밋한 인사청문회였습니다.
새누리당이나 정부에서는 신상털기가 아닌 정책 검증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그럴 수 없습니다. 우리와 유사한 인사청문회를 하는 미국과 비교해보면 한국의 인사청문회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살펴보겠습니다.

‘자료 제출조차 하지 않았던 황교안 총리 후보자’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처음부터 야당을 당황하게 만들었습니다. 청문회 시작 전에 야당 의원들이 요구했던 자료들이 제출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청문회 전날까지도 위원회의 의결자료 총 39건 중 24건, 61.6%에 해당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총리실에서는 74건이 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퇴임 이후 수임한 사건에 대한 119건에 대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아 야당이 청문회 보이콧을 하려고 했다가, 수임했던 19건의 자료를 비공개를 통해 겨우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미국이라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자료는 이미 ‘백악관 인사국’이나 ‘FBI 신원조회’, ‘IRS(국세청) 세무조사’, ‘공직자 윤리위원회’에서 찾아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인사청문회에서는 한국의 인사청문회에서 등장하고 요구하는 세금이나 부동산 다운계약서, 병역이나 가족 재산, 증여 문제 등이 나오지 않습니다. 사전에 국세청이나 FBI 등에서 철저하게 조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한국처럼 자료를 주니 마니 싸울 필요도 없습니다. FBI 신원조회나 국세청 자료만 봐도 충분히 한국의 인사청문회에서 요구되는 자료가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료가 없다고 한다면 왜 자료가 없는지 오히려 수사가 들어가는 일도 있습니다.

자료조차 없는 인사청문회의 상황에서 '정책 검증'을 하자고 주장하는 자체가 더 이상합니다.

‘정책검증? 모호한 대답은 용납 않는 미국’
황교안 총리 후보자에 쏟아지는 의혹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병역, 자녀 병역 혜택, 과거 발언, 기독교 교도소 문제, 전관예우 등 수두룩했습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는 ‘오해’, ‘사려 깊지 못했다’, ‘불필요한 말’이라는 등의 용어를 사용하면서 핵심 질문을 피해갔습니다. 의혹이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체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황 후보자가 말장난으로 넘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자신의 말이 거짓이라고 입증할만한 자료를 의원들이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이 할 수 있는 수준은 자료를 받아 분석하고 검증하는 일인데, 자료가 없으니 그저 추궁에 불과하고, 후보자는 당당하게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정책에 대한 생각이 부족해도, 답변이 부실해도, 여성 비하 발언이나 도덕성의 문제가 있어도 한국은 괜찮습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엉터리 인물이라도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는 일이 한두 번이 아닌데, 뭘 그 정도를 가지고라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황교안 인사청문회 모습 ⓒSBS 화면 캡처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의원들의 모습도 그다지 세련돼 보이지 않습니다. 후보자의 대답을 듣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총리상을 말하는 여당 의원이 있는가 하면, 책 읽듯이 원고를 읽는 새누리당 의원도 눈에 띕니다.
질문 자체가 모호하니 답하는 후보자도 논리가 없는 두루뭉술한 대답만 합니다. 뚜렷한 정책을 보여주는 시간이 아닌 그저 ‘앞으로 잘하겠다’는 말만 합니다.
미국에서는 ‘어떻게’라는 말을 묻고 듣지만, 한국은 ‘그저’, ‘잘’이라는 말이면 충분합니다.

‘인사청문회에 필요한 시스템과 메뉴얼, 법안은 언제쯤’

미국 인사청문회와 한국 인사청문회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기간입니다. 한국은 대통령의 인선과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보통 한 달 이내에 끝이 납니다. 그러나 미국은 보통 대통령의 사전 인선에 평균 270여, 행정부 인준 준비에 평균 28일, 상원인준에 50일 총 350여 일이 소요됩니다.
미국은 대통령과 행정부에서 이미 후보자에 관한 인사검증을 해서, 굳이 의회에서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인사검증을 할 시간은 물론이고, 청와대에서조차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늘 문제가 생깁니다.
대통령도 인사검증에서 문제가 되는 인사는 아예 후보자로 선택하지 않습니다. 부도덕한 인물을 선정할 경우,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별로 신경 쓰지 않습니다. 대통령과 인사청문회 후보자와 별개라는 이상한 논리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도 매번 인사검증 시스템을 바꿉니다. 아니 아예 청와대가 하는 인사검증 시스템이나 매뉴얼이 있는지조차 모릅니다. 인사청문회 통과를 위해 여당 의원들에게 지시할 뿐이지, 인물 선정에는 별로 신경조차 쓰지 않습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인사청문회 관련 법안 ⓒ국회
한국에서도 인사청문회 기간을 늘리고, 사전 검증을 위한 자료 제출을 법안으로 규정하는 등의 다양한 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그러나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은 스스로 국회 인사청문회에 문제가 있다면서 법안을 제안해놓고, 인사청문회가 문제가 있다며 아예 인사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황교안 총리 후보자가 미국에 있었다면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미국 백악관 인사실의 시스템과 매뉴얼에 따르면 황교안 후보자와 같은 사람은 '절대 불가' 판정을 받았을 것입니다.
대통령을 위한, 대통령에 의한 총리는 결코 국민을 위해서 일하지 않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국무총리라고 부르기보다 박근혜 대통령의 총리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831 

방산비리 수사로 드러난 일광공영과 기무사의 검은 관계

방산비리 수사로 드러난 일광공영과 기무사의 검은 관계

김종대 2015. 06. 09
조회수 3456 추천수 0
 천안함 5주기가 되던 지난 3월 26일에 도봉산 근처의 야적장에 방치된 컨테이너를 급습한 방산비리 합동수사단(이하 합수단)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속에서 일광공영의 이규태 회장의 각종 장부와 군 내부의 비밀자료, 몰카 형식으로 촬영된 성 접대 동영상으로 보여 지는 자료들이 문서와 USB에 저장된 파일의 형태로 무더기로 나왔다. 방산비리 합수단이 이규태 회장의 아들까지 조사대상에 올리면서 이 회장을 압박하자 마침내 자료의 소재를 실토하여 찾아낸 것이다. 1톤이 넘는 이 자료들은 정관계와 연예계, 법조계와 군까지 뒤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자료들이었다. 그 규모의 방대함에 놀란 합수단은 이 자료가 전부가 아니라 이규태 회장이 도봉산 컨테이너 박스 외에도 또 다른 제3의 장소에 추가 자료를 은닉했다는 심증을 갖고 이를 찾기 위해 수사의 역량을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합수단이 이 자료를 근거로 어디까지 수사를 확대할 것인가는 방산비리 수사의 향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전체를 흔들 메가톤급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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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은닉했던 컨데이너 자료창고(MBC 8시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이미 발견된 자료만 보아도 이규태 회장 개인의 군과 정관계, 법조계 인맥의 실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여기에다 이미 세간에 잘 알려진 연예인까지 등장한다는 점에서 이 자료의 폭발력은 실로 엄청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중에서 합수단이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은 일반인이 구할 수 없는 군의 Ⅱ급, Ⅲ급 비밀문서가 어떻게 이 회장에게 흘러들어갔느냐는 것이다. 특히 장성급 인사들의 신원정보와 각종 무기체계 획득사업 정보, 국방부 및 방위사업청 내부 동향에 관한 140여 건의 내부 자료는 이 회장과 군 내부를 손금 들여다보듯이 파악하면서 군 내부의 정보와 권력의 흐름을 포착하는 데 긴요한 수단이다. 이 자료를 보면 역대 정부를 거치면서 군 인사에까지 깊숙이 관여해 온 이 회장에게 정보를 제공한 당사자로 기무사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합수단은 이 자료에 대한 분석을 기무사에 맡겼다. 그리고 5월에 이르러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에게 돈을 받고 군사기밀 100여 건을 누출한 혐의로 기무사의 변모씨와 김모씨를 구속했다. 이 중 변씨는 일광공영의 보안을 감독하는 실무자로서 2006년 11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거의 10년 간 이 씨에게 군 내부 자료를 빼다 준 이 회장의 수많은 정보원 중 한 명이었다. 보안을 감독하고 통제해야 할 당사자가 거꾸로 정보를 유출하는 경로가 된 것이다.
 국방부와 합참의 요직을 두루 역임한 한 육군 예비역 장성은 필자에게 “한 때 합참에 장성으로 근무할 당시에 본인도 이규태 회장에게 불리한 정책을 결정했다가 곤욕을 치룬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일광공영의 사업인 러시아 무기도입사업(불곰사업)을 반대한 이 장성의 상급자에게 이 회장이 “그 장군 문제가 많다”며 음해를 하는 통에 하마터면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할 뻔했다”는 이야기다. 또한 “이 회장이 군 관련 인사들과 골프나 만찬 회동을 하면서 군 인사에 대해 줄줄이 설명을 하면 그 정보력에 대부분 귀를 기울이게 마련이었다. 이 회장은 군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뿐만 아니라 군의 진급과 보직에 대한 남다른 지식으로 걸림돌이 되는 고위 장교들에게 집요하게 보복을 가하는 용의주도함도 과시했다”고 한다. 덧붙여 그는 “이 회장이 군 관련 고위 인사들과 회동하면서 차기 인사에 대한 예측을 제시하면 거의 들어맞았다”며 “군 인사에까지 서슴없이 개입하고 국방부 산하기관장 인사에까지 개입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이 회장의 정보력은 많은 사람들을 줄 세우는 권력이었다. 구속된 기무사 요원이 푼돈이 아쉬워서 과연 그 많은 기밀을 이 회장에게 빼돌린 것만은 아니다. 가혹한 진급과 보직 경쟁에 내몰린 군 관련 인사들에게 이 회장은 자신의 안전을 지켜주고 출세의 지름길을 알려주는 구원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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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들에게 방산비리 수사를 제보할 것을 홍보하는 기무사의 공익광고

 기무사의 수상한 행보

 그렇게 줄을 대는 기무사에 대해 이 회장은 전임 기무사령관을 자신이 운영하는 연예기획사의 대표 자리를 제공함으로써 보답했다. 기무사와 이 회장의 유착관계를 의심케 하는 일은 단순한 정보 제공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0년에 이 회장이 불곰사업에서 횡령·배임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직후 이스라엘 방산업체 엘빗(Elbit)사와 일광공영이 맺은 무기중개 계약을 해지하자 이 회장은 대표직을 부하직원 명의로 바꿔 다시 무기중개업체 등록을 신청했다. 이미 비리로 무기중개업의 자격이 박탈된 일광공영이 자격을 다시 획득하는 데는 채 10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기무사는 보안측정을 통해 일광공영이 자격을 회복하도록 지원하고 방위사업청은 재심사를 통해 자격을 부여했다. 방위사업청은 일광공영과 계약을 해지한 엘빗사에 서신을 보내 “일광공영은 방사청의 규정에 의해 커미션 에이전트로서 적법한 자격 검토를 거쳐 등록했다”며 “우리는 귀사가 에이전트와의 관계를 다시 정상화해 진행 중인 사업이 계획대로 원만하게 추진되기를 바란다”고 노골적으로 지원했다. 이 서신이 이후 일광공영이 무기중개업을 계속할 근거로 작용한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 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을 2010년 초 당시에 방위사업청장은 해군 출신 변무근 씨로 최근 합수부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통한 소식통은 “애초 자신이 방위사업청장으로 진출하리라고 예상하지 못한 변무근씨를 진출시킨 데는 이 회장의 힘이 컸다”고 말한다. 여기에다 “방위사업청장으로 부임할 것이라는 사실 자체를 변무근 씨에게 알려준 당사자가 바로 이 회장 이었다”며 이 회장이 이명박 정부의 권력 핵심과도 깊숙이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당시 이 회장의 계열사인 연예기획사 폴라리스의 대표는 바로 전 기무사령관인 김영한 예비역 중장이다. 이어 그는 “기무사와 방위사업청으로 이어지는 국방 무기획득의 핵심 라인의 맥을 이 회장이 이미 짚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것이 범죄자가 된 일광공영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비리를 예방하고 보안을 강화해야 할 기무사령부가 왜 유독 이 회장과 일광공영에 대해서는 유착된 행태를 보인 것일까? 이것을 일부 요원의 일탈행위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있다. 전직 기무사령관을 이 회장이 영입하고 장기간에 걸쳐 일광공영이 곤란에 처할 때마다 기무사가 구원자로 등장한 것은 하급 군무원의 일탈행위만으로 설명될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권력친화적이며 비대화되려는 권력의 속성을 가진 기무사 자체에도 그 원인이 있다.
  지난 10여 년간 기무사는 권력과 정치를 향한 집요한 행보를 보여 왔다. 2003년에 기무사령관을 마친 문두식 중장. 바로 이듬해에 고향인 전라도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그 후임으로 2005년에 사령관을 마친 송영근 중장. 박근혜 대표 진영에 합류하더니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되어 현재 국방위에서 활동하고 있다. 2006년에 사령관을 마친 김영한 중장. 이 회장과의 친분을 바탕으로 클라라가 소속되어 있던 일광공영의 계열사인 엔터업체 폴라리스와 폴라리스엠넷 대표이사를 지냈다. 2008년에 사령관을 마친 허평환 중장. 2012년에 국민행복당을 창당하여 대표를 맡았고, 총선뿐만 아니라 대선 도전까지 선언한 바 있다. 2010년에 사령관을 마친 김종태 중장. 현 정권의 텃밭인 경상도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그런가 하면 2013년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기무사령관의 행보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다. 그해 기무사령관으로 임명된 장경욱 중장.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EG 그룹 회장의 동기생인 육사 37기생들의 동향을 관찰하고 국정원, 청와대의 군 출신 고위 인사들의 군 인사개입을 견제하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가 이임식도 치루지 못하고 6개월 만에 전격 경질되었다. 이어 2013년 말에 임명된 이재수 중장. 2014년 말에 청와대에서 ‘정윤회 문건 파동’이 터지던 당시에 역시 전격 경질되어 야전의 한직으로 밀려난다. 이 역시 정윤회-박지만의 권력 암투의 불똥이 튄 인사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이어 임명된 조현천 중장. 한 때 군 내 사조직 알자회 출신이지만 적임자가 없어서 발탁되었다는 후문이다. 임기가 절반도 지나지 않은 박근혜 정부에서만 벌써 기무사령관이 네 번째다. 게다가 기무사령부의 고위 장성 출신들은 현재 방위산업체에서 대거 약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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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공영의 이규태 회장

돈과 권력을 향한 집요한 의지

 지난 10여 년 간 정치권과 기업에 진출하는 기무사의 약진은 대단히 경이적이다. 군 내부에서도 4000명이 넘는 거대조직에다가 장교의 동향을 관찰하는 기무사의 권위는 무소불위라고 할 수 있다. 중장이 사령관인 기무사의 대령급 이상 직위자 숫자는 대장이 사령관인 육군의 야전사령부 수준을 훨씬 넘어서고 있다. 기무사는 보안, 방첩, 일반정보의 기능을 모두 보유하고 있으며 간헐적으로 대통령에게 단독보고를 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움켜쥔 존재이다. ‘신원조회’라는 명분으로 청와대가 군 인사에 개입할 수 있는 수단도 사실상 기무사가 청와대에 제공하는 인사자료라고 할 수 있다. 군 내부 사정에 어두운 정치권력이 군을 장악하고자 하는 조바심에 내몰릴 때 기무사의 장교 인사자료는 아주 달콤한 유혹이 된다. 이 과정에서 특정 장교에 대한 음해나 모략이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다. 그런가하면 군 내부 좌익분자 색출이라는 공안의 논리를 앞세우는 정권 친위적인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이런 탄탄한 권력을 기반으로 기무사는 역대정권의 국방개혁으로부터도 자유로웠다. 1993년에 하나회라는 군 내 사조직을 척결한 김영삼 정부는 하나회의 본산이었던 기무사 개혁에 착수하여 장성 숫자를 대폭 감축하였으나 불과 1년 만에 다시 예전 수준으로 원 위치했다. 1998년에 출범한 김대중 정부는 당시 육군본부 장성들이 주도가 되어 기무사를 국방부 정보본부 산하로 통폐합하는 국방개혁안을 조직의 막강한 영향력으로 무산시킨 바 있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도 기무사 개혁에 착수하였으나 재빠른 변신으로 개혁안을 무력화하고 거꾸로 군 사이버사령부 창설안을 입안하여 조직 확장을 시도하였다. 이명박 정부에서 사이버사령부 창설은 일견 결실을 보는 듯 했으나 기무사 세력 확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 때문에 국방부에 그 기능을 양보했다. 이러한 외풍을 겪으면서 기무사는 역대 정권을 초월하여 자신의 조직을 보호하면서 그 권력의 기반을 관리하는 데 뛰어난 수완을 발휘하게 되었다. 최고 권력자의 의중을 헤아려 국정의 중심과제에 한 걸음 먼저 다가가고 폭넓은 정보력으로 국정의 윤활유가 되기를 자처한 것이다.
  이재수 사령관 시절에 기무사가 ‘병영문화 혁신안’을 구상한 것이 바로 그 사례이다. 야전의 지휘관 의견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종합하여 국방부 병영문화 혁신안보다 기무사가 먼저 아이디어를 종합함으로써 담당 기능이나 부서를 뛰어넘는 기민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에서 기무사는 쿠테타 방지라는 대전복임무, 군내 방첩 및 수사라는 본래 임무를 넘어 한마디로 못하는 일이 없는 만능 부서로 거듭난 상황이다. 이제는 군사 쿠테타라는 시대에 뒤떨어진 명분만으로 기무사가 자신의 존재 의미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에 그 업무 영역이 외부로 확장된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런 기무사의 업무 확장이 경직된 관료주의의 폐해를 숙명처럼 안고 있는 국방 조직에 긍정적 자극제가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와서 기무사는 사령관이 연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일을 겪는 등 되레 수난이다. 그러나 이 수난의 이면을 보면 기무사가 자신들이 표방한 비리 척결과 국방부장관 등 고위층에 대한 건전한 견제를 좌절시키는 매우 나쁜 선례를 남기는 게 그 내용이다. 장경욱 전 사령관은 자신이 석연치 않게 경질된 이유를 “박지만 동기생에 대한 견제활동이 그 원인이 되었다”고 언론에 직접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그 동기생들은 당시 청와대 김장수 안보실장, 남재준 국정원장 등 핵심부의 군출신 인사들이 각기 군 인사에 개입하는 정황을 적시하며 육군 참모총장까지 포함하면 “군 인사에 5개의 머리가 있다”는 보고서를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직접 전달한 게 화근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장 기무사령관이 경질되자 이번에는 박지만 동기생인 이재수 사령관으로 권력이 교체되었지만 이마저도 정윤회 문건 파동으로 조기에 경질되는 비운을 겪었다. 이런 현상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정권의 2인자 그룹인 김종필, 윤필용, 박종규, 김형욱 등이 차례로 제거된 통치 스타일과 어쩐지 유사하다. 권력에 대한 직언이 제대로 통하지 않자 이제는 권력에 적극 부응하는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하는 과정이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양상이다. 이렇게 보면 기무사는 권력자가 활용하기 나름인 일종의 칼자루라고 할 수 있다. 칼은 좋은 데 쓰면 유용하지만 나쁘게 쓰면 흉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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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관대한 도덕관

 게다가 일탈 행위를 한 일부 기무사 간부에 대해 기무사령부는 은폐하거나 관대한 처분으로 제식구 감싸기를 한 기억이 군인들 사이에는 박혀져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상당수 군인들은 “기무와 헌병의 비리가 없으면 군에는 비리가 없을 것이다”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런 기무사가 일부 무기중개상을 관리하지 못하고 거꾸로 하수인이 되는 모습을 노출하고 권력과 돈을 향한 집요한 지향성을 보여 준 것은 민주주의와 안보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다. 이에 대해선 수시로 개혁의 외풍을 겪으면서 기무사 자체에도 도덕과 명예심보다는 일신의 안전과 영달을 추구하고자 하는 체념적 풍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낳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의 기무사에는 감정적 매질보다는 건강한 비판과 격려가 필요하다는 여론도 나오고 있다.
  전 세계 미국을 제외하고 자유민주 국가에 기무사와 같은 대규모 방첩조직을 운용하는 나라는 없다. 어떤 군 정보조직과도 비견될 수 없는 기무사는 현대 민주주의 발전추세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이 불가피해 보인다. 먼저 전근대적인 권력의 속성을 일소하고 군 발전에 기여하는 서비스 기관으로 이미지 자체를 쇄신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일환으로 장교에 대한 기무사의 존안자료, 즉 신원자료는 폐기해도 무방해 보인다. 이미 장교들의 경우에는 기무 외에도 감찰, 헌병과 같은 감시기관에 의해 범죄 정보가 이중, 삼중으로 점검되고 있다. 이러한 중복기능의 난립이 기밀 유출이라는 부작용과 기무사의 권력화 된 이미지의 내용을 구성한다면 차라리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지 않는다면 일개 무기중개상에 휘둘리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추문에 휘말리며 개혁을 집요하게 방해하는 수구적 기관으로 지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방위산업체에 대한 보안측정도 핵심 부분만 존치하고 일반적인 방산 업무는 외부 기관에 위탁하거나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보기관이 무기중개상 인허가에 관여하는 것 자체가 오해를 받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제도 개혁이 기무사 개혁의 핵심이라는 점을 인식한다면 방산비리 합동수사는 이 기회에 기무사 개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종대 편집장 jdkim2010@naver.com

임동원 “박 대통령, 6.15선언 준수 의지 천명부터”


김대중평화센터 등, 6.15 15주년 학술회의 개최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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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09  10:5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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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이 9일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6.15남북정상회담 15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의지가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6.15남북공동선언을 준수하고 계속 발전시킬 의지를 천명하는 데서부터 시작해야 돌파구를 열 수 있을 것입니다.”
6.15공동선언 발표 15주년을 맞아 당시 주역의 한 명인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은 9일 ‘6.15 남북정상회담 15주년 기념 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통해 “오늘 착잡한 심경으로 6.15주년을 맞는다”며 이같이 주문했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학술회의에는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으로 동행했던 김민하 세계일보 회장을 비롯해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홍사덕 민족화해협력협의회 대표상임의장, 이해동 목사, 박청수 원불교 원로교무 등이 참석했다.
임동원 전 장관은 “6.15는 남북관계의 역사에서 분단 극복의 집약적 표현”이라며 “대화가 중단되고 접촉이 끊어지고 긴장이 고조되는 현실에서 다시 평화와 협력의 길을 찾고자 한다면 6.15의 길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강대국 정치에 희생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의 운명을 우리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며 “한국 외교의 힘은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생긴다”고 짚었다. “6.15는 한반도 질서를 우리가 결정할 수 있을 때, 동북아 질서에서 한국 외교의 역할이 주어지고 공간이 생긴다는 점을 증명해주었다”는 것.
임 전 장관은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분단극복이고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라며 “6.15정신으로 희망을 만들어가기를 간절히 기대한다”고 맺었다.
  
▲ ▲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밀사 역할을 맡았던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은 기조연설에 나서 “박근혜 정부는 내치에 이어 외교도 위기에 직면해 있다”며 “저는 박근혜 정부가 마지막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남북관계 개선을 적극 모색하고 개척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부이사장은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어 남북이 상생하는 경제 공동체를 일구어야 한다”며 “이제 5.24조치를 해제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북한도 우리가 5.24조치를 해제할 수 있도록 이에 상응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부이사장은 “개성공단은 돈도 벌고 평화도 얻는 진정한 창조경제다. 독일 흡수통일, 베트남 무력통일과 다른 우리가 만든 한국형 통일모델”이라며 “박근혜 정부와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을 시작으로 해주, 남산, 원산, 신의주, 나진 선봉, 함흥, 청진 등 북한 전역에 이러한 창조 경제, 통일 모델을 세우고자 제안한다”고 말했다.
  
▲ 학술회의 제1세션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김치관 기자]
1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동행했던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개막식에 이어 ‘분단 70년, 6.15 그리고 통일의 새로운 지평’을 주제로 제1세션이 시작됐고, 오후에는 ‘역동하는 동북아, 한반도의 새로운 가능성’을 주제로 제2세션이 예정돼 있다.
또한 ‘베를린 1989, 서울 2015’를 주제로 한 제3세션에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개회사를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이 특별강연을, 이희호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이 인사말씀을 할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그러나 김대중평화센터와 한반도평화포럼 등이 주최한 이날 행사는 당초 63빌딩에서 기념 만찬으로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MERS) 사태'로 취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