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23일 일요일

"한국 정부, 왜 '죽어가는 산업'에 돈 쓰나"

"한국 정부, 왜 '죽어가는 산업'에 돈 쓰나"

[인터뷰] 존 번 델라웨어대 교수가 말하는 '에너지 정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과연 '남의 일'이기만 할까. 한국 안에서도 원자력 발전소(핵발전소) 안전 문제에 빨간불이 켜진 지 오래다. 월성, 고리 등 노후 원전에선 사고가 잇따른다. 수명이 끝난 원전을 연장 가동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인근 주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고리원전 주변 주민에게 갑상선암(갑상샘암)이 발병한 책임이 한국수력원자력에 있다는 판결이 나온 게 지난달 17일이다. 그보다 조금 앞서 실시된 삼척원전 유치 찬반 주민투표에서는 참가 주민의 85%가 반대표를 던졌다. 원전의 위험성은 이제 상식이 됐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핵발전)에서 벗어나자는 '탈핵'에 대한 공감대는 여전히 약한 편이다. 원전은 불안하지만, 딱히 대안은 찾기 힘들다는 게 흔한 생각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태양광 등 재생가능 에너지는 원전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 그는 서울시에 "1억87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면적의 옥상이 있는데, 이 중 환경적 조건을 충족하는 30%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면 도시 전체가 주간에 사용하는 전력의 60%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먼 훗날에나 상용화될 수 있는, 이른바 '첨단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도 가능하다. 다만, 개인이 태양광 패널을 구입해서 설치하는 건 아직 무리이므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게 존 번 교수의 주장이다. 그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도 이런 맥락이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구성원이며, 기후 변화를 공론화한 공로로 2007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던 그를 지난 10일 국회에서 만났다. 세계적인 에너지 전문가지만, 그는 전문가의 역할에 선을 긋는다. 원자력에서 재생가능 에너지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원전에 이해관계가 걸린 기득권 집단, 이른바 '핵 마피아' 문제를 푸는 것도 결국 원전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라고, 그는 말했다. 이날 그와 나눈 이야기를 간추렸다.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프레시안(손문상)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프레시안(손문상)

"원전 피해 지역 주민과 대도시 주민이 직접 교류해야"

프레시안 : 박원순 서울시장이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호응은 미미하다. 사회 전체적으로 '탈핵'에 대한 공감대가 약한 탓일 게다.  

존 번 : 에너지 이슈라는 게 기본적으로 복잡한 문제다. 시민에게 와 닿게끔 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지난 2년 동안 '원전 하나 줄이기' 캠페인을 서울시가 주도하면서 보통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다른 국제도시들과 비교해도, 서울은 분명한 목표와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 

지난 6월에도 서울을 방문했는데, 당시 서울시가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의 일환으로 태양광 발전과 관련한 청책(聽策) 토론회를 열었다. 젊은 학생들부터 전문가들까지, 각계각층의 시민이 개진한 의견이 수렴되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앞으로도 공동체와 지역 기반의 자유로운 토론의 장이 마련되면 좋겠다.     

프레시안 : 한국은 이웃나라 일본의 후쿠시마 사태를 아주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핵에 대한 감수성은 낮은 편이다. 예컨대 한국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부산의 경우, 고리 원전에서 아주 가깝다. 고리 원전에서 사고가 나면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원전 문제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아 보인다.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손문상)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손문상)
존 번 :
 후쿠시마 사고 직후에 서울에 왔었다. 사람들은 그 사고의 영향이 있을까 상당히 걱정하는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대형 원자력 사고가 세 번 있었다. 그 중 최근이 후쿠시마 사고다. 사고 직후엔 원전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다가 자연스럽게 관심이 식는다. 언론 역시 시간이 지나면 이 문제를 잘 다루지 않는다. 시민들에게 원자력발전의 문제를 알리려면, 언론의 지속적인 보도와 역할이 중요하다. 

또 원전지역 주민들과 서울, 부산 등 대도시 주민과의 소통과 상호작용(interaction)이 잘 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대도시 주민들은 원전 사고가 '먼 나라의 이야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원전지역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인식 전환이 이뤄질 수 있다고 본다. 

한국의 세월호 참사를 예로 들어 보자. 뉴스를 통해 사건을 접하는 것과 희생자 부모들과 직접 이야기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은 다를 것이다. 원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당장 후쿠시마 사태는 일본인들에겐 매우 현실적인 위험이다. 농작물 생산은 물론, 지금까지도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은 일본과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데도, 이런 상황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다. 원전 피해 지역 주민과 교감이 있어야 한다.

"서울 옥상 면적 30%에 태양광 발전 설치, 주간 전력 60% 생산"

프레시안 : 대안에너지로 태양광 발전이 주목받았다. 한국에서도 태양광 관련 투자가 한 때 활발했다. 그러나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는 못했다. 

존 번 : 서울시의 모든 건물 옥상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했을 때 얼마나 많은 전력을 얻을 수 있을지를 조사한 연구 결과가 있다. 건물이 밀집한 서울시의 경우 1억8700만 제곱미터(㎡)에 달하는 면적의 옥상이 있는데, 이 중 환경적 조건을 충족하는 30%에 태양광 발전을 설치하면 도시 전체가 주간에 사용하는 전력의 60% 이상을 생산할 수 있다.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현재의 기술로도 가능하다. 태양광의 잠재력이 이 정도라는 얘기다. 화력발전이나 원자력 등 다른 전력 생산 방식보다 훨씬 잠재력이 크다. 또 설치하는데 큰돈이 들지도 않는다. 이걸 서울시가 정책적 계획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미국엔 '지속가능 에너지 공익사업체(Sustainable Energy Utility, SEU)'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런 식의 태양광 발전 모델을 통해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사업을 통해 전기를 적게 쓴 만큼 아낀 돈으로 지속가능 에너지 사업에 재투자를 하는 식이다.

이미 미국의 경우 델라웨어나 워싱턴DC, 캘리포니아, 펜실베니아 등에서 이런 모델을 적용해 지속가능 에너지 발전을 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런 방식으로 지속가능 에너지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 워낙 큰 규모의 사업이기에 일단 서울시의 한 지역을 대상으로 실험을 해볼 수도 있겠다.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손문상)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 ⓒ프레시안(손문상)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 지역에서 생산해야"

프레시안 : 한국에선 몇 년째 밀양 주민들의 송전탑 건설 반대 운동이 진행됐다. 밀양 주민들은 송전탑을 지나가는 전기의 주요 소비자도 아닌데, 다른 대도시 지역의 전기 소비를 위해 희생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강자의 편리를 위해 약자가 일방적으로 희생하는 구조다. '정의(正義)' 문제다. 하지만 국내에선 밀양 주민의 이 격렬한 반대가 '에너지 정의' 문제로 인식되지 못하는 면이 있다. 

존 번 : 발전소나 송전탑 등 에너지 생산 시스템은 결국 정부 돈으로 만든다. 그 돈은 결국 국민의 세금이다. 이 국민의 세금으로 송전탑을 지을지, 아니면 지속가능 에너지에 투자할지 결정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 부족하고, 그럴 만한 역량도 부족한 편이다. 왜 그런가? 그 문제가 바로 '에너지 정의' 이슈다.  

결국 정책 결정은 정치, 경제 권력에 의해 이뤄지기 마련인데, 원전 지역 주민이나 밀양 주민들에겐 권력이 없기 때문에 송전탑과 같은 시설이 들어선다. 예컨대 서울 강남지역엔 송전탑이 들어서지 않는 것이다. 이 문제를 관통하는 것이 바로 '에너지 정의' 이슈다. 

에너지 빈곤과 관련한 조사를 했다. 서울에서 소득 하위 10%에 속하는 이들은 에너지 소비에 소득의 13%를 쓴다. 이들이 에너지 빈곤층이다. 반면, 소득 상위 10%의 사람들은 에너지 소비에 소득의 2%만을 사용한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 역시 '에너지 정의'다. 

현재는 모든 에너지 시스템의 설계와 운용을 중앙정부가 담당한다. 그러다보니 '에너지 정의'가 요원해진다. 지역 기반의 민주적인 에너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중앙정부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지역과 생산하는 지역이 따로 있는 형태다. 그러니까 에너지 생산지역 주민들의 격렬한 반대가 일어난다. 한국 실정에 맞게 지역 기반으로 운영해야 한다. 지역에서 필요한 에너지를 그 지역에서 만든다면, '에너지 정의'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될 것이다. 

서울시의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에 깔린 철학은, 단순히 발전소 하나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정의를 높이는 차원이기도 하다. 원전에 의존하는 현재의 시스템은 '에너지 정의'를 점점 떨어뜨린다. '원전 하나 줄이기' 사업을 통해 '에너지 정의'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원전을 하나 줄이면, '에너지 정의'는 올라간다. 

"원전 더 지으면 신용등급 떨어진다"

프레시안 : 이명박 정부는 녹색성장을 내세우면서 동시에 원전 수출에 목을 맸다. 모순된 행태인데, 원전 수출을 경제 성장의 한 동력으로 삼으려는 정책 기조는 지금도 유지된다. 원전 관련 산업은 여전히 차세대 유망 산업으로 꼽힌다. 생태적인 문제는 일단 차치하고서라도, 의문이 든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많은 나라들이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해 조심스러워졌다. 이는 세계적으로 원전 수요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 수출이 과연 경제성이 있을까. 

존 번 : 미국은 원자력발전을 최초로 시작한 국가다. 그러나 원전 산업이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보조금 때문이었다. 원전 건설비용에 일단 정부 보조금이 들어가고, 사고가 발생할 것을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금에도 보조금이 투입된다. 결국은 국민의 세금인 셈이다. 엄청난 세금이 투입되는데, 이런 보조금이 없다면 원전은 경제성이 없다고 본다. 한국 정부도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원전에 투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역시 경제성이 없다고 본다.

원전은 죽어가는 산업이다. 미국엔 두 개의 커다란 원전 건설회사가 있는데, 제너럴일렉트릭(General Electric Company)과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Company)다. 이들 역시 주문을 제대로 따내지 못한 지 오래다. 신용평가기관 역시 원전에 부정적이다. 워낙 비용이 많이 드는 탓이다. 원전을 더 지으면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는 경고를 한 적도 있다. 투자자들도 이제는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쪽에 흥미를 갖는다. 원전 투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원전 수출에 기대를 거는 한국 정부의 태도 역시 합리적이지 않다.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이 원전보다 일자리 창출 효과가 4배가량 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서도 재생가능 에너지가 더 낫다.

"'핵 마피아' 깨려면, 원전 지역 주민들이 나서야"

프레시안 : 한국에서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이른바 '핵 마피아'로 불리는 이해관계자들이다. 산업 당사자와 전문가,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정치인 및 관료들이다. 이들의 결속과 기득권이 워낙 견고하기 때문에 '마피아'라고 불린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존 번 : 미국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일단 경제성이 없기 때문이고, 또 지역 주민들이 거세게 반대하기 때문이다. '핵 마피아'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원전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는 지역 주민들의 노력이다.


사회갈등 풀려면 당사자 참여 늘려야


이수경 2014. 11. 24
조회수 17 추천수 0
환경상식 톱아보기 2. 대의민주주의가 헌법정신?
국민 구성과 국회 구성이 달라, 비례대표 늘려야 민의 제대로 대표
국정 전반에 시민참여 늘려야, 당사자는 가장 중요한 참여 주체

사본 -05137532_R_0.jpg» 지난 9월18일 정부서울청사 정문 옆에서 농민들이 쌀 전면개방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농민 인구 8%, 농민 의원 0.7%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가 국민의 의사나 이익을 대표하지 못하는 역설은 대의민주주의가 갖고 있는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에 발생한다.  다수의 ‘대표’가 ‘다수’의 대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기고한 글에서 살펴본 것처럼 소선구제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이 국민을 고르게 대표하지 않는 탓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인구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50.3%로 남성보다 많지만 19대 국회의원 중 여성의원의 비율은 15.7%에 불과하다. 
 
또 우리나라 인구에서 5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13.7%이지만 국회의원 당선자의 47.3%가 50대다(주 1). 게다가 농민은 우리나라 인구의 8%에 달하지만 농민 출신 국회의원은 0.7%에 불과하다.
 
이렇게 국민의 구성과 국민의 대표한다는 국회의 구성은 다르다. 국민의 관심사나 의견, 더 나아가서는 이해까지 국회가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gr0.jpg» 19대 총선 성별, 연령별, 직업별 당선인 수 (단위 : 명, %)(주 2)
 
다양한 국민 대표할 비례대표 늘려야 
 
19대 국회에서 장애인 관련법안을 제일 많이 발의한 의원은 장애를 갖고 있는 의원이었다. 당사자라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특히 사회적 약자의 경우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우리 사회의 불공정함을 알기 어렵다. 
 
또 당사자라야 불공정을 개선하기 위한 힘들고 지루한 과정을 견뎌낼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국정에 당사자가 참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국회에서 직능대표인 비례대표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이 선출한 대표인 입법부에서만 당사자의 참여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임명직인 사법부와 행정부의 경우, 국민의 상식이나 합리성과 다른 행정 집행, 또는 사법적 판단으로 국민의 불신과 사회적 갈등을 자초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렇게 국가운영이 국민의 상식과 합리성, 더 나아가서는 국민의 이익과 어긋나는 일이 잦아지면서 입법, 행정은 물론 사법에까지 국민의 직접 참여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시민입법, 정책참여, 시민배심원제와 같이 입법, 행정, 사법에 국민이 참여할 길을 만들어 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아직 참여제도도 턱 없이 부족하고 국민의 참여도 적은 편이다.

사본 -05123597_R_0.jpg»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고 김유민 양의 아버지 김영호씨가 세월호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벌이는 모습. 사진=박승화 기자
 
당사자를 빼야 객관적인가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유가족이 참여하는 것을 두고 입법권 침해라고 반대했고 진상조사위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게 해달라는 유가족의 요구도 사법권 침해라며 반대했다. 유족이 원했던 세월호특별법을 국민의 과반수가 찬성했지만 결국 새누리당의 억지대로 세월호특별법은 기소권도 수사권도 진상조사위원회에 주지 않았고 입법과정에 당사자인 유가족의 참여도 허락하지 않았다.
 
새누리당과 대통령은 국민으로부터 나온 입법, 사법, 행정권이 서로 견제하고 감시해서 국민의 주권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삼권의 독립을 주장한 게 아니라,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삼권이 독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셈이다.

애초에 애초에 정부가 국민을 제대로 보호하고 검찰이 성역 없는 수사를 제대로 하고, 국회가 세월호법을 제대로 만들어낼 거라는 믿음을 주었다면 슬픔만으로도 무너져 내리는 유족이 당사자로 참여하겠다고 주장하지도 국민들이 유족을 참여시키라고 촛불을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새누리당은 대의민주주의가 헌법정신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참여가 헌법정신을 위배하는 거라 주장하지만 국가기구가 국민의 권리를 제 멋대로 행사하고 국민의 이익을 침해하면서 주인 노릇을 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정신을 거역하는 일이다.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는 집회나 시위와 같은 표현의 자유를 통해 국민의 뜻을 국정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국민이 직접 국가운영에 참여할 길을 넓혀가기 위해 시민운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당사자라서 국정에 참여할 권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갈등을 줄이고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서 당사자의 참여는 반드시 필요하다. 당사자라 객관적일 수 없는 게 걱정된다면 전체 절차가 객관적일 수 있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 
 
국민이 주인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만드는 게 민주주의이지 절차를 핑계로 국민의 권리를 박탈하는 게 민주주의는 아니다. 다수결이나 대의민주주의라는 절차를 헌법정신인양 들고 나오면서 국민의 뜻을 무시한다면, 새누리당이 생각하는 우리 나라의 주인은 국민일까 헌법의 자구일까?

이수경/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환경운동가
 
<참고자료>
(1) 제19대국회의원선거총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가통계포털>, 통계청
(2) 제19대국회의원선거총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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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 환경과 공해 연구회 환경운동가
전 환경과 공해연구회 회장. 1980년대부터 환경운동을 했으며 시민운동과 에너지 문제에 특히 관심이 많다.
이메일 : eprgsoo@gmail.com      
블로그 : http://ecoi.tistory.com

직접 뽑는 민주노총 위원장... 전국의 '장그래' 구할까?


14.11.23 20:45l최종 업데이트 14.11.23 20:45l



기사 관련 사진
▲  투쟁과 연대 첫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8기 위원장 선거 후보들이 23일 낮 서울 합정동 국민TV 카페에서 열린 언론사 합동 토론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4번 전재환, 기호 3번 허영구, 기호 1번 정용건, 기호 2번 한상균 후보
ⓒ 김시연

"70만 조합원 모두가 유권자다."

19년 만에 첫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위원장 등 임원 선거를 열흘 앞둔 23일 언론사 합동 토론회가 열렸다. 일요일 아침 서울 합정동 국민카페. 전국 지역본부 회의실과 대강당을 돌며 합동유세만 벌이다 모처럼 커피를 사이에 두고 삼삼오오 모여 앉은 네 후보 진영도 한결 여유 있어 보였다. 

여유도 잠깐, 토론이 시작되자 각 후보들 표정은 곧 굳어졌다. 이미 지난 15일 한 차례 TV 토론으로 벌였지만 70만 조합원 앞에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내는 게 쉽지 않은 탓이다. 1000명 정도의 대의원을 상대로 간선제로 치러진 이전 선거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비정규직 조직화 '사활'... 현장 투쟁-법제화 등 해법 다양

미리 언론사들을 통해 취합한 3가지 질문으로 진행된 1부 토론 첫 주제는 비정규직 문제였다. 특수고용노동자, 시간제 노동자 등 그동안 노조 활동에서 배제된 비정규직을 포용하는 문제는 민주노총의 핵심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미 '100만 비정규직 조합원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한 기호 4번(전재환 위원장·윤택근 수석부위원장·나순자 사무총장팀, 아래 전재환 선본) 윤택근 수석부위원장 후보는 "지역본부를 거점으로 비정규직 업종별 조직별 조직을 강화하고 청년유니온이나 알바 노조 같은 맞춤형 조직화를 이루어내겠다"면서 "비정규직 총파업을 조직하고 비정규직 임금단체협상을 위한 재정 마련, 비정규직 간부를 위한 노동학교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간접고용, 특수고용 등 비정규직 철폐를 공약으로 내건 기호 3번(허영구·김태인·신현창 팀, 아래 허영구 선본) 신현창 사무총장 후보는 "전략조직투쟁본부 설치해 총연맹 상근자들을 투쟁 현장으로 보내 비정규직 조직화에 첫 단추를 꿰겠다"면서 "조합비 납부 기준을 기본급 1%에서 임금총액 1%로 늘려 추가 의무금 500억 원 정도를 비정규직 조직화 인력 1000명 확보에 쓰겠다"고 말했다.

정규직과 연대해 비정규직 투쟁을 전체 노동자로 확산시키겠다는 기호 1번(정용건·반명자·이재웅팀, 아래 정용건 선본) 이재웅 사무총장 후보는 "비정규직 조직화 핵심은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라면서 "민주노총은 조직 체계를 마련하고 조직화를 위한 전술전략 프로그램을 교육해서 지역본부에서 실천하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자동차 지부장 출신으로 2년 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등을 요구하며 평택 쌍용차 송전탑에서 171일간 고공 농성을 벌인 기호 2번(한상균·최종진·이영주팀, 아래 한상균 선본)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현대차 사내하청이 대법원에서 정규직 판명을 받았음에도 민주노총을 이들을 정규직화하고 전 사회로 확산 시키지 못하는 나약함을 보여줬다"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차별하는 법안을 폐지하고 차별금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총파업', 당장 내년-2016년 총선 연계 엇갈려

새 민주노총 임원진은 임기 3년을 박근혜 정부와 함께 마치게 된다. 최근 공기업 민영화와 공무원연금법, 비정규직법 개정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박근혜 정부와 어떻게 맞설지도 관심거리다. 대정부 강성 투쟁에는 네 후보가 공감했지만 총파업 돌입 시기를 놓고 의견이 엇갈렸다. 

우선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수차례 역임한 기호 3번 허영구 위원장 후보는 "1월 대의원회의에서 총파업 기획단을 조직하고 (5월 1일) 전국노동자대회 때 총파업 투쟁 선포식을 열고 하반기 정기국회 끝날 때까지 여의도를 점령하는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겠다"면서 "우리가 법을 하나 만들어도 개악하는 경우가 많아 임기 3년 동안 대국회 대정치권 투쟁은 매년 전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사무금융노련 위원장을 지낸 기호 1번 정용건 위원장 후보는 "최근 투쟁들이 고립분산적으로 가고 있어 이제 크게 모아내야 한다"면서 "내년 상반기에 산별 중심으로 임단협(임금단체협상)에 투쟁을 집중하고 2016년에 그 힘을 모아서 노동권과 사회안전망 쟁취를 위한 본격적인 싸움을 전개해 늦어도 2017년 상반기에는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투쟁'을 상징하는 붉은 띠를 머리에 두르고 나온 기호 2번 한상균 위원장 후보는 "2015년에 승부를 못 걸면 반격의 기회를 찾지 못한다"면서 투쟁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 한 후보는 "상반기에 공무원연금, 민영화, 비정규직법 등 투쟁 동력을 하나로 모아내고 간접고용·사내하청 노동자 10만 대반란을 조직해 그 힘으로 하반기에 박근혜 정부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 투쟁을 해내겠다"면서 "어물쩍해서 박근혜 정부를 이긴다는 건 말도 안 되고 선거 기간도 투쟁을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출신인 기호 4번 전재환 위원장 후보는 "2015년 초반 투쟁도 중요하고 2016년, 2017년을 바라보는 준비된 투쟁도 중요하다"면서 "공무원연금이나 노동시간 문제도 수세적으로 갈 게 아니라 거꾸로 국민연금 강화를 요구하는 1000만 명 서명을 받고 노동시간도 주 36시간으로 단축하자고 공세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파 간 이해 갈등 여전... 누가 되든 '정파 연대' 추진 

비정규직 문제나 대정부 투쟁은 시기나 방법론 정도의 차이만 보였을 뿐 대체로 의견이 비슷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내 정파간 이해 갈등이나 진보정당과의 연계 문제 등을 놓고는 첨예한 논쟁이 오갔다. 

우선 '무정파'임을 내세운 기호 1번 정용건 후보는 "정파운동 각자의 이념과 경향성은 존중돼야 하지만 최근 정파운동 폐해가 심각하다"면서 "특정 정파가 선거 때 권력을 잡으려고 담합하는 행위는 없어져야 하고 정파 중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좌파노동자회'를 제외한 범현장파 통합 후보인 기호 2번(한상균 선본) 이영주 사무총장 후보는 "정파는 민주노총의 동력이고 서로 성장하게 만들었다, 최근 드러난 단점은 정책 문제가 아닌 인맥 중심의 패권주의"라면서 "어떤 후보든 정파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것은 오만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민주적 정책에도 위배된다"고 맞받았다. 다만 당선한다면 각 정파 대표자와 함께 하는 원탁회의를 만들겠다고 제안했다.

역시 현장노동자회, 전국회의 등이 연합한 통합후보임을 내세운 기호 4번 전재환 후보도 "정파는 역기능과 순기능이 있는데 순기능만 작동하는 덧셈의 민주노총을 만들겠다"면서 "내년 각 의견 그룹을 임원회의에 들어오게 해서 권한과 책임을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좌파노동자회' 소속으로 한상균 후보 쪽과 단일화를 추진하다 무산된 기호 3번 허영구 후보도 "정파가 문제가 아니라 패거리 집단으로 전락하는 게 문제인데 정파를 부인하는 건 운동을 부정하는 모순에 빠질 수 있다"면서 "우린 지난 10년 동안 직선제 투쟁해 이뤄낸 작은 정파지만 노동 운동에 입각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각 정파 통합후보들 간에 논쟁도 이어졌다. 기호 4번(전재환 선본) 윤택근 후보는 허영구 후보를 향해 "앞서 TV 토론할 때 만약 결선 못 가면 기호 2번(한상균 선본)을 지지하겠다고 했다"며 담합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허영구 후보는 "1차 투표에서 과반수 당선자가 안 나오면 결선투표를 하는 좋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면서 "만약 당신이 결선 못 가면 누가 당선됐으면 좋겠느냐 물어서 유사한 정책을 가진 2번 후보를 지지한 것이지 단위 통합 개념으로 얘기한 건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또 허영구 후보가 "기호 4번(전재환 선본)이 통합 후보라고 하는데 우린 분열 후보냐"면서 "민주노총 통합 얘기를 하면서 4개 조직이 후보로 나왔는데 계속 통합 후보라고 주장할 거냐"고 따졌다. 이에 전재환 후보는 "허영구-한상균 후보도 통합하려고 노력했는데 조정 안 돼 따로 나온 거 아니냐"면서 "서로 욕심 안 내고 뺄셈 아니라 덧셈으로 만들자, 민주노총 내 갈등을 해소해 보자고 통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성년 앞둔 민주노총... '청년 비정규직' 끌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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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조합원 직선제로 치러지는 민주노총 8기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 선거 후보들이 23일 낮 서울 합정동 국민TV 카페에서 열린 언론사 합동 토론회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기호 4번 전재환, 기호 3번 허영구, 기호 1번 정용건, 기호 2번 한상균 후보팀.
ⓒ 김시연

오는 2015년 11월 20주년을 앞두고 민주노총은 큰 변화의 기로에 섰다. 임원 직선제 역시 변화를 위한 몸부림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정규직 중심이었던 노동운동 1세대들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기자들과 질의응답으로 진행된 2부에선 비정규직이 중심인 젊은 조합원들의 다양한 요구들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전재환 후보는 "20년 동안 흘러오면서 노동운동 토대가 많이 바뀌었다"면서 "창립 세대는 퇴직이 임박했고 조직에 비정규직이 들어와야 하는데 체질을 바꿔야 한다"면서 20주년에 맞춰 미래전략발전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허영구 후보도 "대기업 중심의 민주노총만으로 투쟁할 수 없다"면서 "지역본부, 산별 체제로 가고 중앙은 총파업을 조직하는 조직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허 후보는 "조합원이 젊어지면서 '3불 시대'에 대학 학자금 금융 부채 문제, 결혼 문제, 육아 문제, 주택 전월세 문제를 짊어지고 있다"면서 "젊은 조합원들이 볼 때 우리 87년 세대가 구닥다리처럼 보일 수 있어 새로운 노동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용건 후보는 "지역 내 소통이나 여론조사를 통해 조합원 눈높이에서 요구를 수용하고 불만을 해소하는 게 사회연대 전략"이라면서 "너무 투쟁만 얘기하면서 정파 갈등만 있는데 따뜻한 민주노총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상균 선본 이영주 후보는 "민주노총 자체가 관료화돼 현장성을 상실했다"면서 "직선제가 민주노총을 총체적 바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가 있느냐는 한 기자의 돌발 질문에 후보들은 바빠서 TV를 볼 시간이 없었다면서 이랜드 비정규직 노조 투쟁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카트>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과 인간적 고뇌를 그린 영화 <명량>을 각각 거론했다.

아쉽게 최근 직장인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는 케이블TV 드라마 <미생>에 관한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미생> 주인공인 장그래 역시 종합상사 '2년 계약직' 사원이다. 원작 만화에서도 노조 문제는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직장 상사인 오 과장과 대한문 앞 쌍용차 투쟁 현장을 찾아 노동자 영정 앞에 묵념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배경으로 2500일 넘게 민주노조 투쟁이 이어지고 있는 '재능교육' 건물이 비친다. 바로 '비정규직' 장그래의 현실이다. 

이제 민주노총에 가입한 비정규직 조합원도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다. 그들이 직접 뽑은 민주노총 임원들은 전국의 수많은 '장그래'를 구할 수 있을까? 임기 3년의 제8기 위원장과 수석부위원장, 사무총장을 뽑는 선거는 오는 12월 3일부터 9일까지 1주일간 현장 투표와 ARS 전화 투표(02-2670-9212)를 통해 진행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득표를 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오는 12월 17일~23일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평양호텔 TV속의 박정희 대통령 드라마


<새연재> 최재영 목사의 남북사회통합운동 방북기 (2)
최재영  |  9191jj@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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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11.24  01: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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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영 목사 / NK VISION 2020 대표
방북기 연재를 시작하며
나는 이번 방북일정을 사전에 계획했을 때 이북의 국가행사나 명절이 없는 기간을 피해서 선택했다. 왜냐하면 국가행사가 빈번하게 개최되는 기간에는 내가 계획한 방북목적과 일정들이 성사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나를 담당하는 해당부서들은 행사를 치르면서 동시에 나의 일정을 섭외하고 추진하기 위해서 동분서주하거나 진땀을 빼야 한다. 또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제반 업무가 복잡하게 서로 얽혀있다는 것을 경험상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좀 더 한가한 시기를 선택한 것이다.
나의 이번 방북기간은 2014년 9월 25일부터 10월 6일까지 잡았으며 내가 설립한 NK VISION 2020의 중요 기관 중에 하나인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 원장의 자격으로 방문을 했다. 나의 이번 방북에는 중국과 북한 문제에 관심이 많은 미국 시민권자 신분의 목회자 부부가 학술원의 회원자격으로 나와 함께 동행했다.
이번에 나의 방북목적은 종교적인 업무와 학술적인 업무를 비롯하여 남북의 양측 사회가 서로 소통하고 통합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프로젝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우리 일행 세 명은 매우 차분하면서도 기대감이 넘치는 마음으로 중국 심양에 당도하여 북조선 영사관측으로부터 비자를 받고 평양발 고려항공편에 몸을 실었다. (필자)


다른 부서에서 차출된 안내원과 운전기사
  
▲ 좌측부터 운전기사, 필자, 안내원. [사진제공-최재영]
안내원 일행을 만나자 나는 안도의 한숨과 더불어 마치 길 잃어버린 미아가 엄마를 만난 듯 반가웠다. 더구나 얼굴을 대충 훑어보니 내가 말을 편하게 해도 좋을 정도로 젊고 착해 보이는 안내원과 기사였다. 영접 나온 일행이 아무도 안보이자 사실 나는 속으로 “뭐가 잘못 된건가?” 라고 생각하며 은근히 겁이 덜컥 난 상태였다.
아무튼 그동안 몇 차례 방북 경험에 비추어 보면 영접국이나 사업국 소속의 웬만한 직원들과 안내원들의 얼굴은 인사를 나눌 정도로 거의 알고 있는 편인데 내 눈앞에 서있는 이 안내원은 아무리 위 아래로 훑어봐도 완전 낯 설은 초면이다. 또한 그의 말투에서 이북 사투리는 거의 찾아 볼 수도 없었고 대화 자체가 장광설을 늘어놓는 스타일이었으며 틈만 나면 담배를 꼬나무는 애연가였다.
“아이구 최 선생님 죄송하게 됐습니다. 사실 아까 전부터 이 자리에서 최선생님 나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최 선생님 얼굴을 저만치서 뵙고도 제가 헷갈렸습니다.”
“아니, 그러면 나에게 다가와서 최 선생이 맞냐고 물어봐야지! 김 선생 말씀이 좀 이해가 안 되네. 다른 승객들은 다 빠져나가고 아무도 없고 우리만 덩그러니 공항 대합실에 남아 있자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잖아. 그런데 오래 전에 도착했다는데 그동안 어디 있다가 이제야 나타나는 거야? 우리가 평양 한복판에서 졸지에 고아가 되는 줄 알았잖아.”
왜소한 크기의 안내원은 우물쭈물하며 여러 가지 변명을 늘어놓는다. 한참을 기다려도 내가 짐 찾는 곳에서 나오지를 않자 잠시 밖에 나가 주차장에서 담배를 피우며 기다렸는데 사업국에서 걸려온 손전화를 받고 지금 막 들어왔노라고 이리저리 둘러댔다. 안내원은 40세의 남성이며 김일성종합대 수학과를 졸업한 수재였다. 초등학교와 초급중학교에 다니는 두 딸을 둔 가장이라고 한다. 수재라서 그런지 역시 그의 두뇌는 놀랄 정도로 우수했다.
도착 첫날밤에 그와 평양호텔 커피숍에서 방북일정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나는 그의 명석한 두뇌에 혀를 찼다. 열흘이 넘는 나의 일정은 매일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코스로 진행되는 강행군 스케줄이다. 그런데 안내원은 열흘이 넘는 나의 빡빡한 전체 일정표를 종이 한 장 없이 머릿속에 모두 암기하고 내 면전에서 줄줄 외워댔다. 그것도 시간과 장소와 목적지, 참석인원, 만나야 할 대상, 이동하는 동선 코스들을 종합적으로 브리핑하며 나에게 설명해 줄 정도였으니 기각 막힐 따름 이었다.
동행한 운전기사는 꽃미남 스타일의 조 씨 성을 가진 38세 미혼 청년이다. 조 기사의 특징은 방문지 어디를 가도 우리 일행을 따라다니며 자신 소유의 카메라를 들고 마치 자기가 주인공인양 본인 사진 찍기에만 여념이 없는 순진무구한 인물이다. 또한 매일 중식과 석식을 같이 하였는데 매번 김치를 두세 번을 추가 주문하는 ‘김치광’ 식성을 가진 착한 청년이다. 참고로 모든 평양 식당에서 반찬으로 나오는 김치를 리필할 경우 철저히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여름휴가를 이북에서 보내려는 재미동포들
  
▲ 도착 당일 밤 체류일정을 조율하는 회의 장면. [사진제공-최재영]
우리 일행은 주차장에 준비된 승합차를 타고 평양시내를 향하면서 안내원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안내원의 설명을 듣고 보니 아마도 내가 이번 방북일정 기간을 잘못 잡은 듯 했다. 알고 보니 이 안내원은 미국에 거주하는 해외동포를 관장하는 해동사업국의 미주담당국 OO국 직원이 아니라 재일동포와 청년학생들만 담당하는 OO국 소속 안내원이었던 것이다. 이번 기간에 워낙 많은 미국교포들이 방북을 하다 보니 미주담당 안내원이 총동원되어 인력이 모자라자 재일교포 담당 안내부서에서 인력지원을 받은 것이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미국에서 전례 없이 아주 많은 방문단들이 들어오셨단 말입니다. 그래, 저도 긴급히 연락을 받고 최 선생님 방문단에 투입이 된 겁니다.”
“아니 지금이 뭐, 휴가철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가행사 기간이나 명절도 아닌데 미국에서 뭐하러들 이렇게 많이들 방문했지? 나는 일부러 복잡한 기간을 피해서 일정을 잡아 방문한 건데?”
“아. 그거야 미국 교포님들이 모두 최 선생님과 똑같은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내가 이번에 조선에 방문하면 좀 한가하겠지?’라고 생각들을 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이번에는 우리 측에서도 당황할 정도로 미국에서 유례없이 많은 분들이 방문하셨습니다. 대개 이 계절은 방문단이 뜸하고 한가한 시기인데...”
“아, 그렇구나, 모두들 나 같은 생각을 할 수 있겠구나. 젠장.”
“미국 동포 분들이 워낙 바쁜 생활들을 하시다보니 올 여름 휴가를 좀 연기하고 조금은 늦었지만 우리 조국을 인차(이제) 방문해서 여름휴가처럼 보내려는 분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 세상이 좋아지다 보니 북조선이 미국 교포들의 휴가지로 찾는 세상이 왔구먼.”
실제로 이번 방북 기간 중에 각종 행사나 참관지 등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미주동포들을 많이 마주칠 수 있었으며 지인들이나 눈에 익은 교포들도 많았다. 다음부터는 방북일정을 계획할 때, 시기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아무래도 이번 방북기간에 나를 담당한 안내원은 재일교포 학생들만 전담해서 그런지 여러 가지로 교감과 소통이 부족함을 느꼈다. 재미동포만을 전담한 베테랑 안내원이 아니다 보니 여러 가지로 어설프고 불편하였으며 융통성이나 일정에 대한 추진력 등이 약했던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평양호텔의 스포츠중계와 TV 공식 채널
  
▲ 룡남산TV 채널. [사진제공-최재영]
우리 일행은 예정대로 대동강변에 자리 잡은 평양호텔에 숙소를 정하고 여장을 풀었다. 이른 아침에 산책을 하거나 가벼운 조깅을 하기에 아주 좋은 위치라서 고려호텔이나 양각도, 보통강, 해방산 등의 호텔보다는 평양호텔이 매우 정감 있고 소담스러워서 나에게 편하고 어울리는 숙소다.
일행이 세 명이다 보니 부부는 한방을 쓰고 나는 2인용 호텔방을 혼자서 사용하였다. 갑자기 체크아웃 하는 날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은근히 호텔비 계산이 부담스러워졌다. 우리 일행과 안내원 일행들은 호텔 근처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마치고 호텔로 돌아와서 4층 커피숍에서 방북일정을 조율하는 시간을 보낸 후 각자의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TV를 켰다.
마침 이번 방북 기간이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을 하는 중이라서 호텔 로비나 식당 등의 공공장소에 비치된 TV에서는 중계방송에 여념이 없었다. 방문기간 중에 살펴보니 북측 선수단이 우승하거나 결승전에 진출하는 종목이 있는 경우에는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중계방송을 하거나 반복해서 재방송을 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특히 스포츠중계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는 남측 방송국과는 달리 해설사가 없이 혼자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아나운서가 직접 경기 현장에 파견되어 데스크를 설치하고 실시간 현장중계를 하는 것이 아니다. 모니터를 보면서 아나운서가 간접적으로 하는 뒷북 중계라서 그런지 거의 현장감과 긴박감이 없었다. 경기중계 방송이 매우 밋밋하고 흥미롭지 못했으나 아나운서가 사용하는 스포츠 용어들이 모두 순수한 조선말들이라서 그나마 이채로웠고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 조선중앙TV의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결승 장면. [사진제공-최재영]
침대에 덩그러니 누워서 시청하다가 벌떡 몸을 일으켜 세웠다. 남측 아나운서들의 긴장감 넘치고 다이나믹한 중계방송에 익숙한 나로서는 답답해서 도저히 못 볼 지경이었다. 똑같은 상황의 전반전 장면에서 남측 아나운서가 빠른 속도로 100마디 멘트를 한다면 북측 아나운서는 겨우 20마디 정도를 느리게 멘트 하는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TV 브라운관 영상에는 선수들이 치열하게 경기하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는데 음향은 거의 정적이 흐르는 침묵 수준에 가까운 상태에서 중계방송을 시청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평양시민들과 호텔 직원들은 채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번역한 그대로 ‘통로’라고 호칭했다. 이번 방북 기간 중에 호텔방에서 잡힌 평양시내의 TV 공식 채널들은 조선중앙 TV 채널(10번), 용남산 TV 채널(12번), 만수대 TV 채널(12번) 등 모두 3개로 확인이 되었다.
이 중 만수대와 룡남산 채널은 주말에 한정된 시간에만 방송하고 있었으며 더구나 평양시내에서만 시청할 수 있었다. 그 중에서도 외국 영화와 드라마를 자주 방영하고 있는 채널은 만수대 TV 채널이었고 주로 중국과 러시아와 동구권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많이 상영되는 듯 했다.
만수대 채널은 평양시 일대에 한정된 지역 방송이지만 인접한 남포시와 평안남도와 황해남북도 일대에서도 시청이 가능하다고 한다. 룡남산 채널은 주로 영어자막 방송이 많았으며 과학탐구나 남측의 ‘동물의 왕국’ 같은 프로그램들과 철학, 경제학, 역사학 등 사회과목과 관련된 방송 내용들이 많았다.
평양주민들에게 인기 있는 박정희 전문배우 나카무라
스포츠 중계를 보다가 시차로 인한 피로감 때문인지 잠시 단잠을 자다가 깨어나서 다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보니 아직도 TV가 켜진 채로 방송이 나오고 있었다. 자세히 눈을 비비고 보니 오늘의 아시안게임 스포츠 중계는 이미 끝나고 눈에 익숙한 드라마가 나오고 있었다. 화면에는 한눈에 봐도 눈에 익은 박정희 대통령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내가 그동안 방북할 때마다 간간히 재미있게 시청했던 ‘민족과 운명’이라는 드라마가 오늘 밤에 운 좋게도 방영을 하는 중이었다. 북조선에서 최대 걸작으로 자랑하고 있는 다부작 극영화 장르에 속하는 이 드라마는 이미 1990년대부터 방영을 시작해서 아직도 주민들이 잊지 못하는 최고 인기 시리즈물이다.
때마침 이번 방북기간에 방영되는 부분이 박정희 대통령이 등장하는 스토리 부분이어서 매우 흥미로웠고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민족과 운명’은 공식적으로는 종영되지 않고 계속 재방송을 보여 주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계속 시리즈가 제작되어 방영이 되는 스펙터클한 시리즈물이었다.
나는 이튿날 아침에 교회를 가는 승합 차량 안에서 그 이야기를 화제로 꺼냈다. 함께 탑승한 북측 일행들의 이야기로는 박정희 대통령이 등장하는 드라마는 이미 아주 오래전에 끝났지만 지금도 박 대통령의 역을 맡았던 배우 김윤홍의 명대사가 주민들에게 유행어로 회자되고 있다고 증언들을 했다.
“맞습네다. 거 나카무라상 있잖습네까. 그 사람이 아주 우리 조선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정도입네다. 아주 잘 생겼다구. 박정희 역을 얼마나 잘했는지 우리 장군님이 칭찬해주시면서 자동차도 선물했다고 하지 않습네까?”
“아니, 나카무라요? 그럼 일본배우가 여기 와서 박 대통령 역을 했단 말인가요? 왜 일본배우가 이북에서 연기활동을 합니까?”
“맞습니다. 그 동무가 재일교포 출신인데 그 당시 박정희 역할을 아주 잘해서 인기가 높아지니까 나중에는 최고의원(최고인민회의 대의원)도 됐고 더 유명해졌단 말입니다.”
“거, 박정희가 김재규 총에 맞기 전에 했던 마지막 대사가 우리 인민들한테 가장 유명한 대사가 됐단 말입니다. 김재규가 권총을 들이대고 쏘려고 하는데도 의연하게 두 사람(차지철, 김재규)한테 호통을 치는 박정희 모습에 인민들이 감동했단 말입니다.”
“아, 그래요? 그게 무슨 대사입니까?”
“최 선생님은 아직도 잘 모르시는구만요. 사람이 권총을 들이대면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거나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마련인데 박정희는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하들을 향해 태연한 표정으로 ‘무슨 짓들이야? 감히 누구 앞이라구. 썩 그만두지 못해?’ 하면서 야단을 쳤지 않습니까? 그 말을 하고 나서 김재규한테 총알을 맞았잖습니까?”
  
▲ 북측 영화에서 박정희 전문배우인 재일동포 김윤홍. 평양주민들은 그를 일본식 본명인 '나카무라'로 부른다. [사진제공-최재영]
재일교포 출신이기 때문에 지금도 김윤홍을 평양주민들이 언급할 때는 일본식 본명인 ‘나카무라’라고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차량 안에 합석한 여러 명의 안내원들이 모두 신바람이 나서 한결같이 김윤홍을 ‘나카무라상’이라고 기억하며 대화에 합세했다. 이를테면 한국의 ‘모래시계’라는 드라마에서 배우 최민수가 마지막으로 사형장에서 했던 명대사 “나 지금 떨고 있니?”라는 유행어처럼 이북에서도 김재규의 총에 저격당하기 직전에 했던 박 대통령의 마지막 한마디 대사가 아직도 주민들에게는 최고 인기 대사로 기억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갑자기 김윤홍이라는 배우에 대해서 궁금해졌다. 내가 이번에 평양시 형제산 구역에 위치한 국립영화제작소인 ‘조선예술영화촬영소’에 방문했을 때 담당 해설사에게 그에 대해서 틈틈이 물어보니 북조선 영화사상 처음으로 박정희 대통령 역을 맡은 김윤홍은 그 드라마로 인해서 인기스타로 급부상했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그가 출연한 드라마를 모두 시청한 후에 김윤홍을 비롯한 당시 출연했던 주연급 배우들에게 고급 승용차를 하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연회를 베풀어 직접 그를 만나 주었고 그를 호칭할 때는 “어이, 박정희!” 라고 부르거나 농담으로 “박정희 대통령 각하!!”라고 부르며 박장대소하며 연기력에 대해 칭찬했다고 한다.
또한 김윤홍은 연기 초창기에는 여러 드라마에 단역으로 출연을 많이 했으며 주로 코믹스런 연기들을 했다고 한다. 재일교포 출신으로 고생하던 무명배우가 한계를 극복하고 박 대통령 배역을 맡게 되어 큰 인기를 얻자 그야말로 출세 가도를 달리게 된 것이다. 인민배우 칭호를 받았고 심지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 선출되어 의정활동도 했다고 한다. 현재의 근황을 물어보니 지금은 배우 생활을 그만두고 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그를 만날 수 없냐고 부탁 했더니 지난주간에 평양에서 세계적인 국제영화제를 치렀고 하필이면 영화배우들과 연출가들이 모두 오늘 그 행사장에 참석하기 위해 모두들 거기에 갔노라고 귀띔해 주었다.
방영된 드라마 내용을 틈틈이 보니 김형욱 실종사건을 다루는 장면이 나왔다. 박 대통령이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을 프랑스에서 잡아와서 청와대 내부 밀실에 포박하여 가두고 있다가 박 대통령이 권총으로 직접 사살하는 장면도 나온다. 김형욱의 시신 처리는 박정희 옆에 서있던 김재규가 벽에 걸린 커다란 독수리 박제에 설치된 스위치를 누르자 시신이 쓰러져있는 바닥이 갑자기 자동으로 개폐되어 김형욱의 시신이 지하로 추락하는 스토리가 나왔다.
또한 10.26사태를 다루는 장면은 이 영화의 제13부 홍영자편 제3부에서 주인공 홍영자가 김형욱의 죽음, 박정희의 죽음, 김재규의 죽음에 충격을 받으며 그 사건들을 회상하면서 시작된다. 10.26 궁정동 사태와 관련된 배우들의 캐릭터들은 실제 인물들과 흡사했고 궁정동 안가의 만찬장도 마치 고증을 한 것처럼 한국 언론에 보도된 현장을 동일하게 참고하여 세트장을 만든 것 같았다. 드라마 내용은 박정희 저격사건의 배후 음모에는 김재규에게 미국이 개입하여 조종한 것처럼 묘사했다. 드라마의 제목처럼 민족의 운명을 외면한 독재정치는 비참한 죽음으로 그 대가를 치른다는 메시지를 주는 듯했다.
그리고 내가 간간히 시청한 이 드라마 시리즈에서 다룬 한국정치는 어둡고 비열하고 부정적이라는 이미지를 보여주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이 드라마의 내용들은 시대 역사물이나 다큐멘터리처럼 팩트에 근거를 두지 않았다. 또한 홍영자라는 여주인공을 설정하여 김형욱, 박정희와의 삼각관계에 삽입시켜서 흥미와 허구를 바탕으로 한 픽션으로 구성된 것임을 곧 바로 알 수가 있었다. 평소 남측이 북측 정치에 대해 오해하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듯이 북측도 남측에 대해 잘못 이해하는 부분이 많이 있을 것이다. (계속)
최재영 목사
  
 
미국 The Lignht of Glory Church 담임목사 역임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위원
NK VISION 2020 설립 & 대표
손정도목사기념학술원 원장
동북아종교위원회 위원장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해외총회(남가주노회) 소속
풀러신학교 선교대학원 박사(GM.D.MIN)
미주장신대학교 대학원 (TH.M)
미주총신대 신학대학원 (M.DIV)
안양대학교 신학과(B.TH), 동 신학대학원(M.A)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가장 좋아할 나라는?



북한, “아직도 핵실험이 필요한가?… 경제개발, 개혁과 개방에 매진하라”
김원식 | 2014-11-23 10:13:29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미국의 마이클 로저스 국가안보국장은 하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서 국가는 물론 범죄 집단이나 개인이 한 국가의 중요 시설의 가동을 중단시키는 사이버공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출처=CNN 화면 캡처
마이클 로저스 미국 국가안보국(NSA) 국장 겸 미군 사이버사령부 사령관은 지난 20일(현지 시간) 미 의회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중국과 다른 1~2개 국가가 사이버 공격을 통해 미국의 전력망 가동을 중단시킬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많은 전문가나 언론인들이 여러 자료를 인용해 이러한 주장을 하기는 했지만, 미국 정보기관 당국자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기는 처음이다.

그런데 로저스 국장이 중국 말고 1~2개 국가가 더 이러한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인정했으나, 이날 그는 어느 나라를 지칭하는지는 결국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발표만 안 했을 뿐, 러시아와 북한을 지칭하는 것이라는 데에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란과 함께 일부 언론은 시리아도 언급하는 등 이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핵 능력은 물론이고 특히, 해커 등을 이용한 사이버전에서 북한이 이미 이들 나라보다도 상당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대다수 언론 보도를 통해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왜 로저스 국장은 이날 언급에서 북한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미국이 늘 강조해 말하고 있는 이 '불량 국가(Rogue State)'에 대한 핵 능력이나 군사력에 대한 발표는 항상 정치적인 입장에서 축소되거나 때론 과장되기를 반복해 왔기 때문이다.

당장 이 불량국가가 핵무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네트워크를 이용한 사이버 공격만으로도 미국의 전력망을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미 국민들의 불안은 물론 이에 따른 비난으로 인해 오바마 행정부는 실로 막대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미 이러한 사이버 공격뿐만 아니라 이른바 'EMP(전자기파)탄'을 개발해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능력이 때로는 축소되거나 혹은 다른 이유로 과장되기도 하지만, 이 역시 북한이 핵무기를 포함한 막강한 비대칭 군사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가능하면 유독 북한의 이러한 군사적 능력만은 일반 미국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특히, 행정부의 정치적 입지나 환경을 고려해서 축소하거나 때론 확대해 발표하는 것을 반복했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8월 7일, 미 정보기관의 또 다른 부서인 국방정보국(DIA)의 마이클 플린 국장은 전격 사임했다. 그가 이미 오래전부터 모든 미국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자주 마찰을 빚어왔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특히 대북 정보에 있어서 플린 국장은 북한의 핵능력에 관한 여러 보고를 했으나, 클래퍼 국장이 이를 전부 백악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소문도 이들의 불화설에 한 몫을 차지했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완료하고 발사 기술을 포함한 강력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행정부인 백악관은 미국 국민에게 알려지는 것을 싫어했다는 것이다.


미국 내 매파 "'북한인권문제' 제기에 열 받은 북한 제발 핵실험 하라"고 부추겨


기자가 이러한 점을 다시 지적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은 지난 18일 유엔 총회에서 이른바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하자 다시 "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다"며 "전쟁억제력을 무제한 강화할 것"이라며 또 설익은 핵실험 위협론 등을 들고 나왔다. 북한은 기자가 표현한 '설익은 위협론'이라는 말에 반감을 보이거나 쉽게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북한 스스로 핵무기의 '경량화, 소형화, 다종화'에 성공했다고 이미 발표했는데, 또 무슨 핵실험이 필요하냐는 말이다. 그리고 이미 1만킬로미터가 넘어가는 장거리 로켓을 발사해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능력을 보여줘 같은 기술이 필요한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기술을 보여줬는데, 또 더 이상 무엇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이참에 EMP탄도 보유하고 있음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서 이를 실험하려고 해도 평양을 포함해 북한 상공에 이를 폭발시켜 북한 전역의 전력망이 마비되는 것을 보여줄 수도 없고 다른 나라의 사막을 빌려 실험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고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나서 목표물을 타격하거나 인공위성을 올리는 불필요한 ICBM의 기술을 보여준다 한들 이전과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사실은 북한의 이러한 과민 반응을 바로 미국의 강경파인 매파와 네오콘들이 노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이른바 '북한인권문제'로 북한을 자극하고 나면 북한은 반드시 과민 반응을 할 것이고 더 나아가 핵실험 등을 감행하면 '오호 쾌재라! 기회가 왔다"고 박장대소를 할 세력들이다. 그래야 한반도에는 다시 초긴장 상태가 몰아치기 때문이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근에는 특히, 북한이 이른바 잠수함에서도 발사가 가능한 탄도미사일(SLBM)을 개발 완료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관해 북한 스스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최근 미국이 언론을 통해 우리의 잠수함발사 미사일 능력에 대해 계단식으로 계속 여론화하고 있다"며 "미국이 우리의 잠수함발사미사일 여론을 확대해 국제무대에서 대조선 압박의 도수를 더욱 높이려고 타산했다면 그보다 큰 오산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몰이보다도 한방에 북한을 다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북한이 다시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북한은 다시금 깨닫기 바란다. 북한 말대로 "핵실험을 더는 자제할 수 없게" 만드는 세력의 의도를 북한이 정녕 모른다면 이보다 더 안타까운 일도 없을 것이다.

북한이 말하는 이른바 "강위력한" 핵능력이나 핵억제력은 이미 보여줄 만큼 보여줬다. 미국 정보기관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입장에서 이를 발표하든 안 하든 그것은 북한이 신경을 쓸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발표를 안 한다고 해서 있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며 과장해 발표한다고 해서 없는 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북한, "핵능력, 전쟁억제력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지금이 경제개발에 매진할 때"


따라서 북한은 지금이라도 미국 내 일부 강경 세력들이 나름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이른바 "북한인권문제"를 부각시키고 있는 데 대해 부화뇌동하지 말기를 거듭 당부하고자 한다. 북한은 아마 미국 등이 북한을 말살하거나 고립시키려고 지난 세월 동안 북한에 해온 일을 되새겨 보라고 기자에게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고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었는가? 예를 들어 북한이 지금보다도 못한 핵능력을 가졌을 때에는 미국은 왜 북한의 이른바 연변 핵시설 등을 정밀 타격하지 못했다고 북한은 생각하는가? 북한 스스로 미국이 전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없었다고 주장하듯이 어찌 보면 1994년 당시부터 이른바 전쟁억제력은 발휘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그리고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가 안 되는 완벽한 핵 능력을 갖추고 있고 이를 통한 전쟁 억제력을 구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북한이 무엇이 더 필요하다는 말인가? 핵무기란 단 한발이 살아남아도 상대방에게는 전멸에 가까운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핵 억제력이라는 초등학교 수준의 설명은 더는 필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제라도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미국과 특히, 미국의 강경 세력과 맞짱을 뜨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더욱 경제 개발에 매진하기 바란다. 미국 등 서구권이 그렇게 봉쇄 정책을 취하면 지금처럼 더욱 대러시아 경제외교를 강화하고 중국과도 경제 교류를 더욱 확대해 한국을 비롯한 서구권을 오히려 경제적으로 안달이 나게 만드는 것이 추가 핵실험보다 몇천 배의 효과가 있음을 북한은 알기 바란다.

오바마 행정부 집권 기간 내내 솔직히 말해서 바뀌지 않는 '전략적 인내'라는 허울 좋은 '북한 봉쇄정책'에 관해 북한은 더 이상 화를 내지 말기를 권고한다. 또한, 미국 내 일부 강경파들이 강력하게 밀고 나가는 이른바 '북한인권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게 과민 반응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하루빨리 깨닫기 바라고자 한다.

오늘날 중국이 세계 강대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공산주의 진영의 치열한 사상 투쟁의 결과가 아니다. 그들은 치열한 사상 투쟁 속에서도 현실적으로 개혁과 개방을 수용하고 이를 중국의 현실에 맞게 확대해 실천할 수 있었던 현명한 정치 지도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서구나 남한 국민들이 인정을 하든 안 하든 이제 새로운 지도자를 맞아 다시 앞으로 나가고 있다. 이 지도자가 앞으로 우리 민족에 어떠한 발자취를 남길지, 아니 적게는 북한에 어떠한 번영을 가져다줄지가 지금 이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지도자의 현명한 지도력은 밑에 있는 일꾼들이 정확한 정세 판단을 해서 이를 뒷받침할 때만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는 것이 지나간 역사가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다시금 북한의 오늘과 내일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고 현 지도자를 뒷받침하고 있는 조선로동당 고위급 관료와 그 핵심 지도부 세력에게 국제 정세에 관한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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