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4일 일요일

문비어천가’ 검증하려다 미담 기사 쓴 ‘월간조선’

기자에게 깨달음을 준 네팔 가이드
임병도 | 2018-10-15 09:36:51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월간조선 10월호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6년에 네팔을 방문했을 때 가이드였던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단독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 기사를 주로 써왔던 조선일보의 자회사가 왜 생뚱맞게 문 대통령의 네팔 가이드를 인터뷰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어떤 의도인지 기사를 하나씩 따져 봤습니다.
월간조선은 조선일보가 84%의 지분을 소유한 ‘주식회사 조선뉴스프레스’가 발간하는 잡지이다. 보수 언론인 조갑제 씨가 1991년부터 2004년까지 편집장으로 재임하기도 했다.

문비어천가를 검증하기 위한 인터뷰
▲2016년 네팔을 방문했던 당시 문재인 전 대표를 가이드했던 람 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페이스북 화면 캡처
2016년 문재인 전 대표가 네팔을 방문했을 당시 가이드였던 람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 전 대표가 네팔에 있는 동안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겸손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매일 직접 손으로 빨래하시고, 포터나 가이드와 같은 밥상에서 밥 먹고, 지진 현장에선 아주 아파하셨다. 15일간 문 전 대표와 함께 다니며 느낀 것은 이렇게 유명한 정당의 전 대표님이 이 정도로 소탈하실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다음번 선거 때 어떤 분이 상대 후보로 나오신다 해도, 문 전 대표가 한국의 대통령이 되실 것으로 믿는다. 이런 분이 대통령 되실 수 있게 한국의 여러분이 도와주신다면, 한국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해결되고 모두가 웃음과 행복을 되찾으실 수 있다고 확신한다”라는 람 씨의 글은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 주자로 전혀 손색이 없음을 보여줬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기사 앞부분에서 람 씨의 글이 올라올 당시의 정치적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면서, 람 씨의 글이 연출이나 홍보 전략이었다는 보수 쪽의 주장을 그대로 담기도 했습니다.
기자는 ‘그는 왜 이런 글을 쓴 것일까. 2년이 넘은 일이지만 궁금했다’라며 인터뷰를 한 목적이 ‘문비어천가’라는 글의 검증을 위해서임을 스스로 밝혔습니다.

우문현답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대답)
월간조선의 단독 인터뷰 기사를 보면, 기자의 질문이 굉장히 자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람 씨의 솔직한 대답은 오히려 기자의 질문을 부끄럽게 만들 지경이었습니다.
▲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람 씨가 한국에 온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식으로 질문을 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가 무조건 돈 때문에 한국에 온 것으로 인식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람 씨는 돈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기자는 ‘한국 생활이 별로였나요’라는 질문을 통해 한국인과 외국인 노동자와의 갈등을 듣기 원했나 봅니다. 그러나 람 씨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며 오히려 자신이 네팔에서 해야 할 일을 잊을 것 같아 돌아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트래킹 코스를 물어보면서 은근슬쩍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질문했습니다. 문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은 그때보다는 지금 가짜뉴스로 더 많이 나옵니다.
굳이 꼭 필요했던 질문일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오히려 월간조선 기자가 건강 이상설의 가짜뉴스를 반박해준 셈이었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기자는 마지막에 페이스 북에 올린 글을 누가 시킨 거냐고 대놓고 물어봅니다. 그러나 람 씨는 ‘문 대통령을 보니 한국 사람들이 부럽기도 해서 자발적으로 글을 썼다’라고 답했습니다.

기자에게 깨달음을 준 네팔 가이드
▲월간조선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속보도하고 있는 ‘시민혁명과 언론’ 기사. 네팔을 취재한 기자들이 람 씨를 인터뷰했다. ⓒ월간조선 화면 캡처
월간조선의 단독 인터뷰는 의도적으로 네팔 가이드만 만나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월간조선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연속 보도하고 있는 ‘세계를 뒤흔든 21세기 시민혁명과 언론’ 시리즈에서 네팔 편을 취재하기 위한 목적으로 엿보입니다.
월간조선 기자는 국내 언론과 한 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람 씨가 자신들과 인터뷰를 한 이유에 대해 궁금했습니다. 람 씨는 자신과 함께 왕복 10 시간 거리에 있던 아루카르카 공립 중등학교를 다녀왔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월간조선 10월호에 실린 네팔가이드 벅터 람 라미차네 씨의 인터뷰 기사 ⓒ월간조선 화면 캡처
람 씨를 찾아왔던 수많은 기자들은 그저 인터뷰만 원했습니다. 그러나 월간조선 기자는 진흙길로 변해버린 비포장 도로를 사륜구동 자동차로 겨우겨우 갔고, 산길을 걸어서 현장까지 다녀왔습니다. 또한 현지 르포 형식으로 관련 기사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월간조선 기자는 어쩌면 자신들이 한국의 대형 언론사이기 때문에 인터뷰를 해줬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람 씨는 열심히 오지까지 가서 취재를 했던 기자라 인터뷰에 응했을 뿐입니다. 기자의 본질을 생각하게 해주는 답변이었습니다.
이번 기사를 통해 월간조선 기자는 많은 것을 느끼고 돌아왔으리라 생각됩니다. 동시에 람 씨의 인터뷰에 실패한 기자들은 왜 인터뷰를 하지 못했는지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657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 쟁점을 알아본다

백석근 민주노총 사무총장 인터뷰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이하 정책대대)가 10월 17일부터 18일까지 1박2일간 강원도 영월 동강시스타에서 열린다. 불과 이틀을 앞두고 있다. 정책대대를 총괄하고 있는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을 지난 12일 민주노총 만나 정책대대 이모저모에 대해 물어보았다. 인터뷰는 민주노총 사무총장실에서 진행되었다.
인터뷰 및 정리 : 김장호 편집국장
사진 : 조혜정 기자
▲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
질문 : 정책대대 목표는?
백석근 총장 : 현 집행부가 2기 직선으로 당선되었는데, 전체 전략과제들을 밝힌 공약들이 있었다. 그런데 선거가 길어지고 사업계획이 늦어지면서 불가피하게 중앙위원회에서 사업계획을 통과시켰다. 때문에 공약에서 제기했던 전략과제들을 전체적으로 내놓기보다는 집행부를 추스르고 당시 현안이었던 두 가지 과제, 노동시간과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악문제, 최저임금 문제를 우선 과제로 상정했다. 그리고 하반기 9월이나 10월 정책대의원 대회에서 임기까지 그리고 그 이후까지 가는 전략을 내놓고 조직적 합의를 보자는 구상이 있었다. 이런 취지로 정책대대는 처음부터 사업계획에 들어가 있었다.
지금 정책대대에서 다루고자 하는 사회적 교섭, 사회적 대화틀 중 한 부분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문제가 부각이 되어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일부에 불과하고 처음부터 전체적인 중층적 교섭틀을 전략과제로 제기한 것이다. 이 내용은 그전에는 투쟁과제 영역으로 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투쟁과 교섭을 병행한다는 것으로 제기했기 때문에 새로운 하나의 주제로 제출된 것이다.
질문 : 1박 일정의 정책대대에서 토론하기에는 너무 주제가 방대하지 않은가요?
백석근 총장 : 이번 정책대대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원래 하나였다. 전체적으로 투쟁과 교섭, 사회연대전략-정치전략, 조직화전략-조직혁신전략으로 나누어져 있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는가? 할 때는 200만 조직을 만들기 위한 시동을 걸고, 200만 민주노총시대를 열기 위한 조직화 전략이 중심이다.
여기에 기반해서 민주노총이 내셔날 센터로서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교섭틀을 정식화하자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투쟁과 교섭을 병행해 가면서 200만을 조직하자는 것이 핵심적인 큰 틀이다. 여기에서 200만 조직화과제를 실현하려면 이런 조직상태로는 안된다고 하는 조직혁신전략이 결합된 것이다. 또 사회대변혁을 외치는데, 사회대변혁도 200만 조직화를 위한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를 쟁취하는 문제이다. 김명환집행부는 선거에서 3가지 혁명, 노동혁명, 현장혁명, 사회혁명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걸맞게 사회연대전략, 정치전략 역시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보면 집행부는 200만을 조직화하고 민주노총 조직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하나의 통합된 과제로 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투쟁전략에 교섭을 붙이고, 사회연대전략에 정치전략을 붙이고, 조직전략에 조직혁신전략을 붙여서 주제를 설정한 것이다.
▲ 민주노총 중집에 제출된 정책대의원대회 안건설명자료[출처 : 민주노총 19차 중앙집해윙원회 정책대의원대회 안건자료]
질문 : 이렇게 설명을 들어야 알아듣는 상황은 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웃음)
백석근 총장 : 안 그래도 어제 중앙집행위원회(이하 중집)에서 새로운 자료를 제출했다. 도표로 정리한 것이다. 크게 핵심목표를 제시하고 그에 따른 의제를 논란이 없도록 투쟁전략, 사회연대전략, 조직화 전략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그 하위의제로 투쟁과 교섭, 정치전략, 조직혁신전략 등을 담았다.
질문 : 정책대대 준비 경과를 좀 더 설명해 주시죠.
백석근 총장 : 정책대대는 총장 산하에 TF팀을 구성해서 진행해왔다. 200만 조직화는 미조직 전략실, 사회연대전략, 정치전략은 대협실, 투쟁과 교섭은 정책실, 조직실, 여기에 기획실이 붙고 정책연구원이 총괄하는 방식으로 준비했다. 워낙 큰 팀들의 토론구조가 있다 보니 명료하게 정리하지 못한 점도 있는 것 같다.
이번 정책대대에서 꼭 꼭지를 따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과정으로 놓고 보았다. 결의를 모아내기는 하되, 결의내용을 대의원대회 결정사항으로 가시화하는 것은 피하려고 했다. 그런데 토론만 하자고 해서 대의원대회가 되겠는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어 고민이 많았다.
원래 걱정했던 부분은 1차 정책대대처럼 정치세력화 의제로 또다시 좌초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서 정치세력화 의제를 빼려고도 했는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참가 건이 불거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면, 애초 사업계획에 하반기 총파업문제는 없었는데 중간에 추가된 사항이다. 그래서 하반기초 정책대대를 총파업 결의의 장으로 만들면서 토론도 집약하는 병행방안을 설정했다. 그런데 8월 중집에서 정책대의원대회가 10월로 연기되고, 하반기 총파업 결의는 8월 22일 중앙위원회에서 이미 진행되고 나니, 지금은 경사노위 문제가 상대적으로 크게 부각된 것 같다.
질문 : 경사노위 참가 건이 안건으로 상정되어 있던데요.
백석근 총장 : 이번에 경사노위 참가에 대한 안건상정은 불가피하다. 돌아보면 1월말 노사정 대표자 회의가 있었다. 당시에는 9월 정도면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서 기구에 대한 법적 문제, 각종 의제별 업종별 위원회 안착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노사정 대표자회의를 통해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틀의 상이 잡힐 것이라고 본 것이다. 때문에 쟁점과 갈등은 있겠지만 나름의 결론을 낼 수 있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본 점이 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최저임금법 개악문제로 5월 21일 노사정대표자회의 불참선언을 하게 되어 3개월 동안 사업이 정지되었다. 8월 16일 복귀 결정 이후 두 달 만에 안건에 붙이는 상황이다 보니,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한 채 안건을 상정하는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그런데 이 시기가 지나면 다른 문제가 또 걸리게 된다. 총파업 이후 정기국회, 법제화 문제, 내년 ILO 협약 비준 문제 등이 앞에 핵심쟁점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이제는 틀에 대한 논의가 아니라 교섭을 하고 있어야 한다. 총파업 7대 과제를 포함해서 노동기본권 문제나 적폐청산, 사회대개혁 문제 등에 대해서 교섭이 진행되고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고하다. 투쟁과 교섭의 병행이라는 것은 투쟁의 요구안을 교섭자리에 제기하고 이 안에서 협상하겠다는 뜻이다. 여기서 합의가 되면 법제화하는 것이고, 합의가 안되더라도 우리는 요구조건을 내걸고 지속적으로 투쟁하겠다는 취지이다.
▲ 민주노총 사무총장실에서 대담 중인 김장호 민플러스 편집국장(왼쪽)과 민주노총 백석근 사무총장(오른쪽)
질문 : 누가 뭐라 해도 이번 정책대대에서는 경사노위 참가문제가 핵심쟁점이 될 것 같은데, 안건을 상정해서 통과시키겠다는 건가요?
백석근 총장 : 안건으로 올린 것은 의결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경사노위라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틀은 우리가 요구해서 만들었고, 새로운 법제화, 새로운 요구조건을 다 받아들인 조건에서 안건사정을 안 할 이유가 없다. 다만 아직 내용적으로 뭔가 명쾌하지 않다 보니까 쟁점이 되고 있다고 본다.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결정을 중집에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개악의 경우 재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하게 되었고, 결정이후에 있었던 2월 6일 대의원대회에서 사업계획에 포함된 ‘사회적 대화를 포함한’이라는 표현을 삭제하자는 제안을 표결하는 과정에서 약 30%정도 반대가 있기는 하였다. 그럼에도 이후 추가 내용들이 확보되면 대의원들의 동의를 받을 수 있겠다는 타산도 있었다. 쟁점은 되겠지만 통과하는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는 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최저임금 관련 쟁점이 경사노위 참가에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게다가 최저임금을 계기로 나타난 문재인 정부의 대노동정책들이 신뢰가 안 가는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 유보적이었던 대의원들이 고개를 갸웃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질문 : 대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할 건가요?
백석근 총장 : 중층적 교섭틀을 짜자는 것은 민주노총의 전통적 교섭방침이다. 지금 민주노총이 교섭 테이블이 없다는 공백이 있고, 이것을 정식화해야하는 상황이다. 꼭 노사정 틀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노사, 노정, 노사정이라는 중층적 교섭틀을 짜자는 것이다. 이 틀을 짜는 것을 이제는 마무리해야 한다.
지금 사회적 대화틀이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해 중층적 교섭틀을 완성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가? 총자본과 총노동의 실질적 교섭틀, 대정부, 노정간 실질적 교섭틀을 만들자는 것이다. 민간파트에서 노사, 공공파트에서 노정 교섭틀을, 내셔널 센터가 노사정 교섭틀을 지렛대 삼아 정리하려고 하는 거다.
질문 : 교섭이 만만치 않을 텐데요.
백석근 총장 : 지금 사회적 교섭과 관련해서 두 가지 문제제기가 있다.
첫째로는 교섭보다는 투쟁을 앞세우자는 주장이다. 투쟁을 배치하고 투쟁을 진행하다 보면 교섭이 열리는 거고, 그때 가서 교섭을 하자는 것이다. 교섭틀, 교섭내용을 투쟁을 통해서 마련해가는 전략으로 바꿔야 한다는 문제제기이다.
그런데 교섭내용이 투쟁의제를 통해 만들어지는 교섭틀이라면 그 말이 맞다. 현안중심의 무엇을 해결하자고 하면 그렇다는 거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상시적으로 정례화된 틀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사회적 대화틀에서 의제를 정리하게 된다. 그 의제를 누가 내놓는가. 우리가 내놓겠다는 거다. 사회적 교섭에 대한 주도성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운영도 주도하고 의제도 주도하자는 취지이다.
여기서 노동기본권, 노조할 권리들을 주요 의제로 제기한다면, 이 부분에 대한 투쟁도 같이 준비해야 한다. 사회적 대화의 의제와 매우 밀접하게 되어있는 부분들, 예를 들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사업들의 동력과 주체들을 모아서 싸움을 준비하고 이 안에서 쟁취해 들어가는 것, 이것을 연결해서 조직화도 해내는 것, 이런 흐름을 이 안에서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제기는 3자 구도, 노사, 노정 어떤 교섭 구조든 양보없는 교섭이 어디 있냐는 거다. 우리가 내놓을 게 하나도 없는 교섭은 없기 때문에 결국 양보교섭을 해야 하고, 양보 안 하려면 시작하자마자 뛰쳐나와야 하는데, 이러다 보면 결국 내부 혼란만 커진다는 거다. 이런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굳이 들어가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라는 문제제기이다.
그런데 사회적 대화는 들어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요구했고, 그래서 만들어졌고, 그러니 들어가서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크게 얻을 것이 없다고 해서 노동계를 대표하는 양대 노총에 책임이 있는데 한 쪽에만 일방적으로 맡길 수 없고 현 정권이 ‘노동중심’정책을 하겠다는 공약도 있는 마당에 사회적 대화를 통한 현장노동자들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라 판단하고 있다. 어차피 교섭이라는 틀안에서는 힘의 역관계에 의해서 정리될 것과 그렇지 않을 사안들이 있다고 판단한다. 힘이라는 것이 투쟁력이고, 모든 것이 투쟁이라고 보면 다 투쟁력이긴 하나 이와 별도로 교섭력도 필요한 것 아닌가. 지금 정세에서 3자의 틀이 그렇게 나쁜 구조만은 아니고, 매일 양보만 하거나 매번 노동이 휘둘릴만한 판은 아니라는 판단도 깔려있다.
질문 : 결국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을 어떻게 볼 것인가’하는 문제군요.
백석근 총장 : 내셔날 센터로서의 투쟁을 전개하다 별도로 협상이 필요하다면 결국 총자본과 총노동이고, 민주노총과 경총, 이런 틀이다.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그 정부가 비록 이명박·박근혜라 할지라도 대치국면에서 투쟁을 전개하고 판이 커져서 뭔가 정치적 협상이 필요한 경우, 결국 그 정권과 민주노총의 틀이 요구되는 것 아닌가. 어차피 만들려고 했고, 만들었어야 했던 틀 아닌가. 이런 것을 이번에 노사정이라는 틀을 계기로 만들어 내지 못하면, 결국 못 만들게 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경총이 민주노총하고 협상이든 무엇이든 하려고 들까? 하는 의문이 든다. 민주노총이 경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란 정부가 만들어 놓은 무슨 위원회 같은 데서 접촉하는 게 다다. 그러나 노사정 판이 짜지면 경총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 공간에서 정확히 대립각을 세우고 우리 실력 여부, 조직력 여부에 따라 하나의 파트너십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플랫폼이라고 한 것이다. 노사정이라는 틀 속에서 노사, 노정이라는 틀로 분화할 수 있다.
공공영역을 보자. 전체를 민간영역, 공공영역으로 대별해 보면, 우리는 대리인들과 사용자, 공기업 사장, 공단공사 이사장 등을 만난다. 예산, 복지 이런 문제들은 결국 정부의 예산방침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인데, 결국은 큰 틀에서 교섭틀은 노정간 예산을 만지고 있는 단위와 이야기해야 한다. 공무원, 교사도 마찬가지이다. 노사정이라는 틀이지만 결국 노정틀이다.
민간 쪽의 경우에도 정부의 산업정책이 작동하는 공간이 있다. 금속의 경우, 산업구조조정이 더 걱정이 많이 되는 부분이다. 경유차, 휘발유차에서 수소차, 전기차 이야기도 나오고, 부품이 1/10로 준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4차산업혁명 관련해서 80kg의 인간을 태우기 위해 2만 개의 부속품이 작동하는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시대에서 1/10, 1/100의 부속품만 들어가는 시대로 가고 있다. 그럼 자동차 노동자들은 어떻게 되는가. 이걸 업종위원회에서 다룰 수 있다. 여기서 현안문제를 다룰 경우 바로 깨진다. 다음 날 모두 뛰쳐나올 것이다. 그런데 산업정책적 문제를 노사정이 모여서 논의할 때 노동기본권을 어떻게 지켜내고, 예측될 수 있는 구조조정 문제들과 관련하여 어떻게 일자리와 노동권리를 지켜낼 지를 미리 준비해야 하는 건데, 그때 가서 하자는 식은 아닌 것 같다.
이런 노사정 틀에서 정부를 끼고 하는 게 사측을 잡고 가는 힘일 수 있다. 노동과 경총이 아무리 만나려고 해도 안 나오면 끝나는 것이고, 법적으로 강제할 수도 없다. 최소한 총파업을 해서 경총이 ‘앗 뜨거워’ 소리가 나와야 정리가 되는 건데. 현실적 조건이나 역량은 어려운 지점도 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는 문제이다. 그래서 노사, 노정, 노사정이라는 중층적 교섭틀을 짜자는 이야기이다.
질문 : 표결을 강행할 것인가?
백석근 총장 : 편집국장도 민주노총에 있어보아서 잘 알 것 아닌가. 세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가결, 부결, 무산. 당일 대의원대회에서 디테일한 판단이 필요하다. 서너 시간 토론을 해도 지켜낼 수 있는 의결정족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틀 전에 대의원 명단 확정되었다. 현재 대의원 숫자는 1,135명이나 된다. 만만치 않은 지형이다.
질문 : 민주노총이 노동기본권 투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백석근 총장 : 이번 총파업 컨셉이 적폐청산, 노조할 권리, 사회대개혁이다. ‘노동기본권’ 개념도 있는데, ‘노조할 권리’로 특화시켰다. 노동기본권의 집약점이 노조할 권리이기 때문이다. 교사, 공무원이 노조할 권리문제이고, 특수고용노동자(이하 특고)들이 아예 노조를 못하게 하는 문제가 바로 노조할 권리문제이다. 정규직 현안 문제가 타임오프인데, ILO에서는 다 노조할 권리를 제약하는 문제로 본다. 때문에 모든 문제의 귀결점은 ‘노조할 권리’를 핵심으로 하는 노동기본권 쟁취이다.
특히 특고문제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으로 노동권을 확대하는 현실적 필요와도 관련된다. 30인 미만 사업장 조직률이 0.1% 또는 0.2%밖에 안 되는 문제들도 사실 이 문제와 연결되어있다. 이번에 실업자, 해고자 문제는 노사정 대표자회의 의제에 들어가 있는데, 특고 문제가 빠져 있어서 다시 넣었다. 이 테이블 말고는 지금 다룰 데가 없다. 공익위원들이 공감한 덕이다. 특고문제는 사회체제의 변화에 대한 요구일 수 있다. 특고 문제는 지난 20년 동안 그렇게 협상하고 투쟁도 했는데 결국 해결을 못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결단을 통한 법제화인데 노사정 합의가 있다면 해결 가능성을 높이게 된다. 물론 주체들의 투쟁이 전제된다할 것이다.
총파업 준비와 관련해서는 지금 적폐청산-노동기본권쟁취 사업단이 메인 사업단이다. 또 고령화 시대, 건강보험문제, 노후연금문제, 연금 전반 문제를 다루는 사회안전망 사업단이 움직이고 있다. 공공비정규직 철폐사업단이 있는데 지금 40만 정도가 조직대상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의제화한 이후 ‘뭉쳐야 정규직이 된다’고 판단하고 각 정당들까지 붙어서 사업하고 있다.
최저임금법 원상회복 투쟁 역시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중요쟁점이다.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포함한 8개 법안이 통과되었는데, 이번 국회에서 20개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7~9월 사이 상정되면서 핵심쟁점으로 부상되었다. 대부분 야당들이 '중소영세사업장 다 죽어간다'는 명분으로 상정한 개악안 들이다. 때문에 최저임금 투쟁 역시 중요한 투쟁으로 되어 있다.
질문 : 이번 정책대대 의제에 ‘4.27판문점선언, 9월평양공동선언’ 의제가 없는데, 어떤 다른 방법으로 해결할 것인가?
백석근 총장 : 이번 통일축구대회를 치르면서 재정문제, 인적자원문제 등을 고민하게 되었다. 지금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 민주노총 통일위원장 한 명, 통일국장 한 명, 8.15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봉단, 이런 식으로는 계속 일할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이번 축구대회 때 중통대가 없었으면 어떻게 행사를 치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민주노총이 이 평화번영통일의 시대를 맞이해서 어떻게 새로운 영역에서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인가를 예산이든, 인력이든 내년 사업에 반영할 구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집행부 기조도 그렇고 평화협정체결까지 가는 과정에서 노동자 자주통일운동을 준비해가는 것이 이번 정책대대 의제에는 없지만 내년 정기대대 사업계획으로 별도로 준비할 생각이다.
질문 : 이번 정책대대에 대한 대의원들간 소통, 조합원들 사이에 여론화하는 문제도 중요할 것 같은데 어떤 대책들이 있나요?
백석근 총장 : 대의원들과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중집에 제출된 경사노위 관련 자료를 더 광범위하게 전달할 생각이다. 내용이 설득력있게 준비되었다고 보는데, 그래서인지 이번 중집에서는 내용찬반 토론보다는 대의원대회 제출방식만 논의했다. 원천반대, 시기상조론의 분포를 그대로 기입하는 방식으로 대의원대회에 올라간다.
조합원들과 관련해서는 정책대대 이후 특별 홍보대책이 필요하다. 원래 정책대대의제는 이것으로 끝내려는 것이 아니다. 3단계 전략을 택했다. 정책대대 이후 내년 정기대의원대회까지가 조합원들과 소통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일상사업 속에서 민주노총의 흐름을 직접 좌우하는 각급 단위의 간부들과 활동가들의 소통이 기본이었고, 정책대대과정에서는 대의원들과 소통이 핵심이다. 아직까지도 대의원들 역시 처음 접하는 경우도 많다. 이번 정책대대까지는 아무래도 민주노총 내 여론주도층 중심으로 논의할 수밖에 없다. 이후 전 조합원들과의 소통과 홍보를 강화할 생각이다. 민주노총을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으로 민주노총 정책대대를 바라봐 주었으면 좋겠다.
김장호 기자  jangkim2121@gmail.com

백화원 담판, 압도적으로 우세한 조선의 협상력

[개벽예감 318] 백화원 담판, 압도적으로 우세한 조선의 협상력
한호석(통일학연구소 소장) 
기사입력: 2018/10/15 [09:30]  최종편집: ⓒ 자주시보
<차례>
1. 교착상태를 넘어 담판이 성사되기까지
2. 취재기자가 이해하지 못한 이상한 모습
3. 난제는 어떻게 풀렸는가? 
4.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


1. 교착상태를 넘어 담판이 성사되기까지

2018년 10월 7일 평양 대성구역에 있는 풍치수려한 백화원영빈관에서 뜻깊은 오찬이 진행되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을 네 번째로 방문한 마익 팜페오(Michael R. Pompeo) 미국 국무장관과 수행원들을 위해 오찬을 마련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이 지난 7월 6일 평양을 방문했을 때 오찬은커녕 접견도 하지 않고 돌려보냈는데, 그로부터 3개월 뒤에 다시 찾아온 그를 위해 오찬을 마련한 것이다. 이런 변화는 오찬 직전 2시간 동안 진행된 담판에서 매우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음을 말해준다. 만일 그런 진전이 없었다면, 김영철 조선로동당 부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과 오찬을 하였거나, 최악의 경우 팜페오 국무장관과 수행원들끼리 오찬을 하고 평양을 떠났을 것이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선 말쓰임새부터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2018년 10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영빈관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담화한 것을 담판이라 한다. 조선에서는 접견과 담화라고 했고, 미국에서는 회담(meeting)이라고 했지만, 이 글에서는 담판이라고 한다. 담판이라는 말을 쓰는 까닭은 다음과 같다. 

김영철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대등한 지위로 만나 진행한 회담은 고위급회담이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담화한 것은 대등한 지위로 만나 진행한 회담이 아니므로 고위급회담이라고 할 수 없다. 외교관례에 따르면, 국가수반이 다른 나라 고위관료를 만나는 것을 접견이라 하고, 고위관료가 다른 나라 국가수반을 예방하는 것을 의례방문이라 한다. 접견은 주인이 손님을 맞이하여 만난다는 뜻이고, 의례방문은 손님이 주인을 찾아가 만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접견 또는 의례방문에서는 중대한 의제를 다루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외교관례를 깨고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매우 중대한 의제들을 논의하였다. 좀 더 정확한 용어를 쓰면, 논의가 아니라 담판이다. 논의라는 것은 어떤 문제를 놓고 토론한다는 뜻이고, 담판이라는 것은 상호대립관계에 있는 쌍방이 중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회담한다는 뜻이다. 그런 말뜻에 따르면, 2018년 10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영빈관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담화한 것은 일반적인 회담이 아니라 중요하고 특별한 담판이었다. <사진 1>  

▲ <사진 1> 2018년 10월 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 대성구역에 있는 풍치수려한 백화원영빈관에서 마익 팜페오 미국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담화하였다. 3개월 동안 지속되어온 조미협상 교착상태를 해소한 중대한 담판이었다. 위쪽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담판을 시작하기에 앞서 팜페오 국무장관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담소하는 장면이다. 호탕하게 웃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서 두 손을 마주잡은 팜페오 국무장관의 공손한 모습이 눈길을 끈다. 아래쪽 사진은 백화원영빈관에서 진행된 담판 중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발언하는 장면이다. 왼쪽에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총책임자가 앉았고, 오른쪽에 스티븐 비건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가 앉았다. 팜페오 국무장관과 수행원들이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였을 때, 마중 나간 김영철 조선로동당 부위원장은 담판장에 3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미리 통보하였는데, 그런 조건에 따라 팜페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총책임자만 담판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무릇 담판은 정치적 비중과 중요도에 따라 본담판과 예비담판으로 분류되는데, 현재 진행 중인 조미협상을 두고 말한다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과 상봉하고 진행한 정상회담은 본담판이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고 진행한 회담은 예비담판이다. 

무엇을 위한 담판인가? 본담판을 예비하기 위한 담판이다. 다시 말해서, 백화원 담판은 다가오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합의할 중대사안들을 논의한 담판이었다.  

2018년 7월 6일과 7일 김영철 부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평양에서 회담하였으나, 의견충돌이 너무 심하여 성과를 거두지 못한 바람에 조미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흘러도 교착상태는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러했듯이, 조선은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주동적인 조치를 취했다. 2018년 8월 21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조미실무회담에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해리 해리스(Harry B. Harris, Jr.) 주한미국대사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공화국 창건 70주년이 되는 9월 9일 전에 평양을 방문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초청의사를 받은 팜페오 국무장관은 평양방문을 급하게 서둘렀다. 그는 초청의사를 받은 날로부터 불과 4일 뒤인 2018년 8월 25일 평양을 방문하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8월 24일 아침 백악관 대통령집무실로 헐레벌떡 달려온 팜페오 국무장관이 자신에게 보여준 김영철 부위원장의 비밀편지를 읽어 보고 팜페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을 출발 몇 시간 전에 전격적으로 취소시켰다. 그 비밀편지에는 미국이 조선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팜페오 국무장관의 평양방문은 헛걸음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풀릴 듯이 보였던 교착상태는 여전히 지속되었다. 

좀처럼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던 교착상태는 2018년 9월 26일 리용호 조선외무상이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한 길에 팜페오 국무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마침내 풀렸다. 리용호 외무상은 2018년 10월 중에 평양을 방문하면 좋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의사를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전했던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학수고대하던 팜페오 국무장관이 초청의사를 받았을 때, 한 편으로는 매우 반가웠고 다른 한 편으로는 매우 걱정스러웠다. 평양에 가서 진행할 담판에서 무슨 의제를 꺼내놓고 어떻게 담판해야 하는지 고민에 빠졌던 것이다. 지난 8월 하순에는 초청의사를 받은 날로부터 불과 4일 만에 평양에 급히 가려고 서둘렀던 팜페오 국무장관이 이번에는 초청의사를 받고 무려 12일 동안 시간을 끌었던 까닭은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을 재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팜페오 국무장관이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을 재검토하였다는 말은 김영철-팜페오 회담의 전철을 밟지 않고 백화원 담판이 결렬되지 않도록 준비하였다는 뜻이다. 그런 준비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음을 물론이다. 

2018년 11월 6일 중간선거와 2020년 11월 3일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의 드센 도전을 물리치고 이겨야 정치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팜페오 국무장관은 미국의 요구를 종전대로 계속 고집하여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장기화되면 자기들의 정치생명도 단축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백화원 담판을 앞두고 팜페오 국무장관이 교착상태를 타개할 방도를 찾아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을 재검토하였던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다. 2018년 7월 6일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조선에게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들”을 제기하여 회담을 결렬시키고 조미협상을 교착상태에 빠뜨린 미국은 이번에 대조선협상전략을 재검토하면서 백화원 담판에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들”을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의 대조선협상전략은 대폭 수정되었다. 이런 중대한 정보를 알아야, 조미협상 교착상태가 백화원 담판에서 어떻게 해소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2. 취재기자가 이해하지 못한 이상한 모습

팜페오 국무장관과 수행원들이 탄 전용기는 2018년 10월 7일 일요일 이른 아침 평양국제비행장에 도착하였다. 수행원들 가운데는 미국 <CBS> 텔레비전방송 소속 취재기자 카일리 앳우드(Kylie Atwood)도 있었다. 그녀는 이번에 팜페오 국무장관의 수행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유일한 취재기자였는데, 그녀의 평양체험이 수록된 목격담은 자못 흥미롭다. 2018년 10월 11일 <CBS> 인터넷판에 실린 그녀의 목격담에 따르면, 김영철 부위원장이 팜페오 국무장관을 맞이하기 위해 평양국제비행장에 나왔다고 한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활주로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을 만나 인사를 나눈 직후, 그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접견을 받는 조건을 통보했는데, 통역관과 경호원은 접견장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수행원들 가운데는 헤더 노어트(Heather A. Nauert) 국무부 대변인, 사진사, 앳우드 취재기자도 있었는데, 그들도 접견장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렇게 되어 팜페오 국무장관, 스티븐 비건(Stephen E. Biegun) 국무부 조선정책특별대표, 앤드루 김 중앙정보국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만 접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팜페오 국무장관의 통역관이 접견장에 들어가지 못했으므로, 우리말을 잘 하는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책임자가 미국측 통역을 맡았다.      

그런데 김영철 부위원장은 왜 접견인원을 3명으로 제한하였던 것일까? 2018년 5월 9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평양을 방문한 팜페오 국무장관을 접견하였는데, 그 때도 세 사람만 접견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와 달리, 2018년 5월 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접견하였을 때는 4명이 접견장에 들어갔고, 5월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을 방문한 쎄르게이 라브로브(Sergey V. Lavrov) 러시아 외무상을 접견하였을 때는 7명이 접견장에 들어갔다. 

이런 선례를 살펴보면, 조선은 미국 국무장관에게만 까다로운 접견조건을 적용하여 접견인원을 3명으로 제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이 그렇게 하는 까닭은, 미국 국무부가 외교비밀을 유지하지 못하는 취약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사람들이 외교비밀을 미국 언론에 발설하여 혼란이 조성된 사례들이 있다. 그래서 조선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몸소 참석하는 백화원 담판의 내막이 미국 언론에 유출되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여야 하였다. <사진 2>   

▲ <사진 2> 이 사진은 백화원 담판을 마친 직후 백화원에서 오찬을 시작하기 직전 팜페오 국무장관이 현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맞이하는 장면이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현관에 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착할 때까지 정중히 기다렸다. 그런 유다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헤더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당신은 마치 제단 앞에 서 있는 것 같군요"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에서 자존심이 강하다고 소문난 미국 국무장관이 공손한 자세로 예를 갖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린 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담판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팜페오 국무장관의 기를 꺾어놓았고, 기가 꺾인 팜페오 국무장관은 공손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음을 말해준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앳우드 취재기자는 담판장에 들어가지 못했지만, 담판 직후 백화원영빈관에 마련된 오찬장에서 뜻밖의 색다른 분위기를 엿볼 수 있었다. 그녀의 목격담에 따르면, 팜페오 국무장관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맞이하기 위해 백화원영빈관 현관에 나갔는데, “무표정한 얼굴로 두 손을 앞에 모은 채 (현관에) 서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착할 때까지 정중히 기다렸다고 한다. 그런 유다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본 나워트 대변인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당신은 마치 제단 앞에 서 있는 것 같군요”라고 말했는데, 팜페오 국무장관은 나워트 대변인에게 얼굴을 돌려 슬며시 미소만 지었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자존심이 강하다고 소문난 미국 국무장관이 그처럼 공손한 자세로 예를 갖추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기다린 것은, 조미관계의 심층정보를 알지 못하는 미국인 취재기자의 기존관념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장면이었다. 그래서 그 취재기자는 목격담에 이런 글을 남겼다.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제단 앞에 선 사람 같다고 말한 나워트 대변인의) 지적은 북조선이 팜페오 국무장관의 방문을 전적으로 통제하였음을 보여주는 힘의 역학(power dynamic)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 날 백화원 담판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던 취재기자의 눈에는 팜페오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 앞에서 왜 그처럼 공손한 자세로 예를 갖추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화원 담판에서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팜페오 국무장관의 기를 꺾어놓았고, 기가 꺾인 팜페오 국무장관은 공손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3. 난제는 어떻게 풀렸는가? 

앳우드 취재기자의 흥미로운 목격담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그녀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오찬석상에서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였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 “내가 전에 말한 바와 같이, 오늘은 두 나라의 훌륭한 미래를 약속하는 매우 좋은 날입니다.” 
팜페오 국무장관 - “우리 일행의 오늘 아침 방문일정은 훌륭하고, 훌륭하였습니다. 저희들을 환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트럼프 대통령께서도 안부인사를 전하셨습니다. 그리고 오늘 매우 성공적인 아침시간을 보낸 것에 대해 감사합니다. 저는 오찬을 나누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앳우드 취재기자의 목격담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찬석상에서 팜페오 국무장관과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을 때, 그녀와 미국측 사진사는 잠깐 동안의 현장취재를 마치고 오찬장에서 나와 옆방에 별도로 마련된 다른 오찬장으로 가야 했다고 한다. 취재기자는 위와 같은 짧은 대화밖에 들을 수 없었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늘은 매우 좋은 날이라고 대만족을 표시한 것은 백화원 담판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음을 말해준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과 매우 생산적이고 훌륭한 담화를 진행하면서 서로의 립장을 충분히 리해하고 의견을 교환할 수 있게 된 데 대하여 높이 평가하시며 만족을 표시하시였다”고 한다. 백화원 담판을 마치고 평양에서 서울로 직행한 팜페오 국무장관도 취재진에게 백화원 담판에서 “중대한 진전(significant progress)이 이루어졌다. 우리는 중대한 진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 3> 

▲ <사진 3> 이 사진은 백화원 담판을 마친 직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에서 마련한 오찬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왼쪽에 팜페오 국무장관이 앉았고, 미국측 통역관, 김여정 조선로동당 제1부부장, 앤드루 김 코리아임무쎈터 총책임자, 김영철 조선로동당 부위원장, 스티븐 비건 조선정책특별대표, 조선측 통역관이 자리를 잡았다. 팜페오 국무장관과 동행한 다른 수행원들은 옆방에 별도로 마련된 오찬장에서 조선측 인사들과 함께 오찬을 나누었다. 오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늘은 매우 좋은 날이라고 대만족을 표시하였는데, 이것은 백화원 담판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음을 말해준다. 백화원 담판을 마치고 평양에서 서울로 직행한 팜페오 국무장관도 취재진에게 백화원 담판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밝혔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백화원 담판에서 중대한 진전이 이루어졌다는 말은, 7월 6일에 진행되었던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심한 의견충돌을 불러왔던 난제들이 해결되었다는 뜻이다. 당시 쌍방이 심하게 의견충돌을 일으켰던 난제들은 비핵화 방안이었다. 김영철 부위원장이 제기한 비핵화 방안과 팜페오 국무장관이 제기한 비핵화 방안이 격돌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그 난제를 풀었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비핵화해결을 위한 방안들과 쌍방의 우려사항들에 대하여 상세히 설명하고 건설적인 의견을 교환하시였다”고 한다. 이 인용구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미국이 제기했던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조건들”을 철회시키게 하고, 그 대신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비핵화 해법을 받아들이게 하였다는 뜻이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이 없으면 그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미국이 철회한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조건들”은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미국이 받아들인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비핵화 해법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스티븐 멀(Stephen D. Mull) 미국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은 2018년 7월 20일 국무부를 방문한 한국의 여야 5당 원내대표들에게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미국은 조선에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을 요구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1) “핵, 탄도미사일 소재지를 포함한 북한 핵프로그램 전체 리스트” 
(2) “비핵화시간표” 
(3)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사항의 이행” 

위에 열거한 세 가지 요구사항들 가운데 조선으로부터 전면적인 배격을 받은 것은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다.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미국이 조선에게 요구한 핵신고서는 핵탄두 비밀저장소들의 위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지하기지들의 위치를 포함하는 조선의 국가핵무력에 관한 극비정보를 통째로 넘겨달라는 뜻이다. 또한 미국이 조선에게 요구한 비핵화시간표는 조선의 국가핵무력을 폐기하는 경로와 기한을 정하여 알려달라는 뜻이다. 

하지만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는 철없는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말이 되지 않는 생억지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지난 9월 26일 리용호 외무상으로부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초청의사를 전달받고 나서,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지시에 따라 대조선협상전략을 재검토하고 수정함으로써 조선에게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를 달라고 하였던 생억지를 내려놓기로 결정한 것이다. 조선에게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평양을 방문한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그런 생억지가 왜 조선에게 통하지 않는지를 “상세히” 설명하였다. 일본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신고서를 제출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고 한다.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에게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를 더 이상 요구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평양을 방문한 터였으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그런 설명에 공감을 표시하였다. 그렇게 되어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를 넘겨달라던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는 종적을 감추고 말았다. 

미국이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에 관한 요구를 철회한 것은, 자기들이 주장했던 일방적-일괄적 해법을 포기하고 조선이 제시한 동시적-단계적 해법을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조선외무성은 2018년 7월 7일에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서 “신뢰조성을 앞세우면서 단계적으로 동시행동원칙에서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조선반도 비핵화실현의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언명한 바 있다. 

조선이 제시한 동시적-단계적 해법에서 조선이 이행할 비핵화 해법은 단계적 핵동결이다. 단계적 핵동결이란 조선의 핵능력을 단계적으로 폐기한다는 뜻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풍계리 지하핵시험장 폐기→서해위성발사장 폐기→녕변핵시설단지 폐기를 단계적으로 실행한다는 뜻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언급한 완전한 비핵화는 조선이 자기의 핵능력을 완전히 폐기하는 핵동결을 단계적으로 실행한다는 뜻이다. <사진 4>

▲ <사진 4> 이 사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담판 중에 발언하는 장면이다.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3개월 동안 조미협상을 교착상태에 묶어두었던 난제를 풀었다.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8년 7월 6일 평양에서 진행된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미국이 제기했던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조건들"을 철회시키게 하였고, 그 대신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비핵화 해법을 받아들이게 하였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이 없으면 그런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백화원 담판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이 핵신고서와 비핵화시간표를 요구하는 기존 의제를 관철시키지 않을까 하는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힌 한국의 전문가들과 언론매체들은 자기들의 망상과는 정반대의 담판결과가 나온 것을 보고 아연실색하였다. 그들은 백화원 담판결과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단계적 핵동결은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하고, 팜페오 국무장관이 받아들인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비핵화 해법으로 구체화되었다. 조미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미국 사찰단이 지난 5월에 폭파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 있는 지하핵시험장을 방문하여 검증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사찰단의 현장방문 및 검증을 허용하는 것은, 싱가폴 조미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길로 미국을 끌어당겨 되돌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주동적이고, 결정적인 조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미국을 불가역적인 이행의 길로 끌어들이는 것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이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아사히신붕> 보도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조선외무성이 2018년 7월 7일에 발표한 대변인 담화에 따르면 당시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조선이 미국에게 제시한 비핵화 해법들 가운데는 “비핵화조치의 일환으로 ICBM의 생산중단을 물리적으로 확증하기 위하여 대출력발동기시험장을 페기하는 문제”도 들어있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화원 담판에서 그 해법을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제시했던 것이 확실하다. 백화원 담판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동창리발동기시험장과 로케트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페기하기로 하였”다.

백화원 담판을 마치고 평양에서 서울로 직행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취재진에게 사찰단이 조선의 미사일엔진시험장과 풍계리 지하핵시험장을 사찰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이것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 두 곳에 대한 현장사찰을 허용하였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또한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10일 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평안북도 녕변군에 있는 녕변핵시설단지에서 가동되는 플루토늄생산시설만이 아니라 거기서 가동되는 우라늄농축시설까지 포함한 전체 시설을 폐기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백화원 담판에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평양공동선언에서 “미국이 6.12 조미공동선언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녕변핵시설의 영구적 페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한 바 있다.  

나는 이전에 발표한 글에서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에서 플루토늄생산시설만 폐기하고, 우라늄농축시설은 국제원자력기구의 일반사찰을 받으며 계속 가동할 것으로 예측한 적이 있는데, 그런 예측은 빗나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녕변핵시설단지 전체를 폐기하는 매우 파격적인 조치를 예고한 것이다. 이런 사실만 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미협상전략이 얼마나 원대하고 심오한지를 알 수 있다. 조선이 녕변핵시설단지 전체를 폐기하면, 미국은 그에 상응하여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4.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담판에서 제시한 파격적인 조치에 맞춰 팜페오 국무장관이 제시한 미국의 상응조치들은 무엇인가? <동아일보> 2018년 10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을 마치고 평양에서 서울로 직행한 팜페오 국무장관은 청와대를 예방하여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하면서 “(백화원 담판에서) 미국의 상응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하면서도 그 상응조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비록 언론보도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는 분명하다. 조선외무성이 2018년 7월 7일에 발표한 대변인담화는 미국이 취해야 할 상응조치를 다음과 같이 우회적으로 밝힌 바 있다.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팜페오 국무장관은 “조선반도 평화체제구축문제에 대하여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이미 합의된 종전선언문제까지 이러저러한 조건과 구실을 대면서 멀리 뒤로 미루어놓으려는 립장을 취하”였다. 이 인용구를 읽어보면, 조선은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종전선언문제만 합의하려고 하였던 것이 아니라 종전선언문제보다 더 중요한 평화체제구축문제 곧 평화협정문제도 합의하려고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팜페오 국무장관이 종전선언문제를 합의하려고 하지 않는 바람에 평화협정문제는 논의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백화원 담판에서 종전선언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은 물론이고, 평화협정문제도 해결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아사히신붕> 2018년 7월 20일 보도에 따르면, 김영철-팜페오 회담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팜페오 국무장관에게 “미국이 종전선언에 응하지 않으면 비핵화를 진행하는 것은 어렵다”고 하면서, “비핵화의 선결조건으로 종전선언을 요구했다”고 한다. 조선에게 있어서 종전선언은 조선이 비핵화를 실행하기 전에 먼저 해결되어야 할 선결문제인 것이다. 그러므로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결문제(종전선언문제)만 해결하기로 합의하였을 리 없으며, 선결문제와 더불어 해결되어야 할 더 중요한 문제(평화협정문제)도 해결하기로 합의하였다고 생각된다. 물론 평화협정문제는 본담판이 벌어질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조미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한 <아사히신붕> 2018년 10월 7일 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에서는 녕변핵시설 폐기에 상응하여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는 거점”을 설치하는 문제도 논의되었는데,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는 거점을 설치하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한다. <동아일보> 2018년 4월 12일 보도에 따르면, 싱가폴 조미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조미실무회담에서 평양과 워싱턴에 각각 연락사무소를 설치하는 문제가 논의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연락사무소문제는 이미 조미실무회담에서 논의되었으므로, 백화원 담판에서 그 문제를 다시 확인하면 되었다. 이런 사정을 살펴보면, 백화원 담판에서 “연락사무소 역할을 하는 거점”을 설치하는 문제, 다시 말해서 이익대표부를 설치하는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그 문제도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최종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사진 5>

▲ <사진 5> 이 사진은 백화원영빈관에서 진행된 담판현장을 촬영한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오른쪽에 김여정 조선로동당 제1부부장이 앉았고, 왼쪽에는 조선측 통역관이 앉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백화원 담판에서 제시한 대미협상전략 곧 동시적-단계적 해법은 조선과 미국이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을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해법이다. 다른 해법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미국도 그 해법을 받아들인 것이다. 백화원 담판이 말해주는 것처럼,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중이다. 우세한 협상력이 세상을 바꾼다.     © 자주시보, 한호석 소장

종전선언→평화협정→주한미국군 철수로 이어지는 과정을 전체적으로 포괄하는 총괄개념이 바로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시한 대미협상전략 곧 동시적-단계적 해법은 조선과 미국이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을 동시행동원칙에 따라 추진하는 해법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백화원 담판이 말해주는 것처럼,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중이다.    

백화원 담판에서 주목되는 것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준비사항을 논의한 것이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석상에서는 제2차 조미수뇌회담준비를 위한 실무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개최할 데 대하여 합의하고 그와 관련한 절차적 문제들과 방법들에 대하여서도 론의되였다”고 한다. 조선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이른 시일 안에 개최되기를 바라고, 미국은 그 회담이 2018년 11월 6일 중간선거 직후에 개최되기를 바란다. 원래는 미국도 중간선거 이전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기를 바랐었는데, 생각을 바꿨다. 거기에 얽힌 사연은 다음과 같다. 

위에 서술한 것처럼, 백화원 담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요구들”을 철회하게 하고, 조선의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요구를 받아들이게 하였는데, 그런 담판결과에 따라 제2차 조미정상회담이 개최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자신의 외교치적으로 내세울 수 없게 될 것이고, 워싱턴에 포진한 트럼프 반대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조선외교에서 무능하다느니, 대조선협상에서 너무 양보하였다느니 뭐니 하면서 집중공세를 퍼부을 것이다. 그러므로 중간선거 직전에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요인으로 작용하여 공화당의 득표율을 되레 떨어뜨릴 것이다. 이런 점을 우려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는 제2차 조미정상회담을 중간선거 직후에 개최하려고 하는 것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하여 트럼프 대통령이 조미협상의 추진동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조선의 언론보도에 따르면, 백화원 담판을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결속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제2차 조미수뇌회담을 계기로 전 세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되는 문제해결과 지난 회담에서 제시한 목표달성에서 반드시 큰 진전이 이룩될 것이라는 의지와 확신 표명하시였다”고 한다. 

백화원 담판을 압도적으로 우세한 협상력으로 결속하고 단계적 핵동결과 단계적 평화체제구축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놓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오는 11월에 개최될 제2차 조미정상회담에서 중요한 진전을 이룩하여 한반도 정세를 격변으로 이끌어갈 것이다. 우세한 협상력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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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보다 못한 한미 방위비 협상

18.10.14 20:22l최종 업데이트 18.10.14 20:22l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등이 회의를 하고 있다. 2018.6.26
▲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열린 제10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체결을 위한 제4차 회의에서 장원삼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협상 대표와 미국 티모시 베츠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 등이 회의를 하고 있다. 2018.6.26
ⓒ 연합뉴스
  
10차 방위비분담 특별협정(아래 SMA) 체결을 위한 8번째 한미 간 회의가 서울서 16~17일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현재 국회 국정감사(10월10일-29일)가 진행중입니다. 알다시피 SMA 협정은 협정 자체가 위법성(한미소파 위반)을 띠고 있고, 집행과정도 각종 불법으로 점철되어 있는 등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국회의 감시‧감독이 절실한 것은 10차 SMA 협상이 미국의 도를 넘는 고압적 자세와 문재인 정부의 굴욕적일 정도의 저자세 속에서 진행되어 우리 국민에게 감당하기 힘든 재정적 부담을 지우게 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우리의 주권과 국익(국민부담 경감, 한반도 평화 증진)이 지켜질 수 있게 사후적으로(비준동의권 행사)만이 아니라 사전적으로도 SMA협상을 감시‧감독해야 합니다.

미국의 터무니없는 방위비분담 대폭 증액 강요

이번 SMA협상에서 가장 중대한 문제는 미국이 터무니없이 방위비분담금 총액의 대폭 증액을 우리 정부에 강요하고 있는 점입니다. 미국이 현 방위비분담금(2018년 현재 9,602억 원)의 1.5∼2배를 요구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습니다.

이런 증액요구는 2017년 12월 현재 9,830억 원의 방위비분담금 미집행금이 남아 있다는 점, 평택 미군기지 이전사업이 사실상 2018년 마무리되어 향후 군사건설비(방위비분담금의 주요 항목의 하나)의 대폭 감액사유가 발생한 점, 한국이 방위비분담금 이외에도 주한미군 주둔비에 대한 각종의 직간접지원(방위비분담금을 포함하여 6조3천억 원)을 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춰보면 터무니없고 후안무치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미국이 대폭 증액 사유로 내세우는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 요구도 전혀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SMA협정이 대상으로 하는 방위비 분담금 지급범위가 주한미군이 고용하는 인력이나 보유하는 장비에 제한되기 때문입니다.

미 전략자산 전개는 한국방어를 위해 주둔하는 주한미군과 직접 관련이 없으며 미국의 세계 및 지역 군사전략에 따라 운용되는 전력입니다. 미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비용 분담 요구는 SMA협정 나아가 한미소파 및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반한 불법 부당한 요구입니다.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은 "그 (평양공동선언) 정신과 분명히 안 맞는다"는 강경화 장관의 말처럼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남북 정상 및 북미 정상의 여러 합의에도 정면으로 어긋납니다.

미국의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의 불법부당성

미국은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 요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작전지원' 항목의 신설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현행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외에 작전지원 항목을 하나 더 추가하자는 요구입니다. 미국은 작전지원 세부항목으로 '전략자산전개 비용'과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 '주한미군 작전준비태세 비용'을 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편성 또는 지정된 고유 목적의 임무 또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부대, 함정 또는 무기체계 장비의 준비태세 및 인원 준비태세를 모두 포함한다"는 미 국방부의 작전지원에 대한 사전적 정의에서 보듯이 작전지원이란 그 범위와 경계가 거의 무제한적일 정도로 넓고 또 임의적입니다. 따라서 만약 작전지원을 방위비분담의 한 구성항목으로 용인하게 되면 미국에 백지수표를 쥐여주는 것이나 다를 바 없어 방위비분담금 지급은 앞으로 무제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주한미군은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단순히 한국방어 임무를 넘어 아시아 태평양 기동군으로서 중국과 러시아 등을 견제하는 역할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만약 작전지원을 방위비분담의 한 항목으로 용인하게 되면 우리나라는 재정적으로 미국의 동북아시아 패권 전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게 됨으로써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우리 스스로 해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작전지원 항목의 신설은 재정 부담이나 법적인 정당성(방위비분담 특별협정, 한미소파, 한미상호방위조약),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와 안정 어느 측면에서나 결코 용인되어서는 안됩니다.

정부의 납득할 수 없는 굴욕적인 협상 태도

미국의 방위비 분담 총액 대폭 증액이나 작전지원 항목 신설 요구가 불법부당한데도 우리 정부는 지극히 수세적이고 굴욕적인 협상태도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방위비) 분담금 인상률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협의한다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국회에서 답변했습니다. 최소화란 상대적 개념이어서 100%인상 요구에 대해서 50%인상이 최소가 될 수도 있는 등 그 절대적 기준이 없습니다.

결국 인상률 최소화는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의 부당성을 정면으로 반박하지 못하고 증액의 정당성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협상의 주도권을 상실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수세적 전략입니다. 이런 협상전략은 총액 삭감을 협상 목표로 제시했던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못한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은 안된다고 말하면서도 군수지원비 항목에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습니다.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 분담이나 작전지원 항목 신설이 부당하다면 그에 대한 방위비 분담 지급은 어떤 형태로든 이뤄져서는 안되는 것이 당연합니다.

따라서 미 전략자산 전개비용을 군수지원비 항목 속에서 지급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은 우리 국민의 눈을 의식해 미국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미국의 강요에 굴복하는 굴욕적 태도입니다. 

지난 9월 24일 한미 정상회담 때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논의되었다고 언론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 협상과 관련하여 문재인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폭 증액 요구를 수용하라고 압박하였을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 뒤 언론은  "총액, 유효기간, 연(年) 증가율, 제도개선 등 주요 쟁점과 관련해 양측 입장 차이를 좁혀나가기 위해 패키지 방안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2018.10.1)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미국의 압력에 밀려 우리 정부가 사실상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 요구를 수용하기로 결정하고, 대신 제도개선에서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일정 부분 수용하기로 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방위비 분담 총액문제와 제도개선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에 이번 SMA협상은 방위비 분담금 총액의 대폭 삭감을 바랐던 우리 국민의 요구를 무참히 저버린 협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8차 및 9차 SMA 체결 때 제도개선에 관한 교환각서를 채택하였지만 그 어느 하나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습니다.

밀실‧비밀 협상으로 일관하는 정부의 태도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은 우리 주권과 국익이 걸린 문제로 우리 정부가 국민 여론을 수렴하여 협상을 이끌 책임이 있습니다. 더욱이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와 달리 촛불민심으로 집권한 정부로서 힘을 바탕으로 협상전략을 구사하는 미국에 맞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나름의 기반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한미 SMA 협상을 보면 이전 정부와 똑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국민을 배제한 채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지금까지 미국과 7차례 회의를 하였지만 방위비 분담금 총액, 유효기간, 제도개선,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금액 처리, 사드 운영비 지급 등에 관한 한국의 입장을 국민 앞에 밝힌 적이 없습니다. 정부는 2014년 9차 SMA국회 비준 때 커뮤니티뱅크(CB)의 법적 지위를 파악해 정부기관이면 차기 협상 때 방위비 분담금에서 발생한 이자소득을 방위비 분담 총액에 반영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도 함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대국민 비공개 태도는 협상전략과는 무관한 것이며 우리 국민을 대상화 하고 우리의 협상력을 스스로 제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대국민 비공개 태도를 보면 '군사건설비 현금 추가지원'에 관한 이면합의를 했던 박근혜 정부와 똑같이 문재인 정부 또한 우리 국민 몰래 또다른 이면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국회는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서 우리 정부의 굴욕적 협상태도를 질타함과 동시에  SMA 협상의 실상을 밝혀내어 우리 주권과 국익을 지켜주기 바랍니다.

"분단과 통일의 갈림길, 그들은 조국과 겨레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전남 백운산 한재에서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 열려
광양=이승현 기자  |  shlee@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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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4  18: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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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오후 전남 광양시 백운산 한재에서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가 10여년만에 사회단체 관계자들이 폭넓게 참가한 가운데 진행됐다.[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전라남도 광양시 백운산 한재. 지난 13일 아침부터 들머리인 이곳에 광양과 구례, 하동 방향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하더니 오후 2시를 조금 넘겨 산중에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 현수막이 내걸리고 향이 피어올랐다.
맑고 밝은 가을 하늘 아래 1948년 여순항쟁에서 시작하여 한국전쟁 당시 태백산, 오대산, 소백산, 덕유산, 신불산, 지리산, 운장산, 희문산, 백운산, 백아산, 무등산, 불갑산, 한라산 등 크고 작은 산에서 '빨치산투쟁'을 벌였던 당사자들과 사회단체 관계자 250여명이 모처럼 한데 모여 합동추모제를 지내게 된 것.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를 비롯해 안학섭, 양원진, 양희철, 박희성, 김영승, 김영식 선생 등과 이규재 범민련 남측본부 의장, 노수희 부의장, 조순덕 민가협 회장 등을 포함, 서울에서 90여명, 부산·경남과 전남·북, 충북 등에서 총 250여명이 참가했다.
특히 지난 2003년 4월 28일 이곳에서 첫 출발을 뗀 백운산 합동추모제는 그동안 전국 산야를 돌고 돌아 조촐한 규모로 지내오다, 올해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등으로 한반도 평화체제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10여년만에 사회단체 회원들이 함께 참여해 규모도 훨씬 커지게 되었다.
  
▲ 권낙기 통일광장 대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추모제를 주관한 통일광장 권낙기 대표는 제례 절차에 따라 첫 술잔을 신위들에 올리는 초헌을 한 뒤 "십 수년전부터 전국을 돌면서 매년 행사를 해왔는데 오늘 와서 보니까 정세도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셨다. 통일광장 선생님들을 대신해서 여러분들의 노고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또 "그동안 이 행사를 하면서 사실 속앓이를 많이 했다. 하여튼 우리들의 이 행사가 다른 단체 내지는 정세에 누가되어서는 안된다는 생각 때문에 많이 조심은 했다"고 하면서 "회문산에 참가했던 이가 구속되기도 하는 등 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전통을 이어와서 올해 4.27선언과 함께 좋은 가을에 좋은 결실을 기대하면서 맞이하게 된 오늘 참 좋다"고 소회를 밝혔다.
권 대표는 "과거는 해석하기에 따라 바뀌고 미래는 결정하기에 따라 바뀌며, 현실은 행동을 통해 바뀐다"면서 "그동안 빨치산에 대한 왜곡된 해석으로 인해 많은 오해도 있지만 이름없이 우리 곁을 떠나신 이름없는 영웅들을 잊지 않고 부디 우리가 어디로부터 왔는지를 잘 알고 다시 결의를 세우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이날 추모제의 의미에 대해 말했다.
  
▲ 김영승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임방규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16살 나이에 입산해 소년빨치산으로 활동하던 중 1954년 3월 백운산 옥룡골 부근에서 총탄 3발을 맞고 체포되어 총 35년 9개월을 복역한 뒤 1989년 출소 후 지금까지 통일광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영승 선생이 먼저 전남인민유격대를 대표해 추모사를 했다.
김영승 선생은 화순 백아산이 전남 빨치산의 사령기지라면 광양 백운산은 도당 최후 핵심기지이며, 한재에는 빨치산 4명의 유분이 뿌려져 있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설명하고는 "우리 모두는 열사들의 영령들 앞에서 부끄러움이 없는 애국전사가 되어야 한다. 무엇때문에, 누가 누구를 위해 치열한 싸움에서 한줌의 흙으로 산화하여 갔는가를 재삼 회고해 보면서 새로운 결의를 다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도당 빨치산으로 활동했던 임방규 전 통일광장 대표는 "산속에 오니까 엄숙해 진다. 여기는 김선우(전남도당 부위원장) 동지가 요 밑에서 최후 결전을 하고 돌아가셨다. 위에는 정운찬 선생하고 손영심 선생님 묻혀 있는 곳으로 알고 있다"며 젊은 날의 선명한 기억을 담아 추모사를 시작했다. 그리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조국을 위해서, 겨레를 위해서, 그리고 민족을 위해서 마지막까지 싸운 많은 우리 동지들이 빨치산과 같이 활동하다 돌아가셨다. 우리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그런 얼, 여러분들은 가슴에 간직하고 돌아가서 아이들에게도 많은 이야기 들려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임 전 대표는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민중의 뼈아픈 비판을 우리는 가슴에 새겨야 한다. 힘이 없는 것이 아니라 그 힘을 하나로 모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이 고생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하면서 "아무쪼록 자기 단체, 개인의 이익을 넘어서 힘을 하나로 모아내는데 노력해 달라. 그것만 이루면 우리 승리할 수 있다. 그게 역사의 요구이고 민족의 바람이며, 한결같이 민중이 원하는 것 아니겠나. 아무쪼록 오늘 먼 길을 와서 선열들을 회상하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여기 저기선 살아남은 자의 아픔이 힘에 겨운 흐느낌으로 터져나오기도 했다.
  
▲ 허찬형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구연철 선생.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충북인민유격대를 대표하여 추모사를 한 허찬형 선생은 지팡이를 짚고 불편한 몸으로 나서 "광복 후 이 백운산은 분단과 통일의 갈림길에서 치열했던 역사적 현장이다. 조국통일의 과업을 짊어지고 청춘 남여가 비참히 숨져간 비극의 현장이다. 이 산 구석 구석에 맴도는 영혼들의 울음소리는 하릴없어 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활활 타오르는 단풍잎과 같이 임들이 한맺힌 울음짓는 소리이다. 수많은 동지들의 죽음이 돌무덤으로 쌓이고 동지들의 피눈물은 비가 되고 강이 되고 흘렀으며, 그 유골은 아직도 이 산과 벌판에 널리 흩어져 있다. 우리는 그 아픔이 너무 절절한 것이어서 감히 들여다볼 염두조차 낼 수 없는 준엄한 역사의 발자욱 위에 서 있다"고 여러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이어 "까마귀 울지말라. 울지를 말라. 이 산 저 산 70여년 돌고 돌아 눈물마저 말라버렸구나. 저 백운산 마루에 통일 깃발 꽂았다. 8천만 우리민족끼리 만세! 만세! 만만세!"라고 추모시를 힘겹게 낭독하고는 "나는 90년이나 통일 사업을 한다고 했으나 완수하지 못했다. 여기 있는 젊은 동지들이 그 임무를 틀림없이 완수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연철 선생은 경남인민유격대를 대표하여 부산·경남 참가자들과 함께 추모사에 나서서 추모제 참가자들을 웃기고 또 울렸다.
"녹음이 우거진 산야를 보면서 가슴이 너무 벅찼다. 여건만 되면 한번 더 빨치산을 하고 싶다"는 기개를 뽐내 박수갈채를 받는가 싶더니 "총탄에 쓰러져간 동지의 사늘하게 식어가는 시신을 붙들고 울분을 터뜨리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회상에 잠겨 참가자들을 숙연하게 했다.
구 선생은 "누구보다 깨끗한 양심을 가지고 산에 올랐던 동지들은 오로지 나라와 인민을 위해 눈물의 강을 건너 피바다를 헤엄쳐 통일혁명의 큰길로 오롯이 헤쳐나왔다. 일신의 공명과 영달이라는 말은 몰랐다"고 열사들을 추모했다.

  
▲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이날 합동추모제에는 빨치산 투쟁 당사자들과 사회단체 회원 등 250여명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이날 추모제는 경남과 전남의 청년들이 대표로 결의문을 낭독하고 '살아 천년, 죽어 천년'가는 주목나무를 골라 한재에 식수한 후 한라산과 백두산에서 떠 온 물을 주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청년들은 결의문에서 "해방되는 날 이 산천의 모든 꽃들에게 그대들의 이름을 덧붙이겠습니다. 태백산 산나리엔 선전일꾼 누구의 이름을, 대둔산 연산홍엔 소대장 누구의 이름을, 덕유산 상사화엔 문화일꾼 누구의 이름을, 신불산 구절초엔 조직부원 누구의 이름을, 지리산 진달래엔 이름도 없이 죽어갔던 수많은 무명전사들의 이름을 붙여 영생불멸의 전사로 남겨 후손들에게 그대들의 이름을 빛내이겠습니다"라고 열사들을 기렸다.
<추도시> (전문)
섬진강은 흐른다
나락 한도숙

조국은
아구사리 노랗게 핀 산하
다시 피는 날을 기약하지 못하고
강을 건넜다
저간의 일들은 기억하지 말자
흐르는 물소리 지저귀는 새소리도
혁명의 열정이던
지리산
총을 메고 건너던
차거운 물은 몸을 휘감고
살을 도려내는 고통쯤이야
견뎌 내리라
노여움으로 출렁이는 강
핏빛으로 울먹이는 강
마른 잎 하나에 침 삼키며
김장해야했던 저 물소리에
청천은 정열은
남루하지 않았다
강가의 별들은 무수히 떨어지고
혁명의 날개는 깃털을 잃어
아구사리 노란 단풍잎에 떨며 선 골짜기
조국은
서러운 별 하나 내게 허용하지 않았다
절망하고 절망하고서도
흐르는 저 강을 건너야 할 것
또 여기 총을 부여안고 선다 해도
결국 혁명의 뜨거움은
날리는 먼지 알갱이 하나도
용납하지 않을 것
별이 된 사람도 남은 사람도
뜨거운 숨소리로 숨죽이던 강
한방의 총소리로 새벽을 깨우던 강
피에 젖은 섬진강

  
▲ 임방규 선생과 '빨치산 투쟁'에 직접 나섰던 선생들이 오열하며, 머리 숙여 참배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구연철 선생이 부산 경남 사회단체 참가자들과 함께 추모의 절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한도숙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추도시 '섬진강은 흐르는가?'를 낭송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순천  6.15통일합창단 지휘자인 박종열 테너는 가을 백운산에 울려퍼지는 맑고 기운찬 목소리로 '전사의 맹세'와 '백두산'을 불러 참가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양기창 금속노조 부위원장이 '쏠테면 쏘아봐라'는 제목으로 추모시를 낭송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촛불가수 한주상 씨는 '전남빨치산의 노래'를 헌정했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사회단체 회원들과 함께 열린 통일애국열사 합동추모제는 10여년 만의 일이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한재 올라가는 길 '전남 유격대 연병장' 아래로 물 흐르는 계속이 길을 따라 이어진다.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
  
▲ 전남도당 비밀아지트. [사진-통일뉴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