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3일 수요일

재경 스님 진술조서에 드러난 조계종 민낯

"해외도박 통해 주지 재임 로비" …여성 신도와 해외여행도
동국대 이사 진입에 수천만원? "한번 나가면 1000만원도 써"

2017년 09월 12일 (화) 19:15:31조현성 기자 cetana@gmail.com

주로 필리핀. 한달에 한번. 호텔은 하얏트. 주종목은 슬롯머신. 2박3일 혹은 3박 4일. 경비는 한번 나가면 1000만원까지.

사명 대사 선친 묘소가 든 땅까지 팔았던 재경 스님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조계종 승려의 해외원정 도박 클래스이다.
전 표충사 주지 재경 스님은 지난 2015년 항소심에서도 패소해 징역 7년과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스님이 표충사 주지 시절 필리핀만 한달에 한 번, 갈 때마다 거의 카지노를 했다고 진술한 내용이 뒤늦게 상세히 드러났다. 

조계종 승려인 D와 S 스님이 재경 스님이 필리핀으로 도주한 다음 날, 스님이 있는 곳으로 놀러왔던 사실도 알려졌다.
한 여성 신도는 스님과 단 둘이 필리핀에 여러 차례 다녀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 사명대사 생가지의 '선친묘' 가 그려진 표지판. 표지판에 그려진 곳 일대가 재경 스님이 불법매각한 표충사 땅으로, 국가가 내린 제답이다. (불교닷컴 자료사진)

해외여행 가면 스님들은 뭐하나 질문에
카지노 가서 대부분 슬롯머신, 골프 친다


<불교닷컴>이 최근 입수한 진술 조서는 지난 2013년 12월 창원지검 밀양지청에서 재경 스님을 수사하면서 작성됐다.
사찰 토지를 불법 매각해 수십여 억원을 챙긴 뒤 해외도주했던 스님에게 조사관이 해외도박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를 물었다.
스님은 "필리핀만 한달에 한번 정도 갔다. 갈 때마다 거의 카지노는 한번씩 들렀다. 가서는 슬롯머신을 했다"고 답했다. 검찰 조사결과, 스님은 구속될 때까지 모두 227회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해외여행을 가면 같이 간 다른 스님들은 무엇을 하는가"를 묻는 조사관에게, 스님은 "카지노에 가서는 대부분 슬롯머신을 하고, 다른 스님들은 골프도 친다. 나는 골프는 못친다"고 했다.

총227회 해외여행 간 이유는 로비 활동
주지인사권 가진 상급사찰과 종단 상대


그러면서 스님은 "(다른 스님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닌 것은 모두 로비활동이었다. 재임 등을 위해 인사권을 가진 상급사찰과 종단 상대 로비였다"고 했다.
"해외여행 필요 경비를 모두 피의자(재경 스님)이 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 함께 나가는 스님들 모두 종단에서 지위가 있어 자신들도 갖고 나가는 돈이 있다. 내가 그 경비를 모두 부담하지는 않는다. 해외 나가면 내가 식사 한번 더 대접하는 정도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번 나가면 1000만원 정도까지 사용해 본 적이 있다"고 했다.

승려의 승려 상대 로비는 국내서도
대학 이사 만들려 종회의원 로비해


재경 스님이 진술조서에서 밝힌 조계종 승려 대상 로비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이뤄졌다.
스님은 "상급 사찰 주지를 대학 이사 시키려고 종회의원들에게 내가 힘을 썼다. 4개 계파 가운데 후보가 속한 계파를 제외한 세 곳에 3000만원 정도를 지원했고, 개인적으로도 100~300만원 정도 줬다"고 했다.

신도 A 씨, 스님과 수차례 해외여행
총14회 필리핀 여행 중 단 둘이 7회


A 여성은 재경 스님과 수회에 걸쳐 단 둘이 필리핀에 다녀온 사실도 드러났다.

A 씨는 "2004년 9월경부터 2010년 12월경까지 14회 가량 재경 스님과 필리핀을 관광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재경 스님과 함께 필리핀에 나가면 2박 3일에서 3박 4일 머물렀다. 주로 이용한 호텔은 하얏트호텔. 그들은 호텔 카지노에서 놀거나 주변 관광을 했다.

단 둘 해외여행 하는 남녀는 어떤 관계
"스님은 OO사 주지, 나는 신도였을 뿐"


조사관은 "필리핀으로 단 둘이 출국해 2박 3일 내지 3박 4일을 같은 호텔에 투숙하다 돌아오곤 했는데 두 사람은 어떤 관계냐"고 물었다.
A 씨는 "재경 스님은 OO사 주지였고, 나는 신도였다. 그 이상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조사관은 "수회에 걸쳐 단 둘이 필리핀에 머물다 오는 것은 주지와 신도 이상의 관계가 아니냐"고 재차 물었다.
A 씨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조사관은 '묵묵 무답'이었다고 진술 조서에 기록했다.

부산고법 판결문에 도박사실 일부 언급
검찰은 자승 스님 등 16명 무혐의 처분


이번 진술조서 입수에 앞서, 지난 2015년 부산고등지법은 재경 스님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피고인은 승려임에도 과거 10여 년 동안 120여 회에 걸쳐 필리핀을 출입하면서 그곳에 있는 카지노에서 도박을 했고, 그에 든 경비 상당부분을 이 사건 횡령 배임금으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이보다 한해 앞선 2014년 2월 장주 스님이 자신의 여권을 증거로 해외 원정 도박을 자수하면서 고발한 자승 스님 등 조계종 고위 승려 관련자 16명을 대구지방검찰청 포항지청이 전원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상습도박으로 고발된 16명 승려를 모두 무혐의 처분하면서도 이들을 고소한 장주 스님에 대해서는 "주장이 허위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모호한 결정을 했다.

장주 스님 무혐의 처분 뒤, 또 다른 조계종 자승 원장 비리를 폭로하려던 적광 스님은 우정공원 앞에서 호법주 교역직 승려와 재가종무원에게 경찰이 보는 앞에서 끌려가 집단 폭행을 당한 뒤 승적을 빼앗겼다.

자승 스님, 장주 스님 상대 1억원 손배소송 패소
"진술 내용 직접 경험않고는 알기 어려울 정도"


같은 해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이 이사장으로 있는 은정불교문화진흥원이 장주 스님을 상대로 1억원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주문에서 "원고(은정불교문화진흥원)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하라"면서 "조계종 도박 문제는 공적 관심 사항으로 공익성이 인정된다. 자수해 진술한 내용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울 정도여서 진실하거나 진실하다고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14일 조계사 앞 범불교도대회
자승 등 승려 16명 고발 예정


이런 가운데, 조계종 적폐청산을 위해 활동 중인 시민사회단체 등은 도박과 여자들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추후 검찰개혁의 중요한 화두의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이 기사에 대한 반론 및 기사제보 cetana@gmail.com]

언론·정치 적폐세력, 하늘이 두렵지 않은가


KBS·MBC 사장과 이들 비호하는 야바위 정치세력의 적반하장 도 넘었다
  •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 승인 2017.09.13 15:55
  • 댓글 2
▲사진 :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홈페이지
정기국회가 열리면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언론 장악을 시도한다고 장외투쟁을 벌이다가 대정부 질문에서도 비슷한 억지를 토해놓는 해괴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근혜 정권이 방송장악과 표현의 자유 억압을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든 범죄행각이 속속 폭로되고 있고 공영방송사에서 공정방송 저지, 부당노동행위가 법원 판결 등으로 확인되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막장극이다.
얼굴에 철판을 깐 듯한 이들 의원은 적폐청산의 대상으로 퇴진압박을 받고 있는 KBS, MBC 경영진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억지 주장을 편다. 그리고 언론노조가 방송을 장악하려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식의 허위정보를 국회의사당 안에서 쏟아놓는다. 촛불혁명의 불꽃이 아직 뜨거운 상황에서 벌어지는 의사당 안의 망발이 전국 시청자들의 안방에까지 전달되고 있다.
정보화 시대의 선두에 있는 이 땅에서 삼척동자도 비웃고 질타할 새빨간 거짓말과 억지가 정치권과 실황중계를 통해 전국에 확산되면서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그런 모습은 박근혜 게이트와 관련된 최순실 등 다수의 일당이 해괴한 국정농단, 국기문란 행위를 벌여놓고도 시치미를 떼는 수작과 너무 닮아 있다. 국회 청문회나 검찰 소환 과정 등에서 ‘모른다, 아니다,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을 늘어놓고 진실을 가리고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려 했던 모습이 국회와 방송전파에서 반복되고 있다.
촛불혁명에 이어 새 정부가 들어섰다고 하나 국회와 일부 언론은 적폐가 여전하다. 적폐의 핵심이었던 박근혜는 파면되어 감옥에 가있지만 박근혜 일당이었던 세력이 여전히 국회와 언론에 준동하고 있다. 국회가 사이비 언론인으로 지탄받는 KBS, MBC 사장 등의 거짓말을 확대재생산하는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KBS, MBC의 사장, 이사진이나 이들을 비호하는 일부 정치권이 최소한의 양심조차 지니지 않은 인면수심의 속내를 드러내면서 사회를 혼탁하고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은 이명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공영방송을 청와대의 나팔수로 전락시키면서, 공정보도를 외친 언론인을 해고나 부당징계한 범법 사실 등에 대한 법적, 도덕적 책임감을 눈곱만큼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방송사 노조원 90% 이상이 파업에 찬성해 총파업을 벌이면서 결방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면 최고경영층으로서 연대책임감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다. 그러나 이런 기본적 상식이 그들과는 관계가 없다. 구역질나는 역겨운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려 발버둥치고 있는 모습이 추하기 그지없다.
KBS, MBC 경영진과 일부 야당 국회의원의 언행은 정의와 진실이 물처럼 흘려야 할 시대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과는 너무 거리가 먼 추악한 행태다. 진실이 짓밟히고 허위가 발악을 하는 추한 모습은 이 나라가 무정부 상태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이런 반사회적이면서 매우 후안무치한 모습을 보고 무엇이라 표현할 것인가?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고 개탄해야 할 것인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느냐고 질타할 것인가?
죄 지은 자는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사회다. 그런데 일부 세력이 자행하는 적반하장의 정도는 정상적인 인간의 도리와는 너무 거리가 멀고 그래서 한없이 역겹다. 적반하장의 사전적 의미는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아무 잘못이 없는 사람을 도리어 나무람을 이르는 말’이다. 무도한 자들이 온통 악취를 풍기면서 전체 사회를 속이고 오도하려는 시도가 방치되는 것을 막을 길은 없는가?
이 나라는 법치국가다. 법치국가는 법이 다스리는 국가다. 부당노동행위로 수많은 언론인을 괴롭히고 가슴에 못을 박으면서 공정방송, 진실 방송을 짓밟은 반(反)언론의 적폐세력이 쓴 맛을 보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정상적인 사회가 아닌가? 그리고 국민의 정치적 머슴이라고 하는 국회의원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면서 전체 국민을 능멸하고 배신하는 행위를 의사당 안에서 벌이는 것을 저지해야 한다.
정당한 분노는 사회 정의 확립에 필요한 요소다. 지금은 분노해야 할 때다. KBS, MBC 경영진의 파렴치한 태도와 이들과 한 패거리가 되어 조폭과 같은 망나니짓을 하는 정치 모리배들에게 우리 사회는 분노해야 한다.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말이 있다.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을 볼 때마다 속이 뒤틀리면서 생각나는 말이다.
법치국가의 몽둥이는 무엇인가? 그것은 법이다. KBS 고대영, MBC 김장겸이 활보하면서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고 박근혜와 함께 파면되었어야 할 정치 야바위꾼들에게 정의의 타격을 가해야 한다. 그래야 이 사회의 정의가 되살아난다. 법치가 확립되도록 법이 앞장서야 한다.
노조가 정당한 파업을 하는데도 버티면서 거짓말을 앞세워 국민을 속이고 언론을 추락시키는 KBS, MBC 사장과 정권욕에만 눈이 먼 정치꾼들과 야합하는 작태가 중단되도록 법이 나서야 한다. 제4부인 언론을 망가뜨린 KBS, MBC 경영진들에게 적용할 법을 집행할 정부기구로는, 그들의 임면권을 가진 방송퉁신위원회와 대통령이다. 국회의원들의 반사회적 작태에 대해서는 국회 윤리위원회 등에서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
박근혜와 함께 감옥에 갔어야 할 적폐세력이 민주주의 공간을 악용하면서 사회를 병들게 하는 반사회적 행위는 저지되고 방지되어야 한다. 촛불혁명 세력이 이제 역사 뒤로 사라진 것으로 그들은 착각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촛불은 지금도 여전히 정의와 진실의 열기를 간직하고 사회를 관망하고 있을 뿐이다. 그들이 분노해 거리로 나오기 전에 법치가 발동되어 사회악을 격리시키고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와 함께 감옥으로 갔어야 할 적폐가 더 이상 사회악으로 존재하는 이 비정상은 즉각 바로잡혀야 한다.
고승우 언론사회학 박사  webmaster@minplus.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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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간 10번의 유엔 제재, 북한이 변하던가?"


[정세현의 정세토크] "6월 정상회담 때 이면합의 있었나?"
2017.09.14 08:21:10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열 번째 대북제재 결의안인 2375호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당초 미국이 마련한 것으로 알려진 초안보다는 후퇴한 결과가 나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재 명단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를 막는 데도 실패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제재 결의안이 나온 이후 중국이 물밑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시도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 전 장관은 "중국은 어차피 유엔 제재는 효과가 없지 않냐며, 제재 효과가 사실상 임계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면서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중국의 정치 일정과 향후 열릴 다자회담을 보더라도 중국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화 테이블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19차 당 대회에 주목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동아시아 국제정치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고 싶을 것"이라는 게 정 장관의 예측이다. 

그는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12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것도 아마 이에 대한 준비차원일 것"이라며 "북미 간 접점을 만들어서 베이징에서 6자회담을 성사시키면 시진핑 2기 정부는 축포를 울리면서 출발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평가했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이 지난 9월 9일 정권 수립일에 아무런 군사적 행동도 하지 않고 지나간 것 역시 이러한 중국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은 이런 그림을 그리면서 북한 측에 사고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던 것 같다"고 관측했다. 

정 전 장관은 "미국도 이번 일을 통해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걸 느꼈을 것"이라며 "당분간 소강상태가 이어진 뒤 10월 중국 정치 일정 및 11월 APEC이 지나고 나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북핵 문제가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문제는 한국 정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들어가는 원유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이미 1일(현지 시각)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제 조건 없는 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반대 입장을 알면서도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꺼낸, 기이한 외교 행태였다. 

정 전 장관은 "(북한의) 핵실험 전에 푸틴 대통령이 이미 대화를 강조했는데 문 대통령에게 푸틴 면전에서 이런 말을 하라고 일러준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라며 "어떤 일이든 분석을 정확하게 해야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건데, 이건 문재인 정부 외교 안보 라인이 상황 판단에 완전히 실패한 셈이나 다름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중국이 미북 양국의 접점을 찾으면서 대화를 조율하게 되면, 우리가 그 흐름을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따라가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방향을 틀 준비를 해야 한다. 맥마스터 안보 보좌관과 전화만 하지 말고 실제 밑에서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터뷰는 13일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 박인규 이사장과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다음은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당초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 공급이 차단될 거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결국 정유 제품 수입에 상한선을 두는 것으로 제재 수위가 정해졌는데요. 이번 제재가 실제 북한의 태도를 바꾸는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요? 

정세현 : 북한의 태도를 바꿀 정도의 내용이 담긴 제재는 아닌걸로 보입니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이 핵실험을 한지 9일 만에 나왔는데, 이전 결의안 보다는 비교적 빨리 채택된 셈입니다. 그런데 빨리 채택되면 잘된 일인가요? 이걸 성과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밥을 짓더라도 뜸이 들어야 잘 되는거지, 설익은 밥을 만들어 놓고 빨리 됐으니 좋다고 하면 되겠습니까?  

내용적인 측면을 보면 일단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 동생인 김여정이 제재 대상에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지만 결국은 최종 결의안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만약 이게 안보리 결의안에 들어갔다면 원유 차단과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북한 반발이 더 컸을 겁니다. 

이건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입니다. 유류 수입 문제와는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였을 겁니다. 북한의 정치문화적인 측면을 살펴봤을 때 최고 존엄을 건드릴 경우 가만히 있으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아마 북한은 모든 것에 우선해서 죽기를 각오하고 저항했을 겁니다.  

그리고 이번 결의안에서는 원유에 대한 추가적 제재는 없었습니다. 예년과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 허용된 셈입니다. 그럼 이 부분은 아무런 제재 효과가 없는 것이고요. 정유제품 수입을 1년에 200만 배럴 이하로 제한했는데 이게 북한이 경제적인 타격을 받을 만큼 제재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북한은 2006년 이후 이번 결의안 2375호까지 핵과 미사일 개발로 인해 지속적으로 제재를 받아왔습니다. 이번 결의안이 무려 10번째입니다. 북한이 이런 정도의 결의안을 예상하지 않고 일을 저질렀을까요? 북한식 표현대로 '내부 예비', 즉 정유 제품이 들어오지 않을 것을 대비해 최소 1년 정도는 버틸 수 있도록 예비 자원을 마련해뒀을 겁니다. 결국 이번 유엔의 제재 결의안도 솜방망이에 불과한 셈입니다. 

게다가 이번에 미국의 초안이 중국과 러시아에 의해 조정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북한의 무력 시위 강도가 웬만큼 높지 않고서는 이보다 더 강도 높은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해서 특정한 목표 지점에 떨어뜨리는 걸 보여주는 정도가 아닌 이상 더 강력한 제재 결의안이 나오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 유엔 안보리는 11일(현지 시각)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AP=연합뉴스

프레시안 : 김정은이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것은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이 반영된 것일까요? 

정세현 : 김정은이 국제적인 제재 대상이 되면 북한의 반발이 커질 것이라고 예상한 중국이 움직인 결과라고 봅니다. 대신 정유 제품 수입 상한선을 만들고 LNG 등은 원천 수입 금지하면서 미국의 체면은 세워주는 식으로 협의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서 실속은 별로 없는 거죠.  

중국은 이렇게 하면서 물밑에서 대화 쪽으로 물꼬를 트려는 시도를 하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은 어차피 유엔 제재는 효과가 없지 않냐며, 제재 효과가 사실상 임계점에 도달한 것 아니냐면서 미국을 설득할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미국을 직접 공격해서 사상자가 나온다면 달라지겠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자기들이나 러시아나 지금보다 더 강력한 제재 결의안에 합의해줄 수 없고, 그렇다면 대화로 방향을 틀어야 하지 않겠냐는 논리를 내세울 겁니다. 

특히 중국의 정치 일정과 향후 열릴 다자회담을 보더라도 중국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화 테이블을 주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일단 중국은 다음달 18일 19차 당대회를 엽니다. 이 때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하죠. 이후에는 11월 5일 베트남 다낭에서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이 있습니다. 

중국은 공산당 대회에서 방향을 정한 뒤 시진핑 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동아시아 국제정치 문제와 관련해 새로운 모멘텀을 만들고 싶을 겁니다.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12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을 만난 것도 아마 이에 대한 준비 차원일 겁니다. 북미 간 접점을 만들어서 베이징에서 6자회담을 성사시키면 시진핑 2기 정부는 축포를 울리면서 출발하는 것이나 다름 없으니까요. 

실제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이번 만남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 문제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이런 그림을 그리면서 북한 측에 정권 수립일인 9월 9일에 사고치지 말고 기다리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양제츠의 방미를 앞두고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기 때문에 북한에 사고치지 말라고 당부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번 결의안에는 찬성하지만 김정은을 제재하는 건 어떻게든 빼주겠다면서 군사적 행동 하지 말라고 이야기했을 수 있죠. 중국이 이렇게까지 나오면 북한도 거기다 대고 대책 없이 사고 치기는 어렵습니다. 

미국도 이번 일을 통해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걸 느꼈을 겁니다. 세컨더리 보이콧을 발동하자니 중국이 반발하니까 그마저도 쉽지 않구요. 결국 제재가 아닌 다른 길을 택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당분간 소강상태가 이어지고 10월에 중국 정치 일정 및 11월 APEC이 지나고 나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북핵 문제가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맥마스터랑 전화만 하지말고!  

프레시안 : 제재 이후 중국이 주도하는 대화로 갈 가능성이 높다면, 우리도 방향을 바꿀 준비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중국이 미북 양국의 접점을 찾으면서 대화를 조율하게 되면, 우리가 그 흐름을 주도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따라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방향을 틀 준비를 해야 합니다. 맥마스터 안보 보좌관과 전화만 하지 말고 실제 밑에서는 어떻게 움직이는지 면밀히 체크해야 합니다.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프레시안(최형락)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미에 맞게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는데, 사실 우리가 미북 대화의 시급성이나 불가피성을 주장했어야 합니다. 지금 한반도 위기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시험을 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긴 하지만, 트럼프의 두서 없고 오락가락하는 험한 말이 북한으로 하여금 위협을 느끼게 하면서 자기 방어 차원에서 무력 시위를 하게 되는 양태를 키우게 된 측면도 있습니다. 이게 고조되면서 8월 위기설까지 나오게 됐는데요. 

8월은 조용히 지나갔지만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자기들을 압박할지 모른다, 조금만 가만히 있으면 그 때를 노려서 트럼프가 자기들을 칠지 모른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래서 사전 견제 차원에서 미국에 겁을 주려고 미사일과 핵 실험을 강행하고 있는 측면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북핵 문제가 해결 기미도 보이지 않고 북한이 군사적 행동을 취하면 그 불똥이 결국 우리에게 튀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미국과 북한의 대화를 종용해야 하는 겁니다. 문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경쟁이라도 하듯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가기만 하는 건 북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프레시안 :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원유 차단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았고요. 정상외교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닌가요?  

정세현 : 문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 시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나서 "북한을 대화의 길로 끌어내기 위해서는 안보리 제재의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면서 이번 결의안에 "적어도 북에 대한 원유 공급을 중단하는 것이 부득이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푸틴 대통령은 이미 지난 1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 5개국 모임) 정상회의를 앞두고 각 회원국 언론에 '브릭스 : 전략적 파트너십의 새로운 지평을 향해'라는 기고문을 보내면서 북핵과 미사일을 풀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전제조건 없는 대화라고 강조했습니다. 

핵실험 전에 푸틴 대통령이 이미 대화를 강조했는데 문 대통령에게 푸틴 면전에서 이런 말을 하라고 일러준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요? 어떤 일이든 분석을 정확하게 해야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있는 건데, 이건 문재인 정부 외교 안보 라인이 상황 판단에 완전히 실패한 셈입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도 전에 푸틴이 대화로 풀어야 한다고 이미 이야기했으면 원유 차단과 같은 제재는 통하지 않는다고 봐야 하는 겁니다. 만약 청와대 국가안보실이나 외교부가 이 정도도 몰랐다면 정말 문제 있는 겁니다.  

김종대 정의당 의원이 어제(1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한러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정부가 사무관급의 외교를 하고 있다고 했는데, 사무관급이라고 해도 돌아가는 상황을 한 번만 분석해보면 이렇게 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 지난 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문재인(왼쪽)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청와대

전술핵,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왜 이야기하나
 

프레시안 : 그런데 야당도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하기는커녕 전술핵 재배치를 해야 한다, 핵 무기를 가져야 한다 등등 비현실적인 대책만 내놓고 있습니다. 

정세현 : 일어날 수 없는 일을 자꾸 거론하고 있습니다. 1991년 미국이 핵무기를 가지고 나갔을 때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유도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명목을 가져왔습니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1항에 명시한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접수·보유·저장·배비(配備)·사용의 금지'는 북한 뿐만 아니라 한국에도 적용되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북한이 핵을 가졌으니까 우리도 핵무기를 가져야 한다? 북한은 재래식 전력에서 열세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 핵과 미사일로 자금을 투입한 겁니다. 그래서 자기들은 이제 나름대로 균형을 잡았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런데 남한에 전술핵이 들어오면 자기들은 다시 열세가 됐다고 판단, 핵과 미사일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겁니다. 

일각에서는 전술핵을 방어용이라고 하는데, 아니 세상에 방어용‧공격용 무기가 따로 있습니까? 무기가 공격용인지, 방어용인지는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전술핵을 '방어용'으로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공격용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은 핵 능력을 더 증강시킬 것이고 그러면 우리도 전술핵을 더 가져다 놓아야 합니다. 한반도에 핵 경쟁이 시작되는 셈이죠.  

게다가 전술핵을 우리가 가져다 놓는다고 해도 발사 버튼을 누를 수 있는 것은 미국 대통령입니다. 일부에서는 나토(NATO) 식으로 전술핵을 운용하면 된다고 하는데 나토도 나토 미군 기지에 전술핵을 가져다 놓은 것일 뿐이지, 실제 운용은 미국이 하는 겁니다. 

기술적으로 봐도 전술핵은 의미가 없습니다. 미국은 2시간이면 핵무기를 싣고 한반도로 출동할 수 있는 전략 폭격기에 스텔스도 보유하고 있는데 전술핵을 배치할까요? 

프레시안 : 존 매케인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은 한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원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세현 : 매케인 의원에게 한국의 어떤 사람들이 전술핵 재배치를 원한다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부의 입장을 마치 한국 전체의 입장인 것처럼 인식한 것 같습니다. 

물론 한국에 그런 여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여론을 한국의 국방부 장관이 미국에서 이야기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장관이 "전술핵 재배치를 원하는 한국 내 여론도 있다"고 이야기하는 게, 더군다나 그 여론이 소위 보수적인 사람들이 주장하고 있는 건데 그걸 문재인 정부의 장관이 이야기했다고 하면 도대체 국정 철학을 가지고 있는 건지도 의심스러울 지경입니다.  

프레시안 : 국방장관은 전술핵 재배치를 이야기하고 외교부 장관과 청와대는 그런 논의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외교 안보 정책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정세현 : 조선 시대 병자호란을 겪고 나서 의정부 대신 비변사를 설치했습니다. 이게 지금으로 따지면 일종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입니다. 국가에 위기 상황이 터지면 비변사에서 현직 관료들뿐만 아니라 전직 관료들도 같이 만나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물론 현재 국가안보실장이 대사도 지냈고 국방부 장관은 4성장군 출신이니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아니지만, 지금과 유사한 외교적인 난관이 있었을 때 일선에 없었던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외교 난맥을 풀기 힘들다면 경험이 풍부한 전임자들에게 수시로 조언을 구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을 해야 합니다.  

사실 6월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만 해도, 시기적으로 9월 정도가 적당할 것 같다는 중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6월에 급하게 해버렸죠. 여기서부터 뭔가 스텝이 꼬인 것 같습니다. 당시 회담이 겉으로는 매끄럽게 끝났는데 이후에 한미 FTA 문제가 튀어 나오고 사드가 급속하게 배치되는 것을 보고 이 때 무엇인가 미국과 다른 합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미국에도 'NO'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문 대통령에 대한 의심이 많았죠. 미국은 이걸 구실로 삼아 정말 그렇게 할 거냐고 한국에 겁박을 줬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드 배치나 한미 FTA 등을 밀어붙이려 했을 수 있습니다. 일단 정상회담은 조용히 지나가고 나중에 미국이 하라는 대로 따라오라는 식으로 이야기했을 수 있죠.  

만약 참모들이 이렇게 움직였다면 대통령은 공약을 못지키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대통령의 공약을 숙지하고 국정철학을 뒷받침해야 하는 참모들이 도리어 대통령으로 하여금 거짓말하는 사람 또는 공약을 깨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리는 겁니다.

프레시안 : 북한이 6차까지 핵실험을 하고 ICBM 완성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라면 결국 한반도 문제 주도권이 남한이 아니라 북한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정세현 : 남북관계가 살아있을 때는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서 주도할 수 있었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했을 때 우리가 미북 정상회담을 주선하기도 했죠. 그래서 북한 조명록이 워싱턴에 가고 올브라이트가 평양에 오고 그랬죠.  

2005년 9.19 공동성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이 주도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합의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간 모두 남북관계가 그나마 잘 유지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지금은 보수 정권 9년을 지나오면서 남북관계가 사실상 끊어졌습니다. 남북관계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처럼 원만했다면 북한이 지금과 같이 막가파 식으로 미국에 멱살잡이를 할 수도 없었을 겁니다.  

이재호 기자 jh1128@pressian.com 구독하기 최근 글 보기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참담함 토로한 손석희... 우리가 잘 몰랐던 김제동의 아픔


17.09.13 20:23최종업데이트17.09.13 20:24
 1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1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JTBC

"그들은 즉 정치인들은 그런 얘기를 들어야만 하고, 나는 저급하거나 비열한 말을 한 적이 없다."

맷 데이먼은 과거 <뉴스룸>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에서 '정치적 발언에 대한 부담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민주당 지지자로서 미 트럼프 정부는 물론이요 그에 앞서 오랜 동안 정치와 인권에 대한 여러 발언들을 쏟아냈던 그의 정치적 행보들에 대한 현답이 아닐 수 없었다. 금번에 밝혀진 'MB 블랙리스트' 당사자들은 물론 MBC 해고자와 현재 총파업 중인 언론인들 역시 같은 심정일 것이다. 

12일 방송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은 이 맷 데이먼의 발언을 끄집어 올렸다. 짐작하시다시피, 이날 파문을 일으킨 MB 정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였다. <뉴스룸>은 이날 82명에 달하는 MB 정권 국정원의 블랙리스트 명단을 비롯해 당시 청와대 주요 인사들의 개입 문제까지 이 사안에 네 꼭지를 할애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MB 정권 당시 국정원이 연예인과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관리했고, 청와대 주요 인사가 어디까지 개입했는지가 관건이며, 이를 밝혀낸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이 사건에 연루된 정황이 뚜렷한 MB 정권의 주요 인사들에 대한 사정당국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어쩌면 우리는 잊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현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 역시 MB 정권의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니지만, 결국 MB 정권이 망가뜨린 MBC에서 떠나야 했던 것을. < 100분 토론>에 이어 <손석희의 시선집중>의 마이크를 놨던 것이 2013년 5월의 일이었다. 그래서였을까. 손 앵커는 이날 앵커브리핑에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이들 중 자신과 '인연'이 있었던 몇몇을 강조하며 '참담함'을 토로했다. 그럴 만했다. 벌써 몇 년 전 일인가. 

MBC 떠나 왔던 손석희의 참담함 

 1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12일 방송된 JTBC <뉴스룸>의 한 장면.ⓒ JTBC

"이명박 정부 당시 배우 김여진씨는 정치사회적으로 할 말은 해서 이른바 '개념 배우'라는 별명을 얻고 있었습니다. 연예인이 정치적 발언을 하면 왜 개념이 있다는 칭찬을 들어야 하는지... 그것도 어찌 보면 한국적 상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배우 김여진씨를 전원책 변호사의 맞상대로 해서 토론 코너에 출연시키려던 당시 라디오 프로그램의 시도는 무산됐습니다. 

그 라디오 프로그램은 제가 진행하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이 시도는 급기야 소셜테이너 출연 금지 규정이라는 것까지 사내에 생겨나게 했지요. 정치적 입장을 가진 연예인은 방송에 출연시킬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연예인은 정치적 입장을 공개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는 것에 다름이 아니었습니다."

배우 김여진을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시키려던 시도가 결국 '윗선'의 압박에 의해 무산됐고, 이러한 정황을 유추해 보면 결국 이번에 밝혀진 블랙리스트와 관계있는 것 아니냐는 결론에 다다르게 됐다는 얘기일 것이다. MBC의 '소셜테이너 금지법'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한 유추를 할 수밖에 없을 것다. 또 검찰 수사에 의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손 앵커는 방송인 김미화와 김제동을 언급했다. 두 사람은 공히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대표적인 방송인이고, 손 앵커의 언급대로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수난'을 겪은 이들을 대변하는 이름이기도 하다. 특히 김제동에 대해서는 "김제동씨의 수난사야 뭐 다시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라며 말을 이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 잘 나가던 예능 프로그램에서 하루아침에 하차했고, 그 이후에도 방송 출연에 관한 한 부침을 거듭했습니다. 사실 김제동씨의 이른바 소셜테이너로서의 자리매김은 제가 직접 섭외했던 <백분토론> 출연이 시작이었다고 본인은 주장하고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지금까지 말씀드린 세 사람의 이른바 소셜테이너들과 저는 어찌 됐든 모두 인연이 있는 셈입니다."    

참담함…. "따지고 보면 다 알고 느끼고 있었던 내용들이 팩트라는 자격을 가지고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인데도, 또다시 참담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왜일까…"라는 손 앵커의 말마따나, 본인들은 물론이요 뉴스를 접하는 다수의 국민들 역시 참담함과 분노, 허탈함을 동시에 느끼고 있을 것이다. 

본인도, 국민들도 잘못됐고 부당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팩트를 확인할 수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거대한 권력이 휘두르고 짓누르는 크고 작은 횡포를 알면서도 정당하게 맞설 수 없었을 뿐이지 않은가. 김제동의 경우도 그랬다. 13일 오전, 총파업 10일째를 맞은 MBC 노조원들 앞에서 선 김제동은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 직원과 만났던 상황을 털어 놓기까지 했다. 손석희 앵커에 대한 억울함(?)의 토로와 함께. 

MB에게 직접 보고하는 국정원 직원 만났던 김제동 

김제동 '내가 만난 국정원 직원, VIP에 직보 한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피해를 받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이명박 정부 시절 찾아와 압력을 넣던 국정원 직원이 '나는 VIP에게 직보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포함되어 피해를 받은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조합원들 응원하는 벌언을 하고 있다.ⓒ 권우성

"저를 만났다는 보고 문자를 국정원이 아닌 저한테 보낸 거예요. '몇 월 며칠 서래마을에서 김제동 만남' 이런 문자를, 그 국정원 직원이. 그래서 그 국정원 직원한테 제가 전화를 했어요. 문자를 잘못 보냈다고. 제가 그렇게 국정원에 협조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간첩을 잡겠습니까. 간첩을 만드는 게 아니라, 간첩을 잡아야 할 거 아닙니까."

MBC 총파업 집회 10일째 현장에서 노조원들을 만난 김제동은 'MB 블랙리스트'와 관련 과거의 일화를 털어 놨다. 페이스북 라이브로도 생중계된 이 현장에서 김제동은 "지금도 국정원 직원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명박 정부 당시 자신을 쫓아다니던 국정원 직원과 독대했던 상황도 자세히 언급했다. 여전히 유머러스하지만 쓴웃음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만났어요. 만났더니. 저한테 하는 얘기가 고작 그거예요.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 사회를 봤으니, 1주년에는 가지 마라. 문성근, 명계남 같은 사람 시켜라. 하지 마라. 앞으로 방송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술에 취해서 그렇게 말했습니다. 하도 웃겨서 그랬어요. 

첫째, 내 얘기를 잘 들어라. 자기가 VIP에게 '직(접)보(고)하는 사람이라 길래 제가 물어 봤어요. VIP가 누구냐. 내가 뽑지 않은 사람이 VIP라 모른다. 그랬더니 그 직원이 '알지 않느냐', '그 분이 걱정이 많다'고 해요. 내 걱정이 많데요. 그래서 그랬어요. 가서 똑똑히 전하세요. 지금 대통령 임기는 4년이지만, 내 유권자로서의 임기는 평생 남았다. '직보'한다니까,  똑똑히 전해라. 당신 걱정이나 하시라고, 내 걱정 마시고."

김제동은 또 "둘째, 지금 당신이 가지 말라고 해서 내가 안 가면, 당신이 날 협박한 게 된다. 또 이 말 자체가 국가기관이 국민을 협박한 거다"라고 했다면서, "셋째, 술값은 내가 내겠다. 국민에게 받은 세금으로 술 내지 마라. 내가 평생 방송 안 해도 먹고 살돈 있다"며 호기롭게 대면 자리를 떴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후 집에 도착한 김제동은 무릎이 꺾이고, 다음날부터 공황장애 증세가 오기까지 했다고 한다.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털어놨지만, 김제동이 겪은 'MB 블랙리스트'의 직접적인 피해의 증언인 건 분명했다. 

방송하는 사람들이, 웃기는 사람들이 할 말 하는 사회를 위하여

김제동 웃음보따리, 활짝 웃는 MBC조합원들 이명박 정권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조합원들 격려하며, 특유의 익살과 풍자로 김장겸 사장과 국정원 블랙리스트를 풍자하자 조합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올라간 방송인 김제동씨가 13일 오전 서울 마포구 MBC상암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MBC본부 총파업 집회에 참석해 조합원들 격려하며, 특유의 익살과 풍자로 김장겸 사장과 국정원 블랙리스트를 풍자하자 조합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권우성

"손석희 아저씨는, 손석희 형님은 저렇게 뭉개시면 안 돼요. 저한테 저러시면 안 돼요. 제가 '주장'한다고 그러는데, 분명 책임이 있어요. 저러시면 안 돼요. 제가 입 열면 저 사람 다쳐요(웃음). 저는 팩트 체크를 할 수 있어요. 저는 생생히 기억해요. (손석희 앵커에게) 전화가 왔어요."

그에 앞서 김제동이 손석희 앵커의 성대모사를 하면서 전한 일화는 2008년 12월 방송된 MBC < 100분 토론> 400회 특집과 관련된 것이었다. 요는, 손석희 앵커에게 직접 섭외 전화를 받았고, "토론 잘하는 연예인 1위"라는 타이틀로 출연했더니 이른바 '이쪽' 사람이 돼 있었다는 것이었다. 

토론 주제는 "이명박 정권 1년의 공과 과"였고, 같은 열에 앉았던 토론자가 고 가수 신해철, 유시민 작가 등이었고, 반대편에 전원책 변호사와 나경원 의원 등이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토론 프로그램 특성상 김제동이 "손석희 아저씨가 어떻게 소개하셨는지 아세요? 이쪽 분들이라고 하시는 순간, 저는 이쪽 분들이 됐어요, 나는"이라고 토로할, '이쪽'이 이해가 되는 패널 구성이었던 셈이다. 김제동은 이어 또 한 차례 손 앵커와 나눈 전화 통화 내용도 소개했다. 

"물론 그것(< 100분 토론> 때문에 그렇게 된 건 아니지만. 노대통령 노제 때도 물어 볼 데가 없어서 손석희 형님한테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이러셨어요. '양쪽 모두 합리적 판단을 할 때가 아닙니다. 비난이 모두 쏟아질 수 있지만, 본인이 견뎌내야 할 몫이고요'라고."

그 누구보다 MB 정권의 피해를 입은 '블랙리스트 방송인' 김제동이 털어 놓은 일화는 손석희 앵커가 언급한 '참담함'과도 연결돼 있을 것이다. '무능한', "간첩을 잡는 게 아니라 만들어 내는" 대한민국 국정원에게 보내는 '참담함'과 그 국정원을 탄생시킨 이명박 정권에게 보내는 참담함을 포함해서 말이다. 

여기서 김제동은 한 발 더 나아갔다. 자신을 포함해 블랙리스트에 언급된 '유명인'들만이 아니라 이명박 정권에 의해 촉발된 MBC 죽이기에 의해 고난과 고초를 겪고 있는 노조원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제가 겪은 일은 여러분들이 겪은 일에 비하면 아무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만, 유명한 사람들만 주목을 받는 것 같아서 미안함이 큽니다. 수없이 주목받았던 사람보다 훨씬 더 주목을 받아야하고, 훨씬 더 고초고난 받았던 사람이 주목을 받아야 합니다. 그것에 대해 미안함이 있어서 이 자리에 왔습니다. 옆 사람에게 박수를 줬으면 좋겠습니다."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에서 해직 언론인인 최승호 PD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맨 마지막에 만난 이유는 MBC와 KBS를 망쳐놓은 장본인이 바로 대통령과 청와대라는 심증이 확고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금번에 '팩트'가 '체크'된 'MB 블랙리스트'야말로 그러한 심증을 뒷받침하는 증거 중 일부분이라 할 수 있다. 

1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김미화는 MB 블랙리스트에 대해 "이제야 퍼즐이 맞춰진 것 같다"며 "그래서 이건 사실 어떻게 보면 이명박 대통령을 제 개인이 고소를 할 수 있는, 그러니까 법정 싸움을 신청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MB로 향하는 비난 여론에 힘입어 검찰이 철저한 수사로 '확증'을 이끌어내야 할 대목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동원될 수 있는, 또 피해자들이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대응'이 일어나야 마땅하다. 

김장겸 사장을 검찰 조사에 이르게 만든 MBC 노조원들의 총파업 역시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공영방송 정상화야말로 이 같이 어이없는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들을 더 이상 만들지 않는 시초와 같은, '언론 적폐 청산'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정부로 연결된 거대한 '적폐 청산'의 첫걸음이기 때문이리라. 

우리가 바라는 상식적인 세상은 결국 저급하거나 비열한 말을 하는 정치인들 대신 연예인들이, 문화예술인들이, 국민들이 할 말은 할 수 있는 그런 세상 아니겠는가. 코미디언으로 살고 싶다는 김제동처럼 말이다. 

"누군가 왜 자꾸 무대 밑으로 내려가냐고 물었는데, 바보야 거기가 무대다. 왜 정치를 하느냐, 코미디언이? 정치인들에게 코미디 그만하라고 해라, 내 직업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고 있다. 그 사람들이 내 직업을 다 뺏어가고 있다. 

강바닥에 22조씩 쏟아 부으면 곤란한다. 이상하다가 코미디의 핵심이다. 로봇물고기는 물(4대강)에서 인류 최초로 익사한 거다. 웃기는 걸 웃기다고 얘기해야 한다. 그걸 안 하면 코미디언 직무유기다. 저는 코미디언으로서 입장에 충실하고 싶다. 여러분(MBC 노조원)들은 방송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걸 방송할 수 있어야 한다."